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 살인사건 탐정 글래디 골드 시리즈 4
리타 라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좋은생각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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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녀들이 돌아왔다. 할머니 탐정단의 활약이 이번에도 펼쳐진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핵심인 사건이 현재가 아닌 과거이기 때문이다. 그 사건의 피해자는 잭 골드, 즉 글래디 골드의 죽은 남편이다. 이 사건은 45년 전인 1961년 제야에 발생했다. 수사의 주체는 잭 랭포드다. 그가 글래디 골드에게 바치는 프로포즈 선물로 수사를 시작했다. 당연히 할머니들의 활약은 전편에 비해 더 줄었다. 하지만 어디에서나 이 할머니들의 활약은 멈추지 않는다. 잭과 글래디와 다른 할머니들의 멋진 활약이 이번에도 변함없다. 이 활약이 각각 다르게 펼쳐지지만.

전편에서 그들의 로맨스가 완성되지 못했는데 이 때문에 잭은 색다른 결심을 한다. 글래디의 전남편 살인사건을 다시 수사하기로 한 것이다. 그녀에게 이 사실을 숨기고 뉴욕으로 떠난다. 뉴욕은 그가 경찰로 일했던 현장이고, 친구들이 있는 곳이다. 옛 친구를 만나 자료를 얻는데 그의 동료들 죽음 소식이 줄줄이 이어진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거기에 사건은 1961년 제야에 발생했다. 사건 기록만 보아서는 전혀 범인을 짐작할 수 없다. 사건 당시 있었던 장면을 본 증인들의 진술이 필요하다. 글래디에게 연락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녀의 딸 에밀리가 있다. 그리고 현장에서 그 사건의 발단을 제공한 증인 패티 데니슨이 있다.

잭이 뉴욕에서 사건을 조사할 때 글래디는 잭이 사라진 것과 동생 에비의 실연 때문에 푹 처져있다. 탐정 사무실로 의뢰 들어온 사건에 대해서도 전혀 열정을 보여주지 않는다. 에비의 경우는 더 심하다. 티격태격하는 할머니들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는데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의뢰가 들어온 사건을 위해 잠복근무를 하지만 열정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수상한 사건이다. 전화나 다른 방법으로 의뢰대상자를 만나려고 하는데 연결되지 않는다. 일상 속에서 조금 활기를 찾는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한 가지 묘안을 짜낸다. 실행한다. 그리고 연락이 온다. 그들이 마주한 사실은 나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그렇지만 이 소설에 잘 어울리는 사건인 것은 분명하다.

잭의 활약이 이번 소설의 중심이다. 물론 다른 할머니 탐정들의 활약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야기의 중심에 그가 있을 뿐이다. 45년 전 사건을 수사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노력하는 자에게 길이 열린다. 그 과정에 만나게 되는 놀랍고 즐겁고 신난 인연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당시 그 사건에 의문을 품었던 기자와의 만남은 사건에 한 발 더 다가가게 한다. 어렴풋이 사건의 원인이 보인다. 마지막에 실제 그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가 너무나도 둔감하게 생각했던 삶의 한 면을 보게 된다. 공포와 두려움이 지배한 삶 말이다.

소소한 재미가 곳곳에 넘쳐난다. 개인적으로 할머니들이 뉴욕에서 보여준 활약이 가장 신난다. 성금함털이범을 잡기 위한 소피를 비롯한 세 할머니의 노력은 이 소설의 장점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준다. 70대 이상의 할머니들이 겁도 없이 범인을 잡기 위해 무모한 시도를 한다. 선택은 역시 잠복근무다. 멋지게 이 작전은 성공한다. 그리고 부수적으로 얻게 되는 행운도 있다. 이것과 더불어 뉴욕에서 만나게 되는 잭과 글래디의 로맨스는 은근하면서도 뜨겁다. 비록 파고파고 같은 일 때문에 완전히 불타지 못하지만 말이다.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기다리게 되는 상황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뭐 할머니들이 사는 곳에서 벌어지는 작고 은밀하고 의미있는 다른 에피소드도 무시할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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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행성 샘터 외국소설선 6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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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리즈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다. 첫 작품 <노인의 전쟁>을 게을러서 아직 읽지 않은 상태다. 이번 작품과 이어지지만 주인공이 다른 <유령여단>을 먼저 읽었다. 전편이 재미는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낯선 기분이 들어 조금은 쉽게 빠지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이번에는 완전히 빠졌다. 아마 전편을 읽으면서 이 시리즈에 어느 정도 적응한 모양이다. 저질 기억력 덕분에 어렴풋이 내용이 떠올랐지만 그래도 그 기억들이 이 작품의 세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또 읽으면서 알게 모르게 느껴졌던 다른 sf소설의 향기도 많은 영향력을 발휘했다. 저질 기억력 때문에 그 제목이 완전히 떠오르지 않지만.

이번 작품은 2편과 달리 1편의 주인공과 같다. 존 페리가 주인공이다. 그가 화자로 등장하여 거대한 음모의 소용돌이를 헤쳐 나간다. 전편에 등장한 샤를 부탱의 딸 조이와 전직 유령여단의 정보 장교였던 제인이 가족을 이루었다. 이 가족은 전편 이후 평화롭게 6년 째 한 행성에서 살고 있다. 이 행성에서 존 페리는 민정관이다. 앞부분에 그가 느끼는 일상의 평온함과 그 행성에서 벌어지는 조그만 해프닝이 잔잔한 재미를 준다. 얼마 후 등장한 리비키 장군의 요청으로 그들은 새로운 개척 행성 로아노크로 떠나게 된다. 이때만 해도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교묘하게 작업된 것일 줄 생각도 못했다.

우주개척연맹의 대대적인 홍보 끝에 도착한 로아노크 행성은 처음 그들이 알고 있던 그곳이 아니다. 전혀 다른 행성이다. 완전히 다른 좌표로 이동해서 그들이 도착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놀라운 정보가 공개된다. 다른 412 행성이 연합한 콘클라베가 존재하고, 이 연합은 그들 외 다른 행성들이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만약 콘클라베 결성 후 새로운 행성을 개척했다면 412척의 함선을 보내 그 개척지를 완전히 파괴한다. 그들이 도착한 로아노크는 콘클라베 이후 개척된 행성이다. 그들에게 발견되면 2500명의 개척민은 모두 죽게 된다. 개척함선에 실려 있던 그 의미를 알 수 없던 보급품들의 의미가 드러난다. 살기 위해 그 행성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무선기기는 사용이 금지된다. 그 시대 기준으로 그들은 원시적인 삶으로 복귀한다. 살기 위해.

새롭게 도착한 행성을 그들은 로아노크라고 부른다. 정보와 무선 등을 차단한 상태에서 힘겹게 살아간다. 충분한 행성 정보가 없는 상태다. 첨단기기를 충분히 활용할 전력도 사람도 부족하다. 하지만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다. 비록 불편하고 더디지만. 낯선 행성은 새로운 사건들이 발생하고, 지적 생명체의 흔적도 보인다. 생존을 위해 그들은 최선을 다하고 이 낯선 지적 생명체 문제를 고민한다. 이때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예상하게 되는데 다시 한 번 바뀐다. 왜 그들이 이 행성에 보내졌는지, 콘클라베 이후 첫 번째 개척행성이 파괴된 정보 뒤에 숨겨진 비밀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도중에 말이다. 이런 작업들은 반전처럼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최첨단 정치 스릴러라는 평에 동의한다.

전편에서 활용한 과학기술들이 이번에도 큰 활약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잘 짜인 구성이다. 예상한 전개를 뒤집고 반전처럼 펼쳐지는 이야기들이다. 거기에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등장은 흥미를 더한다. 음모와 배신이 바탕으로 깔리고, 그 위에서 춤추는 존 페리의 모습은 볼 때마다 분노를 자아낸다.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놀라운 능력과 반전들은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순간적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그리고 단순한 오락거리로 멈추지 않고 현실과 연결해서 생각할 수 있는 정보의 개방과 비밀 정치를 잘 녹여내었다.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버린다는 개념이 얼마나 위험한 것일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동시에 언론 통제가 지닌 위험도 같이. 재미있고 멋지고 생각할 것이 많은 sf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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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사무라이 5
에이후쿠 잇세이 원작,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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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마츠모토 타이요 이름에 관심을 가진 것이 오래된 데 비해 보게 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본 만화도 많지 않다. 그 유명한 <철근 콘크리트>나 <핑퐁>도 아직 보지 않았다. 사실 언제 읽을지 모르겠다. (나중의 즐거움을 위해 남겨놓았다면 과장된 표현일까!) 이름에 비해 읽은 작품이 너무 없다. 하지만 최근에 나오고 있는 이 <죽도 사무라이> 시리즈는 나오는 족족 본다. 아마도 1권의 강렬한 인상이 지금도 작용하고 있는 모양이다. 보통 나의 만화 읽기는 단편이 아닌 경우 완결이 되면 한꺼번에 읽거나 일정한 권수가 출간된 후 읽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기본 방침이 깨어졌다. 그 옛날 대본소 만화 이후 거의 처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세노 소이치로의 글선생 이야기로 가볍게 시작하지만 곧바로 인간백정 키쿠치의 이야기로 바뀐다. 이 둘은 비슷하지만 다른 길을 가는 무사다. 키쿠치가 자신의 검술을 살인과 금전으로 바꿨다면 소이치로는 자신이 가진 살기를 억누르면서 산다. 이 차이가 둘의 실력을 떠나 삶의 여유를 돌아보게 한다. 키쿠치가 자신의 순수함과 순진함을 살기로 발전시킨 반면 소이치로는 순수함과 순진함을 호기심으로 변화시킨다. 삶을 파괴할 것으로 보는 사람과 배우면서 긍정하려는 사람의 차이다. 이번 권에서 키쿠치의 순수함과 따뜻한 마음이 드러나는데 상당히 예외적이다. 바로 다른 살인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인간백정 키쿠치의 감옥 생활과 탈옥과 그 후의 행적의 다루면서 그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면 세이치로의 삶은 늘 신선함 그 자체다. 그가 내려놓은 살기는 검을 쥐는 순간 바뀐다. 하지만 결코 진검을 쥐지 않음으로써 살인을 방지하게 된다. 첫 이야기에서 그가 지닌 순수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은 그것이 우연이라고 해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 순수함과 호기가 아이들을 감동시켰기 때문이다. 또 그가 산과 이야기를 나눴다는 부분에선 과거 삶의 한 면이 그대로 드러난다. 뭐 앞 권에서 이미 그의 비밀이 조금 밝혀졌지만 그래도 아직 낯설고 궁금한 부분이 많다.

이번 권에서는 다음 권에 펼쳐질 두 검사의 전조를 담고 있다. 소이치로와 키쿠치가 과연 어떤 방식으로 부딪히고 검을 겨눌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인간백정 키쿠치의 위협을 생각하면 소이치로가 과연 진검을 쥐게 될지도 의문이다. 피 비린내 나는 마을을 떠나겠다고 말한 검둥개의 대사는 어느 정도 키쿠치의 활약을 암시하고, 극도로 치안이 불안정한 그 마을의 현주소를 대변한다. 하지만 왠지 안심이 된다. 그것은 소이치로 때문이다. 검을 쥐는 순간 검귀로 변하지만 아이들과 같은 순수함을 그대로 품고 살아가는 그가 있다. 그에 대한 믿음이 이 피 비린내를 지워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너무 과한 기대일까? 한권씩 나오는 이 만화를 기다리는 것이 즐거운 동시에 너무나도 잔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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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나구 - 죽은 자와 산 자의 고리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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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츠나구. 뭔 뜻일까? 궁금했다. 소개글을 읽으니 작가가 ‘연결하다’,‘이어주다’라는 뜻을 가진 일본어 동사 ‘츠나구(つなぐ)’를 ‘사자(使者)’라는 단어에 결부시켜 만든 단어라고 한다. 츠나구의 역할은 죽은 자와의 재회를 이루어주는 것이다. 조건이 있다. 무한정 만나게 하지 않는다. 단 한 사람과 단 한 번 만나볼 수 있다. 그러니 이 만남은 당연히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평생 한 번 있을 만남을 주저없이 선택한다. 한 명씩 선택한 이유를 볼 때마다 그들이 품은 감정이 조용히 마음속으로 파고든다.

이 소설은 단편으로 읽어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연작 형태를 가지고 있다. 마지막 다섯 번째 장에서 앞의 궁금점들이 하나씩 풀려나간다. 각 장은 고독, 가족애, 우정, 애달픈 사랑, 운명 등을 다룬다. 그 한 명 한 명이 늘어놓는 사연들은 누구나 한 번쯤은 품었던 감정들이다. 이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그들이 선택한 것이 츠나구다. 죽은 자와의 재회를 바라는데 그 만남이 꼭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삶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처럼. 그렇지만 이 만남은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는 역할을 한다. 해소가 되거나 평생 껴안고 살아야 하는 짐이 된다고 해도 말이다.

<아이돌의 본분>은 처음에 ‘아이돌’을 ‘아이들’로 잘못 읽었다. 이 오독은 이야기 전개가 제목과 달라 다시 자세히 보니 ‘아이돌’이었다. 화자인 히라세는 평생 한 번 만날 수 있다는 죽은 이를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한때 아이돌이었던 미즈시로 사오리를 선택한다. 그녀 삶에 끼친 영향 때문이다. 집에서 직장에서도 한 명의 인간으로 대접 받지 못하던 그녀에게 이 아이돌이 베푼 조그만 선행은 큰 버팀목이 된다. 이런 존재였던 그녀가 자살로 추정되는 일을 당했으니 얼마나 큰일이겠는가. 자신에게 친절과 용기를 준 유일한 존재였던 그녀와의 만남은 또 다른 의도가 깔려있다. 그리고 그녀의 삶속에서 드러나는 고독은 너무나도 외롭고 슬퍼다. 

<장남의 본분>은 한 가문의 장남 야스히코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가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은 병으로 돌아가신 어머니다. 별일 아닌 이유를 핑계로 어머니를 만나고 싶어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감정들은 살면서 결코 밖으로 표현하지 못한 것들이다. 장남이라는 자리가 그렇게 만들었다. 결코 자신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지 않고 에둘러서 혹은 냉소적으로 말한다. 한 가문의 장으로 그렇게 길러진 것이다. 왠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듯한 인물이지만 그의 솔직한 감정들이 하나씩 나타날 때 진짜 그를 보게 된다. 

단짝을 질투해본 적이 있나? <단짝의 본분>은 그 질투가 사랑과 엮이면서 일어난 비극이다. 죽은 자와의 만남으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오해와 질투와 욕망이 만들어낸 한 순간의 실수는 그녀에게 평생 짐이 된다. 죽은 단짝을 만난 후 츠나구를 통해 듣게 되는 한 문장은 결코 지울 수 없는 삶의 짐이다. 이번 이야기에서 재미난 점 중 하나는 츠나구 역할을 하는 학생의 친구가 화자로 등장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일어난 조그마한 이야기나 일상은 풋풋하게 다가오는 동시에 반전을 담고 있다. 

칠 년. 남편이 아내를 죽일 수 있는 햇수다. 왠지 섬뜩하다. 그런데 이 소설 속 칠 년은 그리움과 기다림의 시간이다. <기다리는 자의 본분>은 7년 전 갑자기 사라진 연인을 기다리는 남자 쓰치야 이야기다. 그에게 이 시간은 정체되어 있다. 바람도 불지 않을 것 같은 공간 속에서 하루하루를 그를 견뎌낸다. 이때 과로로 간 병원에서 한 할머니를 도와준다. 그녀를 통해 츠나구를 만난다. 그의 선택은 갑자기 사라진 그녀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지만 만나겠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만나는 시간이 되자 두렵다. 여기서 갑자기 츠나구가 감정을 드러낸다. 평생 한 번 있는 기회를 그는 그냥 흘러보내려고 한 것이다. 그 만남을 통해 그녀의 사연을 듣는다. 그녀가 내뱉었고, 속였던 것들과 가장 소중하게 간직한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뭉클해졌다. 아렸다. 

<사자의 본분>은 츠나구 이야기다. 앞에 등장한 츠나구가 주인공이다. 그와 츠나구의 비밀이 밝혀지는 동시에 앞 이야기의 숨겨진 부분도 나온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죽은 자와의 재회를 주선하는 그가 보고 느끼는 만남의 순간들이다. 그 속에 자신의 감정이 엮일 때 잔잔한 호수 속 깊은 곳에서 소용돌이치는 순수한 감정을 보게 된다. 그리고 짧지만 강렬한 깨달음은 앞에 나온 사람들의 사연들과 연결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이것은 또 츠나구를 통해 죽은 자를 만난 사람들이 그들의 삶을 정리하고 긍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년의 성장도 같이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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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몰리션 엔젤 모중석 스릴러 클럽 28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박진재 옮김 / 비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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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폭발물처리반이 신고 들어온 현장에서 폭발물을 조사하여 해체하려고 한다. 대부분 이런 경우 허위 신고이거나 폭발물이 아닐 때가 많다. 방호 보호복을 입고 다가간다. 실시간 엑스레이를 조종해 폭발물인지 확인한다. 폭탄이 맞다. 조심한다. 그러다 이상한 것을 하나 발견한다. 그 순간 폭탄은 폭발한다. 보통의 폭탄이었다면 보호복에 의해 목숨을 건졌겠지만 이 폭탄은 그 이상의 위력을 가지고 있다. 찰리 리지오는 그렇게 현장에서 죽는다. 

이 사건이 일어날 때 캐롤 스타키는 정신과 의사와 상담중이었다. 그녀는 현재 CCS(범죄음모수사과)에서 근무하고 있고, 그 전에는 폭발물처리과에서 일했다. 부서가 바뀐 것은 그녀가 당한 3년 전 사건 때문이다. 그 사건으로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고, 그녀 자신도 죽음 바로 직전까지 갔었다. 이때 받은 충격 때문에 정신과 의사와 계속해서 상담중이다. 몸은 심하게 상처 입었고, 술과 담배를 달고 산다. 너무나도 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 순간 발생한 찰리 리지오 폭발 사건은 그 동안 그녀가 잊고자 했고, 상사의 배려에 의해 멀어져 있던 폭발물로 그녀를 데리고 간다. 

폭발 현장은 처참하다. 기억이 그녀를 괴롭힌다. 술을 찾아 한 잔 마신다. 현실은 그녀를 이 사건으로 이끌고, 그녀는 너무나도 끔찍한 추억과 싸우면서 사건을 수사한다. 이 와중에 다른 형사와 충돌도 생긴다. 발견한 증거품들을 데이터베이스에 올린다. 이 정보를 보고 ATF 특수요원 잭 펠이 개입한다. 연쇄 폭발범 미스터 레드의 작품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스터 레드가 등장한다. 그의 본명은 존 마이클 파울스다. 그는 FBI 10대 지명수배자 명단에 오르기를 바란다. 하지만 아직 명단에 올라 있지 않다. 그러던 중 자신의 이름을 모방한 폭발 사건을 발견한다. 마이애미에서 LA로 온다. 이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빠져든다. 자신의 모방범을 잡으려는 미스터 레드와 미스터 레드를 잡으려는 여행사 캐롤 스타키와 잭 펠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모방범.

이야기는 스타키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그 사이에 잭 펠과 미스터 레드가 잠깐 등장하여 새로운 정보를 제공한다. 폭발물 증거를 통해 확인된 사실을 하나씩 확인하고, 기록된 자료를 검토한다. 처음에 몰랐던 사실이 하나 발견된다. 쌓여 있는 정보를 다시 보고 또 보면서 발견한 것이다. 너무나도 분명한 것 뒤에는 항상 숨겨진 사실이 있다. 증거와 단서를 쫓아가는 그녀 곁에는 어느 순간부터인지 잭 펠이 있다. 그녀는 그에게 끌린다. 감정의 흐름은 그녀가 쉽게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둘의 만남을 통해 잭 펠은 의문을 던져준다. 왜 그렇게 그는 미스터 레드에게 집착할까? 왜 그가 발견한 증거물을 숨길까? 둘의 은근한 로맨스 분위기 뒤로 흐르는 어두운 기운은 또 다른 사건을 암시한다.

강한 트라우마로 고생하는 스타키와 달리 폭파범 미스터 레드는 허세욕에 사로잡혀 있다. LA로 온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자신의 이름을 흉내 낸 범인을 찾기 위해서다. 그러는 사이에 스타키가 그를 매혹시킨다. 그녀가 폭발 속에서 살아났다는 사실에 매혹된 것이다. 많지 않은 등장이지만 그와 스타키는 같은 곳을 향해 달려간다. 폭발물의 중요한 재료의 소재지를 찾고, 같은 인물을 만나고, 범인을 쫓는다. 경찰이 단서와 조서를 바탕으로 하나씩 단계를 밟으면서 나아갈 때 그는 자신이 만든 사이트를 통해 직접 다가간다. 공개되지 않은 정보는 그 정보에 접근 가능한 사람만 제대로 이용할 수 있다. 범인은 어둠 속에 숨어 있고, 경찰은 밝은 곳에서 그 어둠을 하나씩 밝혀가야 한다. 누가 봐도 불리한 것은 경찰이다. 하지만 경찰은 혼자가 아니다. 

폭발물이란 소재 덕분인지 모르지만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흐른다. 가슴 깊은 곳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두 남녀를 등장시켜 감정의 깊이를 더했다. 불안한 감정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고, 지루한 조사 작업은 증거물과 증인을 통해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간다. 현실과 감정의 충돌이 생기고, 경찰 내부의 갈등은 현실에 안주하게 만든다. 앞에 놓인 현실을 뛰어넘어야만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용기와 강한 행동력이 필요하다. 마음속 깊은 곳에 상처를 껴안고 살아가는 스타키에게 이런 상황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자신의 상처를 마주보고 치유해야 한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을 치유하면서 범인에게 한발 한발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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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7 13: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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