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널 마킹 - 현대 유럽 축구의 철학과 전술적 진화
마이클 콕스 지음, 이성모 외 옮김, 한준희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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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유럽 축구의 철학과 전술적 진화란 부제가 이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대변한다. 목차는 4년 주기로 유럽 축구가 어떤 전술적 진화를 가져왔는지 잘 보여준다. 축구를 잘 모르지만 꾸준히 뉴스 등을 통해 봐왔던 나에게 이 구분은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지만 읽으면서 공감하게 되었다. 특히 푸치볼로 포르투칼이 다루어진 시기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 시기를 풀어낸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놓쳤던 수많은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한 권으로 내가 축구를 많이 아는 척할 수 있게 만들었지만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던져주었다.

 

현대 축구에서 네덜란드와 크루이프를 빼면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재미난 점은 이 네덜란드가 한 번도 월드컵에서 우승을 못했다는 점이다. 내가 기억하기로 항상 90년대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는 우승 후보였다. 좋은 선수들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좋은 선수가 많다고 우승하는 것은 아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보면 그들이 항상 우승해야 할 것 같지만 유럽 축구에 밀린다. 개인 능력이 아닌 전술이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선수들이 없으면 우승하기 힘들다. 유럽에서 감독들의 몸값이 점점 더 높아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자는 시기별로 각 나라의 특색과 그들의 축구 철학과 전술이 어떻게 세계에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준다.

 

해외 축구를 보면 축구 용어로 경기를 분석한 기사가 상당히 많이 나온다. 나 같은 축알못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감독의 전술보다 스타들의 득점 장면들에 더 관심이 많다. 특히 한국 선수들의 성적이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팀이나 선수나 감독이 있는 경우라면 그들의 결과에 주목한다. 전술적으로 그 부분을 이해할 능력이 부족하지만 알려는 노력도 크게 하지 않는다. 그래도 항상 읽다보면 조금씩 아는 부분이 생긴다. 그 조금 아는 부분들이 이 책의 독서를 아주 재밌게 만들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술들이 어떻게 다음 시기에 바뀌게 되었는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축구 철학과 전술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니 특정 선수들보다 감독들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물론 메시나 호날두 같은 경우는 다르다. 유럽 축구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 크루이프는 말할 것도 없다. 축구 기사에서 4-4-2니 3-5-2니 하는 숫자를 표기할 때 이전에는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몰랐다. 하지만 많은 기사와 해설자들의 설명으로 이제는 안다. 이 단순한 숫자만 보면 참 간단한 것 같은 축구가 11명의 선수를 어떻게 배치하고 운영하는가에 따라 수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그리고 절대적인 강자 같은 팀들이 예상하지 못한 패배를 당하는 순간도 있다. 전술의 승리라는 말이 이해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가장 훌륭한 미드필드를 꼽을 때 지단이 항상 먼저 나오는데 그의 활약이 리그에서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은 놀랍다. 꾸준함과 거리가 있지만 보는 즐거움이 있는 선수란 평가는 그가 이룬 성과 때문인 모양이다. 예전에 피구를 더 높이 치는 기사가 조금은 이해되는 순간이다. 푸치볼에서 무리뉴의 성공이 나오는데 특히 인상적인 것은 훈련 방식이다. 전술 주기화다. 훈련과 실전을 결합한 것인데 학구적인 무리뉴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또 포르투칼하면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있다. 남의 형이 된 호날두다. 그가 몸을 벌크업하면서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게 되었다는 부분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스페인 축구하면 역시 티키타카다. 이 축구 전술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팀이 바로셀로나다. 그리고 펩과 메시다. 바로셀로나의 감독으로 무리뉴가 될 뻔했다는 이야기는 놀랍지만 그를 반대했다는 크루이프의 결정은 결과적으로 현명했다. 스페인 축구에 아르헨티나인들이 끼친 영향을 풀어낸 부분은 개인적으로 새로웠다. 미드필드만으로 팀을 구성하고 싶다는 욕망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메시를 가짜 9번으로 지정한 것은 그의 능력을 극대화한 것이다. 물론 여기에 사비와 이니에스타의 도움도 무시할 수 없다. 한때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던 엘 클라시코 이야기는 또 다른 재미다.

 

독일이 세계 축구의 주류가 되었을 때 나도 한 번은 들어본 게겐프레싱을 구사하는 팀이었다. 클롭 감독이 왜 위대한 전술가란 칭호를 얻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펩이 클롭에게 약한 이유도 조금은 이해가 된다. 전술이 모든 것은 아니지만 어떤 중요한 순간에는 이 전술이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클롭의 리버풀이 2년 연속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라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레알의 3년 연속 우승은 솔직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결국 전술은 다시 공간과 압박과 역압박 등으로 풀이된다. 창의적 플레이가 아직 이해되지 않지만 왜 축구 감독이 선수들을 지도한다고 하는지 이 책을 보면서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왜 현재 세계 최고 리그인지 감독들의 전술로 이해하게 되었다. 저자의 다른 책 <더 믹스>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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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속 남자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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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으로 도나토 카리시의 작품들을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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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네가 있어 마음속 꽃밭이다 - 풀꽃 시인 나태주 등단 50주년 기념 산문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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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나태주의 등단 50주년 기념 산문집이다. 기존에 낸 여러 산문집에서 글을 뽑아 모았다고 한다. 읽으면서 나이를 짐작할 수 있는 단어나 문장이 가끔 보이는데 그 차이가 이 때문에 생겼다.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이 산문집의 몇 편은 다른 산문집에서 다시 만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그때 이 산문집의 내용을 기억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지만. 가끔 이런 산문집이나 시선집을 읽게 되는데 세월의 흐름이 곳곳에 보여 좋다. 시와 달리 산문집의 경우 그 시대의 생각이 많이 담겨 있어 시대상이나 글쓴이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뭐 그 때문에 그에 대한 반감이 살짝 생길 때도 있지만 말이다.

 

나태주 시인은 나에게 낯설다. 어딘가에서 그의 시를 본 적이 있을지 모르지만 시집이나 산문집을 읽은 적은 없다. ‘풀꽃’이란 시를 보고 읊조린 적 있지만 기억에 오래 담아두지는 않았다. 나태주 시인이 세상에 알려진 것도 이 ‘풀꽃’이란 시 때문인데 상당히 늦은 나이에 그의 시가 알려졌다. 이 시가 어떻게 대중에게 알려지게 되었는지 이 산문집에 잘 실려 있다. 교과서에도 그의 시 몇 편이 실렸고, 드라마에서도 낭송되었다고 하니 대단하다. 최근 교과서에 어떤 시들이 실려 있는지 모르지만 교과서에 실렸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내가 기억하는 시인들 중 많은 사람들이 교과서에 실린 시인들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산문집에는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해서 살았던 그가 집에 돌아와 아내와 손을 잡고 기도하는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다. 기뻐하며 감사하는 마음 자세는 현실의 삶에서 늘 실천으로 옮기기 힘들지만 가슴속에 품고 있어야 한다. 오랜 교직생활을 한 그가 장학사 이후 교장이 아니라 교감으로 발령났을 때 일을 풀어낸 이야기는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한 선생의 모습이다. 밖으로 나가기보다 안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운동장 한 켠에서 들꽃을 보는 장면은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높은 곳이 아닌 낮은 곳을 보고, 자신의 생각이 아닌 사물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자세는 배워야 할 부분이다.

 

그가 처음 시집을 내게 된 사연을 담은 글을 읽으면서 고등학교 국어선생이자 시인이었던 선생이 생각났다. 그때 우리들은 거의 강매로 시집을 샀다. 시인이라고 하지만 자비출판을 해야 하는 삶이었다면 조금은 이해가 된다. 그의 첫 시집을 사준 어머니보다 빈 공간이 많아 낙서하기 좋을 것 같다고 말한 동네 동생의 반응이 더 재밌다. 한때 나도 그 빈 공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시인의 산문집에는 시들이 많이 실리는 편인데 이 책에는 별로 시가 없다. 조금 아쉽다. 최근 시집 읽은 지 오래 되어 이렇게라도 시를 접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말이다.

 

시가 잘 써지지 않아 풀꽃을 그렸다는 그의 글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깊은 관찰이 만들어내는 효과는 나 자신이 잘 알지 않는가. 그가 그린 풀꽃 그림은 섬세하고 그 특성이 잘 드러나 있다. 시인들은 이런 관찰을 좋은 비유로 표현하면서 우리의 상상을 북돋는다. “행복은 기뻐하는 마음이다. 작은 것을 받고서도 감사하는 마음이고 늘 곁에 있는 것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이 행복론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있다. 그의 글 속에는 이런 마음이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내가 너무 쉽게 빨리 읽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시간 내어 나태주 시인의 시집 한 권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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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작 - 잠 못 드는 사람들 / 올라브의 꿈 / 해질 무렵
욘 포세 지음, 홍재웅 옮김 / 새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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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고백으로 시작하자. 이 소설을 선택한 이유는 ‘살아 있는 천재’란 수식어도 있었지만 노벨문학상 수상작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 때문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을 모두 읽지 않지만 이 문학상 수상자들은 언제나 관심이 가지고 있다. 거기에 두께마저 그렇게 두툼하지 않으니 단숨에 읽을 수 있겠다는 얄팍한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읽으면서 순식간에 깨어졌고, 나의 노안을 의심하는 표기에 ‘뭐지?’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것은 이 책에 마침표가 없다는 것이다. 쉼표가 마침표 역할을 하는 부분도 있지만 문단의 마지막 방점을 결코 찍지 않는다. 처음에는 낯선 이름과 지명과 이런 표기 때문에 살짝 곤혹스러운 대목도 있었지만 읽다보니 적응하게 되었다.

 

몰랐던 사실 중 하나는 이 작가가 극작가로 더 유명하다는 것이다. 베케트와 입센에 비견되는 현대 극작가라고 한다. 희곡을 잘 모르니 이 부분은 지나갈 수밖에 없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고 뭔 소린지 몰라 얼마나 어려워했던가. 그리고 그의 연작 소설 제목이 <3부작>인 것은 특이한 부분이다. 최근 발표한 연작 중편 세 편을 모아 내었는데 이 책이 2015년 북유럽 문학 최고 영예인 북유럽 이사회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솔직히 첫 번째, 두 번째 중편을 읽을 때는 전혀 공감을 하지 못했는데 마지막 중편을 읽으면서 조금씩 공감하게 되었다. 아마 표기법이나 문장 등에 익숙해진 영향이 아닌가 생각한다.

 

세 편의 중편은 이어진다. 첫 중편 <잠 못 드는 사람들>은 어린 두 연인이 살던 곳을 떠나 낯선 도시 벼리빈으로 와서 잘 방을 찾아다니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작가는 두 남녀의 이름은 알려주지만 나이는 표시하지 않는다. 내가 놓쳤나? 사실 이 소설들에서 정확한 나이는 나오지 않는다. 정확한 이름을 알려주는 인물도 그렇게 많지 않다. 두 연인 아슬레와 알리다와 그 가족들을 빼면 하나의 이야기에 겨우 한 두 명 정도만 이름이 붙는다. 이 익명성이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의 삶 속에서 이름이 가진 의미와 무게를 떠올리면, 화자들의 이야기에 집중하자면 이런 설정도 상당히 좋게 다가온다.

 

아슬레는 바이올린 연주자고, 알리다는 임신부다. 낯선 도시의 거를 배회하면서 잘 방을 구하지만 누가 흔쾌히 이 낯선 이방인을 집안으로 들이겠는가. 방황하는 이 연인들이 어떻게 만났고, 왜 살던 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 조용히 알려준다. 하지만 한꺼번에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시대도 상황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이 둘의 불쌍한 방황을 봐야 한다. 쉽게 몰입하지 못하고 이해할 수도 없다. 정보가 부족하다. 낯선 문장은 또 어떤가. 경찰을 만나 여인숙이 모여 있는 곳 소개를 받지만 그들에겐 낯설 뿐이다. 모호함 속에 갇힌 책 첫 이야기를 읽었는데 나중에 그 실체가 조금씩 드러났다.

 

<올라브의 꿈>에서 올라브는 바로 아슬레다. 아슬레와 알리다는 이름을 바꾼다. 올라브와 오스타다. 올라브는 알리다의 결혼 반지를 사기 위해 분신 같은 바이올린을 판다. 이 돈으로 반지를 사러 가면서 일어난 이야기를 다룬다. 길을 가는 그를 보고 아슬레라고 부르고 아는 척하는 노인이 나온다. 이 노인은 아슬레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말하고, 술 한 잔에 모든 것을 잊어주겠다고 말한다. 그러다 술집에서 한 남자가 연인을 위해 산 팔찌를 본다. 처음에는 이 팔찌를 보고 살인하는 올라브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상점에 가서 이 팔찌를 산다. 그리고 전편에 등장한 어린 창녀가 그를 유혹한다. 연극처럼 창녀의 엄마와 아빠가 등장하고 파국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3부인 <해질 무렵>은 익숙해진 문장과 높아진 집중력으로 더 몰입했다. 알리다가 재혼해서 낳은 딸이 먼저 등장하고, 그녀가 본 죽은 엄마가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딸도 할머니가 될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 이야기는 어떻게 알리다가 새로운 남자를 만났는지, 그 만남 속에 아슬레의 영혼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준다. 알리다가 아슬레의 떠남이 영원할 것임을 알게 된 순간처럼 아슬레는 그녀 곁에 머문다. 어린 시그발의 후손들 중에 욘이란 이름이 있는 것은 왠지 작가를 떠올린다. 삶은 현실이고, 그녀의 삶은 과거와 이어진 채 현재화된다.

 

읽으면서 느낀 것보다 다 읽고 이 글을 쓰는 지금 더 많은 것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올라브가 술 한 잔을 샀다면 교수형을 면했을까 하는 질문에 처음에는 왜 술은 사지 않았지란 단순한 답이였다면 이제는 술 한 잔이 그의 과거를 인정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너무 많이 생각한 것일까? 간결하지만 마침표 없는 문장은 익숙한 사람에게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적은 등장인물들은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만들고, 연극 같은 연출은 상황을 다른 모습으로 보게 한다. 언젠가 다시 읽고 놓친 부분들을 찾아봐야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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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hortree85 2023-10-05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벨문학상
 
모조 사회 1 - 존재의 방식
도선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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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모조 사회란 제목을 보고 모조품 같은 사회를 떠올렸다. 그런데 모조가 사람의 이름이다. 이 시대는 최고 권력자의 이름을 따 사회 이름을 짓는다. 사회 이름이 중요한 이유는 그 사회의 최고 권력자이기 때문이다. 모조는 기존의 최고 권력자 후손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가진 퀸과 함께 나타나 그 사회의 지배자가 되었다. 그 인공지능의 이름은 퀸이고, 모조 사회는 퀸의 관리 아래에 놓여 있다. 물론 이런 사실이 알려지는 것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다음이다. 마지막에 도달하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이르지만 말이다.

 

소개글과 다른 시작이다. 고등학교 수학 교사인 수가 쇼핑몰 붕괴 사고 후 낯선 곳에서 깨어난다고 했지만 첫 이야기는 용병 출신인 건으로 시작한다. 건, 탄, 수. 이렇게 3명의 이야기가 나온 후 지진으로 이들은 낯선 공간에 갇힌다. 처음에 건이 마주한 공간과 장면을 보았을 때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 수가 건을 구해준 사람들의 공동체에서 몸이 건강해지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것은 수가 어떤 과거를 가졌는지 보여주는 홀로그램 영상들이다. 편집된 영상이라고 하지만 이런 기록들이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이 사회의 진면목을 잘 보여준다.

 

읽으면서 머릿속을 스쳐간 영화가 두 편 있다. 한 편은 <매트릭스>고, 다른 한 편은 <공각 기동대>다. 은수의 아버지가 연구하고 개발한 두뇌 업로딩 기술은 <공각 기동대>의 전뇌와 비슷한 것이다. 이 실험이 과거의 인격을 현재 속에서 깨운다. 건은 그렇게 다시 태어난 인물이다. 이 모조 사회의 권력자들은 이 기술을 통해 영생을 누리고자 한다. 은 박사의 개발을 둘러싸고 의장과 총수가 은밀히 뒤에서 힘을 발휘한다. 이런 권력 현실 속에 은수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프로그래밍 실력을 발휘한다. 그녀의 능력은 모조의 새도우를 깰 정도다.

 

<매트릭스>처럼 이 사회의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인식하는 사회의 모습과 현실의 차이를 깨닫지 못한다. 은수 등을 구한 공동체 사람들이 지하세계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는지 보여줄 때 이것이 가장 잘 드러난다. 수와 건과 탄이 모듈사회에서 인식했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잘 알려준다. 다른 점이라면 주인공이 매트릭스 세계 속으로 들어가 싸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랄까. 또 약을 먹고 현실을 깨닫지도 않는다. 인간의 뇌 인식을 통한 교묘한 조작이다. 작가는 이 상황을 보여주면서 너가 지금 살고 있는 현실이 진짜인지 어떻게 아는지 묻는다.

 

수를 구한 공동체의 놀라운 과학 기술은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나노 기술을 이용해 최상의 보호구와 의상과 이동 기구를 탄생시켰다, 옷도, 전투 장비도, 이동 장치도, 통신도. 보호 장비도 이 나노 윙으로 해결된다. 인간의 의지가 이 장비를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하지만 기계 자체가 인간을 한계까지 보호한다. 이 장비가 어떤 효능이 있는지 알려주는 상황들이 많이 나오는데 읽으면서 상당히 부러웠다. 이런 기술이 현실에서 상용된다면 삶의 모습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이 공동체의 구조와 운영 방식도 흥미로웠다. 과학의 발전과 정치가 이상적으로 결합한 것처럼 보인다.

 

모조 사회에서 수 등이 살고 있다고 느낀 모듈의 설정 시대를 2000년대 초반으로 잡은 것은 씁쓸한 우리의 현실이다. 인간들의 끊임없는 권력욕과 금력의 결합이 어떤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 극단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300년 전 대재난이 소멸 바이러스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바이러스를 개발한 단체가 해독제 기록을 잃으면서 인류는 절멸의 길을 걷는다. 물론 이 기록을 잃게 된 것이 자신들의 의지는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획책했던 일들 때문에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 그 바이러스가 변종해서 지구의 동식물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공동체 사람들이 사는 곳도 이런 환경에서 바뀐 숲 속이다.

 

작가는 인간의 기본 본성을 결코 선하게 보지 않는다. 곳곳에 인간의 배신을 집어넣어 인간의 본선을 회의적으로 본다. 처음에는 그렇지 하다가도 계속되는 배신의 모습에 이 설정을 어떻게 봐야 할지 의문이 들었다. 권력자들의 권위에 꼼짝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무사의 시대가 어떻게 열렸는지 알려주는 대목은 잔혹한 현실의 이면을 보여주는 느낌이다. 이 부분은 수와 관련된 기억을 재생되면서 잘 드러난다. 디스토피아 소설보다 더 씁쓸하고 잔혹하게 다가오는 작가의 시선이다. 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개인의 공간이 사라지는 설정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편리함의 이면과 공포에 대한 설명은 이 책 속 사고 실험 중 가장 공감하는 부분이다. 몇몇 아쉬움이 있지만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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