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2016년 콩쿠르상 수상작이다. 이 프랑스 문학상은 가끔 나에게 혼란을 안겨준다. 놀랍거나 흥미롭거나 무미건조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은 놀랍고 무섭고 가슴 아픈 이야기다. 이야기 중에 루이즈가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 셋째를 임신하려고 했다는 어느 주부의 말과 달리 루이즈가 벌인 사건은 너무 참혹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녀가 그 아이들의 엄마였다면 육아 스트레스와 출산 후 우울증 등으로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테지만 그녀는 보모였다. 그것도 너무나도 유능한 보모 말이다. 소설은 사건 현장에서 시작하여 과거로 돌아가 다시 현재로 돌아오면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따라간다.

 

미리암. 두 아이의 엄마다. 둘째를 낳고 그녀의 삶은 육아 스트레스로 망가지고 있다. 남편이 음악 프로듀스로 점점 성공하는 것에 반해 그녀는 육아로 지친다. 이 부분에서 언론을 통해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프랑스 육아의 성공 사례는 간단히 지워지고, 육아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자신의 삶이 사라진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보여준다. 변호사로 성공할 수도 있는 그녀가 동창을 만나고 난 후 잊고 있던 경력을 다시 되살리기로 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쉽지 않다. 유능한 보모를 채용해야 아이를 두고 직업으로 떠난 자신의 죄책감을 덜 수 있다. 아니 더 열심히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선택은 좁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너무나도 유능한 보모가 나타난다. 첫 만남부터 그녀를 사로잡는다.

 

루이즈가 보여준 행동들은 모든 부모가 원하는 그것이다. 아이 돌보기와 청소와 요리까지 완벽하게 해낸다.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열 때도 루이즈는 완벽한 준비를 한다.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부부에게 이보다 더 좋은 보모는 없다. 하지만 이 의존성은 어느 순간 독이 된다.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문제의 발생은 이때 생긴다. 이 완벽함 뒤에 가려진 이 세 남녀의 욕망과 삶이 뒤섞이면서 조용히 하나씩 풀려나온다. 만약 처음에 나온 살인 장면이 없었다면 전혀 이 파국을 예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장면 때문에 나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해 하면서 그 이유를 계속 찾는다.

 

미리암과 루이즈의 이야기다. 둘은 모두 직업을 가지고 있다. 루이즈에게는 딸도 있었다. ‘있었다’라는 과거형을 쓰는 이유는 현재 그녀의 생존도 사는 곳도 모르기 때문이다. 미리암은 변호사고, 루이즈는 보모다. 흔한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갈등으로 이 사건을 보려고 했다면 큰 오산이다. 갈등은 가끔 생기지만 루이즈에 대한 의존은 절대적이다. 현재 속에서 미리암은 자신의 경력을 쌓아간다. 아이들에 대한 애정도 높아진다. 자신이 집에서 애들만 볼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폴도 점점 자신의 경력을 쌓고, 성공가도를 달린다. 루이즈의 역할이 아주 크다. 루이즈와 함께 여름 휴가를 간다. 이 경험은 루이즈에게 아주 새롭다. 과거 다른 고용인과 함께 간 휴가와 분명히 다르다.

 

작가는 두 여인의 시간을 다르게 사용한다. 미리암은 현재를, 루이즈에게는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보여준다. 현재가 변화를 알려준다면 루이즈의 과거는 현재의 삶이 어떤지 알려주는 역할이다. 이 과거를 단편적으로 계속해서 보여주면서 너무나도 완벽한 루이즈의 오늘이 얼마나 불안하고 외롭고 불안정한지 알려준다. 하지만 미리암 등은 이것을 알 수 없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남편의 부채 때문에 독촉장이 자신들의 집으로 날아왔을 때도 도와주겠다고만 말하지 적극적으로 알려고 하지 않는다. 루이즈의 삶은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데도. 계속해서 읽다보면 루이즈의 삶은 영혼이 사라진 기계와 닮았다는 느낌이 든다.

 

읽다 보면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한다. 미리암의 시어머니가 아들이 바쁠 때 미리암이 출장 간 것을 탓하는 장면과 미리암이 북아프리카계를 보모로 들이는 것을 거부하는 장면 등이다. 사건이 터진 후 루이즈가 일한 가족들을 찾아가 단서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 나온 몇 가지 에피소드는 과거와 현재의 감정이 뒤섞일 때 우리가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그들이 찾고자 하는 이유는 결코 발견되지 않는다. 루이즈의 내면과 과거를 결코 제대로 좇지 못하기 때문이다. 밖으로 드러난 것은 내면의 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이 소설의 제목처럼 말이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살인 이유는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낳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키나와 신혼일기
김지원 지음 / 다연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제목만 보고 tvN에서 방송한 <신혼일기>가 떠올랐다. 사실 나는 이 방송을 제대로 본 적이 거의 없다. 오상진, 김소영 부부가 나오는 에피소드 중 일부를 꽤 오래 본 적은 있지만 찾아 볼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이런 내가 이 책에 관심을 둔 것은 간단하다. 오키나와 때문이다. 신혼일기라는 제목이 붙었으니 단순한 여행기만은 아닐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오키나와는 이 둘이 머문 곳이고, 방점은 신혼일기에 있었다. 약간 실망할 수도 있었는데 오키나와 맛집이나 그들의 삶을 조금씩 다루면서 이 실망을 지워나갔다.

 

신혼은 달콤하다. 마냥 달콤하기만 한 것은 물론 아니다. 서로 다른 삶을 산 두 남녀가 좁은 한 집에서 사는데 다툼이 없을 수 없다. 이 책 속 두 부부도 적지 않게 싸운 모양이다. 그런데 이 책 속에는 그 싸움을 다루지 않는다. 싸움이 있었다는 사실과 그 이후 해결책을 보여줄 뿐이다. 사실 이때 대부분의 싸움이 사소한 것에서 시작한 것임을 감안하면 크게 다룰 필요가 없다. 영리한 선택이자 편집이다. 그 싸움 이후 둘이 내놓은 해결책 중 하나가 집안으로 들어오면 신발 벗듯이 내려놓는다는 것인데 참 현명한 해결책이다.

 

남편의 일 때문에 오키나와에 왔다. 3개월 체류기인데 이 짧은 체류 기간 동안 상당히 재미있게 보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분명히 남편 잭슨이다. 이제는 보기 힘든 머리 모양(나는 머리 모양의 이름을 모른다)을 한 미남인 남편의 행동은 글 그대로라면 열정과 도전의식으로 가득하다. 물론 빼놓을 수 없는 자기애도 있다. 이 남편의 말과 행동은 작가에게 영감을 준다. 심쿵 잭슨어록은 그렇게 탄생했다. 이 어록보다 나를 즐겁게 한 것은 그의 행동들이다. 회장놀이를 하고, 겁 많고, 감탄 잘 하는 잭슨은 주변에서 보기 힘든 캐릭터다. 아침형 인간에 운동까지 열심히 하고 긍정적이기까지 한 인물이다. 이런 인물의 일상이 아직 신혼인 아내의 눈에 사랑스럽지 않기는 힘들다.

 

오키나와는 늘 여행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다. 관광지인 오키나와를 살짝 기대했는데 동네 맛집과 작은 일상 이야기 외에는 없다. 맛집은 다음에 가면 참고할 만하다. 그렇지만 여행 가이드북은 영 아니다. 정보가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목도 신혼일기이지 않은가. 제목만 놓고 보면 결혼하자마자 바로 간 것 같지만 한국에서 살다가 3개월 동안 머문 것이다. 긴 시간 같지만 하나의 도시에 머물면서 그곳의 삶을 누리기에는 조금 부족한 시간이다. 일까지 한다면 더욱. 하지만 작가는 주부이자 블로거 삶을 산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네이버 포스트에 연재한 글이 이렇게 나온 것을 보면 확실하다.

 

소소한 일상을 다룬 이 일기는 과장하는 문장이나 감정을 격하게 풀어내는 장면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조금 심심할 수도 있는데 잭슨의 사진과 오키나와 풍경과 아주 사소한 에피소드들이 이것을 충분히 대체한다. 오히려 읽다가 자주 입가에 미소 짓게 한다. 남편에 대한 찬양과 달달함이 묻어나는 글들은 잘 정제된 문장으로 바뀌어 표현되었다. 길지 않아 읽기 부담 없고 사진도 많아 단숨에 읽을 수 있다. 감정을 살짝 건드리는 글들이 많아 다른 곳에 인용하기도 좋다. 살면서 생각하고 있던 것을 세련되게 요약하는 부분도 있다. 개인적으로 잭슨 이야기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 안에 살해된 어린 모차르트가 있다 에프 클래식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송아리 옮김 / F(에프)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대를 살다보면 과거의 어떤 일이 어색하고 낯설게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요즘처럼 스마트폰이 대세인 시절은 불과 몇 년 전 폴더폰이 낯설고, 버튼식이 아닌 돌리는 전화기는 더 낯설다. 이처럼 이 책 속 비행사의 실종과 추락도 내겐 낯설다. 가끔 대형사고가 나야만 언론을 통해 알게 되는 비행기 사고가 불과 7~80년 전에는 훨씬 빈번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생텍쥐페리가 정찰 비행을 갔다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하나의 전설처럼 알고 있는 나 자신을 돌아보면 그 당시 비행기 조종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것인지 알려준다. 그때는 지금처럼 자동항법장치도, GPS도, 뛰어난 무전기술도 없던 시절이었다.

 

비행기의 연료는 한정적이다. 밤에 달빛조차 없다면 시야는 더 좁아진다. 먼 거리를 날아가야 하기에 조금만 방향이 잘못되어도 다른 곳으로 간다. 날씨에 영향을 받고, 추락한다면 제대로 된 위치 정보가 없어 수색이 어렵다. 추락한 조정사가 며칠을 걸어서 생존했을 때 동료들이 흘린 눈물은 가슴에 진하게 와 닿는다. 생텍쥐페리도 추락했다가 리비아의 베두인에게 구조되었다. 좀더 자세하게 말하면 그들에게 다가갔다. 생존의지를 불태우고, 환각과 싸우면서 베두인을 발견한 것이다. 그 이전에 사막에서 낙하산의 천과 기온 차를 이용해 아주 적은 양을 물을 얻었다. 깨끗한 물이 아니지만 생명을 며칠 더 연장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이때 그가 본 신기루와 환각은 아주 사실적이다.

 

그의 비행이 늘 힘든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글 속에 나오는 모험과 사건들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사하라 사막에서 반도들에게 억류되고, 노예로 잡힌 사람을 풀어주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특히 노예 모하메드를 풀어줄 때 그가 보여준 몇 가지 행동과 그것을 보는 생텍쥐페리의 모습은 자유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려준다. 노예라는 익명에서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는 개인으로 변한다는 것의 의미를. 이렇게 이 글들은 그의 경험들이 녹아 있다. 너무 극적인 부분도 적지 않아 소설이라고 해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이 책의 낯익은 원제인 <인간의 대지>였던 것을 바꾼 것도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하니 읽을 때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사막을 날고, 그곳에 추락한 경험을 적었을 때 자연스레 떠오른 작품은 <어린 왕자>다. 몇 번 읽은 책이지만 아직 나에게 너무 낯선 이 책이 이 에세이를 읽으면서 잠시 떠올랐다는 것은 왜일까? 그리고 생텍쥐페리의 다른 소설을 읽은 적이 없기에 이 에세이를 읽으면서 몇 편은 어둠속을 헤매는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나의 경험과 취향에 맞지 않는 대목들이 나오고, 읽을 당시 나의 몸 상태가 몸살 감기 등으로 최악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 당시 비행기 조종사가 얼마나 위험한 직업이었는지, 그 이후 과학의 발달이 이 직업에 얼마나 많은 안정성을 주었는지 떠올리는 정도로 머문 순간도 꽤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비행기 추락과 생존의 의지를 불태우면서 한 방향으로 나아가던 장면들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그들을 구한 베두인의 얼굴에 대한 이야기다. 그 베두인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 부분에서 보통 생명의 은인을 평생 기억하겠다는 통속적인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신은 내게 ‘인간’이고, 그렇기에 모든 인간의 얼굴을 동시에 하고 나타난다. 당신은 단 한 번도 내 얼굴을 유심히 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우리를 알아보았다. 당신은 가장 사랑하는 형제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모든 사람에게서 당신을 알아보리라.” 이 문장을 읽고 사막 한 가운데에서 그가 느낀 인간에 대한 사랑과 위대함을 깨달았다. 적도 사라지고 인간만이 남는다.

 

마지막 <인간들>이란 장의 마지막 부분을 몇 번 읽으면서 바뀐 제목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게 되었다. 어린왕자와 어린 모차르트를 같이 놓아둔 부분을 보고 <어린 왕자>가 자연스럽게 연상되었다. “오직 정신만이, 진흙에 숨결을 불어넣어 인간을 만들 수 있다.” 란 문장을 보고 그가 얼마나 인간의 정신에 많은 기대를 하고 감탄을 자아내는지 알 수 있었다. 결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몸 상태가 좋아진다면 몇몇 부분이라도 다시 읽으면서 조금 더 이해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랙코미디 - 유병재 농담집
유병재 지음 / 비채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병재의 농담집이다. 이 책에 나오는 꽤 많은 수의 농담을 인터넷 게시판에서 본 적이 있다. 짤로 만들어 길게 편집한 글들은 가끔 ‘천재 아니야?’라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자주 가는 게시판에 자주 올라와 여러 번 봤는데 이 농담들이 많은 사람들의 꽉 막힌 가슴을 후련하게 만들어준 덕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실제 나도 이 농담들을 읽으면서 그의 발상 전환과 진한 코미디에 깜짝 놀란 적이 여러 번 있다. 이렇게 책으로 다시 읽으면서 몇 가지 생각이 다른 부분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반전 같은 매력으로 나를 웃게 하고, 생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SNS에 올라온 글들은 대부분 짧다. 하지만 그 내용까지 짧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많은 내용이 자신의 현재 상황을 자조적으로 비하하고, 역설적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똥이 안 나온다./ 난 이제 잘하는 게 하나도 없다.”<변비>나 “많이 쓰는 것이 아니다. 적게 버는 것일 뿐이다.”<과소비> 같은 글이 대표적이다. 이런 글은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의 20대의 감성과 주머니 사정을 대표하고 대변하는 목소리이기도 하다. 자조적이지만 이 ‘웃픈’ 현실의 코미디에 그들은 박수를 보낸다. 이전처럼 노력하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신화는 이제 통용되지 않는다. 이런 말을 하면 현실을 모르는 꼰대 취급을 받는다.

 

유병재의 농담은 단순히 자조적이고 자기비하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실 문제에 강하고 큰 주먹을 한 방씩 날린다. 정치에 혐오감을 느끼거나 사회문제에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다면 그가 던진 말들은 사이다 발언처럼 다가온다. “딸 같아서 만졌다니,/ 딸 치려고 만졌겠지.”<딸 같아서 만졌다>는 너무나도 유명한 발언을 아주 직설적으로 풀었다. ‘니 딸이나 손녀를 데리고 오면 딸처럼 만져줄게’보다 훨씬 멋진 대응이다. 이런 글들은 순간적으로 빛나는 아이디어가 없으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양비론>은 우리 사회의 정치혐오를 불러오는 동시에 정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인데 자신의 경험을 간결한 문장으로 표현하면서 그 문제점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그가 보여준 감정들은 코미디라는 방식을 통해 새롭게 해석된다. 이때 우리는 각각의 경험치에 따라 그 반응이 달라진다. 내가 좋아하는 글들과 다른 독자가 좋아하는 글들은 분명 다를 것이다. 세대와 삶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형> 같은 글은 개인적으로 철학적으로 다가왔다. 생각과 생각의 근원과 행동의 괴리를 아주 멋지게 표현한 것이다. <속 터지는 속담사전 #2>에서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란 속담과 사랑을 연결해서 풀어낸 경험담은 바뀐 짝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어쩌면 그 사랑도 성취감에 취한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당연한 속담이나 격언들이 이렇게 새롭게 해석되는 것을 보는 즐거움은 언제나 신선하고 재밌다.

 

수많은 글들 속에 담긴 통찰력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나도 가끔 한두 개 정도 멋진 말을 할 때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렇게 수없이 쏟아내지는 못한다. 이런 것은 타고난 재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이런 글을 읽다가 문득 든 생각 하나는 ‘유병재도 그가 쓴 글처럼 살고 있을까?“하는 것이다. 이것은 나의 자기반성을 의미한다. 나의 실수도 있을 수 있고, 실제 한 적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글 하나를 더 인용하고 마무리하자. ”오해들 하는데, 내가 겁이 많아서 참는 거지 착해서 참는 게 아니야.“ <오해> 이 글은 나의 수없이 많은 행동에 대한 진심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력의 임무
할 클레멘트 지음, 안정희 옮김 / 아작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유명한 SF소설의 재간이다. 이제는 전설이 된 시공사 그리폰북스 시리즈 중 한 권인데 나도 몇 권 가지고 있다. 이 시리즈 중 꽤 많은 수가 재간되었다. 반가운 일이다. 다른 서평가들의 먼저 읽은 감상을 보면 결코 쉬운 책이 아니다. 실제 이 책의 앞부분을 읽으면서 나 자신도 어려움을 느꼈다. 중력과 행성의 자전속도와 그곳에 사는 생물의 크기 등이 머릿속에 쉽게 입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책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을 꼽으라고 한다면 저자의 후기다. 물리학과 천문학 지식이 없다면 무슨 소리인지 전혀 알 수 없다. 물론 이런 지식이 부족하다고 해도 이 책을 읽는 데는 전혀 지장없다.

 

중력과 시간에 대해서는 이미 우리는 영화 <인터스텔라>를 통해 본 적이 있다. 이 소설에서는 중력과 시간의 연관성은 다루지 않는다. 이것까지 함께 다루었다면 더 어려운 소설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이 행성의 중력은 인간의 상상력을 초월한다. 가장 적은 적도 부분이 3G이고, 가장 높은 곳은 700G이다. 1G는 지구의 중력을 의미하는데 실제 인간이 3G만 되어도 생활하는데 아주 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데 700G라니... 이 행성에 사는 생물체는 크기가 크지 않다. 인간이 도움을 요청한 무역선의 선장 크기가 40cm이다. 애벌레라는 표현이 나왔을 때 약간 당황한 것은 인류와 다른 생명체가 주인공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메스클린인 발리넌의 무역선은 이 놀라운 행성을 돌아다니며 무역한다. 이 발리넌이 지구의 찰스를 만나 거래한다. 지구가 중력 700G에서 잃어버린 관측 로켓을 찾아달라는 것이다. 이 무역선은 수만 킬로미터를 오가는데 사실 겨우 40cm 생명체가 어떻게 이런 항해를 할 수 있는지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3G와 700G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도. 다족류 생명체이고, 결코 높은 곳을 올라가지 않는 이 발리넌이 자신의 승무원을 데리고 어떻게 그 먼 항해를 할지 들여다보는 것은 아주 낯설지만 익숙한 경험이다. 낯선 것은 다른 생명체라 다른 움직임과 생각을 하는 것 때문이고, 익숙한 것은 이들의 모험이 기존 모험 소설과 닮았기 때문이다.

 

이 별의 가장자리로 가는 항해는 결코 쉽지 않다. 거리도, 자연환경도 낯설고 처음이다. 바다로 불리는 곳의 액체는 물이 아니라 메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물질을 찾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 후기에 나오니 참고하길. 자전과 중력 등으로 바다는 태풍이 불고, 가끔 심해에서 아주 큰 생명체가 바다 밖으로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생명체의 두께는 일반 도구로 자를 수 없다. 반면에 메스클린인들의 도구는 비교적 쉽게 자른다. 이것은 인간이 입은 우주복을 그들이 쉽게 구멍 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직 중력 700G를 견딜 우주복이나 비행선을 완성하지 못한 상태로 설정했다. 후기에서 말했듯이 이런 우주복이나 기술을 간단하게 설정할 수 있지만 그랬다면 이 소설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발리넌의 엄청난 모험은 결코 혼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지구인이 준 무전기를 통해 진로를 설정하고, 동료들과 함께 이 모험을 진행한다. 이 모험 속에서 발리넌은 상상도 하지 못한 경험을 하게 된다. 다른 종족이나 비슷한 종족의 카누나 글라이드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자신의 크기의 반 높이에서 떨어져도 큰 충격을 받는 이 매스클린인들은 투척 무기나 하늘을 난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했었다. 찰스를 만나면서 하늘을 나는 것을 처음 보았고, 그들의 과학이 전하는 놀라운 모습에 경이감을 가진다. 물론 그 자신들이 이 모든 것을 쉽게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그 단계까지 과학이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다른 SF소설에서 지구의 과학이 외계의 발전된 과학기술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것과도 관계가 있다.

 

앞부분의 중력이나 행성이나 메스클린인에 대한 이해를 넘어가면 한 편의 모험소설처럼 진행된다. 하드SF의 외피 속에 모험소설이 담긴 것이다. 하지만 이 모험 속 곳곳에 과학은 똬리를 털고 앉아 있다. 100미터 높이에서 돌이 떨어지는 시간이 0.5초라는 것과 완전히 산산조각 났다는 등의 실험이 대표적이다. 이것은 왜 메스클린인들이 높은 곳을 두려워하는지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부력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발리넌 등과 그곳에서 관측 로켓을 찾아 중력의 비밀을 파헤치려는 둘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한다. 이것이 마지막에 생기는 갈등이지만 한 행성에서는 위대한 도약의 시발점이다. 그리고 계속 꼬리를 무는 생각들 중 하나는 무전기를 통해 교신하는데 중력은 어떤 방해도 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인터스텔라>를 생각하면 시간도 상당히 다르게 작용할 텐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