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모텔에서 미국을 만나다 - 어느 경제학자의 미 대륙 탐방기
마이클 D. 예이츠 지음, 추선영 옮김 / 이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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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여행서가 아니다. 저자의 말대로 여행담과 경제 논평을 결합하려고 시도한 특별한 여행서다. 일반적 여행서가 그곳의 풍경이나 관광지나 유래 등에 집중하는 반면에 여기선 그곳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인종과 노동이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지 보여준다. 가끔 미국인의 이런 글을 만나면 반갑기보다 낯설게 느껴지는데 나 자신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미국의 모습이 얼마나 왜곡되고 부풀려 있는지 알고 놀라게 된다.

 

며칠이나 몇 개월을 한 곳이나 몇 곳을 둘러보고 쓴 글이 아니다. 5년 동안 미국을 돌아다니며 경험한 것들과 자신의 사상을 결합하여 만들어낸 책이다. 미국 여행서란 점에서 미국 구석구석의 아름다운 풍경이나 사람을 들뜨게 만드는 여행담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물론 저자는 미국의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들에 대해서도 말한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숨겨져 있는 자본과 경제논리에 의해 부풀려진 것이고, 그 속에 실제 일하는 노동자들이 최저 생계비로 고생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럼 이 책은 덮어야 한다.

 

좌파 경제학자가 미국을 돌아다니면서 본 것은 분명히 일반 여행 작가들과 다르다. 바로 여기서 재미와 더딘 진도가 나온다. 미국의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도 되겠지만 지금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아메리카 드림으로 포장된 미국의 어두운 점이 드러나면서 과거 나의 여행을 생각하게 만든다. 피상적인 풍경과 잘 못사는 나라의 국민에 대한 은근한 무시로 가득했던 그 여행들 말이다. 부끄럽다.

 

책 속 문장에서 많은 점을 배우고 느꼈다.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외국 태생 노동자가 증가하는 현실에서 중산층 주민들이 이런 변화의 일차적인 요인인 경제 체제에 대해 생각하기보다 외국 태생 노동자를 상대로 분노를 표출한다는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점점 외국 노동자가 늘어나는 우리 현실에 비추어 보면 놀랍도록 비슷하다. 그 원인보다 밖으로 드러난 현상에 집착하면서 악순환이 되풀이되기만 하기 때문이다. 이 점은 언론도 무시할 수 없다. 그들은 이 현상 보도에 집중하면서 교묘하게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고 있다.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다. 9.11 이후 놀라운 활약으로 영웅으로 일컬어지던 뉴욕 소방관들 많은 수가 호흡기 질환으로 시달리고, 그 후 많은 소방관이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사실이다. 헌데 이들을 위한 어떤 특별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 엄청난 쓰레기를 치우다 신체적 정신적 질환을 앓게 된 다른 노동자들도 기록되어 있지만 그들을 위한 보상이나 예방에 쓴 돈은 거의 없으니 노동자를 단순한 상품으로 표현한 저자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영웅으로 치켜세우기만 했지 실질적으로 조치를 취한 것은 없다.

눈에 확 들어오는 이야기도 하나 있다. 그것은 광우병에 걸린 소가 문제가 된 후 쇠고기를 먹지 않았다는 문장이다. 지금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는 광우병 관련 촛불 집회를 생각하면 그냥 읽고 지나가기 어렵다. 얼마 전에 읽은 옥수수 관련 책 내용과 비슷한 대목이 나오면서 옛 기억을 되살려주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모태가 되는 미국 국립공원을 합리화한 최초의 논리가 기념물 논리였다는 사실이다. 이후 이 광활한 국유지가 소수의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돈벌이 시설로 바뀌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착잡한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다. 미국식 자본주의 숭배하고 좇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면서 이 책을 읽는다면 저자가 보여주는 미국 현실과 변화는 우리의 미래를 예측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그 예측이 밝지만은 않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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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탄생 - 현상과 실재, 인식과 진리, 인간과 자연에 던지는 첫 질문과 첫 깨달음의 현장
콘스탄틴 J. 밤바카스 지음, 이재영 옮김 / 알마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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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철학에서 그리스 철학자를 제외하고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들이 후세에 끼친 영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거대하다. 중세까지 기독교에 영향을 끼친 철학자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사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너무나도 유명한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문구는 이제 누구나 인용하는 문장이다. 근데 이 책은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를 다루면서 그 이후와 구분하고 있다. 시간적으로 따지면 이 책 속에 나오는 철학자 중 한두 명은 그보다 나이가 어리다고 하니 약간은 의아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약간은 낯설게 느껴지는 철학자들이지만 조금만 차분하게 이름을 속으로 반복하면 어딘가에서 한두 번 이상은 이름을 들은 낯익은 철학자들이다.

 

왜 소크라테스 이전과 이후로 나눌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가지게 되는 의문이다. 이 의문을 가슴에 품고 읽다 보면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이해의 폭이 좁은 것은 서양 철학사에 대한 지식의 부족 때문이다. 근데 철학자들과 그 내용을 차분히 들여다보면 인간의 윤리와 삶에 대한 것보다 자연과 현상에 대해 더 많은 설명을 할애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가 풀어내는 과학사 같은 이야기 속에서 현대 철학자와 과학자들의 감탄을 만나고,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 지식의 많은 부분을 사유 속에서 인식한 그들의 탁월한 능력에 놀라게 된다. 이 놀라운 사유가 유럽의 긴 역사 속에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더딘 것은 역사가 주는 놀라운 아이러니가 아닌가 생각한다.

 

들어가는 말에서 저자가 한 말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오늘날의 우리처럼 많은 지식을 갖지는 못했지만 바로 그 때문에 선입견도 적었던 당시”(14쪽) 라는 문장은 이 책을 읽으면서 수없이 부딪히는 장면이다. 현대 과학에 대해 확실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조금은 덜하겠지만 부분적이고 단편적인 지식만 가지고 있는 나에겐 아주 빈번하게 다가온다. 어떤 부분은 지식이 부족해서, 어떤 곳에선 잘못 알고 있는 사실 때문에, 어떤 사실에선 인식의 차이 때문에 부딪히고 생각하고 배우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학창 시절 배운 철학이 얼마나 부실한가이다. 암기식 교육에 대표적인 학설만 반복하면서 선입견을 두텁게 쌓은 것이다. 얼마 전 텔레비전 광고에서 고흐와 고갱을 경쟁자라는 단선적 지식의 표현에 놀랐던 것을 생각하면 총체적 부실과 허상에 의해 세워진 지식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세계 몇 대니 몇 위니 하는 분류로 문화와 예술을 평가하면서 주관적 미적 기준을 가로 막은 사실이 많지 않았던가! 철학 부재의 교육에서 비롯된 오독이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 자주 반복되어 놀라게 되었다.

 

아마 과학사 초창기를 다룬 책이라고 생각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은 내용이다. 현대 과학이 수학과 직관과 실험 등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그 당시 실험이 거의 전무하거나 할 수도 없었음을 생각하면 그들의 주장은 놀랍고 엄청나다. 물론 그들의 주장 모두가 현실에 완전히 맞지는 않다. 하지만 그들이 사유 속에서 만들어낸 문장의 의미는 약간 아전인수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수많은 철학자와 과학자들의 사유와 실험 등으로 증명되어 더욱 놀라게 만든다. 혹시 영화처럼 현대의 물리학자가 시간 여행으로 그리스 시대로 간 것은 아닐까 할 정도다.

 

저자가 이 철학자들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 중 최고의 것은 “세계 전쟁, 인종 차별, 집단 학살, 생태계의 대재앙 등은 앞서 서술한 대로 소크라테스 이전 사상이 왜곡되었기 때문에 초래한 결과들이다.”(209쪽)란 문장이다. 이 철학자들에 대한 숭배와 애정이 얼마나 대단하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저자가 취리히대학 자연과학 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것과 전혀 무관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주장하고 풀어내고 설명하고 인용한 내용들이 가볍게 무시할 것은 아니다. 비록 쉽지 않고, 어렵고, 균형감이 떨어지는 듯하지만 놀라운 사실과 현재를 돌아보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서양 철학사를 소설로 표현한 ‘소피의 세계’가 다시 읽고 싶어진다. 잊고 있던 서양철학에 대한 지식을 더 쌓아야 이 책이 조금 더 이해되고 가슴으로 느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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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컨스피러시 -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겨냥한 대 테러 전쟁
에이드리언 다게 지음, 정탄 옮김 / 끌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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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테러리스트라고 상상하고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작가는 인터넷으로 검색한 자료를 중심으로 장소와 공격 목표를 설정했다. 이 때문에 테러리스트에게 영감을 얻을 수도 있다고 걱정을 하였지만 그보다 경각심을 심어주는데 더 중점을 두었다고 말한다. 물론 작가의 상상력이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줄 수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점점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종교 갈등과 빈부격차는 앞날을 예측하기 더 힘들게 만든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얼마 전 티베트 국민과 세계 인권단체들의 성화 봉송 저지를 보고 다시 한 번 더 느꼈지만 중국은 수많은 문제가 있다. 뭐 문제없는 나라가 어디 있겠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지만 지금도 명동이나 인사동에 나가면 인권 탄압 관련 정보를 전시한 사진과 기록들이 있다. 천안문 과 파륜궁 사태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얼마나 처참하고 잔혹한 탄압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사태에 관심을 두기보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이슬람 신자를 등장시켜 종교 갈등과 인권 갈등을 더 부각시키며 진행한다.

 

9.11 이후 점점 과격해지는 이슬람 과격단체들의 자살 테러는 끔찍하고 무시무시하다. 이 세상에 자신의 목숨을 버리고 달려드는 사람처럼 무서운 존재가 어디 있겠는가! 그날의 사건으로 현실이 상상력을 압도한 사실에서 수많은 작가들이 만들어내는 시나리오도 점점 치밀하고 거대해지고 있다. 이 소설은 그 한계를 더욱 확장하고 있다. 알 자지라 방송을 통해 가끔 듣는 전 세계적인 공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미난 점은 베이징 올림픽을 둘러싼 가장 무시무시한 음모를 꾸미는 측이 다름 아닌 미국이란 것이다. 천연두와 에볼라 바이러스를 결합한 가공할 생화학무기로 음모를 계획한다. 이 계획을 보면서 9.11 음모론을 자연스럽게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얼마나 가볍게 다루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무서운 상상이다.

 

에이드리언 다게의 소설로는 두 번째로 읽지만 지난번처럼 이번도 아쉬움이 많다. 이야기를 만들고 후반까지 풀어가는 과정과 문장은 재미있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과 인물들의 특징을 너무 과장되게 표현하면서 긴장감을 떨어트린다. 섬세하고 치밀한 전개와 개성 있는 인물들의 설정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진다. 이 부분을 더욱 보강하고 개연성과 좀더 치밀하면서 전체를 아우르는 상황을 만든다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재미있지만 아쉬운 점이 있어 쓴 소리 몇 자 적는다.

 

단순히 읽을 수도 있지만 깊이 있는 생각을 하는 대목이 많다. 티베트보다 많은 사람들에겐 알려지지 않았지만 신장 위구르 자치구도 많은 인권 탄압과 독립에 대한 열망이 가득하다. 소설 속에서 베이징 올림픽을 나치의 베를린 올림픽과 연관시켜 표현한 대목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독재와 인권이 무너진 나라에게 그 나라를 선전하기 가장 좋은 수단이 올림픽임을 이미 가까운 88년 서울 올림픽에서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상업적 목적과 스포츠의 열기 속에 조용히 묻혀 버리는 수많은 인권과 기독교와 이슬람 사이의 점점 격화되는 갈등은 미래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한다. 아쉬운 몇 곳이 있지만 그만큼 생각하고 느낄 곳이 많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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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
프레데릭 포사이드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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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추리소설 작가들은 동서냉전이 깨어지면서 스파이소설에 대해 쓸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탁월한 수많은 작가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면서 독자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9.11 이후 새로운 적이 등장하면서 소재에 대한 걱정이 사라진 것 같다. 과격한 이슬람 집단과의 대결은 새로운 긴장감과 공포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독자들을 빨아 당긴다. 그 연장선에서 거장 프레더릭 포사이스가 한 편의 멋진 스파이소설을 내놓았다.

 

포사이스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가 창조한 세계는 무시무시한 공포가 숨겨져 있다. 그 속에 벌어지는 사건과 사고들은 일상의 삶에선 결코 느낄 수 없다. 치밀하게 계획된 음모와 그것을 깨트리려는 정부 조직 간의 대결은 세밀하면서도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고, 그 속에 움직이는 등장인물들은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새로운 사실을 독자에게 알려준다. 최첨단 기계를 이용한 추적과 각 지역의 특징을 묘사하며 풀어내는 이야기는 한 번 빠지면 책을 손에서 놓기가 어렵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얼마나 우린 불안한 세계에 살고 있을까? 이런 상상에 잠시 잠기기도 한다.

 

이 소설에 주인공은 아프간으로 변장하여 적진으로 들어간 마이크 마틴이다. 하지만 다른 스파이소설과 달리 직접적으로 강한 활약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007 같은 주인공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는 지루하고 따분하지만 늘 긴장감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스파이 역할이다. 그 스파이 역할도 활동적이지 않다. 작가는 앞부분의 대부분을 상황 설정과 마이크와 아프간에 대한 설명으로 가득 채운다. 이런 기초 작업을 통해 앞으로 벌어진 사건의 중요성을 암시한다. 그리고 왜 그가 알 카에다 조직에 잠입해야 하며, 그가 아니면 불가능한지 독자에게 주지시켜준다.

 

주인공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면 강한 액션이나 예상하지 못한 반전 등으로 즐거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주인공보다 상황에 더 집중한다. 주인공이 상황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 속에서 주인공은 조용히 스며들고 흘러간다. 그런데 이 상황들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마이크는 조용히 움직이지만 그를 둘러싼 환경은 급속하게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과 미국의 정보기관은 그를 따라 움직이며 정보를 수집하고, 그가 남긴 단서로 전 세계를 휘저으며 음모를 분쇄하려고 한다. 우연히 알게 된 정보를 단서로 이루어진 이 거대하고 긴 계획이 눈에 보이지 않는 치밀하고 무서운 대결로 끝없이 이어진다. 마이크를 둘러싼 모습은 오리의 수영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고요함 밑에 숨겨진 숨 바쁘고 활기찬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 고요함은 태풍의 눈과 같다. 언제 그 엄청나고 거대한 힘을 폭발시킬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역시 풍부한 정보가 가득 들어있다. 이 정보들은 읽을 때면 언제나 감탄하게 만든다. 그 이후 테크노 스릴러의 거장이 된 톰 클랜시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난 한두 가지는 톰 클랜시의 소설과 미국 드라마 24다. 물론 24와 톰 클랜시의 소설은 다르게 진행된다. 하지만 현대 과학 기술을 이렇게 멋지고 환상적으로 이야기 속에 녹여낸 작가는 흔하지 않다. 그런데 포사이스는 여기에 풍부한 외국 정보와 음모와 긴장감 있고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상황을 연출하여 그들과는 다른 재미를 준다. 스파이소설을 제대로 알기 전에도 열심히 찾아 읽었던 몇 되지 않는 작가 중 한 명인 그의 소설은 언제나 기대하게 만들고 즐거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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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가이드] 서평단 알림
노벨상 가이드 - 노벨 생리학.의학상 수상자 피터 도어티 교수의
피터 도어티 지음, 류운 옮김, 손상균 감수 / 알마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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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을 받는 방법이 있을까? 이 책 제목을 보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저자는 없다고 말한다. 다만 자신이 생각하는 방법들을 나열한다. 그 내용들을 보면 공감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특히 자신이 발견한 내용을 학술지에 발표하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라는 부분은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문제를 입 밖으로 내라거나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대목은 너무 흔한 표현이지만 그 중요성을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노벨상 수상을 위한 초보자 안내서 정도로 번역될 원제도 사실 과장되어 있다. 노벨상을 수상하는 왕도가 없음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럼 이 책은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나? 그것은 저자의 노벨상과 과학을 둘러싼 생각들을 담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지만 대부분은 과학에 대한 저자의 철저한 믿음이 바탕에 깔려있다. 이런 믿음은 개인적으로 유전자 변형물질을 둘러싼 논쟁을 생각하면 단순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리고 미국식 연구에 대한 칭찬은 그 성과와 업적이 탁월하다고 하여도 그 때문에 소외 받는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과하게 포장된 것이 아닌가 느껴진다.  

 

총 9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각 장이 독립적이지만 전혀 개연성이 없지는 않다. 과학에 대한 믿음이 바탕에 있기 때문이다. 또 전문적 지식을 배제하고 평범한 이야기를 많이 사용함으로서 비교적 편하게 읽을 수 있다. 가끔 전문 용어와 지식이 나와 상당히 머리가 아픈 대목도 있지만 그냥 가볍게 지나가면서 전체 흐름에 집중하였다. 덕분에 생각보다 속도가 붙었고, 저자의 생각을 많이 알게 되었다. 노벨상 수상으로 그가 겪었던 변화와 책임감은 삶을 그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이 상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한 번 더 느꼈다.

 

자신의 전공인 면역을 다룬 장이 비교적 어려웠다면 다른 이야기에서 만나는 과학과 문화, 과학과 종교, 과학자와 삶은 많은 부분 공감한다. 약간 지나치게 과학의 미래에 낙관하지 않나 하는 의문도 생기지만 현재까지 과학이 이룬 대단한 업적을 생각하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최근에 읽은 몇 권의 의학 관련 서적에서 현대 의학의 문제점을 지적한 내용을 기억하기에 저자가 주장하는 면역이나 부분 치료에 대해서는 약간 의문이 생긴다. 마법탄환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발생한 부작용으로 고생하거나 죽은 환자를 생각하면 너무 쉽게 이런 부분을 간과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노벨상 수상은 그 분야에서 유명할 사람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면서 그 삶을 엄청나게 변화시킨다. 아마 이 책도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했다면 시선을 그렇게 많이 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만큼 수상자들의 말과 행동은 일반 대중의 관심 대상이다. 이와 관련하여 재미난 이야기가 하나 있다. 그가 말한 전체적인 내용은 무시하고 한 부분만 가지고 신문에서 제목으로 뽑고, 확대해석하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만 그런 줄 알았는데 호주도 그런 모양이다. 저자도 책 속에서 지적했듯이 그의 말 한마디는 의도하지 않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에 많은 부분 공감하면서 몇 곳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생각이 다른 부분을 만나기 때문이고, 좀더 자세하게 집고 넘어갔으면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벨상은 타고자 노력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운이 필요하고, 긴 시간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더 깨닫는다.

 

알라딘 서평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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