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지 못한 여자 스토리콜렉터 10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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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우누스 시리즈의 첫 권이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큰 히트를 치면서 작가의 모든 작품이 출간되고 있다. 그런데 현재 4권이 출간된 타우누스 시리즈 중 가장 나중에 번역 출간되었다. 독일에서 5권까지 출간된 것을 생각하면 조금 늦은 출간이다. 나머지 한 권도 출간 예정이라니 아직 읽지 않은 시리즈가 3권이 될 예정이다. 그중에서 가장 성공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아직 읽지 않은 것은 개인적으로 큰 즐거움이다. 가장 좋은 평을 받고 있기에 더욱.

 

이 시리즈 중에 더 읽은 것은 <너무 친한 친구들>이다. 이 작품을 읽을 때보다 이번이 더 부드럽게 읽혔다. 아마 시리즈 중 한 권을 먼저 읽은 것이 이해도를 조금 더 높여준 모양이다. 그리고 전체적인 전개를 깔끔하게 풀어낸 것도 한몫했다. 시리즈 첫 권이라 보텐슈타인 반장과 피아의 만남과 이력을 간결하게 처리한 것도 집중도를 높여줬다. 가끔 시리즈를 중간부터 읽게 되면 이 둘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데 조금은 힘 빠지는 결합이었다. 이혼 후 7년 만에 복직하면서 만났다니 너무 단순하다.

 

첫 사건은 대쪽 같은 성품의 부장검사가 자살한 것이다. 곧이어 한 젊은 여성이 전망대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사건이 발생한다. 이 젊은 여성이 바로 이 콤비로 하여금 고생 끝에 수많은 사건을 밝혀내고 범인을 찾아내게 만드는 이자벨이다. 처음에는 그냥 자살로 처리하려고 했지만 의심스런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부검을 하니 나트륨 펜토바르비탈이라는 동물 안락사용 독극물에 죽었다. 분명한 타살이다. 이제 보텐슈타인 반장의 팀은 이 살인 사건을 본격적으로 조사한다. 그리고 가장 먼저 남편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들은 정보는 이자벨에 대한 좋지 못한 소문과 정보뿐이다.

 

아내가 죽었을 때 가장 먼저 의심을 받는 인물이 남편이다. 아내가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해명할 알리바이를 제대로 말하지 않는다면 더욱 더. 당연히 수감되고 제1용의자가 된다. 하지만 한 여자가 나타나 그의 알리바이를 증언해준다. 그런데 안나는 폭행을 당한 흔적이 가득하다. 남편에게 맞은 것이다. 사건이 다른 방향으로 살짝 바뀐다. 그녀의 증언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정보와 인물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녀가 활약했던 목장의 고객들의 증언도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이자벨은 많은 질투와 시기를 몰고 다니는 여자였다.

 

하나의 사건이 독립적이지 않고 다른 사건과 연결되는 것은 이미 앞부분을 읽을 때 예상했다. 그것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숨겨져 있던 이자벨의 비밀금고를 찾으면서다. 안나가 남편 되링의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말한 몇 가지는 이 사건이 단순한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하나의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추악한 사건들은 파헤칠수록 여러 가지 사건으로 이어진다. 분야가 다른 사건은 그 분야 전문가에게 넘기면서 보텐슈타인 반장은 그가 가장 알고 싶어하는 이자벨 살인의 범인을 찾아간다.

 

단순히 이자벨 살인범 찾기에 머물렀다면 재미가 덜 했을 것이다. 이 과정에 새로운 사건을 집어넣고 보텐슈타인 반장의 감정을 흔드는 여자를 등장시켜 미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여자가 제공하는 정보는 순도가 높아 순간적으로 영감에 사로잡히게 만들기도 한다. 아마 그녀가 없었다면 사건 해결에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이 과정에 보텐슈타인이 당하는 몇 가지 굴욕적인 장면은 재미있다. 증거와 정황을 좇다가 몇 번의 헛다리 짚는 것을 보면 수사란 이렇게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진행되고 하나의 사건을 통해 다양한 문제와 사건으로 연결시킨 것은 재미있다. 하지만 뭔가를 암시하는 듯하게 말한 상태에서 그냥 그대로 넘어간 부분은 조금 아쉽다. 이자벨에 대한 실체를 수많은 사람들의 증언으로 조각낸 채로 독자에게 그대로 맡겨둔 부분도 그렇다. 독자가 충분히 이자벨을 재구성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죽기 직전에 일어난 상황에 대한 설명으로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왜 그녀가 그렇게 되었는지 알려주지 않는 것도 조금 아쉽다. 피아의 활약이 미미한 것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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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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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앙앙>의 인기 연재 '무라카미 라디오'의 일 년 치 글을 묶은 것이다. 이미 <무라카미 라디오>란 제목으로 1권이 출간되었다. 이 책을 읽은 것은 출간된 후 한참 지난 후였다. 한때 미친 듯이 하루키의 책을 읽었는데 그 당시에 출간된 책은 아니었다. 그리고 사실 하루키의 단편이나 에세이보다 장편소설을 더 좋아했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키 글의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짧은 단편이나 에세이를 읽어야 한다고 했을 때 콧방귀를 뀌었다. 아마 이런 인식이 바뀐 것이 아마 <무라카미 라디오>가 아닌가 생각한다.

 

최근 문학동네에서 하루키의 단편집이 새롭게 나왔다. 구매 욕구를 마구 자극했는데 집에 있는 책들과 중복되는 부분이 너무 많아 고민 끝에 사지 않았다. 사실 책보다 더 욕구를 자극한 것은 무라카미 CD였다. 하루키의 글을 읽다보면 늘 만나게 되는 수많은 음악가와 음악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자연스런 반응이다. 이번 에세이에서도 많은 음악이 나온다. 기억이 부정확해서 그 음악을 모두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의 글은 늘 그 음악에 대한 갈증을 불러온다. 그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것을 읽는 동안에도.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을 때 그의 아내나 아이에 대한 부분이 거의 없다. 사실 개인적인 관심사라 이 부분에 대한 글이 좀 많았으면 좋겠는데 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주변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많지 않다. 자신을 중심으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그것이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긴다. 제목으로 나온 <채소의 기분>이나 <바다표범의 키스>도 그가 느낀 감상을 재미나게 풀어낸 것이다. 영화 속 대사를 재미난 상상력으로 풀어낸 <채소의 기분>은 나도 모르게 공감하고, 바다표범 오일에 대한 맛을 쓴 <바다표범의 키스>는 그 비릿한 맛이 어떨까 괜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바로 이런 공감과 호기심 등이 이 글 속에서 나를 유혹한다.

 

특별한 사회적 이슈나 정치색을 띄지 않아 조금 밋밋할 것 같지만 일상이 주는 재미가 이 글 속에 잘 나타나 있다. 또 중간중간 나오는 그의 삶의 방식은 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결코 무겁지 않은 글이지만 노련한 소설가의 시선을 통해 다듬어진 상황과 장면들은 묘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또 하나 몰랐던 사실은 그가 학창시절 엄청난 독서를 했다는 사실이다. 적지 않은 책을 읽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번 글에서 그가 내비친 자신감은 놀라웠다. 살짝 부럽기도 했다. 매일 조깅을 한다는 사실이 부럽고, 나이키 사에 있는 궁극의 조깅코스를 달리면서 벌어진 에피소드는 웃음을 자아낸다.

 

각 에세이 끝 부분에 간략하게 코멘트를 달아놓았다. 이 글은 거의 뜬금없는 내용이다. 하지만 조금 찬찬히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끌린다. 재미있다. 기발하다. 웃기다. 이런 자그마한 재미들이 곳곳에 깔려있어 단숨에 읽는 것을 예방하게 만들지만 어쩔 수 없이 계속 읽게 된다. 길지 않은 에세이에 녹아있는 필력과 재미난 문체가 시선을 계속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이 에세이집에 실린 이야기들이 대부분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란 점도 재밌다. 약간 다른 관점을 사물을 보는 점도. 하루키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는 동안 큰 즐거움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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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와 진실의 빛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2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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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존 경찰 소설과 조금 차이를 두고 있다. 연쇄살인범을 잡는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 과정이나 등장인물들의 내면적 갈등이 다르다. 일반적인 수사과정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팀워크는 경쟁에 의해 약해 보인다. 일본 형사 중 엘리트들이 모인 수사1과이다 보니 이것이 더 두드러지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소설에서 가장 마음에 든 부분도 바로 이런 갈등과 경쟁 심리다. 그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행동하는지 알기 보다는 자신의 기준에서 판단하면서 생기는 갈등과 오해는 중반까지 기존 경찰소설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적나라한 감정 표현은 어느 순간 주인공이 누구지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었다.

 

읽으면서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일본 드라마 <경시청 수사1과 9계>다. 이 소설 속에서 주인공 사이조가 속한 조직도 수사1과 9계이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 속에서도 팀원들 사이에 갈등이 존재하는데 범인을 잡기 위해 경쟁하면서도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힘을 합친다. 이 과정에 드러나는 다양한 모습과 조사 결과를 통해 단서를 찾아내는 인물들의 활약은 약간 느슨하면서도 재미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다르다. 느슨함이 없다.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또 이것이 익명의 인터넷 게시판에 예고까지 벌어지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전체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인물은 사이조다. 경시청에서 명탐정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조직 속에 동화하는 인물이 아니다. 개성 강한 형사들이 모인 수사1과이다 보니 조금 덜 튀어보이지만 그중에서도 돋보인다. 외모부터 남다르고 사물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한다. 이 때문에 좋은 실적을 올렸고 젊은 나이에 수사1과 9계의 주임까지 되었다. 이런 그의 실적과 행위 때문에 미워하는 인물이 있다. 와타비키다. 그는 한때 사이조와 함께 근무했다. 그 당시부터 그는 사이조를 질투하고 미워했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이기보다 지극히 감성적이다. 이 때문에 큰 사고가 발생하지만.

 

사이조가 주인공이지만 다양한 경찰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각자의 감정을 드러내고 활약한다. 사이조의 천적이라 불리는 와타비키. 신문기자에서 접대를 받으면서 정보를 살짝 흘리는 무라코시. 다른 형사보다 조금 인터넷을 안다는 이유로 인터넷 게시판 담당이 된 미쓰이. 이들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가슴 속에 각각 다른 감정을 품고 있다. 이 감정들이 나올 때 단순히 범인 잡기를 넘어 형사라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욕망이 그대로 드러난다. 하나의 사건을 통해 조직이 가진 문제들이 하나씩 밖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동시에 그들의 존재 목적이 하나로 합쳐질 때 왜 우리가 이들을 신뢰하여야 하는지 알려준다.

 

손가락수집가라는 연쇄살인범을 잡는 이야기다. 이 별명도 사실 외부로 공표된 것이 아니라 범인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한 것이다. 누가 범인인가 하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밝혀지는 것이다. 가장 먼저 머릿속에 담아둔 자가 범인이었다. 사실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누가 범인인지 그렇게 많이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 과정이나 범인을 잡은 후 왜 그가 범인인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더 많은 관심을 두기 때문이다. 이 소설도 손가락수집가라는 연쇄살인범을 잡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수많은 사회적 문제가 더 관심을 끈다.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은 한국의 악플러들을 생각하면 충분히 상상할 수 있지만 한 사람을 죽이거나 상처를 입혀 달라는 요청이 그대로 실현되는 현실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미 현실이 소설 속 세계를 추월한 지금 결코 이것이 작가의 상상에 의한 것이라고만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사이조의 불륜을 두고 경시청 상사들이 보여주는 행동은 관료 사회가 지닌 불합리와 권위주의를 그대로 보여준다. 행복했지만 불행한 그의 결혼생활은 이 시대 수많은 유부남들이 안고 있는 문제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이조의 경우는 조금 심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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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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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특정 집단을 절멸시킬 목적으로 그 구성원을 대량 학살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 소설 속에 다루어지는 제노사이드는 한 가지가 아니다. 아프리카를 무대로 벌어졌던 대학살들과 가상의 종족을 없애려는 미국의 의도가 중첩되어 있다. 과거사와 현대사에 결코 적지 않았던 제노사이드가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맞물려 장대한 sf스릴러를 탄생시켰다. 무대는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아프리카, 미국, 일본 등을 배경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과 의지와 현실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 드러나는 액션과 미스터리와 불안과 공포는 수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이 책은 작년과 올해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2011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위, 2012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2012 <일본 서점 대상> 2위 등과 같은 굵직한 상을 여럿 받았다. 이런 상들이 작품을 물론 보증해주지 않지만 이전부터 보여준 작가의 필력과 문제의식 등을 생각하면 분명히 그냥 지나갈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당연히 몰입했고 정신없이 끝까지 달렸다. 그리고 이전에 알고 있던 아프리카의 대학살에 대한 새로운 정보와 현실은 나의 사고 범위를 넘었고 이 책이 던지는 문제의식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들었다.

 

소설은 세 무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처음은 일본, 다음은 아프리카, 마지막은 미국이다. 이 세 곳이 각각 의미있는 비중을 지닌다. 먼저 아프리카는 액션을, 일본은 스릴러를, 미국은 정치를 다룬다. 액션이 벌어지는 아프리카는 슬프고 가슴 아프다.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액션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그 대륙에서 발생한 혹은 발생하고 있는 학살들이 너무나도 우리의 현실 인식과 동떨어져 그렇다. 소년병을 둘러싼 이야기나 한 마을을 대량 학살하는 군벌이나 집단 때문에 더 그렇다. 이미 다른 책이나 영화를 통해 알고 있던 이야기지만 그 정도가 더 심하다. 피그미 족을 둘러싼 소문은 특히 더 심하다.

 

시작은 미 대통령이 인류 멸망 가능성과 아프리카에 신종 생물 출현이라는 보고서를 받으면서다. 아프리카에 신종 생물이 출현한 것과 인류 멸망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이런 의문은 <하이즈먼 리포트>라는 보고서를 통해 더욱 증폭시킨다. 하지만 이라크 등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던 미 대통령에게 이것은 당면한 문제가 아니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장면은 바뀌어 이라크가 된다. 이곳은 전쟁 후 국지전과 테러가 빈번하다. 전쟁 당시보다 더 많은 미군이 죽어 가고 있는 곳이다. 전쟁대행회사에서 미군을 대신 활약하기도 한다. 이 회사의 소속 용병 중 한 명인 예거가 등장한다. 사실 미 대통령과 미군 출신 예거가 먼저 등장하여 어! 하는 어색함이 먼저 느껴졌다. 무대와 등장인물을 외국인으로 바꾼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아니다. 이어서 일본인 겐토가 나온다.

 

예거는 미국이 기획한 작전에 참여하는 용병 중 한 명이다. 작전은 아프리카 콩고 민주공화국의 한 지역에 가서 인류가 아닌 한 생명체를 죽이는 것이다. 그 생명체는 보는 즉시 알 수 있는 존재다. 처음 이 문장을 읽을 때 무엇인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예거가 이 작전에 참석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인 ‘폐포 상피 세포 경화증’이란 생소한 병의 의미도. 이 예거가 등장하는 장면을 통해 현재 인류의 가장 추악하고 잔혹한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는 아프리카의 역사와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소설을 관통하고 있는 문제의식도 마찬가지다.

 

겐토는 아버지 장례식을 치룬 후 한 통의 메일을 받는다. 아버지가 자신의 죽음 후 도착하게 만든 메일이다. 이 메일은 의문이 가득하다. 지시에 따라 간 곳에서 발견한 연구시설은 낯설다. 아직 임상학적 경험이 부족한 그에게 이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다 한국 유학생 정훈이 등장한다. 이 인물은 고 이수현 씨를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그리고 정훈이란 인물과 일본의 현대사 묘사 때문에 일본 독자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정훈의 비중이 결코 낮지 않음을 생각할 때 미국과 한국의 관계 등을 생각할 때 혹시나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작가는 정직하고 용감했다.

 

미국의 중심인물은 한때 천재였지만 독창성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루벤스다. 그가 던지는 의문과 계획한 작전은 이성과 감성 사이를 오간다. 그를 통해 드러나는 작전의 개요는 과장 포장된 공포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윤리보다 생존이라는 선택의 이면에 깔린 공포의 탈을 쓴 욕망은 그를 둘러싼 현실에서 가장 적나라하다. 가질 수 없으면 파괴하라는 단순한 정의가 그대로 적용된다. 미 정부의 입장과 이에 반대하는 진영의 중간에서 그는 다양한 문제의식을 던지기도 한다. 물론 새로운 정보와 단서도.

 

거의 700 여쪽에 가까운 장편이다. 하지만 그렇게 부담되지 않는다. 왜냐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냥 재미있기만 한 것이냐고? 아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작가가 던지는 문제의식은 우리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것들이다. 각각 다른 위치와 입장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상황들이 그들을 정당하게 대변해주는 것인지도 물어야 한다. 물론 나라면 이라는 질문과 이에 대한 답변도. 읽으면서 정말 방대한 정보를 다루었다는 생각했는데 6년 만의 장편이라고 한다. 고개를 끄덕인다. 인류의 가능성을 두고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고민해본다. 생존과 공존. 아니면 생존과 학살. 단순히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전자이지만 그 공포가 현실로 다가온다면 과연 어떨까? 우리의 이성과 행동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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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아는 남자 진구 시리즈 2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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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구는 여자 친구 해미의 부탁으로 한 남자의 불륜 증거를 찾는다. 그 남자는 그가 아르바이트하는 증권회사 상사 민서다. 해미에게 이 일을 부탁한 사람은 민서의 아내 성희다. 어느 날 진구는 집이 비어 있다는 정보를 믿고 몰래 들어간다. 깔끔하게 정리된 거실이 보인다. 방으로 들어간다. 그가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놀랍게도 민서의 시체다. 단지 아르바이트로 돈을 좀 만지려고 했던 진구에게 이 일은 잘못하면 살인자가 될 수도 있다. 이 짧은 시작을 통해 작가는 주인공 진구의 과거 이력과 이 사건에 숨겨진 이야기가 있음을 알려준다.

 

잘 짜인 미스터리다. 한국적 특색도 강하다. 진구라는 주인공의 캐릭터도 잘 잡혔다. 일반적인 감성과 윤리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수학적 재능이 뛰어나다. 심부름센터에서 배운 기술 등으로 가벼운 변장이나 불법적인 일도 할 수 있다. 이런 기술과 재능은 그 앞에 놓인 시체를 두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 힘을 발휘한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그냥 지문과 흔적을 지우고 사라졌겠지만 그의 행적을 아는 의뢰인을 염두에 두고 사건 현장을 비틀어놓는다. 순간적인 재치와 순발력과 대담함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시작은 민서가 저지른 불륜의 증거를 찾는 것이지만 시체가 발견된 후 진구가 누명을 벗고 오히려 진범을 찾는다. 그런데 진구가 일하는 증권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민서는 올바른 사람이다. 너무 고지식하고 정석적이라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그런데 민서가 가는 곳 중 이상한 곳이 한 곳 있다. 정신병원이다. 너무나도 올바른 생활을 하는 그이기에 특히 눈에 들어온다. 혹시 정신병이 있는 것이 아닐까? 의문이 생긴다. 그를 미행하고 흔적을 쫓지만 어디에도 불륜의 증거가 보이지 않는다. 휴대폰 복사를 통해 그에게 여자가 있다는 것 정도가 전부다.

 

시체가 발견된 후 용의자가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성희가 진구에게 부탁한 일과 그날 밤에 있었던 일을 경찰에 말했기 때문이다. 형사들이 그를 압박한다. 하지만 이미 진구는 현장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바꿔놓았다. 그를 범인으로 몰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쉽게 포기할 형사가 아니다. 새로운 증거를 찾고 조사를 계속하니 용의자가 한 명씩 늘어난다. 성희의 아버지이자 전직 형사 문기동과 민서의 불륜 대상 방수연 교수다. 이들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좀더 복잡해지고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사실 중반 정도에서 이 사람이 범인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래도 아니었으면 했는데 맞았다. 이것은 정확한 추리나 증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직관과 구성 때문에 맞춘 것이다. 좀더 꼼꼼하게 읽었다면 작가가 중간중간 깔아놓은 단서와 이상한 어긋남이 눈에 들어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하나씩 짚어가면서 읽을 여유가 사실 없다. 그래서 모두 읽고 범인을 확인한 후 그 단서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온다. 이것은 아쉬운 부분이자 나의 한계다. 그리고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실은 조금 민감한 사람이라면 느꼈을 법한 사건이다. 물론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진구가 이 모든 사건을 파헤치는 것은 살기 위해서다. 용의자에서 벗어나야만 편안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를 압박하는 형사와 처한 상황이 만든 압박감은 발로 뛰고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증거의 나열들이 민서의 정직함을 보여줄 때 약간의 어색함과 이상함이 느껴진다. 이 느낌이 반전에 의해 확인될 때 놀란다. 새로운 추악한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읽으면서 진구를 주인공으로 한 다른 추리소설도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멋진 캐릭터다. 진구가 법대를 다니다 중퇴했다는 사실은 왠지 모르게 작가의 이력과 엮이면서 혹시 작가의 어둠 속 분신 중 한 명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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