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해양보호구역 답사기 - 아주 특별한 바다 여행
박희선 지음 / 자연과생태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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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구도시에서 자랐다. 지금도 기억하는 바닷가의 풍경은 갯벌과 해양생물들이 기어 다니는 것이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이나 오후 시간 바닷가에서 놀고는 했다. 그 당시는 그래도 물이 그렇게 많이 오염되기 전이고, 한창 호기심 가득한 시절이라 징그러워하면서도 갯바위에 붙은 고둥들과 이름 모르는 조그만 게와 바닷가 곤충들과 함께 놀았다. 곤충들이 기어 다니면 살짝 놀라고는 했지만 특별한 놀이기구도 없고, 학원도 다니지 않았던 시절이라 시간도 많았다. 하지만 이런 생활은 아파트로 이사 가고, 점점 바닷가가 지저분해지면서 사라졌다.

사회 초년생일 때 휴가를 받으면 그냥 차를 몰고 무작정 달린 적이 있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동해 방향으로 먼저 달렸고, 집에 갈 때는 남해안을 달렸다. 그 이전에 거제도 사는 친구 덕분에 거제 일주를 하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이후 몇 차례 더 거제도를 다녀왔는데 처음의 감흥이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그 당시 풍경을 떠올리며 추천한다. 이 당시 남해고속도로를 달리며 그냥 여수를 지나가기만 했다. 여수, 순천하면 갯벌보다 중화학공단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만약 그때 이 책을 읽었다면 나의 여행 방향은 많이 달랐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정보의 부재로 인해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좋은 곳을 그냥 지나쳤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해양보호구역 답사기란 부제가 붙어있다.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이 ‘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우리 바다’, 다음이 ‘살아있어 줘서 고마운 우리 갯벌’, 마지막이 ‘감동과 이야기가 있는 체험여행지’다. 부록으로 ‘해양생물 찾아보기’가 있는데 짧은 해양생물 등의 백과사전 같은 느낌을 준다. 목차를 보고 그 장소를 하나씩 읽었는데 제대로 가본 곳이 한 곳도 없다. 텔레비전이나 영화나 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경험한 곳들이지만 직접 방문해서 그 풍경을 감상한 적은 정말 한 번도 없다. 나의 대부분 바다 여행이 동해로 향했거나 거제와 남해 일부에 머물렀던 것이다. 좀더 활발하게 움직일 때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먼저 한다. 아마 점점 게을러지는 나의 생활습관 탓이 아닌가 생각한다. 

첫 장에 나오는 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바다는 사실 여러 곳이 있다. 해양보호구역이란 설정과 한정된 지면 때문에 나오지 못한 멋진 절경을 가진 바닷가를 이미 경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이 지역들이 보여준 상징성과 지명도 때문이다. 사실 물의 맑기와 산호초만 따지면 해외의 아름다운 바닷가가 엄청나게 많다. 하지만 그런 곳에 비해 이곳은 쉽게 갈 수 있고, 또 다른 재미를 준다. 1박2일로 유명해진 대이작도가 그 대표적인 곳이다. 사구를 경험한다는 점에서 신두리 해안사구는 텔레비전을 볼 때마다 매혹된다. 노래가사로만 알고 있던 오륙도는 조금 밋밋한 느낌이다. 제주도 서귀포 문섬은 흔히 말하는 바가지 요금 때문에 꺼려했는데 살짝 관심이 생긴다. 올레길 7코스는 며칠 전 제주도가 고향인 분이 추천한 코스라 눈길이 한 번 더 갔다.

사실 갯벌의 가치를 알게 된 것이 몇 년 되지 않는다. 몇 년 전 영종도에 놀러가서 갯벌에서 한두 시간 즐겁게 논 적이 있지만 그냥 그랬다. 하지만 해외로 나가면 좀처럼 만나기 힘든 것이 갯벌이다. 갯벌에 사는 수많은 해양생물도 관심이 가지만 철되면 찾아오는 새들도 반갑다. 갯벌 체험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전 회사에서 진행한 적이 있는데 사실 제대로 된 것이 아니었다. 1박2일 같은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것 같은 체험이라면 조금 힘들지 모르지만 강한 인상을 주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낙조와 갯벌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풍경을 강화도 마니산에서 경험한 적이 있는데 왜 갑자기 이런 이미지가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사실 체험여행지는 아이가 없다면 그다지 관심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학습이란 것을 어른이 된 후는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습을 빼고 그 여행지에서 역사와 소설과 영화나 드라마의 무대를 만난다면 어떨까? 이곳들 또한 1박2일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데 반가우면서도 아쉬운 부분이다. 아름다운 영상으로 표현된 곳이 가끔 실제와 다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가보고 싶은 마음이 불끈 치솟지만 쉽게 떠나지 못하는 것은 역시 교통편 때문이다. 부지런히 나서면 되겠지만 이넘의 귀차니즘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그래도 나중에 사람들이 모여 어디 갈까 고민한다면 이곳들이 먼저 떠오를 것 같다. 그만큼 강한 인상을 남긴다.

작년인가 여직원이 1박2일에 나온 여행지를 다녀와서 너무 멀다고 한 것이 기억난다. 남편이 차를 몰고 갔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린 모양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우리가 얼마나 시간에 좇기고 있는지 알게 된다. 속도와 시간은 사실 나도 크게 중독된 것이다. 그래서 가끔 멍하니 시간을 보낼 때가 가장 행복하다. 계속 이어지면 시간 낭비가 아까워 죽을 정도지만. 이 바다 여행이 잊고 있던 자연과 생태를 일깨워주고,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혜택을 되돌아보게 한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나의 여행 선택지를 더 넓혀주고, 바다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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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마이 로마이 1 테르마이 로마이 1
야마자키 마리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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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의 삶은 목욕이 아닌 샤워로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당연히 욕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공간이 비좁다는 이유로 철거하고 샤워 꼭지만 달아둔다. 이렇게 된 데는 점점 높아지는 주택비와 그와 비례해서 좁아지는 주거 공간이 가장 큰 이유다. 물론 그 이전의 삶을 보면 샤워 시설이나 욕조를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물질적 풍요가 조금 생겼을 때 욕조는 당연한 필수품처럼 여겼다. 매주 목욕탕을 갔지만 말이다. 그래도 예전에는 욕조에 물을 받아두고 그 속에서 몸을 불리고 때를 가끔 밀었다. 때를 밀지 않더라도 따뜻한 욕조에서 누리는 안락함과 나른함은 그 날의 피로를 충분히 풀어줄 정도였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 여행이나 출장 중 몸이 피곤하면 호텔 욕조에 물을 받아둔 후 그 속에 잠긴다.

왜 목욕이야기냐고? 바로 이 만화가 목욕탕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테르마이는 고대 로마의 공중목욕탕이다. 유적과 사서를 통해 우리는 고대 로마의 목욕탕에 대한 기록을 많이 만난다. 또 그들이 얼마나 목욕탕을 좋아했는지도. 그냥 이런 사실만 가지고 재미난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의문이다. 그런데 만약 고대 로마의 목욕탕 설계기사가 현대 일본으로 타임슬립한다면 어떨까? 그 당시 제국 신민의 자부심으로 가득한 그가 현대 일본 목욕탕이 가진 특별함과 장점을 모방한다면 어떨까? 이런 설정을 가지고 목욕탕과 관련된 이야기를 작가는 재미나게 풀어낸다.

첫 장면은 목욕탕 설계기사 루시우스가 고대 그리스 방식의 테르마이를 설계했다가 짤리는 것이다. 고객들이 바라는 것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실망한 그가 친구와 목욕탕에 갔다가 우연히 현대 일본 목욕탕 속으로 타임슬립한다. 목욕탕에 그려진 후지 산은 폼베이의 베수비우스 산으로 착각하고, 욕탕에서 나온 후 마신 과일음료의 맛에 반한다. 그가 처음 본 일본사람을 평면족 노예로 생각한 것은 그 당시 로마의 위치를 드러내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이런 자부심은 평면족 노예가 보여준 놀라운 목욕탕 관련 문화와 장비 때문에 한 순간에 무너진다. 

이후 에피소드들도 기존과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루시우스가 하나의 의뢰를 받고, 고민하다 타임슬립하여 간 일본의 목욕탕에서 그 해법을 찾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과연 몇 화가 가능할까 생각했는데 한 회 한 회 보면서 어쩌면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현재 우리의 목욕 문화가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하고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작가가 이런 기발한 발상이 가능했던 것은 역시 일본의 온천문화를 경험했고, 이탈리아 거주경력과 이탈리아인 남편을 둔 탓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로마 시대 이런 목욕탕을 지을 정도의 과학이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수로에 관한 그들의 유적은 현대인들도 감탄할 정도다. 거기에 로마 제국을 건설한 후 엄청난 부로 인해 그 당시로서는 상당히 사치스러운 목욕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화산의 발달로 온천문화가 발단한 일본의 목욕탕과 제국 건설 후 목욕탕을 지어 대중들에게 개방한 로마의 결합은 사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단순한 오락거리로도 재미있지만 목욕 문화와 목욕도구와 시설 등의 세부적인 사항과 내용들이 그것을 더욱 부각시킨다. 그리고 오늘날 유럽의 온천지대가 부유한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변했다는 지적은 로마 시대 목욕탕의 개방과 대조를 이룬다. 민주주의가 발달했다는 현재 자본이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 보여준다. 이런 것보다 더 기대되는 것은 역시 루시우스가 현대 일본에서 과연 어떤 아이디어를 가지고 가서 고대 로마에 적용할 것인가다. 그리고 그를 버리고 떠난 아내를 다시 데리고 올 비책도. 단순히 목욕 판타지로 읽어도 좋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목욕 문화와 정치와 경제 등도 함께 생각한다면 더 많은 재미를 누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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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아저씨 제르맹
마리 사빈 로제 지음, 이현희 옮김 / 비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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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소설이다. 제르맹의 행동과 심리 묘사를 통해 마흔다섯 살의 노총각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성장에는 아담한 할머니 마르게리트가 절대적인 힘을 발휘한다. 이들의 만남을 이상하게 볼 수도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진지함과 순수함으로 가득하다. 특히 그녀가 제르맹을 대할 때 그의 약간 모자라는 지능을 전혀 무시하지 않고 진지함과 친절함으로 다가가는 모습은 우리가 평소 잊고 있던 삶의 기본자세다. 큰 감동은 없지만 조용히 조용히 가슴 한 곳에서 여운과 감동을 키워준다.

첫 장면에서 마르게리트 입양을 마음먹었다고 했을 때 그녀가 아기나 아이인 줄 알았다. 바로 다음 문장에서 그녀가 여든여섯 살이라고 했을 때 의아했다. 그것이 가능한가 하고. 하지만 제르맹에게 이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마르게리트와의 만남과 우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이 만남을 통해 인생이 어떻게 변했는지 들려줄 때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특히 한 권의 책으로 그 만남을 시작할 때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 책이 카뮈의 <페스트>이기 때문이다.

원제는 <미개발>이라고 한다. 제목만 놓고 보면 토건 관련 소설인가 싶다. 하지만 내용을 찬찬히 읽으면 제르맹의 개발되지 않은 지능임을 알게 된다. 이 미개발지를 개발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이 마르게리트다. 어린 시절 억압된 기억은 그로 하여금 글과 멀어지게 만들었고, 자라면서 단 한 권의 책도 읽은 적이 없다. 그는 189센티미터 키에 110킬로그램의 몸을 가지고 있다. 이런 외모는 아담한 마르게리트와 묘하게 어울리는 장면을 연출한다. 하지만 지능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마르게리트는 종자학 박사 출신으로 교양이 충만한 반면 제르맹은 거의 일자무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어울리지 않는 조건들과 달리 그들이 우정을 쌓게 되는 데는 책이 큰 역할을 했다. 특히 그녀가 카뮈의 <페스트> 중 한 문장을 읽어줄 때는 더욱. 그녀는 책 전체를 읽어주지 않고 선별해서 몇 줄만 읽어줬다. 그런데 이 문장 속 이야기가 제르맹의 관심을 끈다. 그와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그의 관심을 끈 것은 사실 지엽적인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책과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마르게리트와 자신도 모르게 점점 더 우정을 쌓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만남을 통해 아주 조금 늦은 지적 성장을 경험하고 삶을 좀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마르게리트와의 만남을 통해 성장을 한다면 그의 친구들과 여자친구는 과거와 현재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비속어와 욕설과 음담패설이 난무하고 너무 노골적인 표현들로 그의 내면을 드러낸다. 이 대비되는 두 장면을 통해 성장하고 변하는 제르맹을 보여주게 되고, 그에게 다가온 행복을 함께 느끼게 만든다. 또 그가 마르게리트가 읽어주는 책에서 자신이 읽는 것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책의 의미와 가장 기본적인 책읽기 자세를 되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책 속에 나온 책 중 읽은 책이 단 한 권이란 사실에 즐거움과 아쉬움을 느낀다. 즐거움은 당연히 이제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고, 아쉬움은 왜 아직 읽지 않았나와 과연 제대로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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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게 - 제144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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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나오키 상 수상작이다. 이전까지 읽은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들은 모두 미스터리였다. 그래서 당연히 이번 소설도 미스터리로 생각했다. 책 소개를 읽으면서도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접근하다보니 심한 착각을 하게 되었다. 아마도 아버지를 죽음으로 몬 암이라는 병에서 게의 이미지를 떠올리고 집게발로 엄마의 애인을 해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는 문장에서 선입견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 선입견을 빨리 떨어내었어야 하는데 요즘 복잡한 마음과 피곤한 몸 때문에 계속 머릿속에 쥐고 있었다. 덕분에 이 책이 지닌 재미와 가치를 완전히 누리지 못했다. 빠르게 읽기는 했지만.

할아버지 쇼죠와 신이치가 밥상에 앉아 이야기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평범해 보이는 가정의 풍경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없다. 아버지는 일 년 전 암으로 죽었다. 이 풍경 뒤에 있는 엄마의 다른 모습을 신이치는 낮에 봤다. 다른 남자와 함께 차에 앉아 있었고, 키스를 하는 장면을 본 것이다. 겨우 일 년 전 아버지를 잃은 아이에게 이 장면은 너무 가혹하다. 한창 친구들과 어울려 놀아야 하는 아이에게 이런 환경은 적응하기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에 아버지의 실직 때문에 이사를 하면서 제대로 친구도 사귀지 못하고 있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전학 온 하루야를 제외하면 말이다.

엄마의 밀애 장면을 보게 된 것도 하루야와 놀 던 중이었다. 둘은 바닷가에 조그마한 수제 통발을 놓아두고 여기에 잡힌 고기들을 가지고 논다. 작은 물고기, 조그만 새우, 게, 멸치 따위가 잡히는 통발이다. 그날 여기 잡힌 소라게를 보고 하루야가 말한다. 불로 지지자고. 그 당시는 단순한 놀이였다. 이 두 소년이 할아버지와 함께 신사를 다녀온 후 장난처럼 소라게를 소라검으로 부르고, 지지는 행위를 통해 소원을 빈다. 이 소원은 처음에는 아주 자그마한 바람이었다. 하지만 소원이 이루어지자 더 큰 바람을 가지게 된다. 이 소원은 아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들이다. 이 변화를 통해 소년들은 성장하고 그들이 가진 가장 큰 고민이 밖으로 드러난다.

신이치의 유일한 친구인 하루야의 가정은 평온하지 않다. 아버지는 폭력을 휘두르고, 엄마는 이것을 전혀 막으려고 하지 않는다. 하루야에게도 신이치는 아주 특별하다. 전학 왔다는 공통점도 있지만 감정적인 유대감으로 이어져 있는 유일한 존재다. 신이치가 첫 번째 소원 성취하고 즐거워할 때 같이 있어주었고, 신이치의 책상 속 이상한 편지에 대한 상담역을 자처하면서 고민들 들어준 것도 그다. 하지만 이 소년의 이런 행위는 불안감에서 비롯했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그 어떤 평온을 가지지 못한 그였기에 신이치의 존재는 그 무엇보다 큰 것이다. 이 둘 사이에 나루미가 끼어들었을 때 그가 불안과 불편과 질투의 감정을 내비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나루미는 학교에서 엄청 인기 있는 여자 아이다. 왕따 같은 존재인 신이치와 그녀가 우연히 밤에 함께 걷게 된다. 간단한 이야기가 오고 가는데 나루미의 가정사에는 한 가지 숨겨진 비밀이 있다. 그것은 할아버지 쇼조가 다리 하나를 잃은 사건과 관계있다. 그 사건 때 나루미의 엄마가 죽은 것이다. 비록 10년 전 사건이지만 엄마 없이 자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밖으로 드러난 그녀의 행동과 태도는 나무랄 데 없이 평화롭고 뛰어나다. 그녀가 신이치 등과 어울리고, 자신의 감정을 조금씩 드러낼 때 아직 소녀임을 보여준다. 

이 세 아이들의 행동과 심리를 신이치 중심으로 풀어낸다. 그들의 현재와 과거가 밝은 미래를 낙관하기에는 너무 어둡다. 신이치와 나루미가 자신의 엄마, 아빠가 누군가를 사귄다는 사실을 알지만 숨기는 행동 속에 그들의 바람이 그대로 묻어난다. 이 바람이 더 과격한 것은 신이치다. 그것은 죽은 아버지와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고, 성장기에 엄마가 지닌 무게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좀더 무리하게 이 소설 속 인연을 삼각관계로 해석할 수 있다. 신이치와 엄마와 엄마의 밀애 대상이자 나루미의 아버지와의 관계, 나루미와 아빠와 신이치 엄마와의 관계, 신이치와 나루미와 하루야의 관계 등으로 말이다. 이 관계 속에서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고 악의를 품는 존재는 세 아이들이다. 이 세 아이들이 점점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낸 부분은 성장소설로 읽을 수 있고, 그들의 감정을 숨기고 비튼 부분은 한 편의 추리소설로도 볼 수 있다. 마지막에 신이치가 우는 장면은 이 모든 감정을 씻어내는 것이자 조금 성장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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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클라크와 함께 SF의 황금시대를 이끈 로버트 하인라인의 소설. 세대우주선 SF의 고전으로 불리는 작품으로, 국내에서 처음 발간되는 정식 한국어판 완역본이다.  

요즘은 이전과 달리 장르문학에 올인하지 않지만 이전에는 미친 듯이 읽었다. 그중 한 장르인 sf문학은 상당히 귀한 편이었는데 하인라인의 작품은 더욱 그랬다. 하지만 운 좋게도 헌책방에서 구할 수 있어 그 재미를 만끽했는데 이 정식 완역본은 그 옛 추억을 되살려주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간과 개의 말을 알아듣는 우아한 고양이 마들렌 여사. 어른 세계에 호기심이 많은 초등학교 1학년 소녀 가노코. 그리고 오랫동안 가노코네 집 마당을 지켜온 늙은 개 겐자부로. 어느 봄날, 비를 피하려던 마들렌은 우연히 겐자부로의 집으로 들어오게 되고 그들의 나른한 일상에 믿기 힘든 작은 기적이 찾아오는데… 

봄날의 백일몽처럼 아련하고 달콤한 일상 판타지의 세계란 말에서 그냥 빠지게 된다. 좋아하는 모리미 도미히코와 함께 ‘교토 2인방’으로 불린다는 사실도 흥미롭지만 그 동안 읽은 그의 작품들도 상당히 좋았다. 애묘가들에게 적극 추천한다고 했는데 고양이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것이 유일한 불안 요소다.  

 제115회 나오키상 수상작 <얼어붙은 송곳니>로 국내에 이름을 알린 작가 노나미 아사의 소설. '자백 받아내기의 달인'이라 불린 형사 도몬 코타로의 사건 기록을 담은 이 책은 쇼와40년(1965년)부터 60년(1985년)까지를 배경으로 한 중편 '낡은 부채', '다시 만날 그날까지', '돈부리 수사', '아메리카 연못'을 담은 연작 경찰소설이다.  

자백 받아내기의 달인은 과연 어떤 비법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오랫만에 접하는 노나미 아사의 소설이란 점이 반갑다. 연작 경찰소설이란 점도 나의 취향과 맞아 떨어진다. 그녀의 특징인 심리묘사가 이번엔 어떤 재미를 줄지 기대된다. 

   

국내 첫 번역되는 조지 오웰의 장편소설. 조지 오웰은 작가로서의 삶의 큰 전환점이 되었던 1936년을 거치며 그 이후 자신이 쓴 모든 글은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작업의 일환이라 술회한 바 있는데, 이 소설은 그러한 문학적 입장에 입각한 첫 소설 작품이자, 자신의 대표작 <1984>에 담긴 많은 문제 의식의 씨앗을 엿볼 수 있는 장편소설이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조지 오웰의 작품인데. 중년의 뚱보 보험영업사원이 감행한 1주일간의 일탈 속에서 작가는 어떤 삼과 사회의 풍경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이번 소설이 다른 소설처럼 엄청난 상징과 은유 속에 있는 것은 아닐 것이란 기대를 가져본다. 

 「시원의 책 The Books of beginning」3부작 시리즈 중 첫 번째 책으로 시간에 대한 마법이 깃든 지도책 ‘아틀라스’ 두고 삼남매가 펼치는 가슴 뜨거운 여정을 담고 있다. 2010년 볼로냐 북 페어를 가장 뜨겁게 달군 것은 물론,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미국 전역의 인디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것은 시원의 책이다. 책에 대한 판타지란 점이 청소년물이라는 것에도 불구하고 기대하게 만든다. 다양한 사람들의 호평도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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