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헌트 1 - 구교사 괴담
오노 후유미 지음, 박시현 옮김 / 북스마니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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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 후유미란 이름 때문에 선택했다. 솔직히 말해 이 작가의 소설을 읽은 것은 딱 한 편이다. <시귀>다. 3권짜리 장편인데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그때는 이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보게 된 일본 애니 <십이국기>의 원작자란 것을 알게 되면서 기억하게 되었다. 집에 <십이국기> 몇 권이 있다. 애니를 본 것 때문에 왠지 손이 나가질 않는다. 애니의 이미지가 원작에 적용될 것 같은 느낌과 다른 책을 먼저 읽고 싶은 마음에 뒤로 밀렸다. 그러다 선택한 것이 이 책이다. 그런데 이 소설도 읽다보니 이전에 애니로 본 것이다. 몇 년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애니의 원작이지만 만화로도 나왔다. 이런 하나의 소스를 다양하게 이용하는 것은 이미 여러 번 봤다. 그래서 가끔 애니로 봤다는 이유로 원작의 재미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점점 이런 경우가 많아지는데 아쉬울 때가 많다. 만화 대신 애니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으니 게을러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 소설도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달려들었다가 애니로 봤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약간 주춤했다. 가속도가 붙어야 할 시점에 특히. 머릿속에 남아 있는 애니와 비교하는 작업이 읽는 동안 계속 되었는데 이 때문에 원작의 재미를 충분히 누리지 못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 물론 남은 이미지의 도움을 받은 부분도 있지만.

부제 ‘구교사 괴담’에서 알 수 있듯이 괴담에서 시작한다. 화자는 고등학생 마이다.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 괴담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 나온 것이 그녀가 다니는 학교의 구교사 괴담이다. 처음에는 그냥 떠돌아다니는 괴담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 구교사를 정리하려고 하는 교장이 고스트헌트를 부르면서 바뀐다. 처음 도착한 인물이 바로 시부야다. 그는 시부야 사이킥 리서치 대표다. 겨우 열입곱인데 말이다. 거기에 엄청난 미소년이다. 마이를 제외한 다른 친구가 그에게 홀딱 빠진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될 정도의 미모다. 그리고 그는 영능력자가 아니고 과학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마이가 이 구교사 일에 빠지게 된 것도 바로 시부야의 조수를 다치게 만들고 비싼 기자재를 깨트린 것 때문이다.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공간이 구교사다. 괴담의 진원지이기도 하지만 알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어린 시부야를 믿지 못한 교장이 다른 영능력자를 부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가 매체에서 뛰어난 업적을 쌓은 인물이 아닐 경우에는 더욱더. 무녀와 스님과 영매와 신부 등이 추가로 등장한다. 이들은 구교사에 정령이 있다 없다 등으로 말다툼을 한다. 쉽게 정령이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구교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분명 어떤 존재가 있다. 비록 분명하게 그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제목만 본다면 판타지 계열로 초능력이 난무할 것 같지만 작가는 냉정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시부야를 내세워 과학적 해석을 바탕으로 먼저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이에 반론을 제기하는 영능력자와 영적 재능이 있는 학생을 등장시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구교사에서 벌어지는 몇 가지 해프닝과 사고는 독자로 하여금 그 정체가 무엇인지 호기심을 품게 만든다. 하지만 마이의 일인칭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그 무거움을 덜어낸다. 여고생이 화자이자 주인공이 되면서 명랑해진 것이다. 여기에 살짝 가미되기 시작하는 로맨스는 다음 권을 기대하게 만든다. 애니를 끝까지 보지 않은 것 같은데 원작은 과연 끝까지 보게 될지 모르겠다. 뭐 원작이 모두 출간될 때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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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차일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3-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3
존 하트 지음, 박산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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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스릴러 장르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작품이다. 물론 판매량만 본다면 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장르 애호가들의 평에 의하면 훨씬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아직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읽지 않은 상태라 개인적인 호불호를 나누기 쉽지 않다. 대신 작가의 다른 책 <너무 친한 친구들>과 비교한다면 분명 큰 차이가 있다. 물론 이 비교는 정당하지 않다. 다른 작품이고, 개인적 기호나 취향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시간이 되고 손이 간다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서평을 통해 다시 개인적 점수를 밝히고 싶다.

예전에도 몇 번 썼지만 다른 사람의 서평을 꼼꼼하게 읽는 편이 아니다. 한때는 정말 열심히 읽은 적이 있지만 그들의 감상이 나의 서평에 그대로 묻어나는 경우가 많아지고 선입견이 생기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잘 읽지 않는다. 간단한 책 소개도 간략하게 훑고 지나간다. 그러다보니 아! 꼭 읽어야지, 하고 먹었던 마음이 다른 책 소개와 꼬이면서 어! 이런 내용이었나, 하는 의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럴 때 다시 책 표지나 띠지를 다시 본다. 이때 발견한 문구 중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것은 ‘제2의 하퍼 리, 포스트 코맥 매카시로 평가받는 그의 최고 작품’이다. 대단한 호평이다.

많은 평 중에 눈길을 끄는 것은 허클베리 핀이다. 아직 이 소설을 읽지 않았는데 예전에 만화로 만들어진 <톰 소여의 모험>을 통해 만난 적이 있는 소년이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은 연결이었다. 그런데 점점 진도가 나감에 따라 그의 흔적이 강해졌다. 물론 소년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작가가 뛰어넘지는 않는다. 우연과 행운이 겹쳐지면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그 중심에는 소년 조니의 강한 의지와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 납치된 쌍둥이 여동생 앨리사로 인한 가족의 해체와 붕괴, 사라진 아버지와 약과 술에 취한 엄마와 떨어져 살게 될지 모르는 미래, 앨리사를 찾아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겠다는 의지는 바로 이런 현실과 미래에 대한 공포에 대한 대응책이자 반발이다.

이야기는 두 인물이 이끌어 간다. 소년 조니와 형사반장 헌트다. 조니가 사건의 직접 피해 당사자라면 헌트는 앨리사의 실종으로 인해 가족이 깨어진 간접 피해자다. 헌트의 경우가 바로 형사들이 평생 가슴 속에 담고 산다는 바로 그 사건이다. 소설의 첫 부분은 소년 조니다. 그가 약물과 알코올 중독인 엄마 대신 마트로 장을 보러간다. 여기서 이 둘이 만난다. 첫 만남은 아니다. 여러 번 만났다. 이 만남이 조니에게는 부담스럽다. 혹시 잘못되어 다른 가정으로 입양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금은 밋밋한 시작이다. 살짝 만만하게 봤다. 그런데 조니의 활약이 펼쳐지면서 이야기는 급변한다.

조니는 평범한 열네 살이 아니다. 그는 여동생 앨리사의 납치 실종과 아빠가 집을 떠난 현실을 굳건히 견뎌내면서 동생을 찾으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 노력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새로운 사건과 엄청난 과거가 드러나고 가속도가 붙는다. 영웅처럼 다루어지는 조니지만 그 때문에 그의 가족은 더욱 위태로워진다. 그 또한 엄청난 위험 속에 노출되어 있었다. 이런 조니를 옆에서 돌봐주는 인물이 바로 헌트 반장이다. 하지만 그의 도움을 조니가 바라지 않는다. 아니 신뢰하지 않는다. 소년이 너무 많은 어른 세계를 들여다본 것이다. 

헌트는 조니 가족 옆을 맴돈다. 조니의 행동으로 새로운 단서가 드러난다. 한 소녀의 실종 사건으로 과거 사건이 재조명된다. 엄청난 진실이 드러나면서 분노는 냉정함을 뒤덮어버린다. 하지만 쉽게 단서가 밝혀지지 않는다. 형사는 증거를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증거를 쫓아가지만 새로운 살인사건만 발견할 뿐이다. 증거와 흔적을 포기하지 않고 파고들면서 알 수 없었던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기 시작한다. 조니가 보여준 단서와 행동이 하나씩 사실로 드러난다. 추악한 어른들의 행동들이 말이다.

앨리사의 실종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결국 인간과 가족 문제로 파고든다. 밖으로 드러나는 치밀한 범죄행위와 엄청난 사건은 분노를 자아낸다. 이 엄청난 사건이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지만 그 기반에는 가족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이 가족 문제는 하나의 사건에서 시작되었다. 바로 앨리사의 실종이다. 진실이 밖으로 드러날 때 모든 문제가 하나씩 해결되고 가족이란 테두리가 지닌 한계와 힘을 깨닫게 된다. 한 편의 스릴러 소설 속에 작가는 많은 이야기 거리를 집어넣었고, 독자는 그 많은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과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분석하게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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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 김영사 모던&클래식
존 스타인벡 지음, 안정효 옮김 / 김영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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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타인벡의 소설을 처음 읽은 것이 대학 때였다. <분노의 포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 후 <에덴의 동쪽>을 문고판으로 읽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 두 권 모두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 것 같은데 그 당시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이 재미와 몰입도와 상관없이 내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시대에 대한 이해와 사람에 대한 애정이 부족한 시절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그 당시 재미있게 혹은 몰입해서 읽은 책 상당수가 그랬다. 지금 다시 읽으라고 한다면 쉽게 손이 가질 않을 책들이다. 소위 말하는 고전문학으로 분류되던 책들이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스타인벡의 소설을 한 권 읽었다. 여전히 잘 읽혔다. 하지만 그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이야기의 맥을 단숨에 잡지 못했다. 아직 성숙함이 부족한 모양이다. 이것과 상관없이 그의 이름이 나오는 책에는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대학 때 읽은 재미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이것은 이 책을 선택하는데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조그만 착각도 작용했다. 당연히 소설로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아니다. 이 책은 작가가 자신의 나라에 대한 애정을 담은 비평 에세이다. 가끔 깜짝 놀라게 만드는 내용들이 나와 어리둥절할 경우도 많았지만 분명히 미국과 미국인에 대한 글이다.

책 구성은 역자가 쓴 작가와 작품에 대한 해제가 먼저고, 그 다음에 본격적인 이야기가 주제별로 나온다. 책을 읽을 때 개인적으로 역자나 해설이 붙은 것을 먼저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작가의 글을 먼저 읽었다. 미국의 탄생과 성장에 대한 내용인 ‘여럿에서 하나’의 장은 항상 듣게 되는 미국의 힘이 어디에서 비롯한 것인지 알려줬다. 하지만 그 내용 중에서 놀라운 글이 보인다. “제한이 심한 이민법을 통과시키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바로 그 사람들이, 이제는 값싼 새로운 노동력을 받아들이자고 앞장을 서서 주장하는가 하면, 때로는 불법으로 이주를 받아들이기에 이르렀다.”(94쪽) 이 글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자 등이 어떻게 변신하는지 잘 보여준다. 한국의 현실에 이 문장에서 단어를 조금 바꿔서 적용하면 현재 한미FTA 문제나 기타 사항으로도 바로 적용이 가능하다. 

그 외에도 미국과 미국인에 대한 그의 글들은 우리의 현실에 대입해도 무리가 없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광고, 생태, 정치, 경제, 인권, 미래에 대한 글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가 이 글을 쓴 시대가 1960년대 후반임을 감안하면 더욱 놀랍다. 물론 이전에 다른 책 등에서 읽은 부분도 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시대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이 글들이 가슴으로 와 닿는다. 물론 나의 인식이 따라가지 못하거나 기존 상식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 특히 노예제도에 대한 부분이 그렇다. 노예제도라는 문제가 이성이나 분석의 문제가 아니라 순전히 감정적인 논쟁으로 대두했다는 지적에서 그 시대를 이해하는 새로운 단서 하나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매카시즘과 문학에 대한 금서 논쟁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잘 몰랐다. 그의 작품이 금서 목록에 올랐다는 것조차 몰랐다. 이 부분은 역자의 해제를 통해 잘 알게 되었다. 해제를 나중에 읽으면서 작가의 글 속에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놓친 의미를 새롭게 발견한 것이다. 아마 해체를 먼저 읽었다면 그렇구나 하고 지나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존 스타인벡 인생과 문학을 비교적 짧은 글 속에 잘 요약한 글이다. 이 때문에 나중에 아직 읽지 않는 작가의 다른 책에 대한 관심이 더 생겼다. 이전에 읽은 책도 한 번 더 읽을까 살짝 고민이 된다. 뭐 고민을 끝날 가능성이 더 높지만. 

역자도 말했지만 작가는 사회주의자보다 현실을 가장 낮은 곳에서 바라보는 인본주의자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 사회의 현실과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 책을 읽는 우리가 바로 자신의 필요에 따라 그의 의도와 목적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표지가 너무 미국적이라 살짝 들고 다니기 부담스럽다. 제목과 내용만 생각한다면 제대로 그것을 표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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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리그의 빛과 그늘 - 능력주의 사회와 엘리트의 탄생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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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 아이비리그는 하버드다. 어릴 때 본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란 드라마에 강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지금도 미국 최고 대학에서 하버드가 빠져 있으면 왜? 라는 의문이 생긴다. 아이비리그란 것을 알게 된 것도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 동부의 몇 개 대학을 지칭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명칭은 몰랐다. 뭐 하버드를 알면 되었지 하고. 하지만 미국 드라마나 영화나 소설 등을 통해 다른 명문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조금 놀랐다. 그것은 이 대학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아이비리그. 사실 이 단어를 듣게 된 것은 옷 입는 스타일 때문이다. 한때 유행했던 스타일이다. 패션에 둔감하기 그지없는 나에 비해 후배나 친구들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 당시는 이 대학들이 어떤 대학인지도 몰랐을 때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왜 그때 이런 스타일이 유행했고, 이 단어들이 우리 삶속으로 파고들게 되었는지 조금은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나 자신이 책 속 기러기아빠처럼 강한 비판을 하지만 남모를 숭배를 하고 있는 상태임을 깨닫는다. 이 숭배가 가끔 주변 사람이 너무 쉽게 들어감에 따라 별 것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하지만.

부제는 능력주의 사회와 엘리트의 탄생이다. 미국 아이비리그를 중심으로 연대순으로 대학의 변천사를 보여준다. 전작들처럼 방대한 인용과 논리적인 글 전개는 감탄을 자아낸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놀라는 것이 있다. 어렴풋이 느꼈던 미국인들의 아이비리그에 대한 강한 열망과 숭배를 확실하게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사회가 서울대 합격이나 사시 합격 등을 했을 때 플랜카드를 걸고 잔치를 하는 것과 비교하면 대충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아이비리그 대학 합격을 위해 쏟아 붓는 돈을 본다면 오히려 한국의 부모가 밀릴 정도다. 어느 부분에서는 오히려 한국이 투명하고 공정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성직자를 배출하기 위해 설립된 대학들이 실용주의와 결합하면서 변신하기 시작한다. 군산학복합체로 변신한 현실에는 실용주의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어느 부분에서는 기업의 하수인 혹은 기업 그 자체가 되었다. 이 변천사를 통계와 다른 저서들의 인용으로 풀어낸다. 옛날 반전시위로 사회변혁을 위해 노력했던 학교가 이제 단순히 고소득을 위한 훈련소로 변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임금격차가 심해짐에 따라 더욱 심해지는 아이비리그에 대한 열망과 숭배는 읽는 내내 씁쓸했다. 이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대학의 문제점 중 하나가 대학 강사에 대한 것이다. 너무 높은 비율의 시간 강사가 존재하고 있고, 전임교수가 되지 못해 교수들에게 총을 난사한 사건이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 대학에 대한 작은 환상을 품고 있었는데 단박에 깨진다.

이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세습 입학 비율은 예상을 초월한다. 몇 년 전 고대나 연대 등의 합격 비리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이 글을 읽으면서 우리도 미국의 나쁜 구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아니 이미 따라하고 있다. 또 아이비리그로 아이들을 보내기 위해 위장전입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글에서 이 아이디어가 어디에서 왔을까 의문이 생긴다. 입학시험인 SAT가 가난한 학생들에게 환상을 심어준다는 글에서 우리의 현실과 미래를 살짝 엿볼 수 있다. 단지 그들은 돈 많은 부자나 권력자 자녀의 들러리가 아닌가 하고 말이다.

정말 많은 자료가 나온다. 교육을 생각한다면 좋은 토론 자료가 아닐까 생각한다. 생각의 가지가 여기저기로 뻗어나간다. 미국을 움직이는 힘, 세계를 움직이는 힘 등이 어디에서 생겼는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조금은 알 수 있다. 아이비리그에 대한 가장 멋진 비유는 “부자들은 하버드를 ‘쇼핑몰’로 여기고 저소득층은 신분 상승을 위한 ‘구명 보트’로 여긴다.”(248쪽)는 글이다. 또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부자 등의 자녀들을 위해 학교가 변하는 현실은 이 사실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상업화로 치닫고 있는 대학에 대해 “대학을 비영리 기관으로 간주해 면세 혜택을 주어야 하는가?“(230쪽)는 질문에서 대학뿐만 아니라 종교단체까지 생각이 이어졌다. 본래의 목적은 사라지고 상업화와 거대화만 남은 교육, 종교의 현주소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뭐 저자는 교육이 종교의 자리를 차지했다고 하지만. 또 입시관련 사업의 확장은 또 다른 사회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비리와 부조리의 연결 고리가 끝없이 이어져 있는 것 같다. 실용주의, 능력주의, 서열화, 상업화, 엘리트주의. 이 단어들이 현재 대학을 설명하는 용어가 되었다는 사실에서 조금은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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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경영의 원칙 서울대학교 관악초청강연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안철수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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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교수와 학생들, 시민들을 대상으로 기획된 관악초청강연에서 안철수 교수가 직접 강연한 내용과 질문 · 답변을 담은 책이다. 제목 그대로 그의 경영에 대한 철학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렇게 길지 않은 내용이라 단숨에 읽을 수 있다. 강연을 엮은 책이다 보니 핵심 내용이 잘 간추려져 있다. 일부분은 이미 다른 곳에서 듣거나 본 내용이지만 그의 경영 원칙을 마음속으로 되새겨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에서 생략된 중요한 내용을 들려주고, 독자나 시청자의 궁금점 몇 가지를 채워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안철수 교수의 강연, 패널 질문과 토론, 청중과의 대화 등이다. 제1부는 그가 농담처럼 <무릎팍도사>에서 잘린 것들을 이야기한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결코 보여주지 못했었던 것을 이야기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4시간 이상 녹화를 하였다고 하는데 방송에 나온 시간은 그것의 1/4도 채 되지 않는다. 방송 목적에 따라 짤린 시간이 많고, 그가 말하고자 한 대목이 많이 사라졌다는 의미다. 인기 방송이 인간 안철수의 이미지를 극대화한 반면에 그가 방송에서 말하고자 한 바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가 강연한 경영의 원칙이 엄청나게 특별하냐고 하면 아니다. 우리가 수없이 많은 책들에서 이미 보고 읽은 내용이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이야기하는 대목은 <무릎팍도사>가 오히려 더 재미있다. 하지만 그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경영의 원칙과 삶은 실천이라는 행동 때문에 완전히 색다른 빛깔을 가진다. 그 과정이 결코 일상적이지 않는데 왜 그렇게 그를 몰아갔는지 알려주는 대목에서는 그가 평범한 사람과 얼마나 다른 인물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인물과 이론과 책과 사색에 대한 것은 또 다른 하나의 안내서 역할을 한다.

좋고 인상 깊고 배울 부분이 많은 강연이다. 결과가 아닌 과정을 이야기한 부분은 가끔 우리가 잊고 있던 삶의 목적을 떠올려준다. 최근 매체를 통해 대권 후보의 한 사람이 된 그의 행보가 기존 정치인과 차별화되는 것을 보면서 느낀 점 일 부분이 이 강연 속에 담겨 있다. 그가 걸어온 길에 새겨진 역정이 결코 거짓과 허위로 인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물론 이것은 현재까지의 삶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그는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삶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만 않았다. 안철수연구소와 그의 온화한 이미지에 가려져 있던 어려움들이 사이사이에 흘러나온다. 이 과정들도 하나의 성장을 위한 단계임을 말할 때 그가 왜 이 시대 사람들의 멘토가 되었는지 알 수 있다.

그가 패널이나 청중과 대화할 때 보여준 유연하면서도 분명한 답변은 각 개인이 경험한 것의 깊이에 따라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그가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 후 다른 전문분야와 융합하라는 것과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생기는 어려움을 토로할 때 이 대화가 담고 있는 현실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학창시절 그렇게 자주 들었던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 부분은 옛 기억을 되살려주고,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에 대한 답변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또 IT관련 역사와 비화를 들려줄 때 그 속에 담긴 상업화의 폐해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의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 뒤에 숨겨진 결단력과 실천력은 그의 강연과 대화의 행간에서 살며시 드러난다. 시대의 부름과 요청에 의해 정치로까지 발걸음을 옮기게 된 CEO이자 교수인 안철수를 가장 쉽게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 이 강연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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