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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밤의 새가 말한다 : 로버트 매캐먼

 절필 선언을 깨고 쓴 소설이다. 늘 흥미로운 소재인 마녀 사냥을 과연 어떻게 풀어내었을지 궁금하다. 두툼한 분량은 읽은 재미를 누릴 경우 최고의 선물이 될 듯.

 

 

 

 

  2. 노상 강도 : 에드 맥베인

  <경찰 혐오자> 다음 편이라고 하니 아직 이 시리즈를 제대로 읽지 않은 나에게 딱이다. 몇 편 읽지 않은 87분서 시리즈를 시작하기에 안성맞춤이 아닐까 생각한다.

 

 

 

3. 이 사람을 보라 : 마이클 무어콕

 예수에 관한 가장 대담하고 기발한 상상이라니 서구에서 이런 작품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작가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을 생각하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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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왕실 법정에 서다 제인 오스틴 미스터리 1
스테파니 배런 지음, 이경아 옮김 / 두드림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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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역사 속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미스터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 나온 것만 봐도 단테, 마키아벨리, 프로이트 등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이런 종류의 소설은 기본 조사가 충실하지 않으면 허술한 전개와 설정으로 이어지면서 황당한 이야기로 변한다. 물론 잘 쓴다면 재미있다. 하지만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그 가능성은 엄청 낮다. 그런데 이번에는 19세기 영국 여성 소설가 제인 오스틴을 탐정역으로 내세웠다. 얼마 전 <오만과 편견>을 좀비물로 바꾼 소설이 나온 것을 감안하면 조금 충격이 약하다. 뭐 출간 순서를 생각하면 이 소설이 먼저 나왔지만.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풀어낸다. 작가는 제인 오스틴이 살던 시대의 세부 묘사를 충실히 재현한다. 물론 실제 있었던 사건을 엮어서 미스터리로 만든 것은 아니다. 단지 그녀가 살던 시대와 인물들을 빌려와 장르에 맞게 바꿨다. 이 과정에 시대적 한계를 일반적으로 그대로 적용한다. 사람들의 인식이나 법률적 사회적 한계를 알려주고, 그 속에서 정보를 얻고 추리를 펼친다. 현대 미스터리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조금 답답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차분하게 19세기 초 영국 소설을 통해 미스터리를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는 탁월한 선택이다.

 

26살. 제인 오스틴은 해리스 빅 위더의 청혼을 거절한다. 도망치듯 스카그레이브 대저택을 방문한다. 최근에 결혼한 스카그레이브 백작 부인 이소벨 페인의 초대로 왔다. 축하 무도회는 성대하게 펼쳐진다. 이 무도회에서 스카그레이브 백작의 조카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그가 죽으면 백작의 작위를 물려받을 사람들이다. 그들은 현재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졌거나 성직자가 되고 싶거나 군 장교로 살고 있다. 각각 다른 매력을 지닌 이들은 백작이 갑작스럽게 죽는 순간 모두 용의자로 변한다. 처음에 백작의 죽음은 병사처럼 보였다. 이소벨에게 이상한 편지가 오고 편지 보낸 하녀가 죽기 전까지.

 

백작이 죽은 것을 조카 피츠로이 페인과 아내 이소벨의 공모라고 주장하는 하녀가 있다. 그녀는 편지로 이 둘이 공모해서 백작을 죽였다고 말한다. 그녀는 이소벨과 함께 바베이도스에서 왔다. 왜 이런 편지를 쓴 것일까? 당연히 이 여자 뒤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굴까? 이 소설의 추리 핵심은 그녀 뒤에 있는 누군가를 찾는 것이다. 제인을 통해 사건을 조사하는데 그 과정에 가장 유력했던 용의자들의 알리바이와 의심이 하나씩 사라진다. 정보가 새롭게 나올 때마다 일희일비한다. 그러다가 이 모든 의심을 불씨를 던진 하녀 마르게리트가 살해된다. 이 시체를 제일 먼저 발견한 인물은 불행히도 제인 오스틴이다. 그녀가 발견한 증거는 모두 이소벨과 피츠로이 페인에게 불리한 것들이다.

 

가장 의지하던 남편이 죽은 후 살인자 취급을 당하는 이소벨이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인물은 제인이다. 그녀에게는 이제 하나의 임무가 주어진다. 친구 이소벨을 구하라는 것이다. 치안판사가 아버지 친구인 윌리엄이지만 이것만으로 살인 사건을 묻어버릴 수는 없다. 하녀의 편지와 제인이 발견한 증거물과 집에서 발견된 또 다른 증거물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이소벨과 피츠로이를 가리킨다. 이들을 구하기 위한 탐정 제인이 활발하게 움직인다. 귀족인 이들의 재판을 위해 왕실 법정까지 열린다. 런던으로 옮긴 후 또 다른 정보를 얻게 되고 진실에 한 발 더 다가가게 된다.

 

중반까지 미스터리 분위기보다 오히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그 시대 속에 풀어낸 느낌이 더 강했다. 그녀와 그녀 작품에 대한 이해와 정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은근한 로맨스와 엇갈린 사랑 등이 펼쳐지고, 절제된 감정과 심리 묘사가 표현된다. 사랑보다 조건을 먼저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과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식들의 대립은 여전히 강하다.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 제인을 통해 알려줄 때 이 시대 젊은이들이 겹쳐보인다. 개인적으로 미스터리를 뺀다고 해도 재미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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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파맨이 간다 - 제7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대상작
황규원 지음 / 노블마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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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대상 작품이다. 표지만 놓고 보면 참 촌스럽다. 이 촌스러움도 옴파맨으로 가면 더 심해진다. 물론 여기에는 나의 오독이 큰 힘을 발휘했다. 장미하관이 부른 <오빠라고 불러다오>의 이미지가 겹친 것이다. 찬찬히 읽으면 옴파맨이 잘 보이는데.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변두리 인생의 SF 활극이란 소개는 그 흔한 맨들 중 한 명으로 다가왔다. 수퍼맨이나 스파이더맨이나 배트맨처럼 옴파맨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했다. 각성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판타지 장르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런 저런 상상을 하면서 읽은 이 소설은 조금 혹은 아주 많이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옴파맨이 무엇인지 말하기 전에 주인공 장호준의 일상이 나온다. 조그만 IT회사에 평범한 실력을 가진 회사원이다. 이때 세상을 뒤흔드는 카멜레온 바이러스가 나타난다. 코드 분석이 전혀 되지 않아 백신을 만들지 못한다. 평범한 실력의 장호준이 백신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그 불가능한 일이 가능해진다. 꿈속에서 악어의 도움을 받아 바이러스 백신을 만든 것이다. 세상의 날고 긴다는 전문가들이 못한 일이다. 엄청난 일을 해내었지만 회사는 이것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다. 켕기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 장호준의 일상을 깨트리고 모험 활극 속으로 몰아넣는 일이 생긴다.

 

장호준을 잡으려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경찰청의 사이버수사대를 사칭한다. 처음에는 조폭 생활하다 도망간 동생이 속했던 조직 상조회를 의심했다. 그런데 두 팀이 등장하면서 헷갈리기 시작한다. 그를 강탈하려는 두 조직 사이로 도망간다. 숨지만 그들은 그를 금방 찾아낸다. 이때부터 그의 모험 활극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소박한 샐러리맨이 잡히지 않기 위해 옥상을 뛰어넘고 도로를 달린다. 그러다 매연을 심하게 풍기는 한 스쿠터맨의 도움으로 달아난다. 우연이 두 번 연속으로 겹치면 인연이다. 이 인연으로 그는 두 조직의 정체를 알게 된다. 그리고 왜 그를 납치하려고 하는지도.

 

스쿠터맨을 통해 인류의 역사는 새롭게 구성된다. 알파와 오메가라는 두 단체가 나오고, 이 사이에 수퍼옴파를 가진 옴파맨들이 누구였는지 알려준다. 가까이는 히틀러, 좀더 가서는 징키스칸이다. 물론 조용히 사라진 수퍼옴파도 있다. 수퍼옴파를 가진 사람이 자신들의 조직을 위해 힘을 쓰면 힘의 추가 기울게 된다. 알파와 오메가가 그를 납치하려는 이유다. 알파와 오메가들은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능력으로 지금까지 세상을 암암리 지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실체는 사람이 아니다. 단지 사람의 형상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런 놀라운 사실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평범한 시민의 평범한 소원은 그가 예상하지 못한 잠재능력 때문에 깨진다. 능력을 각성하기 위해 게임에 빠져들기도 하지만 현실에서 힘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이 와중에 세계를 지배하는 두 세력에 대한 설명과 그 존재들의 역사가 흘러나온다. 그 흔한 음모론보다 거대한 설계다. 하지만 이 설정이 문학 소설가의 상상력이 갇혀 있다. 마구 뻗어나가지도 못하고 억눌려 있다. 만화적 상상력으로 앞으로 나가야 하는 시점에 소설가의 시선으로 살짝 숨을 고른다. 개인적으로 빠르고 재미있게 읽은 와중에 어딘가에서 막힌 느낌이다. 마지막 장면은 옴파맨의 탄생을 보여주는 듯한 설정인데 너무 낯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풋하고 웃게 된다. 평범한 한 회사원의 각성은 유쾌하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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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웃어줘 라오스 - 칫솔을 선물하러 떠난 청년의 777일간의 라오스 체류기
오동준 글.사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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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는 개인적으로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있으면 가장 가보고 싶은 동남아 여행지 중 일순위다. 그중에서도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루앙프라방이다. 몇 년 전부터 이곳은 휴가를 길게 내어 다녀오고 싶었다. 일상은 이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나의 욕심이 과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최소 일주일 정도의 시간만 계속 생각하니 쉽게 가지지가 않는다. 그러다가 가끔 읽게 되는 라오스 관련 여행기 등은 그곳 이외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욕심은 더 긴 시간을 들여 여러 곳을 둘러보고 싶게 만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저자가 그곳에서 보낸 777일간의 체류는 부럽기만 하다. 실제 들여다보면 나의 부러움이 굉장히 피상적이란 것이 쉽게 드러나지만.

 

저자는 KOICA 요원으로 군복무 대신 라오스에 왔다. 2년 동안 방비엥 중학교 체육교사로 활동한다. 그냥 시간만 보내고 그 나라를 여행하면서 지낼 수도 있지만 그는 굉장히 활동적이면서도 적극적으로 현지에 동화된다. 라오스 말과 문자를 열심히 배우고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그 사회에 발을 깊게 들여놓는다. 학생과 친해지기 위해 사진을 찍어 이름을 외우고, 체육 교재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 첫 단계로 라오스 말을 배우는 것인데 나중에 외국친구가 그곳에서 본 외국인 중 가장 라오스 말을 잘한다고 칭찬할 정도다. 이런 노력은 그의 글과 사진 속에 잘 녹아있다. 아마 이와 같은 생활이 계속 되었기에 한국 치과 의사와의 대화 후 치카치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표지에 나오는 치카치카 프로젝트가 이 책의 핵심이 아니다. 이 프로젝트는 그의 복무 끝 부분에 오지의 라오스 소수부족을 돕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시작한 것이다. 콜라나 나쁜 과자 등을 먹으면서 아이들의 이가 급속하게 썩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사실 책을 읽기 전 이 프로젝트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의문이었다. 그도 한때 이런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피터의 물결 파문 이야기는 현실을 똑바로 보고 앞으로 나가게 하는 힘을 주었다. 현재까지 모두 네 번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라오스 뿐이었지만 그의 영역은 더 넓어질 모양이다.

 

저자가 라오스 사람들을 보고 많이 하는 말이 있다. ‘착하다’는 말이다. 얼마 전 라오스를 길게 여행한 한 여행자가 속된 말로 돈맛을 알게 된 라오스 사람 이야기를 하면서 모두가 착하다는 환상을 깨트렸지만 실제 그가 만난 수많은 라오스 사람들은 친절하고 착했다. 아마 이것은 그가 라오스에 장기간 살았고 라오스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짧게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어딘가에서 이런 사람을 노리는 라오스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은 전 세계 어디를 가도 항상 있다. 몇몇 나쁜 사람들 때문에 전체를 매도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실제 그곳을 다녀온 사람들은 아직 자본주의 물을 덜 먹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더 빨리 가보고 싶다.

 

많은 외국 체류기가 그곳을 칭찬한다. 나쁜 인상이 강했다면 아마 책으로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살면서 겪었던 문화의 충돌을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많이 나온다. 왜 1등에게만 상품을 주는가 하는 물음처럼. 모두가 노력한 것을 감안하면 이런 불평이 나올 만 하다. 우리는 이것을 당연히 생각하고 있는데 그만큼 경쟁 속에서 살면서 당연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제일 앞에 나오는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완주라는 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속도 속에 놓치는 수많은 즐거움과 의미는 포기라는 방식으로 표현된다. 곳곳에 우리의 방식으로 그 나라를 보는 저자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것은 나의 시선이기도 하다. 라오스 사람들의 삶은 급하게 변하고 있다. 이들의 하얀 미소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치카치카 프로젝트가 더 발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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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고전 : 한국편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김욱동 지음 / 비채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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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전도사 역할을 해온 저자의 총결산 책이다. 한국편, 동양편, 서양편 세 편으로 나누어 출간될 예정이다. 이번 책은 한국편이다. 사실 한국의 환경 관련 서적을 거의 읽은 적이 없다. 나의 관심 분야가 아닌 것도 있지만 읽은 것 대부분 외국 번역본이었다. 아니면 나의 무지 탓에 읽으면서 그 가치를 전혀 몰랐을 수도 있다. 그 무지를 제대로 경험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29편의 한국 고전을 통해 녹색, 즉 환경 문제를 풀어내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많은 글들이 현재까지 한 번쯤 읽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시조에서 시작하여 천도교의 법설을 거쳐 시나 유행가 등에서도 환경 문제를 찾아내 그것을 해석한다. 그 해석을 읽고 있으면 여태까지 내가 생각하지 못한 삶과 사회와 철학의 문제를 엿볼 수 있게 된다. 물론 이 해석이 전적으로 나와 맞는 것은 아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너무 자의적인 해석이 아닌가 하는 부분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 인식과 해석을 가장 작은 것까지 확장한 것은 정말 배운 바가 많다. 특히 무심코 지나간 수많은 문장과 책들을 하나씩 풀어내었을 때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에 나올 동양편과 서양편이 벌써 기대된다면 너무 심한 오버일까?

 

구성은 간단하다. 먼저 인용할 한국 고전이나 법설이나 시조 등을 전문 혹은 부분적으로 쓴다. 그리고 이 글을 쓴 사람에 대해 간략한 약력을 설명한다. 이어서 앞에 나온 인용문을 하나씩 생태학적으로 풀어낸다. 그런데 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과정이 상당한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이어진다. 이 분야의 엄청난 내공이 없다면 결코 다룰 수 없는 것이다. 하나의 글이나 인용이 저자의 해석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다. 흔히 깊이 파고들 때 경험하는 학문과 관심의 가지치기가 그대로 펼쳐진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흔한 말이 그대로 적용된다.

 

지구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지구 생태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은 사람들의 편리와 자본주의 이익이란 거센 바람 앞에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나 자신도 편리함에 매몰되어 있다. 선조들이 쓴 글에서 이를 잡아 죽이지 않고 놓아주는 장면을 읽을 때 공생이란 단어가, 새로운 짚신을 신고 다니면 조그만 생명도 밟아 죽이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할 때는 피를 빠는 모기를 때려잡지 않으려는 스님들의 의지가 떠올랐다. 창세무가가 성경의 창세기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할 때 살짝 의문이 생기지만 벌레를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구나 하고 놀라게 된다.

 

최시형의 <향아설위> 해석을 읽으면서 제사를 이렇게 혁명적으로 해석할 수 있구나 하고 감탄했다. “제사를 받들고 위를 베푸는 것은 그 자손을 위하는 것이 본위”(216)라고 했을 때 우리가 제사 지낼 때 가지는 속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것을 생태와 환경으로 확대하면 우리는 자손을 전혀 위하지 않는 선조가 된다. 또 이 철학은 ‘지금 그리고 여기’로 풀어내는 현실주의적 사상이다. 천도교의 종교적인 색채를 걷어낸다고 해도 이 부분은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생각거리를 저자는 곳곳에 풀어내었다. 읽으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생각하게 만든다. 실천까지 갈 길이 아직 많이 남았지만 조그만 발걸음 한 발은 내딛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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