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브랜든 1~2 세트 - 전2권 사람 3부작
d몬 지음 / 푸른숲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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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몬 작가의 ‘사람 3부작’ 마지막 편이다. 앞의 두 편 <데이빗>과 <에리타>는 아직 읽지 않았다. 이 시리즈첫 권인 <데이빗>은 2020년 네이버 웹툰에 처음 연재를 했는데 상당히 좋은 평점을 받았다. 이번 책을 읽기 전 어떤 내용인지 잘 몰랐다. 웹툰과 사람 3부작이란 단어에 혹했다. 솔직히 말해 이런 스타일의 웹툰은 거의 보지 않는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네이버 웹툰을 보는 작품은 몇 개 되지 않는다. 보다 중단한 작품도 있고, 연재가 끝난 작품도 있다. 아마 중단한 웹툰들은 언젠가 한 번 몰아서 볼 예정이다. 정말 취향이 아니면 손이 가지 않겠지만.


이 웹툰을 보고 처음에는 놀랐다. 대충 훑어본 그림체와 내용은 예상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어린 브랜든이 갑자기 차원의 문을 열고 들어가 마주한 곳은 완전히 새로운 공간이다. 여기서 브랜든은 성인으로 변한다. 이곳에서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존재 올미어를 만난다. 생긴 것만 놓고 보면 간단한 골격에 머리처럼 생긴 검은 구체가 있다. 칼처럼 생긴 팔로 지구와 같은 행성을 관찰하고 조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올미어가 자신을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브랜든도 당연히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나중에 올미어가 다른 행성라키모아에서 한 생명체를 데리고 왔을 때도 반복된다.


여기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단어가 하나 있다. 사람이란 단어다.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단어다. 인간들이 다른 동물들을 볼 때 생각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이야기가 풀려간다. 올미어에게 인간은 그들 기준으로 사람이 아니다. 일반 사람들이 볼 때 라키모아 행성인들도 아마 그럴 것이다. 외계생명체를 사람이라고 부를 이유는 없다. 흔히 SF소설 등에서 말하는 외계의 지적생명체라고 불러도 된다. 이런 의미라면 사람이란 지적생명체로 해석해도 된다. 이전 작품들을 읽지 않아 작가가 풀어내고자 하는 사람에 대한 정의를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이 작품만 놓고 보면 협소하게 해석할 여지가 많다.


올미어는 강철보다 강한 몸체에 비해 약간 머리를 가지고 있고, 이것이 약점으로 작용한다. 브랜든이 올미어를 죽일 수 있었던 것도 이 약점 때문이다. 올미어가 보여준 세계는 증식이 아니라 단일복제를 하고 자신들이 얻은 정보를 공유한다. 브랜든이 자신이 방문한 곳 이외에 나가는 경험을 하는데 다른 올미어들이 그를 애완동물처럼 쳐다본다. 이성이 아닌 감정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브랜든이 올미어 입장에서는 하등동물 같다. 그리고 올미어를 죽이고 지구로 돌아간 그는 놀라운 과학적 성과를 이루지만 외롭고, 평생 사람을 죽였다는 죄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급속한 전개다. 이후 펼쳐지는 이야기가 개인적으로 더 흥미로웠다.


사람이란 단어보다 내가 이 웹툰을 읽으면서 더 관심이 간 부분은 라키모아에서 숭배하는 존재에 대한 것이다. 올미어가 라키모아에서 불러온 존재를 구해주는데 이 경험이 그들 문화에 하나의 신화처럼 작용한다. 브랜든의 신상을 조각하고 그가 강림하길 바란다. 그의 경험이 그 문화에 하나의 종교로 뿌리내린 것이다. 여기에 브랜든이 올미어를 죽인 사건이 하나의 죄의식으로 작용하면서 낯익은 종교의 모양을 갖춘다. 잠시 종교 만화인가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펼쳐지는 이야기는 기득권의 대립과 충돌을 보여주면서 액션으로 넘어가는데 결국에는 ‘당신은 무엇?’이라는 존재에 대한 의문으로 마무리한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마무리다.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선 이전 작품들을 한 번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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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피스텔에 산다
전민식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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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상 수상작인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를 재밌게 읽었다. 그 기억이 이 작가의 소설에 계속 관심을 두게 만들었다. 200쪽이 되지 않는 소설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달려들었는데 생각보다 묵직했다. 설마리 오피스텔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생각의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들려주는 이야기 사이에 숨겨진 다른 이야기를 떠올리며 우리 삶의 단면을 살핀다. 화려한 직업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업인 슈퍼마켓 주인, 공장 노동자, 학원 강사, 택배 노동자 등을 내세운다. 나의 삶에서 그냥 스쳐 지나가듯이 보고 지나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사실 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도 요약본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소설은 오피스텔에 있는 슈퍼마켓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슈퍼마켓 주인인 창범은 오랫동안 이 오피스텔에서 영업을 했고, 입주민들을 관찰한다. 그의 시선과 관심은 높은 곳이 아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힘든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입주자들에게 외상을 주었다가 그 돈을 떼이기도 한다. 이런 그를 아내 말자가 타박을 주지만 그녀도 아주 적극적으로 말리지는 않는다. 창범의 시선이 인간의 시점이라면 오피스텔 건물의 시점은 또 다른 곳에서 이 오피스텔과 사람들을 들여다본다. 어떤 대목에서는 의도적인 배제를 통해 이 소설의 중요한 사건 중 하나를 숨긴다. 건물주 이안에게 말하는 방식인데 인간의 삶을 제3의 시선으로 말한다.


한때 이 오피스텔은 인기가 상당히 좋았다. 전철역에서 가깝고 깨끗했지만 지금은 낡고 쇄락했다. 건물이 낡고 조금씩 부서진 부분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싼 월세와 역세권이란 이유로 집은 계속해서 채워진다. 잠시 머물다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각자의 사연을 품고 이리저리 관계가 이어진다. 이런 이야기 속에서 책 읽어주는 여자 혜정은 또 다른 위치를 차지한다. 부모가 모두 떠났고, 미성년자가 아니지만 고등학교에 다닌다. 그녀의 매력적인 목소리는 남자들을 유혹한다. 신체적 접촉은 없고 책을 읽어줄 뿐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숨겨진 남자들의 욕망이 있다. 조금씩 살짝 그 욕망이 드러난다. 이런 그녀를 있는 그대로 볼 사람은 없다. 오해와 편견이 끼어들고, 작은 문제가 생긴다. 재밌는 것은 그녀가 책 읽어준 남자들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 소설에는 한 사람의 주인공이 없다. 특정인을 내세우기보다 각 인물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보통의 삶을 기록한다. 화려한 이야기도, 미스터리한 사건도 없지만 예상하지 못한 사건들은 있다. 제 각각의 사연을 풀어내면서 우리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어떤 대목에서는 시대착오적인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현실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다양하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결합하는 남녀들의 모습이나 착각을 깨닫고 떠나는 그들을 보면서 조금씩 고개를 끄덕인다. 근대와 현대가 뒤섞인 이야기 속에서 사랑과 배신이 섞여 들고, 상처입은 사람들의 동상이몽이 그대로 드러난다. 욕망에 충실하고, 감정에 휘둘리는 그들을 보면 아주 현실적이다. 그리고 현실은 그들이 예상하고 기대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평범한 이야기지만 오랫동안 머릿속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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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뭔지 오래돼서 잊었다 베트남 당대 대표 시선집 1
응웬 꾸앙 티에우 외 지음, 하재홍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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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아시아에서 낸 베트남 당대 대표 시선집 1권이다. 개인적으로 올해 처음 읽는 시집인데 번역 시집이다. 베트남 시인 20명의 시 3편씩 균등하게 담고 있다. 이상하게 번역시는 나에게 더 어렵다. 유명한 시인들의 시집을 꾸역꾸역 읽는 적도 있지만 그 시들이 가슴에 와 닿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괜한 나의 트집이 이유인 경우도 있고, 번역이 매끄럽지 않다고 생각한 부분도 있다. 솔직히 말해 이 시집의 일부는 내 생각에 의하면 어색하게 다가왔다. 이 부분은 내가 베트남어 알고 모르고 문제가 아니라 나의 갇힌 사고가 만들어낸 이미지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문장의 마무리가 눈에 거슬렸다. 번역자가 이런 선택을 할 때 고민했을 것이 뻔한데 말이다.


44년생부터 88년생까지 다양한 연령의 시인들이 등장한다. 시집을 읽을 때 의문을 품은 것 하나가 있다. 바로 70년대생 시인들이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정 시기에 시인들이 완벽히 소멸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베트남 당대 대표 시선집 2권에는 이 당시 출생자들의 시가 많이 나올까 기대해본다. 베트남 전쟁 마지막에 태어나 뒤바뀐 조국의 상황에서 삶을 산 그들이다. 이 경험이 그들의 시에 어떻게 표현되고 다루어졌을지 궁금하다. 이번 시집을 읽으면서 세대별로 감성이 확 갈라지는 지점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기에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나의 둔한 감각을 탓할 뿐이다.


60편의 시 중에서 나의 감성과 맞는 시보다 낯선 느낌의 시들이 더 많다. 가볍게 읽고 지나가면서 놓친 감성은 오롯이 나의 잘못이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몇 편을 읽으니 그때 놓친 것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개인적으로 이 시집에서 가장 큰 울림으로 다가온 시는 옮긴이의 말에 나온 시들이다. 흐우 틴의 “그대와 멀어지니 / 달도 외롭고 / 해도 외롭다 / 바다는 그래도 자신의 깊이와 넓이에 기대보는데 / 돛단배 잠시 사라지면 이내 외롭다”(<바다에서 쓴 시>의 부분) 같은 시다. 이런 감성을 다른 시를 읽으면서도 분명히 느꼈을 텐데 한 시인의 시만 다루지 않다 보니 놓친 부분이 많다. 다행이라면 이 글을 쓰면서 읽은 시들이 조금씩 가슴 속에 스며들고 있다는 것이다.


쩐 안 타이의 <오후마다>를 읽으면서 조용하고, 한가롭고, 침묵에 젖고, 느긋한 시간을 보낸 후 어둠이 호수의 표면을 덮는 시들을 보면서 한적한 고독을 느낀다. 쩐 뚜언의 <손가락 마술>을 첫 단락을 읽고 결합을 떠올렸다면 표제작인 <사는 게 뭔지 오래돼서 잊었다>의 마지막 행 “졸음이 쏟아지는 오후 사람이 피곤에 절었다”란 시어에 눈길이 머물렀다. 그는 앞에서 “늙은 나무뿌리 베개를 베고 조용히 죽고 싶다”고 말했다. 가끔 삺의 피곤과 힘듦이 몰려올 때 조용히 내뱉는 말들이다. 피곤 속에 느낀 잠깐의 안락이 그 속에 담겨 있지 않을까?


시집 속에 담긴 시들에서 생각보다 베트남 전쟁의 풍경을 다룬 시를 잘 발견하지 못했다. 나의 오독이 있거나 편집 과정에서 의도적인 배제처럼 보인다. 쩐 꾸앙 다오의 <벙어리 폭탄>은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을 만큼 폭탄에 익숙했다”는 마을 사람과 기폭 장치를 제거한 사람에 대한 고마움이 담겨 있다.  홍 탄 꾸앙은 <전쟁의 마지막 밤>에서 “조국사랑에 대해 큰소리로 말하지 마라 / 오늘 밤만큼은 / 나는 그저 바란다 / 조용히  / 그리워하고 싶다 / 너를…..” 을 외치며 낭만적인 마음을 드러낸다. 그리고 쩐 꾸앙 꾸이의 <아침 역>에서 “새벽마다 기차역 플랫폼 / 현실을 향해 경적을 울린다”고 했을 때 잠시 추억의 기차역 장면이 떠올랐다.


이 시집에 실린 수많은 시들은 그들의 감성을 울린 것들이다. 어떤 대목에서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아마 제대로 읽지 않았거나 그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일 것이다. 소수 민족 출신 시인의 시는 더욱 그랬다. 그들의 문화를 계속 이어가려는 모습과 자본주의화 되면서 하나로 묶여가는 문화를 떠올리면 그들을 더 응원하고 싶다. 읽다가 “슬픈 두리안 향기”(부 홍 <억울함을 풀어주는 새의 말>)라는 시어를 읽고 그 냄새와 너무 어울리지 않아 한참 고민했던 것이 떠오른다. 작년에도 시집을 생각보다 많이 읽지 못했는데 이 시집을 시작으로 올해는 목표 달성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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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옥의 수리공
경민선 지음 / 마카롱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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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작가다.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장편 우수상을 수상하지 못했다면 뒤늦게 발견했을 작가다. 새로운 작가의 이름을 알게 되면 인터넷 서점 검색을 하는데 이 작가의 장편은 현재 이 소설이 유일하다. 단편으로 안전가옥 앤솔로지와 내러티브온의 드라마편에 참여한 이력이 전부다. 물론 그 이전에 공모전에서 수상한 이력이 있는데 현재 출간된 책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 이번 작품이 영상화되면 더 많이 출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야기를 만들고 풀어가는 과정이 상당히 뛰어나고, 읽다 보면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고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관심이 현실이 아닌 가상현실로 많이 넘어갔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가상현실의 삶도 이어갈 수 없지만 점점 더 그쪽으로 사람들의 지출이 늘어난다. 이 소설의 작가가 주목한 것은 메타버스 같은 가상현실인데 기존과 다른 설정이다. 뉴랜드란 사후세계가 있는데 이 곳은 인간의 뇌를 대체현실과 연결한 세계다. 사람이 죽으면 뇌의 일부만 서브와 연결해 가상현실에서 영원히 살게 한다. 다른 소설들이 인간의 뇌 정보 등을 업로드해서 인격을 유지한 것과 달리 이 소설은 뇌의 한 부분을 연결해야만 한다. 기존 소설들의 방식이 더 앞선 기술이지만 과도기 정도로 생각한다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뉴랜드에 입주하려면 정해진 보험료를 모두 납부해야 한다. 영생을 살 수 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아주 높은 보험료를 계속해서 낸다. 먼저 가족들을 뉴랜드에 보낸 사람들은 현실에서 그 보험료를 계속 납부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소모한다. 이들을 ‘부양 유령’이라고 부른다. 소설 속 주인공 지석도 이런 사람들 중 한 명이다. 병으로 죽은 전 여친 희진과 앞으로 입주해야 될 지 모르는 엄마와 자신을 위해 투잡을 하면서 보험료를 납부한다. 본업은 대체현실 수리 기사고, 부업으로 친구와 게임 속 체커로 활약하면서 보험료를 충당한다. 이런 평범하지만 암담한 현실을 살아가는 그에게 한 의뢰가 들어온다. 사후세계에 들어가서 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달라는 요청이다.


뉴랜드는 전 세계적인 시스템이다. 국가와 사기업이 결합해 운영하고 있고, 엄청난 보안 시스템을 갖추었다. 외부에서 침투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의뢰인은 뉴랜드 서버에 접촉할 수 있는 내부자다. 높은 수수료를 받고 몰래 들어간 뉴랜드의 모습은 현실의 재현으로 가득하다. 의뢰인이 요청한 곳에 가서 확인하니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뭔가 이상하다. 그는 여친 희진도 확인해보고 싶다. 다시 불법으로 접속해 확인해보니 희진의 집도, 희진도 없다. 어디에 있는 것일까? 대체현실 속에서 그는 감옥에 갇히고, 무시무시한 살인자를 만나고 접속이 끊어져 그곳을 벗어난다. 그리고 뉴랜드에 대한 의혹을 품고. 그 비밀을 파헤치려고 한다. 물론 거창한 계획이 목적은 아니다. 희진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을 뿐이다. 대학 시절 교수 오성학을 만나게 된 것은 그가 초창기 뉴랜드 사업에 관여했기 때문이다.


작가가 설정한 세계 속에서 뉴랜드의 입주자는 하나의 데이터일 뿐이다. 가만히 있는 데이터는 작은 용량을 차지하지만 움직이게 되면 서버 등에 무리를 준다. 서버를 증설하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지만 이것은 적지 않은 비용을 불러온다. 여기서 완납자와 미납자 사이의 차별이 생긴다. 최소한의 데이터를 발생시켜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뉴랜드에서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은 이것과 관계 있다. 현실을 가상세계에 재현했지만 이전의 삶을 그대로 답습하거나 움직임이 없어야 한다. 이 뉴랜드를 보면서 과연 이것이 인류가 머물고 싶은 사후세계가 맞나 하는 의문이 생긴다. 소설대로라면 나는 들어가고 싶지 않다. 현실의 재현이라면 기득권이나 부자에게 더 유리한 세계일 뿐이다. 모두가 행복하게 살게 하기엔 비용이 너무 부담스러운 곳이다.


대체세계를 다루면서 액션을 넣어 눈요기 거리를 만들었고, 생각하지 못하 참혹한 현실을 집어넣어 망자의 부패를 불러온 부작용을 보여준다. 현실의 죽음 이후 영생을 살 수 있다는 욕망은 돈이란 가치 앞에 너무 쉽게 흔들리고, 보장된 권리를 되찾기 위한 연대는 참혹한 아름다움으로 표현된다. 영상화되면 가장 사람들의 눈길을 끌 체커들의 초능력은 액션과 더불어 최고의 눈요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후세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려면 얼마나 많은 비용이 필요한지에 대한 현실적 문제도 떠올릴 것이다. 지금 머릿속은 거의 대부분 인류가 디지털로 업데이트된 세계를 그려낸 소설의 한 장면과 이어진다. 재밌고. 잘 읽히고.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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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버린 이번 생을 애도하며 - SF와 로맨스, 그리고 사회파 미스터리의 종합소설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정지혜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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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 인간을 소재로 이야기의 탑을 겹겹이 쌓아올린 소설이다. 냉동 인간을 해동하는 기술이 보편화된 미래 사회를 바탕으로 냉동 인간, 냉동 인간의 가족, 냉동 인간 기업 관계자 등의 사연을 하나씩 풀어내면서 천천히 엮어 간다. 처음 이 책을 선택할 때 예상한 것과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풀어나가 혼란스러운 점도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도달하면 앞에 쌓아두고, 엮어 둔 이야기들이 하나씩 연결되면서 서로의 관계가 이어진다. 앞에 나온 사연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거나 이름을 잊는다면 그 연결 고리를 찾아 관계도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해법이다. 이렇게 관계가 복잡하게 엮이고 꼬인 것은 냉동 인간의 해동 시점과 그들의 과거 때문이다.


규선이 B-17903의 해동에 대한 정보를 얻을 때만 해도 낭만적인 사연이 펼쳐질 것 같았다. B-17903은 무려 50년 동안 냉동되어 있었다. 그 시간을 정한 이유는 그가 꾼 꿈 때문이다. 그는 예지몽을 꾸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꿈은 한 장면을 보여줄 뿐 그 장면에 대한 정확한 설명은 없다. 그 장면은 맞지만 왜 그런 상황이 나왔는지는 알 수 없다. 이 예지몽은 B-17903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설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꿈의 대상이 규선과 결혼할 예정인 가은이란 것은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보통의 소설이라면 규선, B-17903, 가은 등이 엮이고 꼬이면서 상황을 만들고 긴장감을 고조시키지만 이 소설은 그런 방식과 다른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규선은 냉동 인간 회사에서 일하지만 냉동 인간에 호의적이지 않다. 회사 안에서 대인 관계가 원만한 사람도 아니다. 가은과 결혼 준비를 하면서 모든 일을 맡겨두고 있다. 8년을 만났지만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현재의 시간 속에서 미래의 삶을 꿈꾸는 그에게 결혼은 또 다른 불안감을 준다. 신혼집을 사면서 생기는 대출과 혹시 지금은 각광받고 있는 사업이 사양 산업으로 바뀌어 일을 잃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집 계약을 위해 그녀에게 연락을 했지만 혼자 하라고 말한다. 가은이 이렇게 반응한 이유는 그녀가 냉동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그녀가 살고 있는 집도 같이 해동된 사람이 싼 가격에 세를 주었기에 가능했다. 작가는 이 주부의 사연보다 주부의 쌍둥이 남매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려준다. 엄마 없이 자랐다가 갑자기 나타난 엄마를 대하게 된 남매의 반응 말이다.


쌍둥이 남매처럼 비교적 쉽게 그 관계를 알게 되는 사람도 나오지만 갑자기 동떨어진 사람의 이야기도 나온다. 은태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냉동 인간 관련 회사의 비리를 파헤치는데 취재 과정에서 궤변과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그만 둔다. 이 과정에 무속인이 끼어 있는데 자식이 생길 것이란 예언을 듣는다. 은태 부부는 오랫동안 아이를 가지길 바랐다. 갑자기 튀어나온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연결 고리가 이어진다. 냉동 인간을 가족으로 둔 채 살아간 사람들이 겪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와 다른 지점을 이 이야기에서 다루는데 궤변과 이기심에 너무 쉽게 무너지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이런 문제들을 좀더 깊이 있게 파고들었다면 혹시 앞으로 오게 될 미래가 더욱 암울하게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사람들의 사연을 한 명씩 던져 놓는다. 그 당시의 감정을 각 인물의 시점에서 풀어내는데 이 부분이 사실을 교묘하게 가리는 역할을 한다. 이 소설 속에 벌어지는 두 개의 큰 사건은 모두 가은과 이어져 있다. 가은이 왜 냉동 인간이 되었는지, 해동된 후 만난 규선에게 자신의 냉동 인간 사실을 알리지 못했는지 알려주는 시점도 가장 나중에 나온다. 그리고 인간의 뒤틀린 욕망이 빚어낸 비극은 그 당시 시간을 벗어났다고 해도 그 대상이 살아 있는 동안은, 그 자신이 그 대상을 극복할 수 없다면 현재진행형임을 알려준다. 읽다 보면 답답함도 느낀다. 망해버린 이번 생을 벗어나기 위한 시도가 변하지 않은 사회 속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모습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이 소설에서 SF요소라면 냉동 인간을 해동해서 미래에 데려다 놓은 것 이외는 없다. 과학 발전의 풍경을 그려내는 장면도 보이지 않는다. 엄청난 시간이 흘렀지만 전철로 출퇴근을 하고, 배달 직원을 고용해 음식을 배달한다. 부동산 문제는 여전히 삶을 짓누르고, 실직의 공포는 사라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기대한 미래의 이미지가 너무 부족하다. 하지만 냉동 인간을 둘러싸고 일어날 수 있는 일들과 사연을 엮고 꼬면서 가독성을 유지한 부분에서는 이 작가의 다음 소설을 기대하게 한다. 아직 이 소설 속 이야기를 모두 끝내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는데 후속작을 써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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