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상 1 : 사라진 도시 다른 세상 1
막심 샤탕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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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존의 막심 샤탕과 분명히 다른 이야기다. 하지만 변함없는 것도 있다. 그것은 속도감과 재미다. 피곤한 몸 상태로 이 책을 들었다. 분명히 기존과 다른 청소년 판타지란 소개에 약간의 걱정도 했다. 나와 맞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이런 걱정은 쓸데없었다. 분명하고 빠른 장면 전환과 개성 있는 캐릭터는 이 놀랍고 새로운 세계 속에서 조금씩 자리를 잡고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만든다. 

시작부터 음산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열네 살 소년 맷이 주인공이다. 이 나이의 소년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사실 현대에는 별로 없다. 물론 막나가자고 하면 그 끝이 없지만 말이다. 뉴욕을 배경으로 기상이변을 먼저 보여준다. 요즘 흔히 만나는 장면이다. 하지만 작가는 여기에 이상한 현상을 집어넣는다. 파란 섬광이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다. 파란 섬광의 공격을 받은 사람이 옷만 남겨놓고 사라진다. 처음 맷이 이 장면을 보았을 때 환상이나 꿈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폭풍설이 도시를 강타하던 그 날 이 파란 성광은 사람들을 공격하고 도시를 파괴한다. 그리고 도시의 모든 것이 변한다.

갑자기 사라진 어른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들. 전자제품은 모두 파괴되었고 문명의 흔적은 점점 사라진다. 이런 현실 속에 두 소년 맷과 토비아스는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달아난다. 하지만 이 둘을 쫓는 이상한 그림자가 있다. 의문을 자아내는 그림자의 존재는 중간중간 맷과 연결되고 그를 유인한다. 이 소설 속 미스터리 중 가장 큰 것이다. 그리고 이 두 소년의 도시 탈출기는 생존을 위한 방편이다. 문명의 편리함에 익숙했던 이들에게 이 도주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왜 이런 이변이 생겼는지 정확한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는데 중간에 앙브르를 통해 밝혀진 가정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무분별하고 파괴적인 인간의 활동이 지구의 면역체계를 건드렸고 그 때문에 이런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는 가정이다.

대자연의 역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앞부분은 이 소년들의 탈출기다. 중반 부분은 소년들이 모인 팬들의 섬에서 펼쳐진다. 그 전에 한 어른의 공격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5개월만에 깨어난 맷을 통해 변해버린 세계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책 제목처럼 전혀 다른 세상이다. 어른들은 사라지거나 알 수 없는 괴물로 모두 변했다. 살아남아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킨 것은 십칠 세 이하의 아이들뿐이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자신들을 피터 팬에서 따온 팬으로 부른다. 그리고 변해버린 어른들과 아이들의 대결이 시작한다. 

현대는 엄청난 지식과 정보가 축적되어 있다. 이 지식을 인터넷으로 쉽게 이용한다. 물론 책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지만 인터넷 의존도는 점점 높아진다. 그리고 우리가 학창시절 배우는 것은 그 시대의 흐름에 맞춰져 있다. 그 때문에 지국의 역습으로 변해버린 다른 세상에서 쓸모없는 것들이 엄청나다. 가장 기초적인 옷과 음식을 소년들이 도시의 상점 등에서 수집하는 것으로 이것을 보여준다. 문명이기가 사라진 자리를 금방 대체할 정도의 지식과 능력이 아직 소년들에게는 없다. 땅을 경작하여 농산물을 수확할 정도도 되지 않는다. 이제 새로운 세계 문명이 태동하려고 한다.

다른 세상으로 변한 후 가장 두드러진 것은 아이들의 초능력이다. 괴물로 변한 어른들을 상대하기에는 소년 등의 체력이 너무 딸린다. 힘으로 그들을 제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식과 임기응변으로 적을 물리치는 것도 분명히 한계가 있다. 이 대안으로 작가는 초능력을 집어넣었다. 각각 자신의 생활 습관과 바라는 바를 결합한 초능력을 말이다. 그리고 맷을 영웅으로 만든다. 이 과정에 고전 문학의 향기가 스며있는데 하나씩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의 대표작 <악의 삼부작>보다 치밀함이나 긴장감이 조금 약하지만 소년들의 등장으로 수위조절을 한 것 같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과연 어떤 다른 세상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모험을 펼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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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명의 백인신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천 명의 백인 신부
짐 퍼커스 지음, 고정아 옮김 / 바다출판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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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만 보아서는 무슨 내용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처음 표지를 보았을 때는 판타지나 sf 장르가 아닌가 하고 착각도 했다. 하지만 책 소개를 읽고 난 후 황당함을 느꼈다. 천 명의 백인 신부와 천 마리의 말을 교환해 백인과 인디언 사회의 영구 평화를 도모하자! 는 발상 때문이다. 어처구니없는 제안 아닌가! 그런데 1874년 9월에 샤이엔 족의 대족장 리틀 울프가 제18대 미국 대통령 율리시스 그랜트에게 실제 이런 제안을 했다고 한다. 그럼 실제 일어난 일일까? 아니다. 이 기발한 제안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무럭무럭 자라 멋진 허구의 세계가 펼쳐진다.

실제 제안은 거부되었지만 소설은 이 제안의 실용성을 주목하고 은밀하게 실천으로 옮긴 것으로 가정한다. 이 소설이 시작되는 부분은 바로 이 제안을 실천으로 옮기는 순간부터다. 가칭 인디언 신부 계획은 각각 다른 사연을 가진 여성들을 모아서 서부로 향한다. 그리고 이 비밀 계획은 한 여성의 일기를 통해 기록되고 알려진다. 그 여성이 바로 메이 도드다. 그녀는 1차 지원자 46명과 함께 미개인의 신부가 되기 위해 기차를 탔고, 그곳에서 각각의 사연을 품고 있는 멋진 동료들을 만난다. 이 때부터 두 문화의 충돌 속에서 47명의 백인 신부들의 활약을 현실적이면서도 유쾌하게 보여준다.

일기의 주인공 메이 도드가 이 계획에 참가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정신병원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다. 그녀가 정신병원에 가게 된 이유는 더 이상하다. 그녀의 기록에 따르면 그녀의 사랑 때문이다. 그녀가 집안의 일꾼 해리와 눈 맞아 아이들을 낳고 비천하게 살았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이것을 용납하기 못했다. 그녀의 두 아이는 엄마에게서 떨어지고 그녀는 음란하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갇힌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의문이 생기지만 예전에 한국에서도 가족들이 다른 가족을 정신병원에 감금했던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기에 고개를 끄덕인다. 결코 사랑을 포기하지 못했던 그녀가 병원 탈출을 위한 제안이 왔을 때 금방 받아들인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인디언 신부 계획이 밖에 드러나는 것을 겁낸 미 정부가 신부들을 모집하는 방식을 제대로 했을 리 없다. 메이 도드가 있는 정신병원으로 찾아온 것이나 매춘부 쌍둥이가 자원한 것이나 또 다른 사연을 가진 여성들이 참여한 것은 당연하다. 인디언을 미개인으로 부르고 혐오하던 그 시절 그 누가 자신의 딸이나 누이를 말과 바꿔 신부로 보내겠는가.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 사연 많은 여성들이 지원하게 되고 그 사연으로 이야기는 풍성해진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여성들이 등장함으로써 낯선 세계와 함께 하고 자신들의 삶을 좀더 다양하게 개척하게 된다. 

단순히 이 백인 신부들의 활약에 초점을 맞췄다면 재미있고 유쾌했을지 모르지만 깊이는 부족했을 것이다. 작가는 두 문화의 충돌을 보여주고, 각 문화의 단점을 드러내면서 그 시대를 충실히 재현하려고 했다. 이 때문에 환상이나 전설 속 인디언 이야기가 아닌 실제 인디언들을 만나게 된다. 각각의 의도에 의해 왜곡된 인디언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그 누구보다 순수했고, 그 순수함이 우리의 시각 속에 잔인함으로 변하는 것을 보게 된다. 바로 이 부분이 새로운 긴장감을 주고 역사의 뒤안길 속으로 사라졌던 그 시대의 일면을 마주하게 한다. 

이 작품은 기발한 제안에서 시작하여 상상력으로 그 제안을 발전시키고 그 상상력을 현실의 기반 위에서 멋지게 구현했다. 메이 도드를 비롯한 각각의 백인 신부들은 그 시대의 기준으로 역외자들이고 기존 질서의 도전자들이다. 이들의 개성을 새로운 문화 충돌 속에서 세밀하게 그려내었는데 이것도 역시 상상과 현실의 조화 속에 빛을 발한다. 개인적으로 특히 눈길을 끈 여성이 있다. 흑인인 피미다. 그녀의 과거와 현재 모두 자유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한데 현재의 활약이 이 모든 것을 뛰어넘었다. 남자 인디언과 어울려 초원을 달리고 적을 무찌르고 사냥을 하는 그녀를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예정된 결말을 다시 되새겨본다. 기대 이상의 재미와 새로운 역사의 한 장면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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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해고도에 위리안치하라 - 절망의 섬에 새긴 유배객들의 삶과 예술
이종묵.안대회 지음, 이한구 사진 / 북스코프(아카넷)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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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속에 나오는 절해고도 중 대부분이 요즘은 너무 쉽게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곳이다. 그렇지만 그 시대를 생각하면 완전히 다르다. 쾌속선으로도 몇 시간 걸리는 곳이거나 자기가 살 던 곳과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다. 물론 강화도 옆의 교동도처럼 멀지 않은 곳도 있다. 그래도 그곳을 가지 위해서는 배를 이용해야 한다. 심리적인 거리감은 현재와 완전히 다를 것이다. 거기에 위리안치라니 얼마나 가혹한 처벌인가!

위리안치는 머무는 집의 지붕 높이까지 가시나무를 둘러쳐 외부와 완전히 격리시킨 형벌이다. 섬이라는 공간이 유배지로 이용되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와 격리된 곳이다. 그런데 가시나무로 둘러쳐 외부와 완전히 동떨어지게 했다는 것은 엄청난 유배다. 유배를 간다는 것이 중앙 정부의 권력과 가까웠다는 의미인 경우가 많은 것을 생각하면 심리적인 박탈감은 더 대단했을 것이다. 유배지 특성 상 좋은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물론 이 책 속 몇몇은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을 보낸 사람도 있다. 하지만 몇몇은 십 수 년을 그곳에서 보내며 삶을 마감하기도 했다.

두 저자는 유배된 섬이 절망의 땅이었고, 무기징역형이었기 때문에 언제 다시 돌아갈지 모른다는 사실에 무게를 실었다. 이 사실은 그 만큼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 공간과 시간 속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거나 학문의 성취를 이루거나 예술혼을 더 높인 인물이 나온 것은 대단한 일이다. 너무나도 유명한 졍약전 같은 인물은 말할 것도 없고, 유배되어서 한 번 가고 관리로 한 번 다시 그곳에 간 조정철의 사연은 더욱 깊은 울림을 준다. 특히 조정철의 위리안치는 그 정도가 심해 다른 인물들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절해고도는 곧 멋진 풍경이 있다는 말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다. 물론 아닌 곳도 있다. 하지만 저자들이 다녀와서 보여준 멋진 사진들은 지금 봐도 절경이다. 개발의 손길에 많은 부분 해손된 곳이 있음을 감안하면 그 때는 더욱 멋졌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시절 유배된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면 다를 것이다. 마음이 막혀 절경이 눈에 와 닿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 섬사람들과 깊은 유대를 맺고 있다가도 유배형이 풀리면 금방 떠났다는 사실은 역시 집보다 못함을 말해준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유적이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 않다. 문헌에 기대어 그곳을 찾아가는데 약간 아쉬움이 있다.

두 저자가 이 먼 곳을 찾아가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유배지에 그들이 남긴 기록들이 그 섬을 알리는 역할을 한 것이다. 절망의 땅과 그 반대의 기록들이 그들을 부른 것이다. 이 기록들은 다시 이 글을 통해 독자의 가슴 한 곳으로 파고든다. 단순히 멋진 풍경으로 기억하던 곳이 ‘아! 예전에 이곳에 유배되었지만 결코 그 의지가 꺽이지 않은 인물이 있었구나!’ 하고 말이다. 이것은 또 유배지가 절망의 땅이라고 해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임을 알려준다. 그 속에서 자신의 새로운 삶을 찾은 인물이 나온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모두 열네 곳과 열네 명의 인물의 다룬다. 낯선 인물들이 눈에 더 많이 들어오는 것은 그들이 역사서에 자주 혹은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아서 그렇지 그 작품들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또 역사의 수레바퀴가 굴러가면서 이런 유배를 견뎌낸 인물이 높은 자리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알려준다. 그 시절을 힘겹게 견뎌낸 것이 어느 정도 큰 밑거름이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리고 책 곳곳에 이전에 알고 있던 사실 몇몇을 새롭게 보게 된 부분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최익현의 최후와 명사십리의 의미다. 더불어 이제는 멋진 관광지 혹은 풍경을 가진 곳이 된 절해고도로 발길을 옮기고 싶다. 뭐 그곳에서 선조의 흔적은 뒤로 밀리고 절경에 더 눈길을 더 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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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도시
미사키 아키 지음, 권일영 옮김 / 지니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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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사라진다. 보통 이 문장을 보면 전쟁 같은 상황에서 엄청난 무기에 의해 파괴되는 도시를 연상할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 속 도시는 정말 그냥 사라진다. 그 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다. 살던 사람이 사라진 도시는 다른 사람들이 들어가서 살 수 없다. 그곳이 오염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곳에 들어간다면 그 사람은 도시에 의해 공격을 받게 된다. 다만 도시에서 사람이 사라진 후 마음에서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이 그 도시에 남은 흔적들을 회수하기 위해 들어간다. 그 도시와 관련된 자료를 수거하기 위해서다. 밤에는 도시의 반응 때문에 들어가는 것이 금지된다. 이 소설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런 상황 설명으로 시작한다.

처음 이런 내용을 보았을 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의식을 가진 도시, 생명체와 같은 도시, 의식을 공격하는 도시라니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도시를 사라지게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이 핵무기 같은 것으로 공격하는 것을 알고 있던 나에게 30년에 한 번 살던 도시인들을 그냥 소멸시키는 도시가 너무나도 낯설다. 덕분에 이 작가의 작품 중 가장 재미있게 읽었고 감탄을 하면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다음에 다시 읽는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소설의 첫 장과 마지막 장의 제목처럼 다시 이어가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뭐 이 소설의 각 에피소드를 읽을 때마다 프롤로그, 그리고 에필로그로 다시 돌아가 등장인물을 확인하게 되지만 말이다.

도시의 소멸에 대해 작가는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의식을 지닌 도시를 다루지만 그 도시의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특히 이번에 사라진 쓰키가세라는 도시와 연결된 사람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첫 장에서 이들을 한꺼번에 등장시킨 후 각각의 에피소드를 통해 쓰키가세 소멸 후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현재에서 시작하여 과거의 한 시점으로 간 후 현재로 올라오는 전개 방식과 더불어 마지막 장에 다시 쓰키가세의 소멸 시점으로 옮겨간다. 이 구성이 치밀하게 짜여 있는데 읽으면서 첫 장의 장면이 지닌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당연히 그 사람들의 사연과 삶을 차분히 보여준다. 그들이 잃었고 아파하고 그리워하고 잊고 있던 삶의 흔적들을 말이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그들의 의지도 역시.

읽으면서 이 소설의 장르 생각도 많이 했다. 시대도 정확하게 그려지지 않고, 거류지의 풍경은 왠지 모르게 공각기동대 속 장면들이 떠오르고, 낯선 용어들은 무슨 의미일까 살짝 고민하게 만들었다. 이런 고민들은 잘 짜인 이야기와 등장인물들의 사연과 의지로 조금씩 사라졌다. 하지만 읽으면서 혹은 읽고 난 후 작가의 불친절한 설명과 열린 결말이 생각의 가지를 치기 시작했다. 그들이 어떻게 모였고, 연결되었고, 힘을 합쳤고, 앞으로 나아가는지 보여줬지만 가장 큰 프롤로그로 문을 연 덕분에 생각이 더 많아진 것이다. 

각 에피소드 속에서 각각의 사람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나 자신도 그냥 고개를 끄덕인다. “사라진 것에 대한 치유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63쪽)는 문장은 치유가 아닌 받아들임으로 봐야할 것이다. 현실과 자신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판단이 전제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겪는 삶의 과정은 그것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삶에서 우리가 잊고 있던 중요한 말을 발견한다. “이상하네. 자기가 하는 일을 일일이 무얼 위해 하는 건지 생각하면서 결정해? 자기가 그걸 하고 싶은지 아닌지가 중요한 거 아니야?”(475쪽)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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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 세상
캐런 러셀 지음, 권민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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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추천과 판타지라는 소개글이 이 소설을 선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막내딸 에바가 유령과 사랑에 빠진 언니 오시올라를 구하기 위해 유령들의 세계인 지하계로 위험천만한 모험을 떠난다고 했을 때 킹의 추천사와 더불어 기존에 가지고 있던 판타지 세계를 떠올렸다. 하지만 계속해서 읽어도 판타지의 공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현실이라는 높은 벽만 계속 나타났다. 예상과 전혀 다른 이야기 전개다. 킹의 추천사에서 킹이 만들어 보여줬던 세계를 미리 짐작하는 잘못을 범했다. 그래도 흡입력 있는 문장과 개성 강한 등장인물로 재미있게 읽었다.

늪세상이란 제목을 보면서 이곳이 바로 판타지가 펼쳐지는 공간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늪세상은 이 소설의 주인공 가족 빅트리 일가가 운영하는 늪지대 테마파크다. 최고 인기 프로그램은 엄마의 악어 레슬링이다. 이 공연을 보기 위해 먼 늪지대까지 사람들이 온다. 그리고 이 가족들은 악어를 세스라고 부른다. 그들은 늪지대에서 아흔아홉 마리의 악어들과 살고 있다. 그러다 가장 큰 흥행 요소가 갑자기 사라진다. 그것은 엄마의 암과 그로인한 죽음이다. 흥행 요소가 사라진 늪세상은 부채가 증가하고 경제적 문제 등으로 인해 가족해체의 수순을 밟아간다.

그 전에 노망든 할아버지가 먼저 요양원으로 떠나고, 큰 아들 키위가 그 다음에 떠난다. 집에 있던 돈 3백 달러와 함께. 곧이어 인디언인척 하는 추장 아버지가 떠나고, 늪세상에는 두 딸만 살게 된다. 큰딸 오시올라는 유령과 대화한다는 환상 혹은 영적 세계에 빠져 있고, 막내딸 에바는 이제 겨우 열세 살이다. 이 두 딸이 섬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별로 없다. 악어들을 돌보거나 그냥 자신들의 환상과 세계 속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니 오시올라가 준설선의 유령 루이스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사라진다. 섬에는 에바 혼자 남았다. 언니를 찾기 위해 섬의 새 문제를 해결했던 들새 아저씨와 함께 지하계로 모험을 떠난다.

에바를 통해 펼쳐지는 늪세상의 현실과 모험이 하나의 중요한 축이라면 키위의 육지 생활은 또 다른 축이다. 이 가족은 늪지대에 살면서 정규 교육과정을 밟지 못했다. 통신 교육으로 어느 정도 과정을 이수한다고 하지만 현실과 거리가 있다. 키위가 육지로 올라와서 하버드를 꿈꾸는데 현실과의 거리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것은 막내 에바의 행동이나 심리 등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키위는 가족 최대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또 다른 테마파크 암흑세계에 취직한다. 이것은 정규 교육도 받지 못했고 제대로 된 사회경험을 쌓지 못한 그가 할 수 있는 몇 가지 일 중 하나일 뿐이다. 변한 환경 속에서 힘든 적응기를 거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판타지를 다루는 것 같지만 지독한 현실을 그 속에 품고 그대로 보여준다. 에바를 통해 소녀의 환상이 어떻게 깨어지는지, 키위를 통해 알고 있던 현실 뒤의 또 다른 삶을 보여준다. 이 과정은 성장소설로 읽어도 큰 탈이 없을 것 같다. 자신들의 세계가 깨어지고 현실을 하나씩 깨달아 가기 때문이다. 비록 소녀에게는 너무 가혹하고, 소년에게는 헛된 명성을 잠시 주지만 말이다. 이 가족들은 하나의 희망을 품고 있다. 그것은 공연을 계속하고 늪세상을 살리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그렇다고 그렇게 암울하지만은 않다. 단지 현실 적응의 문제일 뿐이다. 그들은 가슴 한 편에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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