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여행자
박준 지음 / 삼성출판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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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은 내가 처음으로 배낭여행 간 곳이다. 그 이전에 간 여행은 패키지나 반패키지였다. 친구와 함께 간 방콕은 살짝 두려운 공간이었다. 가기 전 혼자서 태국 관련 사이트를 뒤지면서 갈 곳과 동선을 짠다고 고생했다. 그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패키지 그것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 여행을 통해 자유여행의 즐거움을 발견했다. 그리고 혼자 혹은 같이 가는 여행에서 여행사 가이드는 사라졌다. 물론 현지에서 필요에 따라 가이드 관광을 한다. 그것은 일정 중 하루 이틀 정도에 불과하다. 그 자신감을 만들어 준 곳이 바로 방콕이고 태국을 여행할 때마다 경유하면서 머물던 곳이다.

 

방콕을 두 번째 갔을 때 노선도 모르면서 버스를 탔다. 혼자 다니는 여행이라 무작정 탔다.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내리는 곳이 어딘지 몰라 방황하고 졸다 깨면 깜짝 놀라곤 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방콕은 알 수 없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이 자신감은 다음 여행에서 산산조각 나지만 익숙한 그 무엇을 만들어줬다. 그리고 방콕에 가면 꼭 가는 곳과 새로운 경험을 찾는다. 이 경험은 무심코 지나간 곳에서 보통 생긴다. 나보다 먼저 다녀간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간 경우가 태반이다. 그렇지만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오만과 착각과 부정확한 정보로 많은 착오를 겪어야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만큼의 경험과 정보를 얻게 되었지만.

 

저자 박준은 <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로 소위 말하는 대박을 쳤다. 나도 한 권 가지고 있다. 이 책을 샀을 때는 카오산 로드를 몇 번 다녀왔기에 바로 읽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자주 갔던 태사랑 사이트에서 얻은 정보만으로도 충분했던 것도 하나의 이유다. 그런데 이번에는 방콕에 장기간 머물면서 그 경험을 책으로 내었다. 가끔 장기 체류자가 거주자가 글을 올리지만 단순한 감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책은 전문 여행 작가가 이런저런 이유로 7개월을 산 것이다. 며칠 휴가 내어 다녀가는 여행자가 경험하지 못할 것이 담겨 있을 것이란 기대가 강했다. 여기에 좋아하는 방콕이다. 그러니 그냥 지나가기 힘들다.

 

내가 얻은 방콕의 정보 중 많은 부분은 첫 여행을 간 푸켓의 가이드에서 비롯했다. 그때 얻은 지식은 이후 얻은 지식에 덧붙여줘 태국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짧은 여행은 태생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곳에 가기 전 가고 싶은 곳을 정하고 그곳으로 갈 생각만 하기 때문이다. 그 나라 문화를 단편적으로 얻고 동선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짜기 때문에 새롭고 신선한(?) 경험을 하기 쉽지 않다. 물론 좋은 사이트에서 몇 가지 정보를 얻어 관광객 대상이 아닌 곳을 방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 역시 수박겉핥기다. 이것은 7개월 머문 저자도 어쩌면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것을 피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현지인의 안내인데 이 책에서 D는 아주 좋은 역할을 한다.

 

아무리 좋은 현지인을 사귄다고 해도 그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풀어내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자기 나라의 문화나 생각이 글 속에 드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성공적이다. 수많은 장소를 방문하지만 그곳의 단순한 분위기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거나 운영하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그들의 철학을 듣고 오기 때문이다. 아마 그가 간 곳 중 몇 곳은 그냥 무심코 지나간 곳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 번도 가보려고 마음먹지 않거나 몰랐던 곳도 나온다. 이 장소는 읽으면서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원초적인 감정과 함께 도시 이미지를 떠올려준다. 당연히 기존 이미지와 충돌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다시 방콕은 되살아난다.

 

단순히 장소와 사람 이야기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곳에 사는 사람과 문화다. 특히 우리와 다른 문화다. 현지인과의 대화를 통해 드러나는 태국 하이쏘의 생활은 상상을 초월한다. 방콕의 홍수로 큰일이 난 것처럼 방송에서 말할 때 이 도시 사람들이 어떤 놀이를 했는지 보여줄 때 언론이 얼마나 흥미위주인지 알려준다. 압도적으로 낯선 곳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 그와 나의 감성이 어떤 부분에서 같은지, 차이가 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들려주는 공간과 사람들 이야기는 내가 본 방콕이 관광객을 위한 방콕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는데 몇 개월 머물면서 낯선 곳을 방문하고 그 나라를 하나씩 배운다면 어떨까? 이것을 보면서 한국 장기 체류 외국인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언제나 머릿속에 있는 동남아 장기여행이 다시 꿈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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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 룩 어웨이
린우드 바클레이 지음, 신상일 옮김 / 해문출판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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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이 진짜 그 사람일까? 이 소설은 바로 사랑했던 한 여인의 실종에서 모든 것이 시작한다. 그녀의 실종이 누군가의 음모에 의한 것이란 의심이 생길 때, 그 의심이 자신이 쓰고자 하는 기사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할 때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믿고 있던 일상에 균열이 생기지만 그것을 의심하기는 힘들고 잃어버린 사랑으로 아파한다. 그리고 드러나는 진실은 가속도를 붙이면서 이야기 속으로 단숨에 독자를 끌고 들어간다. 너무나도 잘 짜인 구성과 반전은 인간의 허약한 감정에 불을 붙이고 욕망과 감정 사이에서 춤춘다.

 

아내 잰과 함께 아이 이썬을 데리고 놀이공원에 놀러갔다. <스탠다드>의 기자 데이빗은 이 일이 있기 며칠 전 사설 감옥업체로부터 접대를 받은 정치인에 대한 기사를 쓰려고 했다. 당연히 이 사실을 알게 된 정치인과 업자로부터 공격이 들어온다. 이런 일상 속에 아내는 심각한 우울증 증세를 보여준다. 그녀를 사랑하는 데이빗에게 이것은 큰 걱정이다. 자살 시도 있었다는 사실은 그를 겁먹게 만든다. 이런 위험을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놀이공원에 간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아내가 사라진다. 이전까지 깔아놓은 설정을 보면 그의 적이 아내를 납치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새롭게 시작한다.

 

사랑하고 믿었던 아내와의 일정과 일상이 하나씩 부정될 때 이 실종의 제1용의자는 남편이 된다. 모든 증거가 가리키는 것은 데이빗이다. 그가 알고 말한 것들이 거짓이 될수록 혐의는 높아진다. 이런 것과 상관없이 그는 자신만의 추적을 시작한다. 그 하나가 아내가 숨겨놓았던 출생증명서다. 이 증명서를 통해 그녀가 숨겨놓았고 죽었다고 말한 부모를 찾아간다. 그리고 드러나는 진실은 그가 알고 있던 아내가 아니라는 것이다. 증명서 속에 아이는 이미 죽었다. 그럼 그녀는 누굴까? 이때 그녀의 정체를 깨닫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왜? 에 대한 답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의문도 곧 풀린다.

 

데이빗을 통해 그녀의 실체가 하나씩 밝혀질 때, 형사 덕워스를 통해 데이빗에 대한 의혹이 심해질 때 잰은 다른 남자 드웨인과 함께 달아난다. 놀랍다. 사랑 때문인가? 이런 의문은 곧 사라진다. 이런 진솔하고 열정적인 감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답은 돈이다. 한 남자를 만나 아이까지 낳은 그녀가 모든 것을 버리고 선택한 것은 바로 돈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다이아몬드다. 불법 다이아몬드를 중간에서 강탈해 한몫 잡으려고 한 것이다. 자신이 낳은 아이까지 포기할 정도로 감정이 메말라버린 그녀를 채운 것은 거액의 돈에 대한 욕망이다. 이것이 가능할까 고민할 새도 없이 이야기는 빠르게 진행된다.

 

데이빗과 덕워스가 합법의 공간에서 움직인다면 잰과 그녀를 쫓는 살인자 오스카 파인은 어둠속에 서 있다. 잰이 자신의 존재를 지우고 새로운 신분으로 바꾸기 위해 깔아놓은 설정은 남편 데이빗을 압박한다. 이 설정을 철저하게 따라가는 인물이 형사 덕워스다. 증거와 증언이 엇갈리면서 분명하게 하나의 사실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설계한 잰은 오스카가 언젠가 찾아올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살았다. 이 공포가 위장을 위한 데이빗과의 결혼과 이썬의 출산으로 이어졌다. 정말 독하고 대단한 여자다. 엄청난 연기다. 이 연기는 드웨인의 출소와 함께 끝나고 그녀를 사로잡은 욕망을 위해 달려간다.

 

소설은 사랑과 감정이 사라진 곳을 채운 욕망과 단순한 욕망으로 가득하다. 진실은 숨겨진 채 보여주고 싶은 것만 다른 사람이 보게 만든다. 속이는 자와 속는 자 사이에 놓인 사실은 너무나도 모호하다. 이 모호함은 믿고자 하는 것만 믿는 사람들이 본 것 때문이다. 이것을 벗겨낸 사실들은 냉혹하다.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독자조차 이런 일이 가능할까 물을 정도니 당사자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반응이다. 속고 속이고 쫓고 쫓기는 과정 속에 하나씩 깔아놓은 설정은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마지막으로 달려갈수록 몰입도는 놓아진다. 올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멋진 미스터리 소설 한 편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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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 까닭에 - 21년차 인권활동가 12년차 식당 노동자 불혹을 넘긴 은숙씨를 선동한 그이들의 낮은 외침
류은숙 지음 / 낮은산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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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참 힘든 단어다. 이 단어를 자주 사용한 것은 학교 선생인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다. 요즘 선생 노릇하기 힘들다고 그들이 말하면서 학생들의 문제를 말할 때 교권보다 인권이란 말은 했다. 이 책에서도 잠시 나오지만 선생들이 학생들에게 주인이라고 말할 때는 보통 일을 시킬 때다. 학교란 공간에서 가장 약자는 학생인데 자신들의 위치가 잠시 침해당했다고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았다는 옛 이야기를 갖다 붙이는 것을 보면 열불이 났다. 자신들의 책상 정리도 쓰레기통도 버리지 않는 그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 당시 나에게 인권이란 피상적인 것이었다. 옛날 학창시절 선생들에게 받은 불합리하고 폭력적인 행동의 영향 아래 있었다. 선생들이란 존경의 대상이 아니었다. 최소한 내가 경험한 선생들은 그랬다. 그들이 뒤집어쓴 선생의 껍질을 벗어던질 때 그냥 보통의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성향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러니 선생이란 존재를 존경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제도 교육 아래 대부분 학생들은 선생을 존경하도록 강요받는다. 좀 확대해석하면 박정희를 찬양하는 그 시대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저자는 인권을 ‘헤쳐 모여’라고 정의한다. 개인과 연대에 대한 이야기다. 사회는 ‘우리’를 강조한다. 어릴 때 ‘우리’라는 단어가 좋은 것이라고 배웠다. 이 ‘우리’라는 단어 속에 ‘나’라는 존재도 포함되어 있지만 일상적으로 우선되는 것은 늘 ‘우리’다. ‘나’를 앞세우면 이기적이라면서 비난한다. 이 ‘우리’를 위해 개인들은 억눌리고 억압당하고 소외된다. ‘나’로 있고자 하면 꼭 ‘우리’란 울타리 속에 집어넣고 자신들의 ‘우리’를 강요한다. 이때 ‘우리’는 개인들의 ‘나’가 모여 만든 ‘우리’가 아니다. 소수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욕망이나 바람을 담아낸 ‘우리’다. 그래서 ‘우리’가 싫다. 하지만 ‘나’가 함께 모여 ‘나’를 인정하고 함께 나간다면 어떨까?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많지 않은 분량이라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단숨에 읽으려고 했지만 읽으면서 몇 번 쉬어야 했다. 어려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무거워서 그랬다. 평등과 연대라는 단어가 피상적으로 먼저 다가왔고, 그녀가 경험한 현실들이 나의 가슴속으로 와 닿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것은 내가 실천으로 옮기지 않고 입만 주절거린 것과 비슷한 거리다. 약간 위안을 삼는다면 인권활동가인 그녀조차 일상 속에서 완벽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뭐 비겁한 변명이지만. 하지만 그녀가 만난 사람들 이야기는 그냥 무심코 스쳐지나간 뉴스가 아닌 한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었다. 여기서 배우고 깨달은 것이 바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최소한 이런 사실도 모르고 사는 것보다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며칠 전 미국 학교 총기 사고가 났을 때 미 총기협회 회장이 한 말이 갑자기 떠오른다. 총을 가진 나쁜 사람을 막기 위해 총을 가진 좋은 사람을 학교에 두자는 말이다. 이때 바로 떠오른 것은 총을 없애면 되는데 하는 생각이다. 자신이 가진 권력이나 지위나 이익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가 내뱉은 그 말은 우리의 삶속에 너무 자주 등장한다. 그들에게 복지도 마찬가지다. 복지와 치안 문제로 넘어가면 권력자들이 어떻게 이 상황을 인식하고 풀려고 하는지 잘 드러난다. 성폭력자에 대한 대응으로 거세나 사형이란 극단적 방법을 내세우는 현실을 생각하면 된다. 여기에 우리도 공포나 혐오 등으로 이에 동조한다. 부끄러운 현실이다. 이런 감정과 느낌이 잘 지워지지 않는 것은 나 자신의 노력이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그 동안 받은 교육과 언론 매체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많은 이야기 속에 가슴 뜨끔한 것 하나 말하자. 우리 안의 투명인간이 보이지 않는가? 하는 장에서 ‘자기 인생에서 소중하게 만난 인연, 귀하게 여기는 사람 이름을 열 명만 써 보세요?’란 물음이다. 쉽게 떠오르는 이름이 많지 않다. 그런데 이 이름 속에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있습니까? 당신과 다른 수준의 학력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까?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사람, 성적 지향성이 다른 사람은요? 당신과 국적이 다르고 피부색이 다른 사람은 있나요?’라고 물었을 때 나의 삶의 한계와 인식이 얼마나 협소하고 편협했는지 그대로 드러났다. 이런 환경 속에서 행동과 실천과 인식이 넓혀지기는 쉽지 않다. 간접 경험을 통해 얻게 된다고 하지만 허상이거나 거짓일 경우가 더 많다. 이것은 인권활동가인 저자도 가끔 보여주지 않는가? 하물며 그냥 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나라면? 부끄럽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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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경제학 이타적 경제학
데이비드 보일 & 앤드류 심스 지음, 조군현 옮김 / 사군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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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경제학’에 대한 책이다. 기존 정통경제학이나 마르크스 경제학이 아니다. 저자들은 “‘새로운 경제학’은 기본적으로는 불평등을 해소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목적도 있지만, 또한 경제학 자체를 넘어서 사상의 체계를 통째로 새롭게 바꾸는 거대한 담론을 담고 있다.”(8쪽)고 말한다. 도덕 철학, 경제학 관련 학문, 윤리학, 생물학, 심리학, 지구과학, 경제학이란 구분이 없을 정도로 거대하다. 이 경제학이 생긴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불과 수십 년에 불과하지만 현재 경제학이 풀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할 하나의 대안으로 공부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모두 열 장으로 나눠 이 ‘새로운 경제학’에 대해 설명한다. 이것은 동시 현재 경제학이 가지고 있는 모순과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기도 하다. 각 장은 하나의 경제 용어를 앞에 내세우고 이에 대한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다만 1장과 10장만이 의문이 아닌 정의로 시작한다. 그것은 이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기 때문이다. 현실에 대한 인식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전체 틀을 만들고, 그 속에 각각의 현실 문제를 해설하면서 새로운 경제학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1장이 ‘뿌리 : 경제학이 문제다’인데 현재 내가 느낀 우리 경제체제에 대한 의문을 풀어준다. “즉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은 구조적으로 힘 있는 부유층들의 잘못은 관대히 눈감아 주고, 그들이 겪는 고난의 시기에는 바람막이가 되어 주고, 그들의 꿈과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자금까지 대주지만, 세상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빈곤층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문제는 진지하게 다루어지지 않는다.”(18쪽) 이 문장을 읽을 때 왜 그렇게 많은 경제나 경영 실패에도 불구하고 거액 연봉자나 재벌들은 살아남고, 노동자는 실직과 저임금 등으로 고생하며 생계를 위협받게 되는지 분명하게 깨닫게 되었다.

 

이어지는 각 장들은 경제용어를 현실과 연결시켜 질문하는 방식으로 하나씩 풀어낸다. 가치에 왜 태평양의 가난한 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할까? 의문을 품고 이에 대한 해답을 찾는 방식이다. GDP에 대한 환상을 산산조각내면서 왜 GDP가 증가하는데도 우리의 삶은 좋아지지 않는지 설명해준다. 국내총생산이 늘어났다고 해도 국민 개개인의 부가 증가하지 않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통계와 분석이 새롭게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려준다. 화폐에서는 왜 중국은 미국의 이라크전쟁에 돈을 쓰는가? 인데 <화폐전쟁 4>에서 읽은 내용이지만 간략하게 요약되어 복습하는 느낌도 들었다.

 

시장의 장에서 왜 런던 시내의 평균시속은 항상 12마일인가? 하고 물을 때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고, 삶의 질에 내가 만족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공부가 더 필요하다. 삶의 장에서 왜 우리는 중세의 농부들보다 더 오래 일을 해야 하는가? 말할 때 안타까웠다. 더 많은 일을 하지만 삶이 결코 더 풍족해지지 않는 상황이 느껴졌고 또 한 번 삶의 질을 생각하게 되었다. 더 많은 소비가 만들어낸 더 많은 일이 과연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가 하는 의문도 강하게 들었다. 주당 근무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늘이는 방법에 대한 좀더 현실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돈이 있어도 제대로 여행 한 번 떠나지 못하는 현실을 주변에서 볼 때가 자주 있다. 물론 반대가 더 많지만.

 

저자들은 이렇게 경제용어를 질문으로 연결하고 이에 대한 해답을 풀어준다. 몇몇 부분에서 나의 인식이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 또 몇몇은 이런 방식이 과연 현실적으로 실현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한다. 이기적이고 파괴적이면서 경쟁우선적인 현실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지만 삶의 질이나 미래를 생각할 때 이 ‘새로운 경제학’이 좀더 많은 학자들의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낀다. 이것은 저자가 “‘새로운 경제학’의 핵심은 경제학의 근본에 대한 비판 사상이다. 즉 물질적 부와 진정한 부 사이에 놓여 있는 거리를 좁히기 위해 좀 더 근본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하려는 것이다.”(30쪽)란 부분에서 그대로 알 수 있다. 그리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이 ‘새로운 경제학’이 널리 읽히고 연구되어 지구 문제를 좀더 잘 해결해줬으면 한다. 여기에 나 개인의 노력도 보태져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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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미라에게 장미를 황금펜 클럽 Goldpen Club Novel
노원 지음 / 청어람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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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노원의 소설을 읽었다. 90년대 중반에 읽고 처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사이 소설이 계속 나온 모양인데 한국 추리소설을 거의 읽지 않은 최근 사정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다. 다행이라면 요즘 한국 추리소설을 조금 더 읽으면서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 이 작품이 이 신뢰에 도움이 되었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아니라고 말하겠다. 세계적인 걸작이나 수작보다 떨어지는 것은 둘째로 하고라도 며칠 전에 읽은 <블랙>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늘 말하지만 이것은 나의 개인적 의견이다.

 

한국형 여형사 최선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리즈 중 최근작이다. 이전 작품을 읽지 않아 최선실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모른다. 하지만 시작 부분에 그녀의 사랑과 삶의 일정이 간략하게 나와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20대에 강력계 팀장이란 놀라운 실적을 쌓은 것에 그것이 가능한지 의문이 생긴다. 이것은 나중에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면 서장이 일계급 특진을 말하는 부분에 도달하면 더 심해진다. 작가가 나보다 더 많은 연구와 조사를 했을 테니 물론 가능할 것이다. 아니 소설이니 더 가능하다.

 

소설은 팔레스타인의 가장 전투적인 과격집단 ‘국제 이슬람 해방 전선’이 5개국의 공항을 테러하는 뉴스를 보도하면서다. 이중에서 파리 드골 공항의 격전은 프랑스 대테러기관 DST의 압승으로 끝난다. 대부분 테러리스트가 죽지만 라니아 살레라는 여성 테러리스트는 생포한다. 그런데 이 테러집단의 공격 대상 중 한 곳이 한국 인천공항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다행히 대상이 아니다. 이 공격을 통해 팔레스타인과 프랑스의 두 여자 수장이 등장한다. 이 둘은 이제 한 명은 반드시 죽어야 하는 상황에 돌입한다. 이런 상황에 프랑스 대통령과 영부인이자 DTS의 수장 시몬느 비올레가 한국을 방문한다.

 

국제 이슬람 해방 전선을 이끄는 인물은 여자인 사미라다. 그녀는 드골 공항에서 벌어진 DST의 참혹한 학살에 대한 보복을 맹세한 상태다. 그 첫 번째 대상은 시몬느다. 이런 테러리스트의 위협에 아랑곳하지 않고 프랑스 대통령과 시몬느는 한국으로 여행을 온 것이다. 일정을 보면 거의 신혼여행 수준이다. 방한한 시몬느의 이력에는 문학적 성공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 때문에 종로에 있는 한 여대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미 사미라가 죽음을 선고한 상태라 한국 경찰의 경호가 필요하다. 그런데 갑자기 시몬느가 일정을 변경한다. 다행스럽게 처음 예정인 곳과 멀지 않다. 평온한 환경 속에 그녀를 보기 위해 간 곳에서 시몬느를 향해 총탄이 날아온다. 첫 발은 다행히 실패다. 그 다음 총알은 그녀를 구하려고 한 최 형사의 몸에 박힌다. 다행히 방탄 조끼 때문에 생명을 구한다.

 

이 소설은 시몬느를 죽이려는 사미라의 계속된 시도를 다룬다. 이 시도를 막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최선실이다. 한 나라의 영부인이 죽을 수도 있는 급박한 상황인데도 이 소설에서는 그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종로 경찰서 내부의 알력과 질투는 감정의 폭발로 이어지고 유치함의 극치를 그대로 보여준다. 전문 암살자를 상대하는 긴장감이 종로경찰서를 휘감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농담과 여유가 너무 넘쳐 장르를 의심하게 만든다. 누군가 먼저 지적한 오타는 읽으면서 그렇게 심하게 느끼지 못했지만 대화투나 영화나 드라마에서 끌고 온 설명이나 상황이 이야기 속에 녹아들지 못하고 겉돈다.

 

형사에 대한 선입견인지 모르지만 최선실이란 여자가 보여주는 감정의 깊이는 너무 얕다. 상황에 대해 의문을 품고 용의자를 대범하게 지적하는 것은 좋은데 모두 실패다. 그런데 마지막에 가서 그녀가 보여주는 놀라운 추리력과 분석력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전개가 아니다. 전작에서 그녀가 보여준 활약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테러리스트가 보여준 인간적 관계나 정보 등은 너무 과하거나 가볍다. 설정을 만들어 놓았지만 이것이 하나씩 풀려나간다는 느낌보다 답을 내놓고 거기에 맞춘 듯한 느낌이 더 강하다.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와의 관계를 너무 간단하고 쉽게 다룬 것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추리작가들의 이 작품에 대한 주례사 비평은 왜 한국 추리소설이 독자에게 외면을 당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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