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기행
후지와라 신야 지음, 김욱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후지와라 신야의 여행기를 어느 순간부터 한 권씩 읽고 있다. 최근 출간되는 대부분의 여행서가 정보 전달과 피상적 감상에 빠져 있는 것에 비해 그의 책은 깊은 사색이 돋보인다. 그래서인지 다른 여행서가 단숨에 읽을 수 있는 반면에 그의 책은 읽으면서 생각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고 지루하거나 속도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가 경험하고, 그 속에서 생각한 것들이 나의 직접 간접 경험과 충동하면서 새로운 길을 열어주기 때문에 약간 더딜 뿐이다. 동시에 공부해야 할 것을 던져준다. 그냥 그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믿고 따라가기엔 나의 머리가 너무 컸다.

이번 아메리카 여행에 가장 중요한 도구는 바로 모터홈이다. 쉽게 말해 주거 가능한 자동차다. 그는 이것을 서부개척기 포장마차의 현대판으로 생각한다. 편리한 교통수단이 있음에도 힘들게 이런 도구를 선택한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자동차 안의 시점에서 미국을 바라보고 싶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언제, 어디서나 숙박이 가능하다는 편리성 때문이다. 후자는 그의 예상이 빗나갔다. 모터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모터홈만의 교통법규와 모터홈 주차장을 대부분 이용해야 한다. 이런 착각을 통해 긴 여행을 한 그가 모토홈으로 일주일이라도 미국을 여행해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상당히 많은 도움과 신선한 경험을 한 모양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 60마일쯤 남쪽 바다를 따라 이어진 라구노 비치의 호텔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이 낯선 곳에서 그 누구도 그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 일주일을 머문 후 한 노부인이 중년의 백인여성과 같이 걸어오다 말을 한다. 이 말을 받아 그가 대답한다. 짧은 대화가 오간 후 같은 날 밤 호텔 로비에서 다시 만난다. 그녀가 바로 루스다. 그녀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가족들이 모였다. 작가를 보고 그녀는 무척 좋은 사람이라고 칭찬한다. 이렇게 해서 그는 미국 가정 속 일면을 들여다보고, 그녀와 함께 사는 자클린느를 통해 할리우드에서의 삶을 되짚어본다. 

긴 여행을 통해 작가는 미국의 한 가지 특성을 말한다. 그것은 짧은 역사를 가진 다인종 다민족 국가란 것이다. 미국인의 연설에 유머가 들어가는 것과 모두가 알고 있는 우상을 똑같이 부러워하는 감정으로 동경하고 있다는 연대감이 미국이란 국가를 유지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나의 이벤트를 본 후 느낀 그의 감상은 고개를 주억이게 한다. 하지만 다시 열광적인 분위기 뒤에 더욱 쓸쓸하게 느껴지는 미국식 ‘고독한 군중’은 옥상에서 뛰어내린 한 여자를 통해 더욱 가슴으로 와 닿는다. 살아가는 데 있어 사랑이 가장 소중한 양식이라는 것을 느끼면서.

7개월간 약 2만 킬로미터 여행이다. 사람이 밀집한 공간도 있지만 로키산맥의 바위투성이나 사막을 만나기도 한다. 이곳에서도 그의 사색은 멈추지 않는다. 차로 달리면서 변하는 주변풍경은 풍요에서 불모로, 생명의 합성지대에서 죽음의 지대로 향하고 있었다. 이때 느낀 것은 한 단어로 표현된다. 애쉬(ash). 재다. 이것은 다시 달을 다녀온 두 우주인 이야기로 나누어지고, 각각 다른 반응을 묘사하면서 결국 재로 돌아온다.

뉴욕에서 여자를 Man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페어플레이 정신을 생각한다. 이것을 다민족이라는 환경이 낳은 하나의 소산이라는 인식에 이르는 순간 다시금 그가 미국을 바라보는 시선 다민족 다인종 국가란 틀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을 느낀다. 이 앞에 패밀리를 우리가 알고 있는 가족과 조금은 다른 뉘앙스를 풍긴다고 하면서 애완견으로 미국과 일본 두 나라를 비교하는데 이 부분도 역시 인식의 차이를 보인다. 

재미난 에피소드는 역시 맥도날드와 관련이 있다. 일본 발음상 맥도날드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그가 가장 많이 찾아간 곳이 맥도날드임을 생각하면 그 상황들이 묘하게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한때 제국의 첨병 역할을 했던 맥노날드고, 이 경험으로 미국 식단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면서도 가로젓게 한다. 가슴 짠한 멕시코 소년의 에피소드는 모토홈의 가재도구가 소란을 피우게 만들 정도로 그를 흔들어놓았다. 긴 여행에서 그의 감정이 가장 격렬하게 드러난 부분이다. 

20년 전 여행기지만 그가 경험한 것들과 생각들은 아직도 펄떡펄떡 뛴다. 다민족 다인종이란 현실에서 시작하여 그 눈으로 바라본 미국이지만 결국은 그가 본 것은 미국이란 낯선 나라가 아니다. 자기 안의 또 다른 뿌리를 그곳에서 확인한 것이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다시 나와 우리의 뿌리와 현실이 그곳에 닿아있음을 깨닫게 된다. 단순 여행기라기보다 현대문명에 대한 고찰이란 역자의 표현에 고개를 끄덕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황금 - 세계 경제를 비추는 거울
도시마 이쓰오 지음, 김정환 옮김, 강호원 해제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황금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다. 가까이는 돌반지 등 선물이나 장식용이고, 다른 하나는 산업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금값이 개인 생활과 관련을 가지는 것은 바로 돌 반지나 금반지 등을 살 때다. 그 외는 사실 금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다. 뉴스에 금값이 올라 온스 당 1천불이 넘었다는 등의 소식이 있지만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냥 돌 반지 한 돈에 얼마다 하면 아! 많이 올랐네, 하고 금방 이해한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에게 금은 그런 존재일 것이다.  

 

 얼마 전 만난 선배 한 분이 세금을 절약하고, 안전한 투자 목적으로 금괴를 산 주변 사람 이야기를 해줬다. 예전에 비해 금값이 거의 두 배 뛰었는데 농담 삼아 돈 버는 사람은 어떻게 해도 번다고 말했다. 물론 여기엔 결과론적인 상황이 담겨 있다. 금값이 떨어졌으면 아마 다른 자산을 샀다면 더 벌었을 텐데 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간략한 이야기 속에 금 가치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그것은 금이 지닌 안정성과 희소성 등이다.  

 

 

 저자는 “황금을 세계 경제를 비추는 거울이다. 금시장에는 전 세계의 정치․경제의 동향이 응축되어 있어 그 안으로 들어가면 시장의 조류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4쪽)로 시작한다. 그리고 “서브프라임 문제 역시 금시장이 다른 시장보다 앞서서 민감하게 조류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4쪽)라고 말한다. 이런 위기를 역사적 관점으로 보면 그 원점은 1971년 닉슨이 달러와 금의 고정환율로 고정하는 대신 변동환율 제도로 이행한 때라는 것이다. 이때부터 금을 통화의 자리에서 몰아낸 것이 통화 투기를 낳았고, 그것이 먼 원인이 되어 금융위기가 발생했다고 한다. 옵션과 스왑, 인덱스 투자나 증권화 상품 등의 낯선 파생금융상품은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현재 말해지고 있다.  

 

 모두 6장으로 나누어 황금에 대해 설명한다. 현재 금 가격이 상승하게 된 배경을 미국발 금융위기와 금시장과의 관계나 금본위제의 안전성 등으로 설명한다. 이어서 2천년 역사를 가진 통화로서 금의 가치를 주목하고, 금시장을 뒤흔드는 금 메이저와 투기 자금의 실태를 보여준다. 간략하게 일본에서의 금 거래를 설명한 후 금시장을 움직이는 나라들을 설명한다. 현물거래 중심지인 런던, 100년 이상 금 생산량 1위였던 남아프리카공화국, 가장 많이 금을 소비하는 인도, 이제 세계최대 금 생산국이자 2위의 소비국인 중국, 금리를 낳지 않는 금을 장점으로 생각하는 중동국가 등으로 옮겨간다. 마지막 장에선 앞으로 벌어질 금시장을 변수들을 되짚어본다.  

 

 황금에 대한 많은 정보와 사실을 담고 있다. 금을 통해 세계경제의 한 면을 보게 된다. 유사 이래 채굴된 금의 양이 약 16만 톤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나 IMF 외환위기에 우리가 판 금의 양이 200톤이란 정보는 금의 희소성과 가치를 새롭게 돌아보게 만든다. 딜러들 사이에서 ‘소문으로 사고 뉴스로 판다’는 상투적인 수단은 유사시 금의 의미를 알려준다. 이것은 유사시에 금을 팔아 급한 상황을 넘기라는 뜻인데 한국과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던 금을 팔아 경제위기를 넘긴 것과 동일선상에 있다.   

 

 현재 각국의 금 보유량과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게 되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미국이 보유한 금 보유량은 2008년 9월 현재 8,134톤이고, 외환보유액 비중은 78.2%다. 이에 반해 중국은 600톤에 1%다. 이런 불균형은 미국과 중국이 공생관계를 앞으로도 어느 기간 동안 갈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후 중국은 금 보유량을 계속 늘이고 있다. 중국은 현재 위안화를 세계의 기축통화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단시간에 이것이 이루어질 수는 없다. 하지만 앞으로의 중국을 예측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전체적으로 금을 통해 세계 경제를 풀어본 책이다. 저자 자신의 경험과 통계 수치와 금 보유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금의 중요성과 그 가치를 알려준다. 우리들 대부분은 장식물이나 예물로서 황금을 바라본다. 원화나 달러나 위안화 등이 단순히 각국이 써준 차용증임을 생각할 때 실물자산이자 궁극의 통화인 금의 존재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역시 경제는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 남자를 믿지 말라 스펠만 가족 시리즈
리저 러츠 지음, 김이선 옮김 / 김영사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직업병은 무섭다. 자신도 모르게 생활 속에 그것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귀여운 여인 이자벨이 한 남자에게 집착하는 이유도 바로 직업병 때문이다. 그녀의 가족이 사립수사관이 아니었고, 그녀가 어릴 때부터 이런 환경 속에서 자라지 않았다면 이번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사건은 바로 옆집 남자이자 그녀의 열한 번째 남자 친구인 존 브라운을 뒷조사하는 일이다. 멋진 외모에 예절까지 갖추었지만 조금 이상한 행동 때문에 그에 대한 의심을 멈추지 않았고, 조사를 넘어선 집착으로 발전하여 체포까지 된 것이다. 소설은 바로 그녀가 두 번째 혹은 네 번째 체포로 시작한다.  

 

 두 번째 혹은 네 번째 체포라니 조금 이상하다. 이런 애매한 표현을 하게 된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이야기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조금 이상한 그녀 가족과 생활 속에 존 브라운이 나타나면서 시간 순으로 차근차근 펼쳐진다. 하지만 존 브라운을 둘러싼 의문보다 그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수많은 에피소드에 더 중심을 두고 있다. 그녀의 동생 레이와 경찰 헨리의 이상한 관계, 어머니의 늦은 밤 외출, 아버지의 알 수 없는 변화, 자신의 절친한 친구와 결혼한 오빠의 갑작스런 우울과 변화 등이 재미있고 유쾌하며 즐겁게 펼쳐진다.  

 

 전작 <네 가족을 믿지 말라>를 보지 않아 앞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그렇지만 이 소설을 읽는데 지장은 없다. 오히려 전작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만 높아졌다. 이렇게 만든 첫 째 공신은 역시 이자벨이다. 그녀의 좌충우돌하는 활약을 보는 재미는 대단하다. 전 남자 친구들의 결혼 소식에 우울해 하고, 여동생 레이 때문에 고생하는 헨리를 방문하여 습관처럼 티격태격하는 그들을 녹음한다. 이런 것들을 시간 순으로 하나의 파일처럼 엮어서 소설을 만들었는데 한 편의 영화 장면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존 브라운에 대한 집착은 핵심 줄거리인데 무섭거나 집요하다는 느낌보다 오히려 코믹하다. 몰래 들어가려는 이자벨과 꼭꼭 숨기려는 존 브라운의 대결은 긴박감이나 긴장감은 전혀 없고 한 편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역시 이 이상한 가족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전작을 읽었다면 적응을 했을지 모르겠지만 처음 만나니 엽기적이다. 직업병으로만 이 모든 사항을 치부하기엔 너무 치밀하고 때로는 유치하다. 이자벨이 의문을 가진 것들이 하나씩 풀리면서 드러나는 사실들은 일반적인 가족들에게서는 전혀 볼 수 없는 일들이다. 바로 이 점이 이 가족의 이야기에 빠져 웃고 즐기게 하는 매력이기는 하다. 그리고 부록의 전 남자친구 리스트에 나오는 헤어질 때 한 말들은 그녀의 과거와 현재를 추론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아마 대부분의 남자들이 이것을 견디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집안에 일방적으로 당하는 경찰 헨리는 정말 대단하다. 운전교습 중 자신을 친 레이를 결코 좇아내지 못하고, 이제는 집을 잃은 이자벨 마저 자신의 집에 살게 한다. 이런 보면서 앞으로 펼쳐질지  모를 두 사람의 로맨스를 기대한다. 그리고 왜 레이가 그렇게 헨리에게 집착하는 지 살짝 의문이기도 하다. 이것을 싫어하면서도 받아주는 헨리의 진짜 마음은 무엇인지도 역시 궁금하다. 이것은 앞으로 이 시리즈가 계속 나온다면 밝혀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읽는 내내 웃게 되고, 기발한 착상과 유머 있는 대사에 킥킥거린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쳐다봐서 문제를 일으키는 이자벨의 집착이 만들어내는 상황들과 다양한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의 방식도 흥미롭고 재미있다. 유쾌한 탐정극이자 상황극이다. 존 브라운의 비밀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해지면서 미스터리는 약해진다. 하지만 정말 멋진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에피소드들이 다음에 벌어질 사고나 사건을 기대하게 만든다. 바람 잘 날이 없는 이 가족을 보면서 입가에 계속 미소 짓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빠의 여름방학
사카키 쓰카사 지음, 인단비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어느 날 한 초등학생이 나에게 와서 ‘아빠’하고 외친다면 어떨까? 아마 엄청나게 당황하고, 허둥지둥할 것이다. 그리고 냉정을 찾은 다음 유전자 검사를 하기 위해 연구소로 달려가지 않을까? 검사 결과 나의 아이가 맞다면 어떤 느낌일까? 농담 삼아 다 자란 아이가 나타나 준다면 감사하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영화나 이 소설처럼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다. 엄청 복잡하고 곤란하고 어려우면서 가슴 한 곳에 고마움이 자리 잡을 것 같다.  

 

 호스트 야마토에게 한 소년이 찾아온다. 첫 말이 “아버지, 처음 뵙겠습니다.”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다. 아이의 엄마 이름을 듣는 순간 사실임을 직감한다. 이렇게 만난 부자는 함께 생활을 시작한다. 그런데 호스트인 야마토는 전혀 호스트답지 않다. 고객에게 웃음과 그들이 듣기 원하는 말을 해줘야하는데 오히려 진실을 까발리고 손찌검까지 한다. 당장 모가지다. 바른 말로 버틸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여장 취미가 있는 사장 재니스의 소개로 새로운 직업을 가지게 된다. 그것은 바로 택배기사다.  

 

 허니비 택배. 이곳이 그가 앞으로 일한 직장이다. 묘한 분위기가 있는 곳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다. 첫 날 지역을 한 번 돌고 나서 힘들어 하지만 전직 폭주족이었던 그는 차를 잘 몰 자신으로 가득 차있다. 그런데 그에게 배정된 것은 리어카다. 경량으로 새롭게 개조되었지만 분명히 리어카다. 지역밀착형 소형 택배사고, 배송차들의 불법주차 문제가 있다지만 놀라운 발상이다. 그런데 작가 후기를 보면 실제 일본에 이런 택배사가 있는 모양이다. 이렇게 그는 물건을 배달하면서 지역 속으로 파고들게 된다.  

 

 이후 이어지는 택배 현장의 모습은 약간의 마찰이나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전직 호스트의 습관과 노력으로 점점 좋아진다. 힘들지만 고객을 배려하는 마음과 노력은 늘 택배사고를 불만스럽게 말하는 우리 현실을 보면 비교된다. 물론 우리의 현장 환경이 더 열악하고,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기는 한다. 그렇지만 가끔 정말 좋은 택배기사를 만나면 고맙고 미안한 마음까지 생긴다. 이 소설 속 상황은 작가가 한 부분을 강하게 미화한 점이 있기는 하다. 

 택배기사만 따뜻하고 훈훈한 것이 아니라 등장하는 대부분이 그렇다. 호스트 유키야나 손님 나나나 사장 재니스나 직장 동료들 모두 좋은 사람들이다. 세상에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하지만 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그렇다. 그중에서도 아들 스스무 군은 발군이다. 편모슬하에서 자랐지만 구김살이 없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척척 잘도 한다. 요리도, 청소도, 숙제도 모두 자신이 알아서 한다. 이 아이를 보면 나라도 어디서 이런 자식이 나타나 준다면 감사하겠다고 마음속으로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스스무 군의 여름방학 동안 아버지와 함께 한 시간을 다룬다. 잔잔하면서도 훈훈한 이야기다. 좋은 사람들의 일상과 두 부자의 관계 만들기는 빠르게 읽히면서 마음에 전혀 걸리는 것이 없다. 이 부분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현실의 모습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이런 단점이 읽는 동안에는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겨울 방학 이야기가 기다려질 뿐이다. 앞으로 이 부자뿐만 아니라 엄마까지 등장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약간 티격태격하면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요일 클럽의 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가 직접 뽑은 자신의 베스트 10에 들어가는 유일한 단편집이다. 13개의 사건을 다루고 있고 미스 마플의 놀라운 추리력을 선보인다.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인 미스 마플의 놀라운 추리력과 직관력은 그녀가 등장하는 소설을 볼 때마다 놀란다. 비록 그것이 작가가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과 트릭이지만 책을 읽다 몰입하는 순간 잠시 가공과 현실의 경계를 잊게 된다. 이 부분이 우리가 추리를 읽고 소설 속 탐정들에게 매료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13개의 사건 속에서 많은 수의 답을 알아차렸다. 그것은 내가 탁월한 추리력이나 관찰력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오랫동안 추리소설을 읽어왔고 애거서 여사의 작품도 여럿 읽었기 때문이다. 책의 후기를 보니 이 중 몇 편은 장편으로 발전하였다고 하니 어딘가에서 책이나 영화 등으로 보았을지도 모른다. 사실 앞의 몇 편은 너무나도 익숙하여 이전에 읽은 책이 아닌가 의심도 하였다. 하지만 나의 둔한 기억력으로 정확한 정보를 찾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한편 한편이 보물  같은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특별히 좋아하는 것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개인적으로 ‘푸른 제라륨’과 ‘크리스마스의 비극’과 ‘방갈로에서 생긴 일’이 마음에 들었다. ‘푸른 제라륨’이 마음에 든 것은 트릭 자체가 기발한 것도 있지만 인간이 가진 미신에 대한 공포가 잘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의 비극’의 경우 범죄가 발생할 것을 직관적으로 감지하지만 결국 살해당하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두뇌대결과 트릭이 재미있었다. ‘방갈로에서 생긴 일’은 무시무시한 살인이 아니라 범죄 계획을 다루고 있어 흥미로웠다. 해설에서 ‘피 묻은 포도’는 ‘백주의 악마’로, ‘친구’는 ‘예고 살인’이라는 장편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친구’의 경우 왠지 하이스미스의 소설을 떠올려 주었고, 다른 작품들도 여기저기에서 본 듯한 기시감을 가지게 한다. 그만큼 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과연 이 13편의 단편 추리소설이 과연 추리소설사에 걸작으로 남을 것인가? 하는 의문에는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몇 편에선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재미도 있지만 애거서 여사의 소설에서 자주 보이는 단서 불충분과 직관에 의한 해결이 나에겐 걸림돌로 작용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쉽게 읽을 수 있는 단편 추리를 추천하라고 하면 많은 책들 중 이 한편도 추천하고 싶다. 어린 시절 내가 애거서의 책과 셜록 홈즈의 책 등으로 추리에 재미를 붙인 것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요즘 다시 애거서의 책을 짬짬이 읽고,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 그녀의 흔적을 발견하고 있다. 정말 대단한 작가인 것은 틀림없다. 가끔 이 사실을 부인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만 그 영향력을 보고 생각할 때마다 위대함을 느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