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세상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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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읽은 최인호의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가 최초 전작 장편소설이었는데 이 작품 <낯익은 세상>도 생애 최초 전작 장편소설이다. 두 거장이 처음으로 전작 장편을 썼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비슷한 제목으로 책을 내놓았다는 것이 더 신기하다. ‘낯익은’이란 단어는 똑같지만 두 거장이 현재 바라다보는 곳은 다르다. 최인호가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에서 자기 내면으로 파고들어갔다면 황석영은 낯익은 세상의 과거 속으로 들어갔다. 이 두 노장의 시도를 정확하게 가름하기 쉽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반갑고 즐거운 일이란 것이다.

낯익은 세상에서 다루어지는 시공간은 1980년대 초 난지도다. 시간은 딱부리 최정호의 아버지가 삼청교육대로 잡혀간 사실로, 장소는 쓰레기 매립지라는 것으로 쉽게 알 수 있다. 작가가 이 시공간을 배경으로 쓰게 된 데는 작가의 말에서 “모든 것을 쓸어버린 뒤의 폐허에 남아 있는 연민을 위한 것”이란 것으로 알 수 있다. 노년 문학을 본격적으로 펼치면서 치열한 전위를 멀리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문장들을 읽으면서 몇 년 전 갑자기 이명박을 칭찬하고 함께 했던 그가 떠오른 것은 왜 일까? 

그 옛날 가장 앞에서 낮은 곳에서 세상을 함께 보던 그다. 이번 소설도 그런 곳에서 시작한다. 꽃섬이란 예쁜 이름 뒤에는 쓰레기 매립지라는 결코 아름답지 못한 장소가 숨겨져 있다. 이제는 난지도라는 이름보다 하늘정원이니 발전소 등으로 바뀌어 예전의 더러운 모습이 사라졌지만 희미한 기억 속에 그곳이 아직도 뚜렷하게 생각난다. 그리고 얼마 전 동남아나 인도나 중남미 국가의 쓰레기 산을 본 것이 같이 떠올랐다. 그때 나의 반응이 지금도 생생하다. ‘어떻게 저런 데서 살 수 있지’ 하고 무심코 말을 내뱉었다. 빼빼 마른 가족들의 처참한 생활을 보고 안타까움과 연민을 느꼈는데 이 책을 읽자마자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바로 2~30년 전 서울 난지도에서 그와 별다른 차이 없는 삶을 산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빠르게 발전하고 변하는 한국 현실에서 아름답지 못한 과거가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지워져 있었다. 이것을 보면 그 옛날 민주투사로 불렸던 사람들의 변심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면죄부를 줄 생각도 동조할 생각도 없다.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지만 가계를 책임지고 있던 가장이 사라지면 남은 가족들의 삶은 힘들어진다. 먹고 살기 위해 은밀한 유혹이 담긴 것을 알지만 이사를 한다. 그래서 딱부리와 엄마가 가게 된 곳이 꽃섬이다. 이 모자를 데리고 간 인물의 얼굴에 검은 반점이 크게 있는데 이 때문에 딱부리는 그를 아수라라고 부른다. 마징가Z에 나오는 악당이다. 그는 꽃섬 매립지에서 쓰레기차가 들어오면 그 쓰레기 더미 속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차지할 권리를 가진 반장이다. 지금이야 아파트 등에서 분리수거를 잘 해서 쉽게 실어갈 수 있지만 그 시절에는 분리수거가 없던 때다. 그러니 잘만 건지면 먹고 재활용할 것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어디서 오는 쓰레기냐에 따라 권리금이나 하루벌이가 달라진다. 당연히 최고는 미군부대고, 부자 동네일수록 높다.

이런 환경 속에서 딱부리는 아수라반장의 아들 땜통과 친해진다. 약간 어눌해 보이지만 그가 데리고 다니면서 보여주는 것을 보면서 딱부리는 한 수 접어준다. 낯선 환경에서 땜통이 보여준 풍경과 만남이 아이의 상식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특이 빼빼엄마와의 만남은 더욱 그렇다. 빼빼엄마는 이 소설 다른 사람들처럼 본명으로 불리지 않는다. 늙은 치와와 빼빼를 키우기 때문에 그렇게 불리는데 신기가 살짝 있다. 어떻게 보면 미친 것이지만 그녀의 몸은 귀신이 잠시 들어왔다가 머물다 간다. 여기에 예전에 꽃섬에 살았던 귀신 가족을 등장시켜 쓰레기 섬 그 이전의 아름다웠던 꽃섬을 보여준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가 파괴하고 잊고 있던 세계와 현실이 함께 공존하고 있었음을 알려준다. 지금은 점점 사라지고 파괴되고 있지만.

80년대 도시 하층민의 삶을 통해 우리의 삶을 말한다. 빼빼엄마가 꽃섬에 큰 불이 난 후 못쓰는 물건들을 소중하게 감춰두고 쓰레기장 물건들은 버리면서 하는 말이 강하게 와 닿는다. “저것들은 사람들이 정을 준 게 아니잖아!”(225쪽) 아무리 좋고 깨끗한 것이라도 사람들의 정이 담겨 있지 않은 물건은 그냥 쓰레기일 뿐이다. 이것은 그 쓰임새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는 것과도 연결할 수 있는데 그것은 너무 나간 것이고, 점점 각박해지고 매정해지는 소비적인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문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분명히 낯익은 세상이지만 그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가 일어나고, 각자의 욕망은 점점 더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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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아래
야쿠마루 가쿠 지음, 양수현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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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당했다. 책 중반 이후 ‘범인은 이 사람이다’라는 확신을 가지고 읽었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만났다. 작가가 교묘하게 삽입한 문장 때문에 홀딱 속은 것이다. 이런 반전은 사실 기분이 나쁘지 않다. 단지 이 반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의문만 있을 뿐이다. 여기서 말하는 의문은 반전 그 자체가 아니라 과연 이 상황을 충분하게 이해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다. 가보지 못한 길이기에 이런 의문이 더 드는지 모르겠지만 마지막 미소와 더불어 강한 여운을 남긴다.

야쿠마루 가쿠. 그의 첫 작품이자 에도가와 란포 상 수상작인 <천사의 나이프>만 읽었다. 이 작품도 소년 범죄에 대해 독자에게 과연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지 묻는데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다. 이번은 소아성애 성범죄와 살인이 그 대상이다. 점점 흉악해지고 잔인해지는 소년 범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것처럼 이 작품도 과연 성범죄자들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지 묻는다. 아니 묻기보다 오히려 연쇄살인자를 등장시키고 이 인물에 동조하는 사람을 보여주면서 피해자 가족이 느끼는 분노를 극대화시켰다. 이성은 반대를 하지만 감성은 어느 정도 동조하게 구성한 것이다. 특히 형사 중 한 명을 피해자 가족 중 한 명으로 설정하면서 이 감성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하나의 사건을 해결해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사건에 느끼는 무력감을 삽입하여 이런 감정을 더 고조시킨다.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사건을 좇는 형사들이 한 무리를 이룬다면 살인을 저지르는 살인자가 다른 한 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형사들 중 두 명이 그 중심에 있다. 한 명은 살해당한 성범죄자의 살인자를 쫓는 무라카미고, 다른 한 명은 어릴 때 여동생을 성범죄자에게 살해당한 적이 있는 형사 나가세다. 나가세가 담당하던 사건은 어린 소녀가 납치되어 살해당한 사건이다. 이 둘은 나중에 한 팀을 이룬다. 이 둘의 만남을 통해 뭔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고, 깊이 있는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너무 많은 기대를 한 것 같다. 사실 이 둘의 결합을 통해 다섯 살 딸을 둔 형사와 피해자 가족인 형사의 내면과 갈등을 더 많이 보기를 바랐다. 그런데 너무 간결하고 빠르게 진행되면서 그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속도감은 충분히 주었지만 문제의식과 논쟁거리를 많은 부분 삭제한 느낌이다.

상송. 이 소설 속 연쇄살인마의 별명이다. 자신이 먼저 그렇게 불렀지만 극장형 범죄로 만들면서 그 이름은 너무나도 유명해졌다. 작가가 깔아놓은 몇 가지 장치 중 하나가 바로 연쇄살인자의 일상이다. 이 일상을 통해 그가 느끼는 불안과 분노와 공포가 잘 드러난다. 눈에 넣어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귀여운 다섯 살 딸을 둔 아버지의 모습은 그런 분위기를 더 고조시킨다. 반면에 그를 쫓는 형사 무라카미의 심리를 충분히 다루지 않음으로써 딸 둔 아버지의 다른 감정을 차단한다. 개인적으로 나가세가 느끼는 감정과 또 다른 고민과 갈등이 무라카미를 통해 드러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범인과 형사의 같은 고민과 걱정이 다른 입장과 철학으로 어떻게 다르게 표현되는지 보여줬으면 한 것이다. 

처녀작에 비해 문제의식이 조금 약한 것 같다. 강도는 더 세지고, 범죄는 더 흉악해졌지만 이런 종류의 사건에 대한 공감대와 해결에 대한 쟁점 사항이 부족하다. 피해자 가족들을 통해 살인자의 행동에 대한 감정을 잘 드러내었지만 고민의 흔적은 얕다. 너무 일방적인 부분도 있어 그 시간을 견디며 살아온 사람들의 고뇌가 충분히 살아있지 못하다. 그리고 왜 그가 이런 살인을 하게 되었는지 알려주는 마지막 장면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기에는 조금 약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단순한 추리소설로 반전이 주는 재미만 생각한다면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을지 모르지만 사회파 추리소설로 문제의식을 환기시킨다는 부분에서는 역시 아쉽다. 종장을 보고난 후 이 소설을 읽은 독자 사이에 많은 의견이 나오고 논쟁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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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일들
신재형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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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한국 스릴러 소설을 읽었다. 범죄 전문 기자로 일하면서 다년간 취재한 경험을 토대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상당히 전문적인 지식이 돋보인다. 한국형 연쇄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나만의 착각인지 모르지만 기존에 본 한국 스릴러 소설들보다 나아 보인다. 군더더기 없는 진행과 결말은 예전에 읽었던 한국 추리소설의 한계를 조금은 벗어던진 것 같다. 가독성이 좋아 단숨에 읽을 수 있어 더 간결해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연쇄살인범 유기훈의 프로파일링과 정보를 강의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최재준 형사의 강의가 끝난 후 새로운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그의 강의를 들은 소위 높은 분들이 그에게 식사 초대를 한다. 사건을 핑계되고 눈치를 받으면서 현장으로 달려간다. 이때 한 노인이 현장으로 달려가려는 최 형사에게 한 마디 한다. “흔한 일들에 연연하면 형사 생활 오래 못 해요.”라고. 이 장면을 통해 그의 아슬아슬한 정신세계의 일면을 보게 된다. 그리고 도착한 현장은 참혹하기 그지없다. 보광동 모녀 살인 사건은 앞으로 벌어질 연쇄살인사건의 시발점이 된다.

이 소설은 기존 연쇄살인범을 다룬 소설이나 영화의 공식을 상당히 많이 따른다. 하나의 살인사건이 다음 살인사건으로 이어지고, 범죄 현장은 깨끗하게 정리된다. 증거는 단순히 형사들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기 위해 남겨진 것이고, 진범은 그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형사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현장을 수사하고 주변을 탐문하면서 수집된 증거를 분석하는 것이다. 과학수사와 법의학적 정보들이 아무리 풍부하다고 해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 범인이 있으면 소용이 없다. 이미 그 유명한 미국 과학수사물 CSI에서도 보여주지 않았는가. 형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이 연쇄살인범이 살인을 하면서 실수하기를 기다리거나 남겨진 증거나 상황들을 통해 하나의 범인상을 만드는 것이다. 

최 형사는 서울청 프로파일러다. 현장에 남겨진 증거를 통해 범인상을 만드는 것이 그의 직업이다. 하지만 이 직업이 쉬울 리가 없다. 끔찍한 현장을 계속해서 봐야 하고 범인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참혹한 현장을 재구성하고 앞으로 펼칠 살인을 상상해야 한다. 이것도 단서와 증거가 충분히 늘어날 때 가능하다. 하지만 사건이 늘어나면 심리적 부담감과 스트레스도 더 강해진다. 모녀 살인이 그 아버지 살인으로 이어지고, 또 다른 연쇄살인으로 이어지면서 경찰과 최 형사를 비롯한 팀의 업무는 과부하가 걸린다. 특히 최 형사는 더 심해진다. 여기서 첫 살인사건의 강력한 용의자인 차아령의 등장은 또 다른 참혹한 연쇄살인사건 속으로 독자를 데리고 들어간다.

가독성과 더불어 사건 현장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도 이 소설의 매력이다. 피살자가 어떻게 죽음에 이르게 되었는지 재구성하는 장면이나 혈흔의 모양 등은 참혹한 현장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간결하면서도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감정이입을 차단했다. 덕분에 더 빠르게 읽을 수 있었고, 감정 소모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 형사의 감정이 과도하게 분출되면서 충분한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끔찍한 현장이 최 형사의 감정에 파묻히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이런 미묘한 균형감이 뒤로 가면서 사실성을 떨어트리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 대결에서 고개를 끄덕이기보다 아쉬움을 느끼게 되는 원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히가시노 게이고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아마 군더더기 없는 진행과 결말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건과 사건에 너무 집착하다 보니 그 이외의 재미가 보이지 않는다. 같이 등장하는 형사들의 캐릭터가 분명한 윤곽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차아령의 심리를 좀더 세밀하고 깊게 다룬다거나 최 형사의 복잡하고 어두운 심리를 더 자세히 다루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어쩌면 이런 추가 작업이 작품 전체의 균형을 깨트린다는 생각을 작가가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전에 본 수많은 한국형 스릴러가 감정의 남발이나 반전에 너무 신경을 써 아쉬움을 준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역시 살인사건을 한두 개 줄이고 등장인물들 내면을 더 다루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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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제프리 디버의 장편소설.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가 제프리 디버의 손끝에서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 화려하게 귀환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제프리 디버가 새롭게 창조해낸 007 시리즈 <카르트 블랑슈>는 작가의 세심하고 신중한 조사, 빠른 속도감을 주는 문체, 다이내믹한 액션 등이 이언 플레밍의 명성과 현대적 재구성으로 결합되면서 출간 이전부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007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제프리 디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소설이다. 시리즈 5로 적힌 것도 의미심장하다. 

 '밀리언셀러 클럽' 119권. 나오키 상, 에도가와 란포 상, 추리작가 협회 상, 이즈미 교카 상, 시바타 렌자부로 상 수상작가 기리노 나쓰오의 장편소설. 30여명의 남자들과 단 한 명의 여자가 무인도에 표류되면서 욕망의 소용돌이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기리노 나쓰오는 특유의 시니컬한 문체로 독특하게 완성시켰다. 제44회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 수상작.  

최근에 미로 시리즈로 다시 나를 사로잡은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이다. 무인도와 홍일점이 과연 어떤 사건을 만들어낼지, 인간의 바닥은 어디까지 드러날지 궁금하다. 

<이방의 기사>와 더불어 신본격 미스터리의 거장인 시마다 소지의 청춘미스터리물. 일본의 고하라 히로시(시인, 평론가)가 1980년대 일본의 대표작품 중 하나라며 극찬을 했던 작품으로 제94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10'에서 8위를 차지하며 대중성도 갖춘 작품이다.
  

살인자일지 모르는 여인과 청년의 불안한 사랑에 서스펜스적 요소까지 있다니 과연 시마다 소지다. 이 소설을 읽는다면 나는 과연 어떨까 계속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프로파일러 토니 힐 시리즈' 1권. 1995년 첫 발표되어 영국은 물론 전 세계 미스터리 평론가와 독자들을 충격과 놀라움으로 경악케 한 스코틀랜드 출신 작가 발 맥더미드의 <인어의 노래>. 극악무도한 살인마들과의 심리적 소통을 통해 사건 해결 및 차후의 피해자를 방지하는 임상 심리학자 토니 힐의 활약을 다룬 작품이다.  

시리즈의 첫 권은 언제나 나를 매혹시킨다. 이 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호평은 더욱 눈길을 끈다. 1995년 첫 권이니 그 뒤로 상당히 많이 나왔을 테니 많은 즐거움이 남아있다. 

 시리즈의 대단원 <마지막 행성>은 <노인의 전쟁>의 주인공 존 페리, 그의 부인 캐시를 빼닮은 <유령여단>의 장교 제인 세이건, 동지이자 원수였던 샤를부탱의 딸 조이라는 독특한 가족 구성을 통해 치열한 우주전쟁의 소용돌이를 지나 또다시 새로운, 인간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소시민 영웅 존 페리는 우주개척연맹과 외계집단 '콘클라베' 사이에서 개척민들의 미래를 위해 뒤엉킨 사건의 실마리를 매듭짓고 그 속에 내재된 배신과 음모의 함정을 파헤친다. 

시리즈의 마지막은 늘 아쉬움을 남긴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아쉬움을 남겨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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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담의 그림자
스테파니 핀토프 지음, 이영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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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 뉴욕 주 돕슨에서 10년 만에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퇴근 무렵 온 전화로 현장이 윙게이트가 저택임을 알려준다. 뉴욕 형사 출신이었다가 여자 친구를 1904년에 있었던 제너럴슬로컴호 화재 사건으로 잃은 사이먼 질이 여기서 경찰 생활을 하고 있다. 그가 이곳을 선택하게 된 것은 과거의 아픔을 씻어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살인사건으로 인해 그는 어쩔 수 없이 살인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그의 평온을 깨트리는 이 살인사건이 과거 기억을 되살려준다. 이때 그에게 온 한 통의 전보는 놀라운 사실을 알려준다. 그것은 유명한 범죄학자 앨리스테어 싱클레어가 범인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범인 이름이 마이클 프롬리라는 것까지 알려줄 정도다. 이 둘의 만남은 현대 과학 수사의 결합이다. 처음에는 그 윤곽이 분명하지 않지만 뒤로 가면서 점점 뚜렸해진다.

싱클레어 교수가 프롬리를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가 프롬리를 연구했기 때문이다. 범죄심리학과 프로파일링을 위한 기초 작업을 교수가 한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프로파일링 기법이 극히 최근에 이루어진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작가의 말을 읽으니 한 세기 전에 프랑스 범죄학자 알렉상드르 라카사뉴가 더 작은 규모이지만 비슷한 프로젝트를 완성했다고 한다. 당연히 작가가 싱클레어 교수의 프로파일링 본보기를 어디서 가져왔는지도 알 수 있다. 새로운 정보가 책을 읽고 난 후에도 계속된 찜찜함을 날려준다. 앞에 이런 정보들이 나왔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보통의 미스터리 소설처럼 프롬리가 범인상으로 만들어진 다음에는 그가 범인임을 보여주는 단서가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다. 그의 과거사가 이런 분위기를 더 고조시킨다. 어느 수사나 마찬가지지만 한 번 방향이 설정되면 그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 프롬리의 행방을 계속해서 쫓고 그가 범인임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증거를 찾는다. 이 과정에서 싱클레어 교수와 프롬리가 연결된 부정의 고리가 보이고 환상의 콤비처럼 보였던 두 사람 사이에 틈이 생긴다. 이 틈 사이로 악의가 끼워들고 수사에 혼선이 생긴다. 그리고 읽는 동안 그 틈새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작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고정한다. 

20세기 초는 아직 지문이 증거자료로 인정을 받지 못하던 때다. 하지만 선구적인 형사라면 이 증거를 무시하지 않는다. 거기에 싱클레어 교수의 범죄학 이론은 태동기 과학 수사 모습을 보여준다. 아직 충분히 시대정신이 이런 상황을 용인할 정도가 아니라는 한계를 보여주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형사들이 범인을 찾는데 능력이 부족하지는 않다. 그 시대는 그 시대 나름의 방법이 있다. 현재 같은 시간과 공간과 지식이 없던 시대다 보니 범인과 형사의 대결은 또 다른 균형을 이룬다. 누가 더 상상력이 풍부하고 한 발 더 앞서가느냐에 따라 차이가 날 뿐이다.

시대를 1905년으로 옮겼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현대적이다. 물론 그 시대의 풍경과 상황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앞에서 말한 지문이나 여성의 참정권에 대한 논의 등이 바로 이런 시대의 모습이다. 살해당한 세라의 과거 행적에서 페미니즘의 강한 정치색이 드러나는데 이것도 뉴욕 시장 선거의 부정과 함께 그 시대를 엿보는 재미를 준다. 분명히 현재와 다른 뉴욕 경찰의 생활상은 이미 다른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보아왔지만 여전히 낯설다. 이 낯선 환경이 색다른 재미를 주는 것도 사실이다. 거기에 범죄수사의 과도기를 다루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수사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광고 문구처럼 화려하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 만족감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가독성이 나쁘지 않다. 낯익은 지명의 낯선 풍경을 통해 충분한 재미를 준다. 하지만 조금 처지는 듯한 전개와 긴장감이 부족한 구성은 아쉬움을 준다.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을 만들어 놓았지만 아직 캐릭터가 완성되지 않은 것 같다. 등장인물들이 다음 이야기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역자의 글을 보면 이미 두 권 더 출간된 것 같다. 지금보다 다음이 더 기대되는 것은 역시 만들어지고 있는 캐릭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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