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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의 간주곡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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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클레지오의 소설은 언제나 힘겹게 다가온다. 그의 높은 인지도를 생각하면 단숨에 읽고 몰입해야 하는데 그것이 나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까지 읽은 몇 권의 책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었다. 그럼에도 읽는 것은 왜일까? 그 명성에 대한 끝없는 동경, 읽었다는 것을 티내기 위한 행위, 아니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무의식 중의 재미나 흥미 때문일까. 잘 모르겠다. 정확하게 제목이 기억나지 않지만 한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이 이제는 르 클레지오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심어줬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물론 그 이후 계속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만.

아르튀르 랭보의 <허기의 축제>로 문을 열고, 허기에 대한 기억을 말한다. 전후 불량했던 식량 사정과 미군을 따라가며 그 유명한 대사 ‘기브 미 초콜렛’을 외치던 어린 시절. 처음 이 시절을 이야기할 때 우리의 육이오가 겹쳐보였다. 그런데 사실 이런 장면은 우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쟁 후 미군이 진입한 모든 도시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작가가 말하는 이 당시 허기는 굶주림이다. 배고픔이다. 그리고는 본격적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데 소설 속 허기는 또 다른 허기에 관한 것이라고 말한다. 읽으면서 그 허기가 무엇일까 계속 고민했다.

에텔이라는 부유한 집안의 딸을 주인공을 내세웠다. 해설에 따르면 작가의 어머니를 모델로 한 것이다. 물론 단순히 어머니의 기억만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다. 사실과 허구를 적절히 섞어 풀어낸 소설이다. 하지만 기억과 사실은 이 소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 소녀의 삶을 다루는 과정에 역사적 사실들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건들은 그녀의 삶을 뒤흔들어 놓는다. 그녀가 전혀 바라지 않는다고 해도 그 거대한 흐름은 그녀를 삼켜버린다. 어쩌면 그녀는 삼켜져버린 역사 속에서 자신의 삶을 하나씩 복원 혹은 기억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외종조부 솔리망 씨는 어린 에텔에게 큰 선물을 준다. 추억과 유산이다. 이 둘은 시간이 흐르면서 흐려지고 빼앗긴다. 연보라색 집은 그런 점에서 이 둘과 관계있다. 하지만 현실은 미래는 다르다. 솔리망 씨가 구상했던 연보라색 집은 에텔 아버지의 욕망에 의해 사라진다. 아니 에텔의 유산 자체가 넘어간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미성녀자의 재산을 일방적으로 빼앗아 가는 것이 그 시절에 가능했는지 의문이 생겼다. 그것이 아버지라고 해도 말이다. 이 탈취는 그녀뿐만 아니라 그녀 가족 전부를 추락하게 만든다. 그것은 부유한 자산을 정확한 검토나 확신 없이 사기꾼들에게 퍼주었기 때문이다. 허영에 물든 아버지의 모임 때문이다. 이 모임은 그 시대 사람들의 생각과 인식을 그대로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후 이들이 어떻게 독일에 빌붙었는지도 보여준다.

에텔. 그녀는 제대로 된 친구가 없다. 첫 번째 동성 친구 제니아는 몰락한 러시아 귀족 출신이다. 한동안 둘의 관계는 좋았다. 하지만 부와 욕망의 차이가 둘을 갈라놓았다. 현실적이다. 처음에 이 둘의 관계는 사실 위험해보였다. 아마 조금 야한 소설이었다면 동성애의 분위기를 풍겼을지도 모른다. 그런 느낌을 나만 받은 것일까? 그리고 이 관계는 그녀가 현실을 인식하게 만든다. 이후 그녀 집에서 벌어지는 모임에 대한 그녀의 기록과 기억은 이런 현실을 더 깊숙이 이해하게 만든다. 집안의 몰락을 그녀가 목격했을 때 그녀가 보여준 행동은 그 과정을 보았고 현실로 받아들였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부자들의 몰락이 아주 특별한 것은 아니다. 이 몰락이 무분별한 투자와 사기로 인한 것인 경우 그에 대한 가족의 반응은 조금 달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그녀의 어머니 쥐스틴은 너무 순종적이다. 명예란 추상적인 허상에 매달려 현실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그들이 겪어야 했던 수많은 경제적 어려움과 허기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쥐스틴과 아버지의 관계는 어떤 것이었을까 궁금하다. 이 둘의 관계가 애정 넘칠 정도로 다정하지는 않다. 이 둘의 관계가 이어진 것도 역시 명예와 관련 있는 것일까? 작가는 이런 의문들에 대해 세밀하게 그려내지 않는다. 단편적으로 나오는 장면과 문장으로 추론해야한다.

누구나 삶을 살면서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다. 기억은 단편적이고 추상적이며 개인적이다. 때때로 기억은 다른 인상들에 의해 왜곡되어질 수도 있다. 현재의 나에 의해서도 그 기억은 바뀐다. 종종 경험한다. 에텔의 성장이 세계사의 흐름과 맞물리면서 풀려나가는 이 소설에서 기억은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 기억과 추억을 잊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단편적이고 파편적이고 조금의 왜곡이 있을지라도 말이다. 언제나처럼 작가의 문장은 좋다. 그렇지만 그의 감성에 나의 감성이 따라가지 못한다. 그녀의 삶을 떠올려보면서 그렇게 깊게 공감하지도 몰입하지도 못하는 것은 왜일까? 앞으로 계속 나 자신에게 물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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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초삼걸 - 천하 최강의 참모진
쉬르훼이 외 지음, 장성철 옮김 / 지식노마드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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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초삼걸은 그 유명한 장량, 소하, 한신 등을 말한다. 천하 최강의 참모진이란 부제가 달려있는데 왜 그런 평가를 받게 되는지 차근차근 설명하고 해석해서 보여준다. 이 과정을 따라가면 이 말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왜 그렇게 불리게 되었는지, 그들이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예전에 한신 같은 인물이 왜 그런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는지 의문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 해소되었다. 더불어 소하와 유방에 대한 평가로 새롭게 하였고, 천하의 주인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조금은 깨닫게 되었다.

한초삼걸이라 말한 인물은 유방이다. 그가 천하를 얻은 후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물로 그들을 그렇게 불렀다. 그런데 이미 우리가 알 듯이 천자가 된 후 유방은 이들을 하나씩 제거한다. 이 과정에 오기 전 이들이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떤 공을 세웠으며 이 때문에 유방이 느낀 불안이 무엇인지 되짚어간다. 그 과정 속에서 왜 역발산기개세의 초패왕 항우가 천하를 얻지 못하고 유방이 얻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바로 그 중심에 있는 인물들이 한초삼걸이다. 재미난 점은 장량과 한신이 항우의 수하로 있다가 유방에게 간 것이다. 그리고 유방이 마지막에 천하를 얻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패배를 겪었는지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몇몇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둔 유방이 새로운 왕조를 열었다. 이 책은 한초삼걸에 대한 분석이자 유방에 대한 분석서이기도 하다.

이전에 고 정비석 작가의 초한지를 읽을 때 많은 아쉬움을 느낀 인물이 있다. 바로 한신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의 최후에 대해 의문이 많았다. 그렇게 뛰어난 인물이 왜 반역자로 몰려 죽었는지. 한나라의 반을 움직였던 군사의 천재였다는 평을 얻을 정도였기에 더욱 그랬다. 소설 등에서 그려진 한신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었기에 이런 감정은 더욱 강했다. 하지만 이 두 저자의 설명과 해설이 단순한 토사구팽을 넘어 그 뒤에 숨겨진 의미를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의 반역에 대한 긴 세월 동안의 다양한 주장을 분석하면서 자신들의 의견을 강하게 내놓았다.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데 이것은 나의 공부가 부족한 탓이자 충분히 타당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저자들은 한초삼걸에 대해 세밀한 분석을 통해 그들을 우리 앞에 내놓는다.

장량. 흔히 장자방으로 불리는 위인이다. 그는 한초삼걸 중에서 가장 큰 공헌을 했지만 자신을 낮추고 유방 곁을 떠나면서 자신을 지켰다. 현재도 쉽지 않는데 혼란의 와중에서 서로 공을 다투던 그 시기를 생각하면 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덕분에 그에 대한 사실보다 전설로 우리에게 더 많은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그리고 기존에 장자방에 대해 가지고 있던 몇 가지 잘못된 지식을 바로 잡았다. 그중 가장 큰 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유방의 곁을 지켰다는 것이다. 사실은 중간에 그의 조상들처럼 한왕을 섬기기 위해 유방의 곁을 떠났었다. 하지만 역사는 두 위인의 투쟁 속에서 한 전략가를 움직이게 만들었고, 그 선택으로 천하를 얻게 만들었다. 

소하. 사실 이 인물에 대해서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전략가도 장군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유방이 천하를 얻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물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군사 천재 한신을 대장군으로 만들었고, 나중에는 모략을 통해 유방보다 많은 인기를 누렸던 한신을 제거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대단하게 느낀 것은 후방에서 보여준 그의 탁월한 지원 능력이다. 유방이 연전연패할 때도 관중에서 군사를 모아 보충해주었고, 경제를 활성화하고 안정시켜 유방의 부대에 군량미를 제때 공급했기 때문이다. 그의 탁월한 능력은 나중에 오히려 유방의 불안을 불러오는데 이 또한 역사의 재미난 점이다. 

2천 년 전 뛰어난 능력으로 개국공신이 된 그들의 이야기는 참으로 많은 책으로 나와 있다. 물론 대부분 그들이 중심은 아니다. 중심에 있는 인물은 항우와 유방이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케이블TV에서 제목이 한신인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는 것을 잠시 보았다. 이것은 얼마 전 상산 조자룡을 주인공으로 한 중국영화를 떠올려주었다. 너무 많이 다루어진 항우와 유방에 식상한 것인지 아니면 그 외 인물들이 지닌 매력 때문인지는 아직 정확한 판단을 못 내리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각각의 인물들이 정말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렇게 뛰어난 인물들을 모아서 천하를 얻은 유방에 대한 저자들의 평가는 그래서 더욱 와 닿는다. 단숨에 읽히는 매력은 없지만 과거 역사를 새롭게 인식하고 동시에 현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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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나라 대한민국 - 대한민국 9가지 소통코드 읽기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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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강준만 교수의 책이란 사실에 눈길이 갔다. 좋아하는 저자 중 한 명이 그다. 그의 저작을 모두 읽은 것은 아니지만 늘 관심을 두고 있다. 이번엔 그가 새롭게 책을 내었다는 사실보다 ‘대한민국 9가지 소통 코드 읽기’란 부제에 더 눈길이 갔다. 비판적 글쓰기를 잘하는 그이기에 9가지로 코드로 읽은 한국이 어떤 모습일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목차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갸웃했는데 읽으면서 점점 공감하게 되었다. 한국학을 이렇게 접근하는 것도 가능하구나 하고. 그리고 그 9가지 코드 속에서 자꾸 만나게 되는 용어들은 동의반복이지만 핵심 키워드이기도 하다.

9가지 코드는 빨리빨리, 아파트, 자동차, 죽음, 전화, 대학, 영어, 피, 간판 등이다. 너무나도 낯익은 단어들이다. 특히 한국인의 특징으로 너무나도 자주 말해지는 ‘빨리빨리’는 누구나 공감할 단어다. 이렇게 나눈 9가지 코드를 통해 한국에 대해 저자는 다양한 자료를 인용하고 해석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하지만 이번에 실린 글들은 대중적인 목적에서 썼다기보다 오히려 논문에 더 가깝고 논문으로 발표된 것들이다. 저자는 ‘논문 같은 잡글, 잡글 같은 논문’이라고 말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인용되는 문장이나 사례나 통계들이 반복되어 나온다. 이 반복은 특별한 나라 대한민국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키워드 역할을 한다.

이 책에 나오는 논문을 꿰뚫는 이론적 기조는 문화정치학이다. 9가지 코드를 이 이론적 기조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그 전에 저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여하튼 한국놈들은’이란 말 속에 담긴 민족성 담론의 문제를 되짚고 넘어간다. 분명 개개인은 다르지만 이런 단순화가 전체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동의한다. 물론 너무 단순화하여 모두 혹은 모든 것에 적용하는 데는 반대한다. ‘조심스럽고 슬기롭게 쓰면서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를 높여가자’는 그의 주장에선 열린 마음과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된다.

빨리빨리. 이 단어는 나도 자주 하는 말이다. 입에 늘 붙어 다니는 말이다. 저자는 이 단어에서 다섯 가지 동인을 찾아낸다. 일극주의, 군사주의, 수출주의, 평등주의, 각개약진주의 등이다. 이 5대 동인들이 ‘각기 독립적인 것이 아니며 상호 간섭과 조합을 다른 유형의 행동양식을 낳기’도 한다고 말한다. 이 중에서 개인적으로 크게 다가온 것이 셋 있다. 일극주의, 평등주의, 각개약진주의 등이다. 다른 둘은 너무 익숙한 단어고, 예상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이 셋은 새롭게 다가오거나 전혀 다른 해석으로 나와 우리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일극주의. 처음엔 무슨 뜻인가 했다. 하나의 정점을 향한 강력한 중앙집중 체제를 의미한다. 서울에 대한 집중이나 대통령으로의 권력 집중 등과 같은 하나의 정점으로 달려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용어다. 서울 집중은 수도권의 높은 인구밀도로 이어지고, 아파트 문제, 대학 서열화 등과 이어진다. 또 권력이 대부분 중앙으로 집중되면서 벌어지는 문제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만 다루지 않고 중앙집중으로 인한 효율도 같이 다룬다. 다양성은 사라졌지만 역동성과 활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룩했다고 말하면서.

평등주의는 흔히 말하는 그 평등이 맞다. 그런데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친 후 “너도 하면 나도 하겠다”는 평등의식이 생겼다고 말한다. 특히 이웃효과를 말할 때 그 공감도는 더 높아지고, 한국적 평등주의가 ‘부자와 나의 비대칭’만 문제 삼는다고 했을 때 주변사람들의 상승욕구에 대한 단서를 발견한 듯했다. 그래서 행복의 측도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라는 지적은 더 가슴에 와 닿는다. 계급사회가 무너진 후 평등주의가 우리 삶에 다가왔다고 주장한다. 거기에 남처럼 할 수 있다는 경쟁의식이 속도와 맞물려 더 빨라졌다고 한다. 9가지 코드에 모두 적용되는 단어다. 평소 무심하게 내뱉고 생각했던 말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각개약진주의는 사실 가장 의외의 해석이다. 한국인의 단독성향이 강해진 이유로 국가가 개인을 보호해주지 못한 세월이 길었던 근현대사의 불행을 말할 때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각개약진주의는 일종의 극단적 개인주의라고 볼 수 있는데,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는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말에 의문을 순간 품지만 “한국에서 생존 경쟁이나 사회적 문제의 해결은 개인주의적이지만 삶의 가치나 타인지향성만큼은 집단주의적이다.”란 주장에 동의하게 된다. 이 책에서 자주 인용되는 월드컵 신드롬은 ‘각개약진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한 집단주의 축제’라는 말에 그 시절 나의 모습이 이해되었다.

이후 나오는 코드들도 이런 키워드를 통해 분석하고 해석되어진다. 또 분단으로 인해 남한을 섬이라고 표현했을 때 이런 지정학적 위치가 우리 삶에 미친 영향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낯설지만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것은 9가지 코드를 통한 해석과 분석이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보려고 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발전에 기여한 부분을 정당하게 평가하고 인정하고 그 후 문제점들을 보자는 것이다. 물론 그 바탕에는 자신의 철학이 깔려있다.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으려는 노력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만약 간단한 책 소개를 보고 싶다면 책 뒷면에 나오는 코드와 간략한 요약들을 참고하라고 말하고 싶다. 호기심이 생긴다면 그 속에서 한국적 삶의 코드를 하나씩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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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로스트 Moon Lost 1 문로스트 1
호시노 유키노부 지음 / 애니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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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노 유키노부란 이름을 내 머릿속에 각인하게 된 작품이 있다. 그것은 <2001 스페이스 판타지아>다. 이 만화를 읽으면서 이전에 많이 읽었지만 몰랐던 일본만화의 다른 재미를 알았고, sf문학이 어떻게 만화 속에서 구현되는지 볼 수 있게 되었다. 워낙 일본이 만화의 강국이다 보니 당연한 듯 느껴지는 부분이 있지만 sf문학을 잘 그려내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낯선 환경과 외계를 어떻게 표현할 것이며, 미래의 삶을 어떤 식으로 풀어낼지는 특히 어려운 문제다. 거기에 각 개인이 상상하는 이미지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가 하는 문제도 있다. 이런 모든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충분히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만화였다.

이런 기대를 안고 읽은 비교적 신작 <문 로스트>는 전작을 뛰어넘기에는 힘이 부쳤다. 작가가 그려내고 표현하는 미래의 풍경이 변함없이 뛰어나지만 깊이와 풍성함에서 약간의 아쉬움을 준다. 물론 이것이 작가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쩌면 나의 높은 기대치가 만들어낸 환상 탓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배경이 되는 브레인월드 이론에 대한 낮은 이해도도 문제다. 우주가 얇은 두께의 막과도 같다는 개념인데 이 얇은 거리 속에서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한다는 이론이다. 인공적으로 극소형 블랙홀을 만든다는 설정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개념을 뒤흔들 정도라 더욱 그렇다. 

시작은 할리우드 영화의 방식으로 시작한다.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전체 길이 51킬로미터의 거대한 소행성이 있다. 초속 43Km로 날아온다. 이 설명만 가지고는 사실 어느 정도의 위협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할리우드 영화라면 멋진 영웅들이 등장하여 이 운석의 방향을 바꾸거나 폭파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과학적으로 이런 작업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브레인월드 이론과 인공적인 극소형 블랙홀이다. 뒤로 가면 이 이론이 참 재미있는 방향으로 상상력이 표출되는데 이것은 나중의 문제다. 지금은 하나의 정설처럼 굳어지고 있는 공룡 멸망설의 원인인 소행성보다 훨씬 크게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 이 소행성을 제거하기 위해 달기지에서 극소형 블랙홀을 만든다. 그런데 이것이 계산하고 예측했던 결과를 벗어난다. 극소형 블랙홀이 소행성과 함께 달도 삼켜버린 것이다.

지구에서 항상 보이던 달이 사라졌다. 달의 조석 효과가 사라지면서 지구에 뒤틀림이 생기고, 일기에 대 격변이 일어난다. 극지의 얼음이 녹아 낮은 지대는 물에 잠기고, 북미대륙은 영화 <투모로우>처럼 얼어붙는다. 지구와 달의 인력관계가 사라지면서 안정적이었던 지구의 기울기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문제는 이 변화가 고착되지 않고 계속 움직인다는 것이다. 축이 변하면서 기온의 변화가 고정되지 않고 불안이 높아진다. 이것을 해결할 방법은 달과 같은 크기의 위성을 하나 만들거나 가져오는 것이다. 그 달은 바로 목성의 제2위성 에우로파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한다. 

첫 사고 후 15년이 흐른다. 새로운 인물들이 나온다. 뒤틀린 지구에서 힘의 균형도 큰 변화가 있을 듯한데 작가는 썩어도 준치라고 중심세력을 유럽과 미국으로 설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두 대륙의 대립이다. 만약 지금 에우로파를 지구의 달로 만든다면 미국은 현재의 얼어붙은 땅으로 남아야한다. 강대국의 이익이 이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20년 뒤 미국이 예전의 기온 상태일 때 달을 가져오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재의 불안정을 걱정하는 유럽과 달이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진 이슬람 국가들은 현실이 더 중요하다. 이런 갈등을 안고 에우로파를 포획하기 위해 우주선은 지구를 떠난다.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는 과학적인 설명과 이익집단들의 갈등과 자기희생 같은 약간은 전형적인 것들이다. 거기에 더해지는 하나의 가설은 두꺼운 에우로파의 땅 밑에 새로운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약간 다른 쪽으로 흘러간다면 이 생명체와의 교신이나 대립 등도 나올 법도 한데 작가는 그 존재 의미만 다룰 뿐 더 나아가지 않는다. 그리고 갈등하는 두 강대국의 대립과 음모의 연속은 예상했던 긴장감을 고조시키기보다 오히려 하나의 에피소드처럼 다가온다. 살짝 아쉬운 대목이다. 거대하고 위대한 작업과 이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의 열정에 더 초점을 맞췄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만화계의 아서 C. 클라크로 불린다고 한다. 분명히 거장의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소설이 아니라 만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 읽기 편하다. 하지만 분명히 아서 C. 클라크와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새로운 이론을 과학적으로 잘 표현했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점이 있지만 극적 장치를 만들고 풀어내는 방식에서 차이가 난다. 특히 아쉬웠던 갈등과 음모 부분은 더욱 그렇다. 인간적인 면을 본다면 호시노 유키노부가 더 자세하다. 이 부분은 취향에 따라 많이 갈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만화를 읽으면서 한 가지 분명하게 느낀 것은 이 작가의 만화 모두 읽고 싶다는 욕망이 강하게 생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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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컨스피러시 뫼비우스 서재
스코트 마리아니 지음, 이정임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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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가 살리에르에게 독살되었다는 가설을 사람들에게 강하게 심어준 작품이 바로 영화 <아마데우스>다. 이 영화 덕분에 가설은 하나의 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이런 하나의 가설이나 설정이 사실처럼 굳어진 것이 우리 주변에는 상당히 많다. 그것이 상업적으로 혹은 애국심과 연결될 때 그 위력과 영향력은 더 오래가고 커진다. 반면에 음모론이 오랫동안 지속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것은 역시 뛰어난 작가나 영화 감독의 작품 속에서 다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프리메이슨에 대한 수많은 음모론은 단연 돋보인다.

사실 이제는 프리메이슨에 대한 음모론이 조금은 식상하다. 너무 많이 접했고, 너무 자주 다루어졌고, 과장되게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분명 역사적 사실에서 출발했을 텐데 후세 역사가나 작가들이 이를 부풀리면서 신뢰도에 의문이 생긴다. 또 어떤 작가는 좋은 조직으로, 다른 작가는 악마 숭배자 등으로 그려내면서 그 정확한 실체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런데 이번 소설에서 작가는 프리메이슨에 대한 나의 기존 상식을 다른 시각에서 보게 만들었다. 하나의 조직을 동전의 앞뒷면처럼 밝은 면과 어두운 면으로 나눈 것이다. 그리고 어두운 조직이 어떻게 현실에서 그 힘을 계속 발휘하게 되었는지 간략하지만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하지만 그 이상 더 깊은 곳으로까지 파고들지는 않는다.

늘 그렇듯이 광고 문구는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제임스 본드와 다 빈치 코드의 완벽한 만남이란 문구는 더욱 그렇다. 스파이 액션물의 정점 중 하나인 제임스 본드와 팩션에 거대한 획을 그은 <다 빈치 코드>을 동시에 나타내는데 눈길이 머물지 않는다면 아마 장르 문학 애호가가 아닐 것이다. 물론 이 작품을 선택해서 읽고 안 읽고는 다른 문제다. 개인적으로 팩션 스릴러보다 액션 스릴러로 더 분류하고 싶은데 사실 이런 분류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억지로 분류하자면 팩션보다 액션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전직 SAS 대원이었던 벤 호프임을 생각하면 말이다.

최근에 읽은 액션물에서 주인공들의 활약은 거의 초인에 육박한다. 거칠고 무자비하면서 조금의 주저함도 없다. 이런 액션은 보는 순간 시원하고 통쾌하지만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무협이 어느 순간 인간의 경지를 넘어 신의 영역에 가까워지는 것을 본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이런 장면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이나 화려함은 눈을 떼기 힘들게 만든다. 하지만 점점 더 현실에서 벌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이 저절로 그런 장면에 머문다. 더욱 더 화려하고 아름다운 장면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나 또한 그런 것들에 중독되었으니.

벤 호프 시리즈 중 첫 권이다. 현재 모두 6권이 나왔다. 이제 한국에 처녀작이 나왔으니 다섯 권의 즐거움이 남아있다. 즐거움이란 단어를 사용한데는 이 캐릭터가 보여준 무자비하고 주저함 없는 액션 때문이다. 그는 처음 등장한 순간부터 그랬다. 납치된 아이를 구하는 장면에서 보여준 활약은 어릴 때 가장 좋아하던 방식이다. 분노를 그대로 표출하지만 냉정한 판단은 결코 버리지 않는 인물 말이다. 특히 살인에 대해서. 그의 이런 행동은 그가 사랑했던 여인 리 루엘린의 전화를 받고 간 순간에도 멈추지 않는다. 아니 더 빨라지고 무자비해졌다.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해서. 

사건의 발단은 리의 오빠 올리버의 죽음이다. 그는 하나의 장면을 목격하고 이를 핸드폰으로 찍었다. 불행하게도 이 사실이 발견된다. 쫓기는 와중에 찍은 동영상을 전송하려는데 불행하게도 인터넷 연결이 끊어진다. 시디로 구워 동생에게 우편으로 발송하지만 그 직후 악당들에게 잡힌다. 그를 죽이는 방법으로 악당들은 겨울철 익사를 선택한다. 공식적으로 익사로 처리되었고, 너무나도 매끄러운 증인들로 주변사람들이 납득했다. 그런데 리의 인터뷰에서 다시 과거의 사건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리를 납치하려고 했고. 이에 두려움을 느낀 그녀가 옛 연인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그 이후 장면들은 쫓고 쫓기는 전형적인 과정을 겪으면서 하나씩 비밀을 파헤치는 것이다. 이 진행이 어느 정도 <다 빈치 코드>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다. 바로 벤 호프다. 

올리버가 남긴 단서를 쫓아다니면서 파헤쳐지는 사실들은 그렇게 큰 충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프리메이슨의 어두운 조직이 어떻게 그 힘을 키워왔는지도 자세하게 다루지 않는다. 정보의 깊이나 양에서 충격을 줄 정도가 아니다. 이런 음모론이 중심에 있다는 느낌보다 벤 호프의 활약에 더 눈길이 간다. 유럽 대륙을 돌아다니며 의혹을 파헤치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음! 그런 숨겨진 비밀이 있었군.’ 할 정도가 아니다. 이 부분은 사실 아쉽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을 단숨에 날릴 정도로 몰입하게 만드는 벤의 활약과 몇몇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는 매혹적이다. 그리고 마지막 설정과 장면은 과유불급이다. 멈춰야 할 곳에 멈추지 못하고 더 나간 것이다. 그럼에도 벤 호프 시리즈 다음 권이 기다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개인적으로 이런 액션을 좋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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