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요아힘 마이어호프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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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처음 만나는 작가다.

배우이자 연출가인 작가의 자전적 작품이다.

소설 이전에 먼저 연극으로 발표되었고, 시리즈 6부작은 모두 책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구스타프 그린트겐스상 등 많은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런 이력과 함께 시선을 끈 것은 정신병원이 집이었던 소년의 이야기란 것이다.

정신병원이 집이란 단어를 보고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아이의 병력이었다.

하지만 나의 이런 섣부른 착각은 책소개를 자세히 읽지 않은 탓이다.

주인공 요아힘은 어린이청소년 정신병원 원장의 막내아들이다.

환자라고 생각한 착각은 읽자마자 바로 사라졌다.


이 정신병원은 천오백 명이 수용된 거대한 병원이다.

병원장인 아버지와 가정주부 엄마와 두 형과 함께 사택에서 살고 있다.

밤이면 병원에서 수많은 소리가 흘러나온다.

환자 중 일부가 병원 내부에서 돌아다니고, 몇 명은 집에 초대받기도 한다.

처음 이 병원에 온 사람에게는 낯설고 두려울 수 있지만 이 가족과 근무자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이다.

이 낯익은 풍경 중 일부가 문제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비 오는 날 주지사가 방문했을 때 생긴 에피소드다.

어떻게 보면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병원 관계자들은 태연했던 그 장면.

그리고 짧게 나온 후일담은 권위가 만들어낸 후광과 은퇴 후의 삶이다.


요아힘이 학교 가는 길에 시체를 발견했다는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아이가 하는 말을 선생은 믿지 않고, 반 친구들은 궁금해한다.

건조했던 사실 전달은 어느 순간 부풀려지는데 현실적인 발전 과정이다.

실제 요아힘이 본 것이 시체가 맞을까? 이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작가는 자신의 가족과 병원과 환자들 이야기로 넘어간다.

어린 시절 소년에게 거대하고 행복했던 그 공간들.

몇몇 즐겁고 추억 가득한 에피소드는 정신병원의 모습을 다른 시각에서 보게 한다.

이 낯선 풍경의 일상이 주는 재미는 신선하고 즐겁다.

물론 요아힘이 쉽게 만나는 환자들의 증상이 그렇게 위중한 것은 아니었다.


병원의 환자들을 앞세워 기이한 이야기로 풀어내지 않는다.

자신의 가족을 재밌고, 눈물 나고, 안타깝고, 아프게 그려낸다.

그 과정에 소년의 성장과 가족의 다른 모습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병원장인 아버지가 마흔 살 생일을 맞이해 선언한 금연과 다어어트와 운동.

운동은 뚱뚱한 몸 때문에 발목에 문제가 생겨 중단된다.

그리고 아버지가 책으로 모든 것을 배우고, 아는 척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가 터키 여행을 한 후 나눈 대화에서 이 부분이 잘 나타난다.

요즘의 인터넷 여행을 한 사람들과 많이 닮아 있지만 더 자세하다.


아버지는 말만한다면 어머니는 집안 일들을 몸으로 한다.

별장을 산 후 그 집을 정리정돈한 사람은 엄마다.

“어머니는 뼈 빠지게 일했다.”는 문장은 이 집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가정을 돌보고 일만 하는 것 같은 엄마가 폭발한 순간이 나온다.

이 장면을 보면서 작가가 풀어내지 않은 이야기들이 더 있다고 생각했다.

이후 이어진 몇 개의 이야기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알게 되는 어른의 세계다.

그리고 이 가족의 아픈 역사와 분열과 슬픔이 흘러나온다.

앞의 유쾌하고 즐거운 에피소드를 현실의 삶이 채운다.

이 현실 속에 그가 느낀 수많은 감정들은 왜곡된 부분이 많았다.

어른이 된 그가 본 과거는 달랐지만 그 지난 날들은 행복했던 추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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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의 책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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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책> 개정판이다.

4원소 리커버 에디션으로 속지가 네 가지 색이다.

개인적으로 이 바탕색 때문에 읽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노안이 오면서 작은 글자와 색이 섞인 글자를 잘 읽지 못한다.

하지만 뛰어난 가독성과 작가의 소설을 압축한 듯한 느낌은 좋다.

후반으로 가면서 이전에 읽었던 베르나르의 소설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많이 읽고, 많이 기억한다면 더 많은 것을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순간적으로 멈춰 생각할 거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기존의 형식과 다르게 진행된다.

처음에는 서사시 느낌이었는데 어느 순간에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가 떠올랐다.

짧은 단문의 연속, 시의 느낌, 책이 인도하는 여행.

이제는 조금 무감각해졌지만 책은 언제나 가장 좋은 여행의 동반자다.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로 나를 이끌고 간 것도 책들이다.

상상력을 자극하고, 새로운 세계와 사실을 알려주었던 책.

지금도 책은 알고 있던 사실을 확인해주고, 새로운 정보를 끝없이 제공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단순한 정보와 사실을 알려주는 내용이 아니다.

책의 독자를 ‘그대’라고 부르면서 내면과 무한한 역사의 시간 속으로 데리고 간다.


책을 읽는 그대는 명상과 호흡과 상상을 통해 여행을 떠난다.

신천옹으로 변해 하늘을 비상하고, 다양한 삶의 현장을 돌아본다.

현실의 다양한 모습만 보는 것에 멈추지 않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기억>의 장면 일부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더 거슬러 올라갔을 때는 <신>의 장면 중 몇 개가 생각났다.

계통나무에 대한 것은 그의 소설 초기부터 계속 다루었던 것이지 않은가.

이렇게 상상력은 내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을 건드리면서 뻗어간다.

그리고 중간 중간 내 삶의 순간들이 떠오르고, 교차하고, 뒤섞인다.

가볍게 다가갈 수 있지만 그 글들에서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배우고 떠올릴 것이다.

가끔 아무 쪽이나 펼쳐 잠깐 들여다보는 것도 짧은 여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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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나가
김진영 지음 / 반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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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적산가옥을 둘러싼 탐욕과 비극적 사연은 서늘한 공포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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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나가
김진영 지음 / 반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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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장편으로는 처음 만나는 작가다.

<마당이 있는 집>으로 나의 시선을 끌었다.

언젠가 읽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늘 미루어 두고 있다.

관심 있는 작가의 신작이란 점에서, 강렬한 표지에 끌렸다.

땅과 부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중심에 놓고 일제강점기와 현대를 오고 간다.

시간의 교차가 아니라 땅에 걸린 강한 욕망을 과거로부터 이어온다.

이 과정에 재산 상속과 탐욕이 뒤섞이고, 그 사이에 공포가 스며든다.

하지만 탐욕은 사실과 안정보다 현실의 욕망에 더 충실하다.

그 결말은 내가 예상한 것과 다른 방식으로 흘러갔다.


부안에서 농사를 짓던 상조는 비가 퍼붓자 비닐하우스를 관리하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누군가 자신의 발목을 잡는 것 같은 기분이다.

물길을 내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검은 형체가 보인다.

누군지 묻지만 달아나고, 그 검은 형체가 있던 곳으로 간다.

쓰러진 소주병 하나, 그 아래 타다 만 5만 원 지폐 한 장.

지폐에 쓰인 눈에 익은 한자로 쓴 붉은 글씨의 이름. 이형진.

작년에 죽은 자신의 첫째 아들 이름이다.

이형진은 길에서 심장마비로 죽었다.

어린 시절 천재로 불렸고, 대입 실패 후 지방 공무원이 된 가장 아끼는 아들이었다.


서울에서 대기업을 다니던 형준은 회사 구조조정으로 짤렸다.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시점에 걸려온 아버지의 전화 한 통.

자신의 재산을 형용과 여동생 성희에게 먼저 증여하겠다는 것이다.

상속을 하게 되면 형진이 결혼한 해령 등이 삼분의 일을 가져갈 수 있다.

해령에게 것이 싫은 이유는 해령이 재혼이고, 아이도 형진의 아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해령은 이 땅을 상속받을 욕심으로 가끔 시댁에 오고는 했다.

그리고 엄마가 형용에게 형 형진이 엄마 이름으로 산 군산의 땅 문서를 보여준다.

아버지가 준 형의 이름이 적힌 5만 원 지폐와 형이 산 땅을 보러간다.

그곳에서 제사를 지내는 듯한 수상한 남자 필석를 만난다.

하지만 돈이 되는 땅이란 그의 말에 끌려 장사를 하기로 한다.


형용은 서울의 집을 팔고, 아버지에게 증여받은 땅을 담보로 대출받는다.

군산으로 내려오는 과정에 아내 유화와 작은 충돌이 있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유메야로 이름 지은 베이커리 카페를 짓는데 온 신경을 다 쓴다.

필석이 가진 도면으로 이전 분위기를 복원하는 건축이다.

이 사업에 자신의 모든 재산을 넣었고, 부족한 부분은 필석을 공동 투자자로 채웠다.

그리고 이 땅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해령의 등장.

해령의 저주와 유화가 농수산물 시장에서 본 해령의 수상한 행동.

수많은 문제들이 놓여 있지만 성공의 욕망에 사로잡힌 형용은 앞으로만 나아간다.

그러다 유화가 음식물이 이상하게 빨리 상하는 것을 발견한다.

여기에 일본어로 나가라고 외치는 귀신까지.


작가는 각 장의 처음에 신문 기사를 배치했다.

이 기사는 군산에서 일본으로 미곡 수출해서 성공한 일본 지주에 대한 것이다.

이치카와 다케오가 지은 저택과 그의 행적에 대한 것들이다.

이 일본 지주에 대한 이야기를 시대순으로 조금씩 기사를 통해 풀어낸다.

일제강점기 일본 지주들이 해방 이후 어떻게 되었는 지까지 보여준다.

이 기사가 나오는 사이에 유메야의 변화는 성공과 수상한 소문으로 채워진다.

유화가 경험한 수상한 일과 귀신의 존재.

자신의 성공을 방해하는 것 같은 아내와 형수 해령의 모습.

이 사건과 문제 뒤에서 담담한 듯 쳐다보는 필석.

천천히 사연을 풀어내고, 공포를 쌓아가면서 마지막 파국으로 달려간다.

일제강점기 적산가옥을 둘러싼 탐욕과 비극적 사연은 서늘한 공포로 이어진다.


#장편소설 #저주의계보 #공포소설 #여기서나가 #김진영 #반타 #리뷰어스클럽 #리뷰어스클럽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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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 (오리지널 커버 에디션)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진환 옮김 / 알토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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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출판사와 표지를 바꾼 오리지널 커버 에디션이다.

오래 전에 나온 책인 줄 알았는데 2023년에 번역 출간되었다.

늘 첫 작품 <고백>과 비교한다는 문구를 다는 작가다.

워낙 강렬했던 소설이라 늘 비교 당할 수밖에 없다.

이번 소설은 읽으면서 오래 전에 출간된 소설로 착각했다.

일본 소설이나 드라마 등에서 평소에 만나는 가족 관계와 다른 모습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고부갈등과 전근대적인 가정의 모습은 한국의 것과 닮았다.

일본에도 있는 문제인데 번역된 소설에서 덜 다루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국소설도 이 문제를 집중해서 다룬 것을 제외하면 마찬가지다.


이 소설을 이끌고 나가는 사람은 세 명의 여성이다.

엄마와 딸, 다른 한 명은 딸이 추락한 사건을 돌아보는 여선생.

작가는 첫 시작부터 교묘하게 독자들이 착각하게 했다.

다세대주택 4층 저택에서 여학생이 추락했다.

신고자는 엄마이고, 애지중지 키웠고 믿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엄마의 고백이 나오고, 이 고백이 끝나면 딸의 고백이 나온다.

이 규칙은 끝까지 지켜지고, 이 추락 사건에 의문을 품는 여선생이 등장한다.

엄마의 말에 의문을 품고, 모성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는 여선생.

가장 분량이 적지만 중요한 단서 몇 가지를 중간에 풀어놓는다.

나는 놓쳤지만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중반 정도에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엄마의 고백을 읽다 보면 답답하고 자기 주관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과 결혼할 남자와 데이트하고 결혼하는 것 모두 엄마의 조언으로 이루어진다.

이 조언이 잘못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너무 엄마에게 의존하고, 사랑받으려고 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딸을 낳아 키울 때도 친정엄마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태풍이 몰아치는 방 집에 흙더미가 넘어왔을 때도 마찬가지다.

딸과 엄마를 모두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녀의 선택은 엄마였다.

하지만 엄마는 손녀를 구하라고 말하고, 자신의 생명을 포기한다.

그리고 이 가족은 시댁에 들어가서 생활한다.


시댁에서의 삶은 답답하고 힘들고 강압적이다.

시어머니의 막말과 부정적인 반응 등은 엄마를 힘들게 한다.

이 모습을 본 딸이 한 마디 할 때면 시어머니의 역성은 더 심해진다.

남편이 아내를 위해 변명을 하거나 도움을 줄 만도 한데 그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

엄마의 마음 속에는 죽은 친정엄마의 가르침이 늘 자리잡고 있다.

자신이 더 열심히, 더 정성껏 시부모를 돌본다면 자신을 알아줄 것이라고.

혹독한 시집 생활은 그녀에게 생기를 더 빼앗아간다.

대학을 졸업하고 돌아온 시누이는 집안 일에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상전 같은 시누이, 이 시누이의 잘못된 듯한 연애와 가출.

이 소설의 재미난 점 중 하나는 사건을 엄마와 딸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부분이다.


읽는 내내 답답함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엄마.

딸에 대한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엄마.

자신의 기대와 현실과의 괴리, 친정엄마의 가르침.

어린 딸을 엄마를 변호하기 나서지만 어른들에게 너무 무력하다.

그리고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게 하는 구성으로 예정된 결말로 나아가는 것 같다.

하지만 마지막 반전과 읽으면서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이름이 등장한다.

모성에 대해, 자식의 바람에 대한 엄마와 딸의 이야기는 어느 순간 평행선이 된다.

그 평행선이 깨어지는 순간과 드러내지 못한 감정의 표현은 같이 일어난다.

답답하지만 다 읽고 나면 반전에 놀라고, 쉬운 것을 놓친 눈치 없음을 탓한다.

읽으면서 <고백>의 분위기를 느꼈는데 나만 그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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