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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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오컬트 스릴러다. 무속신앙을 바탕으로 공포를 자아내고, 형사물로 그 후반부를 채웠다. 이성을 내세워 하나하나 따지면 이런 종류의 소설은 아주 비이성적이고 재미가 없다. 사실 중반까지 읽으면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죽으면서 조금 거부감이 생겼다. 그 죽음이 연쇄살인마에 의한 직접적인 살인이 아니라 우연과 다른 존재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사 종환이 수사를 하고, 윤식의 과거가 드러나면서 다른 시각으로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 존재의 정체가 호기심을 자아내고,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궁금했다.

 

윤식은 아주 짠돌이다. 국민학생 선생인데 다른 선생들의 경조사에 참석하지 않는다. 그런 그가 어느 날 다른 선생의 장례식장에 나타난 것이다. 이상하고 어색하다. 그런데 이 장례식장에 온 이유가 있다. 그것은 새어머니 정금옥을 죽게 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네 번 장례식에 가서, 주문을 외우고, 부적 등의 물건을 태워야 한다. 이야기가 시작할 때는 두 번째 장례식장이었다. 그리고 윤식의 상황과 왜 이런 극단의 상황을 만들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이런 저주의식을 알려준 것은 예쁜 여선생 이영희다. 적산법사란 존재를 통해 그는 정금옥을 죽이려고 저주를 펼친다.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저주의 주문을 외웠기 때문일까? 윤식은 점점 창백해진다. 그의 저주가 늘어날수록 정금옥의 몸 상태도 나빠진다. 상갓집이 늘어나야 그의 주문이 빨리 완성될 수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죽는다. 멧돼지를 피하려고 하다가 죽고, 차에 갑자기 거리 안내판이 떨어져 죽는다. 이런 죽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윤식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선생의 아들이 감옥에서 죽는다. 그 이전에 윤식이 이영희 선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산 집에서 귀신같은 존재가 나타난다. 이제 죽음은 윤식의 주변을 하나씩 채워나간다. 그만큼 윤식의 심리 상태는 빠르게 붕괴된다.

 

마지막 주문을 외운 후 2부는 윤식의 절친이자 형사인 종환이 주인공이다. 뭐 아주 탁월한 수사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조금만 노력하고, 공권력을 행사하면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윤식이 어떻게 가상의 마을로 오게 되었는지, 정금옥과 어떤 악연을 맺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동시에 정금옥의 정체도 같이 밝힌다. 형사물에 오컬트가 뒤섞여 있는데 1부의 강한 무속이 공포를 만든다면 2부는 진실을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 속에는 윤식 주변 사람들의 죽음이 강하게 깔려 있다. 이야기들도 현재보다 과거의 분량이 더 많다. 개인적으로 재밌고 흥미롭게 본 부분은 바로 이 2부다.

 

80년대는 3저 현상으로 한국은 아주 경제가 좋을 때였다. 민주화 운동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이루어져 외견상으로 민주주의가 많이 정착한 듯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데모가 항상 일어나고, 새로운 열망이 샘솟는 시기였다. 작가는 이 시기의 풍경과 문화 등을 집어넣어 과거의 추억을 불러온다. 개인적으로 낯익은 이름과 제품명이 나와 반가웠다. 하지만 몇 가지 용어와 상황들이 나의 기억과 어긋난다. 시대표적으로 시의원이다. 이영희의 아버지가 시의원이라고 했는데 그 당시에 시의회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종환이 전화번호부로 개인정보를 찾으면서 미래의 변화를 말하는 부분은 그 당시에 생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다. 세밀한 부분에서 작은 부분들이 나의 시선을 잡아끈다.

 

작가는 김동리의 <을화>와 외국 오컬트 소설 <오멘>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을화>는 기억나지 않고, <오멘>은 악마숭배를 다루는 작품으로 몇 년 전에 읽고는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1부의 분위기로 계속 분위기가 이어졌다면 이 소설에 대한 반응도 별로로 그쳤을 것이다. 읽으면서 구성에 대한 불만도 있었는데 다른 분위기로 나눈 것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흔히 하는 말로 누군가를 저주하는 것은 자신도 같은 영향을 받는다고 하는데 이 소설은 그것을 잘 보여준다. 물론 다른 반전이 일어나면서 그것이 많이 반감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다음 편을 예고하는 떡밥처럼 다가온다. 거대한 악과 싸우는 사람들의 끝없는 대결이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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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 - 이덕무 청언소품
정민 지음 / 열림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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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나왔던 책의 개정판이다. 구판 절판이었는데 새롭게 서문을 달고 나왔다. 최근 정민의 책 신간보다 개정판이 한 권씩 나오고 있다. 덕분에 그를 늦게 안 나는 새로운 느낌으로 읽게 된다. 그의 고문에 대한 해석을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선인의 글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이번에는 간서치 이덕무의 청언소품이란 부제가 달려 있다. 실제 이덕무의 <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 66편 전부와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 일부(163)편을 우리말로 옮기고 자신의 해설을 덧붙여 엮은 글이다. 한문에 약한 사람에게 이런 책들은 선인들의 삶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간서치로 먼저 다가온 이덕무를 알게 된 것은 <책만 보는 바보>란 책이었다. 앞부분을 재밌게 읽다가 다른 일로 책을 놓고는 아직까지 완독하지 못하고 있다. 가끔 이런 책들이 있는데 다시 시작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덕무를 떠올리면 정조 시대의 수많은 문인들을 떼놓을 수 없다. 실학의 시기에 이름을 알린 수많은 유학자들이 있지 않은가. 그 중에서도 간서치로 알려진 그는 어느 순간 머릿속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알려진 것은 그를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들이지 그의 글은 아니었다. 이 책을 통해 그의 글을 처음으로 진득하게 만났다.

 

매미와 귤의 맑고 깨끗함을 사랑하여 ‘선귤당’이란 당호를 지었다고 한다. 그는 호가 많다고 하는데 자신의 삶을 대변하는 하나의 방법인 듯하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고 마음으로 생각한 것’을 적은 책이란 <이목구심서>는 그 유명한 연암 박지원도 여러 번 빌렸다고 한다. 이 책들은 풍경에 대한 세심한 관찰력과 옛사람의 향기로운 삶이 조화를 이루고, 이덕무의 해박한 독서와 지적 편력, 사물에 대한 투철한 관심을 담고 있다. 읽으면서 어떤 대목을 보고는 자기계발서가 아닌가 하는 부분도 있고, 또 어떤 대목은 실학자다운 관점이 보인다. 하지만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역시 ‘간서치’이다.

 

나도 책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이덕무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가 잡기로 치부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보니 그가 주장하는 독서와는 사뭇 다르다. 그가 경계한 책 쌓아두기를 아주 많이 하고 있고, 열심히 집중해서 읽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주로 흥미위주의 장르소설을 좋아하다보니 사고의 깊이를 더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바른 자세는 이미 거북목이라 변명할 거리가 아니고,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는 경우는 바쁘다는 핑계를 댄다. 배 부른 것보다 빈 배로 책을 읽을 때 더 좋은 소리와 집중을 한다는 대목에서는 공감한다. 부른 배는 바르지 않은 자세와 나태함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이런 글들은 가끔 그 시대의 한계를 알려준다. 친구를 위하는 지극한 마음이 아내의 노동으로 이어지는 대목은 살짝 눈에 거슬린다. 시대에 맞게 해석해야 할 부분도 많다. 역자가 덧붙인 해석이 개인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 좋은 글은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점점 정보가 많아지고, 알아야 하는 것이 많아지는 현실에서 그 선인의 말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시대와 맞지 않다. 그도 여러 번 지적했듯이 현실에 맞는 해석과 행동이 필요하다. 후인들이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역자와 편집자들이 편집한 한문들은 현실의 필요에 의해 편집되었다. 한문에 띄어쓰기가 없어 해석의 어려움이 있지 않은가.

 

옛 기억을 더듬으면 한 글자의 어원을 찾는 과정이 나온다. 우리가 그냥 무심코 지나간 그 한 글자가 그 사람의 학식과 공부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것은 그가 사물을 깊이 들여다보고 삶과 행동을 엮어서 풀어낸 공부와 더불어 나의 독서를 깊이 반성하게 만든다. 속도와 권수에 집착했던 과거와 현재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추위에 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을 만들어야 했지만 독서만은 막을 수 없었던 그의 삶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는 현대인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부분이다. 올바른 삶의 자세를 바로 잡는데 하나의 기준으로 삼아도 될 것 같다. 선인들의 피와 땀이 아로새겨진 책들을 죄다 읽고 싶다는 무모한 욕심과 바보라는 단어가 왠지 가슴에 강한 울림을 준다. 그리고 문장의 길이와 그 글을 해석하는 것은 다르다는 사실을 저자는 잘 보여준다. 짧은 글이 더 긴 해석으로 이어지는 것은 그 간결함 속에 깊은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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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 From Paris 피에스 프롬 파리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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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 모으다보면 잘 읽지 않는데 계속 사는 작가가 있다. 그 중 한 명이 마르크 레비다. 그의 출간 목록을 한 권씩 보면서 꽤 많은 제목이 낯익다. 할인행사에 산 책도 있고, 헌책방에서 산 책도 있고, 궁금해서 사놓은 책도 보인다. 그런데 이 책들 읽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읽지 않은 것이 확실한 책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번에 확실하게 읽은 책 한 권이 생겼다. 바로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책이다. 흥행하는 작가의 작품답게 가독성이 굉장히 좋다. 결과는 뻔한데 그 과정이 재밌다. 아마 연속적으로 읽으면 질리겠지만 가끔 한 권씩 이런 책을 읽는다면 여유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간단한 설정이다. 첫 작품이 성공한 미국 소설가 폴과 영화배우 미아의 로맨틱 코미디다. 미아의 남편은 유명 배우이지만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웠고, 그 남편을 사랑하지만 배신감을 이기지 못해 파리로 온다. 이곳에서 절친한 친구 다이지가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원래 건축사였던 폴은 첫 작품이 대박나면서 전업 작가로 나선다. 그 다음 책들은 그렇게 썩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계속 작품을 내고 있다. 이들 각자의 일상을 먼저 보여준 후 한 인터넷 데이트 사이트를 통해 연결된다. 원래 이 만남은 이들이 의도했던 것은 아니다.

 

폴은 경이라는 한국 번역가 여자 친구가 있다. 여자 친구라고 하지만 1년에 한두 번 오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녀를 좋아하지만 그녀와의 관계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 이런 그에게 첫 작품 <저스트 라이크 헤븐>의 주인공인 아서와 로렌이 등장해 작은 변화가 생긴다. 그 첫 작업이 폴 몰래 인터넷 데이트 사이트에 가입하고 소개글을 올린 것이다. 로렌이 가입했다면 아서는 더 적극적으로 폴에게 어울릴 듯한 여자를 찾아 메모를 보낸다. 이런 시도가 조금은 평온했던 폴의 일상에 작은 변화를 만들어낸다. 미아와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했다.

 

미라, 영국 여배우인 멜리사 바로우가 본명이다. 남편의 외도 때문에 친구 집에 피난 왔지만 마음속으로는 남편이 잘못을 빌기를 바란다. 그녀가 친구 다이지를 위해 인터넷 데이트 사이트를 검색한다. 그러다 폴의 정보를 본다. 어느 로맨틱코미디처럼 처음에는 친구를 위한 의도였다. 아직 자신은 남편을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명 여배우이지만 머리 모양을 바꾼 후 그녀를 제대로 알아보는 사람이 별로 없어 파리에서 지내는데 별 무리가 없다. 웨이트리스로 다이지를 도와주면서 자신의 삶과 감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폴과의 만남은 이 연장선에서 벌어진 일이다.

 

첫 만남은 아서의 장난(?)이었다. 네 명이 함께 식사하는 것처럼 폴에게 말해 놓고 이 부부만 다른 곳으로 간다. 미아의 존재조차 몰랐다. 미아는 폴이 보여주는 몇 가지 반응이 이상하다. 미친놈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주방장이라고 속인 책 어색한 만남을 이어간다. 서로에게 첫인상은 그렇게 좋지 않다. 하지만 운명은 왠지 모를 이유로 미아의 가방 속으로 폴의 핸드폰을 넣어둔다. 둘은 다시 만나고, 친구라는 선을 긋는다. 서로에게는 경과 남편이 있기 때문이다. 원래 자신들의 연인을 찾기 위한 만남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로맨틱코미디 공식대로 흘러간다. 엮이고, 꼬이고, 서로의 감정을 알게 되는 시간들이 이어진다. 그 사이에 폴의 비행공포 문제점 하나와 한국에서 대박난 일 때문에 한국국제도서전에 오는 일이 생긴다. 사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이런 일이 현실에서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원서를 읽을 수 있는 수많은 독자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특히. 재밌는 부분은 프랑스 문학상을 하나도 수상한 적이 없는 작가가 소설 속에서 상을 하나 받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경의 이야기를 통해서 말이다. 문학상이 추구하는 바와 작가가 추구하는 바가 다름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시간 나면 작가의 다른 작품도 한 권씩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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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노후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
박형서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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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다시 한 번 나의 저질 기억력을 탓했다. 책은 받은 다음 이전에 본 소개글을 완전히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초고령 사회가 된 한국 사회와 노인 세대와 청년 새대 간의 갈등 심화를 다루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처음 몇 부분을 읽고는 여러 노인들의 노후, 특히 죽음과 그 사연을 단편적으로 알리는 소설이구나 하고 착각했다. 그러다 장길도가 전직장에 전화를 하고, 아내 한수련의 죽음을 저지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을 보고 이전에 본 소개글이 살짝 떠올랐다. 그리고 이야기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세대 간의 갈등은 이미 현실화되었다. 이것을 가까운 미래에는 더 극단적으로 바뀐다. 젊은 세대가 초고령화된 사회에서 부양자로 바뀌면서 자신들의 현재를 누리지 못한다. 지하철의 노인 전용칸이 8량이나 되고, 청년들은 돈이 없어 지하철을 탈 수 없다. 한 노령의 노인을 부양하기 위해 3명의 청년 월급이 들어가야 한다. 이런 사회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작가의 상상력은 상황을 극단적으로 몰고 간다. 그리고 이 노령문제를 조금은 해소하기 위한 조직으로 국민연금의 외곽공무원들이 활약한다. 이들이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 보여주는 것이 내가 착각한 노인들의 자살 등 이야기였다.

 

장길도는 외곽공무원이었다. 뛰어난 실력을 가졌고, 팀장이었다. 아내에게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말라고 했는데 미래가 불안하다고 몰래 가입했다. 이것이 문제다. 연금을 수급하는 그녀는 100% 수급 축하 전문과 꽃을 받는다. 병원에서 이 연금을 꼬박 모은 통장을 남편에게 전해준다. 처음에는 이 노부부를 보면서 대단하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다. 장길도가 아내의 죽음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작점이다. 전 직장에 전화하고, 내부자의 도움을 얻어 이 상황을 조금이나마 바꾸려고 죽을 힘을 다한다. 이 활약은 한 편의 액션 스릴러로 부족함이 없다.

 

외곽공무원들이 하는 일은 연금수급 100%가 넘은 노인들을 죽이는 일이다. 대부분은 자살로 처리한다. 책 사이사이에 나오는 한 노인의 불행한 삶의 기록과 죽음은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자료다. 실제는 외곽공무원이 죽인다. 사회는 이 짧은 사연을 보고, 그 죽음에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초고령 사회에서 노인의 죽음은 오히려 환영받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재밌는 단편 정보들이 나오는데 새로운 대통령의 나이가 40대다. 노인들이 훨씬 많은데 선거는 늘 젊은이들이 이긴다. 청년은 전철이나 병원에서 보이지 않고 노인들만 가득하다. 방송에 나오는 코미디언도 80대다. 지독하게 극단으로 몰고 간 암울한 미래상이다.

 

장길도의 이 처절한 활약은 아내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젊을 때 파란 사과 두 알을 위해 40킬로미터를 뛰었다고 한다. 이게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사랑은 언제나 비현실적인 상황을 만들지 않는가. 아내의 웃음과 그녀의 말 한 마디에 반해 아홉 살 연상인 그녀를 쫓아다니고 결혼까지 한다. 행복한 시절이었다. 하지만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행복은 남편의 살인 업무로 이어져온 것이다. 결코 대외적으로 알릴 수 없는 업무 말이다. 그가 이 일을 애국심으로 표현할 때, 그의 아내는 이 사실을 알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알았다면 어떤 반응이었을까? 그녀는 몰랐기에 국민연금에 가입했다. 장길도의 사랑은 이제 실제로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가 성공하길 바란다. 조직과 개인의 대결 결과는 언제나 변함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내에게 국민연금 가입을 권하고, 더 많은 돈을 납입하라고 말한 나는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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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이브스 2 - 화이트스카이
닐 스티븐슨 지음, 성귀수.송경아 옮김 / 북레시피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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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2권이 빨리 나왔다. 2권을 다 읽은 지금은 마지막 3권은 더 빨리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1권이 인류의 전멸로 이어지는 초기 과정을 다루었다면 2권은 이 책의 제목처럼 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작가가 그 과정을 건조하게 보여주면서 이 엄청난 충격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막지만 이 거대한 사고 실험이 강력한 인상을 남기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너무나도 거대한 재앙이라 한 개인의 문제로, 감정으로 끌고 나가지 않으면서 무엇이 최상의 선택인지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사이에 인간의 원초적 욕망과 이상을 향한 노력은 균형을 맞춰간다.

 

1권에서 하나의 가상 미래였던 하이트스카이와 하드레인은 현실이 된다. 인류는 각자의 방식으로 종말에 대비한다. 이 장면에 작가는 큰 공을 들이지 않는다. 아크에 남은 몇 명의 통신 등을 나름의 대비와 현실을 간결하게 보여준다. 강한 절망과 고통에 파고들지 않았는데 의도적인 연출인 것 같다. 만약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들을 주연급으로 내세운다면 인류의 마지막 희망은 너무나도 무력하게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억제된 감정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어쩌면 너무나도 거대하고 강대한 재앙에 이성이 충분히 반응하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시 클라우드아크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인류의 도전이 계속된다.

 

소설은 잔인하다.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쪽으로 움직이면서 끝없이 사람들의 희생을 요구한다. 그 중 하나가 ‘이미르’ 장이다. 인류의 생존과 우주선의 운행에 필수적인 요소인 물을 구하기 위한 인간들의 도전은 불굴의 용기와 희생정신은 압도적인 현실 앞에 역시 감정이 억제될 수밖에 없다. 그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기억하기에는 지구에서 죽은 사람들의 숫자가 너무 많다. 70억이란 숫자가 일반적인 사람의 머릿속에서는 아주 피상적이다. 그 중 몇 명만이 겨우 기억될 뿐이다. 예상이 현실화되는 과정은 언제나 변수를 만들 수밖에 없고, 그 과정과 결과를 우리는 본다. 이 거대한 sf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2권에서는 인류의 협정을 깨트린 미 대통령 줄리아가 등장한다. 강력한 권력자에서 일반 선원으로 떨어진 그녀는 자신의 정치력을 이용해 분쟁을 일으킨다. 화성 이주를 쟁점으로 자신의 조직을 만든다. 생존을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하는 아키들이 이제 서로의 선택에 의해 갈라진다. 이것은 더 높은 생존율을 위해 이미르로 선장격인 마쿠스가 떠난 사이에 벌어진다. 이때 나의 감정은 가장 많이 움직인다. 그 감정은 분노다. 정치인의 자신의 권력을 위해 편가르기를 했기 때문이다. 만약 그녀가 화성 이주선에 타서 떠났다면 이 분노는 조금 수그러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비교적 안전한 곳에 머문다. 이 선택은 마지막에 충격적인 상황으로 이어진다.

 

인류의 종말이란 거대한 재앙 앞에 각 개인의 선택은 다양하다. 누구는 자신을 희생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생존 가능성을 높여주고, 누구는 자신의 할 일을 한 후 자살한다. 누구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갈취한다. 인간의 고귀함은 어느 순간 무너지고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이런 모습을 아주 하드한 과학 지식들 속에 조금씩 풀어놓는다. 1권보다 2권이 더 재밌고 빠르게 읽힌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인간의 갈등과 모순 등이 곳곳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인류의 일곱 이브들이 누군지,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상상하게 만든다. 거의 900쪽에 육박하는 원서의 분량을 생각하면 이제 인류의 거대한 기원은 이제 막 시작한 샘이다. 다시 한 번 더 마지막 권의 빠른 출간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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