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의 기사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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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이력을 가진 작품이다. 시마다 소지가 79년에 처음으로 쓴 소설이지만 발표는 88년에 스물다섯 번째로 한 것이다. 작가가 유명해지기 전에 쓴 작품들이 나중에 다시 출간되는 경우가 가끔 있지만 이렇게 늦게 된 경우는 드물다. 그리고 그 사이에 무려 스물네 권이나 발표했다니 그것도 대단하다. 뒤에 나오는 작가의 말을 보면 두 번의 개정이 있었는데 어느 판본을 기준으로 번역했는지 모르겠다. 저작권을 보면 첫 출판인 88년인데 97년에 다시 애장판이 나오면서 다시 개정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이 작가 참 개정을 좋아한다.

책 뒷면에 미타라이와 이시오카의 첫 만남이란 문구가 있다. 탐정에 비해 나에게 이시오카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놈의 저질 기억력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나의 시선을 끈 것은 이시오카와의 첫 만남이 아니라 미타라이 시리즈 중 가장 재미있었다는 독자의 평이다. <점성술 살인사건>으로 엄청난 데뷔를 한 이력을 생각하면 어떤 트릭이 있기에 이런 평가를 받았는지 궁금하다. 그런데 독자의 평을 읽다보니 잘 짜인 트릭보다 감성적이란 단어가 더 눈에 들어온다. 이래저래 호기심을 자극한다. 

첫 장면은 낯선 벤치 위다. 늦은 오후 눈을 뜬 그가 먼저 생각한 것은 차다. 어딘가 세워두었을 것 같은 차다, 그런데 없다. 여기서 기억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어디에 세워뒀을까? 에서 시작하여 결국 나는 누군가로 이어진다. 가야할 곳을 모른다. 방황한다. 그러다 한 여자가 보인다. 기시감대로 여자가 맞는다. 그가 길을 걷다 쓰러진다. 이 장면은 그와 료코의 첫 만남이다. 찻집에서 다시 깨어나지만 역시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화장실 거울을 보면서 엄청난 공포를 느낀다. 그렇게 그는 공포와 기억상실과 무력감 속에 서 있다. 이때 그를 부축한 료코에게 그녀 집으로 가자고 한다. 자신도 놀란다. 함께 그녀의 집으로 간다.

이 만남으로 이 둘은 그녀를 때린 기둥서방을 벗어나 새로운 삶을 같이 시작한다. 열아홉의 예쁘고 귀여운 그녀와의 동거가 시작한 것이다. 그의 꿈 일부가 실현된 것이다. 료코는 물장사를 벗어나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는 이력서가 필요 없는 공장에서 일한다. 행복한 나날이 이어진다. 이 일상에 변화가 온 것은 전철에서 본 하나의 간판이다. 미타라이 점성술 간판이다. 몇 번을 그냥 지나가다 전날 부장과 술 마시고 다른 사람과 싸운 뒤라 그런지 왠지 끌린다. 한자의 음독을 제대로 몰라 고민을 하다 안으로 들어간다. 이름을 말한다. 역시 잘못된 발음이다. 이렇게 명탐정 미타라이와 만난다. 물론 이때는 그가 명탐정이라고도 될 것도 예상하지 못한 시기다.

아마 미타라이 시리즈에서 팬들이 선정한 1위가 된 것도 이 만남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젊은 이십대의 미타라이 모습은 새롭고 신선하다. 언제나 탁월한 추리와 판단력과 기행으로 기억하고 있는 그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만난다. 인간적이고 재미있고 때로는 우스운 모습으로 말이다. 이 둘의 만남이 많아짐에 따라 그의 삶도 조금 변한다. 세상에 료코 외에 아무도 친한 사람이 없었는데 이제 친구가 생겼다. 일상의 변화는 료코를 자극한다. 그러다 발견한 한 장의 운전면허증은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그를 몰아간다. 이때부터 이야기는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그 밑에 깔린 엄청난 음모와 계략은 그를 파멸로 몰아간다.

변함없이 잘 읽힌다. 기억을 잃은 그를 따라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중반에 그의 과거가 드러나는 부분에선 이상한 느낌이 들지만 놀랍다. 밝혀지는 사실과 이어지는 행동은 속도감을 더한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은 과연 그럴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낳는다. 작가의 경험이 만들어낸 상황에서 너무 나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편으론 인간 이성이 마비되었을 경우를 생각하면서 일부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충분히 납득하지는 못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쿄고쿠 나츠히코의 <백귀야행>이다. 고서점 주인인 교고쿠도와 세키구치의 만남이 생각났다. 가끔 점성술사 미타라이와 고서점 주인이자 괴담 전문가 교고쿠도가 헷갈린다. 장광설이야 교고쿠도가 더 심하지만 미타라이가 트릭을 밝혀내고 진상을 설명할 때도 역시 만만치 않다. 또 이 둘과 연결된 세키구치와 이시오카도 그런 부분에 일조한다. 뭐 이런 설정은 홈즈에서부터 시작한 것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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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 제국 - 헤로도토스, 사마천, 김부식이 숨긴 역사
박용숙 지음 / 소동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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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보기 드물게 역사서적을 읽으면서 힘들어했다. 읽으면서 짜증도 많이 났고, 굳어가는 나의 사고들도 아쉬움을 주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저자가 주장하는 기본 전제 조건이 너무 황당하다. 샤머니즘을 고대 종교, 문화, 정치의 중심에 놓은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우리의 역사 무대를 만주나 중국이 아닌 터키로 옮겨놓은 것은 너무했다. 첫 부분에서 당혹감을 느끼고 기존 역사관의 충돌을 가졌다면 그 후로는 충분히 그의 주장에 납득되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 나의 뿌리 깊은 역사관 때문만으로 돌리기엔 비약과 추리가 너무 심하다.

저자는 글머리에서 상상력에 대해 말한다.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고 패자의 주체를 지우는 음모의 산물이기 때문에 사실과 추리를 올바르게 결합해야 역사의 바람직한 목표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에 적어도 4세기 이전에 국가가 존재했던 것을 보여주는 유적이 없다고 한다. 놀라운 이야기다. 대략 5세기경 물건이 발굴되는데 이 물건들이 지중해권 양식이란 것이다. 그러면서 가정을 세운다. 4-5세기경 어떤 종교 세력이 한반도로 밀려왔다고 해야 이치에 맞다고 말한다. 당연히 그 종교는 샤머니즘이다.

이때만 하여도 고개를 끄덕이며 샤머니즘의 세계에 수긍했다. 하지만 <환단고기>로 넘어가 흑해와 코카서스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역사관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버린다. 그리고 왜 이 가정이 정당한가에 대해 긴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기초가 되는 도구는 조르주 뒤메질의 3기능설이다. 그는 사제계급을 제1기능, 전사계급을 제2기능, 생산자계급을 제3기능으로 나누었다. 우리 고대사에선 이것이 삼한 즉 진한, 마한, 변한으로 나타난다. 이 틀과 함께 서아시아와 그리스 로마 역사와 중국사를 같이 풀어내고 엮으면서 아주 파격적인 이론을 나열한다.

사실 목차와 소제목들만 읽으면 상당히 충격적이다. 아니 그 내용은 더 충격적이다. 중국 최초의 지도에 중국 역사가 없다고 말하면서 고조선의 위치를 현재의 터키 지대로 옮기고, 그 시대 중국마저도 현재 황하 지역이 아닌 현재 중동지역으로 옮긴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춘추전국시대와 그리스 로마 역사를 같이 연결시킨다. 저자가 사용하는 방법은 언어와 유물과 상상력이다. 그중 역시 으뜸은 상상력이다. 전문적인 부분이 많아 모두 분석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 논리를 납득하기엔 너무 비약과 과장이 심하다. 저자가 주장하는 유사점들을 일치하기 위해서는 다른 두 인물의 시간마저도 일치시킨다. 물론 그 논리엔 중국 역사의 시간에 대한 부정확한 측정이 깔려 있다.

그가 주장하는 수많은 것들 중 두 인물에 대한 것에 가장 의문이 많다. 그것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역사에서 전설적인 인물인 사르곤과 우리 역사의 환웅과 중국의 황제를 동일시한 것과 알렉산더 대왕과 진시황을 같은 인물로 본 것이다. 먼저 사르곤 부분에서 저자는 유사한 부분을 찾는다. 모두 서자라는 것이다. 이 책 이전에 어디에서도 환웅과 황제가 서자라는 사실을 본 적이 없다. 여기서도 저자는 상상력을 발휘한다. 사르곤이 셈족의 아들로 태어난 것 말고는 출생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는데 이것을 서자로 해석한 것이다. 그리고 사르곤과 황제가 열두 살에 왕이 되었다는 사실을 엮어 가정을 더욱 굳건하게 만든다. 놀라운 상상력이다.

알렉산더 대왕과 진시황의 경우엔 두 사람의 연대가 다르다. 그런데 저자는 중국에서 연대를 잘못 표기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이 둘이 동일인임을 주장한다.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을 찾아내어 말하는데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예서를 노예 글이라고 하면서 진시황의 문자 통일이 오늘날의 중원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것은 예서를 서체로 보지 않고 하나의 문자로 본 것이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근래에 발견된 진시황제의 능을 그 시대가 아닌 후한 시대에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만약 진대에 만들어졌다면 앞의 가설들이 모두 거짓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대한 논리는 있다. 마차 양면의 문양과 병마용의 화재 흔적이다. 그렇지만 그도 이 거대한 무덤이 누가 만든 것인지 말하지는 못한다.

헤로도트스, 사마천, 김부식. 이 세 역사가를 저자는 역사를 숨긴 역사가로 말한다. 어느 정도 이들이 역사를 속인 것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공모를 하여 이런 엄청난 작업을 했다고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의 역사 무대가 한반도로 축소되기는 했지만 고대사의 중심 무대가 만주였음을 인지하는 요즘에 그 무대를 서아시아나 중앙아시아로 옮기는 것은 너무 심한 비약이다. 그리고 불과 3백년 만에 우리민족이 광활한 만주나 중국 서북부에서 한반도로 옮겨온 것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 시대에 가장 빠른 이동수단이 말이었음을 생각하면 이런 대규모 이동은 엄청난 흔적을 남길 수밖에 없다. 

저자가 주장하는 샤먼 제국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나의 역사관이 너무 굳어있다. 학창시절 <환단고기>를 읽고 흥분하던 때라면 조금 더 유연하게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아마 그때도 이런 상상력을 받아들이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인문학적 상상력의 거대함을 보여주는 좋은 자료가 될지 모르지만 그 상상력과 비약이 하나의 가설에 틀 맞추기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저자의 방대한 지식에는 놀라지만 저자가 펼쳐 보여준 가정엔 동의할 수 없다. 이 책이 잘 읽히지 않은 것은 어려워서가 아니라 그 주장을 충분히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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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출판사 2010-09-07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강연이 있어 소개드리고자 방문했습니다.

진정 우리가 알고있는 역사는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이 진실인지, 저자의 방대한 사료 및 문헌의 연구와 분석을 통해, 여러분이 가지고있는 의구심을 해소하고 역사관을 재정립해 볼 수있는 시간을 마련하였습니다.
관심있으신분들은 강연장에오셔서 토론의 장을 만들어보는 것 또한 우리가 알고있는 역사에 대한 관점을 진일보 시키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초청강연]와우북페스티벌 저자와의 만남 - [샤먼제국] - 박용숙

와우북 페스티벌에서 저자와의 만남을 준비하였습니다.
http://blog.daum.net/sodongbook/12
http://blog.daum.net/sodongbook/9


샤먼제국은 지중해에서 시작된 샤먼 제국의 중심세력이 점점 동쪽으로 이동해온 경로와, 그리스 민주주의 이후 헤로도토스, 사마천, 김부식 등이 각국의 이익에 따라 역사를 어떻게 왜곡 서술했는가를 추적한다. 이 책한권으로 동서양 고대사의 얼개를 잡을 수 있음은 몰론, <사기>와<삼국사기> 등 고전도섭렵할 수 있다. 우리 역사와 중국사, 세계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함께 끝을 알 수 없는 저자의 학문적 깊이, 인문적 상상의 힘을 보여준다.


"한반도 반만년의 역사는 허구다!"
* 샤머니즘, 동서양 고대사를 보는 새로운 시각

* 책 : 샤먼제국

* 강연 : 박용숙(샤먼제국 저자)

* 강연일시 : 9월11일(토) 오후 5시 30분

* 강연장소 : 마포평생학습관(마포도서관) 4실

* 초대인원 : 25명



*** 알라딘 [문화초대석] 참가 신청

*** http://blog.aladin.co.kr/culture/category/25330380?communitytype=My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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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반만년 역사는 허구다!-샤먼제국, 동서양 고대사를 보는 새로운 시각"



이번 9월 10일부터 열리는 서울와우북페스티벌에서

<샤먼제국>의 저자 박용숙선생님의 초청강연(9월11일 오후 5시30분 마포평생학습관)이 있습니다.



책을 읽고 꼭 한번 저자를 만나고 싶었던 분,

책 내용을 묻고 싶었던 분,

책 내용을 항의하고 싶었던 분,

사마천과 김부식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궁금한 분,

샤머니즘에 관심이 있는 분,

환단고기에 대해 할 말 많은 분

그리하여 고대사에 대한 관심이 많은 분!!

모두 환영합니다.



<샤먼제국>은 단군은 시리아의 왕?

진시황제와 알렉산드로스가 같은 인물?

신라의 왕관은 사람이 쓴 것이 아니었다?

아시아의 역사가 세계사이고 서양사는 변두리 역사?

샤머니즘은 미신이 아니라 제국의 통치 이념?

만리장성을 쌓은 것은 진시황이 아니라 흉노가 쌓았다?



<샤먼제국>은 광범위한 동서양의 역사적 유물을 바탕으로 사마천과 김부식의 방대한 역사서를 재분석과 검증합니다.

그리고 오류를 되짚어가는 과정에서 세계사 속에서 호흡하는 우리 역사를 되살립니다.

그렇지만, 민족 중심의 사관을 지양합니다.



박용숙 선생님과의 만남은 9월 11일 오후 5시 30분, 마포평생학급관 강연실 4실에서 있으며,

참가 신청은 아래와 같이 와우북페스티벌 카페로 가셔서 신청하셔도 되고,

sodongbook@naver.com 으로 심청하셔도 됩니다.

연락처와 이름은 꼭 적어주시고요!



성공회대 교수이자 신학자인 김민웅 선생님이 경이롭다고 한 책, <샤먼제국>의 저자,

박용숙선생님과의 만남에서 젊은 역사관을 호흡해 보세요.~~ ^^



참고로 인터넷서점과 알라딘의 대표적인 서평 두 개를 링크해놓습니다요~~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5277890#MyReview



http://www.yes24.com/24/goods/3713072?scode=032&srank=1#ReviewTop1



와우북페스티벌과 강연에 오시면 <샤먼제국>을 축제 특별할인가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강연현장 및 축제 부스(인문사회과학 출판인협의회 부스 A-2 소동출판사에서 거리도서전 위치 : http://blog.naver.com/sodongbook/90094707344


 
케네디와 나
장폴 뒤부아 지음, 함유선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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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본다면 정치색이 가득하다. 하지만 전혀 정치와 상관없다. 물론 케네디와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케네디가 죽을 때 차고 있었던 시계와 관계있다. 그것이 비록 사실인지 아닌지 정확하지 않지만 말이다. 이 소설은 케네디와 나로 이어지는 과정을 다루면서 어느 날 전혀 글을 쓸 수 없게 된 한 소설가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권총을 샀다는 문장으로 시작하여 다시 글을 쓰게 되는 그 순간까지 이어진다. 그 속에서 만나게 되는 화자와 가족과 주변사람들의 삶은 풍자적이고 뒤틀려 있고 우스꽝스럽다. 

열 권의 책을 내었고 세 아이의 아버지인 마흔다섯 살의 사무엘은 어느 날 갑자기 글을 쓸 수 없었다. 책을 쓸 수 없으니 아내는 다시 언어치료사로 취직을 했고, 그 병원의 이비인후과 의사와 불륜을 저지른다. 아이들은 아버지에게 관심이 없고,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애정이 사라졌다. 권태와 무력감이 그를 지배한다. 그러다 산 권총은 그의 기분을 순간적으로 좋게 만든다. 2년 동안 쓸 수 없었던 글을 쓰게 만들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이때부터 그의 삶은 새로운 단계로 들어가게 된다. 그 첫 걸음이 바로 아내의 불륜상대에게 진찰을 받는 것이다.

불륜상대인 의사에게 진찰을 받으면서 그의 상상력은 멈추지 않는다. 기대와 빈정거림이 교차하고 모든 것을 말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린다. 이런 그의 입장에서 이야기의 한 줄기가 진행된다면 그의 아내는 또 다른 한 줄기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부부가 서로 번갈아 가면서 이끌어 가는데 그 중심엔 언제나 사무엘이 있다. 그의 갑작스런 절필과 무관심은 아내로 하여금 일탈로 이어지게 만들고, 그 일탈은 그녀 자신의 바람이라기보다 상황이 만든 현실이다. 정부에게 실망하지만 어느 순간 다시 그에게 몸을 허락하고, 다시 멀리하는 상황은 남편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 

처음 사무엘의 행동을 보면서 이렇게 뒤틀릴 수가 있나 생각했다. 어른으로 아버지로 참으면 될 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의 이빨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태를 보면서 왠지 모르게 그를 응원하게 되었다. 자신의 학력을 위해 아빠의 이를 치료한 의사를 두둔하는 딸이나 직장 때문에 비호하는 아내의 모습에서 가족이란 테두리가 없어져 보였기 때문이다. 그들이 걱정하는 것은 아빠나 남편의 고통이 아니라 자신들의 현재와 미래의 이익이다. 특히 권위로 무장하고 환자를 무시하는 의사를 볼 때 공감대는 더욱 높아진다. 

이 불안하고 무관심한 부부가 공감대를 형성하는 순간은 바로 자신들의 세계가 침입 당했을 때다. 딸 사라의 남자 친구 한스가 그들에게 조언을 할 때 이 둘은 공통의 적이 생긴 것이다. 물론 이 공감대는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사무엘이 갑자기 집착을 가지게 되는 케네디의 시계는 환멸과 허무와 무관심을 세계를 깨트리는 역할을 한다. 조롱과 빈정거림과 순간적인 폭력을 보여줬던 그가 젊은 시절의 활기와 용기를 다시 찾는데 큰 역할을 한다. 

사무엘이 총을 산 것이나 아내가 추운 날씨에 수영을 한 것은 살아온 흔적을 지우려는 서투른 의지라는 작가의 말에서 이 부부가 느낀 삶의 현실을 깨닫게 된다. 따뜻하고 친밀하고 상호의존적인 가족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개인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사람이 아닌 지위나 권위나 물건에 집착하는 지도 모른다. 마지막에 사무엘이 지하로 내려가서 안정을 찾는다. 이것은 외부의 시선과 관계 속에서 느낀 무력감이나 불안이 좁고 어둡고 안락한 환경의 지하와 집착하던 물건을 가지게 됨으로써 바뀌게 된다. 반대로 아내는 남편의 서재 속에서 갇혀 있던 감정을 해소하고 새롭게 나아갈 힘을 얻는다. 이 대조가 앞의 대립과 익숙함을 넘어 부부 사이를 새롭게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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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 2010-04-05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보았습니다^^
 
쾅! 지구에서 7만 광년
마크 해던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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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해던을 처음 만난 것은 역시 그의 출세작인 <어느 날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이다. 아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난다. 보통 이렇게 긴 제목을 가진 책을 좋아하지 않는데 그 당시는 어떻게 읽게 되었다. 그리고 단숨에 읽고 반했다. 지금 책장 한 곳에 고이 모셔져 있다. 캐릭터와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상당히 좋았다. 누군가가 재미있냐고 묻는다면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는 책이다. 그런 그가 책을 다시 내었다. 원제는 이다. 

이번 책에는 내역이 있다. 원래 <그리드즈비 스푸드베치!>란 제목으로 18년 전에 나온 적이 있다. 당시 무명이었던 탓인지 아니면 조금 허술한 탓이었던지 많이 팔리지 않았다. 하지만 아주 희귀작이 분명한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은 성 필립 앤 제임스 학교의 학생들 때문에 작가는 다시 옛날 물건과 짜임새 등을 새로 손봐서 내놓았다. 그 후는 제목처럼 쾅! 하고 대박이 났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나 읽을 사람에겐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전작처럼 매력적인 캐릭터와 기발한 전개가 이어진다. 주인공 짐보는 공부도 못하고 집중력도 좋지 못한 사고뭉치다. 그의 절친한 친구 찰리는 사고뭉치에 말썽쟁이다. 짐보는 데스 메탈을 좋아하는 베키 누나의 거짓말에 속아 두려움에 떤다. 이것을 상담하기 위해 찰리를 찾아가게 되고, 찰리가 아이디어를 낸다. 교무실에 무전기를 두고 도청을 하자는 것이다. 이 조그마한 일이 보통의 꼬맹이들이 벌일 수 있는 모험에서 엄청난 사건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된다. 바로 학교의 두 선생이 내뱉는 이상한 대화들 때문이다. 

사실 초반에 적극적으로 의문을 가지고 미행하고 조사하는 인물은 찰리다. 짐보는 친구에게 끌려 다니는 정도다. 그런데 이 둘의 조사를 통해 수상한 것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키드 선생의 집은 무대 세트 같고 그 집에서 발견된 수상한 단어와 기록들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한 것들이다. 두 아이의 호기심 가득한 모험에서 단순한 해프닝으로 이어질 것 같은 느낌을 가지려는 찰나에 반전이 펼쳐진다. 이 아이들의 조사를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은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그가 보여준 무시무시한 위력은 짐보를 움츠려들게 만든다. 하지만 겁 없는 찰리는 멈추지 않는다.

짐보의 본격적인 모험이 펼쳐지는 것은 찰리의 실종부터다. 찰리가 비밀을 풀고 사라진 것이다. 이때부터 이야기는 빠르게 진행된다. 짐보가 사실을 알기에 제거하려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이것을 본 베키 누나와 그녀의 애인이 그를 구한다. 무시무시한 그들에게서 탈출하여 이 둘은 찰리가 간 것 같은 장소 코루이스크로 간다. 이 여행은 또 다른 모험의 시작이자 두 남매의 정이 돈독해지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어지는 놀라운 세계는 sf세계로 우릴 인도한다. 

전체적으로 빠르고 간결하면서도 재미있게 진행된다. 각 등장인물들이 주는 재미가 상당하다. 실직한 아버지가 아들이 준 요리책으로 뛰어난 요리사로 다시 태어나거나 실직한 아버지의 무력함을 대신해 아들을 위기에서 구해주는 엄마나 순간의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도마를 던지는 찰리의 엄마 등이 주는 웃음과 즐거움은 아주 커다. 거기에 데스 메탈의 팬으로 무시무시한 몽둥이를 휘두르는 베카 누나는 뒤로 가면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이들보다도 두 악동의 활약이 더 눈부시다. 특히 겁 많지만 친구를 위해 좌충우돌하는 짐보의 활약은 아주 유쾌하다. 찰리의 호기심은 거침없다. 이 두 악동의 활약은 귀엽고 유쾌하고 즐겁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마주한다면 어떨까? 살짝 이런 생각이 든다. 단숨에 읽고 숨을 잠시 고르고, 이 두 악동을 머릿속에서 떠올리고 살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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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의 소리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3
이시다 이라 지음, 김성기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선 언제나 사건 사고가 발생한다. 크고 작은 이런 사건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사람들 마음속에 있는 욕망과 수많은 의지가 충돌하고 자라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번화가인 이케부쿠로에서 많은 일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 일들 중 일부는 마코토가 찾아낸 것이고, 일부는 사건 때문에 그를 찾아온 것들이다. 이번에 펼쳐지는 네 건의 사건들은 욕망과 이익에 사로잡힌 사람들 이야기다. 그리고 이번에는 G보이스의 황제와 함께 많은 활약을 펼친다.

표제작 <뼈의 소리>는 말 그대로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소리가 뭔지 물으면서 시작한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분명하다. 그리고 공원에서 노숙자를 공격하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자신들의 불만을 노숙자에 대한 공격으로 풀려고 하는 아이들의 폭력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런데 이 사건들 속에 특이한 것이 있다. 노숙자들의 뼈를 부러트린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전작처럼 범인은 쉽게 짐작되지만 인간의 가진 욕망이 빗나갈 경우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잘 알려준다. 하지만 이 놀라운 사건보다 씁쓸한 것은 꼬맹이들의 폭력이 사건 해결 후에도 계속 이어진다는 것이다.

<서 일번가의 테이크아웃>은 한 소녀와의 만남으로 시작한다. 그 아이의 엄마는 엄청난 글래머에 매춘녀다. 그런데 그녀가 일하는 곳은 외국인들이 힘을 발휘하는 곳이다. 그녀가 몸을 파는 것을 이 지역을 장악한 야쿠자가 좋아하지 않는다. 불법인 매춘을 경찰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이번에 마코토는 엄마의 힘을 빌린다. 상가번영회 사람들이 동원되어 그녀를 도와주려고 나서는데 아주 단순하지만 대단하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계를 위해 몸을 팔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아픔이나 현실을 외면하고 전시행정으로 숨겨진 매춘처를 발견했다고 홍보하는 경찰과 기자들의 눈 가리고 아웅거리는 현실이 먼저 생각났다. 

지역 통화권을 다룬 <황록색 하느님>은 현실 그 뒤에 숨겨진 욕망이 의욕적이고 거대한 기획을 무너트리는 것을 보여준다. 이케부쿠로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통화 파운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 이야기는 잘못된 시작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정확히 보여준다. 처음엔 단순히 위조지폐 문제였지만 뒤로 가면서 밝혀지는 사실은 잘못된 시작해서 비롯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통화권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신뢰는 약간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리고 한때 우리나라에 범람했던 수많은 상품권들이 생각났다.

이번에도 역시 마지막 이야기 <한여름의 광란>의 분량이 가장 많다. 다루고 있는 소재는 레이브 파티와 마약이다. 일단 마약이라고 하면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한국의 현실에서 마약을 한 채로 레이브 파티를 즐기는 이들의 모습에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쉽지 않다. 대마초와 담배 중 어느 것이 더 사람에게 나쁜가 하는 의문도 있지만 그 외 다른 마약들이 사람들을 어떻게 만드는지 매체를 통해 보았기에 현행법 상 마약으로 불리는 것에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없다. 하지만 이 소설에선 이 두 소재를 하나로 묶고 있다. 레이브 파티의 흥을 돋우는 역할을 가벼운 마약이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네이크 바이트’로 불리는 마약이 등장하면서 문제가 생긴다. 이 마약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다. 가벼운 마약에서 시작한 사람들이 이 마약을 가볍고 쉽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 역시 마약은 마약이다. 오랜만에 펼쳐지는 마코토의 로맨스도 파티의 열기와 더불어 즐거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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