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ary - 니콜라스를 위한 수잔의 일기
제임스 패터슨 지음, 서현정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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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니콜라스를 위한 수잔의 일기라는 부제처럼 소설의 대부분은 수잔의 일기로 구성되어 있다. 흔히 보는 사랑이야기처럼 전개되는데 사실 이 작가가 유명한 스릴러 작가임을 생각하면 이 소설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다. 한때 몇몇 작품에서 대단한 속도감과 재미로 나를 사로잡았는데 자주 읽다보니 비슷한 구성과 진행으로 조금 질리기도 하였다. 그렇다고 그의 책을 포기하기엔 그 속도감에 대한 중독이 너무 강하다. 그래서 약간은 매너리즘에 빠진 듯한 요즘 책보다 이전 책을 구해보려고 하고 있다.

 

큰 기대가 없이 보았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았다. 다섯 개의 공에 대한 이야기는 공감이 가는 부분이고, 가끔 보여주는 작가의 이력을 생각하게 만드는 가벼운 장난들은 웃음을 짓게 한다. 글 속에 자신의 특기를 잘 살려내어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지만 가슴속 깊이 파고드는 느낌이 많이 없다. 빠른 장면 전환과 간결한 대사와 문장은 변함없지만 역시 울림을 전해주지는 못한다.

 

출판사 편집장 케이티과 첫 시집을 출간하는 시인 매트가 만나 사랑에 빠진다. 어느 날 이 남자에게 아내와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헤어짐과 동시에 그녀에게 한 권의 일기장이 날아온다. 그 속에 담겨있는 그 남자의 아내 수잔이 그녀의 아이 니콜라스에게 쓴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그 일기장을 읽으면서 느끼는 케이티의 감정과 뒤에 드러나는 충격적인(?) 사실이 그녀를 새롭게 만든다. 수잔에 대한 매트의 사랑, 매트와 니콜라스에 대한 수잔의 사랑, 그리고 행복했던 기억들이 가득 들어있는 일기장과 마지막 매트의 편지. 이 모든 것들이 편안하게 읽힌다.

 

가끔 결말을 알지만 재미난 소설을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결말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흥미는 반감된다.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스릴러 등에서 그 진행이 눈에 흔하게 들어온다면 재미는 반감될 것이다. 사랑이야기에서 두 남녀가 사랑에 부딪힌 암초를 어떻게 넘고 결말이 어떨까 예상하는 것은 스릴러의 결말 못지않게 흥미로운 대목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중반부터 눈에 들어온다. 예정된 결말을 향해 나아가 긴장감을 떨어트린다. 다행히 간결한 문장과 장면 전환 덕에 그렇게 지겹지는 않다. 영화로 만든다면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들과 진행임을 생각하면 그의 글쓰기가 얼마나 영상에 비중을 두는지 알게 된다. 소설로써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지만 영화로 만든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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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삼킨 책
볼프람 플라이쉬하우어 지음, 신혜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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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상당히 자극적인 제목이다. 세상을 삼킨 책이라니 도대체 어떤 책일까 호기심을 자극한다. 헌데 친절하게도 책 표지에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임을 알려준다. 학창시절 힘겹게 겨우 한 번 읽은 이 책이 세상을 삼킨 책이라니 놀랍다. 철학을 전공했다면 몇 번이라도 읽고 그 의미를 이해하려고 했겠지만 읽었다는 포만감을 중시했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그냥 스쳐 읽었을 뿐이다.

 

소설은 회상 형식으로 시작한다. 한 노인과 그의 손녀가 변한 세상의 도구인 기차를 타고 50년 전 여인을 찾아간다. 그녀의 이름은 막달레나. 단순한 로맨스를 다룰 것처럼 보여주는 도입부와는 달리 과거 속 한 시간과 공간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처참한 죽음과 살인이다. 주인공 니콜라이의 직업은 의사다. 그 당시 전문직으로 현대물에서 전문직 종사자가 주인공을 등장하는 것과 유사한 설정이다. 의사가 주인공이다보니 의사의 시각과 해석이 많은 부분 등장하는데 읽다보면 불과 200년이 조금 더 지났을 뿐인데 의학수준에 이렇게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더 놀란다. 뭐 다른 책에서 현대의학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읽었지만 그래도 늘 새롭게 다가오는 사실이다.

 

니콜라이는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한 후 자신의 마을에서 발생한 고양이들의 죽음을 둘러싼 괴소문과 대책회의에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가 비웃음을 산다. 이 일로 그는 신중해지고 새로운 마을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가 1780년이다. 늦은 밤 일상 진료에 지친 그에게 한 하녀가 찾아온다. 자신의 영주가 죽어가니 진료를 부탁한다. 힘겹게 발걸음을 옮긴 그에게 알도르프 백작은 시체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냥 단순한 죽음이 아니다. 시체가 발견된 이틀 후 제국에서 조사관이 도착할 정도다. 이 조사관 디 타시는 냉혹하면서 거침없다. 이어서 발견되는 시종 젤링의 처참한 주검과 신비스러운 소녀 목격자 막달레나의 등장은 곳곳에서 벌어지는 우편마차 습격사건과 더불어 단순한 음모나 살인사건이 아님을 암시한다.

 

작가는 살인사건과 음모를 연결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당시 독일에 대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면 더 많은 재미를 누리겠지만 아쉽게도 나의 지식은 그것까지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책을 읽는데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백작의 죽음과 그를 둘러싸고 벌어진 사기와 그 사기로 만들어진 거액이 사라진 것은 조사관 디 타시를 긴장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이 엄청난 금액은 군대를 무장할 정도라고 하니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니 이 냉혹한 조사관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절로 긴장감을 불러온다. 단서를 찾기 위해 죽은 시체를 헤집는 모습은 상당히 충격적이고 그의 특징을 잘 나타내어준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의 활약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한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궁금했던 것은 언제 <순수이성비판>이 나올까 하는 것이다. 출판사에서 세상을 삼킨 책이 칸트의 책임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을 정보지만 전체적인 흐름 상 나올만한 대목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밀조직과 음모와 살인사건이 엮어있는데 한 권의 책이 사건의 단서로 작용할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물론 이것은 작가의 구성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 부분에선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연상하게 만든다. 세상을 변하시키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문자와 책임을 알고 있기에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인 <퍼플라인>에서 약간 지루함을 느꼈는데 이번엔 빠르고 재미있게 읽었다. 그렇다고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 나온 고양이들의 죽음에 대한 해답을 보여주지 않는 점이나 뒤로 가면서 드러나는 사실들이 명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한 권의 책이 세상에 어떤 여파를 미치게 되었는지 보여주는 장치가 약하다. 또 냉혹한 조사관 디 타시를 끝까지 살리지 못한 것이나 우편마차 습격이 너무 싱겁게 마무리되었다. 이런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정신사적 범죄소설이라고 붙인 것에는 동의를 한다. 역사와 철학과 살인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긴장감과 재미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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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우 J 미스터리 클럽 3
미치오 슈스케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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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제7회 본격미스터리 대상 수상작이다. 일본에 엄청나게 많은 문학상들이 있음을 기억하는 나에게도 이 상은 익숙한 이름이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고,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이 상을 수상한 작가들에 대한 평들이 상당히 좋았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선택해서 실패할 확률이 낮은 상이란 의미다.

 

제목만 두고 본다면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섀도우란 제목에서 느낀 첫 인상은 은밀하게 움직이는 살인자를 연상시킨다. 이 부분은 스릴러와 살인자들을 선호하는 나의 취향이 약간 개입하였다. 그런데 소설은 이런 잔인하고 냉혹한 살인자 대신 아버지와 아들의 마음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렇지만 긴장감을 완전히 풀어놓게 만들지 않는다. 작가가 뭔가 있는 듯한 분위기를 계속해서 연출하기 때문이다. 한 소녀의 행동과 반응이나 심리묘사를 통해, 한 소년의 환상이나 꿈을 통해 그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하지만 이 긴장감은 뒤로 가면서 가속되지 못한다. 작가가 촘촘하게 깔아놓은 복선들이 예상하지 못한 반전으로 이어지지만 강한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 이 부분은 사람들마다 평이 갈릴 수 있지만 최소한 나에겐 그 구성과 진행에서 너무 튀어나온 해설이 아닌가 한다. 나중에 소설에 대한 이해를 위해 접어놓은 몇 쪽이 소설의 진행과 별로 관계없음을 알게 되고, 독자를 한 방향으로 몰아가던 진행이 하나의 트릭이었음을 생각하면 치밀한 연출에 점수를 줘도 되지만 감탄을 자아내지는 못한다.

 

특히 아들인 오스케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초등학교 5학년임을 감안하면 너무나도 현실과 동떨어진 인상을 준다. 후반에 보여주는 놀라운 인식과 추리력은 명탐정 코난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코난은 그래도 고등학생이 초등학생으로 줄어든 것인데 이 오스케는 어지간한 탐정들보다 나은 추리력으로 사건 하나를 풀어낸다. 이 장면에서 사실 긴장감이 많이 감소한 것도 사실이다. 깔아놓은 복선과 트릭인 작가의 시선 유도에 내가 과장되게 반응한 부분도 있지만 갑자기 튀어나온 몇 가지 사실은 내가 놓친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것인지 다시 찾아봐야 할 듯하다.

 

전체적으로 서술트릭을 이용해 읽는 사람의 시선을 마술사의 트릭처럼 잘 유도한 작품이다. 독자와의 대결에서 공정했는가 아닌가 하는 부분에 들어가면 다른 문제가 되겠지만 쉽게 읽히고 긴장감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요 근래 일본 미스터리에서 서술 트릭을 다룬 추리소설이 많이 번역되는데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고는 있지만 감탄을 자아내는 작품은 드물다. 이 이유 중 하나가 혹시 내가 속았다는 사실에 기분 나빠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단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그런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공정한 대결이 아니었기에 그런 것일까 생각해본다. 그래도 이런 추리소설에 계속 나와 나를 생각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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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푸른빛이었다 -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의 우주로 가는 길
유리 알렉세예비치 가가린 지음, 김장호.릴리아 바키로바 옮김 / 갈라파고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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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린. 그는 인류 최초로 우주공간을 비행한 인물이다. 이 책은 가가린의 수기를 번역한 것이다. 시대를 감안하지 않고 읽는다면 노골적인 사회주의 찬양과 옹호가 눈에 많이 거슬릴 수 있다. 하지만 그 시대를 조금만 안다면 가가린의 이런 찬양들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느껴질 것이다. 덕분에 우린 그 시대의 영웅이었던 가가린과 사회 분위기를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책은 2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가 우주로 가기 전 그의 삶을 다루었다면 2부는 지구를 벗어나 우주공간으로 간 그를 다룬다. 많지 않은 분량이다 보니 자세한 기술은 거의 없다. 차라리 우주비행사에 대해 더 자세한 글을 읽고 싶다면 ‘우주비행, 골드핀을 향한 도전’이란 책을 추천하고 싶다. 꿈과 열정으로 가득한 우주비행사들의 심리와 우주비행을 둘러싼 알력 등이 잘 나타난 책이다. 가가린의 자서전인 이 책은 이런 정밀하고 섬세한 묘사가 빠져 읽는 재미가 조금 부족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너무 영웅적인 서술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조금 인간미가 부족하다고 해야 할까? 다른 서적에서 느끼는 불안이나 동요는 거의 없고, 사회주의 찬양과 우주를 향한 열정과 노력에 대한 숭배로 가득하다. 60년대 소련연방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그 영웅담이 가슴 속으로 파고들지 못한다. 비록 가가린이 우주로 나가기 전까지 소련에서 어떤 노력과 실패를 거듭했는지 보여주는 사실들이 있지만 인류 최초 우주비행사의 삶과 심리를 제대로 나타내었다고 생각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미 이 대단한 업적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로 생각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 후 인류가 달에 착륙하고, 우주정거장을 건설하여 머무는 등 대단한 일이 이어지면서 그 당시의 흥분과 전 세계인의 놀라움이 가슴속 깊은 곳까지 전해지지 않은 탓도 있다. 그 시절 미소 양국이 벌인 우주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고 대단했는지 절실히 느끼지 못하기에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최초로 대기권을 벗어나 지구를 보면서 한 말이나 그 감동은 그 후 수많은 우주비행사들이 반복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최초라는 것을 뛰어넘어 부럽고 그 아름다운 광경에 대한 동경을 불러온다.

 

1968년 가가린은 비행훈련 중 사망한다. 하지만 그는 인류 최초 우주비행사라는 거대한 발자취를 남기고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그의 자서전도 우주를 꿈꾸는 수많은 우주비행사 지망생들에게 열정을 심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록 시대의 한계가 분명히 드러나지만. 그리고 책 부록으로 나온 정보들은 우주개발의 역사를 한 눈에 알 수 있어 많은 도움을 준다. 우리나라도 이제 자체 기술로 우주로 나갈 날이 곧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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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무엇이든 믿고 싶어할까?
마르틴 우르반 지음, 김현정 옮김 / 도솔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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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를 믿고자 하는 것은 사람의 본성이 아닌가 생각한다. 모든 것을 의심하고 다시 한 번 더 되돌아본다면 삶은 무척이나 피곤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믿음은 생활에 활력과 속도를 높여주는 윤활유와도 같다. 물론 이것이 신앙으로 들어가면 다른 의미가 되겠지만 많은 부분에서 믿음은 불안과 공포나 의문 등에 대한 방패로 작용한다.

 

저자는 신앙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 출발점은 고대 생존을 위해 사람들이 해석능력을 발전시킨 것이다. 다른 동물들이 생존을 위해 겉모습 변화를 시도한 반면에 인류는 두뇌를 발전시켜왔다. 뇌에 대한 이야기는 영혼에 대한 것으로 넘어가고, 이런 해석능력의 발전은 무의식이란 거대한 바다로 스며들었다고 한다. 끊임없이 재인식하고 재해석하며 진화해 왔기 때문에 우린 왜? 라는 의문을 던지는 생명체가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우연이다. 하나의 사례로 어떤 남자가 탑승완료 몇 분 전에 비행기가 추락할 것이라는 영감을 받아서 비행기 추락에서 살아남았다면 자신의 생명을 보호해준 신에게 감사할 것이고 말한다. 단순히 통계수치로 보면 우연이지만 개인에게 있어서는 “유의미한 우연”이다. 자신이 살아난 것에 대해 감사하지만 다른 수백 명의 탑승객들이 죽은 사실은 간과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보호할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란 의미일까? 이런 개인적이고 자기중심적 사고는 우리 실생활에서 자주 보이는 일이다. 우리가 점쟁이에게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란 예언을 들으면 늘 일어나는 일도 그 예언의 실행이란 믿음에 빠져든다. 종교에서 개인적 체험을 중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 번 생각해볼 문제다.

 

많은 부분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한다. 저자 자신이 독일인이고 자란 문화가 기독교권이기 때문이다. 책 중반으로 가면서 종교가 어떻게 생겨나고, 권력과 위계질서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불신보다 믿음이 더 위험한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런 긴 흐름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이성이다. 하지만 종교인에게 이성은 언제나 신앙의 하위 개념이다. 그들에게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질문을 던지면 하는 말은 언제나 동일하다. 믿음이 부족하다니 이성을 초월한 신앙을 말한다. 오랜 역사에 걸쳐 편집된 책이 성경이란 사실도 그들에겐 중요하지도 믿을 것도 되지 못한다. 점점 근본주의로 돌아가는 종교의 모습은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는데도 그들에겐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현대 교회가 현대적이지 못한 이유도 이런 신앙에 기반을 두기 때문이다. 신교가 구교의 교리해석이나 권위적인 로마 카톨릭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하였지만 그들 또한 하나의 틀 속에 갇혀있음을 지적한 대목에선 아쉬움을 느낀다. 특히 미국의 근본주의자가 득세하는 현실은 이라크 사태를 넘어 우리를 불안으로 밀어 넣고 있다. 믿음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믿음에 매몰되어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 그 믿음은 엄청난 화를 가져온다. 저자가 믿음과 이성의 조화를 외치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사람이 사람이나 자연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들이 신이란 존재를 만들어내었다고 학자들은 주장하지만 신자들에겐 통하는 주제가 아니다. 저자가 수많은 연구 성과를 이 책 속에서 풀어내면서 이성과 믿음의 조화를 외치지만 그것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지 않는 사람들에겐 그냥 하나의 이론일 뿐이다. 생물학, 심리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학문을 인용하며 믿고 싶어 하는 마음을 해석하였지만 왠지 모르게 가슴 깊은 곳에서 울림이나 머릿속 이성의 작용이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나의 이성도 점점 굳어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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