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편지의 기술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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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연애편지라, 써본 것이 참 오래되었다. 손으로 편지지에 쓴 것은 더 오래되었다. 컴퓨터가 개인들에게 하나의 필수품처럼 되면서 편지도 대부분 전자편지로 대체했다. 자판을 두드리고, 잘못 쓴 부분은 delite 키를 사용하여 삭제하고, 그 무엇보다 공짜로 상대에게 보내면서 손편지는 거의 쓴 적이 없다. 가끔 생일이나 다른 특별한 일이 있을 때 몇 자 적어주는 정도가 전부다. 한때는 서평을 쓸 때 연필을 이용해서 쓴 적이 있다. 그것도 지금은 모두 글을 이용해서 쓴다. 이런 시대에 연애편지의 기술이라니 얼마나 아날로그적인가! 작가는 이 아날로그 방식을 통해 한 남자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낸다.

장래에 연애편지 대필 벤처를 세우겠다는 의지를 가진 모리타의 편지로 구성된 소설이다. 두 가지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나는 편지를 쓴 시간 순이고, 다른 하나는 편지를 받는 사람별로 이루어져 있다. 이 편지들이 주고받는 형식이 아닌 모리타의 편지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편지 속엔 보낸 사람의 내용이 복기되기도 하는데 가끔은 진짜 내용이 실린 것인지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이 의문은 뒤로 가면서 내용이 사실로 밝혀지지만 가슴 한켠에 조그마한 의문은 자리 잡고 있다. 이 의문이 더 부각된 부분은 뒤에서 확연히 드러나는데 뭐 자신도 이것을 밝히고 있다. 이 편지들을 읽은 후 상당히 재미있어 입가에 미소를 계속 짓고 있었다.

편지를 보내는 사람은 모두 여섯 명이다. 친구인 고마쓰자키 도모야, 선배 오쓰카 히사코, 과외제자였던 마미야 군, 작가 모리미 도미히코, 여동생 가오루, 짝사랑 이부키 씨 등이다. 이들과 편지왕래를 하게 된 것은 고독한 노토 해변으로 해파리를 연구하러 모리타 이치로가 오면서부터다. 그에게 친구가 좋아하는 여자에 대해 상당을 하고, 이 상담과정을 편지로 주고받으면서 머릿속에 하나의 그림을 그리게 된다. 그리고 여선배 오쓰카를 통해 학교의 또 다른 일들과 사건이 발생한다. 그녀가 모리타를 놀리는 첫 편지들은 그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게 만든다. 이들이 학교를 통해 이어진 관계라면 마미야 군은 서신왕래 무사수행 과정으로 연결된다. 인연이 놀라운 것은 마미야 군이 사랑하는 마리 선생님이 마시멜로 군의 연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작가는 모리타의 서신왕래 대상으로 자신을 짚어 넣어 자신의 생활과 소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를 좋아하는 여자팬들을 등장시키는데 이들 모두 모리타와 관계가 있다. 그의 여동생마저도 모리미의 팬이다. 당연히 이부키 씨도 마찬가지다. 이런 연관성을 만들면서 작가는 이전 작품에서 보여준 공간적 배경과 인간관계를 재활용한다. 노토란 새로운 지역을 등장시켰지만 이야기의 대상들 대부분을 교토에 놓아두면서 그 뿌리를 굳건하게 만든다. 한정된 사람들을 등장시켜 교묘하게 엮고, 꼬면서 이야기를 만드는데 읽다보면 조금씩 그 윤곽과 관련성이 눈에 들어온다. 그의 장점이다.

편지로만 구성된 소설이 그렇게 흔한 것은 아니다. 가끔 이런 종류의 소설을 읽는데 필력이 없다면 힘든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가의 필력은 인정해줘야 한다. 초기작품에 비해 캐릭터가 조금 약해진 듯하지만 편지를 쓴 모리타 군을 생각하면 그렇지도 않다. 특히 이부키 씨에게 쓰다만 편지를 읽다보면 그 황당함과 괴상함이 주는 재미는 대단하다. 마지막에 서신왕래 무사수행의 결과를 보여줄 때는 잠시 속기도 했다. 읽으면서 사실을 깨달았지만 6개월 수행의 결과는 놀랍다. 작가 자신이 이 결과를 명확하게 보여주지는 않지만 마지막에 이부키 씨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예상대로일 것이다.

편지만으로 구성되어 답답할 것처럼 느껴지지만 형식만 빌렸을 뿐 자신의 이야기를 그대로 한다. 이 형식 덕분에 다양한 표현도 가능하다. 특히 보내는 이와 받는 이를 재미나게 표현한 부분은 편지 내용의 요약이기도 하다. 제목처럼 연애편지의 기술을 작심하고 보여주지는 않지만 그의 말대로 연애편지처럼 보이지 않는 편지가 최고의 연애편지인지도 모르겠다. 그 속에 자신의 속마음을 그대로 담고 있으니 연애편지가 맞기는 하다. 작가의 이전 작품들을 읽은 사람이라면 전작들을 모리미 도미히코와의 서신왕래 속에서 잠시 만나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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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 2010-04-30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보았습니다^^
 
더 나인 - 미국을 움직이는 아홉 법신(法神)의 이야기
제프리 투빈 지음, 강건우 옮김, 안경환 감수 / 라이프맵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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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만으로 내용을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아홉이란 숫자가 먼저 야구를 떠올려주었다. 하지만 곧 미국을 움직인 아홉 법신의 이야기란 부제가 눈에 들어온다. 이것은 다시 미국의 뛰어난 혹은 중요한 아홉 명의 법관 이야기와 역사로 생각이 이어졌다. 반은 맞았다. 아홉 명의 대법관을 다루면서 미국 연방법원의 역사와 이념의 대립을 풀어낸다. 낯설고 먼 나라의 이야기지만 흥미롭고 재미있다.

세계 유일의 강대국 미국의 연방법원을 다룬 이야기가 왜 재미있고 흥미로울까 궁금할 것이다. 남의 나라 대법관 이야기가 말이다. 그리고 법이 얼마나 딱딱하고 재미없는가. 이런 염려도 사실 많았다. 하지만 책 소개 글을 읽고, 책을 차분히 읽으면서 왜 높은 평가를 받았고, 중요한 가치를 가지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단순히 연방대법원과 대법관을 다루기 때문이 아니라 그 시대를 가로지르는 두 이념의 대립과 역사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현대사의 중요한 쟁점들이 어떻게 다루어지고, 논쟁이 되었고, 문제가 되었고, 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사실 한국의 법체계에 대한 지식도 부족하다. 기초적인 것은 알지만 좀더 깊이 들어가고,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지닌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불과 몇 년 전 관습법으로 서울을 수도로 묶어두면서 국민의 웃음을 산 헌재를 기억하지만 그 판결문의 중요성이나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의 의미를 제대로 몰랐다. 물론 이 한 권의 책을 읽었다고 지금 이런 것을 모두 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정치와 헌법재판소와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법관의 양심이란 것과 정치이념이 지닌 의미 등을 이해하게 되었다. 

처음에 읽으면서 가장 난감했던 것은 바로 낙태 문제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은 보수와 진보로 나누어지는데 그냥 한국처럼 간단하게 생각했다가는 엄청난 실수를 하게 된다. 또 이 논쟁에서 어디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민주당과 공화당이 나누어지고(완전히는 아니다) 대법관으로 임명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지금까지 소수의 대법관을 제외하면 대부분 공화당 정권시절에 선정되었다. 이런 사실과는 다르게 진보 측에 유리한 재미나고 흥미로운 판결이 상당히 많이 나왔다. 이때마다 말해지는 한 명의 대법관이 있는데 그녀가 바로 샌드라 오코너다. 한때는 유일한 여성 대법관이었고, 판결에서 동수를 이룰 때는 그녀의 한 표가 미국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뒤표지에서도 나왔지만 미국 대통령 선거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개입은 많은 문제를 낳았고, 그후 판결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 영향력은 다시 대법관이 바뀌면서 변한다. 바로 이 부분이 책 전체에 흐르는 보수주의자들이 레이건 이후 끊임없이 노력한 부분이다. 진보 측보다 더 끈질기면서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아들 부시 이전에 있었던 대법관 지명의 실패로 인한 아픔을 완전히 씻을 수 있는 선택을 하게 만든다. 이 변화는 원전주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대법원 판결이 전례에 따르거나 순수한 의미를 넘어서 정치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대법원이 하는 일의 핵심은 헌법의 현재적인 의미를 결정하는 것”과 “사건의 결과를 지배하는 것은 기능이나 기술이라기보다는 이념이다.”(601쪽)라는 말에서 분명하게 말한다. 대법원의 대법관을 선택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말이다. 이것은 또한 미국의 보수주의 운동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현대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들이 외치는 세계화와 자유화가 그들 나라의 법 해석에 이르게 되면 얼마나 자국중심으로 흐르는지 보면서 그들이 지닌 논리가 얼마나 자의적이고 허술한지 알 수 있다. 

흥미롭고 재미있지만 단숨에 읽기는 쉽지 않다. 주말 동안 열심히 읽었다. 낯선 이름과 개념들로 헤매기도 하고, 각각의 대법관에 대한 분석과 설명은 낯설음을 덮어주기도 했다. 단순히 진보와 보수 두 잣대로만 판결이 이루어지지 않고, 자신의 양심과 이념과 법 선례에 따르는 대법관들의 모습에선 존경스럽기도 했다. 물론 그 이전에 정치적인 논의와 전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중간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루려는 모습에선 최근의 판결에 비추어보면 낭만적인 부분과 진보적인 성향이 강했다. 이 때문에서 보수주의자들이 대법관 선택에서 더 강경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단순히 미국 연방대법원 이야기로 치부하면서 무시하기엔 미국이란 나라가 지닌 무게와 힘이 너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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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튼 2010-05-09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글이참 깔끔하네요 잘읽고갑니다 히히
 
영혼의 목걸이 펠릭스 캐스터 2
마이크 캐리 지음, 김양희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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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펠릭스 시리즈 2권이 나왔다. 전편이 빨간 표지였는데 이번엔 노란색이다. 책 표지가 무지개 색으로 나올 예정이라니 책장에 꽂아두면 예쁠 것 같다. 이런 외형적 변화와 기대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소설 속 이야기들이다. 전편에서 다음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다. 전편을 읽은 지 좀 시간이 지나 약간의 적응기가 필요했지만 작가가 만들어 놓은 세계에 금방 적응한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몇 개의 의문이 맴돌면서 퇴마사 펠릭스 캐스터의 활약을 기다린다.

다시 퇴마사로 복귀한 펠릭스는 경찰을 도와주는 일을 한다. 과학수사가 중심에 있는 현재를 생각한다. 그런데 이 세계는 좀비와 유령과 몬스터들이 돌아다니는 시대다. 법적인 문제가 좀 있지만 퇴마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렇다고 환영받지도 못한다.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경찰을 도와주고 자신의 사무실로 왔는데 어느 한 부부가 사라진 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한다. 보통의 실종사건이라면 경찰에게 갔을 텐데 이 아이는 유령이다. 수학여행을 갔다가 불의의 사고로 유령이 되었는데 다른 퇴마사 피스에게 납치되었다고 한다. 이 사건이 전작처럼 앞으로 펼쳐질 모든 사건들과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펠릭스의 친구 라피는 지옥의 데몬인 아스모데우스를 소환하다 자신의 영혼과 데몬의 영혼이 엮인다. 이후 이 둘은 하나의 몸 속에 같이 갇힌다. 그런데 평소와 다르게 라피가 발작을 하고, 캐스터를 공격한다. 캐스터는 주변사람의 도움으로 죽음 직전에서 살아난다. 라피는 긴 잠에 빠진다. 그리고 깨어난 후 그의 몸 속엔 데몬의 그림자가 조금만 남아있고 라피의 영혼이 중심을 잡고 있다. 좋은 일이다. 하지만 과연 그의 몸에서 아스모데우스를 완전히 몰아낼 수 있을까? 그리고 갑자기 사라진 이유는 무얼까? 의문이 생긴다.

피스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수행하기 위해 만난 니키는 편집증 증상이 더 심해졌다. 갑자기 늘어난 살인사건에 펠릭스의 방문조차 긴장하면서 맞이한다. 펠릭스는 니키를 통해 피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그가 나타날 수 있는 술집으로 간다. 몇 가지 정보를 가지고 그를 찾지만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다 마주하게 되는 루가루의 등장은 새로운 사건을 암시한다. 그들은 그가 계속해서 조사하는 것을 중지시키려는 것이다. 이 협박을 펠릭스는 처음에 해결한 마약 사건과 연결시켜 생각했는데 그의 착각이다. 그를 협박하고 쫓아다니는 이들은 또 다른 의문을 제기하고 그를 죽음의 앞까지 몰아간다.

전작처럼 그가 받은 의뢰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처음엔 단순해 보이는데 계속 파고들면 전혀 다른 사건들이 줄줄이 나타난다.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과 협박과 사건들은 각각 개별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뒤로 가면서 하나로 엮이기 시작한다. 하나의 사실이 밝혀지면서 드러나는 추악한 현실은 처음에 느낀 것들과 사실을 뒤집어 놓는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바뀌고, 선과 악이 뒤섞이고, 쫓는 자와 쫓기는 자가 변한다. 이런 변화 속에 펠릭스는 유난히도 많은 고생을 한다. 아군이 많지 않는 상태에서 위협과 협박과 죽음의 공포 속으로 말려 들어가고, 그 아슬아슬한 경계 속에서 한 발 늦은 듯하지만 자신의 임무를 완수한다. 

전작보다 이번에 그의 입담과 재치가 더 좋아진 것 같다. 물론 고생도 더 심해졌다. 그를 좇는 무리 중에 경찰마저 등장한다. 다행이라면 전작에서 그를 죽음 앞까지 몰고 간 서큐버스 줄리엣이 그의 조력자가 된 것이다. 뭐 그렇다고 대단한 활약을 펼치지는 못한다. 다만 사건의 핵심에 다가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여전히 엄청난 매력을 품어낸다는 것 정도랄까. 이 시리즈가 영화로 만들어지는데 줄리엣 역을 맡을 여배우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하는데 고개가 끄덕여진다. 보기만 해도 모든 남자가 흥분할 정도의 매력을 지닌 여배우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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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나이스비트 메가트렌드 차이나 - 새로운 세계를 이끌어가는 중국의 8가지 힘
존 나이스비트 & 도리스 나이스비트 지음, 안기순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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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존 나이스비트란 학자에 대해 무지하다. 이력에 나온 소개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다.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워낙 이쪽 분야에 관심이 없기 때문인지 낯선 학자다. 인터넷 검색으로 그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아도 많지 않은 것을 보면 그의 인지도가 한국에선 높은 편이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메가트렌드>란 책이 1400만부나 팔렸고, 여러 기업과 국가와 학교에서 고문, 연구원, 교수로 활약했다니 대단한 이력임에 틀림없다. 이런 이력보다 관심을 끈 것은 최근 점점 거대해지는 중국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이 나라를 볼 때 우린 두 가지 시선을 가지고 본다. 거대한 시장과 성장 잠재력을 가진 대국과 온갖 짝퉁과 저질 상품을 만드는 세계 공장이다. 일반 대중에겐 짝퉁과 저질 상품으로 더 많이 인식되고 있지만 경제지표나 세계시장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중국을 긍정적으로 보든 부정적으로 보든 상관없이 이미 세계 제3위의 경제대국이다. 넓은 국토와 많은 인구를 생각하고 당연하다고 말한다면 인도나 인구가 적지 않은 다른 나라의 예를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현재 외화 보유고 1위의 국가가 바로 중국이고, 얼마 전 조선 수주에서 한국을 제치고 1위를 하였고, 볼보 등의 세계적인 브랜드를 인수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존 나이스비트는 현재 세계에서 점점 중요해지고 거대해지는 중국을 긍정적 시선에서 다룬다. 신자유주의 노선이 잠시 보이고, 중국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주기도 하지만 현재의 중국을 이해하고 미래의 중국을 예측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리고 그 분석의 틀로 미국이나 유럽의 시선이 아닌 중국의 시선에서 바라본다는 점은 상당히 독특하고 신선했다. 이 책에서 여덟 가지 중국의 힘으로 표현한 각 장들은 저자의 중국 사랑이자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인식을 담고 있다.

중국의 8가지 힘은 정신의 해방, 하향식 지도와 상향식 참여의 균형, 성과를 내기 위한 전략적 틀, 실사구시가 이끄는 성장, 미래의 문화를 선도할 예술과 학술의 힘, 세계 속의 중국, 중국 속의 세계, 자유와 공정성, 중국이 준비하는 미래 등이다. 이 중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말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정신의 해방이다. 이것은 “현실을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로부터 진리를 찾고 통제를 풀어 가며 개혁을 포기하지 않는 동시에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70쪽)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주시할 것은 바로 사실로부터 진리를 찾는다는 대목이다. 이것을 저자는 실사구시로 연결한다. 우리가 역사 시간에 그렇게 외웠던 그 단어가 중국 현실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정신의 해방을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은 당연하다. 마오쩌뚱이 만들어놓은 사회, 경제, 문화의 틀과 사람들의 인식이 성장과 발전을 가로 막고 있던 상황에서 이런 정신의 해방은 당연하고 필수적이다. 물론 이런 해방을 도와줄 사회적 여건이 조성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것을 하향식 지도와 상샹식 참여의 균형이란 힘으로 보여준다. 사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중국의 하향식 지도에 대한 편견이 어느 정도 사라졌지만 지나치게 과장된 것은 없는지 살짝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앞부분에서 느낀 신선함이 뒤로 가면서 약간은 진부해지는 느낌도 있다. 신선함의 백미는 역시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서구가 중국을 볼 때 자국의 입장에서 분석하고 이해할 때 저자는 중국만의 방식을 인정하고 그것을 통해 이해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이 자신들의 세계화를 외치는 것에 반론을 제기하며 왜 중국이 자신만의 사회주의체제로 국가를 통치하면 안돼는가 하고 되묻는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지만 서구식 자본주의를 도입하라고 말하는데 이미 서구의 사회주의를 도입했다는 사실을 통해 반박한다. 

하지만 뒤로 가면서 반복되는 중국 정부의 입장은 진부하고 거부감이 생긴다. 특히 군사 영역에서 한 번도 식민지를 가져본 적이 없고, 영토를 확장하려는 야망을 내비친 적도 없다는 대목에선 티베트와 신강 위구르 자치구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 특히 티베트에 대해 중국의 점령이 사회적 경제적 발전을 가져왔다고 하는 부분에선 우리의 일제강점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친일세력이 늘 주장하던 것과 너무나도 닮아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 속에서도 잠시 말했지만 지역 간의 소득불균형 문제나 수많은 유민들을 너무 간과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긍정적인 중국을 보았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그 미래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많은 부분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시 그 그늘에 살고 있고 국가의 힘에 눌려 있는 수많은 소수 민족과 사람들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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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더니스 밀리언셀러 클럽 85
로버트 코마이어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작가의 이력을 보니 <초콜릿 전쟁>이 있다. 예전에 읽은 적이 있는데 저질 기억력은 정확한 내용을 떠올려주지 않는다. 너무나도 호평이라 읽었는데 그 당시 그가 펼쳐 보여주는 세계가 너무나도 우리 현실과 멀어 보였다. 아마도 행간을 읽지 못하고 그 이면에 표현된 의미를 찾지 못했기에 그런 모양이다. 이 책을 선택한 것은 다른 밀클 도서 중에서 분량이 적었기 때문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단숨에 읽으려는 속셈이 깔려 있었다. 그런데 아니다. 중반 이후 속도가 붙기는 했지만 처음에 각 등장인물의 심리를 따라가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인물은 두 사람이다. 세 명으로 말하기도 하지만 사실 연쇄살인범 에릭을 끝까지 쫓는 노형사 프록터 경위는 비중이 떨어진다. 물론 에릭의 심연을 들여다보고 가장 많이 이해하고 가장 조심하는 인물이다. 그 바탕은 자신의 젊은 시절 마주한 연쇄살인범의 미소가 자리 잡고 있다. 형사들에게 평생 하나의 짐이 된다는 사건 말이다. 출연 비중이 적은 것이 중요한 인물 순위에서 밀렸지만 에릭을 이해하는데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인물일 수 있다. 에릭을 괴물로 부르고 긴장의 끈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왜 그가 노련하고 경험 많은 형사인지 알려준다.

부드러움에 중독되어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에릭을 이해하는 것을 사실 나의 능력 밖이다. 그가 부드러움을 집착하고, 이것이 살인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보면서 놀란다. 자신도 주체하지 못하는 충동과 열정과 격정에 휩싸여 행동으로 옮기는데 어떤 때는 불쌍한 느낌을 받는다. 자신이 제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의미다. 하지만 살인을 위해 준비하고 흥분에 들뜨는 모습을 보면 섬뜩하고 무서워진다. 불쌍함은 사라지고 이성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어릴 때 시작한 고양이 살해가 여자로 이어지는 과정은 어쩌면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발전 모습이다. 주변에 누군가가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 잘못된 행동을 바로 잡아주었다면 혹시 바뀌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너무 낭만적인 생각일까?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15세 가출소녀 로리다. 요즘 말하는 청순글래머 형인데 자신의 매력을 조금 팔아서 원하는 것은 얻는다. 한 인물에 갑자기 집착하는 경향이 있고, 이것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그 인물과 키스를 해야 하는 특이한 버릇을 가지고 있다. 록스타를 좋아할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분명한 연쇄살인범 에릭이라면 어떨까? 중반 이후 이 둘의 여행은 그런 점에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언제 살인이 벌어질까 하고 말이다. 사실 후반에 이 둘의 미묘하게 연결되고 긴장을 주는 심리 대결과 묘사는 대단한 재미를 준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험을 느끼면서도 붙어 다니는 그녀의 행동은 부드러움의 또 다른 형태인 자애로움에 빠진 탓인지도 모른다. 그 속에서 일상에서는 결코 느끼지 못한 자유를 경험하는데 어쩌면 그녀가 그렇게 갈망했던 것이 평화와 자유와 애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이 소설에선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한 형사의 집요하고 끈질긴 노력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런 형사는 있지만 중심이 아니다. 연쇄살인범이 살인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그것을 실행을 옮기는 장면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다만 이들의 심리 깊은 곳으로 들어가 보여줄 뿐이다. 내적 충동이 어떤 집착으로 드러나고, 그 집착이 어떻게 행동으로 옮겨지는지 말이다. 그들의 불우한 가정환경에 눈을 돌리고 그 속에서 원인을 찾아보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일부분 답이 될 수 있지만 아직 그 정확한 답을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단지 우리의 이해 한도 속에서 그들을 분석하고 이해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이해나 분석을 자제하고 있다. 그래서 더 섬뜩하고 아련하고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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