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화폐가 이끄는 돈의 미래 - 비트코인에서 구글페이까지
라나 스워츠 지음, 방진이 옮김 / 북카라반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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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찰을 들고 다닐 일이 점점 줄어든다. 신용카드 등을 사용하면서 현금이 더 줄어들었다. 스마트폰 속에 간편결제 시스템을 다운 받은 후에는 더욱 줄었다. 몇 년 전부터 회사 직원들은 토스를 이용해 점심값을 보냈다. 아니면 카카오톡으로 보냈다. 한국의 현실처럼 미국도 이제는 많은 젊은 사람들이 다른 방식으로 돈을 보낸다. 그런데 재미 있는 점은 이 지불이 소셜미디어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돈과 빅데이터를 다룬 장에서 이 부분을 잘 보여주는데 나 같은 구식 인간이 보기엔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을 너무 쉽게 노출하고 있다. 저자는 돈의 탄생부터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포인트나 마일리지까지의 변천과 발전사를 보여준다.


나의 기억이 부정확하지만 우리들 삶 속에 신용카드가 자리잡은 것은 불과 수십 년에 불과하다. 한국은 세수 확대와 거래의 투명성 등의 목적으로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한다. 이제는 다른 결제수단을 통해 지급해도 그 거래 내역이 바로 전달되지만 한때는 사람들이 현금만 사용했다. 지금처럼 카드나 간편결제 시스템만 사용한 사람에게는 낯선 이야기이겠지만. 이 책에도 나오지만 아멕스 카드 같은 경우는 발급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웠다. 지금도 돈을 낸다고 쉽게 발급해주지 않는 카드가 있다고 들었다. 연회비보다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방식이라고 하는데 실제 이런 사람들은 엄청난 금액을 쓴다. 우리가 카드 혜택을 받기 위해 월 정액 이상을 사용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카드의 발전사를 보여주는데 상당히 재미있다. 사용하면서 한번도 생각하지 않은 부분이다.


선불카드를 받아 사용한 적이 있다. 솔직히 매장에서 사용이 되지 않는 곳도 있고, 잔액 확인도 쉽지 않아 불편했다. 그런데도 선불카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한국과 다른 문화인 미국에서는 높은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이 선불카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읽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단순히 경제적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카다시안 카드 이야기는 소셜미디어가 얼마나 위력적인지 잘 보여준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소셜의 세계는 이미 엄청난 돈이 오고 가고 있다. 아프리카 TV.나 유튜브를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조금 앞으로 돌아가자. 지폐가 국가의 피부라고 한 부분은 아주 인상적이다. 지폐나 동전에 누구의 얼굴이 들어갈 것인가 하는 부분은 언제나 논쟁거리다. 5만 원 지폐에 신사임당이 들어가기 전까지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 미국의 경우 새커거우아 논쟁이다. 현금 없는 사회가 된다면 어떨까? 아마 상당히 투명한 사회가 될 것이다. SF에 나오는 것처럼 모든 거래와 잔고가 투명해져 돈의 부정 문제는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박정희의 화폐개혁이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지 알려준 부분을 참고하면 이해가 조금 쉽다. 그럼 이 지폐 등을 대신할 화폐는 무엇일까?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 화폐. 아니면 다른 대안화폐일까? 리워드 프로그램은 최근에 알게 된 부분이지만 놀랍다.


작년에 회계사가 스타벅스 현금에 대한 이야기를 해 놀랐다. 그런데 이 책 속에 우리가 충전해 놓은 스타벅스 충전금액이 얼마나 많은 지 알려줄 때 그 이야기가 떠올랐다. 내가 충천해놓은 쿠팡 머니는 또 어떤가. 오래 전 OK 캐쉬백의 이 부분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수준을 이미 훨씬 넘었다. 리워드 프로그램을 황금 수갑이란 용어를 사용했는데 정확한 표현이다. 지금도 내가 쌓은 포인트 얼마의 유효기간 때문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한다. 빅데이터가 돈이 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려준다. 우리의 거래내역은 우리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무심코 누른 동의함은 나도 몰랐던 나의 정보를 노출한다. 런닝앱도 내 정보를 가져다 사용하겠다고 하지 않는가.


모든 것의 앱으로 중국 위챗을 말한다. 중국에서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위챗 페이를 사용해 결제한다. 단순히 톡이나 결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위챗은 중국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완전한 상업과 국가 감찰 영역’을 만들어내었다고 한 부분은 섬뜩한 경고이자 현실이다. 카톡이 박근혜 정부에 굴복하면서 그들이 원한다면 우리의 사생활은 사라진다. 편리함의 대가는 이런 역설이 발생한다. CCTV나 차량 블랙박스가 대표적이다. 미국 벤모의 기록은 그런 점에서 놀랍다. 번역 출판하면서 저자의 의도가 살짝 왜곡된 부분이 있다. 이 제목만 보면 비트코인 같은 디지털 화폐에 더 무게를 둔 것 같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돈과 소셜미디어와 데이터의 결합이다. 이 부분에 관심 있다면 좋은 입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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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의 내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3
하라 료 지음, 문승준 옮김 / 비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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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 료의 신작이다전작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가 나온 지 14년만에 나왔다한국에서는 나온 것이 2018년 6월이니 2년 8개월이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나왔다이전에 한 번 썼는지 모르겠지만 미국 고전 하드보일드 소설이 나에게 맞지 않아 읽기를 중단했던 적이 있다워낙 유명해서 몇 권을 더 읽기는 했지만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물론 최근에 나온 하드보일드의 경우 재밌게 읽은 소설들이 상당히 있다하지만 하라 료의 소설만큼은 아니다비채에서 <내가 죽인 소녀>가 나오기 전 다른 출판본으로 이 소설을 재밌게 읽었는데 그때만 해도 이 작가가 얼마나 유명한지 몰랐다그리고 하라 료의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완전히 빠졌다그의 과작이 너무나도 아쉬운 사람들 중 한 명이다.

 

미국 고전 하드보일드를 읽을 때 고역 중 하나는 문장이다다시 읽으면 어떨지 모르지만 그때는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그런데 하라 료의 소설은 그 반대다너무 잘 읽힌다그리고 탐정 사와자키가 너무 매력적이다이번 소설은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등의 미스터리 문학상 다수를 수상한 이력이 있는데 작가를 생각하면 당연하다시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한자리에 앉아서 단숨에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다불행하게도 일이 많은 시즌이라 며칠의 시간이 걸렸다여기에 나의 저질 기억력이 이전 작품에도 등장한 감초같은 인물들의 이미지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그 재미를 온전하게 누리지 못했다언젠가 몇 권 되지 않는 하라 료 소설을 연속적으로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의 변천사를 느껴보는 재미를 한 번 정도 경험해 보고 싶다.

 

벌써 사와자키 탐정의 나이가 오십대다몇 권 출간되지 않았는데 이 나이라니 많이 아쉽다다른 작품들처럼 어느 날 중년의 신사 한 명이 그를 찾아온다밀레니엄 파이낸스 신주쿠 지점장 모치즈키 고이치라고 소개한다그는 한 요정의 여주인에 대한 조사를 의뢰한다선수금 30만 엔을 지급하고 사라진다이전 작품처럼 이것은 그와 첫 대면이자 마지막 대면이다그리고 사와자키는 조사를 시작한다밀레니엄 파이낸스 신주쿠 지점을 찾아간다그곳에서 2인조 은행 강도를 만난다뭐지생각하는 순간 사건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지점장이 나타나지 않아 금고에 있는 돈을 인출하지 못한다은행 강도 주동자는 사라지고 다른 한 명은 자수한다가이즈를 여기서 만난다.

 

가이오는 대학생 인력 공급회사 대표 중 한 명이다상당히 아이디어가 좋고수완도 좋다모치즈키 지점장과의 인연을 이야기하면서 사와자키와 가까워진다그리고 이 사건으로 낯익은 두 형사가 등장한다니시고리와 다지마다이 형사에게 사와자키가 있는 것이 의외다돈을 훔쳐가지 못했지만 금고는 열어봐야 한다열린 금고 속에 엄청난 고액이 들어 있다은행의 돈은 분명히 아니다그런데 지점 영업마감까지 나타나지 않은 모치즈키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다음 날 명함에 나온 전화번호와 책상 위에 있는 가족사진을 단서 삼아 지점장의 집을 찾아낸다이곳에 다지마 형사와 들어간다다지마가 욕실에서 시체를 발견한다세 들어 산다고 들은 사람의 인상과 닮았다그는 누구고자살일까?. 타살일까아니면 사고사?

 

이 소설을 읽다 보면 파출소 경찰에 대한 아주 멋진 칭찬이 나온다사와자키가 의뢰인의 요청을 수행하기 전에 요정을 살짝 둘러보러 갔을 때 그를 수상하게 느끼고 파출소 경찰이 신원조회를 한 것이다동네 사람들과 밀착되어 있고사건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는 경찰도 파출소 경찰이다하지만 뛰어난 순발력과 사전 지식을 가진 사와자키에 속는다그리고 모치즈키가 의뢰한 여주인의 죽음 소식을 듣는다돈을 그냥 꿀꺽하고 지나갈 수 있지만 그는 그런 탐정이 아니다조사를 더한다여기에 모치즈키 실종 사건 조사가 겹쳐진다가이즈와 만나는 횟수도 시간도 늘어난다혹시 사와자키가 자신의 아버지가 아닌지 황당한 질문까지 한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잘 짜인 구성과 전개는 여전히 뛰어나고 재미있다읽다 보면 시간의 흐름과 변화 속에 바뀐 스마트 기기에 대한 사와자키의 부적응이 나오는데 약간 씁쓸하다은행 강도 사건에서 휴대전화가 없는 유일한 인물이란 대목이 나온다낯익은 야쿠자들이 등장해 과거의 기억을 더듬게 만들고이 사건이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 추리하게 한다한 가지 놀라운 점은 사와자키의 애차인 블루버드가 사라진 것이다평생 그 차만 타고 다닐 것 같았는데차가 바뀐 사실이 나오기 전까지도 당연히 그가 탄 차는 블루버드라고 생각했다왠지 트릭에 당한 느낌이다그리고 하나의 의뢰가 사건으로 이어지고형사와 야쿠자와 꼬이고살짝 숨긴 비밀 하나가 엮이면서 미스터리 소설의 재미를 준다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최고의 재미는 사와자키의 말과 행동이다그가 피운 담배 한 대까칠한 대사 한 마디투철한 직업의식 등이 매혹적이다다음 책이 언제 나올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다시금 하드보일드에 대한 관심을 불러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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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노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2
이희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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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로 강한 인상을 남긴 작가의 신작이다. 손원평이 두 권의 소설로 나를 사로잡은 것처럼 이 작가도 이 작품으로 나를 사로잡았다. 최근에 나를 사로잡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은 간결하고 명확하고 읽기 편한 문장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내용까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잘 읽히지만 읽고 난 다음에 곱씹을 내용들이 아주 많다. 왠지 모르게 처음 몇 쪽을 읽었을 때 박현욱의 <동정 없는 세상>이 떠올랐다. 희미한 기억으로 이 두 작품을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문득 이 소설이 떠올랐다. 희미한 기억을 더듬으면 두 주인공의 키 차이가 상당한데. 그나저나 박현욱 작가의 신작은 언제 나오려나?


34살의 엄마, 18살의 아들. 나이 차이는 16살.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자 사이가 아니다. 16살에 임신한 최지혜 씨는 아빠 없이 아이를 낳고 힘들게 아이를 키웠다. 이제 아들 최노을은 엄마가 애를 낳은 나이를 넘었다. 이 소설은 이 두 사람이 옷가게에서 고가의 패딩을 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보통(?)의 엄마들이 들었다면 좋아했을 누나란 표현을 그녀는 아들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리고 이 모자의 삶이 하나씩 흘러나온다. 왜 지방 도시로 이사 왔는지, 그녀가 어떤 일을 하는지, 노을이 알바를 하는 중국집 짜장짬뽕집 이야기 등이 말이다.  


노을에게는 이 도시에 이사 왔을 때부터 친해진 친구가 있다. 중국집 딸 성하다. 처음에는 남자인가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이 소설에서 자주 나오는 선입견에 대한 것 중 하나가 남녀 사이에 친구가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노을은 성하와 절대 연인 관계가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너무 허물없는 사이라 주변에서 오해도 많이 한다. 성하에게 남자 친구가 생기려는 순간 무심코 한 행동 하나가 관계의 발전을 망쳤다. 성하가 노을에게 하는 말이나 행동은 쉽게 납득할 만한 내용이 아니지만 이 둘은 최고의 친구다. 이런 둘 사이에 새로운 친구가 한 명 끼어든다. 반 친구에게 매를 맞고 있던 동우다. 공부 잘 하고, 얼굴 하얗고, 어딘가 공허한 눈빛을 가진 그는 노을에서 성하를 소개해 달라고 말한다. 기존의 드라마라면 이때부터 성하에 대한 애정이 샘솟겠지만 이 소설은 그런 전개가 아니다.


이 소설에서 노을이 계속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엄마의 나이 어림과 동안의 얼굴이다. 둘 사이를 착각한 수많은 이야기와 더불어 엄마에게 관심을 보였던 남자들 이야기가 나온다. 심지어 열 살이나 어린 남자까지 있었다. 엄마가 여자로써 누군가를 만나길 바라지만 진짜 누군가가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가 관심을 가지자 불안해한다. 그 인물이 바로 성하의 오빠 성빈이기 때문에 더 불안하다. 무려 5년 동안 그녀를 진심으로 다가간 인물이다. 여섯 살 연하란 사실은 소설 속에 나오는 것처럼 남자 연상인 경우를 생각하면 별 문제가 아니다. 다만 어릴 때 아이를 낳은 애엄마란 사실이 문제다. 아니 정확하게는 사람들의 시선과 그 시선에서 비롯한 상처를 엄마가 받게 되는 미래를 걱정한다.


일상 속에서 작은 파란이 일어나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다시 묻게 된다. 이 소설에서는 ‘보통’이 그렇다. 보통의 가족, 보통의 사랑 등이 대표적이다. 보통이란 단어 대신 일반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여기서 다시 평균이란 단어가 대체하는 경우가 있다. 이 모든 단어를 우린 무심코 사용하는데 이 기준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난 사람들에게 우린 엄격한 잣대를 가져다 댄다. 엄마 지혜와 성빈의 사랑이 가져올 미래의 일들이 대표적이다. 가족들보다 제3자들이 더 무서운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보통을 작가는 중국집 배달에서 또 한 번 이용한다. 이 중국집은 배달을 하지 않는데 고객들은 배달하지 않는 중국집이라고 욕한다. 뒤틀리고 왜곡된 이미지가 그들의 말 속에 나온다. 그리고 왜 배달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알려줄 때 울컥했다. 쥐고 있으려고만 할 때는 결코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한 것들을 말한다.


노을이 처한 상황만 보면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가 나올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그는 밝다. 하지만 그는 남에게 호의를 받는 것을 싫어한다. 타인들의 다른 시선이 왜곡되는 것을 많이 보았기에 사전에 조심한다. 이것이 엄마의 연애와도 연결된다. 동우가 사랑은 특별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 사랑을 지켜보고 지켜주는 것도 쉽지 않다. 우린 많은 경우에서 자신과 다른 삶의 길을 가는 사람을 그냥 두고 보지 못한다. 자신의 잣대로 재고, 자신의 무리 속으로 들어오라고 외친다. 이 소설은 그런 점에서 보통(?)적이지 않은 노을을 통해 여전히 보통을 찾고 묻는다. 어느 순간 내가 내뱉는 말들에 다른 무게감을 느낀다. 짧은 소설이지만 다양한 인물의 삶을 함축적으로 잘 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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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바르 언덕의 과부들
수자타 매시 지음, 한지원 옮김 / 딜라일라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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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인도 봄베이를 배경으로 한 역사 추리 소설이다. 거의 600쪽에 이르는 두툼한 분량인데 작가는 그 시대의 풍경과 문화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데 큰 공을 들인다. 역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 인도의 풍경들을 묘사한 장면이 흥미롭고 재미 있을지 모르겠지만 추리 소설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초반 진행은 상당히 느린 편이다. 실제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200쪽이 지난 후다. 그리고 감안해서 읽어야 할 것은 이 당시 인도는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인도보다 훨씬 더 여성에게 위험하고 억압적이었다는 점이다. 몇 년 전 뉴스에 나온 기사들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더 쉽다.


소설은 놀라운 사실을 알려준다. 그것은 1921년 인도 봄베이에 여성 변호사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때는 여성 참정권이 겨우 서구에서 인정되고 있던 시대였다. 프랑스 혁명으로 유명한 프랑스는 이 당시 여성 참정권이 인정되지 않고 있었다. 이런 시기를 감안하면 엄청난 일이다. 물론 이 여성 변호사가 법정에서 변론은 하지 못한다. 사무 변호사로 서류 작업만 가능할 뿐이다. 이런 한계가 있지만 여성이 변호사란 점은 아주 놀라운 진보가 분명하다. 실재 있었던 두 명의 여성 변호사를 기초로 퍼빈 미스터리란 인물을 창조했다. 소설은 퍼빈이 겪어야만 했던 성차별과 문화적 억압 등을 엮어 상당히 재밌는 추리 소설을 만들었다.


법정에 가지 못하는 퍼빈은 아버지의 변호사 사무소에서 일한다. 세 아내와 네 자녀를 두고 세상을 뜬 무슬림 부호 오마르 파리드의 상속 재산을 정리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 세 아내가 자신들의 상속 재산 모두를 재단에 넘기겠다고 서명한 편지를 받는다. 뭔가 수상하다고 느낀 퍼빈은 과부들을 만나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고 한다. 이 여성들은 상중이라 남자들은 만날 수 없다. 가족 대리인인 파이살 무크리를 만나 세 과부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된 것인지 확인하려고 한다. 이 과부들은 세상사에 무지하고, 무크리가 주장하는 말에 속아넘어간 것 같다. 퍼빈이 과부들을 만나면서 서로에게 숨겨왔던 비밀들을 알게 된다. 퍼빈 때문에 자신의 계획이 틀어질 것을 두려워한 무크리는 퍼빈에게 욕하고 내쫓는다. 그리고 살인이 일어난다.


이야기는 1921년과 1916년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1921년은 퍼빈이 사무 변호사가 되어 말라바르 언덕의 과부들 상속을 다루고, 1916년은 그녀가 인도 로스쿨에서 법을 공부할 때다. 그녀가 법을 공부하는 것을 남자들이나 교수들이 탐탁치 않게 느낀다. 자리에 이물질을 놓고, 시험을 보는 것도 방해한다. 봄베이 최초의 여성 변호사가 되려는 길은 험하다. 시험을 보려 하는데 만년필이 고장나 볼 수 없다. 시험지를 가방 안에 무심코 넣는데 교수가 부정행위라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받은 차별에 화난 그녀는 자퇴를 외친다. 그리고 잘 생긴 한 남성이 그녀에게 다가온다. 캘커타에서 온 신부감을 구하러 온 사이러스다. 둘은 사랑에 빠진다. 여자 혼자 낯선 남성을 만나는 것은 음탕하다고 보는 시절임을 알려주는 장면들이 나온다. 이 둘의 사랑은 결혼으로 이어진다.


과거는 1917년으로 넘어가 그녀가 결혼 후에 겪게 되는 문화적 충격을 보여준다. 그녀는 페르시아 계통의 조로아스터교 신도인 파르시인데 이 문화 속에 지금 기준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문화가 나온다. 생리하는 여성을 집안에서 격리시키는 일이다. 생리혈이 악신을 불러온다는 이유다. 그녀의 엄마도 한때 경험했다고 한다. 첫날밤을 치른 후 그녀가 지나가듯이 한 말 속에는 의미심장한 의미가 담겨 있다. 사랑의 열정 속에서 놓친 것들이 일상에서 하나씩 드러난다. 그리고 왜 그가 그녀와 결혼하게 되었는지, 그녀가 얻은 질병이 어디에서 비롯한 것인지도 알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하나의 종교와 문화가 어떤 식으로 그들의 삶 속에 작용하고 억압하는지, 그 이면 속에 인간의 욕망은 또 어떤 식으로 최악으로 달려가는지도 보여준다.


솔직히 말해 이 책을 선택할 때 속도감 있는 이야기가 나오길 기대했다. 중반까지 인도의 다양한 종교와 민족들의 문화 등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꼈다. 이슬람 여성들을 얼마나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대목이 나올 때는 더욱 답답했다. 파르시 문화가 나올 때는 또 어떤가. 하지만 이 섬세한 작업들에 익숙해지면서 그 문화적 종교적 차이에서 비롯한 문제들이 하나씩 재미를 주기 시작했다. 작가는 그 시대의 문화와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 현실적인 사건을 만들어내고 해결한다. 그리고 런던에서 공부할 때 친구였던 앨리스와 그의 아버지 데이비드 경을 등장시켜 식민지 지배를 둘러싼 현실적인 문제와 걱정도 같이 보여준다. 오랜만에 읽은 인도 소설이지만 여전히 낯설고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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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양이 10 - 팥알짱이랑 콩알짱이랑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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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콩고양이 10권이다. 한 권씩 감질나게 나오지 않고 한 번에 2권이 나와 더 좋다. 물론 다음 이야기에 대한 아쉬움은 언제나 마지막 장을 덮을 때면 계속 이어진다. 전편에서 갑자기 나타난 유황앵무새 유황의 활약은 이번에도 변함없다. 어떤 면에서는 이 앵무새의 정체가 궁금하다. 자신이 찾는 포스트를 찢거나 두식이 머문 곳을 찾아가서 내려다보는 장면들은 결코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 유황의 몇몇 장난은 내복씨의 삶을 살짝 불편하게 하지만 어느 순간 이 가족의 삶 속에 녹아들었다. 가족이 잊어버린 두식을 찾는데 일등공신으로 활약한다.


두식을 잊어버린 것은 마담 복슬이 아픈 남편 대신 산책을 갔다가 갑자기 두식이 도그런으로 달려갔기 때문이다. 도그런에서 먹은 애완견용 케이크가 맛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두식이와 산책을 간 적이 없는 마담 복슬의 실수도 한몫했다. 두식을 찾기 위해 아픈 집동자 귀신 아저씨까지 나서지만 찾지 못한다. 도그런은 집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곳에 간 두식은 함부로 돌아다니지 않고 멈춘 채 있는다. 이 가족이 다시 두식을 만났을 때 가장 에상외의 행동을 하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마담 복슬이다. 울면서 두식을 껴안는다. 이 경험이 나중에 두식으로 하여금 더 껴안아 달라는 요청으로 바뀐다. 그리고 마담 복슬이 가족으로 받아들인 동물들을 얼마나 따스한 마음으로 그들을 돌보는지 보여주는 장면도 한 컷 나온다.


표지에 안경남과 아이코가 유황을 안고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나온다. 안경남의 연애전선에 변화가 있다는 의미일까? 유황앵무새를 너무 좋아하는 아이코는 자신이 직접 유황앵무 머리모양의 탈을 만들어 쓴다. 그녀의 덕후스러움은 안경남과 애니메이션을 두고 논쟁하는 부분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때 작가는 살짝 독자들을 속인다. 이런 그녀이기에 안경남이나 동물 가득한 이 집에 잘 어우러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손재주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도 나오는데 다음에 나올 이야기에서도 그녀의 비중은 줄지 않을 것 같다. 과연 이 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인 듯한데 집안 가득히 있는 동물들 때문에 아주 특별한 일상으로 보인다. 두식과 산책하기 위해 나가 다른 개들과 함께 나온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나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가가기 위해 빵집에 가는 장면이나 콩고양이들이 집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뒹굴거리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이런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당연히 이 집에 같이 사는 여러 반려동물들이다. 일정부분 의인화해서 그들의 행동과 말을 그들의 본능적 행동과 더불어 재밌게 풀어놓았기 때문이다. 9권에서 처음으로 이 가족들의 이름을 알려주는데 안경남은 이제 아이코에게 이름으로 불린다. 이런 작고 느린 변화가 늘어나는 동물 가족들과 함께 읽는 내내 즐거움을 준다. 또 언제 11권이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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