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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몰리션 엔젤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28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박진재 옮김 / 비채 / 2011년 7월
평점 :
낯익은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폭발물처리반이 신고 들어온 현장에서 폭발물을 조사하여 해체하려고 한다. 대부분 이런 경우 허위 신고이거나 폭발물이 아닐 때가 많다. 방호 보호복을 입고 다가간다. 실시간 엑스레이를 조종해 폭발물인지 확인한다. 폭탄이 맞다. 조심한다. 그러다 이상한 것을 하나 발견한다. 그 순간 폭탄은 폭발한다. 보통의 폭탄이었다면 보호복에 의해 목숨을 건졌겠지만 이 폭탄은 그 이상의 위력을 가지고 있다. 찰리 리지오는 그렇게 현장에서 죽는다.
이 사건이 일어날 때 캐롤 스타키는 정신과 의사와 상담중이었다. 그녀는 현재 CCS(범죄음모수사과)에서 근무하고 있고, 그 전에는 폭발물처리과에서 일했다. 부서가 바뀐 것은 그녀가 당한 3년 전 사건 때문이다. 그 사건으로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고, 그녀 자신도 죽음 바로 직전까지 갔었다. 이때 받은 충격 때문에 정신과 의사와 계속해서 상담중이다. 몸은 심하게 상처 입었고, 술과 담배를 달고 산다. 너무나도 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 순간 발생한 찰리 리지오 폭발 사건은 그 동안 그녀가 잊고자 했고, 상사의 배려에 의해 멀어져 있던 폭발물로 그녀를 데리고 간다.
폭발 현장은 처참하다. 기억이 그녀를 괴롭힌다. 술을 찾아 한 잔 마신다. 현실은 그녀를 이 사건으로 이끌고, 그녀는 너무나도 끔찍한 추억과 싸우면서 사건을 수사한다. 이 와중에 다른 형사와 충돌도 생긴다. 발견한 증거품들을 데이터베이스에 올린다. 이 정보를 보고 ATF 특수요원 잭 펠이 개입한다. 연쇄 폭발범 미스터 레드의 작품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스터 레드가 등장한다. 그의 본명은 존 마이클 파울스다. 그는 FBI 10대 지명수배자 명단에 오르기를 바란다. 하지만 아직 명단에 올라 있지 않다. 그러던 중 자신의 이름을 모방한 폭발 사건을 발견한다. 마이애미에서 LA로 온다. 이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빠져든다. 자신의 모방범을 잡으려는 미스터 레드와 미스터 레드를 잡으려는 여행사 캐롤 스타키와 잭 펠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모방범.
이야기는 스타키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그 사이에 잭 펠과 미스터 레드가 잠깐 등장하여 새로운 정보를 제공한다. 폭발물 증거를 통해 확인된 사실을 하나씩 확인하고, 기록된 자료를 검토한다. 처음에 몰랐던 사실이 하나 발견된다. 쌓여 있는 정보를 다시 보고 또 보면서 발견한 것이다. 너무나도 분명한 것 뒤에는 항상 숨겨진 사실이 있다. 증거와 단서를 쫓아가는 그녀 곁에는 어느 순간부터인지 잭 펠이 있다. 그녀는 그에게 끌린다. 감정의 흐름은 그녀가 쉽게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둘의 만남을 통해 잭 펠은 의문을 던져준다. 왜 그렇게 그는 미스터 레드에게 집착할까? 왜 그가 발견한 증거물을 숨길까? 둘의 은근한 로맨스 분위기 뒤로 흐르는 어두운 기운은 또 다른 사건을 암시한다.
강한 트라우마로 고생하는 스타키와 달리 폭파범 미스터 레드는 허세욕에 사로잡혀 있다. LA로 온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자신의 이름을 흉내 낸 범인을 찾기 위해서다. 그러는 사이에 스타키가 그를 매혹시킨다. 그녀가 폭발 속에서 살아났다는 사실에 매혹된 것이다. 많지 않은 등장이지만 그와 스타키는 같은 곳을 향해 달려간다. 폭발물의 중요한 재료의 소재지를 찾고, 같은 인물을 만나고, 범인을 쫓는다. 경찰이 단서와 조서를 바탕으로 하나씩 단계를 밟으면서 나아갈 때 그는 자신이 만든 사이트를 통해 직접 다가간다. 공개되지 않은 정보는 그 정보에 접근 가능한 사람만 제대로 이용할 수 있다. 범인은 어둠 속에 숨어 있고, 경찰은 밝은 곳에서 그 어둠을 하나씩 밝혀가야 한다. 누가 봐도 불리한 것은 경찰이다. 하지만 경찰은 혼자가 아니다.
폭발물이란 소재 덕분인지 모르지만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흐른다. 가슴 깊은 곳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두 남녀를 등장시켜 감정의 깊이를 더했다. 불안한 감정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고, 지루한 조사 작업은 증거물과 증인을 통해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간다. 현실과 감정의 충돌이 생기고, 경찰 내부의 갈등은 현실에 안주하게 만든다. 앞에 놓인 현실을 뛰어넘어야만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용기와 강한 행동력이 필요하다. 마음속 깊은 곳에 상처를 껴안고 살아가는 스타키에게 이런 상황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자신의 상처를 마주보고 치유해야 한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을 치유하면서 범인에게 한발 한발 다가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