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바르 언덕의 과부들
수자타 매시 지음, 한지원 옮김 / 딜라일라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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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인도 봄베이를 배경으로 한 역사 추리 소설이다. 거의 600쪽에 이르는 두툼한 분량인데 작가는 그 시대의 풍경과 문화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데 큰 공을 들인다. 역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 인도의 풍경들을 묘사한 장면이 흥미롭고 재미 있을지 모르겠지만 추리 소설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초반 진행은 상당히 느린 편이다. 실제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200쪽이 지난 후다. 그리고 감안해서 읽어야 할 것은 이 당시 인도는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인도보다 훨씬 더 여성에게 위험하고 억압적이었다는 점이다. 몇 년 전 뉴스에 나온 기사들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더 쉽다.


소설은 놀라운 사실을 알려준다. 그것은 1921년 인도 봄베이에 여성 변호사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때는 여성 참정권이 겨우 서구에서 인정되고 있던 시대였다. 프랑스 혁명으로 유명한 프랑스는 이 당시 여성 참정권이 인정되지 않고 있었다. 이런 시기를 감안하면 엄청난 일이다. 물론 이 여성 변호사가 법정에서 변론은 하지 못한다. 사무 변호사로 서류 작업만 가능할 뿐이다. 이런 한계가 있지만 여성이 변호사란 점은 아주 놀라운 진보가 분명하다. 실재 있었던 두 명의 여성 변호사를 기초로 퍼빈 미스터리란 인물을 창조했다. 소설은 퍼빈이 겪어야만 했던 성차별과 문화적 억압 등을 엮어 상당히 재밌는 추리 소설을 만들었다.


법정에 가지 못하는 퍼빈은 아버지의 변호사 사무소에서 일한다. 세 아내와 네 자녀를 두고 세상을 뜬 무슬림 부호 오마르 파리드의 상속 재산을 정리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 세 아내가 자신들의 상속 재산 모두를 재단에 넘기겠다고 서명한 편지를 받는다. 뭔가 수상하다고 느낀 퍼빈은 과부들을 만나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고 한다. 이 여성들은 상중이라 남자들은 만날 수 없다. 가족 대리인인 파이살 무크리를 만나 세 과부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된 것인지 확인하려고 한다. 이 과부들은 세상사에 무지하고, 무크리가 주장하는 말에 속아넘어간 것 같다. 퍼빈이 과부들을 만나면서 서로에게 숨겨왔던 비밀들을 알게 된다. 퍼빈 때문에 자신의 계획이 틀어질 것을 두려워한 무크리는 퍼빈에게 욕하고 내쫓는다. 그리고 살인이 일어난다.


이야기는 1921년과 1916년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1921년은 퍼빈이 사무 변호사가 되어 말라바르 언덕의 과부들 상속을 다루고, 1916년은 그녀가 인도 로스쿨에서 법을 공부할 때다. 그녀가 법을 공부하는 것을 남자들이나 교수들이 탐탁치 않게 느낀다. 자리에 이물질을 놓고, 시험을 보는 것도 방해한다. 봄베이 최초의 여성 변호사가 되려는 길은 험하다. 시험을 보려 하는데 만년필이 고장나 볼 수 없다. 시험지를 가방 안에 무심코 넣는데 교수가 부정행위라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받은 차별에 화난 그녀는 자퇴를 외친다. 그리고 잘 생긴 한 남성이 그녀에게 다가온다. 캘커타에서 온 신부감을 구하러 온 사이러스다. 둘은 사랑에 빠진다. 여자 혼자 낯선 남성을 만나는 것은 음탕하다고 보는 시절임을 알려주는 장면들이 나온다. 이 둘의 사랑은 결혼으로 이어진다.


과거는 1917년으로 넘어가 그녀가 결혼 후에 겪게 되는 문화적 충격을 보여준다. 그녀는 페르시아 계통의 조로아스터교 신도인 파르시인데 이 문화 속에 지금 기준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문화가 나온다. 생리하는 여성을 집안에서 격리시키는 일이다. 생리혈이 악신을 불러온다는 이유다. 그녀의 엄마도 한때 경험했다고 한다. 첫날밤을 치른 후 그녀가 지나가듯이 한 말 속에는 의미심장한 의미가 담겨 있다. 사랑의 열정 속에서 놓친 것들이 일상에서 하나씩 드러난다. 그리고 왜 그가 그녀와 결혼하게 되었는지, 그녀가 얻은 질병이 어디에서 비롯한 것인지도 알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하나의 종교와 문화가 어떤 식으로 그들의 삶 속에 작용하고 억압하는지, 그 이면 속에 인간의 욕망은 또 어떤 식으로 최악으로 달려가는지도 보여준다.


솔직히 말해 이 책을 선택할 때 속도감 있는 이야기가 나오길 기대했다. 중반까지 인도의 다양한 종교와 민족들의 문화 등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꼈다. 이슬람 여성들을 얼마나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대목이 나올 때는 더욱 답답했다. 파르시 문화가 나올 때는 또 어떤가. 하지만 이 섬세한 작업들에 익숙해지면서 그 문화적 종교적 차이에서 비롯한 문제들이 하나씩 재미를 주기 시작했다. 작가는 그 시대의 문화와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 현실적인 사건을 만들어내고 해결한다. 그리고 런던에서 공부할 때 친구였던 앨리스와 그의 아버지 데이비드 경을 등장시켜 식민지 지배를 둘러싼 현실적인 문제와 걱정도 같이 보여준다. 오랜만에 읽은 인도 소설이지만 여전히 낯설고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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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양이 10 - 팥알짱이랑 콩알짱이랑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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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콩고양이 10권이다. 한 권씩 감질나게 나오지 않고 한 번에 2권이 나와 더 좋다. 물론 다음 이야기에 대한 아쉬움은 언제나 마지막 장을 덮을 때면 계속 이어진다. 전편에서 갑자기 나타난 유황앵무새 유황의 활약은 이번에도 변함없다. 어떤 면에서는 이 앵무새의 정체가 궁금하다. 자신이 찾는 포스트를 찢거나 두식이 머문 곳을 찾아가서 내려다보는 장면들은 결코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 유황의 몇몇 장난은 내복씨의 삶을 살짝 불편하게 하지만 어느 순간 이 가족의 삶 속에 녹아들었다. 가족이 잊어버린 두식을 찾는데 일등공신으로 활약한다.


두식을 잊어버린 것은 마담 복슬이 아픈 남편 대신 산책을 갔다가 갑자기 두식이 도그런으로 달려갔기 때문이다. 도그런에서 먹은 애완견용 케이크가 맛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두식이와 산책을 간 적이 없는 마담 복슬의 실수도 한몫했다. 두식을 찾기 위해 아픈 집동자 귀신 아저씨까지 나서지만 찾지 못한다. 도그런은 집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곳에 간 두식은 함부로 돌아다니지 않고 멈춘 채 있는다. 이 가족이 다시 두식을 만났을 때 가장 에상외의 행동을 하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마담 복슬이다. 울면서 두식을 껴안는다. 이 경험이 나중에 두식으로 하여금 더 껴안아 달라는 요청으로 바뀐다. 그리고 마담 복슬이 가족으로 받아들인 동물들을 얼마나 따스한 마음으로 그들을 돌보는지 보여주는 장면도 한 컷 나온다.


표지에 안경남과 아이코가 유황을 안고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나온다. 안경남의 연애전선에 변화가 있다는 의미일까? 유황앵무새를 너무 좋아하는 아이코는 자신이 직접 유황앵무 머리모양의 탈을 만들어 쓴다. 그녀의 덕후스러움은 안경남과 애니메이션을 두고 논쟁하는 부분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때 작가는 살짝 독자들을 속인다. 이런 그녀이기에 안경남이나 동물 가득한 이 집에 잘 어우러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손재주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도 나오는데 다음에 나올 이야기에서도 그녀의 비중은 줄지 않을 것 같다. 과연 이 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인 듯한데 집안 가득히 있는 동물들 때문에 아주 특별한 일상으로 보인다. 두식과 산책하기 위해 나가 다른 개들과 함께 나온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나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가가기 위해 빵집에 가는 장면이나 콩고양이들이 집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뒹굴거리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이런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당연히 이 집에 같이 사는 여러 반려동물들이다. 일정부분 의인화해서 그들의 행동과 말을 그들의 본능적 행동과 더불어 재밌게 풀어놓았기 때문이다. 9권에서 처음으로 이 가족들의 이름을 알려주는데 안경남은 이제 아이코에게 이름으로 불린다. 이런 작고 느린 변화가 늘어나는 동물 가족들과 함께 읽는 내내 즐거움을 준다. 또 언제 11권이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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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양이 9 - 또 희한한 녀석이 왔습니다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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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나오고 있는 네코마키의 콩고양이 시리즈 9권이다. 권수가 늘어나면서 집사네 집에 사는 동물들이 늘어난다. 처음에는 고양이 두 마리였는데 이제는 시바견, 비둘기 부부, 닭들, 연못의 거북이까지 정말 다양한 동물들이 같이 산다. 그런데 이번 편에 새로운 동물 한 마리가 더 늘어났다. 그것은 큰유황앵무새다.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고, 언제 갈지 모르지만 이 앵무새는 람바다를 부르고, 슴가슴가 슴가왕 이란 덕후스러운 말도 한다. 이 앵무새에게 유황이란 이름을 붙여주는데 유황은 이전의 동물처럼 자신만의 놀이를 즐긴다.


유황앵무가 집에 들어오면서 오빠 안경남에게 여자친구(?)가 생긴다. 아직 여자친구라고 하긴 무리가 있지만 그녀 아이코는 유황앵무 덕분에 안경남의 집에 온다. 그리고 여동생 집사는 두식이와 산책을 나갔다가 훈남이 새로 연 빵집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장밋빛 미래를 꿈꾼다. 이 시리즈에 처음 알려주는 이 가족들의 이름과 더불어 처음 등장하는 로맨스가 아닌가 생각한다. 고양이 집사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지만 현재까지 아이코는 동물 가득한 이 집에 가끔 놀러온다. 이 만화의 새로운 재미 중 하나는 바로 앵무와 아이코의 등장이다.


단순히 새로운 동물이나 인물이 등장한 것으로 재밌어진 것은 아니다. 기존의 동물들과 어우러지면서 만들어내는 작지만 깨알 같은 재미들이 읽다보면 나 자신도 모르게 웃게 만든다. 대표적인 것이 앵무를 본 비둘기 암컷과 수컷의 모습이다. 많은 부분 의인화되기는 했지만 이 사소한 장면이 왠지 모르게 전혀 낯설지 않다. 여기에 변함없는 내복씨의 가발을 둘러싼 유황의 행동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이전에 이 집에 정착한 동물들처럼 유황이도 이런저런 일을 일으키면서 이 가족의 일원이 된다. 마담 복슬이 큰유황앵무의 거래가격을 보고 눈이 번쩍인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이 집에서 가장 오랫동안 동물들과 함께 머물고, 온갖 쓰레기들을 치우는 인물도 역시 마담 복슬이다.


연필로 간결하게 그린 그림은 역시 정감 있다. 각 동물 캐릭터를 잘 살려 보는 재미가 가득하다. 큰 사건은 없지만 사소한 일상 속 이야기를 잘 짚어내어 표현한 에피소드들은 한 번 빠지면 계속 읽게 만든다. 첫 출간 작품을 읽으면서 할아버지 내복씨가 계속 나와주기를 바랐는데 다행히 계속 나오고 있다. 그리고 전편에서 비중이 많이 줄어들었던 남매의 출연 비중이 늘어난 것은 새로운 재미다. 35세 미혼 남성 덕후의 일상과 유황앵무새를 좋아하는 여자의 만남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도 이 시리즈의 새로운 관점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10권에선 또 어떤 일이 생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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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더트
제닌 커민스 지음, 노진선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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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마약 카르텔 이야기는 이미 많은 소설 등에서 만났다. 대부분의 소설들이 이 카르텔이 저지르는 만행과 그 피해에 초점을 맞추었다. 아니면 이 카르텔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이 카르텔을 부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는지 등을 다룬다. 그런데 이 소설은 카르텔에 일가족 모두가 죽은 후 살아남은 모자를 내세워 이들의 처절한 탈출기를 그려내고 있다. 단순히 이들만이 아니라 이 모자가 달아나는 과정에서 만난 다른 나라의 난민 등을 같이 엮어 이것이 결코 한 개인이나 가족 혹은 국가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여기에 미국이 세운 거대한 장벽과 정책 변화가 난민에게 끼친 영향도 같이 보여준다.


총알이 창문으로 날아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화장실에는 루카 혼자 있었다. 엄마가 들어와 커튼 뒤에 같이 숨는다. 살인자들이 일가족을 몰살시킨 후 살아남은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다. 운 좋게 이 모자는 살아남았다. 하지만 이 운은 밖에 나와 열여섯 명의 시체를 발견하는 순간 바뀐다. 대녀의 성인식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던 사람들 모두가 죽었다. 경찰에 신고한다. 하지만 경찰도 믿을 수 없다. 30% 정도의 경찰 등이 카르텔로부터 돈을 받는다. 이들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문자로 이미 보냈다. 엄마 리디아는 아들 루카와 살아남기 위해 도망친다. 현찰을 최대한 모은 후 호텔에 가서 현찰을 지급한다. 그런데 현찰 지급 사실을 수상하게 여긴 직원이 카르텔에 이 정보를 알린다. 카르텔로부터 편지 한 통이 전해진다. 달아나야 한다. 아카풀코를 먼저 떠난 후 멕시코를 벗어나 미국으로 넘어가야 한다.


호텔에서부터 카르텔에 대한 두려움을 품은 그녀에게 최대의 장애는 멕시코시티까지 가는 것이다. 버스를 타고 가면 되지만 곳곳에 카르텔이 만든 검문소가 있다. 이 검문소를 피하기 위해 남편의 친구 부부에게 부탁한다. 미국에서 온 아이들이 멕시코 시티로 돌아갈 때 같이 타고 가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이 일의 위험성 때문에 그 아내가 거부한다. 그녀가 왜 거절할 수밖에 없었는지는 그들이 버스를 타고 검문소를 지나갈 때 분명하게 드러난다. 오래 전 군부대 근처를 지나갈 때 검문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차가 지나갈 때 돈을 찔러줘야 하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죽을지도 모른다. 살벌하다.


공항에 도착했지만 비행기를 탈 수가 없다. 아이의 신분증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이라면 공항에서 가족관계증명서를 바로 뗄 수 있지만 리디아가 그 서류를 떼려면 태어난 주도로 가야한다. 그것은 바로 죽음을 의미한다. 카르텔은 지역을 넘어가는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검색한다. 방법은 걷거나 다른 중남미 난민처럼 기차에 올라타 국경 지역으로 가야한다. 물론 이 기차는 돈을 내고 타는 안락한 기차가 아니다. 화물 열차다. 이 열차의 이름은 라 베스티아다. 짐승이란 의미다. 달리는 기차에 올라타야 한다. 요령도 용기도 필요하지만 실패하면 기차 바퀴에 죽는다. 이런저런 이유로 고국을 떠난 수많은 사람들이 이 위험을 감수한 채 기차에 매달린다. 소설 속에서 이런 비극이 가끔 나온다. 살기 위해 떠났지만 살아남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모자에게 하나의 전환이 생기는 순간이 있다. 솔레다드 자매를 만났을 때다. 너무나도 예쁜 솔레다드, 그 미모 때문에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평화 시기에 미모는 화려하게 꽃을 피울 수 있지만 이런 환란기에는 오히려 독이 된다. 착한 남자들의 선의는 그들을 살아가게 하지만 나쁜 놈들의 마수에는 너무나도 무력하다. 리디아 모자와 함께 고가에서 지나가는 기차 위로 뛰어내리면서 이들은 하나로 묶인다. 리디아의 비극처럼 이 자매 또한 가족의 비극을 안고 있다. 이들이 국경지대로 가는 도중에 만나는 수많은 위기의 순간과 실제 위험은 보는 내내 치가 떨린다. 학살을 피해 달아났지만 그 과정에 만나야 하는 위험이 너무 많다. 리디아는 카르텔의 눈도 피해야 한다.


비극의 시작은 남편이 쓴 기사 때문이지만 그 이전에 그녀가 친구로 사귄 카르텔의 두목 하비에르와 이어진다. 작은 방심이, 자신이 안다고 착각한 일이 연쇄적으로 비극을 불러왔다. 두려움에 떨면서 달아나는 그녀에게 위기의 순간은 계속 찾아온다. 아들 루카가 없었다면 포기했을지 모른다. 가져온 돈이 없거나 위험에 처한 그녀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그들의 여정은 더욱 더 힘들었을 것이다. 난민들이 기차를 탈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들이나 음식을 제공하는 사람들이나 그들이 쉴 곳을 제공하는 모습은 멕시코의 암울한 현실과 너무나도 대비되는 장면이다. 이런 사람들과 달리 난민들을 사로잡아 돈을 벌고 강간하고 사냥하는 사람들도 나온다. 현실은 이렇게 다른 사람들로 가득하다. 재미있고 묵직하고 잔인하면서 진한 감동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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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일기 - 세상 끝 서점을 비추는 365가지 그림자
숀 비텔 지음, 김마림 옮김 / 여름언덕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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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집 앞에 작은 헌책방이 있었다. 주말이면 그곳에 가서 살 책이 있는지 훑어봤다. 친구집에 놀러가면 그 동네 헌책방을 기웃거렸다. 청계천 헌책방도 자주 돌아다녔다. 아마 서점들만큼 자주 가지 않았나 생각한다. 한때 친구 등을 만날 때면 약속 장소로 대부분 서점을 선택했다. 늦어도 책을 보면서 기다리면 덜 지루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런 헌책방이나 서점들이 사라지고 있다. 내가 이사하기 전, 그 후에도 자주 이용했던 헌책방은 문을 닫은 지 오래고, 인터넷 서점의 헌책방도 문을 닫는 경우가 생긴다. 쌓인 책더미 속에서, 혹은 새롭게 묶인 책들 속에서 바라던 책을 찾아 읽던 그 시절은 사라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당시 기억들을 많이 떠올렸다.


제목 그대로 일기 형식이다. 2월 5일에 시작해서 다음 해 2월 4일까지 정확하게 1년의 기록을 담고 있다. 매일의 일상이지만 그 일상 속 작은 변화들이 추억과 엮이면서 나를 즐겁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이 서점이 얼마나 큰지도, 헌책방이란 사실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각각의 월이 시작할 때면 조지 오웰의 <서점의 추억들> 중 일부를 인용하면서 시작한다. 자신의 감상을 어느 정도 풀어낸 후 매일 매일의 이야기를 적는다. 매일의 기록에 꼭 들어가는 것은 인터넷 서점의 주문 권수와 찾은 권수, 서점 하루 매상과 구매 고객의 숫자다. 단순히 판매금액만 보면 어떻게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헌책방을 유지할 수 있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물론 이 매출에는 인터넷을 통해 판 것 등은 빠져 있다.


세계지리에 무지한 내가 스코를랜드 한구석의 위그타운을 알 리가 없다. 이곳에 자리잡은 중고 서점 더 북숍은 상당히 유명한 서점이다. 물론 한국에 살고 있는 내가 알지는 못하지만. 공식 북타운으로 지정되었다고 하는데 이때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것은 청계천 헌책방과 소문으로만 들은 부산 보수동 헌책방 골목이다. 하지만 단순히 규모만 놓고 본다면 더 북숍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보통의 한칸짜리 책방과 달리 건물 하나가 헌책방이다. 장서의 규모나 종류도 어마어마하다. 16세가 가죽 제본 성경부터 최근 서적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읽다보면 없지 않을까 의심하면서 물었는데 있다는 대답을 받는 경우가 대분이다. 재미있는 것은 묻고 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일기를 재밌게 만드는 것은 저자의 필력이 가장 큰 이유이겠지만 매력적인 인물들이 계속 등장한다는 것과 내가 잘 모르는 책들 이야기가 끊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금요일에 출근하는 니키를 보면서 왜 자르지 않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다 읽은 지금은 그녀만의 매력에 살짝 빠졌다. 그리고 곳곳에 블랙유머가 넘쳐나는데 안타까운 것은 이것이 죽음과 관련된 에피소드일 때 더 부각된다 점이다. 이 에피소드에 니키의 답변이 순간 나를 멍하게 했다. 물론 다른 재미난 이야기들이 있다. 청각장애자가 자는데 진공청소기를 돌리는 이야기가 바로 떠오른다. 이 청각장애인 작가를 등장했을 때 하나의 질문으로 다시 음담패설로 넘어갔다는 대목도.


어릴 때 꿈 중에 하나는 만화방 주인이었다. 그런데 만화방이 사라졌다. 도서대여점이라도 해야지 생각했는데 역시 사라졌다. 북카페나 만화 카페 같은 것도 있지만 예전의 꿈은 이미 희미해졌다. 이 책에서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서점의 몰락이다. 책을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 싸게 책을 살 수 있는 인터넷서점이 편하고 좋지만 기존 서점들에게 이것은 재앙이다. 내가 아마존에 들어가서 본 수많은 헌책들이 어떻게 공급되는지 이 책을 읽고 어느 정도 이해되었다. 헌책방도 최근 인터넷서점 헌책방에 밀리고 있지 않은가. 수많은 헌책방들이 인터넷서점 중고책방에 가입해서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현실을 적나라하게 엿보게 한다. 2만권의 장서를 매각하려는 책방 주인에게 그가 5천 파운드 정도를 말할 때 이미 가격은 25% 수준에 불과하다.


읽다 보면 내가 헌책방에서 한 행동들이 자주 보인다. 책값이 얼마인지 물어보고, 생각보다 비싸 깎아달라고 하거나 포기했던 일이나, 살 책이 없어 뒤적이다가 그냥 나온 것 등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헌책방에서 앉아 책을 오랫동안 읽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그렇게 앉아서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 헌책방을 보지 못했다. 인터넷서점 헌책방은 제외하고. 책을 팔려고 하면 그는 차를 몰고 달려간다. 그 중에서 살만한 책이 있으면 수표를 쓴다. 권수가 많은 것보다 보존과 팔만한 책인지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산 책들을 빠르게 팔아서 산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무더기 더미에서 생각하지 못한 초판본이나 사인본이 나오지만 내가 놀랄 정도의 가격은 아니다.


늘 헌책에 대한 정보를 사후에 알게 되면서 놀라는 경우가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책이 엄청난 가격으로 거래된다는 점이다. 한때 북테크란 말이 나돌기도 했다. 희귀 고서 사인본이 엄청나게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도 이전에 책으로 읽은 적이 있지만 이 서점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그런 책이 나왔을 때 그는 사지 않고 경매에 넘긴다. 그가 아마존 킨들에 대한 적개감을 표출한 것이 킨들을 총으로 쏜 것이다. 이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고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 모양이다. 가끔 많은 책들 때문에 전자책으로 완전히 갈아탈까 고민한 나에게는 섬뜩한 장면이다. 흥미로운 이야기 중 하나는 철도 덕후들처럼 특정 분야의 책들이 비싸게 잘 팔린다는 것이다. 초판본도 해리포터처럼 많이 나온 것은 가치가 없다는 부분에 동의한다. 뭐 수백 년 뒤는 다르겠지만. 이 책은 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최적화되어 있다. 혹시 스코틀랜드에 여행을 가게 되면 이 서점에 가서 한국 책 있냐고 묻고 싶다. 사는 것은? 글쎄 적당한 가격과 원하는 책이 있다면 살 것이다. 아니면 이 서점에 온 다른 관광객과 비슷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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