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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게 - 제144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2011년 나오키 상 수상작이다. 이전까지 읽은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들은 모두 미스터리였다. 그래서 당연히 이번 소설도 미스터리로 생각했다. 책 소개를 읽으면서도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접근하다보니 심한 착각을 하게 되었다. 아마도 아버지를 죽음으로 몬 암이라는 병에서 게의 이미지를 떠올리고 집게발로 엄마의 애인을 해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는 문장에서 선입견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 선입견을 빨리 떨어내었어야 하는데 요즘 복잡한 마음과 피곤한 몸 때문에 계속 머릿속에 쥐고 있었다. 덕분에 이 책이 지닌 재미와 가치를 완전히 누리지 못했다. 빠르게 읽기는 했지만.

할아버지 쇼죠와 신이치가 밥상에 앉아 이야기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평범해 보이는 가정의 풍경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없다. 아버지는 일 년 전 암으로 죽었다. 이 풍경 뒤에 있는 엄마의 다른 모습을 신이치는 낮에 봤다. 다른 남자와 함께 차에 앉아 있었고, 키스를 하는 장면을 본 것이다. 겨우 일 년 전 아버지를 잃은 아이에게 이 장면은 너무 가혹하다. 한창 친구들과 어울려 놀아야 하는 아이에게 이런 환경은 적응하기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에 아버지의 실직 때문에 이사를 하면서 제대로 친구도 사귀지 못하고 있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전학 온 하루야를 제외하면 말이다.

엄마의 밀애 장면을 보게 된 것도 하루야와 놀 던 중이었다. 둘은 바닷가에 조그마한 수제 통발을 놓아두고 여기에 잡힌 고기들을 가지고 논다. 작은 물고기, 조그만 새우, 게, 멸치 따위가 잡히는 통발이다. 그날 여기 잡힌 소라게를 보고 하루야가 말한다. 불로 지지자고. 그 당시는 단순한 놀이였다. 이 두 소년이 할아버지와 함께 신사를 다녀온 후 장난처럼 소라게를 소라검으로 부르고, 지지는 행위를 통해 소원을 빈다. 이 소원은 처음에는 아주 자그마한 바람이었다. 하지만 소원이 이루어지자 더 큰 바람을 가지게 된다. 이 소원은 아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들이다. 이 변화를 통해 소년들은 성장하고 그들이 가진 가장 큰 고민이 밖으로 드러난다.

신이치의 유일한 친구인 하루야의 가정은 평온하지 않다. 아버지는 폭력을 휘두르고, 엄마는 이것을 전혀 막으려고 하지 않는다. 하루야에게도 신이치는 아주 특별하다. 전학 왔다는 공통점도 있지만 감정적인 유대감으로 이어져 있는 유일한 존재다. 신이치가 첫 번째 소원 성취하고 즐거워할 때 같이 있어주었고, 신이치의 책상 속 이상한 편지에 대한 상담역을 자처하면서 고민들 들어준 것도 그다. 하지만 이 소년의 이런 행위는 불안감에서 비롯했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그 어떤 평온을 가지지 못한 그였기에 신이치의 존재는 그 무엇보다 큰 것이다. 이 둘 사이에 나루미가 끼어들었을 때 그가 불안과 불편과 질투의 감정을 내비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나루미는 학교에서 엄청 인기 있는 여자 아이다. 왕따 같은 존재인 신이치와 그녀가 우연히 밤에 함께 걷게 된다. 간단한 이야기가 오고 가는데 나루미의 가정사에는 한 가지 숨겨진 비밀이 있다. 그것은 할아버지 쇼조가 다리 하나를 잃은 사건과 관계있다. 그 사건 때 나루미의 엄마가 죽은 것이다. 비록 10년 전 사건이지만 엄마 없이 자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밖으로 드러난 그녀의 행동과 태도는 나무랄 데 없이 평화롭고 뛰어나다. 그녀가 신이치 등과 어울리고, 자신의 감정을 조금씩 드러낼 때 아직 소녀임을 보여준다. 

이 세 아이들의 행동과 심리를 신이치 중심으로 풀어낸다. 그들의 현재와 과거가 밝은 미래를 낙관하기에는 너무 어둡다. 신이치와 나루미가 자신의 엄마, 아빠가 누군가를 사귄다는 사실을 알지만 숨기는 행동 속에 그들의 바람이 그대로 묻어난다. 이 바람이 더 과격한 것은 신이치다. 그것은 죽은 아버지와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고, 성장기에 엄마가 지닌 무게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좀더 무리하게 이 소설 속 인연을 삼각관계로 해석할 수 있다. 신이치와 엄마와 엄마의 밀애 대상이자 나루미의 아버지와의 관계, 나루미와 아빠와 신이치 엄마와의 관계, 신이치와 나루미와 하루야의 관계 등으로 말이다. 이 관계 속에서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고 악의를 품는 존재는 세 아이들이다. 이 세 아이들이 점점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낸 부분은 성장소설로 읽을 수 있고, 그들의 감정을 숨기고 비튼 부분은 한 편의 추리소설로도 볼 수 있다. 마지막에 신이치가 우는 장면은 이 모든 감정을 씻어내는 것이자 조금 성장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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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클라크와 함께 SF의 황금시대를 이끈 로버트 하인라인의 소설. 세대우주선 SF의 고전으로 불리는 작품으로, 국내에서 처음 발간되는 정식 한국어판 완역본이다.  

요즘은 이전과 달리 장르문학에 올인하지 않지만 이전에는 미친 듯이 읽었다. 그중 한 장르인 sf문학은 상당히 귀한 편이었는데 하인라인의 작품은 더욱 그랬다. 하지만 운 좋게도 헌책방에서 구할 수 있어 그 재미를 만끽했는데 이 정식 완역본은 그 옛 추억을 되살려주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간과 개의 말을 알아듣는 우아한 고양이 마들렌 여사. 어른 세계에 호기심이 많은 초등학교 1학년 소녀 가노코. 그리고 오랫동안 가노코네 집 마당을 지켜온 늙은 개 겐자부로. 어느 봄날, 비를 피하려던 마들렌은 우연히 겐자부로의 집으로 들어오게 되고 그들의 나른한 일상에 믿기 힘든 작은 기적이 찾아오는데… 

봄날의 백일몽처럼 아련하고 달콤한 일상 판타지의 세계란 말에서 그냥 빠지게 된다. 좋아하는 모리미 도미히코와 함께 ‘교토 2인방’으로 불린다는 사실도 흥미롭지만 그 동안 읽은 그의 작품들도 상당히 좋았다. 애묘가들에게 적극 추천한다고 했는데 고양이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것이 유일한 불안 요소다.  

 제115회 나오키상 수상작 <얼어붙은 송곳니>로 국내에 이름을 알린 작가 노나미 아사의 소설. '자백 받아내기의 달인'이라 불린 형사 도몬 코타로의 사건 기록을 담은 이 책은 쇼와40년(1965년)부터 60년(1985년)까지를 배경으로 한 중편 '낡은 부채', '다시 만날 그날까지', '돈부리 수사', '아메리카 연못'을 담은 연작 경찰소설이다.  

자백 받아내기의 달인은 과연 어떤 비법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오랫만에 접하는 노나미 아사의 소설이란 점이 반갑다. 연작 경찰소설이란 점도 나의 취향과 맞아 떨어진다. 그녀의 특징인 심리묘사가 이번엔 어떤 재미를 줄지 기대된다. 

   

국내 첫 번역되는 조지 오웰의 장편소설. 조지 오웰은 작가로서의 삶의 큰 전환점이 되었던 1936년을 거치며 그 이후 자신이 쓴 모든 글은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작업의 일환이라 술회한 바 있는데, 이 소설은 그러한 문학적 입장에 입각한 첫 소설 작품이자, 자신의 대표작 <1984>에 담긴 많은 문제 의식의 씨앗을 엿볼 수 있는 장편소설이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조지 오웰의 작품인데. 중년의 뚱보 보험영업사원이 감행한 1주일간의 일탈 속에서 작가는 어떤 삼과 사회의 풍경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이번 소설이 다른 소설처럼 엄청난 상징과 은유 속에 있는 것은 아닐 것이란 기대를 가져본다. 

 「시원의 책 The Books of beginning」3부작 시리즈 중 첫 번째 책으로 시간에 대한 마법이 깃든 지도책 ‘아틀라스’ 두고 삼남매가 펼치는 가슴 뜨거운 여정을 담고 있다. 2010년 볼로냐 북 페어를 가장 뜨겁게 달군 것은 물론,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미국 전역의 인디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것은 시원의 책이다. 책에 대한 판타지란 점이 청소년물이라는 것에도 불구하고 기대하게 만든다. 다양한 사람들의 호평도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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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문트인 과학자 - 데이터 조각 따위는 흥미롭지 않아요. 특히 숫자!
랜디 올슨 지음, 윤용아 옮김 / 정은문고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특이한 이력을 가진 저자다. 하버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정년이 보장된 해양생물학 교수직을 그만 둔 후 남캘리포니아대학교(USC) 영화과에 입학했다. 말하기는 쉽지만 이런 안정된 직장과 직위를 포기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도 적지 않은 나이에 말이다. 그럼 왜 그는 이런 행동을 했을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이 바로 이 책이다. 그는 저자의 말에서 “대중과의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과학이 전문가와 과학자들끼리만 알아먹을 수 있는 고리타분한 학문이 아님을 증명해주기를”(10쪽) 바라면서라고 말한다. 원제 ‘그런 과학자는 되지 말아요’에서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아주 가끔 과학서적을 읽는다. 거의 대부분 힘들게 읽었다. 저자들이 전혀 독자와 소통하려는 의도가 없기 때문이다. 서평을 보면 알기 쉽고 명확하다는 평들이 많지만 실제 일반 독자에게 그런 경우는 드물다. 정말 아주 가끔 보게 되는 과학 다큐는 더 심하다. 순간 집중은 하지만 그 집중력이 계속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 전 이런 현상에 대한 원인을 무조건 나에게서 찾았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은 저자 탓을 해도 될 것 같다. 과학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글을 쓰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왜 그렇게 어려운지도.

부제를 보면 숫자가 흥미롭지 않다고 말한다. 사실 숫자들과 그래프가 나열되면 경제학 전공인 나도 머리가 아프다. 전문용어나 약어가 남발할 때는 그 단어를 검색하지 않으면 도저히 알 수 없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것을 상식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단어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 분야 종사자나 극소수의 일부만 그렇다. 이런 현실에서 누가 아주 쉽고 대중적인 과학 책을 쓴다면 어떨까? 아마 그를 뛰어난 과학자로 보지 않고 대중에 들러붙은 가벼운 과학자로 폄하할 것이다. 아니라고? 실제 대중적으로 엄청난 인기와 영향력을 보여줬던 칼 세이건의 사례로 알 수 있다. 연구 성과와 상관없이 그는 국립과학원에 들어가지 못했다. 저자는 과학자들이 그의 인기를 용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의 사례를 읽게 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수많은 이야기 중 예전에 과학자들은 대중의 관심을 받았는데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정부 용역 등을 하면서 점점 멀어졌다고 지적하는 대목을 보면서 놀란다. 물론 텔레비전을 통해 새롭고 놀라운 과학 정보가 제공된다. 하지만 이 정보들은 극히 일부분이고 상업화와 관련된 것들이다. 다행인 것은 이 내용들은 비교적 쉽게 대중에게 다가간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런 발표가 돈이나 정지적 목적을 위해서란 것이다. 과학자의 표현을 빌리면 제대로 완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낯익지 않는가. 불과 몇 년 전 한국을 휩쓸었던 사건을 생각하면 이해가 더 빠를 것이다.

과학은 ‘아니다’에 핵심이 있다. “과학은 이미 정립된 요소를 다루는 학문이 아니라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요소들을 걸러내는 학문”(185쪽)이라고 한다. 이런 특징은 그들을 비평적으로 만든다. 사실 이런 것들이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 더 문제는 그들이 자신들의 시선에서 과학을 설명하고 접근한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당연한 것이 일반 사람들에게 얼마나 어려운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들으면서 나도 수없이 그런 경험을 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머리와 복부에 대한 그의 설명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과학의 커뮤니케이션 부족을 말하고 있지만 이것을 개인에게 적용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 삶과 업무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자기계발서나 커뮤니케이션 책이었다면 조금 지루했을 텐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어 잘 읽힌다. 그가 만든 영화가 어떤 반응을 가져왔고, 그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려줄 때 과학뿐만 아니라 영화와 삶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저자는 대중과 호흡하는 과학자가 되길 바란다. ‘그런’ 과학자가 되지 말고. 지나가듯이 간결하게 설명한 곳에서 드러나는 의미심장한 내용들은 광고나 홍보 등에 적용해도 될 것 같다. 그보다 가장 먼저 나부터 바꾸고 적용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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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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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내 심장을 쏴라>를 재미있게 읽었다. 이전에 쓴 서평을 보니 앞부분에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아니다. 초반부터 강한 흡입력을 보여줬다. 열두 살의 소년이 자기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여 호기심을 불러오고, 성장한 현재 그가 어떤 삶을 살고 있고, 살아왔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곧 왜 그의 아버지가 그 엄청난 사건의 주인공이 되어야 했는지, 그를 계속해서 쫓으면서 괴롭히는 사람이 누군지, 혹시 다른 반전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품게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7년 전 밤으로 돌아간다.

소년의 아버지 최현수는 살인마로 불린다. 그는 7년 전 한 소녀의 목을 비틀어 죽이고, 자신의 아내를 강에 던져 죽였다. 거기에 세령댐의 수문을 열어 아랫동네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다. 가장 쉽게 이유를 찾는다면 단순히 정신에 이상이 있는 살인마로 충분하다. 하지만 너무나도 당연하고 분명해 보이는 그 사건 뒤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그 비밀을 찾아서 한 편의 소설로 만드는 인물이 있는데 그가 바로 소년을 거둬 키운 아저씨 안승환이다. 이 아저씨는 그 당시 소년의 룸메이트였고,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그 사건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다. 어린 소년이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사실에 친족들에게 버림받았을 때 받아들이고, 소년 주변으로 계속 선데이매거진이 와서 그와 주변을 뒤흔들 때 같이 옮겨 다닌 사람도 바로 그다. 그의 소설을 통해 소년은 그 날 밤 일어난 사건의 진실에 한 걸음 다가간다.

승환은 세령댐 보안팀원이다. 새로운 보안팀장으로 최현수가 온다. 최현수는 전직 프로야구선수다. 아마추어 시절 대단한 경력을 보여줬지만 프로에서는 2군을 전전하다 은퇴했다. 야구선수로만 지냈으니 그가 다른 특별한 능력이 있을 리 없다. 있다면 190이 넘는 건장한 체격 정도랄까. 야구 말고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그에게 악바리 같은 아내 은주가 있다. 그녀의 과거사도 결코 평범하지 않다. 술집 작부 출신의 엄마와 그 밑에 주렁주렁 달린 동생들이 있었다. 그 삶을 벗어나려고 달아났지만 결코 성공하지 못한 그녀다. 그런 그녀가 동생 대신 나간 소개팅에서 현수를 만났고, 아들 서원을 낳았다. 성공한 프로야구선수 아내였다면 인생이 바뀌었겠지만 인생이 그렇게 평탄할 리 없다. 덕분에 그녀는 악바리 같이 돈을 모으고 대가 더 센 여자가 된다.

현수가 선수 생활을 그만두게 된 데는 용팔이로 불리는 왼팔 신경 질환이 있다. 선수시절 부상과 심리적 요인이 겹쳐서 만들어낸 병이다. 선수를 그만 둔 그가 하는 것은 야구 구경과 술 마시는 일이 거의 대부분이다. 하나 더 꼽는다면 아들 서원이와 놀아주는 것 정도. 이런 그가 아내의 자기 집 갖기 계획에 의해 사택이 있는 세령댐으로 발령이 난다. 사택을 찾아가던 중 그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다. 그것은 음주운전에 한 소녀를 차로 친 것이다. 무면허 음주운전이 아니었다면 소녀를 병원에 데리고 갔을지 모르지만 그는 자신이 가진 조그마한 것을 잃지 않기 위해 아직 죽지 않은 소녀를 죽인다. 그리고 세령댐에 그녀를 버린다. 뺑소니가 살인으로 변하는 순간이자 그의 삶이 완전히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다.

그날 죽은 소녀의 이름은 세령이다. 그 마을 지주이자 치과의사인 오영제의 딸이다. 늦은 밤 그녀가 차에 치이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아버지 영제의 폭력이다. 영제는 자신의 폭력을 교정이라 부른다. 이 폭력은 아이뿐만 아니라 아내에게도 적용된다. 그는 오만방자하고 안하무인이다. 자신의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그에 맞지 않으면 교정을 생각하는 인물이다. 아내가 그의 폭력에 못 이겨 도망간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딸을 데리고 가지 않았다. 어린 딸은 아버지의 폭력에 무참하게 노출된다. 한 번은 승환의 도움으로 병원에 가지만 늘 그렇듯이 지주의 위력과 가족문제는 다른 사람이 참견하기 쉽지 않다. 그 날 밤도 이런 교정을 피하던 중에 발생했다.

이런 상황들을 하나씩 객관적으로 관철하는 인물이 있다. 승환이다. 그의 이력도 평범하지 않다. 군 특수부대 출신으로 문학에 뜻을 둔 청년이다. 가족을 보면 그의 삶이 그들의 바람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력과 더불어 세령과 연결된 사건은 단순한 관찰자로만 머무르지 않게 만든다. 뺑소니와 살인의 피해자인 세령의 시체를 수중에서 만난 인물이자 현수와 영제의 현재를 가장 가까이서 본 인물이기 때문이다. 세령의 죽음에 대해 처음에는 영제를 의심하지만 그를 둘러싼 상황이나 분위기가 예상과 다르다. 영제가 승환에서 현수로 관심이 옮겨가면서 그도 같이 움직이는데 이 과정을 그는 심리 묘사로 통해 잘 표현하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양면을 말이다.

7년 전의 밤은 두 가족과 한 사내의 파멸을 담고 있다. 거기에 하나의 수수께끼로 품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달려가면서 그 수수께끼가 풀리기 시작한다. 이런 설정과 전개 때문에 한 편의 추리소설로 불려도 부족함이 없다는 평이 나온다. 딸 세령을 죽인 범인을 추리하고, 그를 위해 복수를 준비하는 영제의 치밀하고 잔혹한 행동은 섬뜩할 정도다. 또 이 두 가족이 지닌 불안정과 위태로움은 하나의 사건을 통해 폭발한다. 자기 가족을 지키려는 현수의 노력이나 이것을 용서할 수 없는 영제 모두 다른 사람들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들의 뒤틀린 과거사와 삶이 이것을 더욱 가속화시킨다. 묵직하면서도 강한 울림을 주는 이 소설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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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오단장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은 <인사이트 밀>의 작가다. 이 작가의 소설은 모두 다섯 권이 번역되었는데 대부분 가지고 있다. 사놓고 읽지 않은 것은 책 욕심에 사놓은 책들 밑으로 깔려서 그런 것도 있지만 점점 책 읽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책을 사는 것은 이전에 비해 많이 줄었는데 그래도 집은 이미 책으로 가득하다. 신간 위주로 많이 읽는데 사는 즉시 읽지 않으면 점점 더 뒤로 밀린다. 그러다 지난 일요일 갑자기 약속이 깨지면서 이 책을 빼서 읽기 시작했다. 바로 앞에 읽은 작품이 <소녀지옥>이었다. 그 기괴함을 단숨에 털어내는데 많은 도움을 준 것이 바로 이 소설이다.

<소녀지옥>에서 받은 무거운 느낌이 이 소설에서 단숨에 날아갔다. 왠지 무지 가볍게 읽히기 시작했다. 문장과 상황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읽기 전에 간단한 책 정보를 가지고 있었는데 부정확한 기억도 상당히 많았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다섯 단편 소설을 찾는 인물이 요시미츠가 아니라 그 단편을 쓴 작가의 딸 키타자토 카나코라는 것이다. 헌책방에서 일하며 그녀의 바람을 도와주는 요시미츠가 돈을 목적으로 이 다섯 단편을 쫓기 시작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착오다. 하지만 이런 착각이나 착오가 소설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요시미츠는 휴학생이다. 집안에 문제가 생겨 큰아버지 고서점에 얹혀산다. 당연히 고서점을 일을 돕는다. 어느 날 한 여자가 전날 매입한 코노 주조의 장서 중 잡지 한 권을 구입하려고 온다. 20년쯤 전에 발행한 동인지다. 동인지 전부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카노 코쿠뱌쿠란 필명으로 짧은 소설이 실린 호만 사고자 한다. 가격은 원하는 대로 주겠다고 한다. 주인이 아닌 상태에서 즉시 답할 수 없다. 찾으면 연락을 주겠다고 말하고 돌려보낸다. 책을 찾아 혹시 그 가치를 놓친 부분이 있나 하고 큰아버지에게 상의한다. 그런데 특별한 가치가 없다고 하며 천 엔을 부른다. 다음 날 그녀에게 연락을 하여 이 책을 건내준다. 그 사이에 그녀가 찾던 작가의 단편을 복사해놓는다. 그리고 그녀에게 전해주고 왜 그녀가 이 책을 찾게 되는지 이유를 듣는다. 그것은 이 작가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작품이란 것이다. 

이 잡지를 받은 후 그녀는 아버지가 남긴 다른 소설들도 찾기를 원한다. 요시미츠에게 그 소설들을 찾아달라고 의뢰한다. 한 편 찾을 때마다 10만 엔이란 적지 않은 금액을 내걸고 말이다. 자신의 독립을 위해 그는 큰아버지에게 알리지 않고 나머지 단편소설들을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된다. 작가는 이 과정을 통해 조각들만 보여준다. 전체적인 윤곽을 드러내는 것은 뒤에 가서다. 다섯 편의 리들 스토리를 통해 과거를 새롭게 인식하고 추론하게 만든다. 어떻게 보면 의미 없을 것 같았던 다섯 편의 단편들이 거대한 의미와 상징을 지니고 앞으로 나온다.

리들 스토리는 열린 결말을 말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독자의 상상력에 의해 결말이 바뀔 수 있다. 요시미츠가 처음 찾아낸 <기적의 소녀>도 한 문장으로 완전히 다른 결말이 가능하다. 이런 소설을 다섯 편이나 남겼는데 그 작품들이 특별하게 뛰어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카나코는 아버지가 남긴 기록 속에서 마지막 문장을 발견하고 열린 결말의 정답을 보게 된다. 문제를 모르니 그 정답이 소용이 없다. 그래서 그녀는 문제를 찾고자 요시미츠에게 부탁한 것이다. 처음에는 요시미츠도 돈에 눈이 멀었지만 그 단편들을 찾고, 읽고, 관계자를 만나고 조사하면서 한 작가의 단순한 창작활동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기본 줄거리는 카나코의 의뢰에 의해 단편 소설을 찾는 것이지만 실제 그 뒤에 숨겨진 의미는 하나의 사건에 대한 진실 찾기다. 리들 스토리를 통해 과거 사건을 비유와 상징으로 풀어놓았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그가 남긴 답이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이 소설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고, 이 소설도 하나의 큰 리들 스토리임을 알린다. 제목처럼 단편 소설을 통해 진실을 찾아간다는 설정 자체가 상당히 신선하고, 이런 상황들을 하나로 엮어내는 요시미츠에게 매력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요시미츠의 고서점 탐정 역할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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