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동경대 가다! 세트 - 전21권 (신장판) - KBS 드라마 '공부의 신' 원작 꼴찌, 동경대 가다! 신장판
미타 노리후사 지음, 김완 옮김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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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실 이런 만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입시에 도움이 되는 만화란 것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이미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입시와 너무나도 멀리 동떨어져 있는 나의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적지 않은 분량의 만화를 읽은 것은 드라마 <공부의 신> 때문이다. 평소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 내가 이 드라마를 본 것은 아니다. 다만 이동 중에 택시나 식당의 텔레비전을 통해 잠시 잠깐 본 것이 거의 전부다. 그런데 왜 봤냐고? 그것은 우연히 이 만화를 읽을 기회가 생겼고, 다른 책들에서 벗어나 잠시 쉬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첫 권을 쥐고 읽을 때만해도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일본의 동경대가 어떤 위치고, 얼마나 들어가기 힘든 곳인지 알기 때문이다. 서울대보다 더 높은 위치의 학교고, 일본 최고의 대학임을 알기에 단순히 일 년만에 들어간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로 여겨진 탓이다. 이것은 어느 정도 학력이란 것을 아는 사람에게 그대로 통용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선입견과 편견이 이 만화를 읽으면서 조금씩 깨어졌다. 그리고 그 가능성이 조금씩 문을 열고 있었다. 바로 이 문을 조금씩 열어서 보여주는 것이 이 만화가 보여주는 재미이자 많은 것을 생각하고 배우게 만드는 요인이다.

누군가가 서울대에 일 년 동안 열심히 공부하면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라고 할 것이다. 그것은 그만큼 서울대에 들어가기 힘들다는 의미다. 만약 천재가 있다면 게으름의 껍질을 벗고 단숨에 입학시험에 합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내신 성적은 별도로 하고 말이다. 그런데 삼류 고등학교에서 수학 공식도, 영어 단어도 모르는 평범한 학생이라면 어떨까? 아마 대부분 불가능하다고 말할 것이다. 맞다. 사실 대입에 필요한 학력을 일 년 만에 쌓는다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다. 그런데 이 만화는 그 힘든 일을 쉽게 이루는 것이 아니라 아주 많은 노력과 집중과 뛰어난 선생들의 도움으로 이룬다. 그리고 그 과정을 보여주는데 바로 이 부분에 내가 관심을 둔 것이다.

잠시 만화 내용 이야기를 하면 삼류보다 못한 고등학교에 임시 교장으로 온 변호사가 학교 재건을 위해 동경대 합격을 내세우고, 이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학생 둘을 모으고, 이 둘을 가르칠 뛰어난 선생을 구성하여 가르치는 것이다. 단순히 학생을 가르치는 내용만 나온다면 재미가 없다. 그래서 선생 개개인에게 강한 개성을 부여하고, 그 개성을 학업과 연결시킨다. 선생들의 등장도 한꺼번에 이루어지지 않고, 순차적으로 등장하여 새로움을 배가시키고 지루함을 들어내었다. 그리고 이들의 등장은 한 과목마다 비법이 있음을 알려주는데 나중에 보면 결국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음을 보여준다.

만화는 역할 분담을 철저하게 나눴다. 교장역의 변호사 사쿠라기는 좋은 선생을 섭외하고, 그 선생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게 만든다. 그리고 두 학생 미즈노와 야지마를 독려하고, 그들이 흔들릴 때마다 바로 잡아주는 역할이다. 특히 그가 말하는 교육관은 아주 현실적이다. 다만 만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두 학생을 둘러싼 현실이 너무 과장되어서 그렇지 말이다. 특히 학생을 위한다고 말하는 선생과의 토론은 진정으로 학생의 발전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구체적이지 못하고 추상적인 선생에 비해 사쿠라기의 주장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것이다. 작가는 또 이 사쿠라기를 통해 수많은 심리학과 교육학과 수업과 공부 방법을 설명한다. 이 만화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미즈노와 야지마의 합격에 대한 궁금증도 있지만 교육 철학과 구체적인 학습법 등이 계속해서 읽게 만드는 것이다. 

만화를 보면서 고등학교 시절의 장면들이 수없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학교 선생하는 친구에게 한 번 읽어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어떤 장면에서 내가 사용한 방법 중 하나가 그대로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만약 나에게도 이런 선생들과 환경이 받쳐줬다면 서울대에 합격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물론 그 답은 아니다, 다. 아무리 좋은 선생이 있고, 특별한 공부 방법이 있다고 하여도 만화 속 두 주인공 미즈노와 야지마와 같은 집중력과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만화 속에서도 동경대를 위한 시험이지 다른 사립 명문대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하는 대목에선 그 수업이 지향하는 바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 둘의 학력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 그 기반이 약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단지 합격만을 위해 그들은 달린 것이다. 동경대 합격이란 절대적인 목표를 향해 달려가지만 그들 또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실제 합격자도 어느 정도 타협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이런 사실들은 결과론이고, 만화의 가치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공부하는 방법과 교육철학과 심리학 등에 있다. 거기에 이 두 학생의 성장도. 공부하는 학생이나 그런 자녀를 둔 사람들이 차분하게 한 번 읽어보면 상당히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는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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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헌터, 에이브러햄 링컨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 지음, 양병찬 옮김 / 조윤커뮤니케이션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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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링컨 대통령이 뱀파이어 헌터라는 설정이 강하게 눈길을 끌었다. 처음엔 이런 허무맹랑한 소설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작가의 다른 작품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가 상당한 호평을 받은 것을 보고 어느 정도 기대하게 되었다. 팀 버튼이 영화로 만든다는 소식은 이런 기대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몇 장을 넘기지 않아 몰입하게 되었고 빠르게 읽혔다. 그리고 단숨에 모두 읽었다.

링컨이 뱀파이어 헌터라는 것은 그 시대뿐만 아니라 현재도 뱀파이어가 있어야 가능하다. 작가는 이런 설정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링컨의 일기와 전기와 다른 기록 등을 교묘하게 뒤섞는다. 또 액자구성과 연대순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그 가능성을 사실인 것처럼 만든다. 하지만 이 뱀파이어를 시대에 따라 다른 단어로 바꾼다면 결코 상상에 의한 존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링컨과 그 시대를 택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뱀파이어 헨리에서 작가가 링컨의 일기 등을 받아 링컨의 전기를 새롭게 쓰는 구성이다. 링컨에 대한 전기와 관련 기록은 엄청나게 많다. 그 수많은 기록들에서 의문은 늘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의문과 뱀파이어 헌터라는 상상을 뒤섞어 멋진 역사 판타지를 만들었다. 기본 줄기는 역사 속에 드러나는 링컨의 기록을 따라가고, 그 세부적인 이야기는 완전히 새롭게 창조했다. 소설의 재미는 역사와 허구를 뒤섞고, 예상하지 못한 캐릭터를 창조하고, 역사를 새롭게 해석한 것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젊은 링컨의 뱀파이어 헌터 행적은 판타지소설을 읽는 듯하다.

소설은 3부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는 어린 시절을 다룬다. 그의 탄생과 성장을 다루는데 왜 그가 뱀파이어 헌터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뱀파이어 헌터가 되기 위해 뱀파이어 헨리에게 도움을 받고, 뱀파이어 헌터로 성장한다. 2부는 본격적으로 뱀파이어 헌터로서의 활약을 그려낸다. 헨리가 보낸 정보를 통해 실적을 쌓고, 경험도 점점 늘어난다. 동시에 그의 사랑을 다루고, 정계에 입문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마지막은 역시 대통령이 된 그의 행적이 중심이다. 남북전쟁과 암살되기까지의 시간을 다루는데 이미 노쇠한 그가 직접 뱀파이어 헌터로 활약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어 뱀파이어들이 기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거한다. 역시 여기서도 역사의 시간은 흘러간다.

링컨이 뱀파이어 헌터라는 설정도 기발하지만 남부의 노예제도가 어떤 원인에 의해 만들어졌는가 하는 부분도 뛰어난 설정이다. 노예제도를 단순한 노동력으로만 보지 않고, 뱀파이어들의 양식으로 본 점은 섬뜩하지만 중의적이다. 사실 링컨의 수많은 기록들 중에는 그가 노예제도를 절대적으로 반대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이런 의견을 감안하면 노예제도의 배후에 뱀파이어가 있다는 설정은 판타지로도 읽을 수 있지만 약탈자나 악덕지주 등으로 단어를 바꿔 해석할 수도 있게 만든다. 이 점은 이 소설이 지닌 재미와 의미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전에 <링컨의 우울증>이란 책에서 그에 대한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았다. 그 덕분에 이번 소설을 읽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의 사랑과 우울증, 자식 잃은 아픔, 어머니에 대한 사랑 등을 이해하는데 쉬웠다. 그리고 연대순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링컨이 어떻게 성장하고 위대한 업적을 남기게 되는지 알 수 있다. 비록 판타지로 이야기가 재구성되었지만 그의 성장과 업적이 허구는 아니다. 아니 오히려 대부분의 진실 속에 몇 가지 설정만 허구다. 이 허구가 사실과 결합해 재미를 극대화시키지만 말이다. 

이 한 권으로 이야기가 완결되기도 하지만 현대에 부활한 뱀파이어 링컨을 다룬 다음 권이 곧 나온다고 한다. 남북전쟁에서 북군의 승리로 대부분 사라진 뱀파이어가 어떻게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고, 그들을 퇴치하기 위한 뱀파이어 링컨의 헌터 행이 어떻게 진행될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에선 어떻게 근대, 현대 역사와 연결시킬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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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는 회장님의 애완작가
리디 쌀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창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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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그림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돼지코를 단 인물이 시가를 물고 있는데 그가 바로 끝내주는 회장님 토볼드다. 이 표지가 보여주듯이 햄버거 왕 토볼드는 욕심으로 가득한 인물이다. 그가 신봉하는 신자유주의는 너무나도 노골적이고, 그의 탐욕은 끝이 없다. 이런 인물을 옆에서 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이전에 이런 인물이나 현실을 비난하고 욕했던 사람이라면 더욱 말이다. 그런데 현실의 빈곤함과 호기심에 항복한 화자가 회장님의 전기 작가로 취업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한 시간 동안 벌어진 일을 소설로 만들었다.

처음부터 목줄이란 단어를 사용하여 자신을 한없이 낮춘다. 이 표현을 사용하게 된 까닭을 애완작가로 전락한 화자가 보여준다. 화자의 관찰을 통해 드러나는 회장님의 삶은 화려한 외양뿐만 아니라 불면과 걱정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은 그가 낮 시간동안 보여주는 강력하고 위협적인 생활에 쉽게 묻힌다. 이런 생활을 만나며 화자는 점점 변해간다. 처음엔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려고 하지만 삶은 윤택해지고 편안해지면서 사치와 향락이 주는 유혹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경멸과 모멸감으로 회장을 보던 시선은 어느 순간 그의 가벼운 손길과 권력에 사그라지면서 없어진다.

토볼드는 세계최고의 거부다. 그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윤과 매출 증대와 주가 등이다. 오죽하면 애완견 이름도 다운존스일까. 자신의 제국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그는 이제 국경을 넘어 세계의 지배자로 올라가길 원한다. 이런 그의 욕망은 자신의 삶을 기록할 작가를 원하고, 화자는 그렇게 선택되었다. 그는 작가에게 메모할 것과 뺄 것을 요구하고, 자신의 말을 복음이라 칭한다. 이것은 그가 미국으로 오면서 마케팅의 원전으로 삼은 성경과도 관계가 있다. 한때 마케팅 관련 서적에서 예수를 마케팅의 천재라고 한 적이 있는데 회장님도 예수에게 한 수 배운 것이다. 하지만 그가 전하는 복음은 성경의 그것과 완전히 다르다.

토볼드가 전하는 복음은 신자유주의다. 가난한 사람을 위한 사회복지정책을 욕하고,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칭송한다. 그의 저속한 행동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편하게 만들지만 그가 가진 권력은 이를 참아내게 한다. 끝없는 욕망과 이것을 이루기 위한 행동은 그 앞에 어떤 장애가 생기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만약 장애가 생기면 불안감에 사로잡히고, 그것을 없애기 위해 모든 것을 시도한다. 이것은 자본이 지닌 속성을 그대로 구현한 것이다. 작가는 토볼드를 통해 현재 자본주의의 진짜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려낸 것이다. 이 인물 속에는 수많은 자본주의 경영자의 모습이 섞여있다. 그래서 이 불쾌하면서도 흥미로운 인물에 계속 관심을 두게 된다.

부분적인 장면들만 본다면 상당히 재미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읽으면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이 쉽지 않다. 풍자와 해학으로 가득한 소설인데 그것은 온전하게 누리지 못한다. 나의 내공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취향 차이인지 모르겠다. 회장의 수많은 말도 되지 않는 궤변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그것은 그가 패스트푸드를 개발하면서 핵심으로 생각한 ‘버린다’는 것이다. 없애고 버리는 과정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한 그가 수많은 현자들이 말한 버려라는 말을 새롭게 해석한 것은 역시 단어가 아니라 그 단어를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함을 알려준다. 

책을 읽으면서 전체적인 윤곽을 잡지 못했듯이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글을 쓰면서 수많은 이야기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그와 어머니의 이야기, 아내 씬디와의 관계, 천부적인 마케팅 능력, 욕망을 달성하기 위한 집념과 행동, 과도한 탐욕에서 비롯한 불안과 불면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밤들, 그가 전하고자 하는 복음들. 특히 그가 전하는 복음은 아마도 현재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를 말하는 모든 사람들의 바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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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온 편지
최인호 지음, 양현모 사진 / 누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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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곡이다. 어머니와 아들로 맺은 42년간의 인연과 추억을 담고 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으로 가득하다. 이것은 최근 작가의 많은 에세이에서 드러나는 감정이다. 그런데 다른 책과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성모와 예수에 대한 찬양이 솔직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어떤 대목은 읽으면서 혹시 신앙고백서가 아닌가 착각할 정도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의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은 어머니다.

작가의 글에서도 나오지만 우리는 언제나 어머니와 싸우면서 산다. 특히 어릴 때는 더욱 그렇다. 왜 그렇게 잔소리를 많이 하는지, 왜 나를 믿어주지 않는지, 왜 나만 미워하는지, 왜 그렇게 다른 사람과 악착같이 싸우는지 등으로 어머니와 다툰다. 외출할 때 늙으신 어머니가 곱게 화장하는 모습도 예뻐 보이지 않고, 예쁘게 입지 않고 친구들 앞에 나타나는 것도 싫다. 왜 내가 하자는 대로 하지 않고 고집을 피우는지도 얄밉고, 다른 부모처럼 맛있는 반찬을 싸주지 않아서 점심 도시락이 부끄럽다. 이런 수많은 감정들이 쌓이고 쌓이지만 어느 순간 나이가 들면서 그렇게 쌓였던 것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그것은 어머니의 사랑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다.

현실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깨닫지만 우리는 대부분 또 싸우고 미워하고 싸우고 그리워하고 사랑한다. 이런 일상의 반복이 삶이기에 뭐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싸움과 미움이 어느 순간 부끄러워지기도 하지만 그리워지는 순간도 생긴다. 그 순간이 바로 어머니가 존재하지 않음을 깨달을 때다. 이 상실감은 갑자기 찾아온다. 그리고 사람을 마구 흔들어놓는다. 이런 감정들과 추억들은 그리움과 사랑으로 우릴 가득 채우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에서 작가가 하는 수많은 말들이 바로 그것들이다. 그리움, 부끄러움, 추억, 사랑, 기억, 신앙, 기도 등이 그것들이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부분은 일본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듣고 장례를 치루고 다시 일본에 일 때문에 돌아간 후까지의 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천주교 신자의 입장에서 하나씩 연결하면서 풀어낸 것이다. 여기엔 어머니와 성모가 묘하게 겹쳐서 다가오는 대목이 여럿 있다. 물론 성모나 성녀의 반열에 그의 어머니가 놓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에겐 어머니가 그들 못지않은 존재다. 성경의 말씀을 인용하여 그가 풀어낸 어머니의 위대함과 사랑은 가슴 깊이 파고든다.

사실 아직 미혼인 내가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깨닫기는 무리가 있다. 경험하지 못한 자의 피상적인 감정들이 더 많다. 이미 어머니의 사랑을 알고 있는 부분도 많지만 현실에선 그 사랑보다 나의 편안함이 더 중요하다. 나이가 한살한살 먹어감에 따라 좀더 많은 부분을 공감하지만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작가가 아버지 산소에서 어머니에게 한 행동이나 말들은 실제 우리의 삶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럼에도 그가 그렇게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것은 바로 그를 낳고 키워주고 끝없는 사랑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자라면서 다툰 그 수많은 일들로 어느 순간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된다. 그것이 바로 성장이자 삶이다.

이 책에서 만난 작가의 어머니가 사실 새롭지는 않다. 이미 다른 책에서 본 이야기도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언제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그것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많은 작가들이 나이가 듦에 따라 어머니를 그리워하면서 글을 쓴 것이 요즘엔 이해된다. 어릴 때 우리와 가장 많은 시간은 보낸 분이 바로 어머니고, 가장 많은 관심과 사랑을 쏟아 부은 분이 어머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간 신앙고백서 같은 분위기의 글들은 비신자에겐 과장된 표현처럼 다가온다. 물론 이것은 개인적인 차이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책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일부만 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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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바이러스 2010-06-08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리뷰 잘 봤습니다^^
 
황금 살인자 밀리언셀러 클럽 108
로베르트 반 홀릭 지음, 신혜연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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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디 공 시리즈를 읽었다. 예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시리즈의 다른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서양인이 본 중국 고대 판공 이야기라 약간 어색한 부분이 많았다. 아마 다른 문화권이라서 사물을 보는 시각에서 차이가 있지 않나 생각했다. 하지만 추리소설이란 범주에서 본다면 나름 재미가 있었다. 허술한 부분도 있고, 과장된 부분도 있지만 시대를 감안한다면 너그럽게 봐줄 수 있었다. 현대 추리물처럼 치밀한 구성보다 인물과 시대에 더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좋지 않은 번역도 한몫 거든 것 같다. 하지만 이 시리즈를 열심히 읽은 것은 나름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디 공 시리즈 중 읽지 않은 것이 몇 편 있는데 그 중 <황금살인자>도 끼워있다. 오랜만에 읽어서 그런지 쉽게 빠져들었다. 이번 소설은 디 공이 처음으로 수령으로 부임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친구들과 작별하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왜 그가 출세가 보장된 길을 벗어나 힘든 수령으로 나가는지만 관심을 두었다. 그런데 이 단순한 장면이 앞으로 벌어질 사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역할을 단숨에 깨닫기에는 너무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말이다.

디 공의 성격을 잘 나타내주는 장면이 있다. 그것은 부임지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난 두 도적과의 관계다. 그를 털려는 도적과 무술대결을 펼치고, 도적을 잡으려는 관병들에게 자신의 부하라고 말하는 대목은 그의 용기와 관대함과 세심한 관찰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이후 두 도적은 그의 수하가 되고 앞으로 펼쳐질 사건을 해결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이렇게 디 공은 좋은 수하를 얻고, 부임지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그의 생각과 많이 다른 현실이다. 전임 수령은 귀신이 되어 나타나고, 수령의 죽음은 의문으로 가득하다. 이 소설은 바로 그 죽음의 이유를 밝혀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한 고을의 수령이 하나의 일만 볼 수 없다. 다양한 민원이 들어오게 마련이다. 토지 경계 같은 민사사건도 있고, 신부실종사건이나 농가의 살인사건 같은 형사사건도 있다. 민사는 당사자 두 사람이 합의하면 쉽게 해결되지만 형사는 다르다. 처음 선박업자 쿠가 자신의 신부 실종 사건을 의뢰했을 때만 하여도 그냥 단순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농가의 살인사건과 어느 정도 연관성을 보여주면서 단순함을 넘어 새로운 모습을 띤다. 개별 사건이 하나의 큰 사건으로 연결되면서 큰 그림의 밑그림이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구성을 상당히 좋아하는데 무난하고 매끄럽게 연결했다.

이번 소설에서 특히 눈이 가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고구려 유민에 대한 것이다. 한국 사람이니 어쩔 수 없다. 작가가 중국 자료를 바탕으로 쓴 것이라 적지 않은 오류가 있다. 이런 것을 감안하고 읽게 되는데 그래도 가슴 한 쪽에서 감상적으로 움직인다. 좀더 깊이 있게 다루거나 이야기의 중심으로 끌고 나왔으면 하는 부분도 있지만 왜곡된 기록으로 다루어지기보다 그냥 이 상태로 머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언제나처럼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표지 그림이 의미하는 바를 뒤늦게 깨닫게 된다. 전임 수령의 살해와 관계가 있다. 예전에 읽은 시리즈의 앞 권에 대해 기억은 거의 없지만 잘 만든 표지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귀신을 등장시키고, 장면 하나하나, 사건 하나하나를 공들여 배치한 것이 뒤로 가면서 그 힘을 발휘한다. 단순해 보이는 사건들을 연결시키며 전체를 이해하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는 디 공의 모습은 현실적이면서 아주 탁월하다. 또 유서우쳰의 <수령지침서>에 나온 말씀은 현대 명탐정들이 여러 차례 말한 것이지만 명심하고 또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독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용어의 선택이나 번역에서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조금 있다. 원작과 비교하지 못해 어떨지 모르지만 그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구성과 전개는 개인적으로 이제껏 읽은 디 공 시리즈 중 최고가 아닌가 생각한다. 현대 추리작가들의 시대물이나 추리소설에 비해 조금 낯선 전개와 분위기가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한 번 빠지면 색다른 매력이 가득하다. 물론 이것은 그 매력을 깨달을 때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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