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모던뽀이들 - 산책자 이상 씨와 그의 명랑한 벗들
장석주 지음 / 현암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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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년이 이상 탄생 100주년이었다고 한다. 아마 작년에 이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 가수 조용남이 이상에 대한 책을 내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나의 기억력은 참으로 형편없다. 이 책이 기획된 것도 바로 이상 100주년을 기념하는 차원에서 일간지에 연재된 것이다. 물론 완성은 그 후로도 많은 시간과 공이 들어갔다. 한 인물과 시대를 조명하는 작업이 결코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 책이 이상 연구서도 아니고 그의 전기적 사실들을 재구성하는 평전이 아니다고 해도 말이다.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재미난 것은 각각의 제목이 한글로는 이상이지만 한자로는 다른 글자다. 이 언어유희가 의미하는 바를 탐색하는 것도 상당한 즐거움일 테지만 나의 내공이 많이 부족하다. 그리고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산책자다. 또 발터 벤야민도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 부제가 ‘산책자 이상 씨와 그의 명랑한 벗들’임을 생각하면 더 쉽다. 1930년대 경성을 돌아다닌 모던뽀이들의 삶을 이상을 중심으로 펼쳐낸 이 책에서 산책이 의미하는 바는 결코 가볍지 않다.


"산책은 근대의 선물이다. 근대에 들어서면서 도시에 산책자들이 출현하는데, 산책자란 거리의 풍경속에 스민 현란한 빛과 소리들을 통해 ‘근대’를 호흡하고 그것을 채집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 ”산책은 현실적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리기, 존재론적으로는 활발한 자기방기, 신체적으로는 느슨한 노동이다.“(329쪽)라고 정의한다. 산책자 이상이란 부제가 정말 잘 맞는 단어 선택이다.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 어떤 노동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결핵을 고치기 위한 노력도 없어 보인다. 단순히 시대를 잘못 만났다고 하기에는 그의 삶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상은 천재다, 라는 문장을 자주 본다. 지금도 그의 시나 소설을 읽으면 난해하다. 이 책 속에서 해설해놓은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것도 같은데 결코 쉽지 않다. 학창시절 이상이란 명성 때문에 그의 전작을 읽은 적이 있다. 단지 문장만 읽었다. 그렇게 이상은 나에게 이해 이상의 존재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더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아마 얼마가지 못해 포기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상 해설서를 같이 놓고 차분하게 설명을 보면서 읽는다면 그의 명성에 공감하겠지만 처음 오감도가 신문에 연재되었을 당시 독자들을 조금은 이해한다. 뭐 읽지 않으면 그만이지 않나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이상 연구서도 평전도 아니라고 하지만 이상과 그의 동료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일세의 귀재이자 아직도 난해함 그 자체로 남아 있는 그에게 한 발 다가가는데 비교적 쉬운 책이다. 그리고 동시에 1930년대 경성의 문인사회를 살짝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중심이 되는 인물들이 이상과 관련된 구인회에 대부분 한정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그 인물 한 명 한 명이 한국 근대 문학의 거장임을 생각하면 결코 가볍게 볼 것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이상의 삶을 현실 속에서 들여다본 것은 상당한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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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의 노래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8-1 프로파일러 토니 힐 시리즈 1
발 맥더미드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1995년에 나온 토니 힐 시리즈 첫 권이다. 연도를 표기하는 이유는 이 당시만 해도 프로파일러 개념이 확실히 정립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너무나도 익숙한 단어지만 그 당시에는 쉽게 만날 수 없었다. 물론 FBI 관련된 자료에서 이 용어를 만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익숙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소설을 읽으면서 왜 이렇게 익숙한 용어와 사건 전개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을까? 의아했다. 출간연도를 보고 나의 기억을 헤집으면서 그 당시 소설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인물이 아님을 깨달았다. 한때 한국 추리소설에서 탐정 역할을 대부분 신문기자들이 맡아서 했던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앞선 작업인지 금방 알 수 있다.

그 당시는 분명 프로파일러 토니 힐이 새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과 유행 등으로 이 직업은 이제 익숙하다. 이 익숙함을 뛰어넘는 것이 바로 작품이 지닌 힘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분명히 그 힘을 보여준다. 지금 보면 답답한 장면들도 있지만 그 시대에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들이다. 특히 범인이 피해자를 납치할 때 사용한 수법은 요즘 같으면 잘 통하지 않을 방법이다. 그래도 뭐 범인이 또 다른 방법이나 유사한 수법으로 피해자를 납치했겠지만 말이다. 이런 몇 가지 시대를 감안하고 읽을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많이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 그 자체로 충분히 재미있기 때문이다.

연쇄살인범의 일기와 그를 쫓는 토니 힐을 비롯한 형사들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일기는 살인범이 어떻게 피해자를 납치하고, 그들을 고문하고, 죽이는지 보여준다. 이 과정은 엄청나게 자극적인 부분이 있는데 왜 토니 힐 시리즈 두 번째가 먼저 드라마로 만들어졌는지 이해하게 만든다. 그리고 일기의 진행은 과거에서 현재로 진행되는 전형적인 구성이다. 당연히 마지막 장면은 범인과 그를 쫓는 형사들이 만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범인이 누굴까? 의문을 품고 추리하게 된다. 중간에 살짝 범인상이 나오지만 금방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전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인물은 역시 프로파일러 토니 힐과 브래드필드 경찰의 여형사 캐롤 조던이다. 이 둘은 서로에게 끌리는데 시리즈를 생각하면 어느 순간 불타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토니가 앓고 있는 발기부전증은 소설 속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성과 감성과 육체의 부조화를 의미하는 동시에 또 다른 반전 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캐롤이 전해 준 자료를 통해 프로파일링한 내용들은 점점 많은 자료가 쌓여가고, 범인상은 그에 따라 더 충실해진다. 물론 이 내용들이 완전한 것은 아니다. 프로파일링이 통계에 의한 작업임을 감안해야 한다. 가끔 우리가 프로파일러를 엄청난 초능력자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들 대부분이 교육에 의해 길러졌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캐롤을 보면서 예전에 여행사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보여준 영화들이 생각났다. 지금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여형사가 당연하다는 듯이 나오지만 예전에는 여자 경찰이 형사계에 진출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만큼 힘들었다. 캐롤이 활약하는 이 시기도 별다른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정확한 연대는 조금 더 찾아봐야할 것 같다. 여형사가 되기 힘든 만큼 일에 대한 열정과 성공에 대한 욕망이 강하고 높다. 시리즈 첫 권임을 생각하면 앞으로 캐롤의 비중이 더 높아지고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 같다. 

시작 부분에 브래드필드 경찰은 연쇄살인의 가능성을 부인한다. 시체가 발견된 장소가 게이들이 모이는 곳이고, 게이에 대한 선입견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물론 경찰 내부의 알력도 무시할 수 없다. 부서장 브랜든이 토니 힐을 데리고 와서 범인상을 잡으려고 한 것도 바로 이런 선입견 등을 바로 잡기 위해서다. 하지만 경찰의 시체가 발견됨에 따라 그들은 연쇄살인범의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법의학 증거와 상황들이 너무나도 분명하게 연쇄살인범의 존재를 말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계속해서 <양들의 침묵>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 소설과 영화가 그 당시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다. 뭐 지금도 이 소설을 말하는 작품이 나올 정도니 어쩌면 당연한가.

연쇄 살인마와 프로파일러의 대결 구도로 광고를 하지만 실제는 연쇄 살인마와 경찰의 대결이다. 토니 힐이 하는 것은 경찰들이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범인상을 추론하는 것이다. 그가 만들어낸 범인상이 경찰들의 협력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범인이 고문 도구를 묘사한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일기를 통해 드러나는 감정의 과잉과 냉철한 판단력과 실천력은 결코 쉽지 않은 상대임을 보여준다.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또 다른 영화 한 편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시리즈이기 때문에 기다려지는 이야기도 많다. 경찰 내부에서 발생한 내부정보 유출 사건과 신문기자의 앞날뿐만 아니라 새롭게 이어질 로맨스까지. 빨리 시리즈 다음 이야기를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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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라이프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박웅희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재미있게 읽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궁금한 이유는 간단하다. 이 소설 속 배경이 되는 스리 파인스를 무대로 시리즈가 이어지고, 아르망 가마슈 경감이 멋진 탐정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베트 니콜의 앞날이 어떻게 펼쳐질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것으로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그럼 읽어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 묘하게 정적이고 매력적인 마을에서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심리를 유심히 들여다보면서 말이다. 그리고 과연 누가 제인 닐을 죽였는지 추리하면서. 

스리 파인스는 낯선 마을이다. 조용하다. 너무나도 사고가 없는 마을이다. 제대로 된 경찰조직이 없다. 그래서 이번에 발생한 살인 사건을 위해 퀘벡 경찰청에서 형사들이 파견된다. 이 형사들의 수장이 아르망 가마슈 경감이다. 이미 6권까지 나온 시리즈의 주인공이다. 솔직히 말해 아직은 이 경감에게 완전히 빠지지는 않았다. 그가 보여준 직관과 분석력과 친화력이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해도 더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놀라운 것 하나는 이 조용한 마을이 이 시리즈의 중심 무대란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살인이 없던 마을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다음 이야기가 더 궁금한 이유 중 하나다.

해설을 보면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더욱 깊어졌고 각자의 이야기가 풍성하게 가지를 치고 뿌리를 내렸다고 한다. 이런 특징은 시리즈가 보여주는 큰 장점이다. 깊어진 이야기와 관계들을 통해 드러나는 아픔과 고통과 연민과 연대감 등은 시리즈일 때 가장 잘 표현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잘 만들어진 시리즈를 좋아한다. 그런데 이 시리즈의 수상 경력을 보니 안심해도 될 것 같다. 멋진 시리즈를 만난다는 것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큰 즐거움이다. 동시에 기다림은 큰 고통이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제인 닐의 시체가 발견되면서부터다.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그녀의 시체가 숲에서 발견되었다. 형사들과 마을 사람들이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사냥꾼들의 실수에 의한 살인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조용하고 평온한 이 마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사건이 바로 사냥꾼들의 실수에 의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이 사건이 부자연스럽다. 법의학적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 그 어떤 판단도 정확하게 내릴 수 없다. 만약 실수라면 누가 그랬을까? 그렇지 않고 살인이라면 누가 왜 그녀를 죽이려고 했을까? 이런 의문들이 샘솟듯이 솟구친다.

가마슈 경감 팀이 보여주는 수사능력은 탁월하다. 하지만 이 조직에도 하나의 허점이 있다. 그것은 형사 수습인 이베트 니콜이다. 그녀는 과도한 의욕을 가지고 있다. 조작된 가족사 때문에 그녀의 심리는 굉장히 불안정하다. 첫 부분부터 그녀의 비중이 상당한데 뒤로 가면서 앞으로 펼쳐질 시리즈에서 그녀가 어떻게 될지 더 궁금하다. 그녀가 지닌 영리함을 덮을 정도 팀과 어울리지 못하는 그녀를 보면서 생각에 잠긴다. 그녀의 심리와 행동은 그 옛날 나의 신입사원 시절을 잠시 연상시킨다. 앞으로 계속 등장한다면 어떻게 성장할지 보는 재미도 솔솔할 것 같다.

제인을 죽인 흉기가 화살임이 밝혀진다. 이 무기를 다루기가 쉽지 않다. 용의자를 줄여나가기 쉬울 것 같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새로운 장벽이 등장한다. 예상 외로 많은 사람들과 사건 현장 모습이 수사에 혼선을 가져온다. 그렇지만 이들은 포기를 모른다. 끈질기게 차근차근 증거를 조사하고 분석하며 범인에게 다가간다. 증거만으로 부족할 때가 있다. 그것을 채우는 것이 추리와 직관이다. 이것은 단숨에 나오지 않는다. 관계와 관계 속에서, 이야기와 이야기 속에서, 행동과 행동 속에서 갑자기 밖으로 드러난다. 분명히 증거가 모든 것보다 우선이지만 이 뒤에 숨겨진 사실이 이 모든 것을 뒤집는 순간도 있다. 가마슈 경감의 매력이 발휘되는 순간도 바로 이때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이 재미있었던 것은 누가 범인인지 맞추는 것보다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들려주는 과거와 현재 삶이 추리소설 이상의 깊이와 재미를 줬다. 제인의 그림을 둘러싸고 벌어진 평가들이나 그녀를 잃고 아파하는 사람들이나 가상 마을 속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등장인물들 한 명 한 명이 말이다. 그리고 숨겨진 삶이 밖으로 드러나면서 알려지는 과거는 그 삶이 아무리 단순하다해도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분명히 보여준다. 또 우리가 알고 있던 사실이 우리에 의해 왜곡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머릿속에 담아 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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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 살인사건 탐정 글래디 골드 시리즈 4
리타 라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좋은생각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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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이 돌아왔다. 할머니 탐정단의 활약이 이번에도 펼쳐진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핵심인 사건이 현재가 아닌 과거이기 때문이다. 그 사건의 피해자는 잭 골드, 즉 글래디 골드의 죽은 남편이다. 이 사건은 45년 전인 1961년 제야에 발생했다. 수사의 주체는 잭 랭포드다. 그가 글래디 골드에게 바치는 프로포즈 선물로 수사를 시작했다. 당연히 할머니들의 활약은 전편에 비해 더 줄었다. 하지만 어디에서나 이 할머니들의 활약은 멈추지 않는다. 잭과 글래디와 다른 할머니들의 멋진 활약이 이번에도 변함없다. 이 활약이 각각 다르게 펼쳐지지만.

전편에서 그들의 로맨스가 완성되지 못했는데 이 때문에 잭은 색다른 결심을 한다. 글래디의 전남편 살인사건을 다시 수사하기로 한 것이다. 그녀에게 이 사실을 숨기고 뉴욕으로 떠난다. 뉴욕은 그가 경찰로 일했던 현장이고, 친구들이 있는 곳이다. 옛 친구를 만나 자료를 얻는데 그의 동료들 죽음 소식이 줄줄이 이어진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거기에 사건은 1961년 제야에 발생했다. 사건 기록만 보아서는 전혀 범인을 짐작할 수 없다. 사건 당시 있었던 장면을 본 증인들의 진술이 필요하다. 글래디에게 연락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녀의 딸 에밀리가 있다. 그리고 현장에서 그 사건의 발단을 제공한 증인 패티 데니슨이 있다.

잭이 뉴욕에서 사건을 조사할 때 글래디는 잭이 사라진 것과 동생 에비의 실연 때문에 푹 처져있다. 탐정 사무실로 의뢰 들어온 사건에 대해서도 전혀 열정을 보여주지 않는다. 에비의 경우는 더 심하다. 티격태격하는 할머니들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는데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의뢰가 들어온 사건을 위해 잠복근무를 하지만 열정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수상한 사건이다. 전화나 다른 방법으로 의뢰대상자를 만나려고 하는데 연결되지 않는다. 일상 속에서 조금 활기를 찾는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한 가지 묘안을 짜낸다. 실행한다. 그리고 연락이 온다. 그들이 마주한 사실은 나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그렇지만 이 소설에 잘 어울리는 사건인 것은 분명하다.

잭의 활약이 이번 소설의 중심이다. 물론 다른 할머니 탐정들의 활약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야기의 중심에 그가 있을 뿐이다. 45년 전 사건을 수사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노력하는 자에게 길이 열린다. 그 과정에 만나게 되는 놀랍고 즐겁고 신난 인연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당시 그 사건에 의문을 품었던 기자와의 만남은 사건에 한 발 더 다가가게 한다. 어렴풋이 사건의 원인이 보인다. 마지막에 실제 그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가 너무나도 둔감하게 생각했던 삶의 한 면을 보게 된다. 공포와 두려움이 지배한 삶 말이다.

소소한 재미가 곳곳에 넘쳐난다. 개인적으로 할머니들이 뉴욕에서 보여준 활약이 가장 신난다. 성금함털이범을 잡기 위한 소피를 비롯한 세 할머니의 노력은 이 소설의 장점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준다. 70대 이상의 할머니들이 겁도 없이 범인을 잡기 위해 무모한 시도를 한다. 선택은 역시 잠복근무다. 멋지게 이 작전은 성공한다. 그리고 부수적으로 얻게 되는 행운도 있다. 이것과 더불어 뉴욕에서 만나게 되는 잭과 글래디의 로맨스는 은근하면서도 뜨겁다. 비록 파고파고 같은 일 때문에 완전히 불타지 못하지만 말이다.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기다리게 되는 상황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뭐 할머니들이 사는 곳에서 벌어지는 작고 은밀하고 의미있는 다른 에피소드도 무시할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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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행성 샘터 외국소설선 6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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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다. 첫 작품 <노인의 전쟁>을 게을러서 아직 읽지 않은 상태다. 이번 작품과 이어지지만 주인공이 다른 <유령여단>을 먼저 읽었다. 전편이 재미는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낯선 기분이 들어 조금은 쉽게 빠지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이번에는 완전히 빠졌다. 아마 전편을 읽으면서 이 시리즈에 어느 정도 적응한 모양이다. 저질 기억력 덕분에 어렴풋이 내용이 떠올랐지만 그래도 그 기억들이 이 작품의 세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또 읽으면서 알게 모르게 느껴졌던 다른 sf소설의 향기도 많은 영향력을 발휘했다. 저질 기억력 때문에 그 제목이 완전히 떠오르지 않지만.

이번 작품은 2편과 달리 1편의 주인공과 같다. 존 페리가 주인공이다. 그가 화자로 등장하여 거대한 음모의 소용돌이를 헤쳐 나간다. 전편에 등장한 샤를 부탱의 딸 조이와 전직 유령여단의 정보 장교였던 제인이 가족을 이루었다. 이 가족은 전편 이후 평화롭게 6년 째 한 행성에서 살고 있다. 이 행성에서 존 페리는 민정관이다. 앞부분에 그가 느끼는 일상의 평온함과 그 행성에서 벌어지는 조그만 해프닝이 잔잔한 재미를 준다. 얼마 후 등장한 리비키 장군의 요청으로 그들은 새로운 개척 행성 로아노크로 떠나게 된다. 이때만 해도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교묘하게 작업된 것일 줄 생각도 못했다.

우주개척연맹의 대대적인 홍보 끝에 도착한 로아노크 행성은 처음 그들이 알고 있던 그곳이 아니다. 전혀 다른 행성이다. 완전히 다른 좌표로 이동해서 그들이 도착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놀라운 정보가 공개된다. 다른 412 행성이 연합한 콘클라베가 존재하고, 이 연합은 그들 외 다른 행성들이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만약 콘클라베 결성 후 새로운 행성을 개척했다면 412척의 함선을 보내 그 개척지를 완전히 파괴한다. 그들이 도착한 로아노크는 콘클라베 이후 개척된 행성이다. 그들에게 발견되면 2500명의 개척민은 모두 죽게 된다. 개척함선에 실려 있던 그 의미를 알 수 없던 보급품들의 의미가 드러난다. 살기 위해 그 행성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무선기기는 사용이 금지된다. 그 시대 기준으로 그들은 원시적인 삶으로 복귀한다. 살기 위해.

새롭게 도착한 행성을 그들은 로아노크라고 부른다. 정보와 무선 등을 차단한 상태에서 힘겹게 살아간다. 충분한 행성 정보가 없는 상태다. 첨단기기를 충분히 활용할 전력도 사람도 부족하다. 하지만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다. 비록 불편하고 더디지만. 낯선 행성은 새로운 사건들이 발생하고, 지적 생명체의 흔적도 보인다. 생존을 위해 그들은 최선을 다하고 이 낯선 지적 생명체 문제를 고민한다. 이때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예상하게 되는데 다시 한 번 바뀐다. 왜 그들이 이 행성에 보내졌는지, 콘클라베 이후 첫 번째 개척행성이 파괴된 정보 뒤에 숨겨진 비밀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도중에 말이다. 이런 작업들은 반전처럼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최첨단 정치 스릴러라는 평에 동의한다.

전편에서 활용한 과학기술들이 이번에도 큰 활약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잘 짜인 구성이다. 예상한 전개를 뒤집고 반전처럼 펼쳐지는 이야기들이다. 거기에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등장은 흥미를 더한다. 음모와 배신이 바탕으로 깔리고, 그 위에서 춤추는 존 페리의 모습은 볼 때마다 분노를 자아낸다.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놀라운 능력과 반전들은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순간적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그리고 단순한 오락거리로 멈추지 않고 현실과 연결해서 생각할 수 있는 정보의 개방과 비밀 정치를 잘 녹여내었다.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버린다는 개념이 얼마나 위험한 것일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동시에 언론 통제가 지닌 위험도 같이. 재미있고 멋지고 생각할 것이 많은 sf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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