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할 수 없는 모중석 스릴러 클럽 30
할런 코벤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프롤로그에서 빨간색 문을 말하면서 시작한다. 댄은 이 문을 열면 자신의 삶이 끝장 날 것이란 예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연다. 이 불길한 예감이 맞았다. 그를 기다린 것은 방송국 리포터와 카메라다. 의 웬디 타인스가 말한다. 열세 살 소녀와 섹스하려고 온 것이냐고? 뭐지? 라는 의문을 가지기 전에 소녀 헤일리의 실종 사건이 나온다. 어떻게 연결되는지 생각하기 전에 석 달의 시간이 지나갔음을 알려준다. 빠른 전개다. 그리고 댄이 모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화자이자 주인공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예상 외로 이번에는 웬디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댄의 법원 심리 장면이 나오는데 뛰어난 변호사가 그를 무죄로 만든다. 하지만 법보다 가까운 것은 주먹이다. 말이다. 댄의 일상은 파괴되었고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물리적 심리적 폭력을 가한다. 텔레비전이 만들어낸 영상이 사실 여부를 떠나 그를 판단하게 만든 것이다. 이것은 나중에 나오는 다른 사건들과 연결된다. 그것은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등인데 이 소설에서 악의적 소문이 어떻게 한 개인을 파괴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소문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작가의 상상력과 극한으로 몰고 간 상황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판결이 난 후 웬디는 왠지 꺼림칙하다. 심리 과정에서 나온 변호사의 지적 외에도 그녀를 가슴 깊은 곳에서 흔드는 뭔가가 있다. 이 판결이 난 후 해고된다. 그녀에 대한 신뢰성이 땅에 떨어진 것이다. 그러다 댄의 전화가 온다. 만나자고 한다. 리포터라면 얼씨구나 할 상황이다. 그리고 에드 그레이슨이 찾아온다. 소아성애자로 소문난 댄을 찾아 죽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온 것이다. 불쾌하다. 가슴 한 곳에 불편하게 남아있던 감정을 품고 댄을 만나러 간다. 당연히 댄은 소아성애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때 한 남자가 들어와서 댄을 향해 총을 쏜다. 죽는다. 그를 피해 달아난다. 쫓아온다. 차를 타고 달아난다. 경찰에 신고한다. 다시 현장으로 온다. 그런데 시체가 보이지 않는다. 

웬디는 살인자가 그레이슨이라고 생각한다. 그녀 집에 찾아왔을 때 차고 있던 시계나 키나 체형 등을 생각할 때 그가 분명하다. 하지만 증거가 없다. 역시 뛰어난 변호사가 그를 경찰서에서 풀어준다. 시체가 없으니 사건이 성립되기 힘들다. 여기서 또 다른 사건이 하나 떠오른다. 바로 헤일리 실종사건이다. 댄이 잤던 호텔 중 한 곳에서 그녀의 스마트폰이 발견된 것이다. 그녀 실종에 댄이 어떤 역할을 한 것일까? 댄이 소아성애자가 아니라는 확신이 점점 자라고 있던 웬디에게 의문을 심어준다. 그리고 그녀는 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

기본적으로 소아성애자와 한 소녀의 실종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댄이 소아성애자인지 하는 의문과 헤일리의 실종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 추측하게 만든다. 여기에 웬디의 불행을 같이 집어넣어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만든다. 그녀의 불행은 알코올 중독자의 차에 치여 죽은 남편 이야기다. 그녀는 그 일을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다시 가족의 문제로 이야기를 이끈다. 가해자의 가족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주고, 피해자 가족이 얼마나 가혹한 고통을 당하는지도 같이 보여준다. 하나의 사건으로 산산조각나고 심리적으로 파괴되는 가족의 내면을 그려낸다. 단순히 이런 내면의 연속이었다면 조금 재미가 덜 했을 것이다. 거장은 스릴러 속에 이것을 녹여내어 자연스럽게 다가가게 한다. 

상관없을 것 같은 두 개의 사건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보다 하나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드러난 새로운 사실들과 이야기를 미로 속으로 이끄는 과정이 더 흥미롭다. 바로 댄의 진실이다. 언론에 의해 소아성애자로 낙인 찍힌 그지만 과거 어디에도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그의 과거를 추적하면서 드러나는 새로운 사실은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 있지만 어느 순간 하나씩 맞춰지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 어떤 액션도 없다. 천재적인 탐정도 없다. 발로 뛰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맞춰나간다. 어떤 엄청난 사건과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배후 세력은 무얼까? 왜 그랬을까? 의문이 생긴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은 놀랍다. 복잡하게 파고들어갔던 사건들이 하나로 풀렸기 때문이다. 동시에 처음부터 가졌던 의심도 역시. 책 뒷면에 나온 인간, 친구, 진실. 이 세 단어에 가족을 더하면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좀더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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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 보험조사원 디디의 아찔한 사건해결 수첩 - 사라진 헤밍웨이의 원고를 찾아라!
다이앤 길버트 매드슨 지음, 김창규 옮김 / 이덴슬리벨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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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원제목의 간결함 대신 번역본은 긴 제목을 선택했다. 이런 긴 제목이 시선을 끌기도하지만 다른 독자에게 제목을 제대로 전해주지 못한다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사실 이 제목 때문에 이 책을 선택하는데 주저했었다. 왠지 칫릭이나 가벼운 연애소설 같은 분위기를 풍겼기 때문이다. 아마 부제처럼 나온 ‘사라진 헤밍웨이의 원고를 찾아라!’가 없었다면 그냥 지나갔을 것이다. 책 소개 글을 읽으니 미스터리물이다. 그것도 프랑스 파리의 한 기차역에서 분실했다고 전해지는 그 원고를 둘러싸고 말이다.

미스터리물이라고 무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물론 이 소설에서 살인은 몇 번 읽어난다. 제목과 주인공의 직업을 생각하면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데 말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살인과 위기가 이어진다. 비록 그것이 앞에 눈에 띄게 깔아놓은 복선에 의해 너무 쉽게 밝혀지지만. 사실 이 소설의 재미는 누가 범인인가? 하는 것보다 범인을 쫓아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소소한 에피소드와 디디의 심리 묘사다. 그리고 그 유명한 헤밍웨이에 대한 적지 않은 정보와 진짜 그 원고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가정이다.

디디는 제목처럼 보험조사원이다. 그녀의 과거는 평탄하지 않다. 첫 연인 데이비드는 갑자기 떠나버렸고, 다른 연인은 죽었다. 이 때 영문학자로서의 그녀의 이력은 끝났다. 덕분에 어쩌면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는 보험조사원이 되었다. 최근에 사귄 남자조차 정확히 알 수 없는 사건으로 사라졌고, 외롭고 쓸쓸한 나날을 보낸다. 이런 그녀에게 친구가 준 연극표는 첫 연인 데이비드와 만나게 만든다. 바로 이 만남이 이 모든 사건의 시작이다. 그가 사라졌던 헤밍웨이의 원고를 가지고 있고, 이 원고를 경매에 붙여 팔려고 하기 때문이다. 

사라진 원고를 경매에 붙이면 어마어마한 금액이 된다. 하지만 진짜 원고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가 보여준 몇 장을 본 헤밍웨이 연구가들이 진짜라고 말한다. 전체 원고를 보지 않은 상태지만 경매소와 보험사 모두가 눈독을 들일만 하다. 그런데 이 원고에 대한 회의 도중에 한 전화를 통해 총소리가 들린다. 디디가 달려간다.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데이비드의 시체다. 디디도 범인에게 공격을 받는다. 쓰러진다. 도착한 경찰들이 보기에 그녀는 유력한 용의자다. 집 구석구석에 그녀의 지문이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당연하다. 그녀는 옛 연인과 뜨거운 밤을 보낸 후다.

제1용의자이자 원고에 대한 의뢰를 받은 그녀. 일상 속에서 그녀에게 또 다른 의뢰가 들어온다. 거기에 국세청과의 문제도 있다. 이런 다양한 사건과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과정에 새로운 멋진 남자가 등장한다. 그에 대한 표현을 읽다보면 이 소설이 미스터리보다 오히려 로맨스 소설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밋치에 대한 작가의 표현은 노골적이면서도 직설적인데 실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가식을 벗어던진 심리 표현은 남자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디디의 능력을 높이 산 사람들의 의뢰는 중간중간 재미난 결과를 만들어낸다. 하나의 큰 사건을 뒤쫓는 도중에 과연 이런 사건들도 해결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겼지만 그녀는 능력자다. 탁월한 직관력과 추리력은 의뢰인의 요구 사항을 잘 만족시킨다. 그런데 이번에는 살인사건이다. 그녀조차 살인자의 살해 대상에 올라있다. 몇 번의 위험한 상황이 있었다. 운 좋게 혹은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위험을 벗어난다. 거기에서 피어나는 로맨스는 혹시 하는 가능성을 품게 만든다. 어떻게 결말을 지어도 진부할 수 있는데 시리즈를 감안한다면 좋은 선택이다.

화려하거나 반전에 반전을 펼치는 소설이 아니다. 소소한 재미와 속도감 있는 전개로 이루어져 있다.특히 캐릭터가 주는 재미가 강하다. 로맨스와 미스터리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소설에 멈춰 헤밍웨이에 대한 깊이 있는 부분까지 내려가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쉽다. 물론 잘 알지 못했던 사실 한두 가지를 건지기는 했다. 하지만 좀더 헤밍웨이의 삶 전체를 아우르는 곳으로 흘러갔다면 어땠을까? 너무 무거워졌을까? 가벼운 미스터리와 피어나는 로맨스를 좋아한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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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얏상 스토리콜렉터 9
하라 코이치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일본 드라마나 만화나 소설 등을 읽다보면 자주 만나게 되는 분야 중 하나가 음식이다. 단지 제목만 가지고 파악할 수 없는 이 소설도 바로 음식에 대한 것이다. 대부분 주인공이 음식과 관련 있는 직업을 가지거나 아니면 회사 기획에 의해 음식을 다루는데 이번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직업은 다르다. 다르다기보다 없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왜냐고? 그것은 주인공 다카오와 얏상 모두 노숙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둘은 일반 노숙자와 다르다. 외견 상으로도 다르지만 그들이 하는 일(?)이 보통의 노숙자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여섯 편의 연작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단편이 <노숙자의 맛집 수첩>인데 여기서 다카오와 얏상의 만남이 시작된다. 이 인연이 츠키지 중앙도매시장으로 이어지고 일반적인 노숙자였던 다카오를 특별한 노숙자로 만들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한 것이 다카오를 깨끗하게 씻게 만들고, 체력을 키우기 위해 츠키지까지 달려가는 것이다. 그리고 얏상을 통해 전혀 새로운 노숙자를 보여준다. 그것은 시장 상인과 식당의 요리사에게 사랑받는 노숙자다. 노숙자가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 좀 이상하지만 그가 하는 일을 생각하면 당연하다. 그것은 시장과 식당 사이를 오가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정보만 제공했다면 조금 심심했을 것이다. 그런데 얏상의 미각이 대단히 발달해 있다. 이런 미각은 식자재나 음식을 통해 혹은 그 식당의 뒷문을 통해 식당이나 시장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게 만든다. 이런 정보와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식당과 시장 사람들에게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서로 연관성 있는 두 곳에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여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가 나타났을 때 그들이 반가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식당이 음식을 제공하거나 시장 사람들이 신선한 생선 등을 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최근에 자주 나오는 맛집 프로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바로 첫 단편이다. 얏상과의 만남도 나오지만 다카오의 욕망이 그릇된 언론과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잘 보여준다. 이것은 얼마 전 한국에서도 맛집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영화와 일맥상통한다. 기자 정신이 사라지고 흥정과 흥미만 남은 잡지의 실체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이 일 때문에 다카오가 큰 고통을 당하지만 이것은 그가 성장하는데 조그만 도움이 된다. 중간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하였지만 역시나로 끝난 부분은 조금 아쉽지만 다음 이야기로 이어질 때 더 풍성한 거름이 된다.

<러브 미 소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이후에도 자주 등장하는 오머니다. 재일동포인 그녀가 만드는 음식은 한식인데 작가는 비교적 잘 설명하면서 극중에 녹여내었다. 사실 읽으면서 오머니가 어머니의 오타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뭐 이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단편에서 새로운 중요인물은 소바를 사랑하는 소녀 미사키다. 중학생인 그녀가 바라는 것은 소바 직인인데 엄마와 선생이 반대한다. 도쿄로 도망온 후 그녀는 피시방에서 지내면서 유명한 소바집을 돌면서 무전취식을 했다. 이것을 본 다카오에게 잡혔고 그녀의 사연과 희망이 나오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풀려나온다. 일본의 음식 업계를 조금은 더 잘 알 수 있고 전통의 힘을 살짝 느꼈다.

레스토랑 주인이 인질을 잡고 농성한다는 내용이 바로 <농성 레스토랑>이다. 이 단편을 읽으면서 한국 거대 프렌차이즈가 어떻게 골목 상권을 잠식하게 되었는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물론 방식은 다르다. 하지만 그들의 자본과 브랜드 인지도가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생각하면 그냥 간단하게 지나갈 수 없다. 이 소설 속 경양식 식당도 그런 집 중 하나다. 식당 주인의 욕망을 이용해 간단하게 그 식당을 빼앗은 그들을 보면 맛보다 인지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렌차이즈의 문제를 그냥 보고만 지나갈 수 없다. 뭐 이렇게 된 데는 그런 식당을 자주 이용하는 우리들의 문제도 있겠지만.

<츠키지의 난>은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다룬다. 시장 이전 문제인데 이전파와 반대파의 갈등 중 하나가 노숙자 얏상의 존재라는 것이 비현실적이다. 이 파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일본 소설답다는 느낌을 주지만 그 속에 작가가 풀어내는 현실적인 문제 제기는 잘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현실적 문제 뒤에 또 다른 이권이 개입할 수 있지만 말이다. 한국의 청계천을 생각하면 이 이전에 대해 반대를 하지 않을 수 없지만 잘 알지 못하는 일본 문제니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 그러니 얏상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다카오의 행동에 더 눈길이 간다. 결말은 예상한 대로고 얏상의 숨겨진 과거와 능력은 어디까지인지 호기심만 더 생긴다.

얏상의 스승이 등장하는 <소나무 별장>은 불법어업에 대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서해에서 중국의 불법어업으로 고생하는데 이 소설은 야쿠자와 어부의 협업으로 인한 문제다. 그리고 얏상의 과거가 좀 더 나온다. 사건 해결이 기발하다기보다 오히려 드러난 사실에 애잔함을 느낀다. 각각 다른 삶의 무게가 이기적으로 변할 때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 잘 보여준다. <터릿의 행방>은 인기 유명인에 현혹된 한 레스토랑에 대한 것이다. 남의 약점을 이용한 연애인의 행보보다 그것에 현혹된 사람에게 더 많은 질타를 하고 싶다. 현실을 무시한 요리인의 자존심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가슴속에 담아둘 필요가 있다. 다카오가 풀어내는 문제 해결은 조금 약한 듯하지만 오히려 현실적인 선에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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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더 리퍼 밀리언셀러 클럽 115
조시 베이젤 지음, 장용준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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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허름한 맨해튼 카톨릭 병원의 응급실 담당 의사 이야기다. 병원 이야기냐고? 맞다. 정확하게는 반만 맞다. 실제 이 소설을 쓴 작가도 레지던트이고, 소설 속 주인공도 레지던트다. 물론 단순한 의사가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닥터 하우스> 같은 드라마보다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 이 의사에게 숨겨진 과거가 있는데 전직 킬러였다는 것이다. 그것도 마피아의 킬러였다. 그런 킬러가 왜 레지던트로 고생을 하냐고? 그것은 내부고발자가 되어 FBI증인 보호 프로그램 아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마피아 킬러가 의사가 되었다는 것이 의아하지만 작가의 이력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정인지 모르겠다. 병원의 현실을 배경으로 상상력을 새롭게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로빈 쿡의 의학 스릴러와는 완전히 다른 전개다. 쿡이 병원을 둘러싼 스릴러를 펼친다면 이 작가는 단순히 병원을 배경으로 사용할 뿐 실제 일어나는 일은 킬러의 과거사와 새로운 신분이 발견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원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는 우리가 잘 몰랐거나 그냥 무시하고 지나간 일들에 대한 소소한 혹은 당사자에게 끔찍한 이야기 거리다. 

첫 장면부터 시선을 끈다. 그는 노상강도의 권총을 가볍게 빼앗는다. 이런 능력에 감탄할 새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위트 있고 냉소적인 문장과 표현들은 단박에 시선을 끈다. 이어지는 병원 이야기는 작가의 이력을 자연스레 떠올려주고, 그 사이사이에 나오는 회상은 그가 어떻게 자랐는지, 왜 킬러가 되었는지, 왜 FBI의 편이 되었는지 알려준다. 이런 이야기가 실제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일 속에서 시간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이 과거사는 동시에 어떻게 마피아가 부를 축적하고 유지하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던 마피아의 새로운 면을 보여준다. 

킬러였던 과거가 알려지기를 그는 바라지 않지만 현실은 다르다. 사실 이 소설에서 가장 긴장감을 실어주는 것은 바로 그의 이력이 다른 조직원에게 들키고 난 후부터다. 다른 조직원에게 이 소식이 알려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병원 전화 등을 정리하지만 요즘은 누구나 핸드폰을 가지고 있다. 그가 어떤 일을 했는지, 얼마나 무서운 인물인지 아는 환자가 다른 조직원에게 보험성으로 그의 존재를 알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가 바라는 것은 유능한 의사에게 수술을 받아 암을 완치한 후 병원을 걸어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무시무시한 킬러가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실제 더 무서운 것은 그 유명한 의사가 상당히 문제가 많은 의사라는 것이다. 그래서 전직 킬러였던 의사는 이 환자를 죽게 만들 수 없게 되었다. 

결코 죽게 만들어서 자신의 정체가 탄로나기를 바라지 않는 전직 킬러이자 현직 의사는 본의 아니게 바빠진다. 이렇게 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병원이라는 공간이기에 가능한 수많은 일들로 인해 때로는 헛웃음을 때로는 분노를 때로는 황당함을 보여준다. 이미 <닥터 하우스>나 다른 책들을 통해 병원이 얼마나 많은 병균을 환자에게 전염시키는지 알고 있었지만 코믹한 진행과 냉소적인 의학 정보는 읽는 재미를 준다. 이런 정보들이 킬러라는 직업을 가진 의사 이야기를 조금은 가볍게 덜어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긴장감을 완화시켜준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상당히 재미있다.

현재의 에피소드가 조금 가볍다면 그의 과거는 직업처럼 무겁고 날렵하다. 킬러에게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의 복수를 통해 킬러가 되었는데 그 사이에 펼쳐지는 활약이 경쾌하면서도 섬뜩하다. 그의 성장과 더불어 펼쳐지는 살인 행각은 정말 악당을 처단한다는 의도로 포장되어 있지만 결국 살인이다. 물론 그들이 펼친 악행을 생각하면 그의 활약에 박수를 치고 마음도 생긴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시선에서 본 것이고 그가 속한 조직이 저지르는 일을 생각하면 그들과 별 차이가 없게 느껴진다. 이런 생각은 사실 읽는 동안에 잘 하지 않는다. 주인공의 활약에 자신도 모르게 동조하고 몰입하기 때문이다. 

가볍게 읽기 시작하여 의학과 킬러의 결합이란 신선한 조합을 만났고 예상 이상의 재미를 누렸다. 후반부로 가면서 펼쳐지는 로맨스는 부러움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고, 마지막 장면은 과연 그것이 가능할지 의문이 생긴다. 어떻게 보면 피에트로 브라우나의 액션 장면은 스티븐 시걸과 닮아 있다. 주저 없고 파괴적이고 속도감 있는 액션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나만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속에서는 어떻게 펼쳐졌을지 궁금하다. 몇몇 잔인한 장면들도 마찬가지다. 속편이 나온다고 하니 그가 어떻게 되었을지, 이번에는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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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서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1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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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데뷔작 <고백>을 쓴 미나토 가나에의 2010년 작품이다. 편지를 소재로 한 조금 특이한 소설이다. 편지만으로 구성한 소설이 없지 않지만 미스터리 장르에서 이런 작품은 상당히 드물다. 찾아보면 좀 더 많을지 모르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사실 이 소설을 펼쳐 읽기 전에는 장편인줄 알았다. 그런데 세 편으로 구성된 작품집이다. 이 세 편은 공통점이 있는데 요즘은 보기 힘든 편지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것이다. 그것도 미스터리를 말이다. 모두 읽은 지금 <고백>의 충격을 넘어서지는 못하지만 그에 버금가는 구성과 재미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첫 단편은 <십 년 뒤의 졸업문집>이다. 십 년 만에 친구 시즈카의 결혼식에서 그들은 만난다. 이때 빠진 한 명 지아키에 대한 소문을 친구들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월희 전설을 바탕으로 지아키에게 일어난 사고를 각각 자신의 입장과 심리를 통해 풀어낸다. 이것은 전작 <고백>과 마찬가지다. 하나의 사건을 자기 입장과 추측을 통해 이야기하는데 이 과정이 묘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과거를 통해 추측만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는 비약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벌어지는 다양한 해석은 삶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모든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이 단편들이 어떤 식으로 풀릴지 알려준다.

병에 걸린 선생이 현직 선생인 제자 오바 아쓰시에게 이십 년 전에 헤어진 여섯 제자의 근황을 알려달라는 편지를 보낸다. <이십 년 뒤의 숙제>의 시작 부분이다. 이 여섯 제자는 다케자와 선생과 함께한 소풍에서 좋지 못한 기억을 가진 아이들이다. 그중 요시타카가 강물에 빠졌고 이를 구하려던 선생의 남편이 죽은 사건이다. 이 사건을 아이들 각자의 입장과 시각으로 풀어내는데 처음에는 숨겨져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줄 알았다. 물론 밖으로 드러난 것 외 다른 진실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적인 범죄와 관계없다. 이 모든 부탁과 행동의 실제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 감탄한다. 반전에 반전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런 반전보다 더 마음을 끌어당기는 것은 역시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각자의 이해와 살아온 길이다.

<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은 이 단편집에서 가장 적은 인물이 등장한다. 단 두 사람이다. <십 년 뒤의 졸업문집>이 여럿 명과 편지를 주고받는 반면 <이십 년 뒤의 숙제>는 실제 편지 왕래는 거의 두 사람에 집중된다. 하지만 이 편지 속에 그 당시 학생들의 목소리가 그대로 담겨 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단지 두 사람이다. 그것도 연인 사이다. 처음에는 국제 자원봉사대로 나간 남자 친구와의 연애편지 정도였다. 갑자기 떠난 남친 준이치에게 마리코가 현재 자신의 마음을 담아 보냈는데 이 편지가 왕래하는 도중에 과거의 사건이 둘의 주제가 된다. 그리고 밝혀지는 충격적인 사실은 예상된 반전이라 해도 놀랍다. 

편지라는 수단을 통해 속고 속이는 과정이 펼쳐지고 이를 통해 드러나는 진실은 자연스레 반전으로 이어진다. 작위적이란 느낌보다 잘 짜인 구성과 다양한 시선을 통해 드러나는 사건의 단면들이 충분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현재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과거의 사건을 다룬다. 단순히 과거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 이어져오는 그들의 삶을 보여주면서 하나의 사건이 한 사람의 삶에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도 같이 보여준다. 이런 과정들이 있기에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나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올 소설도 같은 구성이 될지 모르겠지만 점점 원숙해지는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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