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미국의 역사
아루카 나츠키.유이 다이자부로 지음, 양영철 옮김 / 삼양미디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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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역사를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현재 세계 유일의 강대국인 미국의 역사를 알아서 나쁠 것은 하나도 없다. 역사에 관심이 많거나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는 것이 좋은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흔히 미국 역사에 대한 단편 지식을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습득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통사에 대한 일독이 많은 도움을 준다. 다른 사람들에겐 어떨지 모르지만 최소한 나에겐 많은 도움을 주었다.

 

3부 14장의 각각 다른 주제와 내용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시간 흐름에 따라 역사를 서술하지 않고, 각 주제별로 역사를 다루고 있다. 덕분에 다양한 방면을 보고 배우게 되었다. 하지만 통사적인 면이 부족하다보니 전반적인 흐름이나 깊이 있는 내용이 생략되어 아쉽다. 약간 기대한 내용이 생략되거나 이전에 몰랐던 수많은 사실들을 알게 되면서 색다른 경험을 하였다. 많지 않은 분량에 한 국가의 역사를 다룬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런 구성은 독자에게 자신이 원하는 내용만 읽을 수 있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 다만 그 깊이가 조금 부족한 것이 흠이지만.

 

일본 역사학자가 본 미국사란 점은 상당히 매력 있다. 한창 우리와 역사문제로 다투는 일본이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일본 우익의 입장을 담고 있지 않기에 우려한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문제가 될 것을 솔직히 보여줘 진솔한 면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일본인을 대상으로 쓴 글이다 보니 나의 관심사나 관점이 조금 다른 곳이 곳곳에 보인다. 그것을 감안하고 사실과 논쟁 부분을 읽다보면 예상하지 못한 소득을 많이 얻게 된다.

 

다루고 있는 분야가 많고, 많지 않은 분량이다 보니 깊이 있는 내용이 부족하다. 사실 위주의 서술은 딱딱한 느낌을 주고 몰입을 가끔 방해한다. 개인적으로 처음 읽는 미국사다. 약간 큰 기대를 하였는데 논쟁으로 다루어야 할 대목들이 너무 간결하게 처리된 점에선 아쉬움을 느낀다. 더군다나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미국역사에 대해 단편 지식만 가지고 있는 나에게 저자들이 보여주고자 한 대목을 제대로 보지 못한 곳도 많다. 다음에 다른 책을 읽게 되면 조금은 더 알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구성이나 서술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하지만 번역이나 교정에선 역시 아쉬움이 많다. 일본 용어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나 연도나 단어의 오타가 많은 것은 책의 신뢰도를 떨어트린다. 연도야 문맥으로 대충 교정하여 읽을 수 있지만 일본 용어는 우리말이나 원문을 그대로 살릴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경제학을 전공한 내가 봐도 생소하고, 인터넷 검색으로도 나오지 않는 단어임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또 그런 용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함축적이거나 왜곡 가능성을 생각하면 더욱 신중해야한다. 처음에 집중을 방해한 것이 용어들이고, 중반을 넘어가면서 빠지지 못한 것은 논쟁을 충분히 다루지 못한 것이고, 마지막에 지루하게 느껴진 것은 너무 간략하게 주제를 다루면서 긴장을 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미국 역사를 개괄적으로 보게 되는 재미있는 기회였다. 다른 미국사 관련 책도 관심을 두고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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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텐베르크의 조선 1 - 금속활자의 길
오세영 지음 / 예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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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초의 금속활자를 만든 것은 자랑스러운 우리조상이다. 하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외국인에게 판 것도 우리조상이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직지심경이 바로 그것이다. 이 위대한 기술은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조금씩 사라졌다. 기술자가 우대받지 못하던 그 시절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작가는 조선시대 황금기의 문의 연 세종시대부터 출발한다. 그 기술 혁명의 중심에 있던 장영실과 그 제자로부터 시작하여 위대한 문자 훈민정음을 다루며 독자의 가슴에 뿌듯함으로 채워준다.

 

소설의 주인공 석주원은 잃어버린 금속활자 인쇄기술을 부활시키려고 한다. 이는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와 맞물려있다. 19세 소년이 이 모든 것을 짊어지기엔 너무 무겁다. 그런 그에게 사라진 스승 장영실에 대한 정보가 들어온다. 홀연히 사라진 그가 북경에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그의 긴 여정은 조선 초기 국내 정세와 국제 정세와 맞물려가면서 시작한다. 북경에서 원하는 지옥불을 얻기 위해 노력하다 오이라트로 가고, 그곳에서 새로운 인물인 쿠자누스 추기경을 만난다. 이 만남은 구텐베르크와 이어진다. 그리고 앨 고어가 말한 충격적 내용에서 얻은 상상력이 펼쳐진다.

 

 

총 3권이다. 이 소설의 구성은 전작 ‘베니스의 개성상인’과 유사하다. 각 권마다 어려움이 닥쳐오고 주인공은 그 문제를 해결한다. 그 과정에서 음모를 꾸미지도 불의와 타협하지도 않고 정도를 걸어간다. 현실에선 보기 드문 모습이지만 소설 속에선 그를 도와주는 많은 인물과 상황들이 존재한다.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이 과정들이 느슨하거나 재미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간결하고 빠른 진행과 분명한 대결구도는 읽는 재미를 준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구텐베르크의 비중이 너무 적다. 서양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술을 개발한 구텐베르크가 다른 사람에게 기술을 훔친 것으로 나오는 것이나 너무나도 쉽게 석주원에게 의지하는 모습은 조금은 아쉽다. 그리고 음모보다 장인정신을 부각시킨 장면들에서 약간 억지스러운 점도 있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연출한 장면과 구성일지 모르지만 긴장감이 떨어진다. 좀더 세밀하고 정교한 구성과 진행이 아쉽다.

 

주인공도 인물의 형상화에 아쉬운 점이 있다. 정도를 걷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가 지닌 열정이 뒤로 가면서 점점 사라지면서 몰입감이 떨어진다. 그의 반려인 이레나의 모습도 어느 순간 사라져 아쉬움을 전해준다. 평생 적수인 크리스티나의 모습이 좀더 강력하게 부각되지 못한 점도 긴장감을 떨어트린다. 결정적 순간에 너무 쉽게 물러서는 중요 인물들의 모습은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 부분은 사람마다 호불호가 나누어지지 않을까 한다.

 

런 저런 아쉬움이 있지만 대중역사소설이 주는 재미와 긴장감이 있다. 앨 고어의 연설에서 얻은 단서로 시작한 장대한 여정은 가슴속에 자부심을 느끼게 만든다. 너무 간략하게 생략된 느낌이 있지만 그 시대의 모습은 빠른 진행과 전개로 긴장감과 속도감을 높여준다. 오락성을 높여 놓았지만 좀더 그 흐름을 자세하고 충실한 고증으로 풀어내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아쉬움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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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이황, 아들에게 편지를 쓰다
이황 지음, 이장우.전일주 옮김 / 연암서가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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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시간이 흐른 후 역사 속 인물들을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현실의 모습보다 비추어진 이미지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다. 퇴계 이황도 나에겐 그런 인물이다. 퇴계를 이야기하면 항상 율곡을 생각하게 되고, 율곡을 이야기하면 퇴계를 생각하게 된다. 이것은 학교 교육에서 이 둘을 동시에 배운 덕분이다. 이런 연상은 그 인물을 정확히 바라보는데 방해되는 경우가 많다. 긴 역사 속에서 수많은 위인들을 배우다 보니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그 인물을 제대로 보는데 방해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가끔 위인전이나 전기 등을 통해 그 인물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사실 이때는 작가의 시각에 따라 인물이 재해석되고 꾸며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책처럼 편지만으로 구성된 경우는 그런 경향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퇴계의 삶을 보고 배우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조선 중기 성리학 대가라는 명성을 벗어나 한 가족의 가장이라는 직위에 놓인 그를 만나게 된다. 비록 그 과정에서 예상한 모습과 너무 달라 약간 실망도 하지만 그 또한 한 가족의 일원임을 깨닫게 하는 소중한 경험이다.

 

편지만으로 구성되어 있고,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다 보니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특별한 논쟁이나 사안이 있어 흥밋거리를 만들지도 않고, 그 시대를 대표할만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도 않다. 다만 아버지로써 아들에게 편지를 써 자신과 가족의 삶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그 대부분이 어쩌면 우리 어머니가 나에게 늘 하시던 잔소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공부하라는 대목에선 더욱 그렇다.

 

유학자이자 관료였던 그가 떨어져 사는 자신의 아들에게 할 말이 많았을 것이다. 요즘 같다면 전화로 간단히 해결되지만 그 시대는 유일한 통신수단이 사람의 입을 통하거나 편지뿐이었다. 그러니 편지 내용이 간단한 건강에 대한 안부나 지난 일에 대한 물음과 생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 정보들이 사소한 듯 보이는데 그 시대를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 좋은 정보가 아닐까 생각한다. 흉년으로 고생하는 백성과 왜구의 침입이나 과거제도의 변경 등 그냥 지나치기엔 민감한 정보가 담겨있다. 그리고 그의 아들과 가족에 대한 정보와 애정이 넘쳐나 인간 퇴계를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된다.

 

툭 까놓고 이야기해서 조금 지루하다. 안부인사와 모르는 인물들의 이야기와 반복되는 독서에 열중하라는 조언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독서에 대한 그의 조언은 나에게 아픈 곳을 콕 찌른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욕심만 가득한 나를 보기 때문이다. 관료로써 그가 아들에게 공부를 하여 관리로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곳곳에 넘쳐나는데 그 아들은 관심이 없는 듯하여 아버지의 안타까운 마음이 느껴진다. 우리 부모님도 이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긴 시간을 다루고 있고 퇴계 자신이 병으로 고생했다는 사실은 새롭게 느껴진다. 그 때문에 많은 가족 제사나 상등에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이 보이고, 관직에 있지만 풍족하지 못함을 알게 된다. 또 얼마나 관직을 떠나고 싶은지 보여주는 대목에선 번잡함을 싫어하는지 알 수 있었다. 성공보다 한직에서 학문을 더 연마하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대목도 있다. 아버지로써는 당연할 수 있지만 그의 명성을 생각하면 아쉽다. 그것은 관직에 나간 아들이 왜구가 출몰하는 지역으로 인사이동되질 않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글이다. 가끔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인사 청탁에 대한 글들이 보이는데 그가 성인이 아님을 알지만 기존 이미지에 비추어보면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덕분에 인간 퇴계 이황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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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 이야기 - IQ 76, 인생의 진정한 로또를 찾아낸 행운아
퍼트리샤 우드 지음, 이영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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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 76. 그의 이름은 페리 L. 크랜들. 가운데 L은 행운(LUCKY)을 뜻한다. 남들은 그를 정신지체자로 보지만 분명히 아니다. 다만 느릴 뿐이다. 이 조금 느린 남자의 삶을 들여다보면 참 아슬아슬하고 유쾌하고 즐겁고 재미있다. 사랑하는 할머니가 죽고, 그를 정신지체자로 생각하는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세상은 그를 정상인으로 보지 않는다. 이런 삶이 단숨에 바뀐다. 그것은 복권 당첨이다. 그 액수도 어마어마한 1,200만 불이다. 다음 이야기가 어떨지 대충 짐작 가지 않는가!

 

태어나서는 부모에게 버림받고 할아버지 할머니 품에서 자란다. 하지만 그의 성장은 더디다. 정상인보다 한참 느리지만 할머니는 말씀하신다. 넌 느릴 뿐이라고. 그렇다. 그는 조금 느릴 뿐이다. 남들이 단숨에 할 수 있는 일을 빨리 하지 못하지만 차근차근 그 일을 해낸다. 그리고 그에겐 자신의 삶을 걱정하고 돌봐주는 할머니와 친구가 있다. 할머니는 자신의 삶이 다한 후에도 그를 돌봐줄 금과옥조를 남겨놓았다. 또 거칠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키스라는 좋은 친구도 곁에 있다.

 

상인으로 취급받지 못하는 그에게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슬픔을 준다. 이때 모인 가족들 누구 하나 그를 걱정하지 않는다. 그를 책임질 것을 두려워할 뿐이다. 할머니가 그를 위해 남겨놓은 집조차 그들은 빼앗아간다. 그래도 그는 즐겁다. 친구 키스와 선용품점 주인 게리가 있기 때문이다. 삶은 슬픈 중에도 이어지고, 자신의 가운데 이름처럼 행운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를 둘러싼 환경과 분위기가 바뀐다.

 

할머니 죽음 후 혹시나 자신이 맡을까 걱정하던 친척과 어머니가 이제 서로 맡겠다고 나선다. 하지만 페리는 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가족들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그의 돈을 빼앗으려고 한다. 그를 집으로 불러놓고 자신들끼리 이야기하고, 그가 자신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 것으로 착각하고 마구 말한다. 이런 저런 감언이설로 그를 꼬드겨 보지만 할머니의 말씀이 뇌리에 깊숙이 박힌 그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런 가족들에게도 천적이 있으니 그가 바로 키스다. 술 좋아하고 베트남 전쟁에 참석했고 털털한 그는 화려한 직업을 가지고 돈을 밝히는 페리 가족의 천적이다. 말보다 주먹이, 대화보다 욕이 먼저 나가는 그를 상대하기엔 그들은 너무 곱게 자란 사람들이다.

 

IQ 76의 페리가 거액 복권에 당첨되는 것과 그를 둘러싼 가족들과 환경을 보면서 사실 조마조마했다. 순진하고 착한 그를 등쳐먹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는 사촌형들의 모습은 긴장감을 심어준다. 과연 그는 이들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고. 하지만 페리는 생각 이상으로 자신의 길을 멋지게 간다. 엄청난 금액이지만 그에겐 그냥 돈일뿐이다. 할머니의 조언에 따라 당좌예금 반, 보통예금 반에 나누어 입금하지만 보통의 우리처럼 많은 돈에 대한 욕심이 없다. 이것을 보면 조금 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간결한 문장과 빠른 전개는 쉽게 몰입하게 한다. 그의 복권 당첨금이 어떻게 될지는 스릴러처럼 긴장감을 주고, 키스와 함께 어울려 보여주는 행동들은 코믹하다.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과 이별하는 장면에서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우리가 얕잡아볼 수 있는 인물이지만 그의 속은 우리보다 알차다. 전체적으로 너무 희망 가득한 전개라 현실성이 조금 떨어지게 느껴지지만 책을 덮는 순간에도 가슴이 따스해진다. 페리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가슴 훈훈하고, 웃음을 자아내고, 조금 느린 남자의 바르고 알찬 생각을 들여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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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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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참으로 규정하기 힘든 시기다. 요즘 20대는 88만원 세대로 불린다. 치열한 경쟁시대에 아래 위에서 치이는 세대다. 이런 20대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많은 즐거움과 고민이 있을 것이다. 나 자신도 20대를 지나왔지만 그 시간들을 생각하면 암울함과 행복감이 교차하는 시기다. 그리고 수많은 아쉬움이 있다. 작가는 자전적 요소가 강하게 담겨있는 청춘 소설 한 편을 내놓았다. 그의 대표적인 주인공인 이라부 없이 20대와 그 시대를 담아내고 있다.

 

총 여섯 편의 연작 소설이다. 주인공은 다무라 히사오. 출신은 나고야. 그가 도쿄로 온 것은 나고야를 떠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아버지를 벗어나고 싶었다. 도쿄 생활 몇 년 만에 그는 변한다. 서울 토박이들이 흔히 지방 사람들을 모두 시골이라고 칭하면서 은연중에 무시하듯이 그의 의식도 조금씩 변한다. 이 의식이 변하는 과정을 보면서 지방에서 올라온 나 자신의 변한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닮은 꼴 두 나라 탓일까?

 

첫 이야기는 사랑을 시작하는 히사오의 이야기다. 하루 동안 벌어지는 해프닝을 통해 자신의 일 년을 정리하고 새로운 감정을 말한다. 빠른 진행과 간결한 문장으로 이어지고, 그 시대를 대표하는 수많은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이 나와 시대의 유행 등을 보여준다. 이 부분에서 일본 문화를 몰라 충분한 재미를 누리지 못한 듯하여 아쉽다. 이것은 다음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에서도 반복된다. 갑자기 찾아오는 사랑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어떻게 될까?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이야기는 일 년 전 재수하기 위해 도쿄로 올라온 하루로 돌아간다.

 

이렇게 시간이 한 번 과거로 돌아오지만 다음부터는 앞으로 나아간다. 나이를 먹고 대학을 중퇴하고 새로운 직장을 잡고 어린 나이에 인정을 받으면서 우쭐한다. 그 단계 하나하나가 하루라는 시간을 통해 표현되는데 참 재미있다. 흥미로운 점은 그 하루에서 일어난 일들이 다음 이야기에서 다른 이야기로 시작한다는 점이다. 첫 이야기에서 만나는 사랑이나 어머니들의 작당에 의해 만난 맞선자리의 야릇한 분위기도 다음 이야기에선 사라지고 없다. 시간 속에서 그 만남과 사랑은 한 순간이기 때문일까? 약간은 기대를 하였는데 작가는 냉정하게 무시한다. 덕분에 20대의 바뀐 주인공 모습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의사 이라부를 좋아한다. 누가 그를 싫어하겠는가?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작가의 과거 모습을 담고 있는 히사오도 마음에 든다. 그의 삶에서 나의 흔적을 발견해서 이기도 하지만 그를 통해서 시대의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허세 가득했던 재수생 시절과 점점 사회 현실보다 일과 돈을 쫓는 모습은 우리시대 직장인들의 모습이다. 각각의 단편에서 매력적인 조연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들은 다시 나오지 않는다. 이것도 우리 삶에서 어느 순간 만나고 헤어지는 수많은 인연을 생각하면 당연하다. 그가 늘 보여주었던 재미와 속도감이 이번에도 변함없다. 그리고 작가의 20대와 그 시대를 만나게 되어 더욱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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