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차일드
팀 보울러 지음, 나현영 옮김 / 살림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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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소년이 길에 누워있다. 사방이 온통 잿빛이다.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그에게 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목소리가 들리지만 말을 할 수 없다. 그 앞에 한 소녀의 영상이 보인다. 그런데 목소리와 영상이 일치하지 않는다. 아무런 고통이 없다. 그러다 한 단어를 내뱉는다. 소녀는 이 소리에 놀란다. 소년은 살아있다. 살아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엄청난 고통이 생긴다. 그 소녀는 사라지고 구급차가 와서 그를 살린다. 이렇게 독자는 윌과 처음으로 만난다. 이 사고는 윌에게서 과거를 빼앗아가고, 그가 잊고 있던 과거에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호기심을 자극한다.

열다섯 살 소년이 기억을 잃어버렸다. 이 아이의 과거는 그가 집으로 가는 과정에 결코 순탄하지 않음을 암시한다. 윌의 부모는 기억을 잃어버린 아이에게 자기들을 엄마, 아빠로 불러달라고 부탁하고 윌은 이것을 허락한다. 집에 도착해서 마주한 자신의 방은 낯선 이미지와 그림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를 둘러싼 마을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조그만 답을 얻는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은 결코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그의 환영과 말들이 그들을 두렵게 했기 때문이다. 기억을 잃어버렸지만 다른 사람들을 불안과 두려움에 잠기게 했던 환영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윌에게 나타나는 한 소녀의 이미지와 그림자들은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을까 의문을 품게 한다. 그가 살고 있는 마을에 뭔가 잘못된 일이 있다고 그가 말하지만 정확한 실체는 금방 나타나지 않는다. 자기만의 환상에 빠져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그의 이야기도 다른 사람들에게 한 소년의 미친 짓 그 이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러다 발생한 사건들 중 방랑 노숙자 크로의 죽음이 반전의 계기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행정편의주의에 묻히고 만다. 윌이 본 환상을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는 사람들과 그 환상 때문에 괴로워하고 고민하는 윌의 관계는 갈등을 만들어내고 해결책은 어떤 것일까 고민하게 만든다.

윌이 본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은 금방 짐작하게 만든다. 마을과 관련된 추악한 비밀은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그 실체가 벗겨진다. 하지만 드러난 실체 뒤에는 또 다른 숨겨진 비밀이 있다. 윌에 대한 정체불명의 사람들 공격이 현실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에서, 그 자신도 그 환상의 의미를 모르는 상태에서 의문과 호기심만 깊어질 뿐이다. 그 환상은 윌이 가진 능력 때문에 생긴 것일까? 아니면 그것이 윌을 선택했을까? 윌 가족의 과거를 생각하면 윌의 능력이 먼저일 것 같다. 하지만 이 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한 소년이 본 것을 환영으로 몰아가며 무시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마을 사람들이다. 물론 그들의 반응이 나쁜 것은 아니다. 나라도 누군가 이런 말을 외치고 다닌다면 그렇게 반응했을 것이다. 정확한 실체가 없는 상황에서 한 소년의 환영을 믿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소년이 보는 환영과 그 이면에 숨겨진 미스터리를 밝혀내는 이야기다. 환영과 소년의 교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왜일까 의문이 생긴다. 좀더 빨리 정확히 밝혀졌다면 윌의 고통이 좀더 줄었을 것이다. 아름다운 마을에 끔찍한 잘못이 있다고 말하는 소년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을 소설은 많이 생략했다. 윌이 지나갈 때 시선과 반응으로 한정시켜 그들과의 갈등을 고조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부모와의 갈등과 이해부족 등이 더 중심에 놓여있다. 윌을 노리는 정체불명의 사내들도 역시 사건의 중심에 있지만 윌의 부모나 경찰에게 환영으로 다가간 것은 예상외의 전개다. 오히려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함께 환영의 정체에 대해 고민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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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모차르트의 놀라운 환생
에바 바론스키 지음, 모명숙 옮김 / 베가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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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서 ‘만약...했다면’이란 가정이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설 속이라면 다르다. 이 가정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들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펼쳐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역사 속 천재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현재 독일에 타임슬립해서 나타난 것은 즐겁고 신나는 일이다. 그가 현대 음악을 어떻게 평가하고 또 어떤 음악을 작곡할지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런 호기심은 어떤 기대 심리를 만들고, 그 기대는 또 다른 재미를 만들어낸다.

모차르트가 죽음에 임박했을 때 현대 독일로 타임슬립한다. 200년 전 인물이 현대에 도착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이미 수많은 영화나 소설에서 다루었다. 그렇지만 이 낯설고 신기한 경험이 주는 재미는 변함이 없다. 그것은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고 있기에 예측하는 즐거움을 주고 동시에 우리가 얼마나 편한 세상에 살고 있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각의 인물들이 경험한 시대와 직업 등이 현대 과학이나 문화 등과 어떤 결합을 이룰지 상상하는 즐거움을 준다. 모차르트라면 당연히 음악이다. 

이 소설 이전까지 모차르트가 레퀴엠을 완성했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가 죽은 후 제자가 완성했다고 한다. 이 작품에 대한 평이 그렇게 좋지 않은 것 같은데 작가의 불만이 소설 속에 그대로 담겨 있다. 고전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나에게 이런 지식은 낯설지만 흥미로운 것은 분명하다. 현대로 타임슬립한 후 가장 먼저 레퀴엠의 나머지 부분을 작곡하는 모차르트를 보여준 것도 이것과 관계있을 것이다. 물론 일차적인 반응은 그가 현대 화학제품과 문명 이기에 대한 놀라움과 사후 세계로 착각하는 부분이다. 

과거 인물이 현대에 갑자기 타임슬립했을 때 낯설고 놀라운 물건들과 만날 수밖에 없다. 작가는 이 부분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이것을 어떻게 표현했느냐에 따라 몰입도가 달라지는데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잘 표현했다. 놀람과 공포의 감정 속에 감탄을 자아내는데 이것은 우리가 미래로 갔을 때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며칠 전 읽은 소설에서 불과 20여년 전 컴퓨터 하드디스크 용량을 보고 깜짝 놀랐던 것을 생각하면 모차르트가 현대에서 받은 경이로움은 이것의 수십 수백 배는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서 모차르트와 락 음악의 조우를 기대했다. 그런데 고전 음악과 재즈의 결합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재즈의 즉흥 연주가 우리가 알고 있던 모차르트의 자유분방함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기본 관계 위에 새로운 일들과 음악에 대한 관심과 이해와 발전을 그려내는데 어느 부분에서는 나의 얕은 지식이 안타깝기도 하다. 하지만 잘 알지 못한다고 해도 그 재미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읽으면서 나만의 음악으로 이야기를 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간략하게 멋대로 만들 수도 있다. 모차르트를 현대로 데리고 왔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사건 중 가장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 음악임을 생각하면 그 흐름은 제대로 되었다고 생각한다.

모차르트가 현대에 와서 머문 시간은 결코 적지 않다. 1년 정도 머물렀는데 그는 현대의 놀라운 연주 실력과 새로운 음악과의 만남을 통해 엄청나게 많은 음악을 작곡한다. 그가 처음에 레퀴엠의 마지막 부분을 작곡한 것은 음대 학생의 눈에 띄어 세기의 발견이 되고, 먹고 살기 위해 피아노 앞에 앉아서는 우리가 작곡가 때문에 잊고 있던 연주가 모차르트가 나타난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환상을 제공했던 재즈바의 즉흥연주 장면은 만약 실제로 일어난다면 어떤 음악이 흘러넘칠까 하는 기대로 흥분이 될 정도였다. 

재미난 에피소드도 많고 안타까운 일도 많다. 작은 키와 현대와 맞지 않는 패션 감각은 뛰어난 연주 실력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의 시선을 받지 못하고, 그가 작곡한 음악은 출판사에서 너무 모차르트답다고 퇴짜를 맞는다. 자신의 이름이 있는 음식들에 열광하고, 그의 사후 작곡가들에 대한 평가는 어떤 기준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그가 모차르트라고 했을 때 단순히 웃자고 반응하는 사람들과 달리 이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한 여인 때문에 불안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나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그가 작곡한 수많은 곡들이다. 이 곡들을 기록한 노트가 누구에게 갈 것인지, 이 음악들이 어떤 반응을 불러올까 하는 상상이다. 만약에서 시작하여 이런저런 상상을 하면서 즐길 수 있는 재미를 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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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버 미션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오가사와라 게이 지음, 김소운 옮김 / 들녘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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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여자가 처한 극한의 심리 상태를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책 소개에 의하면 이 장면은 분명히 여자가 죽고, 목이 잘리는 장면이다. 끔찍한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곧 장면이 바뀐다. 이 소설의 주인공 아소 리츠가 등장한다. 초보 경찰인 그녀가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피곤에 지쳐 잠시 쉰다고 했는데 늦은 아침이다. 상사로부터 전화가 온다. 그녀가 존경하는 선배 오기노 수사관이 무단결근했으니 한 번 찾아가보라는 부탁이다. 선배의 집으로 찾아간다. 거기에서 그녀가 본 것은 머리가 짤린 선배의 시체다. 이 상황이 그녀를 공포와 공황 속으로 몰고 간다. 그리고 이 사건이 그녀로 하여금 조직 밖에서 이 사건을 수사하게 만든다. 

초반에 강력한 한 방을 날리면서 현실을 벗어난 일본을 보여준다. 시대는 분명 현대인데 설정된 상황들이 현실과 다르다. 자연재해와 경제난으로 일본은 하이퍼인플레이션에 빠졌고, 치안도 그렇게 안정적이지 않다. 경찰은 부패했고, 과학기술은 미래를 앞으로 당겨놓았다. SF소설에 미스터리를 결합했다. 기본 줄기는 미스터리를 따라가고 그 중간에 미래 과학을 집어넣어 새로운 시도를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닥터 키시모토다. 그는 실제 뛰어난 뇌 과학자였지만 총격으로 죽고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되살아났다. 비록 노트북 속에 갇혔지만 그가 가진 지적 능력은 변함이 없다. 그녀가 그와의 대화를 통해 사건의 핵심으로 다가가는데 작가의 전공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머리사냥꾼으로 불리는 범인을 쫓는 아소의 활약을 다룬다. 조직 밖에서 홀로 활약을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조건들은 특별하다. 경찰의 데이터베이스에 무제한 접근이 가능하고 수사한 내용을 보고하면서 공유하지 않는다. 보고된 정보가 부패한 경찰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조직에 있는 동료에게는 휴직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머리사냥꾼 사건이 발견된 곳으로 언제든지 갈 수 있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 닥터 키시모토와의 작업은 다른 시각에서 사건을 보게 만들고 그 이전까지 몰랐던 단서를 하나씩 찾아내게 된다. 그런데 그 단서를 뒤쫓아가면 먼저 도착한 사람이 있다. 바로 그녀가 동경했던 선배 오기노 수사관이다.

사건 현장과 범인이 남긴 손디 카드로 프로파일링을 한다. 하지만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다. 단지 몇 가지 가능성을 암시할 뿐이다. 머리사냥꾼에게 희생당한 가족들을 찾아가서 발견한 단서를 확인하지만 그 누구도 모른다. 연결고리가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새로운 시체가 발견되고 수사는 이어진다. 그리고 닥터 키시모토의 과거사가 중간중간 나오면서 새로운 과학수사의 역사를 보여준다. 동시에 이 사건이 단순히 현재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과거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려준다. 부패와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과거의 자료를 제대로 찾기는 쉽지 않다. 경찰 수사가 발로 뛰는 것이 대부분임을 생각하면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더욱 한계가 보인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드러나는 사실들 중 하나가 머리사냥꾼에 죽인 사람들이 모두 여자란 것이다. 보통 머리를 절단하는 이유가 신분을 속이기 위해서인데 이 소설은 그런 설정과 전혀 관계가 없다. 오히려 닥터 키시모토의 연구와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뇌의 기억 추적을 통해 범인을 밝혀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지도 모른다. 앞에 깔아놓은 몇 가지 장치는 범인에 대한 추론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만들고 마지막 반전은 고전 스릴러의 오마주처럼 다루었다. 그리고 왜 그녀가 수많은 능력 있는 형사들을 제치고 이 수사를 맡게 되었는지 알려줄 때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드러난다. 

미스터리 소설로 가독성이 좋고 재미있다. 하지만 첫 부분을 읽으면서 눈길이 더 간 부분은 도쿄에 대한 설정이다. 자연재해와 경제난이 왠지 모르게 현재의 일본과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왜 작가는 이런 도쿄를 설정하고 이야기를 풀어내었을까 궁금했다. 단순히 현실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그랬을까? 아니면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 때문일까?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소설 속 현실이 결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님을 깨닫는다. 부패한 정치와 경찰과 검찰의 결합이 만들어내고 있는 현실을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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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마처럼 비웃는 것 도조 겐야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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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깔아놓은 미묘한 문장에 완전히 속았다. 아니 내가 잘못 읽은 탓이 더 크다. 범인의 정체가 밝혀진 후 작가의 말과 다르지 않느냐하고 생각했는데 다시 찾아서 읽어보니 서툰 나의 실수가 눈에 들어온다. 덕분에 나의 범인 찾기는 완전히 딴 곳 보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뭐 이렇게 독자를 잘 속이는 작가가 좋은 작가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 작품이 반전 혹은 가설의 연속으로 이어지면서 마지막에 도달하는 것은 조금 아쉽다. 또 다른 사실과 반전이라는 부분에 주목한다면 다르겠지만 그래도 개인 취향을 조금은 탄다.

전작처럼 괴담과 관련하여 이야기가 진행된다. 괴담의 시작은 고키 가의 넷째 아들 노부요시의 수기부터다. 하도 삼산의 성인 참배를 위해 산을 오르기로 한 노부요시의 하룻밤 경험담이 중심에 있다. 그는 아버지와 형들에 대한 반감 혹은 열등감 휩싸여 있다. 이 감정을 조금은 떨쳐버리기 위해 성인 참배에 참석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는 어릴 때부터 산과 친하지 않았고, 산을 오르락내리락 한 경험도 적다. 다만 할머니를 통해 들은 괴담은 풍부했다. 이 풍부한 괴담의 기억이 그의 산행을 알 수 없는 공포와 미신의 늪으로 빠트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모든 사건의 핵심에 다가갔다는 것도 역시.

도조 겐야가 하도로 온 것은 노부요시의 수기 때문이다. 이 수기에 실린 산마가 괴담 수집가인 그를 자극했다. 부름산에서 일어난 다쓰이치 일가의 밀실사건도 큰 관심을 끌었다. 이 사건 이전에 잠시 산마 전설 때문에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전에는 단지 선배와 함께 괴담을 수집하러 온 것이고 지금은 괴담의 중심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은 구마도 여섯 지장 동요의 재현이자 공포에 깊이를 더하는 작업이다. 왜 이런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되었는지 되짚어보면 작가가 여기저기 깔아놓은 복선의 힘을 조금씩 깨닫게 된다.

모든 사건은 부름산과 관계있다. 다쓰이치 일가의 묘한 실종과 금맥과 관련된 과거 이야기는 부름산 산마 전설과 여섯 지장 동요와 엮이면서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형성한다. 너무 흔하게 다루어지는 밀실이지만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주는 이 밀실사건은 밀실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들고, 또 다른 트릭과 연결된다. 어디서 그 정확한 흐름을 내가 놓친 것인지는 모르지만 기발하면서 어리둥절한 트릭이다. 잘못된 출발에서 시작한 나의 착각이 제대로 범인에게 다가가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고 그 유명한 홈즈의 추리방법을 잊게 만들었다. 그러니 범인 찾기는커녕 연쇄살인의 동기조차 제대로 파악 못한 것이다.

전작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에서 도조 겐야가 잠시 등장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처음부터 등장한다. 이런 구성은 이전에 긴다이치 시리즈에서도 잠시 만난 적이 있다. 민속학과 미스터리의 연결이라는 부분에서 요코미조 세이시의 흔적이 보이는데 어디까지 그의 영향력이 이어져있는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처음부터 등장한 겐야는 많은 탐정소설의 주인공 같은 실수를 저지른다. 바로 범인은 찾아내지만 연쇄살인사건은 완전히 막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와 트릭과 인간관계를 만든 것은 분명히 다음 작품에서 멋지게 활용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도조 가문 이야기는 더욱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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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항설백물어 -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2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금정 옮김 / 비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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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기다렸던 작품이다. 전작 <항백설물어>를 재미있게 읽었고, 이 작가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전작에 대한 기억이 조금은 흐려진 상태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흡입력은 변함이 없다. 읽으면서 반가운 사람들이 한 명씩 나올 때마다 전작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읽었다.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인물과 함께 전작과 다른 전개는 신선함을 주었다. 어느 부분에서는 약간의 매너리즘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그것은 낯설거나 비슷한 지명과 전설 등이 혼란을 줬기 때문이다. 

모두 여섯 편이 실려 있다. 전작도 모모스케가 사건의 중심에 자리를 잡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물론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은 모사꾼 마타이치 일행이다. 하지만 각 이야기 속에서 전체를 총괄하고 그 사연을 풀어서 해설하는 인물은 모모스케다. 직접 그 사건의 중심에 사로잡혀 경험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전작에서 그가 경험한 일과 마타이치 등과의 관계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중간 연락책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여기에 괴담 수집하기를 좋아하지만 피 보기를 두려워하는 성격은 괴담의 외피를 덮어쓰고 있는 이 작품에 딱 맞는 인물이다. 

전작도 그렇지만 이번 작품에서도 괴담은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이마에 돌멩이가 박혀 죽은 사건을 다룬 노뎃포, 목을 베어도 다시 살아나는 불사신 요괴 기에몬을 다룬 고와이, 갑자기 결혼 전에 사라진 여인과 잇달아 발생하는 화재 이야기인 히노엔마, 바닷물로 선박을 침몰시키는 유령선 전설의 후나유레이, 반복되는 끔찍한 살인의 저주를 다룬 사신, 한 무사의 눈에 계속해서 보이는 죽은 영주의 유령을 다룬 로진노히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각각의 이야기는 개별적이면서 동시에 하나로 이어진다. 이번 작품이 전작과 다른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마타이치 일행의 놀라운 능력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펼쳐진다. 그런데 중간중간 강적이 등장한다. 이 등장은 그들의 숨겨진 과거를 하나씩 밖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과거가 괴담과 연결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지독하게 현실적이고 이기적이다. 복수, 탐욕, 살인, 욕망, 사랑, 충성 등은 이야기의 바탕으로 작용하면서 인간의 욕망과 공포를 자극한다. 이번 작품에서 중심을 차지하는 이야기는 다섯 번째 이야기 사신이다. 이 이야기가 앞의 이야기와 연결되면서 마지막 이야기와 이어지고 공포와 더불어 가장 끔찍한 사건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모든 악이 하나로 뭉친 듯한데 그 시대의 상황이 진실에서 눈을 가리는 역할을 한다. 아마 현대도 미래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다른 일본 소설을 읽을 때 느낀 것을 다시 느꼈다. 그것은 괴담이나 문화의 전래를 중국 대륙에서 직접 가져온 것으로만 그려낸 것이다. 가끔 조선에서 유래한 귀신 등을 만날 때도 있지만 문화에 대해서는 왠지 모르게 대륙설이 대부분이다. 물론 중국 대륙에서 직접 온 것도 많을 것이다. 중국 동쪽을 왜구로 침략하고 노략질했던 기록이 많은 것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인정한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의도적인 선별 작업이 느껴진다. 이것이 단순한 문화 애국주의의 발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괴담이나 문화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면 늘 느끼는 아쉬운 혹은 안타까운 감정이다.

그리고 하나 더. 이 작품의 끝 장면을 보면 다음 이야기가 더 없을 것 같은데 나오키 상을 수상한 <후 항설백물어>이 남아 있다.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반가운 정보다. 과연 어떤 식으로 다음 이야기를 만들어내었을지, 또 마타이치 일행은 어떤 활약을 할지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된다. 그리고 변함없이 자국의 괴담을 이렇게 멋지게 미스터리 소설을 만들어낸 것에 부러움을 느낀다. 우리도 전설의 고향 같은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멋진 미스터리 소설로 만들어낼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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