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는 조사관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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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조사관>의 후속작이다. 7년 만에 나왔다. 드라마만 따지면 3년 만이다.

이번 이야기를 읽기 전 급하게 <달리는 조사관>을 읽었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당연히 이번 이야기도 기대되었다. 그런데 이번 연작은 이전 연작과 조금 달랐다.

늘어난 분량에 비해 일단 편수가 한 편 줄었고, 이야기가 <끝까지 구하는 승냥이>에 대부분 집중되었다.

새로운 캐릭터가 한 명 등장했지만 아쉽게도 이번에는 가볍게 큰 웃음을 준 사라졌다.

혹시 조사관 시리즈가 계속 나온다면 감사변태 변신재의 다음 활약을 기대해볼 만하다.


전작에서도 사회 문제에 기본 시선을 둔 채 이야기를 이끌어 나갔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첫 단편 <프롬 제네바>는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를 끌고 와 잘 녹여내었다.

윤서와 지훈이 제네바 국제인권대회에서 마주한 한국 대기업의 인권 침해 요소와 그 대응을 보여준다.

대기업들이 늘 내세우는 법적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말 속에는 반성보다 회피의 의미가 더 크다.

이 회피와 변명이 개인에게 이르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보여주는데 알고 있던 이야기지만 굉장히 씁쓸하다.


<버릴 수 없는 여자>는 조현병 환자를 피해자로 설정해서 시각을 뒤바꾼다.

경찰이 충분히 조사하지 않은 문제가 있지만 피해자가 평소에 한 행동을 생각하면 반쯤 공감한다.

이런 실수가 일어나면 안 되지만 안타깝게도 실수가 누군가의 생명과 연결될 때 더 큰 문제가 된다.

조현병 환자가 약도 제대로 먹지 않고, 일상에서 살아갈 때 어떤 피해를 줄 수 있는 지도 보여준다.

반쯤 공감한 부분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비극은 언제나 잠깐 실수하는 곳에서 발생한다.


<감사변태 변신재>는 정말 변태 같은 감사 이야기다.

창의적으로 어떻게 직원들을 엿 먹일 수 있을까 고민한다. 읽으면서 감탄했다.

자신의 권한을 최대한 누리기 위한 그의 작업과 열정은 어떤 대목에서는 웃음을 자아낸다.

그의 지나친 열정에 열 받은 수많은 직원들의 합심이 빚어내는 마지막은 솔직히 조금 통쾌하다.

그리고 이편과 이전 편에서 최철수가 보낸 편지가 나오면서 마지막 이야기의 바탕을 깔아준다.


<끝까지 구하는 승냥이>만 장편으로 만들어도 됐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내용과 분량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일어났던 종교 단체의 무리한 집회와 사이비 종교를 살짝 비틀고, 연쇄살인범 최철수의 마지막 희생자 이하선 찾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배홍태를 중심에 놓고, 윤서를 비롯한 달숙과 지훈 등이 협력해서 사건의 진실에 다가간다.

인권위의 한계와 사건을 해결하려는 욕망이 충돌하고, 숨겨져 있던 사실들이 하나씩 물위로 떠오른다.

누군가 탁월한 추리력으로 사건을 일순간에 해결했다기 보다 열정과 노력으로 풀어낸 느낌이 더 강하다.

물론 이 열정과 노력이 빛을 발했던 것은 상상력으로 비워져 있던 공간을 채웠기 때문이다.


이전 편부터 계속 티격태격했던 사람들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삭힌다.

홍태의 감정이 폭주할 때 달숙이 잘 바쳐주면서 문제를 더 키우지 않는다.

자신의 돈을 써가면서 최철수의 단서를 받으려고 하고, 열정적으로 메신저를 찾아간다.

발로 뛰고, 현실을 조사하고, 상상력으로 빈 곳을 채운다.

읽으면서 ‘혹시’ 했던 부분이 ‘역시’로 돌아서고, 예상하지 못한 장면도 연출한다.

내가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드라마가 성공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모양이다.

작가의 후기를 보면 후속작의 가능성이 아주 낮은데 그래도 이런 캐럭터들을 그냥 보내긴 너무 아깝다.

아직 한국의 인권 사각 지대가 많은 만큼 이들을 다시 등장시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환기시켜주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다른 소설도 빨리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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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족 2022-09-27 1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로 만들어졌으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으면서 정작 드라마는 안 봤어서, 제가 할 말이 없-_-;;;
그런데, 요새는 플랫폼이 너무 많아서 드라마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 낮아지는 것도 같습니다.
 
달리는 조사관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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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다. 테레비를 거의 보지 않지만 제목 정도는 알고 있다.

오랜 전 사 놓고 묵혀 둔 책이다. 이번에 후속작이 나와 급하게 읽었다.

나의 기억이 맞다면 송시우의 책은 처음 읽는다.

워낙 좋은 평가를 받는 작가라 읽었을 법도 한데 처음이다. 가끔 이런 작가들이 나에게 나타난다.

가상의 조직이지만 현실의 인권위와 닮은 ‘인권증진위원회’의 조사관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 단편집은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4>에서 선보인 단편 <그곳에 누군가 있었다>를 개작하고 이야기를 확장했다. 이때 발표한 단편이 이 단편집 속 ‘보이지 않는 사람’이다.

이 단편선이 집에 있는지 모르겠다. 있다면 언젠가 한 번 읽고 싶다.

아! 그리고 이번 단편집의 주인공은 한 명이 아니다. 각각 다른 성격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이 소설의 재미는 다양한데 그 중 하나가 이런 다양한 등장인물이다.

첫 작품 <보이지 않는 사람>은 한윤서 조사관이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녀가 맡은 일은 자동차회사의 노조간부 성추행 사건이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런 사건도 조사를 하나? 하는 것이다. 경찰이 조사할 내용인 것 같은데….

두 사람의 엇갈린 내용,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 그들이 갔던 장례식장. 두 사람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평가.

여기에 윤서가 한 시장의 성추행을 밝혀내었던 사건까지.

읽다 보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성추행과 한 사람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이 서로 엮인다.

결국 밝혀지는 사실은 한때 우리가 알고 있던 사건과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다시 현재를 생각한다.

<시궁창과 꽃>은 폭력범 박기수가 경찰의 위법한 긴급체포에 의한 인권침해를 호소하면서 일어난다.

이 사건의 조사관은 이달숙이다. 박기수의 주장은 불법 체포란 것이다.

자신이 금방 풀려난 것도 알리바이가 증명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사건 담당 경찰은 박기수가 얼마나 나쁜 놈인지 말한다. 그의 변론에 솔깃해진다.

하지만 현실은 두 사건이 분리되어 있다. 여기에 부지훈 사무관이 끼어든다.

그는 경찰의 과잉 대응 등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다. 그리고 친구의 사건 하나가 흘러나온다.

작가는 이야기 속 이야기를 통해 단서를 던져주고,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거울 얼룩>은 다시 한윤서 조사관이 등장한다. 그녀 곁에는 신입 배홍태 조사관이 있다.

배홍태는 과거의 기억으로 현재의 사건을 단순화시킨다.

이 사건은 친구들끼리 싸우는 현장에 나타난 경찰이 실수로 쏜 테이저건에 맞아 죽은 것을 다룬다.

경찰이 의도적으로 쏜 것인지, 아니면 실수에 의한 것인지.

홍태의 시선은 일방적이고, 윤서는 아주 침착하고 증거와 증언을 우선한다.

비슷하지만 다른 증언, 찜찜함이 가시지 않는다. 입시 문제 출제 때문에 사라진 마지막 증인의 증언이 필요하다.

밝혀지는 사실은 아주 멋진 말로 해석된다. 사실을 바꿀 수 없어 기억을 바꾼다는 말이다.

배홍태가 단독으로 사건을 조사하는 단편이 <푸른 십자가를 따라간 남자>다.

그를 부른 것은 연쇄살인범 최철수다. 연약한 표정으로 암 말기라 감옥에서 나가고 싶다고 말한다.

사형수인 그의 형은 집행되지 않아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다. 이 사실을 말하자 분위기가 바뀐다.

홍태의 과거사와 엮이면서 최철수가 저지른 범죄 중 아직 밝혀지지 않는 두 건 중 하나가 단서로 던져진다.

인간의 기억과 감정을 가지고 장난치고, 숨겨져 있던 어둠을 밖으로 끄집어낸다.

무섭고, 잔인하다. <구하는 조사관>에서 후속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승냥이의 딜레마>는 가장 긴 단편이다. 앞에 나온 조사관들이 모두 나온다.

감옥에서 김학종이 자살하면서 문제가 커진다. 맞춤법이 엉망이지만 자신과 친구의 무죄를 강하게 주장한다.

동생의 죽음으로 집에 도착한 형은 앞집 아줌마의 증언을 통해 동생이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여기에 유명 인권변호사 김규민이 참여하면서 사건은 더욱 커진다.

한윤서가 총괄하고, 이달숙, 배홍태, 부지훈 등이 이 사건을 조사하는 일에 참여한다.

재밌는 것은 윤서는 경찰의 강요나 협박 등에 초점을 맞추자고 주장하고, 다른 사람들은 지순구의 무죄를 증명하자고 말하는 대목과 갈등을 다루는 부분이다.

윤서는 인권위의 업무 한계와 역할을 분명하게 선 긋고 있다.

진실을 파헤치는 인권위 조사관들 탐정처럼 현장을 둘러보고 상황을 조사한다.

그리고 밝혀지는 사실은 우리가 얼마나 선입관과 편견으로 사건 등을 들여다 보는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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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도 초능력이 필요해
민제이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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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벅×리디북스 ‘에디션 제로’ 선정작이다. 무슨 내용인지 몰라 찾아보니 텀블벅은 펀딩을, 리디북스는 전자책 제작과 유통을, 에디션 제로는 초판 이전의 창작자의 이야기를 말한다. 한마디로 신인 창작자 등용문 같은 것이다. 베스트셀러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가장 대표적인 성공작이다. 단순히 재미라는 측면만 놓고 보면 이 선정작들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실제 해외에서도 전자책 출간 이후 종이책으로 나와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된 책들이 소개된다. 아마 앞으로 이런 일은 점점 더 많아질 것 같다. 장르 소설로 넘어가면 더 흔한 일이지만.


처음 제목과 목차를 보고 한 회사에서 각각 다른 직급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생각했다. 신입, 주임, 과장, 대표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이 구분은 회사원이 거쳐가는 단계들 중 하나일뿐이다. 아! 물론 대표는 회사를 빠르게 창업하면 젊은 나이에도 가능하다. 실제 이 소설 속 대표 최라희도 승진으로 대표가 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창업해서 대표가 되었다. 이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낮은 곳에서 보지 못하고 겪지 못한 일들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바로 경험하게 된다. 흔한 말로 왜 이렇게 빨리 급여일은 돌아오는지! 작가는 이 각각의 직급에서 경험하게 되는 문제와 걱정 등을 하나씩 풀어놓았다. 직장인들이라면 자신의 경험과 비교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 신입사원 시절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너무 오래되었고, 시대도 다르다. 하는 일도 없는 데 왜 그렇게 피곤했는지 모르겠다. 첫 직장이라 너무 긴장한 탓일까? 신입 사원 김가현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예전에 들었던 전화 예절이 그대로 나와 놀랐다. 요즘도 그런가 하고. 김가현이 가진 초능력은 선배에게 받은 명함을 찢으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다. 받은 명함은 모두 석 장이다. 제대로 된 OJT도 받지 못했고, 사수는 바쁘고 자신에게 일을 미룬다. 회사 대표는 또 얼마나 진상인가. 그녀가 명함을 믿고 저지른 일 중 하나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꾼 행동이다. 현실로 돌아온 신입 사원은 업무에 익숙해지고, 자신의 자리를 잡아간다. 마지막에 선배가 들려주는 충고에 고개를 끄덕인다.


주임 이나정은 판교 게임사의 계약직이다. 하루 세끼 사내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 식비를 아낀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직장인이라면 알지만 주구장창 사내 식당에서 먹는 것을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게임사 직고용 계약직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계열사의 파견직이다. 뭐 어떤가! 목에 명찰을 달고 다니면서 직장인임을 뽐낼 수 있는데. 하지만 그녀가 파견나간 8층의 분위기는 사원과 계약직의 구분이 심한 편이다. 일도 힘들지 않고, 손가락 두 개만 놀리면 가능하다. 이런 그녀에게 생긴 초능력은 피곤하면 순간 이동하는 것이다. 피곤한 몸으로 잠깐 졸면 집 침대다. 이 능력이 더 발현해서 이제는 해외도 가능하다. 얼마나 좋은 능력인가! 현실에서 이 능력 중 일부는 회사 분위기 파악에 사용된다.


의류 브랜드의 과장 강다영이 가진 능력은 회사 임직원들의 눈을 마주하면 그들의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녀 이전의 팀장이 회사를 떠나면서 물려준 초능력이다. 이 능력으로 그녀는 승승장구했다. 자신의 경력을 착실하게 쌓았다. 이런 그녀를 닮고 싶다는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열악한 업무 환경은 인턴과 신입을 일주일만에 파김치처럼 만든다. 신입 등의 패기와 활기와 열정 등이 사라진 시간이다. 그리고 대표의 나쁜 성희롱 버릇은 또 어떤가. 강 과장은 자신의 경험과 독심술로 신입이 이 난관을 헤쳐 나가는데 도움을 준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한 초능력이지만 가끔은 삶을 아주 피곤하게 한다. 마지막에 강 팀장의 선택에 고개를 끄덕인다.


청년 창업가가 대표 최라희다. 백 만 유튜버인데 화장품 회사를 차렸다. 엄청난 숫자의 구독자를 가지고 있지만 현실 사업은 이 구독자만으로 부족하다. 물론 구독자의 보기와 광고 수익으로 충분한 돈을 벌 수 있지만 그녀가 원하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화장품을 개발해서 런칭하는 것이다. 직원들을 뽑고, 신제품을 개발하고 테스트해야 한다. 회사의 대표가 되었다는 것은 매월 들어가는 고정비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다. 직원들이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 신제품이 출시되어 성공하지 않으면 속된 말로 뭐 된다. 만성적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그녀에게 이전 선배가 한 사이트를 알려준다. 구독자 1인당 100원으로 교환이 가능한 곳이다. 대표 최라희의 초능력은 이렇게 제 살 깎아 먹기다. 이후 펼쳐지는 이야기는 선택과 집중, 그리고 회사 문화를 새롭게 만드는 일이다, 음! 희망적이지만 꼰대인 나에겐 재밌지만 현실적으로 글쎄! 라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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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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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롄커의 소설은 처음이다. 오래 전 <딩씨 마을의 꿈>을 사 놓은 것 같은데 어디에 뒀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이 작가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전까지 나의 중국 소설에 대한 이해는 모옌 정도에 머물고 있었다.

현대로 넘어오면 좀더 낯익은 이름이 있을지 모르지만 꾸준하게 관심을 둘 정도는 아니다.

이 소설도 책을 받고 상당히 시간이 지났다. 얼마 전 영화로도 만들어졌었다.

연극도 상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책 내용을 잘 몰랐던 시기라 이전에 읽었던 다른 작가의 작품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가 19금이란 것과 상당히 야한 부분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 그렇게 영화를 만들었지, 하는 생각을 먼저 했는데 소설을 읽으니 바로 이해가 되었다.


우다왕과 류롄의 사랑 이야기다. 너무 간단한 요약인가?

류롄은 사단장의 부인이고, 우다왕은 관사에서 일하는 군인이다.

류롄은 우당왕을 몰래 숨어서 훔쳐본다. 그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데 처음에 그 이유가 나오지 않는다.

사단장이 일 때문에 떠난 동안 그를 노골적으로 유혹한다.

처음에 우다왕은 계급의 차이 때문에 자신의 욕망을 절제한다. 잘 참았다고 스스로 위로할 정도다.

그런데 그 유혹을 참았기에 관사에서 잘릴 지경이다. 상사 부인의 원한은 즉각적이다.

그는 그녀의 힘 앞에 먼저 굴복하고, 나중에는 그녀의 매력에 빠져든다.

이후 이 둘이 사단장의 집에서 얼마나 과격하고 자극적인 관계를 나누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읽고 있는 내가 불안할 정도다.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또 얼마나 난폭한가!


우다왕은 농민으로 있다가 군대에 들어왔다. 장인의 선택에 의해 아내와 결혼했다.

사랑, 그런 것 없었다. 결혼 전 장인에게 승진해서 아내를 도시에 데리고 오겠다고 각서까지 썼다.

그는 아주 열심히 군 생활을 한다. 승진해서 도시로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와야 한다.

첫날 밤 에피소드는 또 어떤가. 사랑보다 조건이 더 강하다. 과거 결혼 생활의 현실이 그대로 담겨 있다.

이런 과거는 현재의 열정적인 사랑과 교차하면서 하나씩 나온다.

애욕의 감정에 완전히 빠진 두 남녀의 성애 행위에 대한 설명으로 가득하다.

감정은 이들의 열정 속에서 수시로 변하고, 더욱 강렬해진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이 말은 마오쩌둥이 한 말이다. 사단장 집 나무팻말에 적혀 있다.

원래 의미는 사건이 진행되면서 사라지고, 인민은 한 여자를 가리킨다. 류롄 누님.

혁명의 교시가 욕망을 대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단순한 말 장난이 아니다.

현실에서 인민을 위해 복무해야 하는 상위 직급의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부패를 저질렀는가!

계급 사회 철폐를 외친 공산주의가 또 다른 계급을 만들지 않았던가.

자신들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는지 각각의 등장인물을 통해 드러난다.

이 소설에서 가장 순수한 욕망을 표현하는 인물은 류롄이다.

하지만 그녀가 사단장의 아내가 된 데는 자신의 큰 욕망이 작용한 결과다.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우다왕을 통해 토해내는 그녀와 그녀와의 성교를 통해 사랑을 깨닫는 그가 대비된다.

사랑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드러나고, 현실은 그 사랑만을 위해 살기에는 너무 힘들다.

소설 속 장면들 중 몇몇은 중국에서 그대도 나오기 힘들어보인다.

노골적이고 자극적이지만 묵직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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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은 어디에서 흘러오나요? - 2022 볼로냐 라가치 상 픽션 부문 대상 수상작 그림책 도시락 6
마리오 브라사르 지음, 제라르 뒤부아 그림, 장한라 옮김 / 꿈꾸는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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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볼로냐 라가치 상 픽션 부문 대상 수상작이다.

볼로냐 라가치 상은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어린이책 전시회에서 주는 상이다.

‘출품작 중 작품성이 우수한 책에 주어지는 볼로냐 라가치상은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릴 만큼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한국 작가 두 명이 스페셜 멘션에 선정되었다.

최근 이 상을 받은 작품들이 많이 번역되어 한 번 검색했다.


한 장의 사진에 대한 기억으로 이야기의 문을 연다.

첫 장을 펼치고 한참을 보았다. 출발 전 사진이다. 고양이가 창밖을 보고 있다.

다음 장으로 넘어가면 아주 먼 풍경 그림이 먼저 나온다. 그리고 이 그림은 점점 부분적으로 확대된다.

영화의 줌인 같은 장면이다. 책을 펼친 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었기에 길게 보았다.

아홉 살 밀라의 기억은 사진 한 장으로 이어진다.


그 무렵 밀라는 눈을 감으면 뭔가를 잃어버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자신이 잠든 시간 세상이 조금 더 망가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순수함은 잠들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지만 현실은 소녀의 바람을 쉽게 무너트린다.

그리고 고되고 힘든 피난 길은 집의 하얀 침대를 그립게 한다.

그녀가 잠든 사이 전쟁으로 불에 탄 집들로 가득하다. 피난 길 장면은 너무나도 낯익은 풍경이다.

지치고 힘겨워하는 피난민들의 모습은 어느 순간 망가진다.

천천히 들여다보면 그들의 모습이 해체되는 장면에서 잠시 숨을 멈추고 뚫어져라 쳐다본다.


흰 구름, 검은 구름, 회색 구름 등으로 소녀의 바람은 나뉜다.

흰 구름 가득한 하늘이 보고 싶다. 검은 구름은 전쟁의 참화 속에서 핀 구름을 의미한다.

소녀의 삼촌이 높은 굴뚝에 올라가 광대처럼 행동하는 장면과 그를 잡으려는 군인의 표정은 정말 압권이다.

자신들의 명령을 듣지 않는 시민을 대하는 군인의 모습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도시 곳곳에 폭격으로 검은 연기가 하늘로 올라간다.

피난은 생존을 위한 발걸음이다. 단 하루라도 더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어쩌면 기억도 구름과 비슷하겠죠. 어떤 것 아주 근사하고 무척 높이 떠서 손에 닿지를 않고, 또 어떤 건 너무 무거워서 우리 어깨까지 내려와 한참 동안 걸려 있어요”

사진 한 장에 담긴 구름은 검고 무겁다. 전쟁의 기억처럼.

이 기억도 살아남은 사람만이 가능하다. 굴뚝 위에서 사라진 삼촌은 어디에 있을까?

어른이 된 밀라가 돌아본 과거는 소녀의 기억으로 순화되어 표현되었지만 잔인하고 참혹함으로 가득하다.

읽으면서 밀라 가족이 유대인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알 수 없다.

작가는 특정 지역이나 상황을 말하지 않음으로써 전쟁의 현실을 확장시킨다.

마지막 그림은 조금 무거웠던 마음을 내려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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