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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에브리원
다이애나 피터프로인드 지음, 이소은 옮김 / 비채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유쾌하다. 전형적인 할리우드 방식의 소설이다. 실직과 성공이라는 두 소재를 잘 버무려 내놓았다. 광고 문구의 설명을 참고한다면 어떤 내용일지 짐작 갈 것이다. 나쁘게도 볼 수 있지만 유쾌하고 즐겁게 읽었다. 그것은 바로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등장시키고, 재미난 상황을 계속 집어넣고, 가벼운 유머를 지속적으로 쏟아내었기 때문이다. 조금 무거운 책을 읽고 난 후라 이런 가볍고 유쾌하고 낭만적인 소설이 더 끌리는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베키 풀러는 TV 뉴스 프로듀서다. 뉴스에 대한 그녀의 열정은 정말 대단하다. 아침 뉴스 프로듀스인데 집에서 가장 많이 눈에 들어오는 것은 3대의 텔레비전이다. 기상시간은 오전 1시 30분이고, 남자를 만나 저녁 먹는 시간은 4시 반 정도다. 손에서 블랙베리를 놓지 않고, 남자를 만나고 사랑을 나눌 때도 뉴스를 생각한다. 보통의 남자라면 그녀의 생활 리듬을 전혀 맞출 수 없다. 이런 상황이니 그녀의 연애가 잘 될 리 없다. 하지만 늘 이런 실패와 황폐한 듯한 삶만 있다면 이야기 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실직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다가오면서 이야기는 흥미진진해진다.
그녀는 분명 능력 있다. 책임 프로듀스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상사를 만나러 갔지만 되돌아온 것은 해고 통지다. 그 이유는 그녀의 학벌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녀의 학력은 잘 모르는 대학의 3학년 중퇴다. 실무자와 달리 위에서 볼 때 그녀의 이런 조건은 많은 결격 사유가 된다. 실무자들의 예상과 달리 그녀는 쫓겨나고 힘든 취업전선에 뛰어들게 된다. 그런데 요즘 같은 불황기에 좋은 학력도 탁월한 경력도 없는 그녀를 뽑아줄 방송사가 없다. 힘든 백수 생활 중에 한 공중파 방송국에서 연락이 온다. IBS다. 반 세기의 역사를 자랑하는 <데이브레이크>란 아침 뉴스 책임 프로듀스 자리다. 비록 연봉은 이전 직장의 반 정도일 뿐이지만.
추락하는 아침 뉴스를 되살리라는 임무가 쉬울 리가 없다. 그녀가 아무리 실무에 뛰어나고 뉴스만 생각한다고 해도 말이다. 시청률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방송국의 풍족한 예산 지원도 없다. 시설은 낙후되어 있고, 기존 앵커는 열정이 없다. 첫 방송을 보고 그녀가 처음 선택한 것이 바로 남자 앵커를 자른 것일 정도다. 후임을 정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그런데 IBS 목록 중에 한 명이 눈에 들어온다. 그녀의 우상인 포머로이다. 엄청난 경력을 지닌 그이지만 결코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다. 정통파 뉴스 앵커인 그가 시청률도 별로고 일상의 소소하고 자질구레한 정보를 전하는 아침 뉴스에 열정을 가지고 진행하길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이 소설이 지닌 재미의 한 축은 바로 이 둘의 티격태격하는 부분에서 생긴다.
포머로이가 남자 앵커로서 갈등의 시발점이라면 여성 앵커 칼린은 도도한 자세를 버리고 변화를 시도하려고 노력하는 앵커다. 사실 그녀의 재미 비중은 그렇게 높지 않다. 아마 다이앤 키튼이 영화에서 이 역을 맡지 않았다면 강하게 부각되지 않았을 것이다. 탁월한 미모를 지닌 여자 앵커에 놀랄 정도의 변신을 한다고 하지만 이 변화가 생존을 위한 하나의 방편인지 아니면 그녀의 바람이 녹여져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포머로이 역을 맡은 배우가 해리슨 포드란 사실도 역시 소설을 읽으면서 배우 이미지를 상당히 많이 빌려왔다. 머릿속에 남아 있는 그의 연기 모습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이 부분은 사실 영화를 보기 전이지만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영화를 봤다면 다르겠지만.
폐지 위기에 이른 프로그램을 살려내고, 앵커들의 갈등을 해결하고, 좋아하는 남자와의 사랑도 이어가야 하는 상황들을 잘 녹여내었다. 실직의 아픔을 알기에, 자신의 경력을 더 높여야 하기에, 그보다 뉴스를 너무나도 좋아하기에 그녀는 <데이브레이크>라는 프로그램을 살려야 한다. 색다른 시도로 시청률을 소폭 상승시키지만 원하는 수치에 도달하기 쉽지 않다. 재미난 장면으로 유투브에서 인기를 얻지만 그것이 시청률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 단순한 연결 속에 사실 수많은 인터넷 업체들의 운명이 그대로 담겨 있다. 인기와 수익이라는 두 단어 말이다. 뭐 작가가 이런 상관성을 깊이 파고 들어가서 무거운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단지 읽으면서 생각난 대목이라 적었다. 그리고 할리우드 방식의 방점을 찍은 것은 역시 마지막 장면들이다. 통쾌하지만 현실에서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혹시 다음 이야기도 나온다면 읽고 싶다. 그들의 변한 삶 속에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더 보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