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 - 영혼을 깨우는 선승들의 일화 301
최성현 지음 / 불광출판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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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선승들의 일화집이다. 농사짓고 책 읽고 번역하는 농부라는 작가가 20여 년 간 모은 선승들의 일화 모음집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좋아한다. 보고 있으면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놀랍고 기발하고 유쾌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더 많다. 처음에 선승이란 단어를 보고 한국의 승려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다. 일본 선승들이다. 속았다는 생각보다 일본 선승들의 일화가 이렇게 많은가 하고 먼저 놀랐다. 동시에 한국 선승들의 일화집에 대한 관심이 부쩍 생겼다. 시간 나면 한 번 검색해서 찾아봐야겠다.

 

작가가 서문에서 말했듯이 2000년에 출간된 <다섯 줌의 쌀>이란 일본 선승 일화집이 있었다. 새롭게 발굴한 일화가 대부분이지만 이 책에 실린 일화도 있다는 말에 다른 일화들도 궁금해진다. 표지를 보면서 어쩌면 한참 헌책방을 순회할 때 사놓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연이 되고, 읽을 마음이 간절하다면 읽지 않을까. 이 선승들의 일화에서 자주 본 것처럼 말이다. 십우도를 인용한 것처럼 열장으로 구성되지는 않았다. 소를 잊고, 삶을 말하면서 끝난다. 일화들은 이웃과 나누고 싶은 좋은 구절과 이야기를 옮겨 적은 것들이다. 나의 머리가 따라가지 못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일화들도 있다.

 

솔직히 일화의 숫자를 세어보지 않았다. 너무 많다. 그러다 표지에서 301이란 숫자를 봤다. 이전까지 무심코 본 숫자다. 일화의 개수다. 이렇게 우리는 무심코 보면서 넘기는 것들이 많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도 다른 생각에 빠져, 다른 곳을 본다고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선승들이 문제를 들고 온 수많은 사람들을 일깨우는 방식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제대로 보기다. 가까운 곳에 답이 있는데 다른 곳에 답을 구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간단한 일화 한 편으로 잘 녹여서 보여준다. 물론 이 선승의 행동이나 말을 듣고 금방 깨달은 사람도 상당한 내공이 뒷받침되어 있다.

 

힘들 때 열어보라는 편지의 내용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일화와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기발한 해결책이 등장하기 보다는 삶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무상(無常)의 의미를 알게 된 이후 더 많은 부분을 이해한 나에게는 고개를 끄덕일 일화다. 선문답을 다룬 일화의 몇 가지는 아직 내공이 부족해 잘 모르겠다. 이것과 별개로 일본 선승들의 이야기는 재밌다. 어떻게 보면 기행이고, 어떤 모습은 괴팍해 보이지만 그들의 행동은 모두 부처와 민중을 향해 있다. 좌선을 하고, 평생의 화두를 잡고 수행하는 그들의 모습은 너무 쉽게 무너지는 나의 나약함을 돌아보게 만들고, 자세를 바로 잡게 한다.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들이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지금까지 읽었던 수많은 책들이나 방송 등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이다. 이런 이야기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일화의 주인공을 작가는 적어 보여준다. 소중한 자료다. 이런 자료를 작가는 인터넷과 유튜브를 통해 많이 얻었다고 한다. 현재의 공부 흐름이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하고 열정적인 의지다. 20여 년의 세월이란 결코 짧지 않기 때문이다. 이 일화 속 선승들이 얼마나 꾸준하고 열정적이고 헌신적이었는지 봤기에 더욱 그렇다.

 

선을 수행하는 스님들의 삶의 모습은 모두 제각각이다. 어떤 스님은 큰 사찰의 주지가 싫어 뛰쳐나갔고, 어떤 스님은 그 속에서 수많은 제자를 길렀다. 무술을 수련한 스님이 상대방을 무찌르는 장면도 있고, 도적의 칼날에 자신을 내던져 제자를 얻은 일화도 있다. 저자 거리의 차를 팔면서 자신의 절이 여기라고 말하고, 수행에 수행을 더하면서 깨달음을 얻은 스님도 있다. 하나의 깨달음 뒤에 또 다른 깨달음이 있다는 이야기는 이전이라면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작은 깨달음으로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고, 그 너머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수행이 필요하다. 이것을 잘 알려주는 문장이 “거의 모든 병은 스승이 하나뿐인 데서 온다.”라고 말한 라잔 겐마의 말이다. 하나의 깨달음에 묶인 순간 삶은 정체되고 썩기 시작한다. 너무 많은 일화를 읽어 모두 기억할 수 없지만 읽는 내내 재미있었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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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화이트 - Novel Engine POP
기바야시 신 지음, 엔타 시호 그림, 김봄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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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여러 필명 중 눈에 익은 것은 하나밖에 없다. 아기 타다시다. 워낙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머리를 가지고 있지만 이쪽 장르를 많이 보지 않았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책을 선택하게 된 데는 필명 중 하나인 아기 타다시 때문이다. 그 유명한 <신의 물방울>을 제대로 본 적이 없지만 책 표지를 너무 자주 보았고, 이 이름으로 낸 한 편의 소설을 구입해놓아 익숙한 이름이다. 여기에 판타지 같은 설정의 진단의가 등장하는 소설을 썼다고 하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미스터리한 등장과 더불어 어떤 능력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하나의 사건이 지나갈수록 머릿속에서는 미드 한 편이 떠올랐다. 한때 재밌게 봤던 <하우스>다. 이 미드를 보면서 진단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 이전 친구 어머니의 병명을 수많은 검사를 거친 후 노환이란 것으로 결론 내렸던 일이나 얼마 전 동료 직원 아이의 맹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대형병원 소아과 전문의가 연속적으로 떠오른다. 보통 일상에서 우리는 이 진단의 중요성을 잘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은 정확한 치료의 시작이라는 간단한 사실을 수많은 의료사를 다룬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실제 병원에 있는 많은 검사기기들이 왜 있겠는가.

 

과학의 발달로 검사기기는 더 좋아졌다. 엑스레이가 나왔을 때 의사들이 환호했다는 자료를 보고 그들에게 이런 기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 기계가 모든 병의 원인을 다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의사라는 전문직이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문분야 공부를 하고, 경험을 쌓아서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다. 물론 가끔 혹은 아주 자주 오진으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오진의 경우는 이미 주변에서 자주 본 것이라 그렇게 낯설지 않다. 이 소설의 무대가 되는 다카모리 종합병원도 오진으로 그 명성이 하락했다. 이런 시점에 갑자기 등장한 바쿠야의 존재는 병원을 살릴 좋은 기회다.

 

안개 자욱한 이른 아침 조깅을 하던 마시키가 알몸에 백의를 걸친 한 여자 아이를 발견한다. 친구가 운영하는 병원에 데리고 간다. 이 병원이 다카모리 종합병원이다. 혹시 성폭행 등을 당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은 검사 결과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이 소녀가 마사키의 병명을 진단한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이름인 헬리코박터 균 감염이다. 마시키의 행동과 냄새만 가지고 진단한 것이다. 그의 친구이자 병원장의 딸인 마리아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오늘 검사 결과를 통해 이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소녀는 자신의 이름을 바쿠야(白夜)라고 말한다.

 

바쿠야는 보통 사람들이 가지는 인간관계나 감정이 보이지 않는다. 처음 판타지로 상상력이 펼쳐질 때 아주 멋지게 만들어진 사이보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니다. 마사키와 살면서 예절과 인간의 감정 등을 배운다. 그녀가 입고 있던 옷 속에서 발견한 단서를 통해 누가 그녀를 그 공원에 그녀를 데리고 왔는지, 이 사실이 다른 이야기를 열어주는 서막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생겼다. 마지막 장의 제목이 ‘에필로그=프롤로그’인 것은 이것을 아주 잘 보여준다. 미드 <하우스> 시리즈처럼 다음 이야기가 예고되었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바쿠야의 진단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 과학에 대한 엄청난 지식과 뛰어난 관찰력과 통찰력은 결코 현실적이지 않다. 하우스 박사가 얼마나 많은 검사와 실패를 통해 성공했는지 봤기에 더욱 그렇다. 실제 이 소설을 읽으면서 후반부로 가면서 <하우스>의 이미지가 더 강해졌다. 물론 병원 경영상 문제로 인한 갈등과 진단대결이란 설정은 다른 곳에 빌려왔지만 말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녀의 진단 능력만 부각시키지 않는다. 그녀를 둘러싼 미스터리와 함께 병원 내부의 알력과 의사 개인의 문제 등도 같이 다루면서 조금은 입체적인 병원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또 어떤 병명이 나오고, 바쿠야의 출신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조금은 풀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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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나 읽을걸 - 고전 속에 박제된 그녀들과 너무나 주관적인 수다를 떠는 시간
유즈키 아사코 지음, 박제이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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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본과 서양 고전 소설 독서 에세이다. 목록을 보면 읽은 책도 보이지만 읽지 않은 책이 더 많다. 서양 고전들은 모두 번역되어 나왔다. 일본 고전으로 넘어가면 실제 한국에 번역되어 나온 책이 오히려 드물다. 잘 찾아보면 인터넷 검색에 걸리지 않은 작품도 있을 테지만 이런 작품을 찾아서 읽기는 결코 쉽지 않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한 에세이가 끝날 때 번역된 작품의 역자와 출판사 이름이 같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때 나오는 기록들 대부분은 2000년대 번역 출간된 작품이다. 하나의 원작이 다양한 번역자에 의해 번역된 것은 좋은데 어떤 출판사를 선택해야 하는가는 개인의 선호에 따라 나뉠 것이다.

 

작품들은 네 나라로 나누어져 있다. 프랑스, 일본, 영국, 미국 소설들이다. 프랑스 소설들 중에 읽은 작품은 그렇게 많지 않다. 아니 어렸을 때 읽은 작품이 대부분이라 그 재미를 몰랐다. 에밀 졸라의 작품을 몇 년 전에 읽고 감탄한 것을 생각하면 다시 읽고 싶은 작품들이다.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은 읽은 듯한데 수많은 사람들이 감탄한 재미보다 지루했다는 기억이 더 강하다. 몇 년 전 영화로 나와 관심을 둔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는 편지 소설이란 점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영화는 한국과 미국 버전 둘 다 봤지만 소설은 아직 시작도 못했다. 고전의 힘을 가끔 느끼기에 이 목록의 몇 권은 언젠가 도전할 예정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일본 고전은 잘 모른다. 최근에 번역된 <악녀에 대하여>는 관심만 두고 있었는데 작가의 엄청난 평을 보고 꼭 봐야할 작품으로 바뀌었다. 네 나라 중 가장 많은 작품을 다루는데 아쉽게도 가장 본 책이 없고, 낯선 작가들 이름이다. 어쩌면 예전에 나온 책들 중 한두 권 정도는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지만 가능성은 낮다. 그 유명한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은 읽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관심이 생겼다. 각 에세이의 제목을 보면 여자란 단어들이 유난히 많이 들어가 있다. 작가가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대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엔치 후미코의 <온나자카>의 내용을 보면서 남편보다 하루 더 오래 살려는 마음을 오해했음을 깨닫는다.

 

영국 문학은 생각보다 많이 읽었다고 생각하고 읽은 책을 세었는데 4권 밖에 되지 않는다. 너무 낯익은 제목과 영화로 본 것 때문에 일어난 착각이다. 읽으면서 영화의 이미지와 조금 다르게 풀어낸 작품이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이었다. 영화를 예상보다 너무 재밌게 봤기에 그 이미지가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다. 그런데 기억과 설명이 조금 엇나가는 부분이 있다. 원작을 읽어야 할 모양이다.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은 큰 관심을 둔 작품이 아닌데 이 글을 보고 읽고 싶어졌다.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은 두툼해서 쉽게 손이 나가지 않지만 이 작가처럼 언젠가 도전할 예정이다. 그러고 보면 디킨스의 소설 중 읽은 것이 거의 없다.

 

미국 문학도 영국 문학처럼 모두 낯익은데 실제 읽은 책은 몇 권 되지 않는다. 두툼하지만 학창시절 재밌게 읽은 허먼 멜빌의 <모비 딕>과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를 다시 보니 반갑다. <모비 딕>을 지금 읽으라고 하면 그 두께 때문에 많이 주저할 것 같다. 존 스타인벡의 소설들은 언제나 나의 취향을 저격하고 비교적 한 권 분량의 책들을 읽으면 된다. 실제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유명해서 한 번 읽고, 하루키 때문에 또 한 번 더 읽었지만 그 매력을 잘 모르겠다.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얼마 전 읽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캐롤>은 좀 지루하게 읽었는데 내가 잘못 읽은 듯한 느낌이다. 언젠가 도전하려고 한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번역된 마지막 문장을 원문과 비교하고 감탄한 기억이 난다. 물론 너무 두툼해 언제 도전할지 모르겠다. 작가의 친구들처럼 왜 빨리 읽지 않았는가 하고 후회할지 모르지만 실제로 이런 책이 책장에 너무 많다.

 

독서 에세이들은 작가의 일상과 결합해서 풀려나온다. 살짝 그 일상을 엿보는 재미가 있지만 다른 문화와 환경이다 보니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다. 많은 에피소드들 중 가족과 미국 여행을 가서 먹은 음식 이야기는 작가와 가족의 반응이 쉽게 공감되었다. <위대한 개츠비>를 패러디한 퍼펙트 휴먼 뮤직 비디오는 관심이 생긴다. 작가의 글빨과 나의 정보나 지식이 묘하게 공감하는 부분들이 생기는 대목 중 하나가 이런 일상이다. 늘 그렇듯이 이런 책을 읽으면 읽어야할 도서 목록만 늘어난다. 물론 언제나처럼 언제 읽을지는 기약 없다. 하나 덧붙이자면 서양 고전 소설에 대한 작가의 취향이 등장인물의 ‘지나침’이라고 하는데 나의 경우는 이 때문에 멈춘 경우도 많다. 이것은 한국 문학에서도 이전에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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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경 3미터의 카오스
가마타미와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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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다룬 만화다. 그런데 이 이야기들은 작가의 블로그에 연재한 것들이다. 상당히 유명한 블로그라고 한다. 자기 주변에 재밌는 사람을 유난히 많이 만난 사연이 있어 이것을 간단한 이야기로 엮은 것이다. 실제 작가는 18년 동안 일기를 꾸준히 썼다. 이 기록들이 바탕이 되었으니 현장감은 충분하다. 읽다보면 ‘뭐 이런 사람들이 있나?’ 하는 놀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나도 이런 비슷한 사람 만난 적이 있지’ 하고 느낀 적도 꽤 많다. 다만 나의 기억은 부정확하고, 휘발성이라 금방 사라진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11개 장으로 나누었는데 시간 순서와는 상관이 없다. 자신이 경험한 부분 별로 편집했다. 그 중에서 여행 편은 그곳에 가서 만나고 경험한 일을 주로 다루었다. 어린아이 편을 보면서 작가는 재밌다고 했지만 실제 아이들의 시각은 상당히 창조적이다. 현실을 보이는 그대로 표현하는데 실제 현실은 아이의 인식 너머에 있다. 대표적인 것인 펭귄이 생선을 먹는 장면이다. 일상에서 아이들을 자주 만나다 보면 이런 표현법에 상당히 놀란다. 어쩌면 굉장히 사소한 것 같은 것들을 작가는 일기에 기록했고, 이 기록들이 독자에게 즐거움을 준다.

 

솔직히 여행 편은 관심이 많이 갔지만 재미는 조금 떨어졌다. 타이완 여행 편에서 한자를 안다고 생각하고 갔다가 무슨 음식인지 몰랐다고 한 부분에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자를 안다고 음식을 아는 것은 아니니까. 지우펀을 사진으로 보면서 최근에 바뀐 풍경이 떠올랐다. 사람들이 떠밀려 다니는 장면이다. 예전에 대만 갔을 때 이곳을 갔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이곳을 보면 늘 따라다닌다. <테르마이 로마이>를 보다가 중단했는데 이 책을 읽고 검색하니 완결되었다고 한다. 반갑다. 사실 이 만화를 보면서 온천에 대한 환상이 조금 생겼었다. 결국 가까운 온천도 가지 못했지만.

 

공감대를 가장 형성하는 장은 역시 체육관 편이다. 어딘가 노인들이 많은 곳에 가면 괜히 친한 척을 하면서 말을 붙이는 노인들이 있다. 그들의 선의는 어느 순간 반복되고, 그들이 던지는 소소한 정보는 생각보다 솔솔하다. 그들의 시선이 나에게 머물 때 약간 불편하지만 떠났을 때 아쉬움을 표현한 장면은 절로 고개를 끄덕인다. 개인적으로 가장 이상한 사람들이 나온 것은 역시 쇼핑 편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인지 아니면 그 당시만 일반적이지 않은 것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지만 놀랍고 신기하고 재밌다. 패밀리 세일에서 일어난 반전은 예상을 뛰어넘고, 그 후일담에 대한 상상은 그럴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상 편에서도 예상을 뛰어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심야 케이크가게가 열린 이유를 보면서 왠지 씁쓸했지만 왠지 이해가 되는 것을 왜일까? 주정을 부리는 아저씨가 보여주는 반전 매력은 또 어떤가? 말실수를 다루는 장면들이 몇 있는데 나 자신도 이런 경우가 많다. 성희롱하는 아저씨를 볼 때 따끔하게 혼내지 못한 작가에게 작은 위로를. 핀셋으로 귀파기라니 혼자 이것이 가능한지 의문이 먼저 생긴다. 뭐 병원에 가면 실제 핀셋으로 귀지를 파주지만. 가끔 어떤 지역을 가면 왠지 알 수 없는 일이 우연히 벌어지는 경우가 있다. 길가 편은 그런 일들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유카타를 입을 때 팬티를 입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일까? 노인의 자전거 뒤편에 숙녀 포즈를 양복을 입고 탄 이들의 정체는 또 뭘까? 이렇게 이 짧은 만화는 더 많은 상상을 하게 만든다.

 

이 만화의 그림체는 사실 나의 취향과 조금 멀다. 어릴 때는 이런 그림체가 좋았는데 이제는 너무 예쁘게 그린 것이라 왠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떨어진다. 실제 이 만화 속 젊은이들은 모두 예쁘고 잘 생긴 반면 아저씨 아줌마 이후는 일사에 더 가까워진다. 최대한 비슷하게 그렸다고 하지만 그런 절세 미남 미녀가 주변에 많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나의 질투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림체가 취향에 맞지 않다고 내용마저 그런 것은 아니다. 이전에는 그림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조금 자세히 보면서 반한 작품들이 얼마나 많은가. 처음 책 제목과 간단한 내용을 보고 가족과 친구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는 그녀가 일상에서, 여행에서 잠시 만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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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꽃다발 에놀라 홈즈 시리즈 3
낸시 스프링어 지음, 김진희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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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놀라 홈즈 시리즈 3번째 이야기다. 전편에서 오빠 셜록 홈즈의 손에서 아슬아슬에서 벗어난 에놀라가 셜록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셜록을 돕는다는 의미는 옆에서 조수나 동료가 되는 것이 아니다. 홈즈를 세계적인 탐정으로 끌어올린 친구 왓슨 박사의 실종을 해결한다는 의미다. 그녀의 가장 큰 강점은 실종된 사람을 찾는 것이다. 그녀가 연 연구소도 그것이 아니던가. 외모도 셜록을 닮았지만 가장 비슷한 것은 통찰력이다. 관찰하고 조사하고 단서를 쫓아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홈즈 시리즈가 조금씩 떠오른다. 다른 점이라면 홈즈 같은 자신만만함이 없는 것이라고나 할까.

 

한 정신병원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는 자신이 셜록 홈즈의 친구인 왓슨 박사라고 말한다. 정신병원에서 이 말은 너무 흔한 말이다. 이 말을 듣고 풀어줄 정신병원은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간호사는 그를 키퍼솔트라고 부르면서 그를 풀어줄 마음이 전혀 없다. 그런데 다음 장에서 자신의 가명이 들켰다고 생각한 에놀라가 새로운 이름을 짓는 고민을 하면서 신문에서 놀라운 소식을 접한다. 바로 홈즈 박사의 실종 사건이다. 이 신문을 보고 정신병원에서 자신이 왓슨 박사라고 말한 사람이 바로 그임을 알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면 첫 장면에서 알 수 있는 부분이지만.

 

실종자가 어디 있는지 독자들에게 먼저 알려준다. 그럼 누가와 왜라는 의문을 추가로 달 수밖에 없다. 누가 그를 정신병원에 왜 넣었는지? 어떻게 정상인 그를 병원에 넣었는지는 나중에 나오는데 이것은 현실에서도 비교적 쉽게 일어났던 일들이다. 가족의 동의라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갇힌 사람들 이야기는 생각보다 많은 곳에 나온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가 그를 정신병원에 가두었는가 하는 것이다. 현대 경찰처럼 셜록은 환자 기록을 들고 가서 용의자를 찾는다. 반면에 에놀라는 왓슨 박사의 아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녀에게 전달된 꽃다발을 통해 용의자를 찾는다.

 

셜록에게 잡힐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에놀라는 이것을 피할 방법을 셜록의 방에서 찾는다. 그것은 또 다른 사람으로 변장하는 것이다. 셜록의 수많은 변장을 도와준 듯한 가게에 가서 변장 도구를 산다. 몇 가지 도구의 힘을 빌린 그녀는 미녀로 변신한다. 이 미녀의 힘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여주는 몇몇 장면들이 있다.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성형과 화장의 힘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단서를 찾아 선택한 방법은 고전적이고 지루한 기다리기다. 수상한 꽃다발이 다시 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작은 단서를 따라가면서 새로운 단서를 만나고, 문제의 핵심에 도달한다. 조금 밋밋할 수 있는 이야기에 작고 긴장감 넘치는 액션을 넣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책소개에 워낙 스포가 많다. 책을 읽으면서 단서에 점점 따라가야 하는데 범인을 노출해놓았다. 만약 이 소설이 범인이 초반에 나온다면 나쁘지 않지만 이 소설의 경우 후반부에 연결고리가 나오고,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있다. 안타깝다. 이것과 달리 에놀라가 내놓는 초보적인 암호 풀이는 옛 기억을 떠올린다.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가장 감탄하게 되는 것은 역시 19세기 후반 영국 런던을 묘사한 장면들이다. 현대적인 상하수도 설비가 갖추어지기 전 도로의 모습이 너무나도 생생하다. 하층민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에놀라의 모습에서 가난한 동남아 지역의 아이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그리고 가장 흥미로운 대화는 홈즈가 던진 에놀라에 대한 평가다. 그를 믿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장면은 시리즈 다음 이야기들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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