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예언자 4 - 오드 토머스와 흰 옷의 소녀 오드 토머스 시리즈
딘 R. 쿤츠 지음, 김효설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살인예언자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다. 앞의 세 작품을 읽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번 소설을 읽는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앞에 펼쳐진 이야기들이 어떤 것일까 하는 호기심을 키워놓았을 뿐이다.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꿈꾸고, 이것이 현실에 벌어질 사건을 막아내려는 오드의 노력을 중심으로 간결하면서 유머 있게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주저 없는 살인은 또 다른 매력이자 재미이기도 하다.   

 

 이번 소설을 읽기 전 오드의 나이가 좀더 들었을 것으로 생각했다. 시리즈 첫 권의 책 소개에서 받은 선입견과 이전에 읽은 그의 작품 속 주인공의 나이가 그대로 적용되었다. 하지만 이제 겨우 스물하나다. 그런데 이번 소설이 네 번째인 것을 생각하면 정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이 시리즈가 7권까지 이어질 예정이라니 과연 몇 살까지 그의 고난이 계속될까? 시리즈 3이 불과 16주 전이란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이런 행복한(?) 고민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번엔 흰 옷의 소녀가 새롭게 등장하여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 예정이 아닌가!  

 

 오드는 뛰어난 요리사다. 그의 실력을 알아챈 왕년의 유명 배우 허치슨 씨가 그를 요리사로 고용한다. 이 집에서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새벽 바다에 시뻘건 파도가 일고 무시무시한 불빛이 번쩍이는 악몽을 두 번이나 꾼다. 그의 말대로 보통사람이라면 그냥 악몽일 뿐이다. 하지만 그에게 이런 꿈은 미래를 한 모습을 보게 하는 예지몽이다. 그러니 그가 불안감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아마도 내가 읽지 않은 앞의 시리즈 3권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물론 사건을 다르지만. 

 

이런 이상한 꿈을 꾼 후 바다로 산책을 나간다. 그곳에서 한 임신한 여자를 만난다. 그녀가 바로 꿈속에 나타난 여주인공이자 신비한 매력과 능력을 가진 안나 마리아다. 이 둘의 만남을 보면 신비하고 이상한 느낌을 준다. 이때 거구의 사나이와 붉은 머리 형제들이 나타난다. 이들의 등장은 그와 함께 다니는 유령 개 부를 자극한다. 먼저 그녀를 보낸 후 해일에 대한 농담을 하면서 상황을 유연하게 만들려고 한다. 그러다 거구의 남자가 그의 어깨를 짚는다. 동시에 두 사람은 오드의 악몽을 경험한다. 상대가 놀라 주춤하는 사이 오드는 바다 속으로 몸을 날린다. 이 재빠른 행동이 목숨을 살렸다.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적은 바다로 몸을 던진 그를 찾아다닌다. 바다에서 탈출은 성공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작가는 이제 이상한 남자들과 오드의 예지몽과 안나를 하나씩 연결시킨다. 오드의 신비한 능력 중 하나인 심령자석으로 안나를 만난다. 하지만 그녀는 이 사건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 적들도 그녀를 찾아온다. 상황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오드는 이 상황을 넘기고, 또 다른 친구의 집으로 몸을 피한다. 그곳에서 안나의 집에서 본 것과 똑같은 표시를 본다. 그것은 멈춘 시계다. 현재 그가 차고 있는 시계와 상관없이 이 두 집의 시계는 열두 시 일분 전에 멈춰있다. 여기서 작가는 친절하게 이 시간이 앞으로 사건이 발생할 시간임을 알려준다. 이제 오드가 사건을 막을 시간이 겨우 네 시간 남았다.  

 

 이후 펼쳐지는 오드의 활약과 주저 없는 적들의 살인행위는 놀라움과 동시에 주인공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할리우드 방식이 그대로 재현된다. 소설을 읽다 보면 과연 이렇게 비정하고 잔인한 사람들이 있을까 놀라게 된다. 돈을 위해 수백만 명을 죽일 원자폭탄을 터트리려는 계획을 짜고, 좀더 많은 돈을 소유하기 위해 같은 편도 주저 없이 죽인다. 이런 배신의 고리는 과히 악당의 모범이라 불릴 수 있다. 그리고 경찰서장까지 가담하는 순간 이 도시에서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된다.   

 

 오드의 쉴 새 없는 몇 시간의 활약이 재미의 중요한 축이라면 오드의 눈에만 보이는 프랭크 시나트라 유령은 조연으로 충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작가는 수많은 영화를 소설 속에 인용하고, 자신이 경험한 과거의 사건이 이미 자신이 글로 썼다는 것을 알려준다. 물론 이것들이 바로 이 시리즈의 다른 이야기다. 작가는 이 무시무시한 사건을 앞두고 결코 무거워지지 않는다. 유령을 충동질하고, 악당과 농담을 하고, 이전에 몰랐던 선량한 사람들을 만나는 등 그 짧은 시간에 많은 경험을 한다. 덕분에 이야기는 풍부해졌지만 동시에 많은 것이 생략되고 불친절해졌다.  

 

 

 딘 쿤츠의 예전 작품에서 느낀 간략하지만 날렵한 재미가 이 소설에 있다. 그리고 매력적이고 멋있는 캐릭터가 등장하여 재미를 보장해준다. 하지만 전작은 모르겠지만 이번 소설에선 전체적인 구성이 허술하게 느껴진다. 의도적인 연출과 구성인지는 모르지만 불친절하고 너무 많은 의문을 남겨두었다. 만약 이 시리즈의 앞이나 뒤의 이야기를 읽은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말할 것이다. 이런 불만을 가지면서 왜냐고 물으면 답은 하나다. 그것은 오드의 매력적이고 신비한 경험이 아직도 궁금하고 기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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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주영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한 남자가 연쇄살인을 계획한다. 세 명이다. 그는 살인을 시험공부 하는 것과 같게 생각한다. 확실하게 죽이고, 절대 잡히지 말자는 목표로 완벽하게 준비한 다음 실행한다면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침착함은 필수다. 연쇄살인을 마음먹었지만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살인을 해야 할 상황이 생긴다. 그것은 그의 섹스 파트너이자 동료였던 아카네가 갑자기 찾아와 그를 죽이려고 하면서부터다. 그녀와의 사투 끝에 살아남고, 그녀를 죽인다. 이제 그는 멈출 수 없는 폭주기관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세 여자를 죽이기 위해 밤을 달린다.  

 

 이 작가의 다른 책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를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다. 살인의 의도가 상당히 결백증에 가까운데 이 소설에서도 그런 경향이 강하다. 또 전작이 수학의 정밀함을 떠올려주었는데 이번엔 살인자 나미키의 심리와 행동을 통해 수학의 가정법과 논리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실행한다. 예상하지 못한 급박한 전개는 충분하게 가능성을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다. 처음부터 그가 연쇄살인을 계획한 목적인 이 세 여자의 각성을 생각하면 조금도 지체할 수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쳐들어가 죽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미 아카네와 사투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경험했지 않는가!  

 

 그가 죽이고자 하는 세 여자는 기시다 마리에, 구노스키 유키, 야타베 히토미 등이다. 그녀들의 부모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었다. 나미키와 아카네는 억울한 죄를 뒤집어 쓴 이들의 가족을 돌봐주는 단체 사람이다. 그런데 이들이 창조한 무시무시한 괴물로 변할 가능성이 그녀들에게 있다. 처음엔 그 괴물이 무엇인지 알려 주지 않는다. 뒤로 가면서 그 정체가 조금씩 드러나는데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점차 알게 된다. 그렇다고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각성하게 된다면 사회에 대단히 위험한 존재인 것은 분명하다.  

 

 소설의 시점은 두 가지다. 나미키의 심리와 행동 중심으로 하나가 펼쳐지고, 조금씩 유키의 독백이 나온다. 대부분 나미키의 시선에서 진행된다. 그가 각성한 존재들의 위험을 막기 위해 살인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주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펼쳐준다. 먼저 대상을 정한 후 어떻게 방에 들어가서 그녀를 죽일 것인지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는 모습에선 보통의 살인자들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뭐 연쇄살인을 생각하고 계획한다는 자체가 보통 모습이 아니긴 하다. 그런데 이 검토와 실행이 어긋나는 순간 변수가 생기고, 예상하지 못한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이 감정과 몸의 반응은 놀랍고 무섭다.  

 

 

 완전 범죄를 꿈꾸며 실행하는 그의 모습이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살인의 대의를 생각하면 주저함이 없어야 하는데 그는 자신의 안전을 먼저 생각한다. 그러니 생각이 많아지고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살인으로 이어지는 과정과 그 후의 장면들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몰입해서 읽는 동안 잘 느끼지 못하지만 잠시 숨을 고른다면 그가 가진 생각의 모순들이 드러난다. 그가 주장하는 정당성이 조금씩 퇴색되고, 자신도 모르게 변하게 된다. 이 부분이 소설의 강점이다. 그렇지만 너무 많은 가정과 검토가 나와 긴장감을 잠시나마 떨어트리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다시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의 주인공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계속해서 관심을 두어야 할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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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 1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사랑 이야기다. 유전적인 문제로 자신도 모르게 다른 시간대로 여행을 하는 헨리와 어린 시절부터 그를 사랑했던 클레어의 사랑을 다룬다. 이 둘의 만남과 헤어짐과 그리움과 사랑을 읽다 보면 어느새 시간을 잊게 된다. 한 편의 로맨스 소설이자 sf소설이다. 시간을 여행한다는 설정에서 시작하여 정말 독특한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내었다. 함께 한 시간이 이렇게 뒤섞여 있으면서 강렬하게 연결된 사랑이 존재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길 정도다.   

 

 소설 속 두 주인공이 서로를 만난 나이가 각각 다르다. 헨리가 클레어를 처음 만난 것이 스물여덟이라면 클레어가 헨리를 처음 만났을 때 여섯 살이었다. 이 둘의 나이 차이가 여덟 살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말이 되지 않는다. 맞다. 이 둘은 산술적으로 계산되는 나이를 초월하여 각각 처음 만나게 된다. 이렇게 이상한 만남이 이루어지게 된 원인이 바로 헨리가 가진 병이자 능력 때문이다. 그것은 자신도 모르게 다른 시간대로 여행하는 것이다. 멋져 보이지 않나? 실제는 그렇지 않다.  

 

 누구나 시간 여행을 꿈꾼다. 과거로 미래로 마음껏 여행을 하면서 현재 느끼는 아쉬움을 되돌아보고, 지금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는 경이로움을 바란다. 하지만 헨리의 시간 여행은 결코 행복한 것이 아니다. 단 하나를 제외하면 말이다. 그 단 하나의 행복이 바로 스물여덟 이후 그와 함께한 클레어를 시간여행 속에서 만난 것이다. 부수적으로 미래에서 온 그가 과거의 그에게 경제정보를 줘서 어느 정도 부유함을 가지게 하는 정도다. 결코 그들은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헨리의 시간여행은 자신이 바라는 시간으로 공간으로 옮겨가는 것이 아니다. 부지불식간에 시간여행을 떠난다. 헐벗은 채로 언제인지도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나타난다. 언제 다시 그가 돌아온 시간대로 돌아갈지 알 수 없다. 그러니 살기 위해 나쁜 짓을 익히고 연습하고 실천으로 옮긴다. 몰래 문을 따고 들어가 옷이나 돈을 훔치고, 소매치기로 다른 사람의 지갑을 슬쩍 빼낸다. 벌거벗은 상태로 나타나다 보니 가끔은 폭력으로 상대편 옷을 빼앗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살아남기 위한 것이다.  

 

 처음 클레어가 헨리를 만났을 때 그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현실의 존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주 나타나면서 그녀에게 하나의 우상처럼 되었다. 몰래 숨겨둔 비밀연인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자신보다 한참 나이 많은 그의 모습은 어쩌면 그 또래의 아이들보다 우쭐함을 느끼게 만들었을 것이다. 미래에서 온 어른이 그녀의 단 한 명의 사랑이 될 것이라곤 그녀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녀를 찾아온 다양한 나이 대의 헨리가 그녀에게 계속적인 신선함과 즐거움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를 통해 자신의 미래를 알게 되는 순간 그에 대한 환상과 기대와 그리움은 이 세상 무엇보다 강렬한 사랑의 감정으로 변한다.  

 

 얄팍한 물리학 지식은 책을 읽는데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 기존에 보았던 시간여행에 대한 모든 공식이 깨어진다. 미래의 헨리가 과거의 헨리를 만나서 정보와 생존 기술을 가르쳐주고, 과거의 헨리가 미래의 헨리나 클레어를 만나서 자신의 앞날을 알게 된다. 같은 시간과 공간 속에 다른 시간대의 두 헨리가 공존하고, 미래가 과거로 와서 미래의 결정할 수 있는 조그마한 변화를 일으킨다. 다양한 차원의 세계가 공존한다면 무리가 없지만 이 소설은 하나의 시간대만 존재한다. 복잡하고 어려운 물리학은 멀리하고 단순히 두 남여의 만남과 헤어짐만을 생각한다면 독특하고 기발하면서 황홀하면서도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누가 더 행복했을까 생각해본다. 여섯 살부터 헨리를 그리워하고, 단 한 명과 사랑을 나눈 클레어일까? 아니면 다양한 여자들을 만나고 경험한 끝에 스물여덟에 클레어를 만난 헨리일까? 개인적으로 클레어가 더 행복했을 것 같다. 헨리의 과거가 주는 아픔이나 자신도 모르게 하는 시간여행을 제외하더라도 말이다. 다양한 경험과 많은 여자란 현재를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 때문이라면 더욱 그렇다. 비록 클레어가 헨리의 갑작스러운 시간여행에 불안을 느끼고, 다시 나타남에 안도의 한숨을 쉰다고 하여도 말이다.  

 

 두 남여가 만나는 나이와 시간은 정말 다양하다. 재미난 것은 클레어의 시간은 비교적 정상적으로 흘러가고 헨리의 나이만 자꾸 변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작가가 의도한 연출로 보인다. 미래의 헨리가 현재에 나타나서 채워주는 시간과 감정들은 역설적으로 현재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만으로 이렇게 흥미롭게 이야기를 끌고 가다니 대단하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그들의 사랑을 가장 잘 나타내준 “난 언제나 당신을 사랑해.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야.”(2권 354쪽)란 문장에 함축된 감정의 깊이와 울림이 강한 여운과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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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리그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1
데이비드 알몬드 지음, 김연수 옮김 / 비룡소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작가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가끔 번역 소설에선 낯선 작가보다 번역자에게 더 눈길이 가는 경우가 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몇 분의 번역가는 출판사의 광고에 어느 정도 신뢰감을 준다. 뭐 이것이 반드시 맞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실패 확률은 적다. 이 소설이 획득한 휘트브레드 상이나 카네기 상에 대해 내가 잘 모를 경우 더 번역자를 믿는다. 가끔 이렇게 시작한 인연이 문학상이나 작가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청소년 소설이다 보니 술술 읽힌다. 어려운 문장이나 내용이 없다. 한 소년의 성장을 다루었는데 그 속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미지의 존재와 새로운 동료가 자신에게 드리워진 어둠을 물리친다는 구조인데 모험소설처럼 읽히는 대목도 있다. 켜켜이 쌓아 놓은 짐들 사이에서 발견한 미지의 존재와 그를 구하기 위한 주인공 마이클과 미나의 행동은 아이들이 주변에서 가장 쉽게 펼칠 수 있는 모험이다. 사실 오래된 집이나 커다란 창고는 환상과 모험을 위한 최적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마이클 집은 근심 걱정이 있다. 바로 마이클의 여동생이 아픈 것이다. 아기의 아픔은 가족에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새롭게 이사한 집의 상황은 결코 유쾌하지 않다. 차 두 대를 주차할 수 있는 차고는 전 주인의 짐으로 가득하다. 바로 이 공간에서 마이클은 신비한 존재 스켈리그를 만난다. 환차처럼 힘없이 벽에 기대어 있는 그를. 거미줄과 청파리와 회색 먼지로 가득한 그를. 이 만남은 뒤에 만날 새로운 친구 미나와 더불어 소설의 큰 줄기이자 핵심이다.  

 

 미나는 특이한 아이다. 학교에 다니지 않고 엄마에게 교육 받는다.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를 외우고, 새들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소녀다. 옆집에서 살고 인사하고 지내던 중 미나가 자신의 비밀 장소를 알려주면서 둘은 스켈리그의 비밀을 공유하게 된다. 역자도 지적했지만 미나가 새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들 중 많은 곳이 스켈리그와 연관성이 있다. 미나는 마이클에게 좋은 친구이자 모험의 동료이고 비밀 공유자이며 새로운 세상을 알려주는 나침반이다.  

 

 스켈리는 어떤 존재일까? 단순히 생각하면 그는 천사다. 하지만 작가는 천사라고 단정 짖지 않는다. 그가 보여주는 능력이 우리가 생각하는 천사와 다르다. 중국 음식을 신의 맛이라 칭찬하고, 청파리나 부엉이가 가져다주는 음식을 먹는 그와 천사를 같이 생각하는 것이 조금 균형이 맞지 않는다. 그래도 그가 천사가 아닐까 생각하고 싶은 마음이다. 또 그는 마이클의 마음과 연결된 존재다. 마이클이 가장 힘들 때 그는 다 죽어가는 상태로 발견된다. 미나와 그를 옮기고, 그에게 음식을 가져다주고 희망을 가져다주지만 결국 그것은 자신의 불안을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   

 

 멋진 한 구절이 있다. “가끔 우리는 세상 모든 일을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마련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아. 우리는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이해하고 그 이상은 상상하는 법을 배워야해.”(219쪽) 여기서 스켈리그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다. 그는 다만 상상 속에서 존재한다. 우린 자주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내면보다 외부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외부에서 누군가가 도와주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스켈리그는 마이클의 내면이 외부에 투사한 이미지일 수도 있다. 너무 많이 나갔나? 읽는 순간 내내 재미있었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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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도둑
노어 차니 지음, 홍성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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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산타 줄리아나 성당에 경보음이 울린다. 세 번씩이나 울리지만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한다. 다음 날 아침 제단 위에 걸려 있던 그림이 사라졌다. 그 그림이 바로 카라바조의 <성 수태고지>다. 장면이 바뀐다. 말레비치 협회의 제네비에브 들라클로쉬가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절대주의 구성 : 흰색 위의 흰색>이란 작품이 위작이라고 말한다. 퇴근하면서 지하 수장고로 내려간다. 걸려 있는 작품들을 둘러보다 그 그림이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이렇게 뛰어난 두 작품이 사라졌다.  

 

 사라진 두 작품을 두고 가브리엘 코핀과 장 자크 비조 형사와 그의 친구 장 폴 레구르지가 등장한다. 코핀은 카라바조의 작품을, 비조 형사 팀은 말레비치의 작품을 찾기 위해 불려간 것이다. 그리고 한 명 더 20세기 이전 작품 전문가인 배로 교수가 등장한다. 그는 알 수 없는 사람들에게 가벼운 협박을 받고 끌려간다. 이제 여기에 경매로 낙찰 받은 국립근대미술관의 말레비치 작품이 사라진 것을 조사하는 위큰든 형사가 끼어들면 중심인물들이 모두 등장한 것이다. 물론 작가가 숨겨놓은 인물이 몇몇 더 있기는 하다.   

 

 제목처럼 미술품 도둑에 관한 소설이다. 우리가 영화에서 본 낭만적인 도둑은 거의 사라지고 이제 미술품 도둑이 하나의 중요한 산업이 된다. 이렇게 된 것에는 시장경제 원칙이 충실하게 지켜지고, 인간의 욕망이 그것을 부채질했기 때문이다. 단 한 작품만 존재하고, 그것을 소유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으니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판매가격과 실제 가치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작가는 실제가치란 없다고 말한다. 판매가격이 그것이 훌륭한 예술 작품인지 아닌지 하는 것과 관계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가격은 존재하고, 점점 고가로 변하는 미술품은 좋은 먹이감이다.   

 

 

 두 미술품과 각각 이것과 연관 있는 사람들을 번갈아 등장시키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엔 말레비치가 있다. 카라바조의 작품을 좇는 코핀 박사의 행적이 큰 성과를 거두기보다 경매장 풍경에서 시작한 말레비치의 작품이 사건을 만들고 변화를 부린다. 경매 낙찰을 받은 두 작품이 서로 연관성을 가지고, 알 수 없는 남자들의 존재는 은근히 무게감을 지닌다. 그리고 비조 형사 팀이 절도범이 남긴 ‘CH347'을 추적하는 과정은 퍼즐 풀기의 재미를 준다. 이 두 콤비가 보여주는 식도락과 대화는 가끔 웃음을 짓게 만든다.  

 

 두 작품의 도난과 경매장 풍경과 도난당한 미술품을 좇는 수사관들 사이사이에 미술사 강의와 점점 거대해지는 미술품 도난 시장을 보여준다. 위작과 도난과 경매라는 단어들 사이로 드러나는 미술계의 모습은 흥미진진하고 가슴속에 의심의 씨앗을 뿌린다. 미술품 강의에선 몇 번을 읽지만 아직도 난해한 도상학적 사실들과 의미와 구성들로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미술에 대한 관심을 불러온다. 그리고 전문가의 권위가 거대해질수록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도 만나게 된다. 과학이 위작 등을 밝혀내지만 위작 전문가들이 새로운 도전으로 이를 뛰어넘는 과정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도둑맞은 그림들을 둘러싸고 각각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작가는 이들의 관계를 꼭꼭 숨겨둔다. 뒤에 가서 이중 삼중의 속임수를 보여주는데 이 부분이 불만스럽다. 이 모든 사건을 뒤에서 조정한 사람이 있지만 그의 존재가 너무 갑작스럽다. 속임수가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대단하다 생각하지만 비중 있을 것으로 생각한 사람의 활약이 너무 숨겨져 있다. 전체 구성에서 보면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이 있고, 각각의 인물들과 사건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만나야 하는데 이 부분이 약한 것 같다. 한 번 들면 단숨에 읽게 만드는 매력과 몰입과 재미가 있다. 고혹적 미스터리, 폭포수 같은 반전 세례란 광고 문구가 맞기는 하다. 나처럼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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