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스패로우 1 버티고 시리즈
제이슨 매튜스 지음, 박산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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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정통 스파이소설이다. 오랜만에 이런 스파이소설을 읽는다. 작가는 전직 CIA요원으로 33년간 근무했던 경력이 있다. 이 경력은 소설 속에 그대로 녹아 있다. 예상한 것보다 더디게 읽히기에 재미가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했지만 읽는 재미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 한참을 읽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세밀한 묘사와 상황에 대한 설명들이 나의 호흡을 흐트려 놓은 것이다. 등장인물들이 하나의 장소로 이동할 때 주변의 모습이나 상황들을 하나씩 그려내듯이 보여주는데 이것이 속도를 떨어트린다. 계단의 숫자, 상호들, 방향의 전환 등이 몰입할 때는 한 글자 한 글자 읽게 만든다. 이러니 당연히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과 러시아 두 진영의 첩보원들의 대결을 다루었다. 당연히 작가의 무게는 미국 쪽에 있다. CIA 요원 네이트와 러시아 정보기관 SVR 요원 도미니카가 남녀 주인공을 맡아서 이야기를 주로 끌고 나간다. 하지만 이들 뒤에는 양국의 정보요원들이 음으로 양으로 지원하고 조정한다. 네이트는 러시아 정보조직 내부의 스파이 마블과 만나 정보를 빼내는 역할을 맡고 있고, 도미니카는 이 네이트를 유혹해서 내부 스파이의 정체를 밝혀내야 한다. 이 둘이 만나기 전에 이 두 사람의 가족사와 그들이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자세하게 보여준다. 특히 도미니카가 받은 교육은 흔히 소문으로만 들었던 것이다. 바로 스패로우 교육을 말한다.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도미니카다. 그녀가 태어나고 자란 후 어떤 과정을 거쳐 정보요원으로 바뀌게 되었는지 자세하게 알려주고, 그녀에게 특별한 능력을 부여했다. 그 특별한 능력은 사람의 감정 등을 색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엄마에게 물려받은 성격으로 순간 폭발하는 잘못을 범하지만 이것이 제대로 조절된다면 어떤 위력을 발휘할지 모른다. 다행이라면 그녀가 자랄 때 부모들이 이 능력을 숨겨주었기에 다른 사람들이 모른다는 것이다. 이 능력은 그녀가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중요한 선택을 할 때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것이 항상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이전에 포사이스나 다른 스파이소설 거장들의 작품을 읽을 때 느낀 긴장감이 다시 돌아왔다. 아직 그 감각이 완전히 살아나지 않아 그 재미를 완전히 누리지 못했지만 조직 속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그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는지, 어느 순간 위험이 닥쳐올지 등의 다양한 느낌을 누릴 수 있었다. 내부 스파이를 관리하는 일의 어려움과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작전이나 노력 등은 읽는 내내 어느 방향으로 튈지 알 수 없었다. 그 중 하나가 도미나카와 네이트가 만나고, 서로가 우정을 쌓고, 자신들의 숨겨진 감정을 속이는 등의 행동을 할 때 잘 드러난다.

 

서로 자신의 패를 숨긴 채 속이는 작업을 펼치는데 네이트에게는 아주 좋은 동료가 있다. 바로 마커스와 자나 부부다. 이 노부부는 오랫동안 헬싱키에 살았고, 주변에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누구도 그들이 미행하는지 알지 못한다. 이와 비슷한 인물들이 또 등장하는데 바로 오리온 팀이다. 모두 베테랑으로 젊은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강한 인내력을 가지고 있고, 상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미행한다. 물론 러시아의 정보요원이 빈번하게 움직이지 않았다면 그 패턴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서로 속고 속이고 미행하고 따돌리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긴장감을 높이는데 이 모든 것들이 우리가 영화 등에서 본 것과 달리 아주 현실적이고 앞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

 

도미니카와 네이트가 한쌍의 커플이 되어 전체 국면을 이끌어나간다면 이들 뒤에서 새로운 상황을 만들고 상대측을 속이는 수단을 펼치는 것은 두 정보조직의 수장이자 전문가들이다. 기본적인 내용은 러시아 내부 스파이 마블을 찾는 러시아와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의 대결이지만 그 속에 들어가면 인간의 다양한 감정들과 시대의 이면에 대한 모습들을 다룬다. CIA가 러시아 내부 스파이를 심어놓은 것처럼 러시아도 미국 내부에 스파이를 심어놓고 정보를 수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결의 결과는 당연히 미국의 승리처럼 보이지만 그 결과가 결코 깔끔하지는 않다. 배신과 배신이 중첩되고, 권력을 추구하는 개인의 이익이 충돌하는 모습 등은 그 결말을 섣부르게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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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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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6월 민주항쟁은 나에게 텔레비전을 통해 본 데모들이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뉴스를 통해 나왔던 시위대의 모습은 그 당시 학생이었던 나의 이해력을 한참 넘어선 것이었다. 나중에 대학교에 가서 선배들의 무용담과 성과를 들었지만 한쪽 귀를 흘려버렸다. 그 이후 감탄하고 칭찬하기 보다는 그들이 실제 나가서 한 행동들 때문에 더 분노하게 되었다. 분명히 그들이 이루었던 대통령 직선제와 민주화는 큰 성과를 이루었지만 역사 속에서 딱 반 걸음 앞으로 더 나갔을 뿐이다. 거대한 한 걸음이 아니고 반 걸음인 것은 그들이 현재의 기득권으로 변해 새로운 수구세력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프롤로그를 보면서 공감했다. 대학 시험을 친 후 나는 박정희를 옹호했다. 그 당시 누가 박정희를 욕하는가! 하고 화를 내기도 했다. 학교와 주변 어른들에 의해 세뇌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거짓된 정보를 씻어내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너무 깊숙이 박혀 있었고, 또 다른 사실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많은 의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시절 무협과 소설을 좋아하던 평범한 학생이 이 거대한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도 언론을 통해 얻은 정보와 지식은 나의 생각을 지배했다. 그래서인지 나의 이십대 초반은 아주 우울하고 암울했다.

 

물은 100℃에서 끓는다. 이 책의 저자는 87년 당시의 분위기를 끓기 바로 직전인 99도라고 말한다. 아마도 역사의 결과를 알고 있기에 이런 표현이 쉽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절 일어났던 몇 가지 큰 사건들(박종철 고문사건, 이한열 열사 사건 등)은 대학생들에 한정되어 있던 시위대를 시민전체로 번지게 만들었다. 소위 말하는 넥타이부대까지 여기에 끼어들었다고 한다. 이 만화 속에서 몇 컷은 이것을 보여준다. 시민들은 시위대에서 물과 음식을 제공했고, 밤늦도록 시위가 끊어지지 않았다. 도시는 최루탄으로 가득했다. 나의 대학 시절도 학교 앞에서 가장 익숙했던 냄새는 바로 최루탄이었다. 이렇게 물이 100도에 끓기 위해서 뒤에서 앞에서 노력한 사람들이 있다. 단순한 청춘의 열정에 의해 가담한 대학생들도 있겠지만 그 당시는 정말 순수했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지금은 대학교에서 가두시위를 하는 장면을 볼 수 없다. 몇 년 전 광우병 사태가 있었을 촛불시위도 대학생들이 가두시위를 하는 것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언제부터인가 대학교 총학생회는 사회에 대한 시선을 거두고 취업에 집중했다. 유일한 시위가 등록금 투쟁 정도다. 이제 대학은 더 좋은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한 하나의 관문이 되었다. 새롭게 입사하는 직원들을 만나 대화를 해보면 단 한 번도 시위를 해본 적이 없다. 그 당시 굉장히 비협조적이었던 나보다도 더 심한 상태다. 지금 이런 말을 하는 나조차도 그 시대의 영광을 누리면서 남이 나서서 대신 해주길 바란다. 목소리를 높여 정부와 여당을 욕하지만 투표를 제외하면 그 어떤 행동이 없다. 온라인에 수많은 성토가 올라오지만 딱 거기뿐이다. 광우병 당시 한국의 미래가 밝다고 느낀 나의 환상이 시간의 흐름 속에 깨어지고 있다. 다시 끓기 위한 준비 단계로써 99도 정도까지 왔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만화는 87년 민주항쟁의 성공에서 끝난다. 절반의 성공이었던 그 지점에서. 그 후 한국 문학의 한 장르는 이 후일담을 수없이 되새겼다. 그리고 기득권 세력은 자신들의 지위를 더 공고히 하기 위해 더 정밀한 방식으로, 더 악랄한 방법으로 이런 기세를 꺽고 있다. 다시 민주주의는 끓어야 한다고 하지만 소시민적 이기주의는 나와 우리가 우선이란 생각만 머릿속에 집어넣어준다. 학창시절 신문 사설을 읽고 기사를 보면서 공부하라고 한 것들이 이제는 오히려 독이 되는 세상이다. 그 당시 시위로 인해 감옥까지 갔다온 선배가 지금 대기업에서 하는 일을 보면 이 만화의 한 장면이 바로 그것을 대변한다.

 

반공 소년 영호가 데모꾼이 되고, 그 엄마까지 민가협에서 활동해야만 했던 시절을 그렇게 무겁지 않게 그려내었다. 부모의 대사는 낯익은 것이고, 청년들의 열정은 가슴 한 곳에서 잊고 있던 감정을 일깨운다. 읽으면서 잠시 추억에 빠지고, 다시 끓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부록의 만화는 아주 유익했다. 민주주의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다시 역사가 100도의 끓기를 증명해주기를 바란다. 엉터리 보수들의 교묘하고 지속적이면서 거짓으로 가득한 여론과 정보 조작을 깨트리고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해서 말이다. 나의 후손들이 헬조선에서 더 이상 살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어쩌면 지금 어딘가에서 99도 정도까지 끓어올랐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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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 백성현 포토 에세이
백성현 지음 / 시그마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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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현, 누구지? 하지만 코요테의 래퍼 빽가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TV에 자주 나왔던 그를 래퍼로 기억하던 나에게 사진가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 상당히 오래되었다. 그보다 먼저 그가 앓고 있던 병이 떠오른다. 뇌종양이다. 이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 병에 무지한 나는 그가 곧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책이나 드라마 등에서 뇌종양에 걸린 사람들은 다 죽었기 때문이다. 수술이 잘 되어 그가 다시 나타났을 때 나는 병이 과장되게 보도된 것인가 하는 의심이 생겼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그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에게 미안해졌다. 나의 섣부른 추측과 오해들 때문이다.

 

포토 에세이란 표제처럼 참 많은 사진들이 나온다. 좋아 보인다. 사진에 대해 잘 모르니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 그가 카메라를 통해 본 사물은 빛과 그림자와 각도에 따라 엄청나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 사진은 더 좁은 곳에, 어떤 사진은 더 넓은 곳을 찍어서 나의 상상력을 넓혀준다. 이런 사진들을 볼 때면 나도 찍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지만 현실에서 내가 찍은 사진들은 아직도 비루하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가 누른 셔터의 숫자와 비교하면 만분의 일도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그가 사진에 들인 노력과 공부를 생각하면 더 분명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빽가가 아닌 백성현을 보게 되었다.

 

책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아프니까, 사랑하니까, 그대로 내 인생이니까, 이렇게 세 부분이다. 아프니까는 제목 그대로 그가 열심히 활동하다 뇌종양을 발견하게 된 과정과 그때 느낀 감정과 사실들은 기록한 것이다. 진솔한 감정을 담은 글은 연예인이 아닌 한 명의 환자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늘 만나게 되는 기레기들의 반응을 보고 분노했다. 악플이란 글에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란 댓글이 소개되는데 이것이 단순히 악플인지 아니면 댓글을 단 사람이 착각을 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댓글은 그를 아주 힘들게 만들었다.

 

병은 사람을 나약하게 만든다. 평소에 신경을 그렇게 쓰지 않던 사람들에게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자신이 놓치고 있던 감정들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그에게 가족이다. 바쁜 연예계 생활에서 잘 찾아가지 못했던 부모님과 어릴 때 기억을 들려줄 때 순간 뭉클함을 느꼈다. 성공한 연예인 빽가의 이면을 살짝 들여다보았기 때문이다. 양념치킨에 얽힌 사연은 더욱 뭉클하다. 얼마나 큰 충격이었으면 지금까지 그 영향을 미칠까 하고. 성공한 빽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닭이란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사진이 있다.

 

사진작가 백성현. 아직도 낯선 이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점점 더 친숙해지고 있지만 빽가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어릴 때부터 찍어온 그의 이력은 놀랍고, 라이카의 아시아 최초 모델이란 사실은 더욱 놀랍다. 아직도 필름 카메라로 작업을 한다는 사실은 어떻게 보면 고루해보이지만 필름 카메라만의 색감이나 질감 등을 생각하면 조금은 동의한다. 어떤 사진작가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고 하니 뭐 특별하게 이상하지도 않다. 그가 자신의 감정을 말하면서 찍은 사진들에 대한 설명을 덧붙일 때 초점이 흐린 사진을 이해하게 되었고, 어떤 사진은 가슴 한 곳에 푹 박혔다.

 

그는 바다를 좋아한다고 한다. 바다 사진을 많이 찍는다. 어떻게 보면 별로 볼 것 없는 사진인데 여기에 이야기가 덧붙여지니 여기저기 유심하게 더 쳐다본다. 노부부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었고, 감동적이었다. photoby란 이름으로 활동한 그가 사진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모아 무료로 교육하고 일회용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실습을 했다는 글을 읽으면서 사진에 대한 그의 열정을 더 많이 읽게 되었다. 이전처럼 코요테가 인기 많은 것도 아니고, 그의 말처럼 유명 연예인의 기부를 따라 갈 정도는 아니지만 열정 가득한 사진가 지망생들에게 그는 아주 좋은 선배이자 선생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그가 함께 사진 찍을래요 라고 했을 때 마음속으로 ‘예’라고 외쳤다. 나만의 좋은 사진을 더 많이 찍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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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애플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7
마리 유키코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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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혼란스러운 소설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흥미롭다는 느낌이 들었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으로 오면서 뭐지? 하는 혼란이 찾아왔다. 아마도 나의 이해를 벗어나는 순간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여덟 편의 에피소드가 각각 독립된 이야기지만 이어져 있다. 감응정신병이란 소재들을 각 에피소드에 녹여내었고, 그 과정에서 시점의 변화와 정체성의 혼란이 만들어낸 부분을 나의 상상력이 엉뚱한 곳으로 발전시켰다. 반복되는 키워드를 머릿속에서 쥐고 있었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이 오해와 혼란을 더 부채질했다.

 

여덟 개의 에피소드에서 다루는 제목들은 에로토마니아, 클레이머, 칼리굴라, 골든애플, 핫 리딩, 데자뷔, 갱 스토킹, 폴리 아 드 등이다. 여기서 폴리 아 드가 감응정신병 혹은 2인정신증이라고 말한다. 제목인 골든애플은 도시전설로 존재하지 않는 환상의 탄산음료의 이름이다. 이처럼 낯선 이름도 있지만 칼리굴라, 핫 리딩, 데자뷔처럼 낯익은 이름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감정과 정신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현대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문제점 들 중 하나를 극단으로 몰고 가는 상황을 만들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이상해보이지만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단지 그 정도의 차이만 다를 뿐이다.

 

소설가인 하루나 미사키, 개그맨이었던 가와카미 고이치, 파견직원인 마이코 등이 반복되는 인물이다. 여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잡지와 소설이 있다. <프렌지>라는 패션잡지와 그곳에 연재되는 하루나 미사키의 소설 <당신의 사랑에게>이다. 특히 이 패션잡지와 연재소설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여성들을 매혹시킨다. 그런데 이 소설이 작가 하루나 미사키와 고이치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것이란 말이 있다. 현실과 소설이 뒤섞인다. 감정이 이입되고, 정신은 그 감정에 매몰된다. 첫 번째 이야기인 <에로토마니아>가 바로 여기서 생긴 사건이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마지막 장면이다. 뭐지? 반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것이 다른 이야기 속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고이치가 일했던 백화점 식품 매장인 멘치카쓰의 점장은 고이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적이 있다. 그는 소심한 사람이다. 본사 근무를 꿈꾸고 있는데 백화점 고객 중 한 명이 먹던 음식에서 손가락이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방송에 이 매장이 찍혔다. 나중에 이것은 또 다른 사건을 불러오는 계기가 된다. 백화점에서는 그 고객이 클레이머란 이유로 역공한다. 그 이유가 일면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이 사건이 소심한 한 점장에게는 아주 강렬한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 그것은 그의 손가락에 붙어 있던 반창고의 분실이다. 다른 클레이머가 나타나고 사건은 겉잡을 수 없는 상태로 발전한다. 놀라운 것은 이 사건 이후 대처 방식이다. 이것은 다음 이야기에서 다시 나온다.

 

이렇게 이야기는 또 다른 모습의 감응정신병으로 변해서 이어진다. 현대의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상황에 대한 묘사나 설명이 여자라고 생각하게 만든 후 반전이 펼쳐지고, 작은 착각이 강한 집착으로 변하면서 헛소문을 만들어내고, 진실의 한 조각이 예상하지 못한 곳에 뚝 튀어나온다. 과거의 한 사건은 진실이 무엇인지 모호하게 처리하지만 이것이 다른 에피소드에 연결되면서 또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헛소문으로 감옥에 간 여자가 만난 사람이 과연 그녀가 맞는지 의문이 생기고, 그 좁은 감옥 안에서 만들어내는 환상과 망상은 그 정도를 넘어간다. 마지막 장에 가서는 앞에 나온 이야기들이 하나로 엮이는데 그 결말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풀려나온다. 가볍게 읽기는 좀 그렇지만 표지의 그림처럼 엮이고 꼬인 관계를 잘 표현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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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한 끼 - ‘문화 유목민’ 주영욱의 서울 맛집 기행 47
주영욱 글.사진 / 덴스토리(Denstory)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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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맛집 가는 것을 좋아한다. 팟캐스트도 맛집 관련된 것을 많이 듣고, 방송도 맛집이나 음식에 대한 프로그램을 자주 본다. 최근에 찾아보는 음식 관련 방송은 딱 두 개다. 하나는 ‘냉장고를 부탁해’이고, 다른 하나는 ‘수요미식회’다. 올해 가장 뜨거운 음식 방송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것 이전에는 ‘찾아라 맛있는 TV'를 좋아했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의 신선한 구성이 힘을 잃었다. 최근에 보는 방송들도 약간 그런 기미가 보이지만 단순히 맛집 소개에만 그치지 않고 음식 재료나 관련 지식을 같이 보여주면서 그 재미를 아직은 유지하고 있다.

 

사실 맛집에 대한 정보가 지금처럼 활성화된 적은 없는 것 같다. 이전에도 맛있는 집에 대한 책이나 정보들이 적지는 않았지만 블로그가 일상화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어딘가 놀러갈 때면 자연스럽게 맛집을 검색하고 그 중 한 곳을 갈 정도다. 이에 대한 부작용도 적지 않아 ‘블로거지’란 단어까지 나왔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도 신문이나 잡지를 보면 꼭 맛있는 집에 대한 소개가 나왔다. 방송국에서 소개한 맛집이 전국 어디에나 가도 있다. 오히려 방송에 나오지 않은 것을 자랑으로 광고하는 집까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맛집을 소개하는 책이 나오면 눈길이 간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기 때문이다.

 

모두 여섯 장으로 나누었다. 친구들과 함께 하기 좋은 맛집, 지친 몸과 마음을 위한 힐링 맛집, 부담 없이 즐기는 골목 맛집, 혼자라도 괜찮은 맛집, 미팅하기 좋은 맛집, 가족과 함께 하기 좋은 맛집 등의 47곳이다. 이 중에서 가본 곳을 세워보니 딱 세 곳이다. 아야진 생태찌개, 광화문집, 중국 등이다. 중국은 딱 한 번 갔고, 다른 곳은 몇 번 다녀왔다. 아야진 생태찌개를 제외하면 다른 맛집 소개 방송을 듣고 찾아간 곳이다. 모두 만족했다. 다만 자주 갈 수 있는 곳들이 아니다 보니 그쪽으로 갈 일이 있으면 한 번 더 맛보고 싶다. 그럼 나머지 44곳은 어떨까? 낯선 이름도 몇 있지만 꽤 많은 수의 식당들이 낯익다. 아마도 다른 곳에서 보고 듣고 한 것 때문일 것이다.

 

주영욱이란 이름이 낯익으면서 낯설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운영하는 여행사 이름을 듣고 팟캐스트에 등장했던 것이 떠올랐다. 내가 들은 방송은 ‘탁PD의 여행 수다’란 팟캐스트다. 이 방송에서 소개한 식당 몇 곳이 이 책에도 나온다. 방송을 듣고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책에 적힌 가격을 본 후 주저하게 되었다. 일인분 가격이 결코 저렴하지 않기 때문이다. 뭐 자주 가는 것이 아니니 이 정도 가격을 지불할 수 있지 않나 하고 말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맛을 모르는 상태에서 이 책의 정보만 가지고 가기에 주저하게 된다. 비싸고 맛없는 식당의 경험이 몇 번 있다 보니 더욱 그렇다.

 

2012년부터 ‘중앙선데이’란 매체에 연재한 것을 추려서 책으로 내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실린 것을 감안하면 몇 년 동안 적지 않은 식당들이 나왔을 텐데 그 중에서 뽑았다는 것은 나름 믿을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의 경험이 주는 신뢰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음식은 개인의 취향을 많이 탄다. 그의 입맛과 나의 입맛이 꼭 맞는다는 보장이 없다. 괜한 트집일까? 아마 이 책에 나온 식당들을 간다면 대부분 만족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가보고 싶다는 식당을 그렇게 많지 않다. 왜일까? 아마 이 책에서 소개하는 방식이 기존의 것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많지 않은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또 자신의 감각이 기본이지만 식당 주인들의 주장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모습이 하나의 광고처럼 다가왔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신문 연재 칼럼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욱 친절했을 것이고. 물론 그가 자주 가는 식당의 경우는 다를 것이다. 이 식당들 모두가 그가 자주 가는 식당들이라고 한다면 나의 이 트집은 정말 잘못된 것이다. 나의 이전 경험과 상관없이 말이다. 맛집에 대해 관심이 있고, 여기저기 다녀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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