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숲, 길을 묻다 네이버 캐스트 철학의 숲
박일호 외 지음 / 풀빛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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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하나 말하고 지나가자. 여기서 말하는 철학은 저자들도 말했듯이 서양철학을 의미한다. 가끔 우리는 철학하면 당연히 서양철학을 연상한다. 동양철학, 한국철학 등으로 구분할 때는 그것을 다룰 때뿐이다. 물론 서양철학사란 제목으로 책이 많이 나와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고대 철학자란 말을 할 때는 당연히 그리스, 로마 철학자들을 생각한다. 또 근대 혹은 현대 철학이란 말을 쓸 때도 서양 철학자들의 이론을 지칭한다. 그러니 철학이란 큰 범주 속에 서양철학은 동등하고, 동양철학이나 한국철학은 아래엔 놓인 것처럼 다가오는 경우도 있다. 이 책 제목에서도 그런 인상을 주기에 서두에 푸념을 조금 늘어놓았다.

모두 22명의 서양 철학자가 등장한다. 고대의 탈레스로부터 근대의 데이비드 흄까지다. 시대도 고대, 중세, 근대로 나누었다. 고대철학자가 끝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이고, 중세의 시작은 아우구스티누스다. 중세의 끝은 오컴의 면도날로 유명한 윌리엄 오컴이고, 근대의 시작은 예상 외로 마키아벨리다. 그가 예상 외였던 것은 한 번도 철학자로 생각한 적이 없고, 유명한 정치공학 저서 <군주론>의 저자 그 이상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대표 저서가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불러온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가 시대를 대표할만한 철학자였나 하는 부분에서는 이 책을 읽은 지금도 의문이다. 아니면 나의 공부가 너무 부족하거나.

예전에 소크라테스 이전의 그리스 자연 철학자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이번 책보다 굉장히 깊이 들어갔는데 상당히 어려웠다. 당연히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당시 그 저자가 왜 그렇게 그들을 중시했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학교 암기 교육에 충실했던 탓인지 그 기억들은 점점 사그라지고 단순히 외웠던 단어와 정의만 머릿속에 남았다. 그들이 주장하고자 했던 핵심은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간결하지만 그들이 왜 중요한지 짚어주었을 때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나마 아는 척을 했다. 아는 척만 한 것은 이 책이 읽기는 힘들지 않지만 그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삼기에는 쉽지 않은 책이기 때문이다. 

네 명의 철학자들이 각각 한 명의 서양 철학자들 기술하는 방식이다. 당연시 시간 순이다. 재미난 점은 시대 순으로 나눈 구성 속에서 철학자들의 수가 모두 틀린 것이다. 고대 철학자를 열 명이나 다루고, 중세는 겨우 네 명만 다루고 있다. 읽다보면 가끔 만나게 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고대 철학자들의 물음이 다시 중세와 근대에 반복되어 혹은 조금 변화가 생겨서 등장한다는 것이다. 사실 책을 읽을 때는 이런 점을 몰랐다. 알았다고 해도 고대 철학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선행하지 않았겠지만 만약 더 깊이 이해하고 공부했다면 이 간략한 책에서도 상당한 지식을 축적하고 나름의 철학을 세우는데 도움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제목에서도 나온다. ‘길을 묻다’ 서양 철학사를 다루면서 저자들은 답을 말하기보다 각 철학자들의 물음을 우리에게 던져놓는다. 물론 위대한 철학자들이 제시한 핵심 답변도 나온다. 하지만 더 중점을 둔 것은 인물 중심의 철학사를 다루면서 길은 묻는 것이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각 철학자들이 내놓았지만 그것을 해석하고 흡수하는 것은 바로 우리다. 철학사에서도 나오듯이 스승의 철학에 반론을 제기하여 새로운 철학을 주장한 경우도 허다하다. 혹은 그것은 더 깊이 더 멀리 나아가 심화시킨 경우도 많다. 이런 과정과 인물을 이 책은 간략하게 다룬다. 저자들이 철학 입문자를 배려해서 쓴 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쉽게 읽히는 부분도 상당히 많다. 그렇지만 철학 용어와 정의가 많아지고 의미를 깊게 파고들어야 하는 부분에 도달하면 어려워진다. 이것은 예전에 <소피의 세계>를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역시 좀더 체계적으로 철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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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복 수사 제복경관 카와쿠보 시리즈 1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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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소설의 대가로 불리는 사사키 조의 연작 단편소설이다. 인구 6천 명이 거주하는 작고 조용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작고 조용한 마을을 생각하면 아무 일도 발생할 것 같지 않지만 현실은 다르다.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도 문제는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마을 수상하다. 인구 비례로 따져도 너무 사건 사고가 없다. 경찰 경력 25년에 전 강력계 베테랑 형사였던 카와쿠보 아츠시는 주재 경관으로 이 마을에 와서 이 수상한 마을의 숨겨진 비밀을 하나씩 밝혀낸다. 추악하고 비열한 비밀은 다시 카와쿠보가 주재경찰로 오게 된 사건을 되돌아보게 한다.

모두 다섯 편이 실려 있다. <일탈>은 그가 처음으로 주재 경관으로 부임해서 맞이한 사건을 다룬다. 그것은 한 고등학생의 실종이다. 모자가정의 아들 미츠오가 아침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아 엄마가 경찰에 연락을 한다. 고등학생과 하룻밤 외박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런데 한 번도 그런 적이 없고 탐문을 할수록 의문이 쌓인다. 그리고 신고 전날 밤 한 노파로부터 고등학생들의 다툼 소리에 대한 신고가 있었다. 바로 뭔가 연결된다. 그 다음날 미츠오는 도로 옆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이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은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한다. 베테랑 형사였던 그에게는 너무나도 뻔한 살인사건인데 말이다.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도 이런 황당한 일이 반복된다. 그것은 현경 수뇌부가 오랫동안 한 곳에 머문 후 발생한 유착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업무와 상관없이 인사이동을 시킨 결과다. 베테랑들이 주인공처럼 주재 경관으로 빠지고, 총무를 하던 경찰이 현장에서 실제 사건을 다룬다. 조직에서 발생한 하나의 사건이 연쇄적으로 이어져서 나쁜 결과로 나온 것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그대로 적용된다. 그런데 오랫동안 한 곳에 머물러 발생하는 유착사고를 막기 위한 이런 조치는 카와쿠보가 주재하는 마을의 수상한 비밀과 묘하게 대조를 이룬다. 이 마을은 자경단이 사건을 조용히 처리하면서 숨기기 때문이다. 고립된 마을이 가진 특성과 이권은 주재 경관이 그냥 막 다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 온 주재 경관은 정말 뛰어난 베테랑이다. 그들의 바람은 하나씩 쓰러지기 시작하고 추악한 비밀은 밖으로 드러난다.

각 단편들이 하나의 사건을 다룬다. 그 하나의 사건은 다른 것과 이어져 있다. <유한>은 처음에 총에 맞은 개 사건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곧 숨겨져 있던 옛 이야기들이 하나씩 나오고, 한 농장주가 죽게 되면서 살인사건으로 변한다. 경찰은 사라진 농장일꾼들인 중국인들을 범인으로 지목하지만 누구나 그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드러나는 사실은 씁쓸하다. <깨진 유리>와 <감지기>는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마을이 연속적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어떻게 대응하는지 잘 보여준다. 전과자라는 이유만으로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배척하거나 부랑자란 이유로 그들을 연쇄방화범으로 몬다. 그들이 주장하는 마을의 안전과 평화는 <가장제>에서 얼마나 위선적인지 드러난다. 그들이 하는 것이라고는 조용히 덮어두고 외면하는 것이다. 이것은 이전 주재 경관이었던 타케우치의 말에서 잘 나타난다. 주재 경관이 해야 하는 일을 그는 사건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그냥 들으면 맞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알게 되면 폐쇄적이고 고인 곳이 얼마나 많은 문제를 그냥 덮어두면서 확대재생산하는지 알 수 있다. 

이 연작소설이 시리즈로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다음 이야기 <폭설권>도 작업 중이라고 한다. 기대된다. 사사키 조가 쓴 <경관의 피>를 읽고 반했는데 역시 이번에도 경찰소설에 대한 탁월한 재능을 보여줬다. 그리고 현실적이다. 주재 경관이 할 수 있는 한계를 분명하게 설정하고, 그를 한 명의 경찰이자 탐정처럼 활용한 것이다. 거기에 마을 정보원 역할을 하는 전직 우체국 직원 카타기리 요시오는 약방의 감초 같으면서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 둘은 묘한 관계이자 콤비인데 다음 이야기에서는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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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린 10명의 용기 있는 과학자들
레슬리 덴디.멜 보링 지음, C. B. 모단 그림, 최창숙 옮김 / 다른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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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기니피그 사이언티스트>란 제목으로 먼저 나왔던 책이다. 역자 이름이 다른데 이력을 조사하니 동일인이다. 최근에 제목만 살짝 바꾼 책들이 많이 나오는데 재간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처음 읽는 독자에게는 상관없을지 모르지만 예전에 읽은 사람이나 저자에게 관심이 많은 독자에게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같은 책을 두 번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출판사와 다른 번역자가 새롭게 번역했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똑같은 출판사와 번역자라면 최소한의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간임을 알게 된 것은 이 책에 열 번째로 나오는 과학자 때문이다. 스테파티아 폴리니라는 여성의 생몰연도와 책 내용이 조금 이상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책에는 그녀가 1910년 생, 1999년 몰로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그녀가 참가했던 동굴고립실험 일자가 1989년 1월 13일이고, 그녀를 젊은 이탈리아 여성이라고 묘사한다. 그녀가 90세까지 산 것은 좋은데 80세에 실험에 참가한 것과 실험도중에 생리가 끊어졌다는 표현에서 단순히 잘못 기재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한 생몰연도를 알려고 검색하다 비슷한 목차의 책을 발견했고, 같은 책임을 알게 된 것이다.

재간 정보나 잘못 기재된 기록은 아쉽지만 책 속에 나오는 열 명의 과학자는 놀랍다. 그 중에서 퀴리 부인을 제외하면 대부분 낯선 것은 더욱 놀랍다. 그래도 조금은 이런 과학자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낯설다. 그래서인지 한 사람 한 사람이 놀랍고 신기하고 존경스럽고 흥미롭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몸을 실험도구로 사용한 결과로 우리가 얻게 된 수많은 혜택을 생각하면 약간 부끄럽다. 뭐 모든 것을 아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말이다. 저자들은 이런 낯선 과학자들을 사람들 앞에 내놓으면서 우리가 자신에게 해 본 실험과 그들의 실험이 어떻게 다른지 머리말에서 분명히 말한다. 그 차이를 알게 되는 순간 그들의 용기와 열정은 더욱 빛을 발한다.

열 명의 과학자 중 몇몇은 실험의 결과에 따라 목숨을 잃었다. 그 자신이 실험체가 되면서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이 실험체가 되었고, 그 때문에 연쇄적으로 그 분야의 발전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분명히 그 시대의 한계는 존재했다. 이 한계는 책 구성 상에서 ‘이제는 알아요!’ 같은 내용을 통해 알려지고, 현재 과학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려준다. 덕분에 독자들은 열 명의 과학자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현재 그들의 노력이 어떤 결실을 맺고 발전했는지 알게 된다. 

열 명의 과학자들의 실험을 읽다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 실험이 너무나도 자극적이고 원초적이기 때문이다. 온도 실험을 위해 방의 온도를 높이면서 그 속에 머물거나 소화 실험을 위해 위 속으로 나무 튜브를 넣는다. 치과 수술을 위해 자신을 마취제 실험에 사용하고, 전염병을 치료하기 위해 스스로 감염된다. 호흡 연구를 위해 바다 속, 땅 밑, 고지대를 오가면 실험하고, 드라마를 통해 인숙해진 심장 카테더법이 어떻게 시작했는지 알려준다. 이제는 당연한 것 같은 안전벨트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알 수 있고, 동굴 같은 곳에 고립된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보여준다. 이 일련의 실험을 단순히 흥밋거리로 본다면 특이하다거나 미친 것 아니냐는 말로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실험들이 우리 생활에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누구나 이 실험의 한두 가지 이상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동물들도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다. 인체실험까지 가기 전 우리는 수많은 동물들을 사용해 실험한다. 너무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부분도 있지만 가끔 동물들의 고통을 무시할 때도 있다. 저자들은 자신을 실험체로 사용한 과학자들 이야기 속에 몇 번이나 집어넣으면서 이 사실을 강조하는데 이것은 역자가 인용한 그 잔혹한 독일과 일본의 인체실험 등과 묘하게 연결된다. 바로 과정과 결과에 대한 물음이다. 흥밋거리로도 재미있지만 과학과 실험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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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북유럽 최고의 스릴러 시리즈 중 하나로 꼽히는 '여기자 안니카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이 시리즈가 전세계에 900만부 이상 팔렸다고 한다. 어느 독자의 리뷰에서 '자극성은 없으나 무게와 깊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는 대목에서 관심이 더 갔다. 그리고 책 소개글 중 '이 독특한 연쇄 범죄를 사회적 시각에서 분석해낸다'는 부분은 단순한 스릴러가 아님을 짐작하게 만든다. 거기에 시리즈의 첫 권이라는 매력도 무시할 수 없다. 

  

제10회 일본 미스터리 문학대상 신인상 만장일치 수상작이다. 무슨 상을 만장일치로 받았다고 하면 괜히 한 번 더 시선이 간다.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에 대한 평을 읽은 후 더욱 심해졌다. 각기 다른 취향과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모였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매력 있기 때문이다. 고요하고 서정적인 순정이 깃든, 새로운 감각의 추리심리극이란 평은 박진감 넘치는 액션영화를 보는 듯하다는 평과 함께 한 번 들면 단숨에 읽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게 한다. 

 스릴러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스티븐 킹은 혹평을 했다고 해서 더 관심이 간다. 이전에 존 카첸바크의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을 아주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다. 이 원작을 바탕으로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는데 평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독일 포로수용소가 공간이란 부분에서 더 흥미를 느낀다. 두툼한 분량은 단숨에 읽기 힘들지 모르지만 즐거움을 오랫동안 주기에 충분할 듯하다.  

    

표지가 전혀 추리소설 같지 않다. 그런데 이 작품도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약간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시리즈 중 네 번째라고 한다. 이런 약간의 아쉬움을 날리게 된 것은 역시 수많은 사람들이 쓴 호평이다. 서평도서로 풀리면서 약간의 주례사 평도 있는 듯하지만 그래도 2010년 독일 아마존이 선정한 최고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라는 설명에 기대를 걸어본다. 가끔 이 나라 추리소설이 취향과 동떨어지는 경우가 있지만 말이다. 

영화로 최근에 개봉되었다. 역시 원작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다. 뭐 원작을 넘거나 제대로 표현한 영화를 본 적이 거의 없는 현실을 생각하면 당연하다. 이 소설에 관심이 간 이유는 "'나'라는 존재를 증명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물음이다. 척보면 알지 않냐는 지극히 분명하고 단순한 대답을 얻었 수 있지만 좀더 생각하면 아주 철학적이다. 많지 않은 분량에 아주 무겁고 많은 생갈할 거리를 집어넣었다는 부분에서 더 관심이 간다. 혹시 이 짧은 소설을 읽으면서 나의 짧은 지식이 한탄스러울지도 모른다는 상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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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
마르셀 로젠바흐 & 홀거 슈타르크 지음, 박규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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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쓰기 위해 인터넷 서점으로 책 제목을 검색하니 두 권이 나온다. 그 중 한 권은 당연히 이 책이고, 다른 한 권은 어산지와 결별했고 한때 위키리크스의 2인자였던 다니엘 돔샤이트 베르크의 책이다. 어느 쪽이 더 정확한 위키리크스의 정보를 제공하는지는 사실 판단하기 쉽지 않다. 한 권은 내부자의 책이고, 다른 쪽은 위키리크스와 같이 작업을 한 적이 있는 <슈피겔>의 기자들이기 때문이다. 또 두 작가들이 어떤 목적으로 책을 썼는지도 감안해야 하는 사항이다. 다른 책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른 판단을 하기 어렵다. 하지만 위키리크스와 어산지에 대해 좀더 객관적인 자료를 원한다면 이 책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위키리크스에 대한 수많은 뉴스가 나왔지만 개인적으로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그 파장을 우리나라 언론에서 큰 비중을 두고 다루지 않았기에 잘 몰랐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네이버 검색으로 위키리크스를 치니 뉴스가 겨우 6천 건 정도 검색된다. 위키리크스가 지구촌에 불러온 파장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적다. 우리와 관련 없는 정보가 많기에 이런 차이가 발생했는지 아니면 의도적인 회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구글 검색에 비해 너무 적다. 특히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아랍혁명에 끼친 영향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개인적으로 어산지와 위키리크스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도 아랍혁명을 이들과 연결해서 말한 아는 분 때문이지만.

처음 위키리크스에 대해 잘 모를 때 이 폭로를 격렬하게 비판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주장은 국가의 일에는 비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비밀주의를 싫어한다. 사적영역이 아닌 공적영역에서는 특히 그렇다. 이때만 해도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정보가 어떤 것인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몰랐다. 아니 많이 혹은 중요하게 언론에서 다루지 않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 웹사이트가 끼친 영향을 여기저기서 듣다보니 관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이런 나의 관심에 대한 조그마한 화답이자 더 많은 의문을 남겼다. 

흔히 우리는 ‘모르는 게 나았다’는 말을 한다. 진실을 알게 되면서 받게 되는 스트레스와 충격과 고통 때문이다. ‘모르고 살았다면 좋았을 텐데’ 같은 말도 이런 맥락에서 생긴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아픔이 현재와 미래에 크게 다가올지 모르지만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분명하고 투명하게 말이다. 물론 여기엔 하나의 전제조건이 있다. 우리사회의 성숙된 인식과 행동이다. 하지만 이 전제조건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나의 착각과 의문이 지금 현재는 넘어갈 수 있지만 미래엔 또 다른 불씨를 남기고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치명적인 아픔을 주는 진실이란 말에 동의한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정보들은 사실 치명적이다. 나처럼 국제정세나 정보에 무지한 사람에게는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르지만 세상은 다르다. 그들이 폭로한 정보가 기밀이고, 숨기고 싶은 비밀이자 그들의 치부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무서웠으면 거대제국 미국이 이 사이트 하나를 없애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우렸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어산지의 죽음을 외쳤고, 국가 차원에서 각 나라와 업체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세계유일의 강대국 미국이 말이다. 책 곳곳에 나오는 어산지와 위키리크스에 대한 분노는 반대로 그들의 위상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재미있는 부분이자 흥미로운 점이다.

두 저자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어산지와 위키리크스의 설립과 성장과 현재다. 어산지의 어린 시절과 해커활동은 그를 이해하는데 기초를 제공한다. 그가 위키리크스를 만든 후 현재까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보여주는 대목들은 수많은 협력자와 폭로된 정보와 이에 대한 반응들 때문에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특히 두 저자가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사실에 집중하려고 한 부분들은 어산지를 냉정하게 평가하게 만든다. 물론 이런 그들의 기술이 자신들의 입장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저널리즘의 광범위한 실패의 두 원인으로 기회주의와 돈을 꼽는 순간 객관적이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위키리크스의 성공 중 하나가 정보를 폭로하고 이에 대한 각 정보기관들의 대응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정말 모든 것을 까발리고 그들이 폭로한 정보에 대한 제한 요청이나 법원 소송까지 이용하는 것을 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것들이 매체를 통해서 혹은 트위터 같은 수단을 통해 전파되고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급속하게 변하는 세상의 한 모습을 본다. 그리고 위키리크스에 대한 수많은 사람들의 상반된 평가는 머릿속에 담아둘 필요가 있다. 그들의 폭로가 너무나도 원초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영역으로 갈 때는 더욱.

저자들도 밝혔듯이 어산지의 전기를 다루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위키리크스에 관심이 있다면 무엇보다 어산지를 알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산지를 중심으로 위키리크스를 다룬다. 어산지가 어느 정도 비중인지는 그의 말로도 알 수 있다. “위키리크스는 매우 안정된 조직입니다. 우리를 제거하기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예요. 하지만 저를 개인적으로 배제시키는 건 어렵지 않아요. 그게 우리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376쪽) 이 말은 위키리크스의 현재 위치와 불안을 동시에 보여준다. 또 위키리크스에서 어산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이 보여준다. 이것은 앞으로 어산지의 행보를 계속 주시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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