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보이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55
닉 레이크 지음, 이재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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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같은 제목의 세계문학상 수상작품을 읽었다. 실제 원 제목은 다른데 번역하면서 바뀌었다. 개인적으로 원 제목보다 이 제목이 더 좋다. 이 책을 선택할 때 나의 관심을 끈 것은 우주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지구로 귀환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일들이었다. 중력이 없는 곳에서 중력이 있는 곳으로 왔을 때 일어나는 사건들 중심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단순히 이런 환경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이 출생의 비밀을 밝히면서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고 이기적인지 보여준다. 그리고 그 사이를 파고드는 강한 가족의 사랑까지 같이 다룬다. 잔잔한 여운은 바로 그 사랑에서 자란다.

 

레오, 리브라, 오리온은 우주정거장 문2에서 태어났다. 레오의 엄마는 임신한 상태로 우주로 왔고, 리브라와 오리온의 엄마는 우주정거장에서 사랑을 나눠 쌍둥이를 나았다. 사실 처음에 읽을 때 레오의 출생은 조금 의심스러웠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지 하고. 뭐 사람들이 하는 일이고, 비행 전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넘어갔다. 그리고 이 아이들과 문2의 생활에 관심이 갔다. 작가는 중력 제로의 공간을 아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조금 지루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때 우주선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 중 하나를 일으켜 긴장감을 높인다.

 

태어나서 계속 우주정거장 안에서만 산 아이들의 꿈은 소박하다. 자연을 보고, 느끼고, 음악 공연장을 가는 것 등이다. 그들에게 지구는 스크린을 통해서 본 것밖에 없다. 창을 통해 지구를 내려다보지만 그것은 하나의 풍경일 뿐이다. 그들이 통신으로 본 수많은 지구의 모습은 어떻게 보면 환상과도 같다. 지구의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일상적인 일들이 이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다. 이것을 다른 쪽 시각에서 본다면 반대일 것이지만 작가는 이 부분은 생략했다. 그리고 레오의 엄마가 문2로 와서 이 아이들을 데리고 지구로 귀환한다. 이 과정에서 작은 사고가 생기지만 무사히 도착한다.

 

중력은 우리 몸을 짓누른다. 그 중력을 평생 받으면서 자란 우리는 잘 못 느끼지만 없던 곳에서 온 아이들은 다르다. 어느 정도 적응기를 거치면 충분히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너무나도 약한 뼈는 간단한 충격에도 부러지고, 약한 근력은 쉽게 걷지도 못하게 한다. 어느 정도 기간을 거친 후 이 아이들은 각자 가족의 집으로 돌아간다. 이제 완전히 새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다. 물론 이들의 몸상태는 계속해서 회사에 보고해야 한다. 레오는 할아버지의 농장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행복한 시간이지만 몸은 쉽게 적응을 하지 못한다. 그러다 사건이 터진다. 이 사건은 놀라운 비밀을 알려준다.

 

작가는 장소가 바뀌면 사건을 일으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가장 큰 비밀을 중간에 터트려 어떤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끌지 궁금하게 만든다. 이 과정들을 보면서 나의 머릿속에서 영화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영화로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소설보다 더. 우주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가 지구에 왔다가 출생의 비밀을 듣고 용감한 선택을 한다는 설정과 우주정거장과 우주선 등이 주는 장면들이 아주 재밌을 것 같다. 그리고 미래의 지구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구온난화와 인구 증가를 꼽은 것은 다른 SF로 생각이 넘어가게 만들었다. 여러 SF영화와 소설의 이미지들이 읽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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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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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청소년이 쌍발 산탄총을 들고 숲속에서 누군가의 이마에 대고 방아쇠를 당긴다는 아주 자극적인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어쩌다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이 간결한 첫 장은 한 마을이 가진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기 전까지 나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누가 총을 쏘는지, 총을 맞는 인물은 누군지. 강한 의문을 던져준 채 베어타운의 삶속으로 들어간다. 그 속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하키다. 자칭 하키타운이라고 부르는 이 마을은 몰락의 와중에 있다. 그들의 유일한 즐거움과 희망은 청소년 아이스하키팀의 승리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들이 보여주는 삶과 행동이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나에게 아이스하키는 피상적인 스포츠다. 규칙도 잘 모른다. 그런데 이 베어타운은 하키를 모른 채 살 수 없다. 삶속에 녹아 있다. 남자 아이들은 자라면서 스케이트를 타고, 조금만 능력이 있으면 아이스하키팀에 들어간다. 책 속에 등장하는 어른들 대부분도 이 아이스하키팀과 관련이 있다. 아맛과 벤이와 케빈 등도 모두 청소년 하키팀원이다. 모든 단체 운동이 그렇지만 팀워크는 가장 중요하다. 그 단체에 들어가느냐, 아니냐 하는 것은 아주 큰 문제다. 아맛이 재능을 인정받아 승격했을 때 그와 친구들을 괴롭히던 보보가 보여준 행동에서 이것이 아주 잘 드러난다. 그리고 사건이 터졌을 때 사실보다 팀원을 더 챙기고 편을 가른다. 그들이 받은 교육의 결과이자 가치관이다.

 

아맛은 작다. 이민자의 아들인 그는 아이스하키를 빼면 평범한 이민자일 뿐이다. 하지만 빠르다. 이것이 A팀 코치의 눈에 띄면서 승격된다. 준결승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고 팀은 승리한다. 아웃사이드에서 팀원으로 베어타운 속으로 녹아든다. 재능과 노력을 모두 가진 케빈이 자신의 집에서 여는 파티에 참석한다.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하나가 바로 여기서 벌어진다. 술과 호승심이 곁들여진 행동이 부른 참사다. 얼마 전까지 한국을 뒤덮은 성폭행이다. 이 성폭행을 아주 제대로 표현해주는 문장이 있다. “가해자에게 성폭행은 몇 분이면 끝나는 행위다. 피해자에게는 그칠 줄 모르는 고통이다.” 왜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ME TOO란 이름으로 과거의 일들이 다시 나타나는지 아주 잘 보여준다.

 

스포츠는 단순히 즐기는 경기가 아니다. 그 팀의 팬이 된다면 승패에 늘 민감할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유일한 즐거움이자 희망이다. 점점 쇠락하는 마을인 베어타운에서 청소년팀의 승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아이들이 힘들게 운동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부모라면 더욱 승리를 갈망한다. 그들에게는 사실보다 승리가 더 중요하다. 그들은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한다. 피해자를 거짓말쟁이라고 욕하고 매도한다. 이때부터 성폭행 피해자의 2차 피해가 시작된다. “‘그 아이가 원해서 한 거였다’로 시작해 ‘당해도 싸다’로 마무리된다.”는 문장은 그래서 더 강하게 가슴으로 파고든다. 얼마나 참혹한 현실인가.

 

베어타운에서 아이스하키는 남자들의 스포츠다. 어린 여자들은 커서 갈 팀이 없다. 퇴락하는 마을이지만 아이스하키 경기가 열리면 경기장은 꽉 찬다. 그들의 삶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곰을 외치고, 승리를 부르짖는다. 이 열기를 우리도 한두 번 이상 경험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 마을은 늘 이런 상태다. 성폭행을 당했다는 아이의 이야기보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승리가 더 우선이다. 사실을 바라보기보다 자신들의 바람이 더 우선이다. 진실을 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어느 순간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진실을 말하는 용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장면을 보고, 그의 행동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강한 감동을 받았다. 대단하다.

 

단순히 몇 사람만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해 자신의 목소리를, 바람을, 의지와 욕망을 표출한다. 익명으로 처리된 사람들의 행동도 무시할 수 없다.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보여줄 때 이것이 재능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된다. 이런 사람들 속에서 아이들의 갈등과 고민과 아픔 등은 섬세한 심리 묘사를 통해 하나씩 밖으로 드러난다. 부모들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읽으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들 대부분이 이때다. 아주 멋진 소설이다. 그리고 작가가 끼어든 몇 장면의 전지적 시점과 미래는 늘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이야기의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최고 작품이자 근래에 읽은 최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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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 헤드 철도 네트워크 제국 1
필립 리브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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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털 엔진>으로 국내에 이름을 알린 작가다.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데 이번에 새로운 시리즈로 나타났다. 철도 네트워크 제국 시리즈다. 철도하면 보통 육지를 달리는 것을 쉽게 떠올리는데 이 작품 속 철도는 우주를 달린다. <은하철도 999>가 연상되는 철도다. 하지만 일본 애니 <은하철도 999>와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 철도가 움직이는 방식도 우주를 달린다고 하기 보다는 웜홀을 통해 다른 곳으로 나온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때 각 행성의 게이트가 역이 된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 철도를 달리는 기차가 인공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동 조정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우주 철도를 타고 좀도둑질을 하는 소년 젠 스탈링이 주인공이다. 젠이 보석을 훔쳐 달아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젠이 보석을 자연스럽게 훔쳐 달아나는데 누가 그의 이름을 부른다. 자연스러움을 깨어지고 도둑이란 사실이 밝혀진다. 그를 쫓아 경비들이 달려오고, 드론이 날아온다. 죽을 듯하게 달려 기차를 타고 자신이 사는 행성으로 온다. 성공이다. 하지만 곧 그를 쫓는 드론이 나타나고, 빨간 레인코트를 입은 여자 아이가 그의 집에 온다. 성공했다는 생각은 사라지고, 다시 도망친다. 그러다 해병대에게 잡힌다. 말릭이다. 그는 레이븐이라는 인물을 뒤쫓고 있다. 젠은 만난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인물이다.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한다.

 

지구라는 행성이 시간도 알 수 없는 고대의 시기에 존재한 미래의 이야기다. 이 소설에서 지구인이란 존재는 없다. 인간들이 있지만 안드로이드들이 실 생활 곳곳에서 활약한다. 이 세계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존재는 가디언이다. 이들이 철도제국을 만들었고, 신처럼 군림한다. 이들은 일반적인 육체가 없다. 필요하면 만들어진 육체 속으로 다운로드한다. 데이터의 세계 속에 살면서 지배력을 유지한다. 사람들이 놀라움을 표시할 때 ‘가디언’을 외친다. 이들을 만든 것은 지구인이다. 간단한 설명만 나와 있는데 앞으로 이들의 존재가 어떤 식으로 설명될지 궁금하다. 그리고 레이븐을 늙지 않는 사람으로 만든 것도 역시 가디언이다.

 

무한하게 확장 가능한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철도 네트워크란 설정으로 공간의 상상력을 한정시킨다. 다른 행성으로, 다른 은하로 철도의 게이트를 통해 옮겨 다닌다. 이 우주는 황제가 지배하고 있다. 황제는 거대한 철도를 타고 다니는데 그가 탄 철도 속에서 하나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 중요한 이벤트다. 이 일을 의뢰하는 인물은 레이븐이고, 이것을 실행으로 옮기는 이는 젠이다. 젠의 옆에는 안드로이드 노바가 있다. 젠의 출생 비밀을 이야기하고, 황제의 기차에 타기 위한 준비 작업도 한다.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나온 출생비밀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 아직은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다.

 

데이터의 다운로드로 새로운 육체를 가지고 있다는 설정을 보면서 일본 만화의 걸작 중 한 편인 <공각기동대>가 떠올랐다. 거대한 데이터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잠수부란 존재가 있는데 이 일은 심해 잠수부처럼 위험하고 전문적인 일이다. 그리고 인공지능 기차를 파괴하는 방법 중 하나로 바이러스가 사용된다. 시리즈 첫 권이라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이 한계는 작가의 한계일수도 있지만 독자인 나의 한계다. 내가 이해하고 상상하는 세계를 벗어나지 못하면 그 재미가 반감될 수 있다. SF소설을 자주 읽지 못한 독자들이 어렵다고 할 때 보통은 이런 상상력의 한계 속에 갇힌 경우가 많다.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거대한 제국에 균열을 낸다는 설정이다. 현실에서 이런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소설 속 세계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청소년 SF이기에. 소설 속에서 단순히 젠의 입장만 다루었다면 빠른 진행이 가능했겠지만 이 세계를 이해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다양한 인물들을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젠의 시선이 지닌 한계를 뛰어넘었다. 그리고 레이븐을 통해 이 철도네트워크가 의미하는 바와 가디언의 존재를 다른 시각에서 보게 된다. 소년의 모험은 열정과 충동으로 어떻게 변할지도 모른다. 다음에 만나게 될 우주의 다른 모습은 또 무엇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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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포의 장사법 - 그들은 어떻게 세월을 이기고 살아 있는 전설이 되었나
박찬일 지음, 노중훈 사진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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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이어 수십 년간 특유의 맛과 인심으로 고객에게 사랑받아온 가게를 노포(老鋪)라고 한다. 이 책은 이 노포들을 둘러보고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의 전작 <백년식당>과도 맥이 맞닿아 있다. 아직 <백년식당>은 읽지 못했다. 사실 노포라고 하면 각 군소 도시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 모두를 다루는 것이 현실 상 불가능하다. 저자가 중간에 말한 것처럼 방송에서 이런 집들과 맛집을 엮어서 다룬 곳이 한둘이 아니다. 최근에는 <수요미식회>가 다루는 식당이 늘어나면서 가보고 싶은 식당과 가기를 포기해야 식당들이 늘어났다. 방송에서 말한 것처럼 방영된 후 몇 개월은 손님으로 미어터지는 상황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스물여덟 곳 중에서 내가 가본 곳은 딱 2곳이다. 을지면옥과 한일관이다. 하동관은 본점을 가보질 못했고 분점만 다닌다. 다른 노포들도 한두 번 갔을 수 있는데 그 당시는 식당 이름에 둔했을 때다. 현재 사는 곳이 서울이다보니 다른 지역의 노포에 갈 일이 거의 없다. 서울도 지역이 한정되어 있다. 한창 맛집을 돌아다닐 시기에 이 책을 보았다면 꽤 많은 곳을 돌아보았을 것이다. 한때는 한끼를 위해 아주 먼길을 마다하지 않았으니까. 재작년 제주도에 갔을 때 이런 행동을 해서 마눌님에게 얼마나 타박을 받았던가. 다시 간다면 또 그럴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먼곳으로 가게 되면 이런 식당들은 언제나 나를 유혹한다.

 

기세, 일품, 지속 등의 3부로 나누었는데 읽으면서 그 차이를 분명하게 느끼지 못했다. 아직 내공이 부족한 탓이다. 최소한 노포가 되려면 한 가지는 분명하다. 지속이다. 최소 30년 이상 된 집들인데 한국의 성장기와 맞물려 있다. 그 내막을 하나씩 알려줄 때 미화된 부분이 사라지고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훌륭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와 과거의 영화나 명성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면 그 식당의 단순한 홍보 그 이상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노포 속에는 그 시간의 흐름만큼 그 지역과 지역민의 삶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오롯이 작가의 공이다. 물론 인터뷰이의 진심도.

 

책을 읽다 보면 작가의 노포에 대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존경과 더 오래 영업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하나의 식당이 한 동네에서 오랫동안 영업하기 위해서는 운도 따라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고도성장기에 특별한 철학이 없어 보이는 집들도 보이지만 그 시간을 지나면서 나름의 철학들이 만들어진 것 같다. 자부심도 마찬가지다. 이익이 높아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식당도 있지만 그 일이 힘들고 고되어 자신의 대에서 끝내려는 식당도 적지 않다. 팔판정육점의 어머니 마음을 조금은 이해한다. 몇 곳은 지금 운영하시는 분들이 돌아가시면 사라질 것 같아 보인다. 대를 이을 정도로 화려한 명성이나 매출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노포에서 주목할 부분 중 하나는 오랫동안 일하는 직원들이다. 오랫동안 다닌 식당에서 늘 보게 되는 직원들은 반갑다. 오랫동안 가지 못하다가 가서 그분들을 볼 때면 왜 이 식당들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지 알 수 있다. 매끄럽고 신속한 서비스는 뜨내기로 가득한 식당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리고 저자가 여러 번 강조한 것처럼 그 식당의 맛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태조감자탕처럼 가족 식당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면 오래된 직원이 있다는 것은 아주 큰 차이가 있다. 자주 시켜먹던 중국집의 짜장면 맛이 바뀌었을 때 주방장이 바뀐 것을 알 수 있듯이.

 

노포와 함께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산업이다. 식재료와 경제의 발전은 무심코 보고 지나갈 수 없다. 콩과 옥수수가 한국의 농축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아주 조금 알기에 그가 지적한 부분에 공감한다. 돼지와 닭이 우리의 식탁에 쉽게 올라오게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시간의 흐름 속에 흔했던 음식 재료가 이제 귀해진 것은 어쩔 수 없는 시대의 변화다. 신일복집에서 그가 그 시절을 안타까워한 것에는 나도 공감한다. 지금 저렴하고 흔한 음식이 나중에는 또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맛집을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그 속에서 노포의 철학과 지난 시대를 살짝 엿본 것은 아주 큰 재미이자 소득이다. 이런 작업들이 좀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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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끝에서 개가 가르쳐 준 소중한 것
다키모리 고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마리서사(마리書舍)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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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밑바닥에서 고양이가 가르쳐 준 소중한 것>의 속편 격이다. 속편이라고 하지 않은 것은 전편의 주인공 히로무가 등장하지만 그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과 작가 자신도 처음 의도한 것과 달리 이야기를 전개했기 때문이다. 전편을 읽지 않은 나이기에 사실 이 부분을 판단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가 쓴 내용이 없었다면 이런 사실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전편을 읽은 독자는 소년기의 히로무를 만나게 되어 반가울 것이고, 이 소설이 마음에 든 독자라면 전편에서 만나게 될 히로무의 삶을 기대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간결한 이야기에 눈시울을 적시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억지로 감동을 짜내는 과정이 없어 일단 읽기 편했다. 다만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선량해서 약간은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부분도 있다. 분량도 많지 않아 천천히 읽어도 2~3시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훈훈한 이야기는 가슴을 따뜻하게 만든다. 세 편의 연작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모두 세 마리의 개가 등장하여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각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들의 사연이다. 제목처럼 이 개들은 사람들에게 아주 소중한 것을 가르쳐준다.

 

<하늘을 모르는 개>는 좁은 집에 갇힌 개 이야기다. 첫 이야기니만큼 등장인물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이 나온다. 이동도서관을 운영하는 미츠 씨에게 만화책을 빌리려고 찾아온 아이가 히로무다. 히로무의 행동과 말은 어른의 관점에서 보면 건방지고 무례하다. 하지만 그 속은 따뜻하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가 가진 어둠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이 둘이 제대로 돌봐지지 않는 개를 보러가는 도중에 하나의 사건이 생긴다. 교통사고다. 그런데 일어나 바로 달아난다. 8만 엔을 남겨두고. 이렇게 엮인 이야기는 한 마리의 개를 통해 관계가 이어진다. 소박하고 순수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가슴이 훈훈해진다.

 

<세 발의 영웅>이란 제목을 보고 총을 먼저 떠올렸다. 그런데 세 발을 가진 것은 개다. 이 세 발로 잘도 다닌다. 이 감다라는 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토사로 어머니 등을 잃은 하루토가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인간의 잔혹한 행위 때문에 다리 하나를 잃은 감다와 하루토의 교감은 이 이야기를 지탱하는 주요한 장치다. 여기에 하루토가 겪은 비극과 현재의 이야기가 엮이고 꼬이면서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서로가 상대방을 너무 배려하는 마음이 오해를 불러오고, 이 오해는 사실의 힘으로 풀린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를 시작하는 말로 끝난다.

 

마지막 이야기인 <나의 K-9>은 미츠 씨의 과거와 관계있다. 미츠 씨의 아들이 죽었는데 이 죽음과 관련하여 이웃의 친절한 수의사 부부가 연관되어 있다. 이 사건 때문에 미츠 씨는 형사를 그만 두고 이동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을 만난다. 밤에 야간경비를 서면서 번 돈으로. 이번 이야기에서 또 한 명이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바로 곤노다. 심부름센터를 운영하는데 이 연작에서 모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미츠 씨 아들의 죽음에 대해 밝혀진 새로운 사실에는 곤노도 끼워져 있다. 껄렁한 양아치를 닮은 외모와 달리 그는 착하고 순수한 내면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경찰견 발드로가 있다. 하나의 수수께끼가 풀리면서 나타나는 사실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면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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