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오가와 요코 컬렉션
오가와 요코 지음, 권영주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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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편의 단편소설과 두 편의 엽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읽으면서 제목을 왜 <바다>로 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요즘 유행하는 것처럼 좀 더 시선을 끄는 단편을 제목으로 정해도 되었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가령 <버터플라이 일본어 타이프 사무소>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해설까지 읽고 난 다음에는 어쩌면 <바다>에 나온 명린금 때문에라도 어쩔 수 없지 않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원제가 <바다>니 출판사에서 쉽게 바꿀 수 없었을 것 같기도 했다.

 

<바다>는 어색함이 감도는 소설이다. 결혼을 위해 인사하러 간 여자 친구의 집에서 벌어지는 하룻밤이 주된 내용이다. 화자는 여자 친구의 열 살 어린 꼬마동생과 함께 방을 쓴다. 꼬마동생이라고 하지만 그보다 덩치가 크다. 이 꼬마동생에게는 기묘한 일이 있다. 하나는 동물 다큐를 본 후 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명린금이란 악기를 다루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읽는 동안 강한 인상을 주는데 짧은 이야기 속에서도 긴 여운을 남긴다.

 

<향기로운 바람 부는 빈 여행 6일>은 조금 황당한 이야기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빈 여행을 갔다가 자신이 바라지 않는 일정을 보내는 화자 이야기다. 그 시작은 함께 혼자 온 고토코라는 아줌마와 방을 같이 쓰면서부터다. 그녀가 이곳에 온 이유는 옛날 사겼던 독일 남자의 최후를 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호텔을 제대로 찾아올 수 없다, 양로원 가는 버스를 제대로 탈 수 없다는 이유로 동행하면서 일정이 꼬이게 된다. 특이한 아줌마와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들이 있는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과 감정의 공조가 마지막에 밝혀지는 하나의 진실에 의해 반전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나라면 이렇게 하지 못했을 텐데 라는 당연한 상상을 한다.

 

<버터플라이 일본어 타이프 사무소>는 일본 타자기는 어떤 것일까 하는 의문을 심어줬다. 왜냐고?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한자 활자 때문이다. 화자가 깨어진 활자를 들고 활자관리인을 찾아가는데 어떤 타자기가 이런 한자를 모두 담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읽는 동안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작가가 관능소설을 의뢰받아 쓴 소설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에로틱하게 느낀 부분이 마지막 문장에서밖에 느끼지 못했는데 활자관리인이 깨진 한자 활자를 풀어내는 장면들이 상당히 의미 함축적이고 야릇하다. 어쩌면 이런 내용 때문에 책 제목이 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병아리 트럭>은 조금 답답했다. 하지만 읽은 후 책 속에 묘사된 장면들이 세밀한 관찰을 통한 후에 나올 수 있는 것임을 깨닫는다. 말하지 않는 여섯 살 소녀와 중늙은이 도어맨의 기묘한 관계는 답답하지만 기묘하다. 소녀의 말을 상상으로 추정하는 그와 곤충 등의 허물을 모으는 소녀의 행동은 평범한 일상이 분명 아니다. 또 병아리 트럭이 왔을 때 보여주는 소녀의 반응은 뭔가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가 말을 입밖으로 낼 때 그의 가슴속에는 그 말은 메아리친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단편이 <가이드>다. 마을 정전 때문에 엄마의 가이드 행을 따라간 소년이 겪게 되는 하루를 다룬다. 그 중에서 제목상점을 운영하는 노인과의 만남과 동행은 아이의 동심과 열정이 느껴진다. 가이드인 엄마를 따라 다니면서 자신도 모르게 외웠던 마을 유산이나 전설이 입밖으로 흘러나올 때 특히 그렇다. “추억이 없는 사람은 없다.”라는 제목을 노인에게서 받은 소년이 평생 그 하루를 추억할 것이고, 나 자신도 추억 속 한 장면에 제목을 붙였던 것을 떠올린다. 많은 여행과 만남을 가졌지만 그냥 추억으로 남겨두기보다 제목을 하나 붙인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순간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은색 코바늘>과 <깡통 사탕>은 엽편소설이다. 이 짧은 소설에 감상을 담아내기가 쉽지 않다. 할머니 13주기 추모 법회와 40년 경력 버스 운전사의 노련한 아이 다루는 기술만 남아있다. 아주 짧은 단편집인데 해설을 보니 작가의 작품 세계가 그대로 담겨 있는 모양이다. 아직 많이 읽지 않아 잘 모르겠는데 집에 있는 다른 소설을 읽게 되면 이 해설에 조금은 더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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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추구 2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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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참 무서운 것이다. 새러와 잭의 사랑이 그렇다. 운명적인 이 둘의 사랑은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그렇게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잭은 아내와 아들을 버리지 못하고, 새러는 사랑의 감정 앞에 무너진다. 사랑으로 충만한 이야기가 갑자기 굴러 떨어지게 된 것은 그 유명한 매카시즘 때문이다. 2권에서 다루는 것이 바로 그 때문에 비롯한 연인들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다. 그리고 각자에게 너무나도 파란만장한 사연도 그 삶이 끝나는 순간 소멸한다는 너무나도 평범한 사실을 알려준다. 그 어떤 환상도 낭만도 과장도 없이.

 

다시 만난 두 연인의 사랑은 불탄다. 오빠 에릭도 코미디 작가로 승승장구한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매카시 광풍은 에릭의 공산당원 전력을 문제 삼는다. 공산당원을 고발하라는 압력이 에릭에게 내려진다. 낭만적이고 연약한 그에게 이 압력은 너무나도 무섭다. 양심을 팔고 옛 동료를 넘겨 지금의 화려한 삶을 유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것은 양심이다. 이 때문에 그는 가장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진다. 동시에 연좌제처럼 퍼지는 매카시즘에 따라 새러도 신문사에서 쫓겨난다.

 

에릭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매카시즘 광풍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요즘 조,중,동 등에서 떠들고 있는 종북 논란이다. 하나의 틀 속에 사람들을 가두고 사방에서 압박을 가한다. 물론 시대가 바뀌고 이 전략이 그 시대처럼 완벽하게 힘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중년 이상의 사람들에게서 종복 논란을 되풀이하는 것을 본다. 무섭고 끔직하고 황당하다. 지금도 이런데 1950년대 미국은 어땠을까? 뭐 한국의 80년대 이전만 해도 종북은 곧 사회적 매장과 죽음과 동의어였던 기록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무책임하게 말하고 협박하고 조장한 인간들이 높은 자리에서 떵떵거리고 살아가는 현실은 역사의 부끄러운 장면이다.

 

소설 속에 드러난 새러의 재능은 대단하다. 하지만 시대의 높은 벽 앞에 그 재능이 쉽게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지역지에서 다시 명성을 얻게 되지만 남편 없는 임산부라는 사실이 그녀를 자유롭게 놓아두지 않는다. 그녀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마음껏 적극적인 사회적 지원을 할 정도는 아니다. 불행한 시대의 현실은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두 남자를 떠나보내게 만든다. 읽는 동안 이 부분에서 가장 많이 분노하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잭이 ‘나는 몰랐다’고 말할 때 앞에 깔아둔 장치 중 하나가 겹치면서 우리사회에서 낯 두껍게 그 시절을 정당화하는 장면을 떠올린다. 진심을 담아 반성하고 이런 상황이 다시 오지 않게 제도적 법적 사회적 장치를 만들 생각을 하지 않고 말이다.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흔히 내가 살아온 것을 책으로 쓰면 소설 책 몇 권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누구나 굴곡 많고 힘들고 어렵고 행복한 시절을 보내왔다. 나만 그런다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조금만 둘러보면 나보다 더하거나 비슷한 사람들이 가득하다. “아무리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더라도 결국 마지막에는 다 사라지게 돼. 내가 짊어지고 가는 것이지.”(367쪽)라고 말할 때 이 소설이 추구하는 행복과 개인의 삶이 어떤 것이 조금은 윤곽을 잡게 된다. 너무나도 평범해 보이는 일상이라도 한 순간을 도려내어 책으로 낸다면 한 편의 멋진 소설이 될 수 있다는 뻔한 이야기를 뒤로 한다고 해도 말이다.

 

사랑했지만 결코 완벽하지 못했고, 그 사랑으로 고통스러워 한 사람이 있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배신 이야기라는 역자의 표현에 일부분 동의한다. 이 모든 것을 현실과 사회의 높은 벽에서 비롯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한 명의 개인이 이것을 단숨에 뛰어넘을 수는 없다. 어쩌면 그래서 더 가슴 아프고 그 사랑이 아린지 모르겠다. 하나 덧붙인다면 1권에서 예상한 결말이 없다는 것과 이 결말에 고개 끄덕이게 된 것이 반갑고 고맙고 즐겁다. 너무나도 매력적인 여성 새러의 일생은 읽는 내내 감정의 높낮이를 극단적으로 오르내리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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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추구 1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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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후 오랜만에 읽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이다. 전작을 재미있게 읽은 탓인지 그의 작품이 출간되면 늘 기대하게 된다. 기회가 되지 않았거나 게을러서 읽지 못했는데 이번에 2권짜리 소설이 새로 나왔다. 제목만 봤을 때 진부하거나 그냥 지루할 것 같았다. 약간의 염려도 있었다. 전작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보니 한 번 도전하자는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읽었다. 빠르게 손을 놀리고 눈을 움직이며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기본적으로 두 여자 이야기다. 정확하게 말하면 새러라는 여자의 일생이다. 시작과 끝을 케이트로 한 것은 뭔가 숨겨진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었으면 하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또 읽으면서 책 소개를 다른 책과 착각한 것도 보인다. 왜 요즘 이런 실수가 많은지! 가끔 이런 실수가 머릿속에서 의문으로 이어지지만 신선하게 느껴져 더 좋을 때도 있다. 바로 지금이 그런 때다.

 

시작은 케이트 어머니의 장례식이다. 케이트는 이혼녀고 아들 한 명 있다. 오빠도 한 명 있는데 오랫동안 연락이 소원했다. 이런 추도 분위기에서 한 노부인이 그녀의 시선을 끈다. 바쁜 시간 속에서 노부인에 대한 의문을 풀 시간적 여유가 없다. 우울한 시간이 약간 흘러가고 노부인 새러에게서 연락이 온다. 자꾸 온다. 왜일까? 누굴까? 엄마를 읽은 상심과 삶의 힘겨움 속에 살아가던 그녀는 거절을 몇 번 한다. 그녀에게 우편이 온다. 놀랍게도 그녀의 사진이다. 새러를 만나러 간다. 그리고 그 집에서 놀라운 것을 발견한다. 아버지 잭 말론의 사진과 그녀의 추억과 기록들이 가득하게 있는 것이다.

 

화자가 새러로 바뀐다. 잭 말론에 대한 첫 기억을 회상한다. 이 순간을 보낸 후 그녀의 삶이 펼쳐진다. 정형적인 WASP 삶을 살아가는 부모와 반항적이지만 재능 있는 오빠 에릭이 나온다. 그녀는 그 당시 평균적인 삶을 살기 바라는 부모의 기대를 저버린다. 세상 속으로 나간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지는 새로운 세상. 뉴욕의 삶은 활기차고 자유롭다. 그러다 오빠의 파티에서 만난 잭. 이 만남은 강렬하고 열정적이고 격정적이다. 단 하룻밤의 사랑이지만. 그날 이후 그녀는 매일 편지를 보내며 답장을 간절하게 바란다. 어떤 회신도 없다.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기다린다. 기대한다. 그러나 연락이 없다. 나중에 온 한 통의 엽서는 그녀를 완전히 뒤흔들어버린다.

 

이후 펼쳐지는 이야기는 이 삶을 통해 새로운 삶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자신아 바라는 바를 선선히 버리지 못한 상태에서 한 결혼이 잘될 리가 없다. 그의 부모가 반대하는 상황에서는 특히. 좋지 않은 결말을 맺는 결혼과 새로운 행운이 찾아온다. 인생이란 것이 늘 굴곡이 생기는데 그녀의 삶은 바닥을 친 모양이다. 현명한 분산 투자로 미래를 준비한다. 새로운 직업은 승승장구한다. 분량을 생각하면 뭔가 다른 일이 생길 것이다. 당연하다. 앞에 깔아둔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데.

 

아직 1권만 읽은 상태에서 전체적인 윤곽이나 진행을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작가가 깔아놓은 몇 가지 장치들이 보인다. 아마 2권에서 이 장치들이 이들 남매의 삶을 흔들어놓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치 추측이다. 이것은 2권에서 일어날 것을 추측한 것이고 1권에서 새러의 삶은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1940년대 풍경은 미국의 기존 이미지를 상당히 부셔버린다. 현대의 시각으로 과거를 예측하고 상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러와 에릭의 성격과 삶의 일반적인 모습도 보여준다. 강인한 독립심과 자유로움과 높은 지식을 겸비한 박식함까지. 2권을 읽기 전 몇 가지 전개를 상상한다. 과연 새러와 잭은 어떻게 결말을 맺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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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의 제자 - 두 개의 두뇌, 한 개의 심장 메리 러셀 시리즈
로리 R. 킹 지음, 박미영 옮김 / 노블마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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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가 제자를 두었다. 놀랍지 않은가. 그것도 여자다. 지금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쉽게 생각하지만 그 시절을 생각하면 여자 제자라니 대단하다. 그녀의 이름은 메리 러셀이다. 자존심 강하고 지극히 과학적인 사고를 하는 홈즈에게 제자로 인정받으려면 여러 가지 재능을 보여줘야 한다. 천재 홈즈를 생각하면 쉽지 않다. 아니 어렵다. 러셀은 이것을 쉽게 통과하고 세계적인 명탐정의 가르침 속에 한 명의 탐정으로 성장한다. 바로 이 소설은 시리즈 첫 권이자 홈즈와의 만남과 성장으로 다루고 있다.

시리즈의 첫 권이 나온 것은 18년 전이다. 1994년 작품이다. 작가는 도입부에 자신이 직접 쓴 소설이 아니라 메리 러셀의 기록을 출판한 것으로 포장한다. 그리고 그 중 일부만 이 책으로 출판되었다고 말하며 다음 이야기를 암시한다. 이미 열한 권이 나온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진부한 설정일지 모르지만 처음 나왔을 때는 홈즈의 여제자란 것과 함께 많은 기대를 가지게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셜로키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작품이 되기가 쉽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시리즈로 계속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이 소설이 지닌 매력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우연한 만남이 필연적 운명으로 변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부모 모두가 사고로 돌아가신 후 고모와 살고 있던 메리는 책 읽으며 걷던 중 홈즈를 밟을 뻔한다. 이 우연한 사고는 벌들을 관찰하던 홈즈와의 첫 만남이고 이 순간에 발휘된 메리의 관찰력과 논리적인 사고는 홈즈를 사로잡는다. 높은 자의식과 더 많은 지식에 대한 갈망이 있던 그녀에게 이 만남은 그 무엇보다 좋은 기회이자 행운이다. 시골에서 조금 무료한 삶을 살던 홈즈에게는 새로운 활기를 부여하는 일이다. 이 두 천재의 우연한 만남이 수많은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홈즈의 제자라고 하지만 그녀가 처음부터 탐정으로써 탁월했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수많은 시간을 들여 그에게서 배운다. 변장, 분석, 추리, 관찰, 무술 등을 말이다. 이런 수련 기간을 거친 후에도 큰 사건을 바로 맡지는 않는다. 조그만 사건부터 시작하여 차근차근 큰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이 과정을 통해 한 명의 탐정으로 자라는데 이 소설은 바로 그것을 보여준다. 조그만 실수를 하지만 자신의 판단으로 사건의 핵심에 다가가고 해결해내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홈즈를 탄생시킨다. 여기서 말하는 홈즈는 기존의 홈즈와 메리 러셀을 동시에 말한다.

수많은 작가가 홈즈의 새로운 삶을 다루고 있지만 이 소설처럼 독특하게 접근한 것은 처음이다. 그의 은퇴 이후를 다루거나 미발표 사건 등을 다룬 작품이 나왔었다. 그러나 제자의 등장은 처음이다. 그것도 여제자말이다. 단순히 여제자를 가르치거나 그녀만의 활약을 그린 것이 아니다. 여기에 홈즈도 같이 활약한다. 시리즈가 더 진행되면 어떨지 모르지만 홈즈의 새로운 파트너가 등장했다는 사실은 어쩌면 새로운 홈즈 시리즈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시리즈가 계속 사랑받고 출간되는 이유가 아닐까. 

조금은 이 소설이 진부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시대와 상황과 등장인물 등을 생각할 때 당연하다. 홈즈의 세계를 새롭게 해석하고 그 시대에 맞게 풀어내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이것은 홈즈의 새로운 적이 그들을 위험으로 몰아갈 때에도 드러난다. 몇 가지 사건은 전쟁이라는 특수성에 맞게 펼쳐진다. 목차도 이 소설이 보여주고자 하는 바를 잘 보여준다. 견습생, 인턴, 파트너, 마스터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이에 맞게 러셀의 활약은 더 비중이 높아진다. 홈즈와의 호흡도 더 좋아진다.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재미 중 하나는 왓슨에 대한 평가다. 그리고 왓슨과 전혀 다른 파트너를 등장시켜 다르게 전개시킨다. 다음 이야기를 읽고 싶은 것이 너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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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만이 우리를 구할 수 있다
랄프 네이더 지음, 강경미 옮김 / 꾸리에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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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작가가 아니다. 하지만 이력을 보면 상당하다. 그의 이름을 딴 네이더리즘이란 단어가 있을 정도다. 2000년 대선에 출마한 적도 있다. 그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려주는 것 중 하나가 100여 개가 넘는 시만 단체를 조직해 시민의 대변자로 활약했다는 부분이다. 31세에 자동차 사고로 다리를 절단한 친구에게 바치려고 쓴 <어떤 속도에서도 안전하지 않다>는 대기업 GM을 고발하고 사장의 공개 사과를 받아내기도 했다. 이런 이력이 이 소설을 허구가 아니라 실현가능한 유토피아에 대한 소설적 비전이라고 말할 수 있게 한다.

실현가능한 유토피아라고 했지만 미국 사정을 잘 모르는 나에게 이 소설이 보여주는 설정들이 쉽지만은 않다. 몇몇 부분에서는 의문을 눈초리로 보지 않을 수 없는 부분도 많다. 전체적으로 흐르는 낙관주의적 분위기는 사실 이 슈퍼리치들에 대한 반격이 긴장감 없이 진행되게 만든다. 비록 그것이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고 해도 말이다. 쉽지 않은 독서지만 미국이 지닌 수많은 문제점들 중 일부를 깨닫게 만들고 몇 가지 믿음이 과장되었음을 알게 된다. 어쩌면 이 실현가능한 유토피아보다 더 소득을 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소설로 나온 것이 2009년이지만 이야기의 시작은 2005년 9월 뉴올리언스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몰고 온 끔찍한 장면을 워렌 버핏이 보면서다. 그는 큰 충격을 받았고 이후에 그곳을 방문한다. 이때 한 노인이 워렌의 손을 잡고 “슈퍼리치만이 우리를 구할 수 있다우.”라고 말한다. 이 말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깨닫게 만들고 이 소설의 총 챕터와 똑같은 17명의 슈퍼리치가 워렌의 요청에 의해 마우이 섬에서 모인다. 그들은 워렌 버핏, 테드 터너, 윌리엄 게이츠 시니어, 폴 뉴먼, 솔 프라이스, 조지 소르소, 피터 루이스, 버나드 라포포트, 제노 파울루치, 로스 페로, 조 자메일, 레너드 리지오, 필 도나휴, 맥스 팔레브스키, 배리 딜러, 빌 코스비, 요코 오노 등이다.

사실 여기에 등장하는 열일곱 명 중 낯익은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단편적인 언론을 통해서만 미국의 정보를 들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몇몇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 맞지 않아 조금은 당혹스러웠다. 바로 테드 터너, 폴 뉴먼, 조지 소르소, 빌 코스비, 요코 오노 등이다. 아마 이 이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런 이미지를 뒤로 하고 소설 속에 집중하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미국 정치, 경제, 언론 등에 대한 환상이 하나씩 깨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문제점이 있는지도 보인다. 하지만 정말 문제는 이 현상들이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불편한 현실이다. 

현재 세계에서 3번 째 부자로 불리는 워렌 버핏을 앞에 내세운 것은 그가 주장한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는 서약 때문일 것이다. 이후 그가 보여준 일련의 행보들이 주인공 설정을 위해 딱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 이 소설 속에서 워렌 버핏이 등장하는 부분이 많지 않다. 이것은 17명의 수퍼리치들도 마찬가지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을 꼽으라고 하면 아마 이들의 적들이 고용한 로보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가 슈퍼리치들이 만든 흐름을 깨트리기 위한 적임자로 뽑혔기 때문이다. 그가 펼쳐보이는 전략들은 기존에 성공했거나 있을 수 있는 것들인데 최근에 한국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것과 너무나도 비슷해 놀랄 정도다. 

읽으면서 이 수퍼리치를 한국에 대입하면 누가 있을까 고민했다. 당장 불가능한 이름만 떠올랐다. 이건희, 정몽구, 최태원, 김승연 등. 가장 큰 범죄를 짓고도 뻔뻔하게 윤리와 도덕을 외치는 그들이 보여준 코미디는 이 소설 속 슈퍼리치의 적들과 너무나도 유사하다. 정치인으로 옮겨가면 이 땅의 진보가 무너져가고 있는 요즘 새로운 대안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의문이 생긴다. 탐욕만 가득한 재계, 정계, 언론계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주장들은 너무나도 분명하지만 정치를 포기한 시민에게 이보다 좋은 수단은 없다. 

참으로 많은 내용과 정보를 담고 있다. 가장 눈여겨 본 것은 역시 시민들의 정치 참여다. 직접 그들이 변화를 주도함으로써 변하게 되는 가상현실은 참여를 막으려는 수구세력의 방해를 필연적으로 넘어야 한다. 아무리 슈퍼리치가 변화를 주도하고 길은 만든다고 해도 결국 진정한 변화를 만드는 것은 시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슈퍼리치들이 얼마나 많은 자금을 쏟아 부어 이 작업을 펼치는지 보여주는 장면들은 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기본적인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다. 어쩌면 이런 자금적인 문제와 인지도가 필요했기에 슈퍼리치들을 주연으로 내세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볍게 빠르게 읽기는 힘들지만 한국의 수구세력들이 부러워하는 미국의 현실 문제를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일독의 가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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