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메뉴판 - 레시피의 비밀을 담은 서울 레스토랑 가이드
김필송.김한송 지음 / 시공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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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탐방을 요즘은 잘 하지 않는다. 맛집이라고 매체나 블로그에 나온 집 중에 실제로 괜찮은 집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방송작가의 말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나온 집 중에 많은 집들이 돈을 주고 홍보용으로 촬영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예전부터 다니던 식당 근처에 가면 방송 출연하지 않은 집이 오히려 희귀할 정도다. 얼마나 많으면 사람들이 방송 출연하지 않은 집이 맛있다는 말까지 하겠는가. 그렇지만 맛집에 대한 관심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좀더 정확한 정보가 필요해진 것이다. 이런 점을 생각할 때 ‘레시피의 비밀을 담은 서울 레스토랑 가이드’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이 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모두 다섯 음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양식, 한식, 일식, 중식, 디저트 등이다. 한식을 제외한 다른 메뉴들은 사실 좋아하는 음식들이 아니거나 나의 예산 범위를 초과한 곳이 많다. 이중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은 일식 메뉴 중 우동이나 돈가스 종류고, 중식의 자장면이나 볶음밥 종류다. 이런 메뉴는 늘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자주 먹는 것이다. 하지만 맛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어떨까? 누구나 맛있다는 집을 찾기는 사실 쉽지 않다. 주로 움직이는 동선 상에 한 중국집이 있기에 블로그를 찾아보니 그곳을 찾은 블로거 대부분이 책 속 음식 외 다른 메뉴를 더 추천하고 있었다. 맛이란 것이 주관적임을 보여주는 일례가 아닐까 생각한다.

가장 많은 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한식이다. 갈치조림에서 시작하여 설렁탕으로 끝나는데 실제 가본 집도 몇 곳 있다. 즐겨가는 식당도 있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전 과연 내가 가본 곳 중 몇 곳이나 나올까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몇 곳 없었다. 뭐 이것은 음식에 대한 취향과 주로 활동하는 무대가 달라서 그럴 수도 있다. 이전부터 그 유명한 이름을 들었지만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혹은 홀로 가기가 그래서 가지 않은 곳도 있다. 하지만 압도적인 곳이 역시 낯설다. 이 낯설음이 기분 좋았다. 가보지 못한 맛집이 이렇게 많다니 하고 말이다. 자주 가는 곳이 나왔을 때는 반가웠다. 나의 입맛이 잘못된 것은 아니구나 하고. 

궁극의 메뉴판이라고 하지만 과장된 표현이다. 일본만화에서 궁극과 최고가 서로 우열을 다투지만 그 결과를 보면 누가 낫다고 말하기 힘들다. 이런 표현을 문제 삼기 시작하면 기운이 빠지니 이 책에 나오는 맛집들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개인적으로 맛집 소개가 아니라 잘 정리된 메뉴와 각 메뉴별 식당과 간략한 레시피가 아닐까 생각한다. 식당 정보도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정보가 최근 것이라고 하는데 실제 예약을 하려고 하면 다르다. 연중 무휴라기에 예약 전화를 하면 일요일은 쉰다고 하고, 밑에 나온 가격 중 부정확 곳이 곳곳에 보인다. 저렴한 가격에 가볍게 먹으려는 사람에게 거부감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맛있나 하고 찾아가는 사람에게는 다르겠지만.

맛집에 대한 정보지이다 보니 조금 건조한 느낌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정보를 원하는 사람에게 이런 구성은 오히려 편할 수도 있다. 만약 외식을 하려고 하는데 오늘은 어디가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하나의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정말 선택한 곳이 맛있는지 확신을 가지려면 좀더 노력해야 한다. 블로그나 인터넷 정보를 더 찾아서 실제 다녀온 사람의 경험담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도 개인의 음식에 대한 취향은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내 핸드폰에는 이 책에 나오는 몇 집 정보가 저장되어 있고, 수시로 찾아본다. 아직 맛집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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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지음, 김이선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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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역자의 말처럼 어려운 문장은 없다. 하지만 번역 탓인지 아니면 깊게 몰입을 못한 탓인지 왠지 모르게 이야기 속으로 깊게 빨려 들어가지 못했다. 마지막 <코네티컷>의 앞부분을 읽을 때는 정말 감탄했다. 너무나도 분명하고 정확한 문장 때문이다. 이것을 보면 아마도 나의 집중력에 조금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의 몇 편은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그것은 <아술>,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외출>, <머킨>, <코네티컷> 등이다.

<아술>은 책날개의 작가 소개에 <아줄>로 나와 있다. 어느 것이 더 정확한 발음인지는 모르겠다. 하나로 일치되어야 할 것 같다. 이 소설이 흥미로웠던 것은 아술보다 주변 사람 특히 화자 때문이다. 그가 보여준 미묘한 감정들이 잘 표현되었고, 예상하지 못한 결말로 이어지면서 여운을 남겼다. 하지만 마지막 문장은 무슨 의미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해력 부족인지 아니면 다른 의미가 있는지 말이다. 아쉽게도 여기서 여운은 더 자라지 못했다.

표제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한 여대생의 감정과 이성의 충돌이 잘 표현되었다. 쌓아온 관계와 이성이 시간 흐른 뒤 흐려지고, 옛 감정이 추억과 만나게 되면서 만들어내는 환상이 일품이다. 현실의 높은 벽은 결코 감정만으로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없다. 그녀의 선택이 다시 현실임을 보여줄 때 공감한다. 추억이란 감정은 추억일 때 아쉬울 때 아름다운 것임을. <외출>은 아마시라는 낯선 공동체의 아이들과 만난 한 소년의 추억담이다. 이 추억에 나오는 과거는 우리가 자신의 틀이나 게임 속에 들어오지 않은 사람들을 얼마나 무시하고 왜곡하는지 보여준다. 자본과 집단이란 괴물이 헛소문과 연결하여 어떤 반향을 일으키는지 보여줄 때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머킨>은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머킨은 공공장소에서 레즈비언의 남자친구 역할을 하는 남자를 말한다. 이 소설 속 화자 바로 그런 남자다. 이 남자의 외형 상 여자 친구는 그보다 열여섯이나 나이가 많다. 하지만 아버지 때문에 남자친구가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이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 흐름과 벙어리 호세의 낭송시의 의미가 묘하게 연결된다. 이 미묘함이 살짝 긴장과 기대를 품게 만들면서 여운을 남긴다. <코네티컷>은 개인적으로 앞부분의 문장이 너무 명확했다. 읽을 당시 집중력이 좋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고 유쾌하지 않다. 사랑하는 엄마가 다른 남자의 아내와 사랑하는 관계라는 사실을 십대에 아는 순간 말이다. 혼자 이런 비밀을 알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어려움이었을지 느낄 수 있다.

다른 작품들도 나쁘지 않다. <구멍>은 조금은 섬뜩하고, 그 사건의 진실이 모호하게 다가왔다. <코요테>는 재능이 한 작품으로 바닥난 다큐멘터리 감독인 아버지의 몰락이 너무 가슴 아프다. 왜 그는 한 작품에 집중하지 못했을까 하고. <강가의 개>는 형에 대한 추억이 감정과 뒤섞이면서 한 소년의 성장을 보게 되지만 조금은 낯설다. <폭풍>은 한 가족의 조그마한 균열과 누나의 삶이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피부>는 너무 짧은 분량이라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이렇게 모두 열 편의 단편이 나오는데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현재가 아닌 과거를 다루고, 추억 속으로 독자를 끌고 간다는 것이다. 그 추억이 결코 모두 즐겁고 유쾌하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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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람다 2011-05-24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스런 서평 잘 읽었습니다.
 
<보이지 않는>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보이지 않는
폴 오스터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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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폴 오스터의 소설을 읽었다. 한때 그의 소설을 열심히 읽은 적이 있다. 양장으로 재간된 책들을 열심히 읽었는데 몇 권은 취향에 맞지 않고,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보통 같으면 큰 기대를 가지지 않을 텐데 폴 오스터는 다르다. 그의 신간이 나왔다고 하면 괜히 위시리스트에 올려놓고 살까 말까 고민한다. 즉시 사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결국 산다. 역자도 말했듯이 그의 작품은 기승전결이 없는 경우가 많다. 있다고 해도 불친절하다. 그래서 가끔은 재미있게 읽었지만 뭔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 작품도 그런 작품 중 하나다.

1967년 봄에 이야기는 시작한다. 뉴욕 컬럼비아 대학 문학도인 애덤 워커는 한 파티에서 기이한 남자를 만난다. 그의 이름은 루돌프 보른이다. 보른이란 이름은 단테의 <신곡> 지옥 편에 나오는 베르트랑 드 보른과 같다. 짧게 베르트랑 드 보른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책을 끝까지 읽은 지금 처음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루돌프와 그의 연관성을 찾으려고 노력중이다. 옛날의 보른은 헨리 왕자를 사주해 부왕 헨리2세에게 반란을 일으키게 한 적이 있다. 부자 사이를 이간질한 것이다. 사주와 이간질이란 두 행위를 놓고 보면 분명 뒤에 나올 워커의 삶과 연결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어느 순간은 너무 무리한 연결이 아닐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분명한 결말을 가진 소설은 아니다. 어쩌면 있는데 나의 능력 부족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워커가 보른을 만나고 그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것까지는 무난한 삶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한 흑인 소년 강도와의 만남이 모든 것을 변하게 만들었다. 이 이야기기 끝날 때만 해도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결국 예상한대로 다음 장에서는 시간대가 현재로 바뀌고 다른 화자가 등장하여 워커의 이야기를 분석하고 정리한다. 새로운 화자는 워커의 동기이고 현재 유명한 작가다. 근 40년 만에 온 친구의 편지가 그에게 새로운 관심과 일거리를 던져준 것이다.

봄 이야기가 보른과의 관계를 통해 그가 어떻게 변하게 되었는지 보여준다면 여름 이야기는 환상인지 현실이었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 보른 때문에 활력을 잃은 그가 취한 삶의 방식과 보른의 동거녀 마고를 통해 고취된 성욕은 다른 배출구를 찾는다. 그것은 과거와 가족이다. 특히 죽은 동생에 대한 추억과 기억은 그의 누나와 연결되면서 전혀 다른 쪽으로 이야기가 풀려간다. 그가 영화관에서 본 카를 드레위에르 감독의 1955년 영화 <말씀>의 마지막 장면은 보른과 죽은 동생에서 비롯한 아픔과 상처를 씻어내는데 큰 도움을 준다. 다른 관객들은 웃음을 터트렸지만 그 기적이 그의 바람을 가장 잘 나타내준 것은 분명하다. 

여름의 장에 들어가면서 워커의 그 시절 이후 삶에 대한 간략한 정보들이 나온다. 이 정보들은 다시 과거의 시간 속으로 우리를 데리고 가기 위한 준비 작업이다. 그의 삶은 1957년에 모두 집중되었고, 거기서 모든 변화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가을의 기록을 제대로 남기지 못한다. 암에 걸렸고, 그가 남긴 여름의 장이 너무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화자가 그를 찾아갔을 때는 이미 죽었다. 그의 이야기는 미완성으로 끝나고 만다. 바로 이 때문에 하나의 서사 구조를 가지고 이어지던 이야기 끊어진다. 그리고 그의 기록과 당사자의 기억은 차이가 있다. 그럼 단순한 환상인지 아니면 관계자의 잊고 싶은 기억인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작가가 미완의 이야기를 완성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작가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넘어가 여운을 남기면서 마무리한다. 이 낯선 구조가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의문을 품게 한다. 이 때문에 재미있게 읽지만 전체를 하나로 이으려는 노력이 쉽지 않다. 그가 지닌 매력을 온전하게 누리지 못한다. 아쉽다. 하지만 머릿속은 멈추지 않고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계속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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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에브리원
다이애나 피터프로인드 지음, 이소은 옮김 / 비채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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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유쾌하다. 전형적인 할리우드 방식의 소설이다. 실직과 성공이라는 두 소재를 잘 버무려 내놓았다. 광고 문구의 설명을 참고한다면 어떤 내용일지 짐작 갈 것이다. 나쁘게도 볼 수 있지만 유쾌하고 즐겁게 읽었다. 그것은 바로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등장시키고, 재미난 상황을 계속 집어넣고, 가벼운 유머를 지속적으로 쏟아내었기 때문이다. 조금 무거운 책을 읽고 난 후라 이런 가볍고 유쾌하고 낭만적인 소설이 더 끌리는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베키 풀러는 TV 뉴스 프로듀서다. 뉴스에 대한 그녀의 열정은 정말 대단하다. 아침 뉴스 프로듀스인데 집에서 가장 많이 눈에 들어오는 것은 3대의 텔레비전이다. 기상시간은 오전 1시 30분이고, 남자를 만나 저녁 먹는 시간은 4시 반 정도다. 손에서 블랙베리를 놓지 않고, 남자를 만나고 사랑을 나눌 때도 뉴스를 생각한다. 보통의 남자라면 그녀의 생활 리듬을 전혀 맞출 수 없다. 이런 상황이니 그녀의 연애가 잘 될 리 없다. 하지만 늘 이런 실패와 황폐한 듯한 삶만 있다면 이야기 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실직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다가오면서 이야기는 흥미진진해진다.

그녀는 분명 능력 있다. 책임 프로듀스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상사를 만나러 갔지만 되돌아온 것은 해고 통지다. 그 이유는 그녀의 학벌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녀의 학력은 잘 모르는 대학의 3학년 중퇴다. 실무자와 달리 위에서 볼 때 그녀의 이런 조건은 많은 결격 사유가 된다. 실무자들의 예상과 달리 그녀는 쫓겨나고 힘든 취업전선에 뛰어들게 된다. 그런데 요즘 같은 불황기에 좋은 학력도 탁월한 경력도 없는 그녀를 뽑아줄 방송사가 없다. 힘든 백수 생활 중에 한 공중파 방송국에서 연락이 온다. IBS다. 반 세기의 역사를 자랑하는 <데이브레이크>란 아침 뉴스 책임 프로듀스 자리다. 비록 연봉은 이전 직장의 반 정도일 뿐이지만.

추락하는 아침 뉴스를 되살리라는 임무가 쉬울 리가 없다. 그녀가 아무리 실무에 뛰어나고 뉴스만 생각한다고 해도 말이다. 시청률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방송국의 풍족한 예산 지원도 없다. 시설은 낙후되어 있고, 기존 앵커는 열정이 없다. 첫 방송을 보고 그녀가 처음 선택한 것이 바로 남자 앵커를 자른 것일 정도다. 후임을 정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그런데 IBS 목록 중에 한 명이 눈에 들어온다. 그녀의 우상인 포머로이다. 엄청난 경력을 지닌 그이지만 결코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다. 정통파 뉴스 앵커인 그가 시청률도 별로고 일상의 소소하고 자질구레한 정보를 전하는 아침 뉴스에 열정을 가지고 진행하길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이 소설이 지닌 재미의 한 축은 바로 이 둘의 티격태격하는 부분에서 생긴다.

포머로이가 남자 앵커로서 갈등의 시발점이라면 여성 앵커 칼린은 도도한 자세를 버리고 변화를 시도하려고 노력하는 앵커다. 사실 그녀의 재미 비중은 그렇게 높지 않다. 아마 다이앤 키튼이 영화에서 이 역을 맡지 않았다면 강하게 부각되지 않았을 것이다. 탁월한 미모를 지닌 여자 앵커에 놀랄 정도의 변신을 한다고 하지만 이 변화가 생존을 위한 하나의 방편인지 아니면 그녀의 바람이 녹여져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포머로이 역을 맡은 배우가 해리슨 포드란 사실도 역시 소설을 읽으면서 배우 이미지를 상당히 많이 빌려왔다. 머릿속에 남아 있는 그의 연기 모습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이 부분은 사실 영화를 보기 전이지만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영화를 봤다면 다르겠지만. 

폐지 위기에 이른 프로그램을 살려내고, 앵커들의 갈등을 해결하고, 좋아하는 남자와의 사랑도 이어가야 하는 상황들을 잘 녹여내었다. 실직의 아픔을 알기에, 자신의 경력을 더 높여야 하기에, 그보다 뉴스를 너무나도 좋아하기에 그녀는 <데이브레이크>라는 프로그램을 살려야 한다. 색다른 시도로 시청률을 소폭 상승시키지만 원하는 수치에 도달하기 쉽지 않다. 재미난 장면으로 유투브에서 인기를 얻지만 그것이 시청률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 단순한 연결 속에 사실 수많은 인터넷 업체들의 운명이 그대로 담겨 있다. 인기와 수익이라는 두 단어 말이다. 뭐 작가가 이런 상관성을 깊이 파고 들어가서 무거운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단지 읽으면서 생각난 대목이라 적었다. 그리고 할리우드 방식의 방점을 찍은 것은 역시 마지막 장면들이다. 통쾌하지만 현실에서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혹시 다음 이야기도 나온다면 읽고 싶다. 그들의 변한 삶 속에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더 보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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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틀리
알렉스 플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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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뉴욕판 미녀와 야수다.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한 잔인한 2년이란 부제가 보인다. 이 소설은 기존의 미녀와 야수에 시간제한까지 더해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그리고 작가가 말했듯이 왜 야수가 되었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그런데 왠지 그 설명이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왜냐고? 그것은 그의 장난이 특별히 유별난 것도 아니고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것들이라 너무 익숙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카일의 행동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로 치면 고등학교 1학년에게 이런 가혹한 시련을 줄 정도인가 의문이 들 뿐이다.

잘 읽힌다. 한 번 잡고 읽으면 가속도가 붙어 단숨에 읽게 된다. 단순한 이야기 구조에 뻔한 결말이 고민을 들어내기 때문이다. 깊은 생각도 고민도 없이 읽을 수 있지만 한 가지는 가슴에 와 닿는다. 그것은 미녀와 야수의 다양한 버전들이다. <노트르담의 꼽추>, <오페라의 유령>, <프랑켄슈타인>, <투명인간>,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등이 바로 그 작품이다. 이들 모두 추악한 외모 때문에 발생한 이야기를 다룬다. <프랑켄슈타인>의 경우는 조금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역시 그 시대의 괴물임을 생각하면 공통점이 보인다. 그런데 이 중에서 내가 직접 읽은 책이 <투명인간>을 제외하면 한 권도 없다. 음~ 그 유명도에 비해 손이 가지 않았다. 언젠가 읽게 되면 <비스틀리>를 연상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유명한 TV앵커인 아버지에 뛰어난 외모를 지닌 카일이 마녀의 저주를 받는다. 그 이유는 그가 외모와 자신의 배경만 믿고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혔기 때문이다. 위에서 마녀의 저주를 받을 정도인가 의문을 품었던 것은 이런 학생들이 너무 많기에 그에게만 저주가 내려진 것이 정당한가하는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은 소설이다. 이 저주의 재미난 점은 기존의 미녀와 야수 이야기와 달리 시간제한이 있다. 2년 안에 진실한 사랑을 하고 키스를 하지 못하면 영원히 야수의 모습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버전과 달리 이런 설정은 뻔한 결말과 함께 긴장감을 고조시켜준다. 그리고 시간 때문에 그가 받는 고통과 두려움이 진실한 사랑과 결합하여 흥미를 불러온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가장 많이 떠오른 것은 이전에 드라마로 만들어진 <미녀와 야수>다. 마지막은 기억나지 않지만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야수가 일 년에 단 한 번 편안하게 사랑하는 여자와 밖을 돌아다니는 날이다. 이 소설 속에서도 그대로 사용했는데 바로 할로윈이다. 단지 이 소설에서는 홀로 돌아다녔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시간제한이 있으니 사랑하는 그녀와 함께 돌아다니는 것이 불가능하다. 또 다른 버전과 달리 그의 성은 브룩클린 맨션이다. 드라마와 달리 그는 밤에 거리의 안전을 위해,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돌아다니지 않는다. 자신이 지닌 외모 때문에 숨어살면서 장미만 키울 뿐이다. 드라마가 보여준 야수의 활약이 이 소설에서는 보이지 않아 조금은 아쉬웠다.

야수가 장미를 키우고, 자신의 성곽에 머문다는 설정과 함께 흥미로웠던 것은 채팅 장면이다. 채팅에 참여한 존재(?)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인어공주, 개구리, 회색곰 이야기를 가상공간 속에서 펼쳐내는데 상당히 흥미롭다. 그 속에 살짝 야수를 집어넣은 것은 기발한 착상이기도 하다. 이런 장면과 구성이 약간은 진부할 수 있는 현대 뉴욕판 미녀와 야수를 조금은 신선하게 만든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영화 포스터에 나온 남녀가 전혀 고등학생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책 읽기 전 먼저 영화 예고편과 포스터를 본 탓에 그 이미지가 소설 속에 굳어졌다. 동시에 야수로 변한 후 이야기가 약간은 긴장감이 부족한데 영화는 어떤 식으로 풀어내었을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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