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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자네는 특별봉사대의 아인슈타인이야.”(272쪽) 이 문장을 읽는 순간 판탈레온 판토하 대위의 노력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알게 된다. 상사들의 말도 되지 않는 요구를 완벽하게 수행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수많은 병사들의 욕구를 충족시킨 그의 노력에 대해 이 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가 만들어낸 특별봉사대는 너무나도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까지 나아간 것이다. 그럼 그 놀라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판토하 대위는 바른 생활맨이다. 중위에서 대위로 승진한 날 그의 상사는 새로운 명령을 내린다. 그것은 밀림 속으로 들어간 병사들이 수많은 겁탈과 강간으로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마을의 촌장이나 면장들이 이것을 군 상층부에 말한 것은 당연하다. 지역 주민들과 충돌이 있으니 군의 본래 목적이 무색하다. 고민을 하다 젊은 군인들의 성욕을 해소할 부대를 창설할 계획을 세운다. 당연히 이 부대는 공식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매춘이 불법이고, 군이 이것을 운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판토하 대위가 선택된 것은 그의 업무 성적과 바른 생활 때문이다. 그의 아내와 어머니는 승진과 더불어 좋은 곳으로 갈 것을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간 곳은 이키토스란 마을이고, 그곳에서 그들은 군인 가족임을 나타낼 수 없다. 당연히 상대적으로 시설이 좋은 군인시설도 이용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판토하는 비밀업무란 것으로 무마한다. 그리고 밤의 세계를 모르는 판토하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길 원한다. 이전에 술도 마시지 않았고, 여자도 사겨보지 못한 그가 이제 매춘의 세계에 발을 디딘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군인인 그는 위에서 내려온 일을 완벽하게 수행한다. 일선 부대에 전문을 보내 필요한 성 회수와 시간 등의 자료를 수집하고, 이것을 토대로 필요한 봉사대원의 수와 회수를 추정한다. 여기에 피 끓는 젊은이들의 욕망과 거짓이 숫자로 표시된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시범적으로 운용한다. 대성공이다. 봉사대원들을 조금씩 늘리지만 군인들의 거대한 욕망을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다섯 명에서 시작하여 오십 명에 이르게 되지만 부족하기만 하다. 거기에 이 놀라운 시스템을 부러워한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일반병과 상사 이하만 대상인 것에 불만인 상사 이상 계급과 지역 주민들이 등장한 것이다.
특별봉사대가 이야기의 중심이라면 프란시스코 형제는 미신과 광기와 열정에 휩싸인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것을 흉내낸 그의 모습을 성인의 모습으로 추앙하고 경배한다. 이 형제들 집단은 밀림 속에서 자라 도시로 옮겨가고, 원래의 목적을 벗어나 광기 속에 동물을 못 박든 것을 인간까지 확대하기 시작한다. 그러니 경찰이 잡으려고 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쉽게 잡히지 않는다. 이 형제단이 이키토스와 밀림 곳곳에 자리 잡고, 은연중에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 이 이야기는 큰 줄기에 붙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판토하 대위가 조직한 수국초특(수비대와 국경 및 인근 초소를 위한 특별봉사대)은 처음 목적한 것 완전히 달성한다. 그런데 이 목적 달성 과정에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긴다. 판토하 대위의 이름을 본따 판타랜드란 이름으로 불리는 것과 수많은 매춘여성들이 참여하려는 곳으로 변한 것이다. 초기에 많지 않은 여성을 거느린 곳이 이제 환상을 키우고, 안정된 직장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유명한 방송국 MC는 뇌물을 요구하고, 강간 등의 피해가 사라지자 이제는 옛날 문제는 잊고 매춘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거기에 이 봉사대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질투와 부러움까지 나타난다. 웃기지만 씁쓸한 전개다.
작가는 이 과정을 기존의 소설 문법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대화와 대화 속에 움직임을 넣고, 다른 이야기와 상황들이 펼쳐진다. 하나의 사건을 신문 기사로 길게 보여주고, 정보를 라디오 방송을 통해 알려준다. 딱딱한 군 문서로 어떻게 판타랜드가 만들어졌는지 알게 되고, 그 운용이 이루어지는지 알 수 있다. 처음에 읽으면서 난감하고 어리둥절했는데 이런 전개와 구성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적응을 하게 되면 바른 생활맨 판토하 대위가 업무를 달성하기 위해 집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와 그의 탈선과 완고함이 만들어내는 재미에 빠지게 된다.
책 소개를 보고 우리의 아픈 과거인 위안부를 먼저 생각했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이야기임을 알게 되었다. 다행이다. 독특한 구성과 신랄한 풍자와 다양한 인물이 만드는 넘치는 유머와 익살은 재미있다. 그의 의도가 곳곳에서 웃음과 더불어 드러난다. 하지만 악의적으로 이 소설을 이용할 경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 점은 분명하게 기억하고 명시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