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별 - 타임패트롤 시리즈 2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5
폴 앤더슨 지음, 이정인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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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패트롤 시리즈 두 번째 번역본이다. 전작이 타임패트롤에 대한 기초 지식과 작가의 세계관이나 시간에 대한 이해를 풀어내었다면 이번 작품은 좀더 많은 분량으로 세밀하게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번 책엔 단 두 편만 실려 있다. 1983년 작 <오딘의 비애>와 1991년 작 <바다의 별>이다. 하지만 변함없이 치밀한 고증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리고 낯선 북유럽 이름과 복잡한 신들의 존재는 더디게 읽히게 만들기도 한다. 쉽게 읽히지도 않는다.  

 

 

 이번 작품들은 책 속에서 “미래는 과거를 창조하고 있었죠.”(380쪽)라고 말했듯이 미래의 패트롤 대원들이 과거의 신들로 등장한다. 그들은 오딘과 니애르드로 나타나 과거의 시점에서 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것을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과거가 실재했던 것인지 아니면 미래의 영향력에 의해 바뀐 것인지 의문을 품게 한다. 이런 형이상학적인 질문과 전제조건은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더 강한 유대관계를 맺게 된다.  

 

 <오딘의 비애>는 테우링 부족을 중심으로 미래에서 온 칼 대원이 역사 속에 개입하는 이야기다. 칼은 자신이 맡은 시대의 관찰하고 변화가 있는지 알기 위해 4세기에 나타나지만 요리트와 사랑에 빠져 아들을 낳게 된다. 이 아들이 부족의 장으로 중심을 맡게 되고, 칼은 시대를 오가며 나타나서 ‘방랑자’로 불리면서 점점 신격화되어간다. 물론 이 시대의 신들은 현재의 신들처럼 전능하거나 불멸의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그 존재는 사람들에게 강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자신의 후손들이 죽는 순간이나 죽은 직후 나타나 죽음을 애도하고, 그 후손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게 함으로써 성장하도록 돕는다. 그렇지만 미래에서 역사를 알고 있는 그가 느끼는 아픔이나 슬픔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별들의 바다>도 대원 중 한 명이 여신으로 등장한다. 그녀가 여신의 지위를 얻게 되는 것은 첫 장면이 아니다. 거의 후반에 가서 그 지위를 얻게 된다. 그리고 그 시대를 평가하는데 기준이 되는 책은 타키투스의 저서 <역사>다. 과거의 유산인 <역사>를 바탕으로 패트롤 대원들이 중간에 개입하는데 이것을 읽다보면 책의 존재가 과거를 재규정한다는 역설을 만나게 된다. 이런 역설적인 전제는 앞에서 말했듯이 물리학적 시간 이론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이것도 또한 이 소설의 재미 중 하나다.  

 

 북유럽 신화와 전설과 역사에 놀라운 박식함과 애정을 보여주는데 덕분에 낯선 이름과 지명 등으로 상당히 곤혹스럽다. 나 자신이 이 지역이나 시대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관계로 더욱 힘들다. 하지만 작가의 세밀하고 현실감 있는 묘사 덕분에 숲과 다양한 부족들이 공존하던 시대를 조금은 더 이해하고 즐기게 된다. 이것은 시리즈 1권에서도 느낀 점이지만 대단하다. 그렇지만 속도감 있는 재미를 누리기엔 조금 버겁다. 이런 이유로 이 시리즈가 우리나라에서 대중성을 얻지 못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중에 북유럽의 신화나 전설이나 역사에 대한 지식을 좀더 얻은 후 한 번 더 읽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재미날 것 같다. 그리고 타임패트롤이 개입한 이유에 대해서도 더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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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자살 노트를 쓰는 살인자,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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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다. 역시다! 마이클 코넬리를 처음 만난 것은 다른 사람처럼 해리 보시 시리즈였다. 그 당시 상당히 두툼한 책이었는데 단숨에 읽게 만드는 매력을 보여주었다. <블랙 아이스>와 <블랙 에코> 이렇게 두 편은 이 작가를 기억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가끔 보는 신문 미국 베스트셀러 란에서 그의 이름이 나온 것을 보았고, 그의 작품에 대한 호평을 보았다. 그처럼 지금까지 나온 작품들이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한 작가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은 그를 더욱 기다리게 만들었다.  

 

 시인. 이 별명은 한 연쇄살인범을 FBI가 부르는 이름이다. 이 존재는 로키 마운틴 뉴스의 사회부 기자인 잭 매커보이가 자신의 쌍둥이 형 션의 죽음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처음 드러난다. 지역 형사들이 션의 죽음을 자살로 처리하고 지나갈 때 그 죽음의 원인을 알고자 한 잭에 의해 타살 가능성이 드러난다. 자살한 차의 유리창에 남은 이상한 문구가 에드가 앨런 포의 시 한 구절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생긴 의문은 다른 지역의 자살 경찰 데이트 베이스를 검색하면서 유사한 점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기사화하기 위해 돌아다니면서 FBI가 연쇄살인범의 존재를 깨닫게 된다.  

 

 신문기자인 잭이 연쇄살인범인 시인의 존재를 깨닫는 것에서 모든 것이 시작한다. 하지만 본격적인 수사의 진행은 FBI가 이끌어나간다. 이 소설의 구성에서 재미난 부분이다. 아마추어인 신문기자가 조사를 통해 연쇄살인의 가능성을 발견하지만 실제 연관성을 조사하고, 범인상을 만들고, 시인을 쫓는 것은 FBI가 한다. 그가 연쇄살인범의 단서를 발견하고, 이 단서를 통해 FBI가 개입한 그 순간 그는 탐정이 아닌 본연의 업무인 기자로 돌아간 것이다. 이때부터 소설은 FBI가 범인을 분석하고, 쫓는 과정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FBI와 범인의 거리는 점점 좁혀지고 긴장감은 더욱 높아진다.  

 

 소설에서 주목하게 만드는 등장인물은 둘이다. 하나는 연쇄살인범의 존재를 깨닫고, FBI와 함께 범인을 쫓는 잭이고, 다른 한 명은 글래든이다. 잭이 신문기자이면서 피해자의 가족으로 이성과 감성의 충돌을 표현한다면 글래든은 굴절된 욕망과 거침없는 살인으로 시선을 끈다. 잭이 FBI와 다니면서 현대 수사 기법을 보여주면서 범죄자를 실제 조사하고, 쫓고, 잡는 것은 결국 경찰임을 알려준다. 개인의 능력보다 우선하는 조직의 힘을 강하게 드러낸다. 반면에 글래든은 현대 법체계의 허점과 굴절된 욕망이 어떤 식으로 하나의 어둠을 형성하는지 보여준다. 동시에 미국에서 얼마나 많은 아동 성범죄가 범람하는지 알려준다.  

 

 스티븐 킹이 쓴 서문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그가 이 소설의 첫 문장을 감탄했다고 했는데 그 말에 동의한다. “나는 죽음 담당이다.” 이 문장부터 나는 몇 쪽을 그냥 빠져들었다. 이후 오랜만에 단숨에 읽었다. 적지 않은 분량에 최근 나의 집중력을 생각하면 놀라운 몰입이다. 소설 곳곳에 드러나는 작가의 이력은 사실성을 더욱 높여준다. 재미있고, 거침없는 살인에 놀라고, 마지막 여운에 다음을 기대한다.  

 

 이 작품이 나온 것은 1996년이다. 이후 수많은 스릴러 소설이 나왔다. 이 소설의 구성과 마지막 반전은 사실 다른 곳에서 본 것이다. 이 작품 이전인지 이후인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나에게 감점 요인이다. 만약 출간 후 바로 읽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의문은 있다. 아마 지금보다 더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나온 것이 어딘가! 반갑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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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시에인션 러브>를 리뷰해주세요.
이니시에이션 러브
이누이 구루미 지음, 서수지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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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과 미스터리의 완벽한 조화란 단어는 정말 그냥 넘어가기 힘들다. 특히 미스터리란 단어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나로 하여금 언제 사건이 발생하고, 그 미스터리가 풀릴까 생각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책 중반에 스즈키가 아팠을 때 드디어 사건이 발생하는구나! 하고 누가 범인일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험악한 사건은 이 소설에 등장하지 않는다. 마지막 몇 줄까지 전혀 미스터리를 느끼지 못하게 한다. 마지막 몇 줄에서 이 소설이 지닌 미스터리를 깨닫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소설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 문화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사실 그렇다고 해도 쉽게 미스터리를 단숨에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책 부록으로 실린 해설을 읽으면서도 몇몇은 고개를 끄덕이지만 몇몇은 작가의 복선이라곤 하지만 발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먼저다. 그래서인지 책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한 편의 청춘소설로 즐겁게 읽게 된다.  

 

 미스터리란 단어 때문인지 사이드B로 가면서 나의 기억과 조금 다른 장면들을 만나게 된다. 기본적으론 스즈키와 마유의 사랑 이야기인데 조금 엇나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 물론 이런 것도 모두 작가의 치밀한 연출에 의한 것이다. 띠지에 반드시 두 번 읽고 싶어지는 소설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도 해설을 보면서 장면들 하나하나가 복기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한 편에서 일본 미스터리의 저력을 느꼈다면 나의 과한 칭찬일까?   

 

 사이드A는 스즈키와 마유의 사랑이 시작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사이드 B는 두 사람이 떨어져 살면서 원거리 연애를 한다. 이 과정을 스즈키의 눈을 통해서 보여준다. 일차적인 트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사실 단숨에 이것을 간파하긴 어렵다. 사이드 A에서 스즈키와 마유의 사랑이 꽃피어나는 장면을 보면서 첫 사랑의 싱그러움을 느끼게 되고, 사이드 B에서 제목처럼 통과 의례 같은 사랑의 아픔을 느낀다. 미스터리가 없다고 하여도 충분히 재미있다. 감각적이고 빠른 전개로 나아가면서 사실적이고 노골적인 묘사로 당혹스럽게 하지만 스즈키의 감정이 그대로 전해지면서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약간은 통속적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연애소설이다. 하지만 그 속엔 작가의 치밀한 안배가 숨져진 미스터리소설이 있다. 흔히 일본 미스터리 소설 중 영화로 만들어지기 힘들 것으로 말하는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와 함께 이 소설도 올려놓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소설들은 그 나라의 문화를 알지 못하면 충분한 재미를 누리기 힘들다. 그렇지만 연애소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연애소설의 재미와 서술 트릭이 주는 마지막 반전이 좋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연애소설도 좋아하고 미스터리도 좋아하는 사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처음에 연애를 할 때는 누구나 그 사랑이 절대적이라 믿는다고. 절대라는 말은 쓴다고. 그렇지만 인간에게는-이 세상에는 절대란 건 없다고. 언젠가 알게 될 때가 올 거라고. 그것을 알게 되면 비로소 어른이라고 해도 좋다고. (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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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요리책>을 리뷰해주세요.
비밀의 요리책
엘르 뉴마크 지음, 홍현숙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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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가 자신의 이름이 루치아노라고 말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성도 없는 그는 사생아다. 장면은 바뀌어 바로 총독의 식탁에서 비루한 농부가 총독과 함께 식사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는 농부는 황홀감에 휩싸여 먹고 마신다. 그런데 갑자기 그가 죽는다. 이를 보고 총독은 죽은 자의 입을 벌려 불멸의 약을 흘려 넣는다. 시체는 변화가 없다. 총독은 신을 향해 불경한 손동작을 보여준다. 소설은 바로 이렇게 의문 가득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화자 루치아노는 소매치기에 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거리의 소년이다. 어느 날 그가 석류를 훔치다 만난 스승 페레로 주방장의 호의로 그의 제자가 된다. 소년이 바랐던 것은 그가 줄 것이라는 음식뿐이었다. 그런데 이 만남은 새로운 세계로 그를 인도하는 시발점이다. 하루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훔치고 도망 다니고 쓰레기통을 뒤져야 했던 그가 깨끗하고 풍족한 음식이 있는 세계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세계는 겉으로 드러난 화려함 뒤에 무시무시한 음모와 거대한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다. 이런 환경에 적응하면서 세상과 요리와 비밀을 배우면서 한 소년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한 편의 팩션이자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15세기 말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지저분하고 거칠고 미신으로 가득한 도시와 황홀하고 저절로 입맛을 다시게 만드는 요리는 잠시 그 시대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음식을 통해 사람을 조종하는 조리장의 멋진 솜씨에선 감탄을 자아내고,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사람들을 스스럼없이 죽이는 사람들을 통해 그 시대의 한 단면을 보게 된다. 미신과 욕망과 환상이 교차하는 그 시대에 한 소년과 주방장을 통해 이성의 햇불을 번쩍 들고 나타나 현대까지도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을 흔들고자 한다. 이 놀랍고 당혹스러운 주장은 기존의 기독교 팩션과는 다른 분위기와 접근방식으로 조금씩 흘러나온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수호자들의 이런 주장이 이 소설의 중요한 핵심이 아니란 점이다.  

 

 신세계와 새로운 음식 재료나 허브들이 등장한다. 변화의 시기다 보니 현재 우리가 당연하게 먹는 것들이 그들에게 악마의 음식처럼 보인다. 이런 것들은 변화와 도전을 싫어하고 아직 경험하지도 적응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페레로 주방장이 자신의 온갖 기술을 동원해 총독이나 다른 위정자들의 음모를 깨트리는 것이 마법처럼 느껴지는 것도 바로 무지와 미신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 소설에서 가장 나를 매혹하는 장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총독의 식탁에서 펼쳐지는 만찬 장면일 것이다. 한때 즐겨보았던 일본 요리만화의 과장된 표현이나 미사여구를 생각나게 하고, 음식이 훌륭한 외교 수단이 되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눈앞에 펼쳐진 듯한 묘사가 나 자신도 모르게 입맛을 다시게 한다. 고대의 지식과 비밀을 요리사들이 수호자가 되어 전달한다는 설정과 더불어 나를 가장 매혹시킨다.  

 

 이야기의 구성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한 소년의 성장이자 모험이고, 15세기 말 베네치아의 정치와 역사의 한 장면을 구성하여 펼쳐 보여준다. 그 속에 살짝 녹여낸 이성의 힘은 그 시대의 욕망이 빚어낸 환상과 전설이 뒤섞어 멋진 긴장감을 연출한다. 소년 루치아노가 늙은 후 회상하는 형식으로 전개되는데 나이가 든 후 과거의 나를 돌아보면 미숙하고 실수로 가득했음을 깨닫게 된다. 그 순간 자신을 사로잡았던 열정과 감정들은 현재의 나를 만드는 밑거름이지만 그때는 결코 깨닫지 못한다. 그리고 책을 읽기 전 무심코 본 표지가 지금은 색다른 해석으로 다가온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음식의 중요성과 역사의 비밀을 전달하고 유지하는 존재를 요리사로 설정한 점이 재미있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팩션을 좋아하고 음식을 즐기는 사람 모두.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긴장이 풀린 때문이지. 루치아노, 내가 말했듯이 마법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 기술이란다. 의원들은 사자 고기를 먹으며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떠올린 거지. 베네치아에서 자신들이 두려워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말이다...."(5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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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나라, 인간의 땅 - 고진하의 우파니샤드 기행
고진하 글.사진 / 비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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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잠시 생각해본다. 신들의 나라, 인간의 땅. 어떻게 봐야 할까? 책을 읽으면서 수많은 신들을 보았고, 그 신들과 함께 사는 무수한 사람들을 만났다. 인도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먼저 떠오르는 상념들을 옆으로 잠시 치우고, 저자가 보여주려고 한 인도에 집중했다. 다행스럽게도 나의 무지함이 순간적으로 빛을 발했다. 몇몇 아는 것도 나왔지만 대부분 낯선 장면과 풍경과 지식들이었다. 그 거대한 사유의 흐름 속에서 예전에 가지고 있던 단편을 잠시 되새기고, 생각한다.  

 

 고진하의 우파니샤드 기행이란 작은 제목이 밑에 있다. 이 책은 일반 여행서적이나 기행문과 다르다. 목사인 저자가 우파니샤드란 책과 함께 인도를 여행하고, 사색하고, 깨닫고, 보고, 느낀 점을 기록한 것이다. 단순히 풍경이나 이색적인 것들을 보여주었다면 쉽게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도란 거대한 철학의 공간에서 그가 보고 느낀 수많은 것들을 우파니샤드란 경전을 통해 사유하고, 깨달으면서 풀어내고 있다. 가끔은 잊고 있거나 새로운 사유들이 불쑥 불쑥 튀어나온다.   

 

 사실 목사란 사전지식을 가지지 않고 보았다면 인도 전문가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만큼 이 책은 기독교의 색채를 많이 지우고, 우파니샤드 경전으로 통해 인도를 들여다본다. 물론 가끔 그의 직업이나 신앙이 드러나긴 한다.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이나 시선 속에선 신과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이 더 우선된다. 그래서인지 부담 없이 읽히면서 나 자신도 모르게 사색에 잠긴다. 덕분에 읽는 속도는 더디게 나간다. 다른 여행서적이라면 두 시간이면 될 책이 그 곱절 이상 걸렸다.  

 

 모두 열두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각 장마다 하나의 사유가 담겨 있다. 그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점점 속도에 빠져들고, 조그마한 일에 짜증을 내고, 조금 더! 를 외치며 욕심을 내고, 자신이 주는 스트레스에 압박을 받는 자신을 발견한다. 뭐 이런 사유를 하게 만드는 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낯선 인도와 우파니샤드란 경전을 통해 들여다본 것은 처음이다. 저자가 몇 번이나 읽었지만 그 의미를 몰랐던 것을 발로 순례처럼 다니면서 그 고갱이를 온몸으로 만나고자 했다는 말뜻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책 곳곳에서 예전에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도가나 불가의 사유와 유사한 곳을 발견하면 세계를 보는 현인들의 깨달음에 감탄을 한다. 단순히 우화나 이야기로 재미있게 읽거나 보았던 것을 저자의 새로운 시선으로 만나게 되면 반갑고 흥미롭고 생각에 잠긴다. 신과 자신을 다르게 놓고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라고 외치는 장면과 ‘자비보다는 차라리 무심이 낫다’란 표현에선 나와 너의 경계와 사이와 구분을 짓던 나를 반성한다. 저자가 수없이 우파니샤드를 읽고 인도를 발로 다니면서 보고 느끼고 경험하면서 이해했던 것을 한 번의 독서로 다 이해하지는 못한다. 했다고 말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우파니샤드나 인도를 조금은 더 알게 하는 발을 내딛은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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