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번째 사도의 편지 1 뫼비우스 서재
미셸 브누아 지음, 이혜정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요 몇 년 사이에 팩션에 관한 소설을 많이 읽었다. 지금도 몇 권 읽지 않은 소설이 집에 있으니 그 분야에 대한 나의 관심이 유별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아마 역사를 좋아하는 나의 취향과 부합하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더해 추리요소까지 있으니 관심이 불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비슷한 주제를 다룬 몇 권을 책을 읽다보니 숨겨진 사실이라는 것이 큰 충격으로 와 닿지 않는다. 특히 카톨릭과 관련된 소설의 경우 더욱 그렇다. 왜냐고? 당연히 그들이 내세우는 서구역사를 뒤바꿀 비밀이라는 것이 베스트셀러나 소설이라는 외피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결코 카톨릭이 구축한 세계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소설도 카톨릭과 예수를 다루고 있다. 카톨릭에서 내세우는 가장 중요한 신성을 침해하는 비밀을 주 소재로 다루고 있다. 하나는 다른 책에서도 많이 본 신이 아닌 예언자라는 것과 결코 그가 부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삼위일체와 부활은 카톨릭 신앙의 기반이니 사실이라면 엄청난 충격이 될 것이다. 하지만 몇 개의 문서로 과연 이것이 밝혀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얼마 전 해외뉴스에 나온 예수의 무덤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가볍게 일상의 단신으로 지나간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 소설의 주요한 비밀 중 하나인 예수의 무덤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나온 것은 이 책의 출간과 너무 떨어져있어 안타까움을 준다. 그 당시 뉴스와 시기가 맞았다면 좋은 홍보 효과가 되었을텐데......


소설은 팩션이 갖추어야 할 비밀과 음모와 살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밀은 인간인 예수와 13번째 사도의 존재와 예수의 부활이 아닌 시체의 존재를 다루고 있다. 유다에 대한 해석부분은 다른 소설에서 이미 보았기에 특별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예수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제자들간의 대립과 카톨릭의 성립을 위한 기반이 어떻게 다듬어졌는지 보는 것은 약간 새로운 모습이었다. 그기에 더해 이슬람에 대한 작가의 해석은 생각하지 못한 정보였다. 마호메트가 13번째 사도의 영향 아래에서 종교적 기반을 다졌다니 놀랍지 않은가!


거대한 조직을 다룬 소설을 읽다보면 늘 부딪히는 한계가 있다. 미국 정부의 음모를 다룬 소설에서 항상 대통령은 진실을 모르고 있고, 바티칸을 다룬 소설에서 교황은 언제나 음모의 피해자내지는 추기경들에게 속고 있는 것이다. 조직은 부패할 수 있지만 결코 그 대표는 올바르고 진실을 위해 노력한다는 마지노선을 지키고 있다. 이슬람 세계에서 예언자 마호메트를 신성불가침으로 정한 것처럼 이 공식을 지키는데 볼 때마다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이다.


이전에 본 수많은 팩션에 대한 종합선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새로운 해석도 몇 가지 있지만 다른 소설에서 조금씩 다루어진 것들이라 큰 충격은 없었다. 추리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긴박함이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부분이 조금 떨어지는 점은 아쉽다. 이런 종류의 소설을 많이 보지 않은 사람에게 정보를 전하기에 좋을지 모르지만 ‘다빈치 코드’같은 스릴러나 속도감을 원하는 사람에겐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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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과 탐욕의 중국사 - 중국 관료 열전
사식 지음, 김영수 옮김 / 돌베개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11명의 탐관오리와 청백리가 이 속에 있다. 정확히는 탐관오리는 세 명이고 나머지는 청백리다. 탐관오리 세 명은 양기 부부와 엄숭 부자와 화신이다. 엄숭을 제외하곤 중국 역사에 엄청 밝지 않은 사람들은 잘 알기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청백리들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드라마로 제작된 포청천을 제외한 몇몇의 청백리도 그럴 것이다.


긴 중국 역사를 생각하면 많은 탐관오리와 청백리가 있었을 것이다. 단 11명만 대상으로 책을 엮었을 때 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쉽게 그 속내를 파악하기 어렵다. 한 가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은 청나라 때 4명의 탐관오리와 청백리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 중 탐관오리는 화신 한 명이다. 이 탐관오리는 중국 역사상 최고의 태평성대를 이루었다는 청의 세 황제 중 마지막인 건륭제 때 인물로 만족이었다. 건륭제의 총애를 받으면서 엄청난 재산을 모았는데 작가는 역사상 최고의 탐관오리로 꼽고 있다. 그의 재산으로 파악된 것이 국가 세수의 몇 배였다고 하니 엄청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가 건륭제의 사설 금고 관리를 맡았다는 것을 지적하였지만 그 재산의 많은 부분이 황제의 것일 수 있다는 대목을 지적하지 않고 있다.


역대 탐관오리들을 보면 황제는 단순히 허수아비와 다름없었다. 하지만 화신의 경우 황제는 허수아비가 아닌 공포의 대상인 동시에 바람막이였다. 다른 외척이나 환관들이 부를 축적하는 것뿐만 아니라 엄청나게 소비한 것에 비추어 볼 때 그에 대한 서술에서 이 부분이 없는 것 또한 과연 최고의 탐관오리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양기 부부가 황제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부를 과시하고 낭비한 것에 비하면 그의 축적은 알뜰하게까지 생각이 든다. 물론 그가 저지른 엄청난 비리와 부폐가 있었기에 이런 부가 축적이 되었다는 것을 덮고 싶은 마음은 없다.


청백리 중에 저자가 새롭게 해석한 풍도는 매력적인 이야기다. 오대시대의 인물인 그에 대한 평가에서 구양수가 유교적 가치관에서 따라 그를 폄하한 것을 그 시대상과 맞추어 풀어낸 저자의 해석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느끼게 만든다. 그 혼란한 시기에 유교적 가치관에 맞추어 그가 관료의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죽었다면 수많은 도성의 백성들은 학살되고, 재물은 도둑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유연한 사고와 백성을 위하는 마음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였고, 그 결과 수많은 왕을 모신 인물로 유학자들에게 청백리로서의 삶은 인정받지만 정치적 평가에선 나쁜 평가를 얻게 된다.


너무나도 유명해진 포청천에게서 검은 얼굴을 없애라는 대목이나 황제의 정치적 목적에 의해 천하제일 청백리라는 외호를 받은 우성룡이나 관을 준비하고 왕을 욕한 해서나 다른 수많은 청백리의 이야기에 존경을 표하고 대단한 인물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황제들의 대사면에서 이런 탐관오리들이 빠져있었다는 대목은 오늘날 한국에서 사면 대상 일순위로 재벌과 정치인 등임을 생각하면 분노와 함께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이 책이 탐관오리와 청백리의 균형을 맞춘 구조가 아니라 청백리를 더욱 부각시킨 구성이라 약간은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삶에 청백리가 더욱 많아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덧붙여 편집에 대한 몇 가지 불만이 있다. 책머리에 옮긴이의 글에서 화신과 임칙서에 대한 글 중 우리 정서와 맞지 않거나 분량이 너무 많아 일부 번역을 생략하였다고 하는데 어쩌면 앞에서 제기한 나의 의문이 이 속에 담겨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원문에 첨삭하여 출판되는 것을 싫어하는 나이기에 이런 글을 읽다보면 짜증이 난다. 여기저기서 글을 모아 편집한 것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완전한 저작물에서 일부를 빼는 것은 저자의 의도를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락이 구분되는 곳의 시작이 세 칸이 밀려 표현되는 부분들은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갑자기 저자가 한족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은 나의 나쁜 상상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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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학기 밀리언셀러 클럽 63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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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밀클 시리즈 중에 가장 얇은 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분량은 가장 적지만 그 속에 포함된 이야기까지 얇은 것은 아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불편한 감정을 가지게 하고, 알 수 없는 사람들의 행동과 마지막에 밝혀지는 여러 가지 사실과 추측들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다면 양장에 페이지가 몇 십 페이지 더 많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기리노의 책을 읽을 때마다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보통 상상을 초월하는 현실이라는 말을 가끔 하는데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상상 그대로의 소설이나 현실보다 그 잔혹한 소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아웃’이나 ‘아임 소리 마마’에서 이미 그녀가 보여준 세계의 잔혹함과 무서움과 냉혹함을 생각하면 이번 소설도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어린 소녀의 이야기에 감정의 깊이가 실리면서 그 불편함이 더 가중되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사실 기리노 나쓰오의 소설을 몇 권 읽지 않았다. 지금 내 손에 있는 책들을 아마 연속해서 읽는 것은 나에게 무리일 것이다. 놀라움과 대단함을 느끼게 하지만 일상의 틀이나 상상을 벗어난 그녀의 소설을 연속으로 볼 능력이 나에게 부족한 것이다. 지금도 가끔 그녀의 이름을 들으면 생각나는 시체 절단과 유기는 이번 소설로 인해 새로운 풍경과 상상을 주었다. 어린 소녀의 1년간의 감금과 그 감정의 흐름과 숨겨진 진실들.


평소대로라면 아마 단숨에 이 책을 읽었을 것이다. 많지 않은 분량에 좋아하는 장르 소설이기에. 하지만 단숨에 읽지 못했다. 아니 읽을 수 없었다. 심리적으로 감정적으로 나에게 다가온 것들이 왠지 나의 시선을 잠시 멈추게 만들었다. 뒤로 가면서 사건에 대한 이야기보다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감정과 상상들이 나에게 놀라움을 주고 책을 덮는 순간은 ‘아! 기리노 나쓰오’하는 탄식을 자아내게 하였다. 책 속의 책인 ‘잔학기’의 정체와 남편의 해석이 덧붙여져 만들어낸 그 사실의 일부가 그 앞까지 분량이 적다는 나의 생각을 단숨에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한 어린 소녀의 감금 사건과 그 후 성장기를 다루었지만 ‘독의 꿈’이 보여주는 상상은 전혀 상상이 아닌 듯하다. 책을 모두 읽은 지금 그런 생각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책을 읽는 중에도 너무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마 마지막 남편의 편지에서 그런 느낌을 더욱 강하게 받은 듯하다. 한 마디로 잘 짜여진 구성과 연출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 소녀의 이야기에 집중하다보니 다른 이야기로 파생되어 나간 부분이 거의 없다. 이것이 분량이 적은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 ‘아웃’에서 네 명의 여자가 등장하며 다양한 모습과 심리를 극명하게 그려내었다면 이번에 잔혹한 일을 당한 소녀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그 깊이를 더했다고 해야 하나? 읽는 중에 느낀 놀라운 점 중 하나가 병원에서 돌아온 그녀를 환영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 참혹한 경험을 한 소녀를 식장에 끌고 와서 보여주는 또 다른 참혹한 풍경은 놀랍고 기괴한 모습이었다. 동정보다 구경꺼리를 위한 그 환영식이 나중에 나온 어린 소년의 질문과 마지막 장에서 본 유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겹쳐지면서 나를 놀라운 상상의 세계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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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선 모중석 스릴러 클럽 1
제임스 시겔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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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본 적이 있는 작품이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유사하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영화와 차이가 있다. 개인적으로 소설이 더 마음에 들지만 영화 속 여배우 제니퍼 애니스톤의 매력을 생각하면 영화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결말에 사건을 처리하는 부분을 생각하면 영화가 깔끔할지 모르지만 소설이 더 나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영화 속에서 그녀의 정체를 어느 정도 예측하였고, 그 예상은 들어맞았다. 아마 소설의 문장을 영상으로 표현하면서 많은 단서와 이미지를 남겨두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영화를 보지 않고 소설을 먼저 읽었다면 그녀의 정체를 쉽게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그녀의 정체가 드러나고 마지막 복수를 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소설은 또 다른 장치를 만들어두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 부분이 소설의 가장 멋진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소설의 첫 부분에서 그가 바라든 조용한 소망의 일부분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약간의 변형은 있지만.

영화 속에서 느낀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소설 속에서 다시 느꼈다. 멍청하게 아니 어쩔 수 없이 강도의 협박에 굴복하고 끌려가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가슴속에 분노를 만들어내었다. 그렇게 밖에 현실을 끌고 갈 수밖에 없었나? 협박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파멸하기 전까지 이어지는 것은 너무나도 뻔한 것이 아닌가? 만약 나에게 그런 상황이 펼쳐진다면 과연 냉정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아마 많은 고민을 하겠지만 나도 소설 속 주인공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나에게 안타까움과 분노를 자아내게 하는지 모른다. 알면서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주는 그 무게에 짓눌리면서.

영화를 보지 않고 보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를 보았기에 문장들이 하나의 이미지로 나에게 살아나지만 그것은 감독의 연출에 의한 영상이다. 문장의 세부적인 것들이 하나의 무대 장치로 바뀌면서 나의 상상력은 이미 만들어진 영상으로 대체된 것이다. 그리고 숨겨진 정체를 알고 읽는 것은 긴장감을 떨어트린다. 스릴러가 주는 매력이 많은 부분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책이 재미없다는 것은 아니다. 정체도 알고 마지막 결말(영화와 다르지만)도 알지만 책만의 매력이 살아있다. 쉽고 빠르게 몰입하게 하면서 영화와 비교하게 하고 영화와 다른 장면들 때문에 기억을 되살리는 작업들이 재미있었다. 다른 작품들도 번역되었으면 한다. 한 명의 기대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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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인의 아틀라스
샘 본 지음, 노진선 옮김 / 황금부엉이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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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관련된 스릴러를 읽을 때마다 만나는 광신자들은 종교의 어두운 점을 부각시킨다. 종교 자체에 그런 점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런 광신도들을 보면 적과의 싸움보다 같은 믿음 아래에서 벌어지는 싸움이 더 치열하고 잔인함을 알게 된다. 우리 역사에서 이미 많이 보아온 것이기에 그런 부분에 거부감은 덜하다.


세상을 지탱하는 36명의 정의로운 사람들. 이들이 모두 죽으면 세상에 종말이 온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소설 속에 벌어지는 수많은 살인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것을 멋지게 유대교의 비의와 결합하여 작가는 하나의 팩션을 만들어낸 것이다. 물론 중요한 광신도 집단을 악의 세력으로 등장시켜 긴장감을 높이는 것을 그만두지 않는다. 종교가 가진 나쁜 점과 이를 막으려는 선량한 사람들의 대결이 시작하는 것이다.


첫 장면에서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상당히 공을 들인 티가 난다. 첫 번째 살인부터 마지막 에필로그까지 의미를 숨기고 드러내는 것들이 약간은 불공정하지만 이제는 하나의 스릴러 형식처럼 자리 잡은 시간 단위의 빠른 장면 전환으로 속도감을 내고 독자의 지루함을 차단하려고 하였다. 이런 시도는 작가의 구성 능력과 필력이 동반되어야 하는데 점수를 높게 주고 싶다. 하지만 전체적인 전개나 진행은 약하지 않나 생각한다. 어둠의 세력이 드러나는 부분에서 왠지 아니길 바란 사람이 범인의 우두머리로 나오고 긴장감이 조금 떨어졌기 때문이다.


‘다빈치 코드’의 경이적인 성공 이후 많은 기독교를 다룬 팩션류의 소설들이 출간되었다. 하나의 흐름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많은 수가 일정한 재미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36인의 아틀라스’의 경우 어느 수준 이상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유대교의 교리와 유대인들의 생활과 전설을 잘 버무려 종교의 어두운 측면을 잘 부각시킨 것이다. 더불어 빠른 장면 전환은 긴장감과 속도감을 동시에 높여주었다.


책 속에 중요한 단어인 ‘의인’은 사실 이 소설의 원제목이다. 정확히는 의인들이 되겠지만 우리에게 보여지는 면보다 숨겨진 그들의 선행에 초점을 둔 사람들이다. 사건의 단초가 되는 포주의 경우 이전에 자신을 찾아와 남편을 감옥에서 빼내기 위해 창녀가 되려는 여자를 위해 자신의 재물을 팔아 돈을 마련해 주었다. 책 속엔 그런 다양한 의인들의 행동을 설명하면서 그들 하나하나를 지워나간다.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그때까지.


그리고 이 책에서 내가 놀란 것 중 하나는 ‘유대교의 정당성에 대한 존경과 경외만이 신에게 가는 길이라고 믿는 대다수의 현대 기독교인들’이라는 말이다. 기존에 알고 있던 사실과 많은 부분 상충하는 부분이라 약간 놀랐다. 유대인에 대한 그들의 박해와 비교하면 약간 어리둥절하기도 한다. 선택된 민족으로 자칭하는 유대인들을 대신하려는 마음의 표현인지 모르지만 비기독교인 나에겐 이상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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