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쟈핑와 지음, 김윤진 옮김 / 이레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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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삶을 살다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 무수한 사람들 속에서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친구라는 범위를 어디까지 규정지어야 할까? 이 산문집을 읽다보면 그 광범위한 교제 범위와 친구들에 대한 애틋함이 전해진다. 그 속에서 내가 살아온 길을 돌아보게 만들고, 반성하게 만들고, 감탄하게 만들고, 눈시울을 붉히는 일들을 만난다. 그 놀라운 만남이 단지 몇 년이 아닌 20년이 넘는 세월을 거쳐 온 것임을 알고는 조금 위안을 받는다. 그래서 나는 어떨까 생각해본다. 역시 부족함이 많다.

 

친구. 참 편안하고 가슴 떨리는 단어다. 어떤 순간은 참으로 기분이 좋았다가 어떤 때는 감정의 충돌로 서로 상처를 주는 존재다. 하지만 친구는 역시 자연스럽게 서로를 위로하면서 그렇게 만나고 싸우고 함께 걸어간다. 그 과정은 삶 속에서 계속해서 이어진다. 과거의 친구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만나지 못하거나 연락을 하지 않게 되고, 새로운 만남으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가끔은 이해관계로 이어진 친구도 생기는데 역시 이런 친구는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이 책 속에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쓴 글이다 보니 당연하다. 그들의 만남과 헤어짐을 보면 우리와 비슷하면서 다른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유교를 문화적으로 공유한 나라이니 당연할 수 있지만 민족의 차이는 곳곳에서 느껴진다. 얼마 전 읽은 이중톈 교수의 중국인에 대한 글을 연상하게 만든다. 비슷함 속에서 다름을 느끼게 되는 원인이 여기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래도 친구라는 단어가 주는 편안함과 따스함은 변함이 없다.

 

작은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글은 친구라는 주제를 놓고 보면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는 과감하게도 책의 첫 쪽에서부터 작은 어머니 이야기로 시작한다. 문화대혁명의 어려운 시기에 자신을 키워주고 격려해준 그 분을. 이 글을 읽다보면 조용히 젖어드는 감정에 눈시울을 붉히게 된다. 부모님에게 잘 해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과 옛날에 다 크면 많이 도와드려야지 생각했던 그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지나간다. 아들을 묵묵히 바라보시는 아버지의 일화는 평소 무뚝뚝하시던 아버지가 나의 얼굴에 난 상처를 보고 놀랐던 옛 기억을 되살려주었다.

 

이 두 어르신이 자신의 삶의 기초에서 영향을 미친 분들이라면 자신의 글과 관련한 스승들의 이야기나 자신을 만나러 오는 수많은 친구들의 이야기는 점점 각박해지고 이해관계로 엮여가는 현실을 생각하면 가슴 한 곳을 따뜻하게 만든다. 생각보다 빠르게 읽으면서 내용들의 많은 부분을 세세하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글 속에 흐르는 감정과 분위기는 책을 덮고 난 지금도 남아있다. 간결하고 명쾌한 문장은 가독성을 높여준다. 중국 발음으로 표기된 인명과 지명은 예전 한자음으로 기억하는 나에게는 쉽게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왠지 모르게 자꾸 한자음으로 변환하려는 본능이 꿈틀거리면서 글 자체가 주는 재미를 조금씩 떨어트리기도 한다.

 

쟈핑와. 가평요라는 이름으로 이전에 번역된 몇 권이 있다. 개인적으로 기억하는 <폐도>라는 책과 조금 전 검색한 <조바심>이란 소설이다. 얼마 전 헌책방에서 <폐도>를 구했지만 그 엄청난 두께에 놀라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는데 또 다른 책에도 눈길이 간다. 이 책 속에서 책벌레에 대해 말한 대목이 생각난다. 언제 읽을지 모르면서 사 모으는 나 자신이 살짝 부끄럽기도 하지만 이 책을 읽다 생긴 작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니 어쩔 수 없다. 작가의 수많은 친구들을 글 속에서 만나면서 나 자신의 친구들을 생각하는 기회를 가져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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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
이민진 지음, 이옥용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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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놓고 본다면 이 소설의 내용을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요즘 많이 출간되는 자기계발서가 아닌가 하고 의문을 가지게도 한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책 소개를 보면 독자를 유혹하는 문구들로 가득하다. 미국 문단이 제2의 제인 오스틴으로 극찬했다거나 한인 1.5세대라고 한 부분이나 뉴욕판 카스트 제도를 들춰내었다거나 세대 간 문화 충돌을 다루었다는 평은 쉽게 눈길을 떼기 힘들다. 이 많은 평들을 뒤로 하고 읽다 보면 많은 부분 공감하게 되는 곳과 만나게 된다.

 

재미 한인 1.5세대는 참 묘한 위치에 있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이들의 삶을 가끔 TV에서 보면 과도기에 놓인 사람들처럼 보인다. 어색한 한국어와 부모세대로부터 받은 교육의 언저리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인 케이시나 엘라나 리아 모두 마찬가지다. 이 세 사람 중 가장 보수적인 사람은 역시 케이시의 어머니인 리아다. 40대 중반에 이미 할머니가 되어버린다. 그녀는 자신보다 한참 나이 많은 남편과 살고 있다. 사랑이란 감정보다 그냥 이제까지 받은 교육에 의해 자신을 죽이면서 살아간다. 교회 성가대로 봉사하며 얻는 기쁨이 그녀를 지탱하는 큰 힘이다. 이민 1세대인 그녀는 순종적이고 가슴속에 자신을 묻어놓고 살아가는 우리 어머니 세대의 또 다른 모습이다.

 

가장 개방적이면서 가장 중요한 케이시는 많은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그녀의 삶은 이민 1세대가 보기엔 이해할 수 없다. 지금 본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이민자들의 삶을 다룬 소설 속에서 만나면 현재 우리보다 더 보수적인 그들을 보게 된다. 아마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계가 좁기 때문에 더욱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는 모양이다. 이 케이시의 행동과 사고를 통해 뉴욕 상층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읽다 보면 불편한 곳도 자주 만난다. 대표적인 것이 대부분 한인들이 성공한 모습만을 보여준다는 것과 너무나도 교회에 빠져있는 모습이다. 교회는 해외에 나간 친구나 지인들을 통해 들으면 만남의 장소이자 향수를 달래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믿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해하지만 그들의 모습은 정말 예전 영미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들의 행동과 삶이 더욱 그런 느낌을 강하게 만든다. 또 엄청나게 부유하거나 아이비리그 출신들로 가득한 모습은 삶의 이면을 살펴보기보다 화려함을 뒤쫓는 사람들에 더 많은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케이시 가족이나 한인들을 다루는 곳이 아니면 미국 상류층을 다룬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반면에 엘라는 소위 말하는 현모양처의 전형이다. 하지만 너무 참하고 착하기에 성공만을 위해 살아가는 남편이 견디기엔 쉽지 않다. 그리고 너무 어린 나이에 그녀는 결혼을 한다. 결혼을 일찍 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좀더 살펴보지 않은 점이 문제다. 보수적인 그녀가 자신에게 헤르페스가 생긴 것을 알고 남편을 탓하는 장면은 리아가 반강제로 섹스를 하고 자신을 탓하고 자책하는 대목과 대조를 이룬다. 이 세대들이 가진 차이 때문인지 자신들 속에 내재한 성격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눈여겨 볼 부분이다.

 

적지 않은 분량이다. 1000쪽이 넘는다. 한국적이면서 이국적인 장면과 생각들은 낯익음과 낯선 모습을 동시에 준다. 학벌이나 재산만 놓고 본다면 엄청난 성공을 한 한인들의 모습에서 뿌듯함을 느끼지만 그 삶들이 가슴속으로 파고들지는 못한다. 문장은 부드럽고 이미지로 가득한 장면은 읽기에 전혀 부담이 없다. 케이시가 보여주는 미국 월스트리트의 풍경이나 삶과 자신의 부모와의 관계는 재미 한인 1.5세대가 가진 삶의 모순을 잘 드러내준다. 세대 간 문화 충돌이란 평에 딱 맞다. 좁은 사회 속에서 다른 한인들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살아가는 그들과 개인주의로 가득한 삶을 사는 미국인들은 그 경계를 살아가는 1.5세대의 고민을 엿보게 한다. 또 미국 주류사회로 편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과 은연중에 존재하는 인종차별은 그들의 삶이 결코 순탄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삶과 지극히 소비적인 삶을 동시에 살아가고 있던 그녀의 마지막 선택은 이해하기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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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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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 음악을 즐겨 들었지만 그 구성원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외국음악을 잘 알든 모르든 상관없이 비틀즈 음악은 우리 삶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팝에 조금만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비틀즈 구성원들 이름 한 둘은 알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핵심이었던 존 레논은 그 비극적인 죽음과 그의 아내 요코 덕분에 더 쉽게, 많이 알려진 편이다. 그에 대한 수많은 평전이나 기록에서 비교적 공백기에 해당하는 휴식기이자 일본 휴가 체류시절을 이 소설에선 다룬다. 이 시기의 한 순간을 즐거운 상상력으로 마음껏 발휘하며 그려낸다.

 

존 레논임을 알지만 작가는 직접 말하지 않는다. 그의 아내 이름도 바뀌어 있다. 사실의 영역에서 허구의 영역으로 바꾸는 작업 단계다. 이렇게 함으로써 작가는 자신이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을 더욱 확장한다. 그 공간이 다른 작품처럼 역시 황당하다. 존의 변비 탈출기라니 기발한 상상이 아닐 수 없다. 이 작품이 오쿠다 히데오의 첫 작품임을 생각하면 더욱 그런 느낌이 강하다. 출세작인 ‘공중그네’의 독특한 인물 이라부를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보인다. 하지만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은 듯하다.

 

어느 날 존은 자신의 아이를 존이라고 부르는 일본 여성에게서 자신의 어머니를 연상하게 된다. 이때부터 그의 배는 고통을 주기 시작한다. 병원을 찾아가 진료를 받지만 악몽과 배 속 고통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자신의 며칠을 되돌아본다. 며칠 동안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지 못했다. 변비다. 변비약을 먹는다. 효과가 없다. 관장을 한다. 역시 관장약만 흘러나온다. 이 지독한 변비는 과거의 기억과 악몽과 고통으로 삶을 잠식한다. 이 과거의 기억들과 현재의 고통을 엮어서 작가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의 특기인 가볍고 유쾌하면서 기발한 착상을 가지고.

 

첫 작품임을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작품의 영향이 너무 강해서인지 이전 같은 강한 재미를 주지는 못한다. 존 레논에 대한 과거 행적이나 추억 등이 좀 더 많았다면 더 이해하고 공감하는 폭이 넓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가 던져주는 정보와 나의 짧은 지식만으로 둘을 연결시키려니 조금 버벅거리는 부분도 있다. 다른 작품에 비해 좀 더 가볍고 독특한 인물이 부족한 점은 있지만 속도감이나 재미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일본의 민속 명절과 연결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야기는 즐겁다. 점점 사라지는 우리의 명절과 그 의미를 생각하면 부럽기도 하다.

 

그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늘 느끼는 것이 있다. 독특한 캐릭터와 전체적인 얼개를 짜는 능력에 대한 감탄이다. 이라부라는 너무나도 독특한 캐릭터 때문에 다른 인물들이 조금 평범해 보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소설 속 의사에게서 그 원형을 보았다. 만약 아직 이라부를 만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소설부터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두 소설 모두에게서 색다른 재미를 발견할 것이다. 반대라도 역시 이 재미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줄어들 뿐이다. 개성이 조금 약한 경우는 각각의 등장인물을 구성 속에서 강하게 부각시킨다. 그 인물 한 명 한 명이 전체적 흐름 속에 녹아들어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런 유형으로 가지 전 단계에 머물러있다. 재미를 주지만 아쉬움을 준다. 이것은 역시 대표작들 때문에 가지는 선입견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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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밥상 - 농장에서 식탁까지, 그 길고 잔인한 여정에 대한 논쟁적 탐험
피터 싱어.짐 메이슨 지음, 함규진 옮김 / 산책자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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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세 가족의 식단을 통해 우리가 먹는 것에 대한 윤리를 고찰한 책이다. 읽는 내내 이전에 읽었던 ‘잡식동물의 딜레마’라는 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책속에서 피터 싱어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마이클 폴란의 예를 들면서 인용하고 논쟁을 이끌어내고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이 두 책의 구성을 보면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다. 자신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위해 앞의 두 단계를 자세히 묘사하고 경험하면서 마지막 장에서 논점을 강하게 부각시킨다. 이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데 전체적인 전개와 흐름이 잘 다듬어져 있기 때문이다.

 

먹을거리와 윤리는 쉽게 생각하기 힘든 주제다. 재래시장이나 어릴 때 동물이나 고기를 잡는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잔인하다는 사실을 알겠지만 대부분 단발성 사고로 그치거나 무감각해지고 만다. 덕분에 대부분 사람들이 편하게 맛있게 육식을 한다.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모두 동물들이 잔인하고 추악하게 살해당하는 것을 찬성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들에겐 이 동물들이 자신들에게 먹을거리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들은 현실의 세 가족을 통해 우회적으로 길을 나선다.

 

첫 번째는 미국 보통 가족이다. 할인마트에서 먹을거리를 구입하고, 아이들과 외식하러 패밀리레스토랑을 찾는다. 현대 미국 식품산업을 상징하는 닭고기에서 먹을거리에 대한 긴 여정은 시작한다. ‘잡식동물의 딜레마’에서 옥수수부터 시작한 것을 떠올리면서 빠져들었다. 과연 그 닭고기는 싼가? 그리고 윤리적인가? 라는 두 명제를 다루면서 돼지나 소로 이어진다. 사실 우리가 구입하는 최종가격은 싸다. 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과연 싼가? 아니다. 다른 책에서도 보여주었듯이 막대한 보조금과 환경 파괴로 인한 간접 비용들이 더 많이 들고 있다. 그 사이에서 이익은 대부분 몇 개의 거대 기업이 챙긴다. 그러면 과연 위생적이고 건강에 좋은가? 아니다. 사육장의 환경은 처참하고 잔인하고 열악하다. 그들은 사육장에 대한 공개를 꺼려하고 숨기면서 위생과 영양과 윤리 등을 외친다. 놀랍고 그 뻔뻔함에 다시 놀란다.

 

두 번째 가족은 양심적인 잡식주의자다. 여기서는 유기농과 상표와 물고기에 대해 많은 부분을 다룬다. 분명 유기농 식품은 기존 식품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영양에서도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좀 더 파고들면 점점 새로운 사실이 나온다. 과연 윤리적인가? 상표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가? 답은 아니다. 좀더 윤리적으로 다루는 업체가 있지만 모두가 도축되는 과정에서 고통 없이 도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또 어류에 대한 저자의 인식은 새로운 사실을 알려준다. 남획으로 인한 어종의 멸종만이 아니라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느 부분 알고 있었지만 그것은 단순히 연안해역의 문제였지 공유해역까지 문제가 될지는 몰랐다.

 

마지막은 완전한 채식주의자다. 사실 저자들은 이 사람들을 위해 긴 글을 쓴 것이다. 윤리적인 먹을거리에 대한 그들의 주장은 여기에 담겨있다. 최종적으로 사람들이 채식주의자가 됨으로써 자원 낭비나 종의 멸종이나 환경파괴 등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현실을 무시하지는 않는다. 육식과 채식주의자들의 논쟁을 담아내면서 윤리라는 형이상학적 이야기로 생각에 빠지게 한다. 종의 멸종보다 그가 중심을 두고 있는 것은 잔혹한 살육이나 고통이다. 영양에 대한 부분이야 수천 년 동안 스님들이 먹어 온 것이라 의심하지 않지만 그 통증이란 부분에 가면 나의 인식은 삐딱해진다. 눈에 보이거나 측정이 쉬운 통증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채소나 야채나 나무들은 통증이 없다는 말인가? 차라리 이 부분에서 불교의 윤회설이 좀더 설득력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여기서 다루어지는 육식에 대한 논쟁은 뒤로 하고, 그 세부 사항만 읽더라도 많은 것을 배운다. 무역과 신토불이에 대한 것이나 환경오염이나 좋은 먹을거리에 대한 분석은 인식의 지평을 넓혀준다. 잔혹하고 열악한 사육현장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현실에 대해 눈과 귀를 덮고 있는 정부 관계자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죽음의 밥상이란 자극적인 제목이 책 내용과 어느 정도 부합하지만 원 제목인 ‘우리가 먹는 것에 대한 윤리학’이 더 명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뭐 마케팅에서는 이 제목이 더 강한 인상을 주겠지만. 마이클 폴란의 책을 인상 깊게 읽은 사람에게 이 책을 더욱 권하고 싶다. 비교하거나 서로 보충적인 내용이나 다른 시각이 읽는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책 전체가 읽기 힘든 사람이라면 이 책의 마지막 장인 ‘무엇을 먹을 것인가?’라도 읽으라고 하고 싶다. 책 전반적인 것이 잘 요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제 단순히 먹을거리가 아닌 다른 종에 대한 윤리까지 우리가 생각해야 시대가 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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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 그때가 더 행복했네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1
이호준 지음 / 다할미디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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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과 그리움으로 가득 차있다. 사라지고 잊혀져가는 것들을 사진과 함께 담아낸 이 책이 읽는 내내 옛 기억을 되살려주었다. 이젠 우리 주변에서 점점 사라지고 낯설어지는 용어와 단어들이 작가의 글과 사진과 함께 아련한 추억을 떠올려준다. 예전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던 것들이 산업화와 생활의 편리 때문에 희귀하고 박물관의 유물처럼 변하고 있다. 작가는 이런 것들을 멋지게 한 권의 책속에 살려내었다.

 

모두 네 꼭지, 사십 편으로 엮었다. 각각 마다 문장과 서술을 달리하여 풀어내는데 읽다보면 어떤 부분은 자신의 경험담 같고, 어떤 부분은 다른 사람의 기억을 빌려 그려낸 듯하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나의 경험이나 기억과 다르지만 전체적인 윤곽에서 보면 아득한 옛 기억이나 추억으로 되살아난다. 이 사라져가고 잊혀져가는 것들 중 아쉬운 것도 있고, 약간은 담담한 느낌을 주는 것도 있고, 어떤 것은 어쩔 수 없는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네 꼭지에 담긴 사진이나 이야기 속에 나의 경험과 동떨어진 것을 꼽는다면 첫 꼭지다. 내가 자란 곳 또한 산업화로 번성했던 도시다보니 할아버지 집에 가서야 겨우 볼까 하는 원두막이나 돌담이나 초가집이나 다랑논이나 장독대다. 죽방렴이나 염전 같이 삶의 터전이 다른 곳에 있거나 섶다리나 대장간처럼 이미 사라져버린 것들도 있다. 오히려 텔레비전에서 더 자주 보았는데 가끔 이런 장소나 풍경은 그리움과 여유와 즐거움을 준다.

 

둘째 꼭지에 담긴 추억과 기억들은 어린 시절 우리집이나 친척집 등에서 자주 보아온 것이다. 고무신이나 등잔에 대한 이야기는 나보다 더 이전 일이고, 연탄이나 손재봉틀, 괘종시계, 도시락은 순간적으로 감상적인 분위기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특히 예전에 연탄 때문에 일가족이 죽는 경우가 많아 뉴스시간이면 한 달에 몇 번씩이나 나오던 것이 생각난다. 도시락에 대한 추억은 지금 생각해도 부끄러웠던 순간과 즐거웠던 순간을 동시에 떠올려줄 정도로 정겨운 기억이다.

 

세 번째, 마지막 꼭지에 가면 다시 나의 기억과 멀어진다. 몇몇은 얼마 전에도 경험하였지만 대부분 이것을 보기 위해서는 작가의 말처럼 힘겹게 찾아가지 않는 이상 주변에서 보기 힘들다. 이들 중 몇몇은 예전에 너무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던 것이라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근데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 하나씩 사라지고 잊혀지는 것을 보니 문득 왜 그때 유심히 자주 챙겨보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내원마을처럼 아예 마을 자체가 사라지는 경우를 생각하면 더욱 보고 싶어지는데 참 사람 마음을 알 수 없다. 또 동시상영관이나 오래된 극장에 대한 기억은 학창시절 빼놓을 수 없는 추억인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는지 보면서 살포시 미소를 짓는다.

 

재미있고 유쾌하며 아늑하고 따뜻한 시간을 주는 책이다. 책 속에 나오는 공간과 시간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겐 그냥 밋밋하고 낯설고 신기한 풍경일 것이다. 조금이라도 그 시절을 경험한 사람들에겐 과거의 시간 속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떠나는 기분이지 아닐까 생각한다. 유려하면서 잘 다듬어진 문장과 잘 찍은 사진은 이런 기분을 더욱 북돋아준다. 너무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그 변화가 어쩔 수 없는 것들이 태반이지만 이 기억과 기록들이 우리의 삶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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