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은 속삭인다
타티아나 드 로즈네 지음, 권윤진 옮김 / 비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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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 몇 쪽을 읽었을 때 갑자기 떠오른 소설이 있다.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다. 어릴 때 이 단편 소설을 읽고 상당한 공포에 시달렸다. 검은 고양이와 시체가 있는 벽이라는 소재가 함께 어우러져 공포에 빠지게 만들었다. 물론 지금이라면 아마 그냥 그랬을 것이다. 더 섬뜩하고 잔인한 소설을 많이 읽었고, 상상력의 빈곤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도 가끔 층간 소음 때문에 들리는 핸드폰 진동음이나 조그만 소음을 들을 때면 갑자기 소름이 돋는다. 이유 없이 상상력이 발휘된 것이다. 옛날에 느낀 공포가 뇌리 속 깊은 곳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비록 이것이 금방 사그라지지만.

처음과 달리 벽속에 시체가 있지는 않다. 제목 <벽은 속삭인다>의 의미는 연쇄살인범에게 죽은 여자의 흔적이 남은 집에서 주인공이 겪게 되는 공포와 아픔 등이다. 마흔 살 이혼녀 파스칼린은 월세가 조금 비싸지만 원하던 아파트를 빌렸다. 행복한 삶을 꿈꾸고 새롭게 시작하려고 한다. 그런데 첫날부터 이상하고 나쁜 기분이 든다. 그것은 그 멋진 집에서 벌어졌던 살인사건 때문이다. 연쇄살인범에게 한 여성이 그 방에서 살해당한 것이다. 그 살인범은 무려 일곱 명의 젊은 여성을 자기 방에서 강간하고 무참하게 살해했다. 비록 8년 전 살인사건이지만 악과 죽음의 기운이 스며든 방에서 그녀는 견뎌낼 수 없었다. 바로 이때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한다.

포의 소설처럼 벽에 숨겨진 시체도 없고 귀신이 등장하여 살인의 진실을 파헤치는 유령 이야기도 없다. 있는 것은 이 끔찍한 사실로부터 시작하여 그녀의 딸아이를 잃은 과거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그 사이사이에 연쇄살인범에게 살해당한 여자들 이야기가 하나씩 나오고, 그 죽음을 통해 그녀의 내적 평화가 완전히 무너진다. 단순하게 생각할 때 그녀가 이사만 한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 그런데 그녀의 어머니를 만나 잊고 있던 과거를 듣게 되면서 그녀의 특별한 감응 능력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다섯 살 때도 그녀는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것이다. 신비나 초월적인 소재로 빠질 위험이 있지만 작가는 개인의 심리 묘사에 집중한다. 

평범했던 삶을 갈아먹는 일상이 시작된다. 완벽주의자에 가까웠던 그녀의 일은 큰 실수로 이어지고, 새로운 남자와의 만남도 예상하지 못한 행동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살해당한 일곱 여자의 집을 찾아다니지만 살풀이는 되지 않고 삶은 점점 황폐해진다. 공포와 불안감이 고조되고, 환상이 어느새 자리잡는다. 일곱 희생자와 여섯 달 산 딸의 죽음이 동등한 무게를 지니게 된다. 살인자에 대한 분노도 깊어진다. 무려 15년 전 일이지만 갑작스럽게 삶 속에 파고든 딸의 부재는 현재의 삶을 완전히 뒤흔들어버린다. 무겁고 무섭고 슬프고 불안하다. 

길지 않은 이야기 속에 담긴 삶의 파괴는 무겁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잊고 있거나 무시하고 있는 일들이 잔류사념처럼 그녀에게는 다가온다. 그녀 이전에 몇 년이나 그 집에 살았던 사람들이 잘 이해되지 않고 자신이 잃어버린 것에 대한 환상이 생긴다. 친구가 보기에는 심한 정신불안정으로 의사를 찾아가야 할 것 같지만 당사자에게는 그 모든 관심이 간섭일 뿐이다. 작가는 이 과정을 어떻게 보면 잔잔하게 묘사한다. 그 어떤 과장도 없다. 간결하게 묘사된 심리와 상황에 대한 설명은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벽은 속삭인다고 말할 때 앞으로 벌어질 섬뜩한 미래가 그려진다. 잔혹하고 불안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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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7 21: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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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8 0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주홍색 연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7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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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아리스 시리즈 여덟 번째 작품이다. 제목은 셜록 홈스 시리즈 중 한 편과 같다. 사실 이 제목을 보았을 때 홈스와 왓슨의 만남을 다룬 동명의 작품이 떠올랐다. 정확하게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제목만은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가 그 유명한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아니었다면 제목 외에는 눈길을 끌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작품이 작가 아리스 시리즈 중 한 편이라니 그냥 지나갈 수 없다. 비록 이 작가의 작품이 아직 나를 완벽하게 사로잡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계속 끌리는 것은 평균 이상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짙은 노을로 가득한 저녁 풍경을 배경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소설 속에서 셜록 홈스 역을 맡은 히무라는 법학과 조교수다. 그의 이력을 아는 제자 아케미가 연구실을 찾아온다. 그리고 아름다운 노을을 두려워한다. 그녀가 노을을 두려워하는 것은 6년 전 있었던 화재 사건 때문이다. 그녀의 눈앞에서 이모부가 불타 죽은 것이다. 이 트라우마로 인해 주홍색에 대한 공포가 생겼다. 이 이야기를 한 후 그녀는 히무라에게 사건 조사를 부탁한다. 그것은 2년 전 친척의 피아노 선생이었던 오노 유우코가 별장 근처 해안에서 죽은 것이다. 

작가 아리스와 히무라는 홈스와 왓슨 콤비처럼 활약한다. 아리스는 현직 추리소설가고 히무라는 법대 조교수다. 이 둘이 범행 장소를 찾아가서 함께 사건을 해결한다. 이 작품이 시리즈 여덟 번째니 이전에 일곱 번 있었다. 콤비처럼 활약하지만 실제 모든 사건을 꿰뚫어보고 해결하는 인물은 히무라다. 그렇다고 작가가 쓴 글처럼 아리스의 활약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사건 현장에서 상황을 직접 들려주고 다양한 가설을 말하면서 불가능한 가설을 사전에 없애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독자들도 불가능하거나 불필요한 가설을 삭제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사건을 너무 단순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덕분에 본격적으로 추리에 집중하게 된다. 

유우코 살인사건은 해변가 바위에 맞아 죽은 것으로 주변인에게 알려줘 있다. 경찰이 세부적인 사실을 숨겨놓고 있은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이전에 이 사건을 함께 수사할 것을 요청하려고 히무라가 아리스의 집을 방문한다. 술을 마시고 늦게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전화가 온다. 히무라에게 오랑제 유희가오카 맨션 806호로 가라는 괴상한 전화가 온 것이다. 그냥 무시할 수도 있지만 낌새가 이상하다. 둘이 함께 이 맨션으로 간다. 806호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한 남자의 시체다. 야마우치 요헤이로 아케미와 죽은 유우코와 관계있는 인물이다. 본 사건 조사에 들어가기 전 벌써 한 건의 살인 사건이 생긴 것이다.

현장에서 발견된 단서는 용의자를 금방 찾게 만든다. 모든 정황 증거, 지문 등이 그를 범인이라고 가리킨다. 알리바이조차도 그에게 불리하다. 과연 그가 범인일까? 그가 범인이 아니라면 어떤 트릭이 사용된 것일까? 하지만 비교적 쉬운 트릭을 사용하여 금방 해결된다. 물론 비교적 쉽다는 것은 이것과 비슷한 트릭을 책 속에서도 이야기하지만 다른 소설에서도 읽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 수사 과정은 원래 해결하고자 한 유우코 살인사건 해결의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 단서를 재빨리 파악한다면 쉽게 범인을 추리할 수 있다. 만약 파악이 늦다면 나처럼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하드보일드나 액션을 가미한 추리소설이 아니다. 한정된 공간과 사람을 등장시켰다. 분명히 그 속에 범인이 있다. 범인을 추론하기 위해서는 조각난 퍼즐을 하나씩 맞출 필요가 있다. 홈스의 그 유명한 말처럼 불가능한 것을 하나씩 제거해야만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불가능성의 제거만으로 부족하다. 이 이야기 속에는 인간의 감성이 너무 주관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부분은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심하게 공감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솔직히 조금 아쉽다. 뭐 단순히 개인 취향 문제라면 다른 문제가 될 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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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헌트 1 - 구교사 괴담
오노 후유미 지음, 박시현 옮김 / 북스마니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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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 후유미란 이름 때문에 선택했다. 솔직히 말해 이 작가의 소설을 읽은 것은 딱 한 편이다. <시귀>다. 3권짜리 장편인데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그때는 이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보게 된 일본 애니 <십이국기>의 원작자란 것을 알게 되면서 기억하게 되었다. 집에 <십이국기> 몇 권이 있다. 애니를 본 것 때문에 왠지 손이 나가질 않는다. 애니의 이미지가 원작에 적용될 것 같은 느낌과 다른 책을 먼저 읽고 싶은 마음에 뒤로 밀렸다. 그러다 선택한 것이 이 책이다. 그런데 이 소설도 읽다보니 이전에 애니로 본 것이다. 몇 년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애니의 원작이지만 만화로도 나왔다. 이런 하나의 소스를 다양하게 이용하는 것은 이미 여러 번 봤다. 그래서 가끔 애니로 봤다는 이유로 원작의 재미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점점 이런 경우가 많아지는데 아쉬울 때가 많다. 만화 대신 애니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으니 게을러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 소설도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달려들었다가 애니로 봤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약간 주춤했다. 가속도가 붙어야 할 시점에 특히. 머릿속에 남아 있는 애니와 비교하는 작업이 읽는 동안 계속 되었는데 이 때문에 원작의 재미를 충분히 누리지 못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 물론 남은 이미지의 도움을 받은 부분도 있지만.

부제 ‘구교사 괴담’에서 알 수 있듯이 괴담에서 시작한다. 화자는 고등학생 마이다.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 괴담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 나온 것이 그녀가 다니는 학교의 구교사 괴담이다. 처음에는 그냥 떠돌아다니는 괴담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 구교사를 정리하려고 하는 교장이 고스트헌트를 부르면서 바뀐다. 처음 도착한 인물이 바로 시부야다. 그는 시부야 사이킥 리서치 대표다. 겨우 열입곱인데 말이다. 거기에 엄청난 미소년이다. 마이를 제외한 다른 친구가 그에게 홀딱 빠진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될 정도의 미모다. 그리고 그는 영능력자가 아니고 과학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마이가 이 구교사 일에 빠지게 된 것도 바로 시부야의 조수를 다치게 만들고 비싼 기자재를 깨트린 것 때문이다.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공간이 구교사다. 괴담의 진원지이기도 하지만 알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어린 시부야를 믿지 못한 교장이 다른 영능력자를 부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가 매체에서 뛰어난 업적을 쌓은 인물이 아닐 경우에는 더욱더. 무녀와 스님과 영매와 신부 등이 추가로 등장한다. 이들은 구교사에 정령이 있다 없다 등으로 말다툼을 한다. 쉽게 정령이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구교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분명 어떤 존재가 있다. 비록 분명하게 그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제목만 본다면 판타지 계열로 초능력이 난무할 것 같지만 작가는 냉정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시부야를 내세워 과학적 해석을 바탕으로 먼저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이에 반론을 제기하는 영능력자와 영적 재능이 있는 학생을 등장시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구교사에서 벌어지는 몇 가지 해프닝과 사고는 독자로 하여금 그 정체가 무엇인지 호기심을 품게 만든다. 하지만 마이의 일인칭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그 무거움을 덜어낸다. 여고생이 화자이자 주인공이 되면서 명랑해진 것이다. 여기에 살짝 가미되기 시작하는 로맨스는 다음 권을 기대하게 만든다. 애니를 끝까지 보지 않은 것 같은데 원작은 과연 끝까지 보게 될지 모르겠다. 뭐 원작이 모두 출간될 때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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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차일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3-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3
존 하트 지음, 박산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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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스릴러 장르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작품이다. 물론 판매량만 본다면 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장르 애호가들의 평에 의하면 훨씬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아직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읽지 않은 상태라 개인적인 호불호를 나누기 쉽지 않다. 대신 작가의 다른 책 <너무 친한 친구들>과 비교한다면 분명 큰 차이가 있다. 물론 이 비교는 정당하지 않다. 다른 작품이고, 개인적 기호나 취향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시간이 되고 손이 간다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서평을 통해 다시 개인적 점수를 밝히고 싶다.

예전에도 몇 번 썼지만 다른 사람의 서평을 꼼꼼하게 읽는 편이 아니다. 한때는 정말 열심히 읽은 적이 있지만 그들의 감상이 나의 서평에 그대로 묻어나는 경우가 많아지고 선입견이 생기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잘 읽지 않는다. 간단한 책 소개도 간략하게 훑고 지나간다. 그러다보니 아! 꼭 읽어야지, 하고 먹었던 마음이 다른 책 소개와 꼬이면서 어! 이런 내용이었나, 하는 의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럴 때 다시 책 표지나 띠지를 다시 본다. 이때 발견한 문구 중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것은 ‘제2의 하퍼 리, 포스트 코맥 매카시로 평가받는 그의 최고 작품’이다. 대단한 호평이다.

많은 평 중에 눈길을 끄는 것은 허클베리 핀이다. 아직 이 소설을 읽지 않았는데 예전에 만화로 만들어진 <톰 소여의 모험>을 통해 만난 적이 있는 소년이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은 연결이었다. 그런데 점점 진도가 나감에 따라 그의 흔적이 강해졌다. 물론 소년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작가가 뛰어넘지는 않는다. 우연과 행운이 겹쳐지면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그 중심에는 소년 조니의 강한 의지와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 납치된 쌍둥이 여동생 앨리사로 인한 가족의 해체와 붕괴, 사라진 아버지와 약과 술에 취한 엄마와 떨어져 살게 될지 모르는 미래, 앨리사를 찾아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겠다는 의지는 바로 이런 현실과 미래에 대한 공포에 대한 대응책이자 반발이다.

이야기는 두 인물이 이끌어 간다. 소년 조니와 형사반장 헌트다. 조니가 사건의 직접 피해 당사자라면 헌트는 앨리사의 실종으로 인해 가족이 깨어진 간접 피해자다. 헌트의 경우가 바로 형사들이 평생 가슴 속에 담고 산다는 바로 그 사건이다. 소설의 첫 부분은 소년 조니다. 그가 약물과 알코올 중독인 엄마 대신 마트로 장을 보러간다. 여기서 이 둘이 만난다. 첫 만남은 아니다. 여러 번 만났다. 이 만남이 조니에게는 부담스럽다. 혹시 잘못되어 다른 가정으로 입양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금은 밋밋한 시작이다. 살짝 만만하게 봤다. 그런데 조니의 활약이 펼쳐지면서 이야기는 급변한다.

조니는 평범한 열네 살이 아니다. 그는 여동생 앨리사의 납치 실종과 아빠가 집을 떠난 현실을 굳건히 견뎌내면서 동생을 찾으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 노력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새로운 사건과 엄청난 과거가 드러나고 가속도가 붙는다. 영웅처럼 다루어지는 조니지만 그 때문에 그의 가족은 더욱 위태로워진다. 그 또한 엄청난 위험 속에 노출되어 있었다. 이런 조니를 옆에서 돌봐주는 인물이 바로 헌트 반장이다. 하지만 그의 도움을 조니가 바라지 않는다. 아니 신뢰하지 않는다. 소년이 너무 많은 어른 세계를 들여다본 것이다. 

헌트는 조니 가족 옆을 맴돈다. 조니의 행동으로 새로운 단서가 드러난다. 한 소녀의 실종 사건으로 과거 사건이 재조명된다. 엄청난 진실이 드러나면서 분노는 냉정함을 뒤덮어버린다. 하지만 쉽게 단서가 밝혀지지 않는다. 형사는 증거를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증거를 쫓아가지만 새로운 살인사건만 발견할 뿐이다. 증거와 흔적을 포기하지 않고 파고들면서 알 수 없었던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기 시작한다. 조니가 보여준 단서와 행동이 하나씩 사실로 드러난다. 추악한 어른들의 행동들이 말이다.

앨리사의 실종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결국 인간과 가족 문제로 파고든다. 밖으로 드러나는 치밀한 범죄행위와 엄청난 사건은 분노를 자아낸다. 이 엄청난 사건이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지만 그 기반에는 가족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이 가족 문제는 하나의 사건에서 시작되었다. 바로 앨리사의 실종이다. 진실이 밖으로 드러날 때 모든 문제가 하나씩 해결되고 가족이란 테두리가 지닌 한계와 힘을 깨닫게 된다. 한 편의 스릴러 소설 속에 작가는 많은 이야기 거리를 집어넣었고, 독자는 그 많은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과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분석하게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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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 김영사 모던&클래식
존 스타인벡 지음, 안정효 옮김 / 김영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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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타인벡의 소설을 처음 읽은 것이 대학 때였다. <분노의 포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 후 <에덴의 동쪽>을 문고판으로 읽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 두 권 모두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 것 같은데 그 당시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이 재미와 몰입도와 상관없이 내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시대에 대한 이해와 사람에 대한 애정이 부족한 시절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그 당시 재미있게 혹은 몰입해서 읽은 책 상당수가 그랬다. 지금 다시 읽으라고 한다면 쉽게 손이 가질 않을 책들이다. 소위 말하는 고전문학으로 분류되던 책들이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스타인벡의 소설을 한 권 읽었다. 여전히 잘 읽혔다. 하지만 그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이야기의 맥을 단숨에 잡지 못했다. 아직 성숙함이 부족한 모양이다. 이것과 상관없이 그의 이름이 나오는 책에는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대학 때 읽은 재미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이것은 이 책을 선택하는데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조그만 착각도 작용했다. 당연히 소설로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아니다. 이 책은 작가가 자신의 나라에 대한 애정을 담은 비평 에세이다. 가끔 깜짝 놀라게 만드는 내용들이 나와 어리둥절할 경우도 많았지만 분명히 미국과 미국인에 대한 글이다.

책 구성은 역자가 쓴 작가와 작품에 대한 해제가 먼저고, 그 다음에 본격적인 이야기가 주제별로 나온다. 책을 읽을 때 개인적으로 역자나 해설이 붙은 것을 먼저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작가의 글을 먼저 읽었다. 미국의 탄생과 성장에 대한 내용인 ‘여럿에서 하나’의 장은 항상 듣게 되는 미국의 힘이 어디에서 비롯한 것인지 알려줬다. 하지만 그 내용 중에서 놀라운 글이 보인다. “제한이 심한 이민법을 통과시키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바로 그 사람들이, 이제는 값싼 새로운 노동력을 받아들이자고 앞장을 서서 주장하는가 하면, 때로는 불법으로 이주를 받아들이기에 이르렀다.”(94쪽) 이 글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자 등이 어떻게 변신하는지 잘 보여준다. 한국의 현실에 이 문장에서 단어를 조금 바꿔서 적용하면 현재 한미FTA 문제나 기타 사항으로도 바로 적용이 가능하다. 

그 외에도 미국과 미국인에 대한 그의 글들은 우리의 현실에 대입해도 무리가 없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광고, 생태, 정치, 경제, 인권, 미래에 대한 글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가 이 글을 쓴 시대가 1960년대 후반임을 감안하면 더욱 놀랍다. 물론 이전에 다른 책 등에서 읽은 부분도 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시대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이 글들이 가슴으로 와 닿는다. 물론 나의 인식이 따라가지 못하거나 기존 상식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 특히 노예제도에 대한 부분이 그렇다. 노예제도라는 문제가 이성이나 분석의 문제가 아니라 순전히 감정적인 논쟁으로 대두했다는 지적에서 그 시대를 이해하는 새로운 단서 하나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매카시즘과 문학에 대한 금서 논쟁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잘 몰랐다. 그의 작품이 금서 목록에 올랐다는 것조차 몰랐다. 이 부분은 역자의 해제를 통해 잘 알게 되었다. 해제를 나중에 읽으면서 작가의 글 속에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놓친 의미를 새롭게 발견한 것이다. 아마 해체를 먼저 읽었다면 그렇구나 하고 지나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존 스타인벡 인생과 문학을 비교적 짧은 글 속에 잘 요약한 글이다. 이 때문에 나중에 아직 읽지 않는 작가의 다른 책에 대한 관심이 더 생겼다. 이전에 읽은 책도 한 번 더 읽을까 살짝 고민이 된다. 뭐 고민을 끝날 가능성이 더 높지만. 

역자도 말했지만 작가는 사회주의자보다 현실을 가장 낮은 곳에서 바라보는 인본주의자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 사회의 현실과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 책을 읽는 우리가 바로 자신의 필요에 따라 그의 의도와 목적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표지가 너무 미국적이라 살짝 들고 다니기 부담스럽다. 제목과 내용만 생각한다면 제대로 그것을 표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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