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스 파이터즈 안전가옥 쇼-트 19
전삼혜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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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쇼-트 19권이다.

전편 <위치스 딜리버리>를 읽은 후 바로 읽었다.

처음 출간 후 3년이 지났는데 소설 속에서도 3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스무 살이 된 보라는 지방 대학에 입학했고, 제이와 미카엘라는 중학생이 되었다.

전편을 생각하면 보라와 미카엘라 등이 자주 어울릴 것 같은데 아니다.

마녀와 초능력자 사이의 벽은 여전히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다.

기존 설정에 새로운 인물과 설정이 덧붙여져 있다.

후속작이 주는 재미 중 하나가 세계관이 더 세밀해진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다음 소설은 언제 나오고, 어떻게 변했을지 미리 궁금하다.


‘위치스 파이터즈’는 예비 마녀 보라 이야기다.

집 근처 대학에 들어갔고, 학교 동기나 선배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한다.

예비 마녀 기간을 1년 연장했지만 특별히 어떤 마녀가 되겠다는 생각이 없다.

그렇다고 마녀 윤정처럼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윤정도 한곳에 너무 머물러서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려고 한다.

전작에서 생긴 저주 문제 때문에 택배 물품에 대한 검사를 더한다.

하지만 이런 검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이 저주 물건들이 가는 곳은 한 곳인데 바로 김앤장드림학교다.


‘그 초능력자들의 사춘기’는 중2인 세이와 미카엘라 이야기다.

탁월한 외모를 가진 미카엘라를 흠모하는 여자들이 있다.

후배는 자신들의 초능력을 사용해 미카엘라의 사진을 만들어낸다.

학교 밖에서 초능력으로 미카엘라의 사진을 그리다가 폭력배에게 이 사진과 그림을 뺏긴다.

아이돌 이상의 외모를 가진 미카엘라는 조용히 팬덤을 만든다.

그리고 항상 그 옆에 있는 세이는 저주의 대상이 된다.

저주 물품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히 세이고, 세이도 발신자가 확실한 것만 받는다.

하지만 상황은 언제나 그렇듯이 전혀 예상하지 못하게 흘러간다.


모든 초능력자가 김앤장드림학교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나의 착각이다.

이 학교 학생들은 밖에 다른 초능력자를 만난다.

이들은 은밀하게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갈취한다.

이런 상황을 막고자 방법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미카엘라와 세이도 유월 샘의 노력 덕분에 방법대원이 된다.

이 노력과 무관하게 둘은 미카엘라 부모님의 이혼으로 조금씩 틈이 벌어진다.

이 틈은 세이의 폭주로 이어지고, 마녀 보라와 윤정이 도움을 주기 위해 온다.


이 세계관의 설정 중 하나가 초능력자는 타고 나고, 마녀는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마녀는 선택이고, 초능력자는 자신의 선택이 아니다.

여기에 마녀와 초능력자는 서로 경원시하고 가깝게 지내려고 하지 않는다.

물론 자신이 마녀란 사실을 숨긴 채 드림학교에 근무하는 유월 샘 같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직 성장하는 초보 마녀와 중2 초능력자에겐 이런 상황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들은 보라를 중심으로 관계를 맺는다.

이것이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하는 중요 이유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 세계관이 좀더 세밀해지고 확장되었지만 취향은 전편이 더 좋다고 말한다.

다음 이야기는 또 언제나 나오려나? 3년, 4년,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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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스 딜리버리 안전가옥 쇼-트 4
전삼혜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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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쇼-트 4권이다.

이번에 후속편인 <위치스 파이터즈>가 나와 급하게 읽었다.

두툼한 분량의 책이라면 그냥 지나갔겠지만 얇은 책이라 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또 언젠가 읽으려고 마음먹고 있던 책이기도 했다.

이 작가는 안전가옥의 앤솔로지를 통해 한두 편 정도 읽은 것이 전부다.

마녀 콤비와 초능력자 콤비란 설정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어떻게 보면 마블 세계가 떠오르는데 그것과는 다른 설정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편 두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표제작 ‘위치스 딜리버리’와 ‘에어프라이어 콤비의 탄생’이다.

전작이 마녀의 세계를 다룬다면 후작은 초능력자의 세계다.

물론 이 두 세계가 각각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한 공간에서 자신들의 영역을 가진다.

이 소설의 무대는 재밌게도 성남이고, 우리가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다.

성남 지리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좀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모른다고 해서 읽는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비현실적 존재와 실제 공간이 교차하면서 풀어내는 이야기는 독특한 재미가 있다.


‘위치스 딜리버리’는 여고생 보라가 주인공이다.

보라는 아이돌 콘서트 티켓값을 모으기 위해 알바를 구한다.

시급이 좋은 일이라 제대로 보지 않고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

그런데 이 택배회사의 주인 윤정이 마녀다. 이때 조금 황당했다.

빗자루 대신 현대의 마녀는 청소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닌다.

마녀가 만든 용품을 주로 배달하는데 가끔 문제가 생기는 물건도 배달한다.

절친 주은이 심각한 불면증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서 마녀의 다른 면들이 드러난다.

아! 마녀가 청소기를 타고 하늘을 날 때는 투명 망토를 써야 한다.

비가 올 때는 비행 금지이고, 투명 망토를 오래 사용하면 사람들 기억에서 사라진다.


‘에어프라이어 콤비의 탄생’은 열세 살 동갑내기 초능력자 세이와 미카엘라가 주인공이다.

이 이야기의 화자는 미카엘라를 좋아하는 세이다.

미카엘라는 염력과 열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다. 세이는 감각 공유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둘은 초능력자 기숙학교 김앤장드림학교 초등부 전교 꼴찌 콤비다.

미카엘라는 부모가 억지로 이 학교로 보냈고, 세이는 자신의 발로 들어왔다.

이런 관계와 상황은 둘을 단단하게 묶는다

하지만 미카엘라가 초보 마녀 보라에게 반하면서 상황이 꼬인다.

마녀를 만나려면 택배를 시켜야 하고, 이 물건이 문제를 일으킨다.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다.

곳곳에 한국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들이 나오지만 심각하지는 않다.

하지만 잘 생각하면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부분에 대한 은유처럼 보인다.

마녀와 초능력자가 공존하지만 서로 적대적인 듯한 관계다.

큰 사고나 문제가 아직 발생하지 않았지만 언젠가 발생한다면 이들의 활약은 어떨까?

초보 마녀와 초딩 초능력자의 어리숙한 활약은 다음 단계를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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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라키의 머리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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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무라 이치의 공포 단편집이다.

히가 자매 시리즈의 네 번째 소설이자 첫 단편집이다.

개인적으로 히가 자매 시리즈는 두 번째 작품을 빼고 모두 읽었다.

오래 전에 읽었던 소설들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지만 재밌게 읽은 것은 기억한다.

이후 다른 장편도 재밌게 읽은 적이 있어 이 작가의 소설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눈길이 간다.

이번 단편집에 히가 자매의 과거가 다루어지는데 그 이름이 나올 때면 눈이 커진다.

어른이 아닌 아이가 풀어내는 이야기는 또다른 재미를 준다.

그리고 언젠가 세 자매가 함께 활약하는 소설이 나올지 궁금하다.


모두 여섯 편이 실려 있다.

각각 다른 사연과 기묘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미스터리와 호러가 뒤섞여 있다.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은 단편은 <술자리 잡담>, 표제작 <나도라키의 머리> 등이다.

다른 소설들도 다른 재미와 서늘함을 전해주었는데 특히 <학교는 죽음의 냄새>가 그렇다.

이 단편은 그 공포가 마지막 장면에 와서 머릿속으로 파고든다.

비 오는 날 체육관에 나오는 유령과 그 유령의 정체, 과거의 사연과 진실 등.

이런 단편을 볼 때면 인간이 얼마나 잔인한지, 이기적인지 알 수 있다.

<파인더 너머에>도 섬세하게 읽어야 한다.

괴담의 장소에서 찍힌 사진 한 장과 그 과거가 이어지는 이야기는 멋지다.


재밌게 읽은 <술자리 잡담>은 남성 우월주의자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 자리에 낀 유일한 여성은 가끔 반격을 한다.

남자 3명이 풀어내는 언어 폭력과 시대착오적 발언은 ‘뭐지?’를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마지막에 드러나는 진실과 통쾌한 반격은 밀도 있는 이야기와 어울려 재밌었다.

<나도라키의 머리>는 무명 마을의 전설과 공포를 엮었다.

화자와 그 옆에는 <파인더 너머에>에 나온 고등학생 노자키가 등장한다.

어린 시절 사촌의 폭력과 공포 체험이 고등학생이 되어도 잊히지 않는다.

이 일을 해결해주는 인물이 노자키인데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그 서늘함이 조금씩 높아진다.

나도라키의 유래에 대한 설명과 사라진 머리가 이어지는 부분은 뒤늦게 공포가 다가온다.


<5층 사무실에서>는 밤이 되면 ‘아프다’고 우는 어린아이 목소리가 들여온다.

이 목소리와 함께 극심한 고통이 찾아온다.

건물주는 진정꾼에게 영혼을 진정시켜달라고 부탁하지만 실패한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히가 자매의 막내다.

왠지 모르게 집중이 잘 되지 않았는데 히가 자매의 이름이 나와 괜히 반가웠다.

<비명>은 직접적으로 히가 자매가 등장하지 않는다.

대학교 호러영화 동아리를 무대로 괴담과 살인이 엮인다.

오래 전 본 영화 몇 편은 반갑지만 이야기는 왠지 취향을 탄다.

아마 섬세하게 읽지 않아 놓친 부분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조금 아쉽다.


늘 이런 공포 소설을 읽을 때면 사람이 더 무섭다고 생각한다.

실제 귀신이나 유령 등이 등장해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보다 인간의 폭력 등이 더 강하다.

<5층 사무실에서>, <학교는 죽음의 냄새>. <술자리 잡담>, <나도라키의 머리> 등은 인간의 폭력을 다룬다.

직장 내 폭력, 학교 내 왕따, 성 희롱과 언어 폭력, 협박 등의 다양한 폭력이다.

이런 폭력의 피해자들이 귀신이나 유령을 불러온다. 흔한 설정이긴 하지만 사실이다.

약자가 이런 것마저 못한다면 그들의 한은 어떻게 풀 것인가?

하지만 이 피해가 가해자에게만 향하지 않는다는 것을 늘 아쉬운 대목이다.

올 여름이 가기 전 작가의 다른 소설도 한 권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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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
이사카 고타로 지음, 강영혜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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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이력을 가진 연작 소설집이다.

2015~2021년까지 7년 동안 매년 1편씩 음악 페스티벌 ‘오하라☆브레이크’를 위해 썼다.

처음에는 행사장을 찾은 사람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지만 횟수가 늘어나면서 책 한 권이 되었다.

그리고 후일담인 ‘이나와시로 호수에서 다시 만나는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려 있다.

이 후일담은 일본의 경우 전자책에만 실려 있다고 한다. 늦은 번역 덕을 봤다.

페스티벌을 위해 쓴 소설답게 각 단편 속에 인디 뮤지션의 음악이 들어 있다.

당연히 이 ‘더 피즈’나 ‘토모프스키’ 같은 일본 음악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음악가를 모른다고 해도 이 소설을 즐기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처음 1년차를 볼 때 혼란스러웠다.

마쓰시마란 실연자와 도망치는 소년 등이 전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마지막 장면을 본 후 겨우 이 세계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었다.

2년차로 넘어가면 서로 다른 두 세계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깊어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마이크로인들의 세계로 말이다.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은 이야기는 현실의 이야기이지만 마이크로스파이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어쩌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의 불가사의 몇 개는 이런 식의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까?

도망치는 소년이 에이전트 하루토를 만나 경험하는 기이한 일들 말이다.


소설의 무대는 이나와시로 호수다.

에이전트 하루토 등이 적국과 대결하는 공간도 이 호수를 배경으로 한다.

현실의 사람들이 만나고, 이야기를 엮어가는 곳도 바로 이 호수다.

신입사원이 된 마쓰시마가 큰 말 실수를 한 후 그 여성에게 사과하는 공간이다.

과장과 3년 동안 불륜 관계였던 여선배와 함께 일로 와서 연인이 된 곳이 이곳이다.

둘이 사귄 후 이 호숫가에서 이상한 문을 본다.

금방 사라진 그 문에서 나온 두 사람의 이야기는 또 어떤가.

에이전트 하루토 등이 현실 세계로 와서 경험하는 이야기는 우리의 일상을 잘 보여준다.

늘 적국과 긴장하면서 살아야했던 두 사람이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는 불편함이 눈길을 끈다.


이 소설 속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개인적으로 가도쿠라 과장이다.

별명이 굽신굽신 가도쿠라다.

온화하여 부하에게 화내지 않고, 거친 말투로 의욕을 북돋는 일도 없다.

아이디어가 풍부하지도 않고, 대화 기술이 좋은 것도 아니다.

이런 그가 과장의 직위까지 오른 이유로 사죄하는 일을 꺼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 회사의 상무가 저지른 실수를 사죄하기 위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단순히 이런 일로 그가 매력적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미안하다고 말하는 그가 보여준 놀라운 기부 행위와 담담한 대응 때문이다.

아픈 아이를 위해 1억엔을 기부하고, 전혀 이것을 티내지 않는다.

이 사실을 밝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의 가능성을 말한다.

의외의 반전을 아주 멋지게 보여주는 인물이다.


읽다보면 마이크로인들의 세계에서도 미국이란 나라가 나온다.

이 두 공간에서 공유하는 미국이란 나라는 서로 다른 나라인 걸까?

아니면 단순히 내가 잘못 읽은 것일까?

그리고 매년 다른 사람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그 인연은 그대로 유지한다.

7년째와 후일담에서 이 과거의 인연이 잠깐 등장해 잠시 과거로 돌아간다.

후일담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딱 맞은 이야기다.

여기에 후일담 속에 풀어놓은 마지막 장면은 읽고 난 후 팡! 하고 터졌다.

이런 오해와 헛다리가 있나!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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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없는 사진가
이용순 지음 / 파람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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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미국 시카고의 콜롬비아 칼리지와 뉴욕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한 정통 포토그래퍼이다.

개인전도 적지 않은 횟수로 연 적이 있는 중견 작가다.

그는 개인적으로 알던 이의 부탁을 받고 심부름을 해주었다.

이것이 빌미가 되어 2년여의 수감생활을 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없다.

이 책은 그 수감생활 동안 느끼고 경험한 것을 카메라 대신 기록한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할 때 눈길을 끈 부분도 영상을 문자로 풀어냈다는 글이었다.

감옥에서 수감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려주는 글들을 가끔 읽었지만 이 책은 또 다른 느낌이다.

이전에 읽었던 책들 대부분은 정치범들이었다.


교도 행정 시설이나 수감 생활에 대해서 문외한이다.

가끔 방송 등을 통해 그 공간을 살짝 엿볼 뿐이다.

미국의 경우는 아주 자극적으로 표현되고, 한국은 감성적으로 다루어진 적이 많다.

이런 기억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완전히 사라졌다.

물론 저자가 수감된 시절과 지금은 또 다를 것이다.

분명한 수감 기간을 보지 못했는데 그가 본 방송이나 기록 등을 통해 유추는 가능하다.

그리고 이 기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수감생활을 했던 교도소들이다.

성동구치소와 천안교도소는 글을 통해 보면 다른 분위기다.

구치소와 교도소의 차이 이상인 것 같은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잘 몰랐던 사실 하나가 있다.

교도소 등에 나오는 TV 방송들이 우리가 보는 방송과 다르다는 것이다.

방송국에서 송출하는 영상이 아닌 가위질 된 영상을 교도소 등으로 송출한다.

최근에 바뀌었다고 하는데 어떤 식인지는 정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흔한 감옥 안에서 만들지 못하는 것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윷을 쌀밥으로 만든다고 할 때 그 놀라운 아이디어에 놀라고, 강도가 궁금해졌다.

하루 노역을 가서 받는 돈이 너무나도 적어 황제 노역의 일당이 동시에 떠올랐다.

자본주의는 감옥 안에서조차 부자와 빈자를 나눈다.


저자가 감옥 안에서 만나 사람들의 정확한 실명은 나오지 않는다.

어떤 인물에 대해 궁금하면 검색으로 찾을 수 있는 경우도 보인다. 찾고 싶지는 않았다.

징벌동 단골 이야기는 쉽게 납득할 수 없지만 현실은 어디나 다양하게 작용한다.

이제는 추억의 단어가 되어버린 펜팔, 높은 가격의 담배, 특별한 라면 등

‘담장 안의 지식’ 이야기는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게 한다.

별거 아닌 것이지만 목소리 높이면 이기는 줄 아는 사람들(나도 포함)이 기억났다.

닫히고 갇힌 공간 속에서 그들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생각하고 움직인다.

항상 켜져 있는 형광등에 퇴화하는 눈, 그 눈을 개선하는 약을 파는 교도소.

저자의 묵직한 문장은 이 사실들을, 감정들을 조금씩 풀어낸다.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범죄 이력, 각각 다른 수감 기간.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고, 어떤 이의 면회는 거절하기도 한다.

밖에서는 먹지도 않을 음식이 특식으로 나오면 그들은 좋아한다.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그의 글솜씨는 글짓기 대회 수상으로 나타난다.

이때 받은 상품은 누구나 탐내는 물건이다. 저자는 특별히 탐내지 않는다.

그가 구치소와 교도소에 머문 동안 쓴 글은 이것보다 많을 것이다.

그 속에는 자신의 실수에 대한 단상, 원망, 아쉬움, 두려움 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솔직히 내가 더 궁금한 것은 이런 심리가 시간의 흐름 속에 어떻게 변하는지 보는 것이다.

하지만 사진가의 관찰로 잠깐 들여다본 감옥의 일상과 풍경도 흥미로운 대목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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