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의 저주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8
미쓰다 신조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붉은 눈>이란 단편집에 처음 사상학 탐정 쓰루야 슌이치로를 만났다. 사상학 탐정 시리즈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출간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사상(死相)을 보는 특별한 능력이 과연 어떤 식으로 미스터리를 풀어낼지 궁금했다. 그런데 이 소설 한 편으로 그가 어떻게 사상을 보게 되었고, 미스터리를 해결하는지 알게 되었다. 시리즈 첫 권임을 생각하면 좋은 시작이다. 그리고 이번 사건은 슌이치로가 탐정 사무소를 차리고 처음으로 의뢰받은 사건이다. 미숙한 모습이 곳곳에서 보이는데 다음은 얼마나 발전했을지 궁금하다.

 

어릴 때 이상한 경험을 한 후 슌이치로는 죽음의 그림자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이와 비슷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외할머니다. 격세유전으로 능력이 전해졌는데 그녀는 아이젠으로 불린다. 이쪽 세계에서는 상당히 이름난 인물이다. 슌이치로의 이 능력은 사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결코 쉽게 넘어갈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할머니 아이젠과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이 능력을 제한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운다. 그리고 이 능력으로 할머니에게 도움을 준다. 죽음의 상을 보는 능력은 그가 더 탁월하다. 그 외의 능력은 할머니가 압도적이지만.

 

스무 살의 슌이치로는 독립해서 도쿄에 탐정 사무소를 차렸다. 죽음의 상을 보는 특별한 능력 때문에 자신감이 가득하다. 이때 한 여자가 찾아온다. 사야카다. 탐정 사무소를 연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다. 그녀에게서 어떤 죽음의 그림자도 발견하지 못한다. 가라고 말한다. 그 후 그녀는 다시 한 번 찾아온다. 이때는 그녀에게 이상한 벌레들이 보인다. 그리고 자신의 약혼자가 죽은 이야기를 한다. 술집 호스테스 출신인 자신과의 결혼을 반대한 이리야 가 이야기와 함께. 약혼자 아키라의 사인은 급성 신부전증이다. 뭔가 수상하다. 이상한 일들도 일어난다. 집안 사람들에게 비현실적인 일들이 번갈아 가면서 일어난 것이다. 이상한 벌레와 함께 기이한 현상들이 슌이치로를 그 집으로 와서 사건을 해결하도록 한다. 이렇게 슌이치로만의 첫 사건이 시작한다.

 

이리야 가는 특이한 이력이 있는 집이다. 이 집의 가장이었던 도시카즈는 사업 실패 후 역시 급성 신부전으로 죽었다. 이전에 그는 다양한 여성과 사귀었다. 모두 열세 명의 여자다. 이 여자들이 모두 다른 직업을 가졌다. 수녀, 무녀, 비구니, 수의사, 조각가, 보모, 가수 등으로 모두 다르다. 취향이 독특한데 문제는 이들에게서 아이가 생기면 아이만 본가로 데리고 오고 여자는 버린다. 이렇게 데리고 온 아이들이 네 명이다. 본부인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죽은 아키라가 유일하다. 그리고 도시카즈가 죽은 후 이 집안에서 유일하게 돈을 버는 인물이 바로 아키라다. 그의 죽음은 유산 문제로 이어진다. 유언장은 재산의 60%가 사야카에게 가게 되어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괴현상이 집안에서 일어난다.

 

할머니와 함께 일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과신했던 스무 살의 사상학 탐정 슌이치로. 그는 환영받지 못하는 그 집에 머물면서 사건을 조사한다. 한 명씩 대화도 나누고, 집안에 이상한 것이 있는지도 확인한다. 어떤 것도 발견하지 못한다. 일자별로 각각에게 일어난 괴현상을 하나씩 기록한다. 데이터가 축적되기 전에는 어떤 규칙성도 발견할 수 없다. 어느 날 밤 이 집에서 이상한 괴물을 보기도 한다. 그것은 그가 사상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본 것이다. 그러다 한 명씩 죽는다. 가장 먼저 죽은 것은 장남인 나쓰키다. 다음은 집에서 발생한 죽음 때문에 호텔로 달아난 첫 째이자 장녀인 하루미다. 장소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얼마나 더 죽어야 그는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시리즈 첫 권이 보여줘야 하는 것을 충실히 따라간다. 미숙한 탐정과 자기 능력의 과신으로 인한 늦은 사건 처리, 사상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에피소드들. 또 괴현상을 일으키고, 초현실적인 죽음을 보여주면서 이 장르의 정체성을 분명히 한다. 사상을 보는 것은 하나의 능력일 뿐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려주면서 가장 중요한 범인 찾기를 위한 단서들을 나열시키고, 그 속에서 규칙성을 발견하게 한다. 단순히 규칙성이 드러났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반전이 있다. 이 반전이 보통의 미스터리의 겉모습과 닮았지만 그 해결방식은 다르다. 이 때문에 약간 무력해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 갈 길을 분명하게 정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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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간단한
최예지 지음 / 프로젝트A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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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삶은 어쩌면 의외로 간단한 것인지 모른다. 삶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우리들이다. 물론 이 말을 알고 이해한다고 해도 실제 삶에서 간단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없을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엮이고 꼬이고 풀리는 현실을 단숨에 간단하게 만드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머리가 이것을 이해한다고 해도 몸과 마음과 관계들이 이것을 결코 놓아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을 늘 의식하고 산다면 어떨까? 쉽지는 않겠지만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이 책의 저자가 쓴 글들을 읽다 보면 의외로 간단하게 풀어놓은 글들에 이상한 감정을 집어넣는 나의 모습들이 보인다. 나보다 한참 어린 작가의 삶이 살짝 부럽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한 장의 비행기 티켓이다. 그 유명한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갈 수 있는 비행기 티켓이다. 조건은 나중에 석 장의 산티아고 행 티켓을 다른 사람에게 공짜로 주는 것이다. 그냥 단순한 백수라면 좋구나 하고 가겠지만 그녀는 인턴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다. 대학 졸업 후 취직을 해야 하는 그녀의 입장에서 이 선택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산티아고 행 비행기에 몸을 실고 떠난다. 이 순례자의 길이 보통의 형식적인 말처럼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자신의 삶을 새롭게 보고 마음이 가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든 것은 사실이다.

 

이 책에 담긴 글들이 모두 산티아고 길에서 경험한 것을 다루지는 않는다. 약 3분의 1 정도는 산티아고를 걸었던 경험과 느낌과 생각들을 적었다면 나머지는 돌아온 후에 몇 개월 산 제주도와 그와 관련된 자신의 감정들이다.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은 그녀에게 내일이 아닌, 오늘도 아닌, 지금, 여기를 살도록 만들어주었다. 지금이 모여 오늘이 되고, 이것이 과거로 변한다. 내일은 오늘이 지나야만 오는 것이다. 이 단순한 사실을 우리는 잊고 살고 있다. 그녀가 산티아고 길을 자신의 길이 아닌 다른 사람의 길로 걸었을 때 다른 사람이 들려준 그 말들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힘든 그 길을 한 발 한 발 내딛게 만들었다. 어쩌면 지금, 여기를 살려고 했기에 무사히 그 긴 길을 마무리했는지 모른다. 물론 그녀는 말한다. 이 순례길이 자신의 삶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했다고. 다시 돌아와서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스물다섯. 이 나이라면 누구나 취직을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돌아온 그녀가 선택한 것은 제주도 게스트하수 무보수 아르바이트생이다. 6인실에서 살면서 밥을 해결하지만 블로그를 관리해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녀가 만난 제주도가 펼쳐진다. 작년에 내가 다녀온 제주도가 아닌 오랫동안 머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제주도가 하나씩 나온다. 올해도 갈 예정인 제주도에 새로운 갈 곳이 생겼다고 해야 하나. 작년 여행이 제주도 일주였다면 이번에 간다면 조금은 다른 여행을 하고 싶은데 이 책 속 장소들이 강하게 유혹의 손길을 벋친다. 단순 여행객이라면 그 매력을 충분히 누리지 못할지 모르지만 눈과 마음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작가의 글은 솔직하다. 그냥 간단하게 쓴 글들이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후 추억과 기억을 더듬어 솔직하게 적었다. 물론 이것은 그녀가 쓴 글과 사진으로 추측할 뿐이다. 하지만 자신을 숨기려고 하지 않고 내보여주려 한다. 첫 사랑, 두 번째 사랑, 그리고 아쉬운 이별 등을 그대로 적어놓았다. 그때의 감정도 역시. 자신만 보는 블로그라면 그럴 수 있지만 책으로 나온다면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기억들과 함께 사람들을 만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그녀를 투명하다고 한 것도 바로 이것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이 솔직함이 처음에는 부담되었지만 지금은 좋다. 앞으로 그녀의 삶에 어떤 힘든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녀의 힘과 좋은 주변사람들이 그것을 이겨내는데 많은 도움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일들이 의외로 간단하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면 더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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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의 시선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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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처럼 나도 <태백산맥>으로 처음 조정래의 소설을 만났다. 그 후 읽은 소설은 <대장경>이 마지막이다. 10권 정도의 장편을 읽을 여유가 잘 생기지 않았다. 시간이 있을 때는 다른 소설을 읽기에 바빴다. 물론 이것은 핑계다. 우선순위를 뒤로 밀어두었을 뿐이라고 스스로 위안했다. 3권 정도의 소설을 적지 않게 읽은 것을 생각하면 핑계가 분명하다. 재작년에 <정글만리>가 나왔을 때도 사 읽을 기회가 있었지만 왠지 손이 나가지 않았다. 왜일까? 내 마음 한 곳에 조정래의 소설들은 어느 순간부터 우선순위가 계속 뒤로 밀리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생각이 바뀌었다.

 

이 책 속에 나오는 대부분의 대담은 <정글만리> 출간 후 진행된 것이다. 강연도 있는데 시기 때문인지 상당히 많은 부분이 중복된다. 작가의 말에서 중복이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이렇게 많이 나올지 몰랐다. 그리고 이 책에 실린 글들이 초기부터 실린 것을 담은 것이 아니다. 가장 먼 시간이 2002년 8월 한겨레신문에 실은 글이다. 그 다음이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대한 글이다. 두 번의 대선 즈음에 나온 글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정글만리>이 출간 이후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정글만리> 성공 후 진행된 대담 모음집과 같다. 물론 그의 인생과 철학과 문학관 등이 다양한 대담 속에 조금씩 흘러나온다. 조금씩 겹치는 부분이 워낙 강한 인상을 주지만.

 

<태백산맥>에서 시작해 <한강>으로 이어진 20년 동안의 대하소설 집필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보통의 작가라면 한 편의 대하소설을 겨우 완성할 시간이지만 그는 무려 3편이다. 모두 열 권 이상이니 얼마나 대단한가. 아직 <태백산맥>을 제외한 다른 작품을 읽지 않아 개인적인 감상을 표현할 수 없지만 어느 한 편이라도 처지거나 나쁘다는 평을 들은 적이 없다. 그리고 매일 원고지를 일정 분량 씩 정서하면서 썼다는 사실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 의지와 집중력을 생각하면 괜히 내가 부끄러워진다. 점점 게을러지고 안락함에 빠져들면서 핑계만 되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잘 보여서 그렇다.

 

<정글만리>의 시작은 1990년 <아리랑> 집필을 위한 취재를 갔다가 관심을 두었다고 한다. 그 후 20년 동안 자료를 수집하고 중국을 방문해 취재한 후 썼다고 한다. 아직 읽지 않았지만 대담 속에 조금씩 나오는 중국 이야기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리의 인식이 중국의 현재와 같이 나가지 않고 과거 속에 머물러 있다고 질타한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면세점의 주 고객이 누군가를 생각하면 금방 알 수 있다. 시내 면세점을 가면 중국인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단순히 인구가 많아서 그렇다면 인도는 왜 그럴까? 거대한 인구 대국의 실체를 정확하게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대담 속에서 반복되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실제 과거의 거대한 자전거 물결은 이제 전혀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었다. 길은 수많은 자동차로 가득하다. 가장 높은 빌딩이 지어진 후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더 높은 빌딩이 옆에 지어진다. 이 변화가 너무 빠르다. 이 빠른 변화가 분명 수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그런데 작가는 이것을 너무 쉽게 말한다. 주변에 수많은 기업인들이 현재 중국에서 어떤 고전을 치루고 있는지에 대한 고찰이 부족하다. 물론 몇 년 전까지는 그 말이 맞을 수 있다. 무작정 간다고 기회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말한 2억이 넘는 농민공이나 매년 쏟아져 나오는 중국 대학생은 그냥 있겠는가. 작가도 말했듯이 엄청난 성장 뒤에 가려진 수많은 희생이나 부의 분배나 부동산 폭등 문제 등이 살짝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역시 <정글만리>에 대한 이야기다. 그 속에 나오는 중국의 모습은 가끔 가는 중국 출장이나 그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 같다. 그리고 그의 문학관은 동의하는 부분이 대부분이지만 완전히는 아니다. 1인칭 사소설이 범람하는 것이 문제지 그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국 경제에 대한 통찰은 배울 점이 많고, 우리가 잊고 있던 IMF의 기억을 새롭게 해 준 것은 좋았고 잊고 있어 부끄러웠다. 다음 작품이 교육 문제가 될 것이라고 하는데 올해 나오면 봐야겠다. 한국의 수많은 문제점들이 교육에서 비롯하는 부분이 적지 않은 현실을 생각하면 더더욱.

 

대하장편 3편을 쓰는 동안 그가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하지만 정확하게는 저녁 술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반주로 안동소주를 한 잔씩은 했다. 저녁 술자리를 멀리한 이유를 들려줄 때 깊이 공감했다. 주변에 숙취에 시달리면서 하루를 멍하게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민족을 중심에 둔 그의 세계관과 문학관은 좀더 깊은 고찰이 필요하지만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스승이었던 서정주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았고, 아내와 <태백산맥> 필사를 둘러싼 소문의 실체를 글로 확인했다. 그리고 <월간중앙>의 글에서 실체도 명확한 정의도 없는 창조경제의 원리를 조정래의 글에서 발견했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순간적으로 ‘뭐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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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과학도에게 보내는 편지 -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과학자 <개미>, <통섭>의 저자 에드워드 윌슨이 안내하는 과학자의 삶, 과학의 길!
에드워드 O. 윌슨 지음, 김명남 옮김, 최재천 감수 / 쌤앤파커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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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에드워드 윌슨이란 이름을 모른다.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과학자, <개미> <통섭>의 저자’라는 말해 혹했다. <개미>는 모르지만 <통섭>은 듣거나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안내하는 과학자의 삶, 과학자의 길이란 말은 과학에 무지한 나에게 좀더 쉽게 과학과 과학자에 대해 알려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그가 과학도에게 보낸 스물 통의 편지가 예상한 것보다 어려웠기 때문이다.

 

모두 네 파트로 나누었다. 과학의 길, 창조의 과정, 과학자의 삶, 당신이 남길 유산 등이다. 가장 먼저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로 시작한다. 어떻게 보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게 되는 에피소드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직업을 선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일이다. 거기에 있는 것은 열정이었다. 그래서 열정이 우선이고, 훈련은 그 다음이라고 말한다. 방향성과 함께 다섯 가지 원칙을 알려준다. 여시서 우리가 흔히 영화 등에서 만나는 수학에 뛰어난 물리학자 이미지와 살짝 다른 모습을 만난다. 과학의 분야에 따라 수학 실력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과학을 다른 시선에서 보게 한다. 실험과 이론으로 중무장한 과학자가 아닌 창의성과 꼼꼼하고 지속가능한 일에 대한 열정과 집중력을 말한다. 다른 사람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할 때 그 성공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하고, 성공적인 혁신가는 재능과 환경이 운 좋게 결합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최근 과학은 한 명의 과학자가 모든 것을 처리하던 시대가 아니다. 수학자나 통계학자, 조수나 컴퓨터 전문가 등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들의 도움이 자신이 발견하고 세운 가설 등을 하나의 이론으로 정립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저자의 과학에 대한 열정을 알려주는 대목 중 하나가 여행을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에서의 일상 속에서도 연구를 계속하지만 안식년에 집중한다는 이야기는 결코 과학자의 삶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 정도의 열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일에 재미를 누리기에 위대한 발견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그냥 개미인 것을 다양한 연구와 실험으로 구분하는 모습은 역시 아무나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알려준다. 개미에게 물리면서도 새로운 발견에 행복했다는 표현을 할 때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하게 되었다.

 

흔히 듣는 말 중 하나인 ‘거인들의 어깨에 서십시오’란 조언은 청출어람을 바라는 과학자의 바람이 담긴 말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독창적인 발견을 꼽는데 이것을 인정하고 인정받는 것을 강하게 강조한다. 자신이 다른 동료 과학자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말하고, 학생들의 연구를 지원했다고 했을 때 이런 환경이 부러웠다. 연구비를 받아서 자신만 사용하는 사람들이 너무 흔하고, 가끔 한 것도 없이 논문에 이름을 올린 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윤리적인 문제를 이야기할 때 괜히 황우석 사건이 생각났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사건은 아니겠지만.

 

낯선 분야가 주로 나와서 조금 어렵게 다가왔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실패와 실수가 있지만 꾸준한 노력과 열정이 그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다른 사람과 조금 다른 길을 갈 때 성공의 확률이 더 높아진다고 말하는데 공감한다. 하지만 남이 가지 않은 길은 더 힘들다. 자신이 개척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 길은 저자가 걸어왔다. 그의 곁에는 좋은 동료들이 있었고, 그의 디딤돌이 된 거인들의 어깨가 있었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뒤적이니 생각보다 더 많은 것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집중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했는데 가슴 속에 생각보다 많이 남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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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7
무라카미 하루키.오자와 세이지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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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글을 읽다보면 늘 음악이 나온다. 기억에 남는 것은 대부분 재즈에 대한 것인데 차분히 기억을 되짚어보면 클래식도 상당히 많다. 나에게 클래식이나 재즈나 모두 어렵기는 마찬가지지만 오랫동안 열심히 들어왔다. 그런데 이 음악 듣기가 대부분 다른 일을 할 때 배경음악용이었다. 집중해서 듣는다 해도 낯설고 어려워 길어야 10~15분 정도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그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몰입하지 못한다. 그 한계는 너무 분명하다. 아직 유명한 몇 곡을 제외하면 그 묘미도, 재미도, 흥분도 못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을 좋아하고 늘 음악을 글에서 다루던 하루키가 이번에는 세계적인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와 작정하고 음악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이 둘의 대화를 읽다 보면 전문가 못지않은 귀를 가진 하루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보통 소설가들이 소설 속에서 클래식을 들으면서 다양한 표현을 하는데 과연 이것이 정말 자신들이 향유한 것인지 아니면 인용인지 궁금했다. 그런데 최소한 하루키의 경우는 자신의 경험인 것 같다. 지휘자에 따라 바뀌는 오케스트라의 음악을 잘 포착해서 현역 지휘자와 조금도 꿀림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이 깊이와 폭은 나 같은 문외한에게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노거장 오자와 세이지와의 대화는 한 번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도 몇 번의 만남이 있었다. 어떤 글은 대화가 아닌 아카데미를 경험한 후 감상 후기를 적었다. 큰 수술을 하고 연로한 세이지 씨를 위해 간식 등을 먹고 음악을 들으면서 대화를 진행한 곳도 있다. 이때 두 사람이 이 음악이 다른 지휘자의 연주와 어떻게 다른지, 다른 시기에 녹음한 것과는 또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한다. 오자와 세이지가 다른 시대에 다른 연주자들과 함께 녹음한 같은 음악들을 두고 그 차이를 짚어낼 때는 이 두 사람의 교감이 상당히 부러웠다.

 

제목대로 음악을 이야기한다. 단순히 하나의 음악만 듣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자와 세이지의 기억과 추억을 되살려내고, 동시대의 지휘자들의 특성이나 특색도 같이 알려준다. 자신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 어떤 행운이 있었는지, 얼마나 노력했는지 보여줄 때마다 부러워하면서 감탄한다. 그 치열했던 열정과 노력이 오자와 세이지라는 인물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비록 클래식에 무지해서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오자와 세이지라는 지휘자를 알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호기심이 먼저 생겼다. 그가 지휘한 음악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하는 것 말이다.

 

늘 궁금했던 것 중 하나가 지휘자들이 악보를 해석하면서 생긴 차이를 어떻게 평론가 등이 아는가 하는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보여주는 지휘자들의 음을 구분하는 기술은 귀가 어두운 나에게는 놀랍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리고 악보대로 연주하는데 왜 그 차이가 생길까 하는 것이다. 또 오케스트라와 지휘자들의 삶을 조금 더 알 수 있게 만들었다. 수많은 지휘자들에 대한 에피소드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악보, 연주, 지휘, 녹음, 연주홀 등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들은 낯선 지휘자와 낯선 음악 대담도 결코 지루하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아니 재밌다.

 

예전에 무릎팍도사에서 ‘장한나 편’을 봤다. 그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그녀가 지휘자가 되기 위해 어떤 공부를 하는지 들었었다. 그런데 이 대담을 읽으면서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악보를 연구하고 공부한다는 것을 그때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 대담을 읽으면서 상당히 이해하게 되었다. 그들의 연주 일정이 얼마나 꽉 짜여 있는지도. 그냥 하루를 살아가는 나 같은 소시민은 생각도 못할 일정이었다. 이런 지휘자의 일상뿐만 아니라 음악을 듣고 이해하고 해석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공부 부족을 절실하게 느꼈다. 어릴 때 유명한 곡이라서 CD를 사고, 유명한 지휘자라서 CD를 샀던 기억도 났다. 이제는 거의 듣지 않고 있지만. 언제 시간이 되면 같은 음악이지만 지휘자가 다른 음악을 비교하면서 듣고 그 차이를 느껴보고 싶다. 그 차이를 구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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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1-09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하루키 문학을..선호하지 않는데...음악적 취향은 괜찮다고..
그런대로 맞춰갈만 하다고..혼자 그러는 겁니다.
재즈에서 클래식...아..클래식에서 재즈..

ㅎㅎ듣다보면 알지 않을까요.. 쉽게 예를
들면 앙드레가뇽과 유키구라모토 두 사람이
한 곡을 같이 쳐도 색깔이 분명 달라요..
우린 녹음 버전을 들었을 뿐이어도..
그건 명도 와 채도 를 말하는 것 같아요.
뜬금 없이...죄송한 참견였죠?

지난번에 적어내려가다..말고..
그먕 지나갔어요.
오지랖..이다..하고.
역시...음악이 말을 걸어요..하루키가 아니고..ㅎㅎ 랍니다!
좋은 오후 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