쾌자풍 1 - 쾌자 입은 포졸이 대륙에 불러일으킨 거대한 바람 쾌자풍 1
이우혁 지음 / 해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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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우혁 앞에는 늘 <퇴마록>이 붙는다. 이후 나온 몇 권의 책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변함없다. 내가 읽은 것도 <퇴마록 시리즈>를 제외하면 <왜란종결자>가 유일하다. 사놓고 읽지 않은 책도 꽤 된다. 언제부터인가 이우혁도 너무 낯익어 모든 책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자세히 손꼽아 보면 읽은 책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도 말이다. 그리고 그의 신작이 나오면 늘 눈길이 간다. 아마도 이것은 역시 대표작인 <퇴마록 시리즈> 때문일 것이다. 그 속에 담긴 풍부한 이야기와 다양한 캐릭터와 사건이 자연스레 다른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만든다.

 

제목만 보아서는 내용을 잘 알 수 없다. 쾌자라는 단어도 잘 모른다. 그런데 제목에 대한 설명을 보니 ‘쾌자를 입은 포졸이 중원에 거대한 바람을 일으킨다’는 의미다. 순간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생각은 낮은 지위의 포졸이지만 숨겨진 실력이 만만치 않은 고수의 새로운 강호행 정도였다. 이 추측의 일부는 현재까지 맞는데 과연 어느 선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포졸 지종희의 약삭 빠르고 거침 없는 행동이 예상하지 못한 활약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어느 부분에서는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고, 어느 장면에서는 웃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모두 5부작으로 기획되었다. 그중 겨우 1권을 읽은 상태에서 전체 내용을 추측하는 것은 금물이다. 물론 무협소설의 틀을 가진 작품이다 보니 나의 촉은 그쪽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작가는 이 소설이 무협이 아니라 역사소설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각 장의 시작을 역사로 풀어내는 것과 이어져 있다. 동시에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이런 지식을 가지고 읽다 보면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일부가 떠오른다. 이 일부가 맞다는 보장은 없지만 이어질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역사소설이라고 하지만 무협적인 요소가 더 강하다. 이것은 퇴마록의 주인공 현암의 무공을 풀어낸 것에서 이미 그 능력을 충분히 보여줬다. 명나라를 배경으로 하면서 무림의 존재를 인정하고 남궁세가 같은 무협소설 속 가문을 그대로 적용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물론 작가의 말처럼 이것을 하나의 배경으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낸 것일 수도 있다. 이 모든 이야기의 바탕에서 우리의 전통 ‘해학’이 자리 잡고 있지만. 그리고 이 해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이 바로 포졸 지종희다. 현재까지는 그의 등장이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점점 비중이 놓아지면서 아주 거대한 바람을 일으킬 것 같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무대가 중원임을 알게 된다. 명나라 조정 대신의 죽음에서 시작된 동창의 두 밀사가 지종희를 만나기까지 다룬 것이 1권이다. 이 모든 음모가 어디에서 비롯한 것인지 후반부에 설명하는데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또 작가가 공을 들인 지종희의 성격은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른다. 한계를 어느 선까지 정했지만 눈치 빠르고 이익에 밝고 행동도 재빠른 그를 볼 때 아마도 거침없는 활약을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뭐 이미 난전이라는 공간을 통해 그가 어떤 존재인지 충분히 보여줬지만 더 넓은 중원에서는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5부작 중 겨우 1권만 읽은 상태고 이제 겨우 이야기 도입부임을 생각할 때 전체를 평가하기는 무리다. 하지만 캐릭터를 만들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힘을 이미 경험한 독자에게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지 않을 수 없다. 좋아하는 장르인 무협소설을 바닥에 깔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더욱더. 개인적으로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무협소설의 틀을 따라가는 것은 좋지만 기연이나 우연의 연속으로 이어지는 것은 사양한다. 뭐 작가의 필력을 감안할 때 그럴 필요 없지만. 빨리 2권을 읽고 싶지만 단숨에 끝까지 달리고 싶은 욕망이 더 강하다. 빨리 완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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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들의 죄 밀리언셀러 클럽 127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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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출간된 이 소설은 매튜 스커더 시리즈의 시작이다. 시리즈 첫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출간되었다. 나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현재까지 출간된 이 시리즈를 모두 읽었다. 단편집에 실린 것은 확인할 수 없어 제외한다. 예전에 나온 고려원 판 소설을 읽을 때 상당히 재미있었다. 그 당시 미스터리 소설을 그렇게 열심히 읽지도 않았고, 특별한 몇 명을 제외하고 외국작가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재미난 소설은 늘 그렇듯이 기억 한 곳에 자리 잡고 불쑥불쑥 생각이 난다. 그러다 밀클에서 나온 몇 권의 작품은 작가에게로 관심이 옮겨가게 만들었다.

 

시리즈 첫 작품이라고 하지만 그런 느낌이 전혀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워낙 띄엄띄엄 나오다 보니 이 시리즈의 순서도 제대로 기억 못한다. 물론 내용도. 아마 김봉석의 최근작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을 읽지 않았다면 시리즈 첫 권이란 것도 몰랐을 것이다. 책 날개에 실린 저자 소개에도 이런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확인한 것은 인터넷 서점에 실린 출판사 제공 책소개에서다. 가끔 이런 사실을 다른 곳에서 읽게 되면 꼭 확인하고 싶어지는데 바로 이번이 그런 기회였다. 언젠가는 이 시리즈에 대한 순서를 알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뒤에 나오는 시리즈에 비해 이번 작품은 분량이 조금 적다. 하지만 스커더의 과거를 더 분명하게 알 수 있고, 예상하지 못한 결말을 만난다. 시작은 웬디라는 여성이 살해당하면서다. 그녀를 죽인 범인이 금방 잡히는데 이 범인이 유치장에서 자살한다. 그녀의 아버지 해니포드는 왜 그녀가 죽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이 의문을 풀기 위해 매튜를 찾아온 것이다. 이미 범인을 잡았고, 범인이 자살한 지금 경찰이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매튜는 범인을 잡는 도중 유탄에 맞은 소녀가 죽은 후 경찰을 그만뒀다. 그 후 면허 없는 탐정 일을 하고 있다. 해니포드는 경찰 소개로 그에게 왔다. 이렇게 해서 범인 찾기가 아닌 왜 죽게 되었는지 원인을 찾는 탐정이 된다.

 

그녀가 죽게 된 것을 알기 위해서는 그녀와 그녀를 죽인 범인 밴더폴의 과거를 알아야 한다. 밴더폴은 웬디와 함께 살았고, 그녀를 죽인 후 길에서 미친 사람처럼 있다가 잡혔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마약인데 소설 어디에도 마약 이야기는 없다. 이들의 과거를 하나씩 좇아갈 때 드러나는 사실들은 제목처럼 아버지들에게로 이어진다. 아버지와 딸, 아버지와 아들.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이 있다. 하지만 이 뻔한 예상은 가볍게 빗나갔다. 출간된 연도가 1976년임을 생각할 때 충격적인 설정일 수도 있지만 스커드가 말했듯이 결코 현실에서 적지 않은 사건이다. 이런 예상을 벗어나 두 남녀의 마음속으로 작가는 들어간다. 그리고 진실을 밝힌다.

 

이 소설의 재미는 왜에서 시작하여 진짜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간결한 문장에 매력적인 캐릭터와 현실 속 경찰 생활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천천히 독자를 매혹시킨다. 전직 경찰이자 면허 없는 탐정이 할 수 있는 한계를 조금씩 확장해가는 것도 흥미롭다. 알코올 중독이지만 일을 할 때 꼼꼼하면서도 차분하게 한걸음씩 나가는 그의 모습은 시선을 끌기 충분하다. 저질 기억에 의하면 뒤로 가면서 중독 증상이 더 심해지는데 아직은 멀쩡해 보인다. 나의 착각일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하나. 바로 진실이다. 진실을 알고자 의뢰한 사건이 그 진실 때문에 오히려 사람을 아프게 만들기도 한다. 이때 그가 보여주는 행동과 반응은 읽은 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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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
다니엘 포르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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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얼마나 많은 살인이 나올까 하는 쪽으로 먼저 흘러갔다. 죽음이란 단어가 나에게는 살인이란 단어로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착각은 책을 펼쳐 읽으면서 점점 사라졌고, 작가가 풀어내는 죽음이 하나씩 등장할 때 그 기발함에 놀랐다. 역자도 말했듯이 번역과 제본의 차이 때문에 정확하게는 ‘거의 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가 맞지만 말이다. 사실 이 책에서 기대한 것은 미스터리나 액션이 가미된 것이었다. 기대가 너무 오버했지만.

 

이런 죽음을 한 페이지에 하나씩 넣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대단히 실험적이다. 독자도 읽으면서 죽음을 찾아야 하지만 작가도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일상과 문화, 예술 등에서 죽음을 찾아야 한다. 죽음이란 단어를 품은 혹은 의미하는 단어를 넣어서 맞추기도 한다. 쉽게 가려면 텔레비전에 나오는 뉴스만으로도 가능하다. 그렇게 했다면 죽음을 넣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전체적인 재미나 균형이 깨어졌을 것이다. 전체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죽음을 하나씩 넣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찾아낸 죽음을 하나씩 발견할 때, 정확하게는 편집에 의해 굵은 글씨로 표시된 것을 읽을 때 너무나도 다양한 죽음들이 우리 주변에 있음을 깨닫는다.

 

첫 죽음은 여자 친구에게 차인 후 돌연사를 꿈꾸면서 시작한다. 그 10초 뒤에 자동차 사고로 한 남자가 죽는다. 이런 죽음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죽음은 사람의 죽음뿐만 아니다. 동물, 아이디어, 세포, 시간, PDA, 낙엽, 소설 등 너무나도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이런 죽음을 여자 친구에게 차인 남자의 일상을 통해 하나씩 발견하고 찾아낸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죽음이 아닌데 읽다 보니 계속해서 이번 페이지에는 어떤 죽음이 나올까 나도 모르게 찾게 된다. 그리고 그 죽음이 예상한 것을 넘어섰을 때 감탄한다.

 

차인 후 화자의 일상은 평범함을 벗어난다. 전락한다. 주변을 둘러본다. 하나씩 정리한다. 그러다 게을러 돌보지 못했던 실파의 죽음을 발견한다. 이것은 ‘내일 하지 뭐.’의 결과다. 변화가 시작된다. 운동을 한다. 헬스장에서 만난 한 인조인간 같은 여자와 섹스를 한다. 즉흥적인 만남이 생겼다 사라진다. 이런 일상의 변화 속에 그를 둘러싼 죽음은 계속된다. 처음 죽었던 남자가 애인 아녜스의 애인이었다거나 옛 여자 친구와의 전화 도중 그녀가 살해당한다거나 하는 일들이 이어진다. 여기에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그 수많은 연결점 중 하나가 그이기 때문에 경찰이 그를 방문한다.

 

화자의 직업은 작가다. 일상의 일들을 메모하고, 전 애인의 사랑을 찾으려고 하고, 운동으로 몸을 변화시킨다. 이런 일련의 변화는 자신을 둘러싼 죽음을 벗어남과 동시에 자신을 찾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한 순간에 전락한다. 그것은 연쇄살인범의 정체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양이를 키운다. 이것을 통해 그는 희생과 공생을 배운다. 또 다른 삶의 변화가 찾아온다. 작가는 이런 변화들을 조용히 지속적으로 진행한다. 물론 진정한 변화는 순식간에 일어난다. 다시 사랑이 찾아온 것이다. 이때 사랑이 죽음을 조용히 밀어낸다.

 

기발한 상상력과 페이지 하나에 죽음을 지속적으로 넣은 실험은 전체 균형을 파괴하지 않고도 잘 진행된다. 곳곳에 숨겨진 블래코미디는 순간 놓치기도 하지만 가끔 웃게 만든다. 그리고 이번 소설은 주석이 없다면 이해하지 못할 내용이 많다. 그것은 죽음을 품은 단어와 의미 때문이다. 기발함에는 동의하지만 그 기발함 때문에 작가가 보여주고자 한 블랙코미디와 흐름을 살짝 잃은 것은 개인적인 아쉬움이다. 혹시 다음에 읽게 된다면 죽음보다 전체 이야기에 더 집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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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추억 전당포 스토리콜렉터 11
요시노 마리코 지음, 박선영 옮김 / 북로드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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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맡아준다니 이것이 가능할까? 현실 세계에서 이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마법사가 존재한다면 어떨까? 가능할지도 모른다. 이 소설의 설정은 바로 비현실적 존재인 마법사를 인정하고 그가 아이들의 추억을 맡아두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럼 추억을 맡아둔다는 것은 무얼까? 흔히 말하는 추억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고 가끔 가슴속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인데 말이다. 바로 여기서 마법사의 마법이 힘을 발휘한다. 추억에 가격을 매기고 돈을 빌려준 후 돈을 가지고 오지 않으면 이 추억을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적 제한을 둔다. 스무 살이 되기 전까지다.

 

추억을 우리는 아름답다고 하지만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친구들을 만날 때면 늘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의식하는 것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한다. 이 추억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닐 때는 더욱더.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친구와 과거를 공유할 때 이야기다. 장난감이나 게임기를 사야하는 아이들이라면 어떨까? 그들에게 이 추억은 그냥 사라져도 되는 나쁜 기억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바로 이 부분이 마법사로 하여금 추억을 맡아두는 사업을 하게 만든다. 그 추억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는 어린 아이들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마법사가 아이들이 스무 살이 되면 이 모든 것을 잊게 만드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최대한 살아봐야 120세가 한계인 사람에 비해 살아온 세월도 살아갈 시간도 알 수 없는 마법사에게 이 일은 하나의 취미다. 사실 이 소설 속에서 마법사의 능력은 우리가 흔히 동화나 전설 속에서 만나는 마법사의 그것을 초월했다. 여기에 외모도 그 흔한 모습과 다르다. 이런 설정은 전체 이야기 속에서 에피소드와 사연들과 엮이면서 큰 힘을 발휘한다. 할머니를 친 뺑소니를 잡으려는 유키나리의 행동이 미래에 어떻게 펼쳐질지 알려주는 것에서, 이 소설 속 여주인공인 리카의 우정과 사랑의 충돌 속에서도, 왕따 당하는 메이를 둘러싼 현실 문제에서도.

 

그렇게 많지 않은 출연자들이지만 소설은 간략한 이야기 속에 이들을 잘 녹여내었다. 이기적인 유키나리나 미모 때문에 오해와 질시를 받는 메이나 늘 혼내는 엄마를 싫어하는 하루토 등이 대표적이다. 개별적일 수 있는 이들을 중간에서 이어주면서 마법사를 통해 삶을 하나씩 배우는 리카는 말할 것도 없다. 길지 않은 에피소드 속에 그 나이 또래의 문제들이 나오고 개입자나 당사자가 아닌 관찰자인 마법사를 통해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 이 시각이 바로 이 소설이 지닌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조금 밋밋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죽음이 나오고 오해와 질투와 왕따가 나오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렇게 무겁지 않다. 영원히 사는 마법사를 방문한 리카를 통해 삶의 또 다른 면을 본다. 그들에 비해 찰나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 찰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보여줄 때 마법사의 추억 전당포가 지닌 의미와 왜 그가 이런 일을 하는지 조금은 깨닫게 된다. 분량에 비해 비교적 긴 세월을 다루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을 부각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 기억과 추억의 차이를 생각하고 삶이 바로 이런 추억과 기억의 총합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화려하거나 환상적이라고 하기보다 제목처럼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들이 반짝반짝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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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제주도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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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마 전에 경복궁 등을 무대로 한 6권을 읽은 듯한데 벌써 7권이 나왔다. 이번 서문에 ‘제주허씨’를 위한 ‘제주학’ 안내서란 제목이 붙어 있다. 제주허씨? 제주의 그 유명한 삼성 중 하나인가? 하고 순간 착각도 했다. 그런데 이 허씨가 놀랍게도 렌트카 번호판을 의미한다. 렌트카 차번호에 붙는 허자를 둘러말한 것이다. 그리고 왜 제주학 안내서를 내었는지 말한다. 출가한 여제자의 푸념 때문이다. 다른 곳은 답사한 곳을 돌아보면서 시댁에 점수를 땄는데 제주도는 일반관광만 다녀와서 제주의 참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 덕분에 생각하지 못한 제주의 새로운 모습을 제대로 보게 된 것은 큰 행운이다.

 

예전에 한 후배가 말했다. 자기는 하와이보다 제주도가 훨씬 좋다고. 이 이야기를 하면 주변 사람들은 콧방귀를 뀐다. 우리 속에 있는 사대주의 때문인지, 아니면 진짜 하와이가 좋은지, 우리가 제주도의 참모습을 모르는 것 때문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는다. 실제 내가 제주도를 다녀온 것은 20년도 전이다. 그 사이 엄청나게 변했다. 어떤 제주도 지도를 보면 골프장만 보이는 것도 있었다. 얼마 전에 몇 번이나 제주를 다녀오신 장모님의 여행코스는 살짝 실망스러운 일정이어서 후배의 말이 무색했다. 그리고 내가 아직 하와이를 가보지 않은 상태라 정확한 평가가 어렵다. 언젠가 제주에 살고 있는 후배의 도움을 받아 며칠 여행해야지 하는 생각은 늘 하고 있지만.

 

제주학이란 용어처럼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내용도 많다. 전문적인 여행서적이 보여주는 일반적인 관광지는 빠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의 오름을 찍은 사진은 필리핀 보홀섬의 한 풍경과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더 분명하고 기이한 것은 보홀섬이지만 제주의 오름도 그에 못지 않고 좀더 색다른 분위기를 전해준다. 아마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인 것도 아마 제주 오름과 한라산 영실이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제주에 대한 역사와 그에 얽힌 수많은 사연과 전설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이 책을 통해 여행과 관광을 하려는 사람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겨우 며칠 휴가를 내어 오는 직장인이라면 더욱더.

 

사실 제주는 한국 사람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국내관광지 1위다.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 한곳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이 책이 보여주고 알려주고 들려주는 이야기는 아는 만큼 설명하고 이해하고 느끼는 시간이다. 필수 관광코스에 들어가지 않는 곳을 다루는 것이 많다보니 그냥 스쳐 지나가는 곳도 상당하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면 사람들의 발걸음이 자연스레 머물게 된다. 이미 유럽의 수많은 관광지가 이런 스토리텔링을 통해 멋진 관광지로 자리 잡은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아마도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고, 내가 제주 여행을 하는데도 많은 참고가 될 것 같다.

 

참으로 인상적인 것은 삼다(三多)니 삼무(三無)니 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먼저 나오는 본향당이다. 일본으로 떠난 제주도민이 돌아와서 가장 먼저 찾는 곳이자 마음의 고향 역할을 하는 그곳 말이다. 그리고 이것을 제주출신 재일교포 공덕비와 연결해서 풀어낸 것은 어떻게 보면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있지만 가슴 한켠에 진한 여운과 감동은 남겨준다. 고향을 떠난 사람들 가슴 한 곳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이자 행복인지를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지금 고향을 떠나 살고 있는 나에게 그런 곳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쉽게도 그런 곳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오름이 멋진 풍경과 함께 새롭게 다가오면서 다음에 제주를 방문하면 꼭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면 돌하르방은 기존 인식을 깨트려주었다. 그냥 무심코 쳐다본 돌하르방은 언제나 같은 모습이라고 생각했는데 각각 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코 지워지지 않는 현대사의 비극은 제주인의 삶에 큰 아픔을 남겼고 지금도 그 아픔은 진행 중인 듯하다. 아마 그 시기를 경험하고 그것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들은 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는 쉽게 잊혀지지도 않고 치유되지도 않을 것 같다.

 

한 학자가 이 책에 나오는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그러니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 전문가들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존재한다. 국적도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도 있다. 이들의 연구와 열정이 있었기에 이런 저작이 나왔다. 저자가 이것을 책 마지막에 간략하게 다룬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것은 제주도를 좀더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 안내서 역할을 한다. 이제 겨우 한 번, 그것도 20년도 전에 갔다 온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우습지만. 앞으로 개인적으로 몇 번이나 더 제주도를 다녀올지 모르겠지만 아마 이 책은 흔히 하는 뻔한 말로 ‘가슴 한 곳에 자리 잡고 거기를 가야하지 않겠냐’고 말할 것 같다. 불과 1~2개월 전에 다녀온 직장 동료와 곧 다녀올 동료가 갑자기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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