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카니발 율리아 뒤랑 시리즈
안드레아스 프란츠 & 다니엘 홀베 지음, 이지혜 옮김 / 예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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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아 뒤랑 시리즈 열두 번째 작품이다. 출판사에서 시리즈 첫 권부터 낼 예정이라고 한다. 열 권 이상 시리즈로 나왔다는 사실이 이 시리즈의 가치를 알려준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원작자 안드레아스 프란츠가 집필 도중 죽으면서 다니엘 홀베가 그 다음 이야기를 완성했다. 이런 사실을 알고 본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중반 이후 매끄러운 느낌의 전개가 아니다. 단절된 후 갑자기 다른 결말로 이어진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개인적으로 원작자가 구상한 것을 따라 이야기가 마무리된 것인지 궁금하다.

 

한 여자가 죽는다.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에 행복해한다. 왜 이런 감정을 느꼈을까? 이 살인사건은 대학생들이 펼친 광란의 파티가 있던 밤에 생겼다. 피해자 이름은 제니퍼 메이슨이다. 살인현장은 참혹하다. 증거가 방안에 넘쳐난다. 현장에 있었던 다른 학생들은 술에 취하고 마약에 중독된 상태로 발견된다. 왜 이런 참혹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는지 말하지 않는다. 이 파티에 참석했던 학생 중 한 명만이 멀쩡한 정신이었다. 그가 바로 살인자 알렉산더다. 작가는 알렉산더의 다른 살인사건을 보여주면서 분명하게 범인을 알려준다. 그럼 그날 밤 그 현장에 있었던 학생들은 무죄일까? 이런 의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2년의 시간이 흘러간다.

 

이 참혹한 살인사건은 이 시리즈 주인공 율리아가 전작에서 당한 사건 후유증 후 첫 사건이다. 현장으로 돌아온 그녀에게 쉽지 않은 사건이다. 성폭행이 가득한데 그녀는 전작에서 살인자에게 감금되어 성폭행과 죽음의 고비를 넘긴 적이 있다. 이 사건을 다루면서 율리아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준다. 그 사건이 그녀를 얼마나 힘들고 공포에 사로잡히게 만들었는지 전작을 보지 않아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녀의 동료들이 나온다. 2년 뒤에 다시 이와 비슷한 사건을 다룰 팀이다. 전작에서도 그랬겠지만.

 

한 통의 신고 전화에 의해 시체가 발견된다. 현장에 출동한 형사는 프랑크와 자비네다. 너무나도 참혹한 살인 현장이다. 난도질당한 시체의 모습이 익숙하다. 이 이상한 익숙함을 먼저 느낀 것은 자비네다. 그녀의 말에 따라 프랑크도 느낀다. 그것은 2년 전 제니퍼 메이슨 살인사건이다. 이것을 프랑크가 사건 회의에서 임시 과장 역을 맡은 율리아에게 말한다. 그녀는 의혹을 가진다. 내부 알력이 생기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이것은 금방 메워지고 카를로 사건을 하나씩 조사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은 어느 경찰소설과 다르지 않다. 그 어떤 명탐정도 등장하지 않는다.

 

카를로 살인사건 후 알렉산더가 다시 등장한다. 그는 취직한 상태다. 하지만 그의 살인 행각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인터넷으로 창녀를 물색하고 그녀를 찾아가 섹스 장면을 비디오에 담으려고 한다. 앞에서 이미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을 보여줬기에 이번에도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예상대로다. 그런데 더 잔혹해졌다. 그가 대학에서 사귄 유일한 친구가 카를로인데 왜 그를 죽였을까 의문이 생긴다. 형사들은 카를로의 방에서 가져온 자료를 토대로 힘겨운 탐문과 조사를 펼친다. 단서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증거 중 하나가 알렉산더의 회사로까지 이어진다. 사건해결의 실마리가 나온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서 어색함과 비약이 펼쳐진 부분이 갑작스럽게 알렉산더가 사라진 이 부분이다. 연쇄살인범으로 그 모습을 분명하게 보여준 그가 한 창녀의 살인사건 후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그의 실종은 경찰들이 그의 집을 조사할 빌미를 제공하고 그가 숨겨놓은 비밀의 방이 들통난다. 이 방은 경찰이 사건의 진실로 다가가게 만든다. 하지만 단절된 듯한 구성과 전개는 꽉 짜인 듯한 느낌을 전혀 주지 못한다. 왠지 반전을 위한 장치로 다가올 뿐이다. 다행이라면 소설 속 형사 캐릭터들이 이 공간을 채워준다. 솔직히 이 작품만으로는 율리아의 매력을 잘 모르겠다. 원작가의 다른 소설을 읽으면 달라질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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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고백
조두진 지음 / 예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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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작가다. <도모유키>를 사놓은 지 몇 년이 되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손이 나가지 않았다. 한겨례문학상 수상작이라 산 것인데 왠지 모를 선입견과 감정 때문에 선뜻 읽지 못했다. 뭐 이런 책들이 한두 권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작가들은 머리 한 곳에 늘 자리를 잡고 신간이 나오면 다시 관심을 불러온다. 그러다 마주한 책 소개글 중 “우리의 기억 저편, 그 어두운 이면을 서늘하게 그린 소설집”이란 문장에 빠졌다. 심리추리소설의 그림자 한 자락을 보았다면 과한 표현일까? 가끔 단편이 장편보다 편한 경우가 있는데 이번 선택이 바로 그랬다.

 

모두 여섯 편이다. 개인적으로 앞의 네 편은 취향에 맞았고, 뒤 두 편은 왠지 산만하게 다가왔다. 읽을 때 집중도 차이가 이런 차이를 가져오지 않았나 생각도 해본다. 사실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은 첫 번째 작품 <끼끗한 여자>와 <장인정신>이다. <끼끗한 여자>는 깨끗한 여자로 잘못 읽었지만 나중에 사전을 찾아보니 ‘끼끗하다’가 ‘생기가 있고 깨끗하다’란 의미가 있으니 완전히 다른 뜻은 아니다. 한 여자 연예인의 갑작스런 은퇴와 죽음을 다루고 있는데 마지막 반전이 섬뜩했다. 소문과 사실과 강박증이 교차하는 과정에 하나씩 밝혀지는 진실은 작가가 우리 연예계를 보는 시선 한자락을 볼 수 있다.

 

<장인정신>은 도박 그중에서 화투를 좋아하는 여자가 칼국수로 돈을 벌려고 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맛으로 소문난 골목구석 할머니 칼국수를 무려 108번이나 먹으면서 찾으려고 한 비법이 마지막에 드러날 때 이미 알고 있는 비법이었지만 고개를 끄덕인다. 맛의 획일화 혹은 우리 기억 속 어머니의 맛이 어디에서 기원했는지 보여줄 때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에 딸이 찾아와 맛있다고 말할 때 그녀도 엄마의 맛을 그렇게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씁쓸함이 더해진다.

 

<시인의 탄생>은 열린 결말이다. 기억과 상처를 다루고 있는데 가장 미스터리한 전개를 보여준다. 한 여류 시인 정경숙의 시집 <시인의 탄생>이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되고, 어린 시절 그녀를 잠시 만났던 현직 형사와 다시 만난 후부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협회에 시인 이름을 올리고자 한 박 형사가 시와 과거 사건을 엮으면서 풀려나오는 기억과 기록들은 나의 시선에서 보면 잘 맞아떨어진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쓴 시가 대히트를 치면서 생긴 부작용과 과거에 대한 의문과 의혹은 장편으로 개작한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녀의 숨겨진 비밀과 과거를 더 충실하게 만들면서.

 

표제작 <진실한 고백>은 한 무기징역자의 고백을 다룬다. 그가 왜 감옥에 오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보여주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성장의 희생물은 우리 시대가 풀어야 할 숙제다. 하지만 실제 재미가 발생하는 것은 그의 말이 사실이 아닐 것이란 것을 알고 읽는 독자의 심리다. 감방에 있으면 수십 수백 번은 더했을 이야기가 어떤 윤색 과정을 거쳐 현재까지 왔을까 추측하는 재미도 상당하다. 그 과장에 자신의 기억이 왜곡되었다는 사실조차 잊었을지 모른다는 추측도 해본다.

 

<이정희 선생님>은 제목을 읽으면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먼저 떠올랐다. 얼마 전 대선의 여파다. 하지만 소설은 한 중년이 초등학교 담임이었던 선생을 죽이려고 한 이유에 대한 것이다. 다 읽고 난 후 어떻게 그런 일로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 순간의 기억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변하게 만들 수 있는지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어쩌면 그의 기억도 자신의 감정에 의해 왜곡되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것은 그가 성장을 거부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감정의 기복과 반전이 없다는 부분이 흡입력을 떨어트린다.

 

<뻐꾸기를 보다>를 읽으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작가가 있다. 성석제다. 한때 그의 열렬한 팬이었다. 물론 지금도. 이야기를 풀어내고 환상과 전설 같은 이야기를 엮어내는 것이 그를 떠올려준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거짓말이라고 말할 때 이미 뻥이란 느낌을 주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만들었던 댐이 사람과 호랑이 등을 몰아내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읽으면 산업화 현대화가 우리 삶을 얼마나 힘들게 만드는지, 감성을 메마르게 만드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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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여행자
박준 지음 / 삼성출판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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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은 내가 처음으로 배낭여행 간 곳이다. 그 이전에 간 여행은 패키지나 반패키지였다. 친구와 함께 간 방콕은 살짝 두려운 공간이었다. 가기 전 혼자서 태국 관련 사이트를 뒤지면서 갈 곳과 동선을 짠다고 고생했다. 그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패키지 그것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 여행을 통해 자유여행의 즐거움을 발견했다. 그리고 혼자 혹은 같이 가는 여행에서 여행사 가이드는 사라졌다. 물론 현지에서 필요에 따라 가이드 관광을 한다. 그것은 일정 중 하루 이틀 정도에 불과하다. 그 자신감을 만들어 준 곳이 바로 방콕이고 태국을 여행할 때마다 경유하면서 머물던 곳이다.

 

방콕을 두 번째 갔을 때 노선도 모르면서 버스를 탔다. 혼자 다니는 여행이라 무작정 탔다.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내리는 곳이 어딘지 몰라 방황하고 졸다 깨면 깜짝 놀라곤 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방콕은 알 수 없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이 자신감은 다음 여행에서 산산조각 나지만 익숙한 그 무엇을 만들어줬다. 그리고 방콕에 가면 꼭 가는 곳과 새로운 경험을 찾는다. 이 경험은 무심코 지나간 곳에서 보통 생긴다. 나보다 먼저 다녀간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간 경우가 태반이다. 그렇지만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오만과 착각과 부정확한 정보로 많은 착오를 겪어야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만큼의 경험과 정보를 얻게 되었지만.

 

저자 박준은 <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로 소위 말하는 대박을 쳤다. 나도 한 권 가지고 있다. 이 책을 샀을 때는 카오산 로드를 몇 번 다녀왔기에 바로 읽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자주 갔던 태사랑 사이트에서 얻은 정보만으로도 충분했던 것도 하나의 이유다. 그런데 이번에는 방콕에 장기간 머물면서 그 경험을 책으로 내었다. 가끔 장기 체류자가 거주자가 글을 올리지만 단순한 감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책은 전문 여행 작가가 이런저런 이유로 7개월을 산 것이다. 며칠 휴가 내어 다녀가는 여행자가 경험하지 못할 것이 담겨 있을 것이란 기대가 강했다. 여기에 좋아하는 방콕이다. 그러니 그냥 지나가기 힘들다.

 

내가 얻은 방콕의 정보 중 많은 부분은 첫 여행을 간 푸켓의 가이드에서 비롯했다. 그때 얻은 지식은 이후 얻은 지식에 덧붙여줘 태국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짧은 여행은 태생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곳에 가기 전 가고 싶은 곳을 정하고 그곳으로 갈 생각만 하기 때문이다. 그 나라 문화를 단편적으로 얻고 동선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짜기 때문에 새롭고 신선한(?) 경험을 하기 쉽지 않다. 물론 좋은 사이트에서 몇 가지 정보를 얻어 관광객 대상이 아닌 곳을 방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 역시 수박겉핥기다. 이것은 7개월 머문 저자도 어쩌면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것을 피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현지인의 안내인데 이 책에서 D는 아주 좋은 역할을 한다.

 

아무리 좋은 현지인을 사귄다고 해도 그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풀어내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자기 나라의 문화나 생각이 글 속에 드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성공적이다. 수많은 장소를 방문하지만 그곳의 단순한 분위기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거나 운영하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그들의 철학을 듣고 오기 때문이다. 아마 그가 간 곳 중 몇 곳은 그냥 무심코 지나간 곳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 번도 가보려고 마음먹지 않거나 몰랐던 곳도 나온다. 이 장소는 읽으면서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원초적인 감정과 함께 도시 이미지를 떠올려준다. 당연히 기존 이미지와 충돌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다시 방콕은 되살아난다.

 

단순히 장소와 사람 이야기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곳에 사는 사람과 문화다. 특히 우리와 다른 문화다. 현지인과의 대화를 통해 드러나는 태국 하이쏘의 생활은 상상을 초월한다. 방콕의 홍수로 큰일이 난 것처럼 방송에서 말할 때 이 도시 사람들이 어떤 놀이를 했는지 보여줄 때 언론이 얼마나 흥미위주인지 알려준다. 압도적으로 낯선 곳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 그와 나의 감성이 어떤 부분에서 같은지, 차이가 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들려주는 공간과 사람들 이야기는 내가 본 방콕이 관광객을 위한 방콕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는데 몇 개월 머물면서 낯선 곳을 방문하고 그 나라를 하나씩 배운다면 어떨까? 이것을 보면서 한국 장기 체류 외국인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언제나 머릿속에 있는 동남아 장기여행이 다시 꿈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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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 룩 어웨이
린우드 바클레이 지음, 신상일 옮김 / 해문출판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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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이 진짜 그 사람일까? 이 소설은 바로 사랑했던 한 여인의 실종에서 모든 것이 시작한다. 그녀의 실종이 누군가의 음모에 의한 것이란 의심이 생길 때, 그 의심이 자신이 쓰고자 하는 기사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할 때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믿고 있던 일상에 균열이 생기지만 그것을 의심하기는 힘들고 잃어버린 사랑으로 아파한다. 그리고 드러나는 진실은 가속도를 붙이면서 이야기 속으로 단숨에 독자를 끌고 들어간다. 너무나도 잘 짜인 구성과 반전은 인간의 허약한 감정에 불을 붙이고 욕망과 감정 사이에서 춤춘다.

 

아내 잰과 함께 아이 이썬을 데리고 놀이공원에 놀러갔다. <스탠다드>의 기자 데이빗은 이 일이 있기 며칠 전 사설 감옥업체로부터 접대를 받은 정치인에 대한 기사를 쓰려고 했다. 당연히 이 사실을 알게 된 정치인과 업자로부터 공격이 들어온다. 이런 일상 속에 아내는 심각한 우울증 증세를 보여준다. 그녀를 사랑하는 데이빗에게 이것은 큰 걱정이다. 자살 시도 있었다는 사실은 그를 겁먹게 만든다. 이런 위험을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놀이공원에 간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아내가 사라진다. 이전까지 깔아놓은 설정을 보면 그의 적이 아내를 납치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새롭게 시작한다.

 

사랑하고 믿었던 아내와의 일정과 일상이 하나씩 부정될 때 이 실종의 제1용의자는 남편이 된다. 모든 증거가 가리키는 것은 데이빗이다. 그가 알고 말한 것들이 거짓이 될수록 혐의는 높아진다. 이런 것과 상관없이 그는 자신만의 추적을 시작한다. 그 하나가 아내가 숨겨놓았던 출생증명서다. 이 증명서를 통해 그녀가 숨겨놓았고 죽었다고 말한 부모를 찾아간다. 그리고 드러나는 진실은 그가 알고 있던 아내가 아니라는 것이다. 증명서 속에 아이는 이미 죽었다. 그럼 그녀는 누굴까? 이때 그녀의 정체를 깨닫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왜? 에 대한 답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의문도 곧 풀린다.

 

데이빗을 통해 그녀의 실체가 하나씩 밝혀질 때, 형사 덕워스를 통해 데이빗에 대한 의혹이 심해질 때 잰은 다른 남자 드웨인과 함께 달아난다. 놀랍다. 사랑 때문인가? 이런 의문은 곧 사라진다. 이런 진솔하고 열정적인 감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답은 돈이다. 한 남자를 만나 아이까지 낳은 그녀가 모든 것을 버리고 선택한 것은 바로 돈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다이아몬드다. 불법 다이아몬드를 중간에서 강탈해 한몫 잡으려고 한 것이다. 자신이 낳은 아이까지 포기할 정도로 감정이 메말라버린 그녀를 채운 것은 거액의 돈에 대한 욕망이다. 이것이 가능할까 고민할 새도 없이 이야기는 빠르게 진행된다.

 

데이빗과 덕워스가 합법의 공간에서 움직인다면 잰과 그녀를 쫓는 살인자 오스카 파인은 어둠속에 서 있다. 잰이 자신의 존재를 지우고 새로운 신분으로 바꾸기 위해 깔아놓은 설정은 남편 데이빗을 압박한다. 이 설정을 철저하게 따라가는 인물이 형사 덕워스다. 증거와 증언이 엇갈리면서 분명하게 하나의 사실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설계한 잰은 오스카가 언젠가 찾아올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살았다. 이 공포가 위장을 위한 데이빗과의 결혼과 이썬의 출산으로 이어졌다. 정말 독하고 대단한 여자다. 엄청난 연기다. 이 연기는 드웨인의 출소와 함께 끝나고 그녀를 사로잡은 욕망을 위해 달려간다.

 

소설은 사랑과 감정이 사라진 곳을 채운 욕망과 단순한 욕망으로 가득하다. 진실은 숨겨진 채 보여주고 싶은 것만 다른 사람이 보게 만든다. 속이는 자와 속는 자 사이에 놓인 사실은 너무나도 모호하다. 이 모호함은 믿고자 하는 것만 믿는 사람들이 본 것 때문이다. 이것을 벗겨낸 사실들은 냉혹하다.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독자조차 이런 일이 가능할까 물을 정도니 당사자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반응이다. 속고 속이고 쫓고 쫓기는 과정 속에 하나씩 깔아놓은 설정은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마지막으로 달려갈수록 몰입도는 놓아진다. 올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멋진 미스터리 소설 한 편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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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 까닭에 - 21년차 인권활동가 12년차 식당 노동자 불혹을 넘긴 은숙씨를 선동한 그이들의 낮은 외침
류은숙 지음 / 낮은산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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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참 힘든 단어다. 이 단어를 자주 사용한 것은 학교 선생인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다. 요즘 선생 노릇하기 힘들다고 그들이 말하면서 학생들의 문제를 말할 때 교권보다 인권이란 말은 했다. 이 책에서도 잠시 나오지만 선생들이 학생들에게 주인이라고 말할 때는 보통 일을 시킬 때다. 학교란 공간에서 가장 약자는 학생인데 자신들의 위치가 잠시 침해당했다고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았다는 옛 이야기를 갖다 붙이는 것을 보면 열불이 났다. 자신들의 책상 정리도 쓰레기통도 버리지 않는 그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 당시 나에게 인권이란 피상적인 것이었다. 옛날 학창시절 선생들에게 받은 불합리하고 폭력적인 행동의 영향 아래 있었다. 선생들이란 존경의 대상이 아니었다. 최소한 내가 경험한 선생들은 그랬다. 그들이 뒤집어쓴 선생의 껍질을 벗어던질 때 그냥 보통의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성향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러니 선생이란 존재를 존경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제도 교육 아래 대부분 학생들은 선생을 존경하도록 강요받는다. 좀 확대해석하면 박정희를 찬양하는 그 시대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저자는 인권을 ‘헤쳐 모여’라고 정의한다. 개인과 연대에 대한 이야기다. 사회는 ‘우리’를 강조한다. 어릴 때 ‘우리’라는 단어가 좋은 것이라고 배웠다. 이 ‘우리’라는 단어 속에 ‘나’라는 존재도 포함되어 있지만 일상적으로 우선되는 것은 늘 ‘우리’다. ‘나’를 앞세우면 이기적이라면서 비난한다. 이 ‘우리’를 위해 개인들은 억눌리고 억압당하고 소외된다. ‘나’로 있고자 하면 꼭 ‘우리’란 울타리 속에 집어넣고 자신들의 ‘우리’를 강요한다. 이때 ‘우리’는 개인들의 ‘나’가 모여 만든 ‘우리’가 아니다. 소수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욕망이나 바람을 담아낸 ‘우리’다. 그래서 ‘우리’가 싫다. 하지만 ‘나’가 함께 모여 ‘나’를 인정하고 함께 나간다면 어떨까?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많지 않은 분량이라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단숨에 읽으려고 했지만 읽으면서 몇 번 쉬어야 했다. 어려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무거워서 그랬다. 평등과 연대라는 단어가 피상적으로 먼저 다가왔고, 그녀가 경험한 현실들이 나의 가슴속으로 와 닿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것은 내가 실천으로 옮기지 않고 입만 주절거린 것과 비슷한 거리다. 약간 위안을 삼는다면 인권활동가인 그녀조차 일상 속에서 완벽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뭐 비겁한 변명이지만. 하지만 그녀가 만난 사람들 이야기는 그냥 무심코 스쳐지나간 뉴스가 아닌 한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었다. 여기서 배우고 깨달은 것이 바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최소한 이런 사실도 모르고 사는 것보다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며칠 전 미국 학교 총기 사고가 났을 때 미 총기협회 회장이 한 말이 갑자기 떠오른다. 총을 가진 나쁜 사람을 막기 위해 총을 가진 좋은 사람을 학교에 두자는 말이다. 이때 바로 떠오른 것은 총을 없애면 되는데 하는 생각이다. 자신이 가진 권력이나 지위나 이익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가 내뱉은 그 말은 우리의 삶속에 너무 자주 등장한다. 그들에게 복지도 마찬가지다. 복지와 치안 문제로 넘어가면 권력자들이 어떻게 이 상황을 인식하고 풀려고 하는지 잘 드러난다. 성폭력자에 대한 대응으로 거세나 사형이란 극단적 방법을 내세우는 현실을 생각하면 된다. 여기에 우리도 공포나 혐오 등으로 이에 동조한다. 부끄러운 현실이다. 이런 감정과 느낌이 잘 지워지지 않는 것은 나 자신의 노력이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그 동안 받은 교육과 언론 매체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많은 이야기 속에 가슴 뜨끔한 것 하나 말하자. 우리 안의 투명인간이 보이지 않는가? 하는 장에서 ‘자기 인생에서 소중하게 만난 인연, 귀하게 여기는 사람 이름을 열 명만 써 보세요?’란 물음이다. 쉽게 떠오르는 이름이 많지 않다. 그런데 이 이름 속에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있습니까? 당신과 다른 수준의 학력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까?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사람, 성적 지향성이 다른 사람은요? 당신과 국적이 다르고 피부색이 다른 사람은 있나요?’라고 물었을 때 나의 삶의 한계와 인식이 얼마나 협소하고 편협했는지 그대로 드러났다. 이런 환경 속에서 행동과 실천과 인식이 넓혀지기는 쉽지 않다. 간접 경험을 통해 얻게 된다고 하지만 허상이거나 거짓일 경우가 더 많다. 이것은 인권활동가인 저자도 가끔 보여주지 않는가? 하물며 그냥 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나라면? 부끄럽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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