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되었습니다 - 모든 미해결 사건이 풀리는 세상, 제6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대상작
박하익 지음 / 노블마인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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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가 모든 미해결 사건이 풀리는 세상이다. 당연히 어떻게 풀릴까 의문이 생긴다. 작가는 이 미해결 사건을 풀어내는 방식으로 죽은 사람이 살아나서 직접 그 살인자를 처단하는 것으로 설정하고 있다. 놀라운 설정이다. 의문이 또 생긴다. 죽임을 당한 사람들이 살아와서 복수한다면 사법 제도나 세상의 살인은 모두 사라지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런 몇 가지 의문을 품고 읽었는데 몇 가지 제약과 한계를 두면서 교묘하게 이런 문제들을 피해간다. 도입부부터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내놓고 기존의 정보와 다른 현실을 보여주면서 이 바뀐 세계와 범인에 대한 의문을 품게 만든다.

진홍은 성공한 사업가지만 자신의 눈앞에서 어머니가 소매치기에게 죽임을 당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 기억은 그 이후 하나의 트라우마가 된다. 이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가 취한 것은 일중독이다. 덕분에 크게 성공했지만 가슴 한 곳이 허전하다. 이런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그에게 누나한테 전화가 온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거실에서 콩나물을 다듬고 있다는 것이다. 집에 가서 확인하니 분명 어머니다.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기이한 현상이 자신에게도 생긴 것이다. 살아 돌아온 어머니를 보기 위해 교회 목사와 신도들도 찾아온다. 그런데 놀랍게도 어머니가 진홍을 죽이기 위해 칼을 들고 달려든다. 다행히 목사의 재빠른 반응과 성경 덕분에 살인을 막게 된다.

죽은 사람들이 살아와서 그들을 죽인 살인자를 심판하는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다. 이 괴이한 현상을 언론에서는 RVP(Resurrected Victims Phenomenon), 살인 피해자 환세현상이라고 부른다. 진홍의 사건은 한국에서 벌어진 일곱 번째 RVP다. 지금까지 벌어진 사건의 경우를 보게 되면 살아 돌아온 사람의 공격 대상은 미해결 사건의 진범이다. 그렇다면 진홍이 실제 이 사건의 막후라는 의미인데 이상하다. 지금까지 살아온 그의 행적을 보면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단순히 RVP만 감안하면 분명하게 진범인데 미묘한 현실이 의문을 더욱 짙게 만든다. 이 의문은 이 소설을 끌고 가는 중요한 하나의 줄기가 된다.

진홍이 진범이냐가 하나의 줄기라면 왜 이런 괴이한 현상이 생겼을까 하는 의문이 또 다른 줄기다. 초자연적 현상인데 판타지의 그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기자마자 한 천재 과학자의 연구결과물이란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어떻게 이런 현상이 생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연속해서 이어지는데 작가는 이것을 마지막 장면에서 한방에 날려버린다. 사실 처음에 이 장면을 읽으면서 불만이 많았다. 억지스럽고 다른 영화나 소설에서 본 장면과 겹쳐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 작가가 설정한 세계와 진행이 진한 여운으로 다가왔다. 중반 이후 빠지기 시작한 힘이 단숨에 불타오른 것이다.

죽은 사람이 살아와서 복수한다는 것은 고전 괴담에서 자주 본 것이다. 소설 속에서도 다루고 있지만 과연 이 죽은 사람들이 되살아나 살인하는 것을 반갑게 받아들일까와 이 살인은 정당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 미묘하고 중요한 논쟁을 작가는 더 진행하지 않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데 사실 이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다. 좀더 깊고 다양하게 살인과 복수의 상관관계를 다룰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더 나간다면 사형제도와 살인과의 관계도 다룰 수 있다. 물론 이 부분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깊은 사고와 다양한 논쟁과 통찰을 통해 풀어내었다면 현재보다 월등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많지 않은 분량에 가독성이 좋다. 단숨에 읽히는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의문을 계속 가지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중반 이후 약간의 진부한 혹은 비슷한 진행으로 집중도가 떨어진다. 누가 범인인가 하는 의문을 계속 품게 만들지만 새로운 사실과 진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괴이한 현상들이 약간의 무리수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 문장이 이 진부한 진행 속에 반전을 만들고 이어질 이야기를 생각하면 이 진부한 듯한 설정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이 부분이 이 소설이 담고 있는 거대한 담론과 더불어 힘을 발휘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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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연속 세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0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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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쳐 읽으면서 반가운 인물을 발견했다. 얼마 전에 읽은 <달의 뒷면>에 등장한 다몬이 나온 것이다. 혹시 다몬이 주인공이 아니라 에피소드 중 하나에 까메오로 출연한 것은 아닐까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첫 작품에서 시작하여 마지막 단편까지 그는 이야기의 중심에서 전작에서 보여준 기묘한 매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면서 혹시 이 단편집에 <달의 뒷면>의 후일담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었다. 이 기대는 무참히 사라졌다. 하지만 다섯 편의 단편이 환상과 미스터리의 미묘한 결합으로 즐거움을 줬다.

첫 작품 <나무지킴이 사내>는 미스터리보다 판타지 요소가 더 강하다. 강변을 배경으로 펼쳐지길래 은근히 <달의 뒷면>의 에피소드를 기대하게 만들기도 했다. 벚꽃 나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본의 벚꽃 이미지는 살짝 나의 감성과 충돌하지만 다몬이 만나는 다시로 선배의 꿈 이야기는 작가의 말처럼 SF소설의 한 장면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그가 지나가듯이 내뱉은 나무지킴이 사내인데 밋밋한 전개라고 느끼는 순간 서늘한 긴장감을 심어준다.

죽음으로 인도하는 음악을 다룬 <악마를 동정하는 노래>는 인간의 악의가 어떤 식으로 힘을 발휘하는 지 잘 보여준다. 예전에 들었던 글루미 선데이 노래에 대한 자살 소식을 먼저 떠올려주는 가수 전설은 호기심을 끌기 충분하다. 그이의 별명은 싸이렌, 전설의 괴물이다. 도시괴담 같은데 실제 조사하니 죽은 이가 몇 명 있다. 진짜 이야기는 후반부에 밝혀지는데 숨겨진 과거와 복수가 조용히 스며드는 안개처럼 가슴 한 곳으로 파고든다. 개인적으로 산 소리에 대한 잔영이 으스스하다.

<환영 시네마>는 다몬이 발견한 밴드 네버모어의 한 멤버 다모쓰에 대한 이야기다. 괴상하고 기이한 일을 자주 만나고 느끼는 다몬에게 다모쓰가 보여주는 이상한 행동은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가 들려주는 불길한 이야기는 불안감과 기억과 이성이 혼란스럽게 뒤섞일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보여준다. 하나의 불길한 이력으로 치부할 수 있는 사건들을 대단한 추리로 풀어내는 다몬을 보면 그에게 명탐정의 기운이 흐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사구 피크닉>은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을 다뤘다. 프랑스 학자 앙리 베자르가 남긴 글에 나오는 사구가 사라진 미스터리를 다룬다. 그리고 미술관 속으로 사라진 남자에 대한 트릭도 같이. 둘 다 사라졌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사람의 심리와 결합한 평범하지만 멋진 트릭이다. 마쓰모토 세이초 기념관의 풍경은 추리소설 애독자의 한 사람으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고, 다몬의 추리는 반밖에 이해하지 못하지만 앞에 나온 단편과 다른 재미를 준다. 사구의 풍경 이미지를 연상하다보면 괜히 사하라 사막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마지막 단편 <새벽의 가스파로>는 책 뒤표지에서 다룬 것이다. 야간 기차에 탄 네 남자가 모인 것은 무서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그들이 들려주는 괴담이 무서움을 주기보다 오히려 마지막에 밝혀지는 다몬의 이야기가 섬뜩하다. 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말을 보면 꿈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데 그런 쉬운 것으로 이야기를 끝맺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다몬이 풀어놓은 모든 것을 뒤집는다. 기억. 사실 이것을 절대적으로 믿었던 과거를 생각하면 현재 나의 기억은 너무나도 부정확하다. 흐려지는 기억 속에 뚜렷한 뭔가가 있다면 혹시 나의 의지나 두려움이 만들어낸 가공의 것이 아닐까 괜히 의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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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하라 - 박노자, 처음으로 말 걸다
박노자.지승호 지음 / 꾸리에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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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하라. 뭔가 어감이 이상하다. 박노자의 이 말을 이상하게 생각한 것이 나만은 아닌 모양이다. 진보신당 대표 홍세화 씨도 약간 어색했던 모양이다. 그는 이 단어를 ‘좌파, 좀 제대로 하라.’(8쪽)로 해석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듣는 종북좌파가 아니라 좌파라고 칭하는 사람들에 대한 박노자의 일갈인 것이다. 읽는 동안 내 속에 내재해 있던 민족주의나 얼치기 민주주의를 다시 느낄 수 있었고, 감성인지 이성인지 잘 모를 것들이 그의 주장 중 일부가 너무 이상적이라고 태클을 건다. 그리고 그가 너무 급진적으로 변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한국사회가 너무나 보수화된 거라는 대답을 들려줬다는 말에 다시 한 번 더 나와 한국사회를 돌아보게 된다.

모두 여섯 꼭지로 나누어져 있다. 이 중에서 네 꼭지는 인터뷰어 지승호 씨가 skype를 통해 장시간 영상 인터뷰한 것이고, 뒤 두 꼭지는 진보신당 비례대표에 출마한다는 소식 후 이메일로 인터뷰한 것이다. 이 사실은 에필로그를 통해 알려준다. 그리고 인터뷰 문답을 통해서 그와 박노자 사이에 있었던 인터뷰가 얼마나 많은 준비를 통해 이루어졌는지 알게 된다. 박노자의 변함없는 촌철살인과 풍부한 상식과 지식과 통찰력은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내 이성을 움직이게 만든다. 물론 감성도 같이 움직이며 나의 한계를 느끼게 만든다.

인터뷰어 지승호를 통한 인터뷰 내용이다보니 인터뷰어의 준비와 노력이 필수다. 그가 어떤 질문을 하고, 그 답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도출할 것인가가 중요한데 개인적으로 상당히 만족스럽다. 박노자의 책 몇 권을 읽고 그를 잘 아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던 나에게 그가 얼마나 비판적이고 좌파인지 잘 드러내서 보여줬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급진적이라고 평가하게 된 이유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는데 그가 지적한 것처럼 더욱 더 보수화된 한국사회 때문에 더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이전에 읽었던 내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한 탓일 것이다.

그가 말한 내용 중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통합진보당 사건과 연결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 있다. 자유주의자 유시민과의 결합이 곧 파국으로 갈 것이라는 내용도 있지만 “급진분자들은 (의회)민주주의 질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할수록 자신들 스스로가 보수화의 길을 걸어 그 바깥의 사회와 동질화되는 것”(60쪽)이라는 말이다. 통진당 당권파의 주장대로 이것이 마녀사냥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드러나고 있는 사실만 놓고 본다면 이미 그들은 신한국당의 그것과 별다른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노조 위원장이 되기 위해 몇 억이 들었다는 소문을 생각할 때 이 땅의 진보세력이 과연 제대로 된 좌파인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인터뷰 중에서 노르웨이를 비롯한 북유럽에 대한 정보들은 기존에 알고 있던 사실들을 능가한다. 언론에 의해 복지천국이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비춰진 그 나라들이 현실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를 그대로 보여줄 때 그것이 비록 우리보다 월등히 낫다고 하드라도 앞으로 어떤 개악을 거쳐 나빠질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물며 한국은 말 할 것도 없다. 좌파도 오랜 세월 집권을 하면서 좌파 본연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을 볼 때 한국의 보수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님을 생각하게 된다. 이것은 제대로 된 좌파도 보수도 없는 한국 현실에 대한 개탄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그의 말들이 더욱 급진적으로 들리는 것은 역시 내 속에 존재하는 민족주의와 민주주의 때문이다. 제도권 교육 속에서 자란 내가 이것을 완전히 벗어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책을 읽고 앞선 진보주의자의 삶을 존경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실천이 필요한데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여정을 볼 때 내가 가진 것들 중 꽤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만 가능한 것들이다. 이것을 볼 때 내가 좌파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가 맹공을 퍼부은 노무현에 대한 일말의 연민이나 그리움을 가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좌파가 아니더라도 왜곡되고 문제 많은 한국 자본주의의 미래를 생각할 때 고민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을 잘 짚어준다. 뭐 그대로 적용되면 더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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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콜스 - 영화 [몬스터콜] 원작소설
패트릭 네스 지음, 홍한별 옮김, 짐 케이 그림 / 웅진주니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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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 메달 수상 작가 시본 도우드가 작품을 구상하고, 패트릭 네스가 완성한 청소년 소설이다. 시본 도우드가 인물, 틀, 시작 부분까지 구상해 놓고 죽으면서 패트릭 네스가 이어받아 완성한 소설이다. 세부적인 부분에서 시작하여 완성하게 된 공은 패트릭 네스와 그림을 그린 짐 케이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시본의 공을 잊을 수 없다. 그녀가 없었다면 이 좋은 소설이 결코 탄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등장하지도 않고 복잡한 구성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매일 12시 7분이면 찾아오는 몬스터와 대화와 이야기를 통해 진실에 다가가는 코너 오말리의 성장 소설이다. 일반적인 성장소설과 조금 다른 부분은 교훈을 담아내려고 하지 않고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동화라면 권선징악이나 멋진 해피엔딩이 있겠지만 이 소설에는 그런 부분이 없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읽으면서 감탄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 몬스터가 들려주는 세 이야기는 더 그렇다. 예상한 결말로 이어지지 않지만 아! 하고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코너가 꾸는 꿈의 정체를 처음에는 보여주지 않는다. 12시 7분이면 찾아오는 주목나무 형상을 가진 몬스터만 있다. 몬스터는 코너를 찾아와 세 가지 이야기와 코너가 잘 해하지 못할 말들과 암시만 널어놓고 사라진다. 하지만 꿈이라고 생각하기에 방과 집에 남겨진 주목나무의 흔적이 너무 실재적이다. 그리고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자신에게 찾아온 몬스터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의 모습이다. 분명 10대 초반의 아이라면 꿈속이든 현실이든 몬스터의 등장에 겁을 먹어야 하는데 말이다. 이런 의문은 그가 실제 꾼 꿈이 얼마나 흉하고 겁나는 것인지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코너가 처한 상황은 이 소설에서 중요한 장치들이다. 엄마는 암에 걸려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고, 이런 사실이 학교에 퍼지면서 아이들에게 기피의 대상이 되거나 왕따를 당한다. 학교 폭력도 당하는데 이것을 코너는 피할 마음이 없다. 처음에는 단순히 보복이 두려워서 그런 것이 아닐까 의심했는데 그가 꾼 꿈의 정체가 드러날 때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여자가 생겨 이혼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아버지의 존재는 13살 소년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만 봐도 결코 쉬운 삶이 아니다. 

제도 교육이나 디즈니 영화나 동화 속에서 만나는 환상이 사라진 이 소설에서 몬스터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인간에 대한 것이다. 복잡하고 겁에 질리고 두려워하고 반윤리적인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이 세 편의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이런 청소년 소설도 가능하구나! 감탄하게 만든다. 몬스터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하나씩 드러내고 현실과 부딪히는 그의 모습은 성장 소설의 한계를 어디까지 가져가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이미 중늙은이가 된 나 자신도 쉽게 말하지 못하는 삶의 한 모습을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말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몬스터의 말 중에서 가장 와 닿은 것은 “삶은 말로 쓰는 게 아니다. 삶은 행동으로 쓰는 거다. 네가 무얼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네가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255쪽)는 말이다. 너무 뻔하고 자주 하는 말이지만 우리가 너무 쉽게 잊고 살아가는 말이다. 또 생각했다고 이것을 처벌하려는 혹은 윤리적으로 문제를 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삶을 좀더 풍요롭고 진실되게 하는 것을 방해한다. 이것은 다른 사람들이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짐작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려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행동을 통해 진실을 유추하는 것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자신의 솔직한 속내를 밖으로 드러내기 위해 몬스터를 부를 수밖에 없는 코너의 힘겨운 현실을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이렇게라도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낼 수 있다면 행복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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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 미 샘터 외국소설선 7
리사 스코토라인 지음, 심혜경 옮김 / 샘터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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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다. 왕따를 당하는 딸, 억울한 누명을 쓴 엄마, 이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한 엄마의 외롭고도 처절한 싸움이란 뒷장의 설명이 머릿속을 파고들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펼쳐든 첫 장면이 바로 딸 멜리가 아만다 지곳 등에게 왕따 당하는 장면을 보는 엄마의 모습이다. 멜리의 얼굴에 있는 짙은 반점이 아이들의 놀림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런 일 때문에 엄마 로즈가 급식 도우미를 자처했고 카페테리아에서 급식한 것이다. 이때만 해도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카페테리아에서 큰 폭발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갑가기 터진 폭발로 카페테리아는 혼란에 빠진다. 모든 엄마처럼 로즈는 자기 딸을 찾는다. 아만다의 놀림에 다른 곳으로 사라졌고, 로즈는 아만다를 붙잡고 훈계를 하던 시점이다. 폭발 후 혼란 속에서 그녀의 이성은 바로 옆에 있는 소녀 아만다의 안위를 위해 움직이고, 감성은 사라진 딸을 찾아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것이다. 작가는 영리하게 먼저 아만다를 안전한 곳으로 내보내고 다시 불길 속으로 달려가 딸을 구하는 로즈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가 화장실로 대피한 딸을 구해 대중 앞으로 나온 그 순간은 영웅 엄마의 모습 그대로다. 그 순간은 멜리가 아직 정신을 차리기 전이라고 해도 말이다.

응급차에 실려 간 딸의 생명이 무사하다고 한숨을 내쉴 때 또 다른 한 대의 응급차가 들어온다. 그 차에는 아만다가 실려 있다. 자신의 딸보다 먼저 안전한 곳으로 내보낸 그 소녀 말이다. 이성과 감정의 싸움 속에서 먼저 선택했던 그 소녀가 나타난 순간 억울한 누명을 쓴 엄마란 소개글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영웅 엄마의 영광은 폭발 전 아만다를 붙잡고 있던 당시를 기억한 아이들과 사람들의 기억 때문에 사라지고 새로운 위기가 다가온다. 로즈는 그녀의 영웅적인 행동에도 불구하고 오해와 착각 때문에 자기 딸을 구하고자 바로 옆에 있던 아이를 버린 나쁜 엄마로 변한다. 그녀의 페이스북이나 이메일은 이를 비난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악의로 가득 찬다. 

딸을 구하기 전 딸을 괴롭힌 소녀를 먼저 구한 엄마가 오히려 위기에 빠진 상황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고민이 된다. 자신의 딸을 괴롭힌 아만다가 혼수상태에 있다고 했을 때 그 소녀가 빨리 정상으로 돌아오길 그녀는 바란다. 이 순간은 한 아이의 엄마로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순수한 마음이 작용했다. 엄마니까. 하지만 독자들이 본 영웅적인 행위와 상관없이 아만다의 현 상태만 본 다른 사람들의 악의가 대중적인 소문으로 가득 찰 때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영리하게 첫 장면에 너무나도 이성적이고 윤리적이면서 영웅적인 행동을 앞에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외부에서 불어온 갈등과 오해는 가족 내부의 갈들을 부채질한다. 그 폭발 사건이 왜 발생했을까 하는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피해자 가족은 학교와 다른 사람들을 소송 속으로 몰아갈 준비를 한다. 피 냄새를 맡은 상어처럼 언론이 달려들어 이것을 더욱 커지게 만들고 왜곡된 정보를 내보내면서 한 가족을 파멸 속으로 몰아간다. 로즈가 언론과 인터뷰를 해도 하지 않아도 문제가 될 수 있는 극한 속으로 말이다. 그리고 가장 친한 친구와 남편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과거 사건을 끄집어 내놓아 마녀 사냥에 열을 올린다. 그녀가 단지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와 시청률을 올릴 수 있다는 이유로.

점점 궁지로 몰리는 그녀에게 남편 레오가 권한 방식은 그의 직업인 변호사처럼 전문 변호사를 통한 대응이다. 그녀가 처한 상황을 넘어가기 위해 다른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미 멜리의 왕따 때문에 한 번 이사한 그녀가 그것은 피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해와 가족 이기주의와 대중주의의 탈을 쓴 비난 등은 가장 큰 위협이다. 이런 것은 우리의 현실에서도 가장 자주 보게 되는 장면이고 하다. 이런 현실적인 장면들 속에 로즈의 죄책감과 과거사가 녹아들면서 심리적 부담감을 더욱 가중시킨다. 

영웅에서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한 자신을 구하는 것이 첫째 목적이겠지만 엄마 로즈는 결코 약하지 않다. 주변 사람들이 가장 쉬운 맞고소 같은 법적 대응으로 그 어려움을 돌파하라고 할 때도 그녀는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도 생각한다. 변호사들의 조언처럼 행동해서 현재의 위기를 돌파할지는 모르지만 지금 살고 있는 동네는 떠나야 한다는 미래를 걱정한다. 정말 대단한 엄마다. 가장 쉬운 방법을 포기하고 아이의 미래를 위해 그녀는 가장 어려운 길을 선택한 것이다. 여기서부터 이제 새로운 싸움이 시작된다.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싸움이자 이 모든 상황을 뒤집을 싸움이다. 새롭게 드러나는 정보들의 연결 고리 속에 하나씩 밝혀지는 사실들은 마지막까지 점점 읽는 속도를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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