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 사무라이 5
에이후쿠 잇세이 원작,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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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마츠모토 타이요 이름에 관심을 가진 것이 오래된 데 비해 보게 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본 만화도 많지 않다. 그 유명한 <철근 콘크리트>나 <핑퐁>도 아직 보지 않았다. 사실 언제 읽을지 모르겠다. (나중의 즐거움을 위해 남겨놓았다면 과장된 표현일까!) 이름에 비해 읽은 작품이 너무 없다. 하지만 최근에 나오고 있는 이 <죽도 사무라이> 시리즈는 나오는 족족 본다. 아마도 1권의 강렬한 인상이 지금도 작용하고 있는 모양이다. 보통 나의 만화 읽기는 단편이 아닌 경우 완결이 되면 한꺼번에 읽거나 일정한 권수가 출간된 후 읽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기본 방침이 깨어졌다. 그 옛날 대본소 만화 이후 거의 처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세노 소이치로의 글선생 이야기로 가볍게 시작하지만 곧바로 인간백정 키쿠치의 이야기로 바뀐다. 이 둘은 비슷하지만 다른 길을 가는 무사다. 키쿠치가 자신의 검술을 살인과 금전으로 바꿨다면 소이치로는 자신이 가진 살기를 억누르면서 산다. 이 차이가 둘의 실력을 떠나 삶의 여유를 돌아보게 한다. 키쿠치가 자신의 순수함과 순진함을 살기로 발전시킨 반면 소이치로는 순수함과 순진함을 호기심으로 변화시킨다. 삶을 파괴할 것으로 보는 사람과 배우면서 긍정하려는 사람의 차이다. 이번 권에서 키쿠치의 순수함과 따뜻한 마음이 드러나는데 상당히 예외적이다. 바로 다른 살인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인간백정 키쿠치의 감옥 생활과 탈옥과 그 후의 행적의 다루면서 그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면 세이치로의 삶은 늘 신선함 그 자체다. 그가 내려놓은 살기는 검을 쥐는 순간 바뀐다. 하지만 결코 진검을 쥐지 않음으로써 살인을 방지하게 된다. 첫 이야기에서 그가 지닌 순수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은 그것이 우연이라고 해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 순수함과 호기가 아이들을 감동시켰기 때문이다. 또 그가 산과 이야기를 나눴다는 부분에선 과거 삶의 한 면이 그대로 드러난다. 뭐 앞 권에서 이미 그의 비밀이 조금 밝혀졌지만 그래도 아직 낯설고 궁금한 부분이 많다.

이번 권에서는 다음 권에 펼쳐질 두 검사의 전조를 담고 있다. 소이치로와 키쿠치가 과연 어떤 방식으로 부딪히고 검을 겨눌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인간백정 키쿠치의 위협을 생각하면 소이치로가 과연 진검을 쥐게 될지도 의문이다. 피 비린내 나는 마을을 떠나겠다고 말한 검둥개의 대사는 어느 정도 키쿠치의 활약을 암시하고, 극도로 치안이 불안정한 그 마을의 현주소를 대변한다. 하지만 왠지 안심이 된다. 그것은 소이치로 때문이다. 검을 쥐는 순간 검귀로 변하지만 아이들과 같은 순수함을 그대로 품고 살아가는 그가 있다. 그에 대한 믿음이 이 피 비린내를 지워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너무 과한 기대일까? 한권씩 나오는 이 만화를 기다리는 것이 즐거운 동시에 너무나도 잔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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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나구 - 죽은 자와 산 자의 고리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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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츠나구. 뭔 뜻일까? 궁금했다. 소개글을 읽으니 작가가 ‘연결하다’,‘이어주다’라는 뜻을 가진 일본어 동사 ‘츠나구(つなぐ)’를 ‘사자(使者)’라는 단어에 결부시켜 만든 단어라고 한다. 츠나구의 역할은 죽은 자와의 재회를 이루어주는 것이다. 조건이 있다. 무한정 만나게 하지 않는다. 단 한 사람과 단 한 번 만나볼 수 있다. 그러니 이 만남은 당연히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평생 한 번 있을 만남을 주저없이 선택한다. 한 명씩 선택한 이유를 볼 때마다 그들이 품은 감정이 조용히 마음속으로 파고든다.

이 소설은 단편으로 읽어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연작 형태를 가지고 있다. 마지막 다섯 번째 장에서 앞의 궁금점들이 하나씩 풀려나간다. 각 장은 고독, 가족애, 우정, 애달픈 사랑, 운명 등을 다룬다. 그 한 명 한 명이 늘어놓는 사연들은 누구나 한 번쯤은 품었던 감정들이다. 이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그들이 선택한 것이 츠나구다. 죽은 자와의 재회를 바라는데 그 만남이 꼭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삶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처럼. 그렇지만 이 만남은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는 역할을 한다. 해소가 되거나 평생 껴안고 살아야 하는 짐이 된다고 해도 말이다.

<아이돌의 본분>은 처음에 ‘아이돌’을 ‘아이들’로 잘못 읽었다. 이 오독은 이야기 전개가 제목과 달라 다시 자세히 보니 ‘아이돌’이었다. 화자인 히라세는 평생 한 번 만날 수 있다는 죽은 이를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한때 아이돌이었던 미즈시로 사오리를 선택한다. 그녀 삶에 끼친 영향 때문이다. 집에서 직장에서도 한 명의 인간으로 대접 받지 못하던 그녀에게 이 아이돌이 베푼 조그만 선행은 큰 버팀목이 된다. 이런 존재였던 그녀가 자살로 추정되는 일을 당했으니 얼마나 큰일이겠는가. 자신에게 친절과 용기를 준 유일한 존재였던 그녀와의 만남은 또 다른 의도가 깔려있다. 그리고 그녀의 삶속에서 드러나는 고독은 너무나도 외롭고 슬퍼다. 

<장남의 본분>은 한 가문의 장남 야스히코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가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은 병으로 돌아가신 어머니다. 별일 아닌 이유를 핑계로 어머니를 만나고 싶어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감정들은 살면서 결코 밖으로 표현하지 못한 것들이다. 장남이라는 자리가 그렇게 만들었다. 결코 자신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지 않고 에둘러서 혹은 냉소적으로 말한다. 한 가문의 장으로 그렇게 길러진 것이다. 왠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듯한 인물이지만 그의 솔직한 감정들이 하나씩 나타날 때 진짜 그를 보게 된다. 

단짝을 질투해본 적이 있나? <단짝의 본분>은 그 질투가 사랑과 엮이면서 일어난 비극이다. 죽은 자와의 만남으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오해와 질투와 욕망이 만들어낸 한 순간의 실수는 그녀에게 평생 짐이 된다. 죽은 단짝을 만난 후 츠나구를 통해 듣게 되는 한 문장은 결코 지울 수 없는 삶의 짐이다. 이번 이야기에서 재미난 점 중 하나는 츠나구 역할을 하는 학생의 친구가 화자로 등장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일어난 조그마한 이야기나 일상은 풋풋하게 다가오는 동시에 반전을 담고 있다. 

칠 년. 남편이 아내를 죽일 수 있는 햇수다. 왠지 섬뜩하다. 그런데 이 소설 속 칠 년은 그리움과 기다림의 시간이다. <기다리는 자의 본분>은 7년 전 갑자기 사라진 연인을 기다리는 남자 쓰치야 이야기다. 그에게 이 시간은 정체되어 있다. 바람도 불지 않을 것 같은 공간 속에서 하루하루를 그를 견뎌낸다. 이때 과로로 간 병원에서 한 할머니를 도와준다. 그녀를 통해 츠나구를 만난다. 그의 선택은 갑자기 사라진 그녀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지만 만나겠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만나는 시간이 되자 두렵다. 여기서 갑자기 츠나구가 감정을 드러낸다. 평생 한 번 있는 기회를 그는 그냥 흘러보내려고 한 것이다. 그 만남을 통해 그녀의 사연을 듣는다. 그녀가 내뱉었고, 속였던 것들과 가장 소중하게 간직한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뭉클해졌다. 아렸다. 

<사자의 본분>은 츠나구 이야기다. 앞에 등장한 츠나구가 주인공이다. 그와 츠나구의 비밀이 밝혀지는 동시에 앞 이야기의 숨겨진 부분도 나온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죽은 자와의 재회를 주선하는 그가 보고 느끼는 만남의 순간들이다. 그 속에 자신의 감정이 엮일 때 잔잔한 호수 속 깊은 곳에서 소용돌이치는 순수한 감정을 보게 된다. 그리고 짧지만 강렬한 깨달음은 앞에 나온 사람들의 사연들과 연결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이것은 또 츠나구를 통해 죽은 자를 만난 사람들이 그들의 삶을 정리하고 긍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년의 성장도 같이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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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몰리션 엔젤 모중석 스릴러 클럽 28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박진재 옮김 / 비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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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폭발물처리반이 신고 들어온 현장에서 폭발물을 조사하여 해체하려고 한다. 대부분 이런 경우 허위 신고이거나 폭발물이 아닐 때가 많다. 방호 보호복을 입고 다가간다. 실시간 엑스레이를 조종해 폭발물인지 확인한다. 폭탄이 맞다. 조심한다. 그러다 이상한 것을 하나 발견한다. 그 순간 폭탄은 폭발한다. 보통의 폭탄이었다면 보호복에 의해 목숨을 건졌겠지만 이 폭탄은 그 이상의 위력을 가지고 있다. 찰리 리지오는 그렇게 현장에서 죽는다. 

이 사건이 일어날 때 캐롤 스타키는 정신과 의사와 상담중이었다. 그녀는 현재 CCS(범죄음모수사과)에서 근무하고 있고, 그 전에는 폭발물처리과에서 일했다. 부서가 바뀐 것은 그녀가 당한 3년 전 사건 때문이다. 그 사건으로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고, 그녀 자신도 죽음 바로 직전까지 갔었다. 이때 받은 충격 때문에 정신과 의사와 계속해서 상담중이다. 몸은 심하게 상처 입었고, 술과 담배를 달고 산다. 너무나도 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 순간 발생한 찰리 리지오 폭발 사건은 그 동안 그녀가 잊고자 했고, 상사의 배려에 의해 멀어져 있던 폭발물로 그녀를 데리고 간다. 

폭발 현장은 처참하다. 기억이 그녀를 괴롭힌다. 술을 찾아 한 잔 마신다. 현실은 그녀를 이 사건으로 이끌고, 그녀는 너무나도 끔찍한 추억과 싸우면서 사건을 수사한다. 이 와중에 다른 형사와 충돌도 생긴다. 발견한 증거품들을 데이터베이스에 올린다. 이 정보를 보고 ATF 특수요원 잭 펠이 개입한다. 연쇄 폭발범 미스터 레드의 작품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스터 레드가 등장한다. 그의 본명은 존 마이클 파울스다. 그는 FBI 10대 지명수배자 명단에 오르기를 바란다. 하지만 아직 명단에 올라 있지 않다. 그러던 중 자신의 이름을 모방한 폭발 사건을 발견한다. 마이애미에서 LA로 온다. 이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빠져든다. 자신의 모방범을 잡으려는 미스터 레드와 미스터 레드를 잡으려는 여행사 캐롤 스타키와 잭 펠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모방범.

이야기는 스타키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그 사이에 잭 펠과 미스터 레드가 잠깐 등장하여 새로운 정보를 제공한다. 폭발물 증거를 통해 확인된 사실을 하나씩 확인하고, 기록된 자료를 검토한다. 처음에 몰랐던 사실이 하나 발견된다. 쌓여 있는 정보를 다시 보고 또 보면서 발견한 것이다. 너무나도 분명한 것 뒤에는 항상 숨겨진 사실이 있다. 증거와 단서를 쫓아가는 그녀 곁에는 어느 순간부터인지 잭 펠이 있다. 그녀는 그에게 끌린다. 감정의 흐름은 그녀가 쉽게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둘의 만남을 통해 잭 펠은 의문을 던져준다. 왜 그렇게 그는 미스터 레드에게 집착할까? 왜 그가 발견한 증거물을 숨길까? 둘의 은근한 로맨스 분위기 뒤로 흐르는 어두운 기운은 또 다른 사건을 암시한다.

강한 트라우마로 고생하는 스타키와 달리 폭파범 미스터 레드는 허세욕에 사로잡혀 있다. LA로 온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자신의 이름을 흉내 낸 범인을 찾기 위해서다. 그러는 사이에 스타키가 그를 매혹시킨다. 그녀가 폭발 속에서 살아났다는 사실에 매혹된 것이다. 많지 않은 등장이지만 그와 스타키는 같은 곳을 향해 달려간다. 폭발물의 중요한 재료의 소재지를 찾고, 같은 인물을 만나고, 범인을 쫓는다. 경찰이 단서와 조서를 바탕으로 하나씩 단계를 밟으면서 나아갈 때 그는 자신이 만든 사이트를 통해 직접 다가간다. 공개되지 않은 정보는 그 정보에 접근 가능한 사람만 제대로 이용할 수 있다. 범인은 어둠 속에 숨어 있고, 경찰은 밝은 곳에서 그 어둠을 하나씩 밝혀가야 한다. 누가 봐도 불리한 것은 경찰이다. 하지만 경찰은 혼자가 아니다. 

폭발물이란 소재 덕분인지 모르지만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흐른다. 가슴 깊은 곳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두 남녀를 등장시켜 감정의 깊이를 더했다. 불안한 감정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고, 지루한 조사 작업은 증거물과 증인을 통해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간다. 현실과 감정의 충돌이 생기고, 경찰 내부의 갈등은 현실에 안주하게 만든다. 앞에 놓인 현실을 뛰어넘어야만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용기와 강한 행동력이 필요하다. 마음속 깊은 곳에 상처를 껴안고 살아가는 스타키에게 이런 상황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자신의 상처를 마주보고 치유해야 한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을 치유하면서 범인에게 한발 한발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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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7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설>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소설의 배경인 학교는 교육의 전당이라는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 채 집단 따돌림, 체벌, 폭력, 성추행 등으로 얼룩져 있다. 냉혈한 살인마에게 그런 학교는 뿌리치기 힘든 먹잇감이다. 살인마는 병든 학교에 선한 얼굴의 탈을 쓰고 스며들어간 후 지능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빼앗고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한다.    

냉정하고 잔혹한 심리 묘사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기시 유스케의 신작이다. 화려한 수상경력은 그냥 지나가기 너무 힘들게 만든다. 인간 본성의 뒷면을 되짚어보고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惡의 실체를 주인공을 통해 전달한다니 나의 모습도 어느 정도 담겨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냉혹한 코브라와 세계 최대 코카인 카르텔의 마약 전쟁을 그린 소설이다. 미합중국 대통령의 비밀 지시로 코카인 카르텔과의 전면 전쟁을 벌이게 된 미국 주요 정보국들은 그 선봉에 CIA 대테러팀장으로 일하다가 적들에게 너무나 무자비하다는 이유로 방출된 '코브라'를 내세운다.  

거장의 귀환은 언제나 반갑다. 냉전이 사라진 공간을 이제는 마약과의 전쟁으로 채워넣고 있다.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는 작가의 이력을 생각하면 이번에도 단숨에 빨려들어갈 것 같다. 무더위도 날아갈 것이다. 

 모리미 토미히코의 SF판타지 소설. 2010년 일본SF대상 수상작이자 2011년 일본서점대상 3위를 차지한 이 소설은 매번 교토를 무대로 삼아 '교토 작가'라는 별칭을 얻었던 토미히코의 작품에서는 이례적으로, 이름이 드러나지 않은 아기자기한 교외 도시를 배경으로 삼아 초등학생 주인공이 맹활약하는 새로운 경지를 보여준다. 

잠시 주춤한 듯했던 그의 소설이 다시 나온다. 처음 번역된 소설 같은 신선함이 조금 사라진 것 같은 느낌도 있지만 매력적인 것은 변함없다. 환상을 현실과 멋지게 연결시키면서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은 과히 최고다.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가의 본격 청춘 음악소설. 일본 최대 규모의 출판사 고단샤는 창립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요시다 슈이치, 미야베 미유키, 아사다 지로 등 일본 최고의 작가에게 어떤 매체에서도 발표된 적이 없는 신작을 의뢰하여 출간하고 있는데, 오쿠이즈미 히카루의 <손가락 없는 환상곡>은 이 시리즈 중 가장 성공한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무더운 여름 청춘은 불탄다. 음악소설이라는데 과연 내가 이 음악소설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행스럽게 미스터리가 있다니 문제 해결을 위해 나의 회색 뇌세포가 음악과 함께 춤추지 않을까 생각한다.  

 초자연적 존재들로부터 대통령과 시민들을 수호하기로 맹세한 뱀파이어 케이드, 그리고 그와 함께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젊은 정치인 잭의 활약상을 그린 소설. 실제로 작가는 폭로 전문기자로 활약했던 경험과 정치적 지식을 적극 활용, 이야기에 현실성을 불어넣음으로써 뱀파이어 스릴러임에도 불구하고 「워싱턴 포스트」로부터 현실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뱀파이어 소설은 언제나 나를 매혹시킨다. 현실적인 작품이란 평에 어울리는 뱀파이어 활약은 과연 어떤 것일까? 인간과 뱀파이어 콤비는 과연 어떤 식으로 연결되고 풀어질지, 그들의 적은 또 얼마나 강력할지 궁금하다. 점점 더 다양해지는 뱀파이어 소설이 무척이나 반가운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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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친한 친구들 스토리콜렉터 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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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리문학 중 돌풍을 일으킨 작품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다. 자주 가는 추리소설 카페에서 이 작품에 대한 호평을 보고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그 작품은 타우누스 시리즈 네 번째라고 한다. 기왕이면 시리즈를 순서대로 읽기 좋아하는 나에게 약간은 주춤하게 만든다. 그러던 중에 <너무 친한 친구들>이란 작품이 나왔다. 이것도 시리즈 두 번째다. 조금 고민한다. 그래도 그 앞 작품이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을 생각하면 차선책이다. 물론 여기에 조그마한 행운도 작용했다.

작가에 대한 사전 지식을 충분히 가지지 않았고,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 대한 서평도 자세하게 읽지 않은 상태에서 책을 펼쳤다. 독일 미스터리에 대한 약간의 지루함을 예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예상하지 못한 재미를 느꼈다. 몰입도와 가독력이 상당했다. 충분히 집중할 수 없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진도가 나갔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독일 추리소설에 대한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트린다.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을 먼저 읽은 독자들이 이 작품의 부족함을 지적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읽지 않은 덕분에 충분히 만족스럽다. 오히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독일 월드컵 열기가 뜨거웠던 2006년 6월 15일 목요일 오펠 동물원에서 사람의 손처럼 보이는 것이 발견된다. 집에서 이 전화를 받은 보덴슈타인 반장은 현장으로 출동한다. 15분 후 그의 파트너인 피아에게 전화한다. 비번이었던 그녀는 이 전화 덕분에 현장으로 온다. 손처럼 보였던 것은 손임이 밝혀지고, 다른 동물 우리에서 신체 다른 부위가 발견된다. 시체를 찾기 위해 경찰견이 동원되고, 얼마 후 들판에서 시체를 발견한다. 신분증 등이 없다. 그런데 시체의 얼굴을 보고 동물원장 산더가 누군지 알려준다. 그는 환경운동가 한스 우를리히 파울리다. 

파울리는 뛰어난 환경운동가다. 그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그를 추종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고, 그가 폭로한 정보들은 이권 관련 업체와 사람들을 긴장시키기 충분하다. 당연히 그에 대한 평도 극과 극을 달린다. 조사하면 할수록 그를 죽이고 싶어하는 인물들이 한 명씩 늘어난다. 부검과 파울리의 집을 조사한 결과 사건 장소와 여러 명의 용의자를 발견하게 된다. 이 정보들은 방대하다. 범인을 찾기 위해서는 한 명씩 하나씩 조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지루하고 끈질긴 작업들이 형사들 앞에 펼쳐진다. 독자들도 이 작업에 같이 참여하고, 그 사이에 피아의 흔들리는 연애감정이 이어진다.

흥미진진 사회파 미스터리와 러브 스토리의 환상적 조합이란 문구가 보인다. 환상적이란 단어에 완전히 공감하지는 않지만 잘 결합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부분은 러브 스토리가 아닌 도로 확장 건설을 둘러싼 비리다. 이 소설에 나온 검은 커넥션이 너무나도 한국적이라 놀랐다. 아니 대부분 부패와 비리가 이런 조합으로 이루어진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내부 정보를 폭로하고, 이 단서를 쫓아서 관련자를 구속하는 등의 일은 한국보다 훨씬 빠른 것 같다. 물론 그 위로 올라가면 꼬리를 짜르고 도망치는 도마뱀 같은 수뇌부가 있겠지만 말이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자료를 왜곡하고 정보를 가공한 것이다. 우리의 민자 건설이 하나같이 적자가 나고 그 손실을 국민들이 보전해주는 계약을 태연하게 맺었는가 하는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가독력이 좋고 현실적인 형사들이 등장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두 남자 사이에 갈등하는 형사 피아에게 정신차려라고 말하고 싶고, 형사치고는 너무 몸을 사리는 것은 아니냐고 외치고 싶다. 과거 사건으로 인한 공포로 피아가 몸을 떨고 움츠릴 때 형사 이전에 피해자였음을 깨닫게 된다. 총 든 범인을 쫓을 때 자신이 방탄복을 입지 않았음을 걱정하고,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착각하는 실수도 범한다. 용의자가 한 명씩 사라질 때 겹치는 판단 착오와 객관성 잃은 감정은 사건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얽히고설킨 관계들이 흥미를 북돋아준다. 이 소설보다 더 좋은 평을 얻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더 궁금해진다. 당연히 이 소설 다음에 펼쳐진 등장인물들의 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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