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미식 생활
이다 치아키 지음, 장하린 옮김 / 이아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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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일러스터레이터가 낸 음식 에세이 만화다.

이 만화를 보기 전 기대한 것은 책 내용과 달랐다.

제대로 제목을 외우지 않다 보니 ‘미식 생활’을 ‘미식 여행’으로 착각했다.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니는 만화로 말이다.

책소개의 자세한 내용보다 그림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 탓도 있다.

밝은 톤의 맛있는 음식 그림은 멋대로 오독으로 이끌었다.

이 오독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지만 작가의 미식 생활은 조금씩 머릿속에 파고들었다.

작가의 일상과 경험이 나와 맞닿아 있는 부분들이 늘어나면서 더 그랬다.


이 만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일상의 밥상이다.

특별한 음식을 만들거나 거창한 식당에 가는 일은 없다.

간결한 식사나 동네 식당을 다니면서 느낀 감상을 그려낸다.

‘아침에 먹는 빵’은 우리의 주말 식사와 비슷했다.

간결하지만 정성껏 차린 아침 식사와 커피 한 잔.

동네에서 먹는 점심 부분을 읽으면서 과거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동네에 오래 살아도 직장과 낯익은 곳만 다녀 잘 몰랐던 동네 식당들.

예상 외의 맛과 가격으로 나의 취향을 저격했던 식당들.

이 경험들이 만화 속 내용과 만나 잠시 추억 여행을 떠나게 했다.


지금은 귀차니즘에 빠져 커피를 거의 내려 먹지 않는다.

한때는 원두를 사서 갈고, 드립으로 내려 먹었다.

눈 대중으로 대충 덜어 넣고, 물의 온도도 감으로 맞추었다.

그때 그때 맛이 다르지만 이 작업이 주는 재미와 맛이 있었다.

하지만 커피 머신이 들어오면서 이 재미는 점점 귀찮은 일이 되었다.

핸드밀 대신 원두 가는 기계를 사고 싶다는 작가의 마음이 쉽게 이해된다.

식기는 솔직히 나에게 그렇게 관심 있는 분야가 아니다.

그냥 있는 그릇을 대충 사용하면 되었다.

지금도 사실 그릇에 그렇게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니다.

플레이팅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만 그릇 공간에 책을 더 넣고 싶다.


브런치 붐이 불었을 때 어쩔 수 없이 몇 번 먹었다.

지금도 먹으러 가자고 하면 그 돈 주고 먹고 싶은 마음이 없다.

집에서 비슷하게 차려주면 맛있게 먹는다.

작가가 차린 음식들을 보면서 조금 기시감이 들었다.

파스타 이야기를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살짝 부러웠다.

부러웠던 것은 동네에 맛있는 파스타집이 있어 자주 가는 것이다.

고개를 끄덕인 것은 아내가 해주는 파스타가 맛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양도 많고, 맛도 평균 이상이다.

나가서 먹으면 비싸고 양이 적어 아쉬웠던 것을 한 방에 날릴 수 있다.


재택으로 일하는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별로 다루지 않는다.

일을 하기 전과 그 후의 미식 일상을 담아 내고 있다.

이 일상에서 요리는 작가가 하고, 남편은 같이 먹기만 한다.

집에서 한 잔은 술 약한 나 같은 사람에게 딱 맞다.

조금만 먹어도, 좀 더 먹어도 자는 나의 술버릇.

차 이야기는 또 다른 기억들을 불러오지만 여기서는 생략.

작은 책 속에 세밀하게 그려 넣은 그림과 설명들은 집중해야 제대로 보였다.

귀여운 캐릭터와 따뜻한 그림체는 잘 어울렸다.

다만 생각보다 많은 설명과 작은 글씨는 요즘 나의 시력을 생각하면 더 높은 집중력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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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좀 못해도 내일은 온다
심너울 지음 / 슬로우리드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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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심너울의 첫 번째 탈SF 장편소설이란 문구가 시선을 끈다.

이제까지 내가 읽었던 심너울의 장편들은 모두 SF소설이었다.

그가 다른 장르의 소설을 쓴다고 관심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프로야구에 대한 소설이라면 오히려 더 관심을 불러온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프로 스포츠가 야구이기 때문이다.

웹툰이나 웹소설에서 프로야구를 다룰 때 판타지를 너무 넣어 아쉽다.

최훈의 야구 만화는 다른 느낌이라 좋아하는데 이 소설에 그런 느낌이 조금 있다.

사실 중반까지는 최훈의 만화 향기가 좀 강하게 났다.

중반 이후가 되면서 다른 느낌이 들었고, 결말이 점점 궁금해졌다.


10년 넘게 단 한 번도 우승권이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적이 없는 프로야구팀은 어딜까?

현실에서 롯데와 한화가 떠오르는데 올해 한화는 한국시리즈까지 갔다.

롯데도 찾아보니 아직 10년은 되지 않았다.

작가가 가상의 팀을 만들고, 현실의 팀과 감독 등을 뒤섞었다.

최악의 팀인데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여러 팀과 감독 등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현실을 생각하면 과장된 부분도 있는데 어디까지 조사한 것인지 살짝 궁금하다.

그리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세 인물을 야구 선수와 프런트와 그 팀을 응원하는 사람으로 나누었다.

야구 선수는 14년간 펭귄스에서 백업으로 뛴 정영우

프런트는 미국에서 스포츠 과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전략운영팀장 서나리.

스포터즈이자 구단 인턴이자 단장의 딸인 하유미.


14년간 백업이었던 정영우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하려고 한다.

긴 세월을 프로선수로 뛰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능력이다.

룸메이트이자 팀 간판인 상훈이 그를 부러워하는 것도 긴 세월을 살아남은 것이다.

실제 프로선수가 되기 힘든 것 이상으로 살아남는 것이 어렵다.

매년 10명 이상의 신인이 들어오면 그 이상의 선수가 방출된다.

유명했던, 유망했던 선수들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놀란다.

이런 현실에서 주전이 아니더라도 계속 살아남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물론 펭귄스의 팬들에게 이런 선수가 계속 있다는 것이 문제일 수 있지만.

사실 어떤 팀을 응원하다 보면 이런 선수들이 늘 보인다.


정영우에게는 정승우라는 14살 터울의 특급 왼손투수 동생이 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가 확실하다.

이 대형 유망주를 뽑기 위해서는 시즌 꼴지를 해야 한다.

매일 야구를 보는 팬의 입장에서 머리로 이해는 해도 가슴으로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다.

만약 펭귄스가 꼴지가 되면 정승우는 형과 함께 같은 팀에서 뛸 수 있다.

사실 형제가 프로선수가 되는 일도, 같은 팀에서 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아버지가 아들과 함께 같은 팀에서 뛰기도 했다.

이런 역사를 보면 다음 시즌 드래프트가 기다려진다.


서나리. 미국 휴스턴에서 야구분석을 했던 여성이다.

철저하게 데이터 중심으로 팀을 운영하고 싶어한다.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탱킹으로 좋은 유망주들을 모아야 한다.

야구를 모르는 단장이 이 탱킹을 언론에 말하면서 문제가 되었지만 말이다.

그녀는 올 시즌을 망치고, 팀을 리빌딩해서 지속적으로 강한 팀을 만들려고 한다.

메이저리그 구단을 보면 이런 방식으로 팀을 운영하는 구단이 상당히 있다.

물론 작년 우승팀 다저스처럼 돈으로 좋은 선수들을 싹쓸이하는 경우도 있지만.

좋은 선수를 싹쓸이한다고 그 팀이 우승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승권에 가장 가까이 갈 수는 있고, 왕조도 이룰 수 있다.

이 목적을 향해 나아가길 바라는 서나리가 감독과 팬들과 충돌하는 것은 당연하다.


남자친구 때문에 야구에 빠졌고, 얼빠란 말에 남자친구와 헤어진 하유미.

그녀는 덕업일치를 이루고 싶어 펭귄스의 인턴이 된다.

그런데 그룹에서 좌천된 아버지가 단장으로 내려왔다.

야구의 룰로 모르고, 관심도 없고, 운영에 대해서도 모르는 아빠가.

아빠가 운영의 전권을 서나리에게 주고, 서나리의 이론이 그녀를 매혹시킨다.

야구 과학을 더 배우고, 더 강한 팀을 만들려고 정영우와 함께 서나리의 수족이 된다.

하지만 자신의 팀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만든다.

이 변수가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대변하고 공감하게 한다.

자신이 응원하는 홈팀의 구장에서 한 번이라도 함께 응원한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최훈의 만화처럼 이 이야기의 후속작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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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집중력 찾기 - 명화 속 다른 그림 찾기로 시작하는 몰입 습관
책장속 편집부 지음 / 책장속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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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다른 그림 찾기로 시작하는 몰입 습관’이란 부제에 혹했다.

명화를 여기저기에서 봤지만 그 가치를 잘 모를 때가 대부분이었다.

즉각적으로 감탄하는 그림도 있었지만 현대화로 넘어오면 뭐지? 란 말이 먼저였다.

그리고 아주 가끔 가는 미술관에서 그림을 볼 때 너무 빨리 보고 지나간다.

좋고, 유명한 그림도 그냥 힐끔 보고 지나가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이런 경험이 점점 미술관으로 가는 발걸음을 줄어들게 했다.

허세 때문에, 단순한 관심 때문에 갔던 발걸음도 줄어든 것이다.

이것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이 책을 선택했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다른 방식의 편집이라 조금 아쉬웠다.


원작 명화 63점과 이 원작을 다르게 편집한 그림이 같이 나온다.

이 두 그림의 세밀하게 보면서 차이나는 부분을 찾는 책이다.

그런데 이 두 그림의 크기 차이가 있다.

원작이 한 장 가득이라면 사본은 그 크기가 작다.

원작이 주는 감동이 다른 그림에서 살짝 줄어드는 것도 이 크기의 영향인 것 같다.

그리고 이 두 그림의 차이는 QR코드로 하나씩 확인해야 한다.

처음에는 신선하고 재밌었는데 반복하면서 조금 귀찮아졌다.

이 귀차니즘이 단숨에 끝까지 달려가는 것을 방해했다.

덕분에 매일 조금씩 더 집중해서 볼 수는 있었지만 역시 번거로웠다.


단순히 틀린 그림 찾기가 아니라 작품과 작가에 대한 소개도 같이 넣었다.

이 소개는 간결하고, 실물이 있는 미술관 등의 위치도 알려준다.

너무 간결한 소개는 내 생각을 더 할 수 있게 하지만 낯선 작품도 많았다.

이 낯선 작품의 경우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었지만 책에는 없었다.

불편을 감수하고 검색하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을 어쩔 수 없다.

하나의 그림을 두고 다양한 사람들의 시각과 해석을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개인적으로 찾지 못한 트린 그림의 숫자들을 생각하면 개수가 표시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찾은 개수가 맞는지 의문을 가지고 QR코드로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 때문이다.

이것 역시 귀차니즘이 큰 역할을 했음을 부인하기 쉽지 않다.


왠지 모르지만 이번에 이전과 다른 감동을 받은 그림이 상당히 있다.

다른 책이나 화면 등으로 봤을 때와 다른 느낌을 받았다.

왜지? 나의 취향이 바뀌었나? 아니면 그림의 크기 탓인가?

틀린 그림 찾기에서 색감의 차이가 살짝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편집인들이 원했던 집중해서 그림을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틀린 그림 찾기로 빠지는 모습도 발견했다.

처음에 느꼈던 강렬했던 명작의 느낌은 어느새 줄어든 것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원작을 더 오래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여전히 추상화는 어렵지만 왠지 모르게 틀린 그림 찾기는 재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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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국가 호시 신이치 쇼트-쇼트 시리즈 6
호시 신이치 지음, 김진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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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호시 신이치 쇼트-쇼트 시리즈 6권이다.

이 시리즈가 이전에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로 나왔었다.

집에 이 당시 사 놓은 책 몇 권이 있는데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그때나 지금이나 호시 신이치의 초단편은 재밌고 놀랍다.

모두 31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분량은 제각각이다.

이 모든 단편들에 대한 감상을 말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면을 무한정 사용하고, 시간을 엄청 투자한다면 가능하겠지만 말이다.

해설을 읽으면서 공감하는 바가 많았다.

1976년에 출간된 책임을 감안하면 놀랍도록 현실적인 부분도 많다.


첫 단편 <대상 당첨자>는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놀랐다.

수많은 행운의 대상 당첨 선물과 잘 생긴 남자의 우울한 표정.

그리고 밝혀지는 이 모든 상황을 설명하는 아내의 등장.

쉽게 풀어낸 이야기 속에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펼치고, 인식의 틀을 깨트린다.

<시끄러운 상대>는 너무나도 낯익은 장면이 나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을 사 달라는 로봇, 로봇을 먼저 산 친구의 추천.

그런데 실제 구매한 후에 일어나는 일들과 친구 추천이 의미하는 바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살면서 이런 경험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면 대단한 일이다.

<죽고 싶어 하는 남자>도 공범의 협박이란 뻔한 설정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반복되는 협박으로 잊고 있던 것과 작은 복수가 멋지게 어우러진다.


개인적으로 가장 황당한 단편으로 <변명하는 고우베>를 꼽고 싶다.

지각에 대한 변명, 감찰에 대한 변명, 거래처에 대한 변명으로 가득하다.

이 변명으로 그가 승진하고, 마지막에는 사장까지 되는데 이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평범한 삶보다 위기에서 변명을 멋지게 늘어놓으면서 활기를 찾는 그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다.

물론 처음 그의 놀랍고 황당한 변명에 넘어간 상사들이 조금 어색해보였지만 나라고 달랐을까?

<형사를 자칭하는 남자>는 왠지 두 사기꾼의 배틀 같은 분위기다.

서로 속고 속이는 상황과 마지막 반전이 황당하지만 깔끔하게 다가왔다.

<차이>는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난 후 한 편의 코미디를 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반전의 연속과 보험회사의 음모가 현실적이고 인상적이었다.


<잠자는 토끼>는 동화 <토끼와 거북이>를 해체하고 재해석했다.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결코 이기지 못하는 토끼.

이 승부를 뒤집기 위한 수많은 시도와 노력들.

재밌는 부분은 패배자 토끼가 이 경주의 스포트라이트를 모두 가져간 것이다.

<국가기밀>은 만화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마지막 장면으로 넘어가면 놀라면서 이 기발함에 감탄했다.

<옷을 입은 코끼리>는 최면에 걸려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코끼리 이야기다.

사람의 말을 하는 코끼리, 성공적인 삶과 놀라운 경영 마인드.

‘너는 인간이다.’라는 최면이 코끼리를 가장 인간처럼 만들었다.

사람들이 살면서 잊고 있던 ‘인간’을 돌아보게 한다.


표제작 <마이 국가>는 읽으면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가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이 소설을 그 나라가 생기기 전에 출간되었다.

은행원이 고객을 맞이하기 위해 간 곳에 마주한 ‘마이국’

스파이라는 오해, 사형판결, 사면 등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 사이에 나오는 현대 국가의 문제점들과 이상한 마무리. 

간단하게 쓴 감상 이외의 수많은 단편들이 목차를 보는데 떠오른다.

취미의 결과 남편과 이혼하겠다고 말하고, 맛없지만 안전한 맛을 선택한 이유.

설녀를 기다리지만 욕망은 이루어지지 않고, 신선함을 찾은 결과는 과거와 같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초단편이라 순식간에 읽게 된다.

하지만 분량과 상관없이 반전과 유쾌하고 의미심장한 이야기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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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의 오토바이오그래피
양수련 지음 / 북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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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2059년에서 2025년 서울로 타임슬립한 인공지능 나노봇 이야기다.

이 나노봇의 이름은 라온제나이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이 시대에 떨어졌다.

자신이 개발된 시대가 아닌 과거와 정보 부족.

2025년과 어울리지 않는 차의 외양은 시선을 끌 수밖에 없다.

도로에서 어떻게 할지 몰라 하는 첫 장면은 타임슬립의 재밌는 변주다.

그리고 카봇 형태의 제나가 처음으로 태운 손님은 산파다.

홀로 병원에 가야 하는 산모를 태우고 병원으로 달린다.

하지만 그 도중에 아이를 낳고, 탯줄을 끊는 것은 아기의 엄마다.

제나가 한 것은 태워주고, 병원까지 데리고 간 것까지.

여기서 제나의 역할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제나는 손님을 태우고 시공간을 넘어갈 수 있다.

다만 갈 수 있는 미래 시간은 자신이 탄생한 2059년까지다.

손님들을 태우고 각자의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각 단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다양하게 풀려나온다.

십대 소녀에서부터 70대 노인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인생의 한 순간에 자신들의 현재와 과거를 돌아본다.

무리하게 등장인물들의 사연에 개입하지 않고 지켜본다.

이 거리감이 개인의 경험과 연결될 때 좀더 강한 몰입도를 보여준다.

그리고 각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이어지는 부분도 많다.


제나는 탑승한 손님들이 가장 바라는 시간대로 간다.

물론 단순히 택시로 알고 막 대하는 손님들도 있다.

이들은 이야기의 대상이 아니고 우리의 현실을 살짝 보여주는 역할이다.

이 타임루프의 재밌는 지점은 억지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모를 때는 그냥 가만히 멈추고, 자신이 알 때까지 기다린다.

대표적인 것인 치매 노인 귀일의 사연이다. 

비가 오면 요양원을 벗어나 어딘가로 가는 귀일.

귀일이 가고 싶은 시간대를 알 수 없어 헤매는 제나.

하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고 반복해서 그와 함께한다.

그렇게 알게 되는 한 노인의 회한과 후회로 가득한 삶과 가족의 해체.

자신이 바란 것이 아니지만 작은 자존심을 내려놓지 못해 생긴 비극.


운전수가 없는 차를 타는데 사람들이 두려워하자 제나는 변신한다.

아름다운 여성형으로 변신해 시명을 반하게 한다.

고장난 자전거를 간단하게 고치는 것은 힘든 일도 아니다.

이 시명과 다시 만나게 되고,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노봇에 빠진 인간과 인간의 제1능력이 궁금한 제나.

이 둘이 만나 함께하는 시간과 엇갈린 감정은 소소한 재미다.

인간의 한 시기를 방문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의미있는 행동이다.

하지만 그 깨달음을 지속하는 것은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몇몇 대목에서 약간 작위적인 느낌도 있지만 순식간에 지나간다.

개인적으로 개발자 G의 정체가 궁금한데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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