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나로 살지 않은 상처
앤 비티 지음, 김희숙 옮김 / 문학테라피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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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앤 비티가 1974년부터 2006년까지 <뉴요커>에 발표했던 작품들은 묶은 <뉴요커 단편집>에서 아홉 편을 뽑아 번역한 작품집이다. 단편들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점점 현재와 다른 장면과 상황을 마주했다. 알고 보니 발랄한 개성으로 주목받았던 초기작을 주로 골라 번역했다. 당연히 그 시대의 정치, 문화, 경제 등의 상황이 나올 수밖에 없다. 후기작은 마지막 작품인 <낱말 바꾸기>(2001)이 유일하다. 개인적으로 발표 연도에 대한 설명이 없어 아쉬웠다. 제목이나 마지막에 연도를 넣어주었다 조금은 더 쉽게 이 작품을 받아들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이해하기는 어렵다. 문장이 어렵지 않아 비교적 빠르게 읽을 수 있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나 상황 등이 낯설었다. 명확한 결론을 내려 끝문장을 읽을 때면 그렇구나!’ 하는 감탄사를 자아내는 것이 아니라 뭐지?’라는 의문이 먼저 든다. 간결한 문장이지만 그 상황을 단순하게 보여주면서 하나의 결론으로 이야기를 이끌지 않기 때문이다. 순간의 상황을 이어붙였거나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소설을 읽을 때면 늘 곤혹스럽다. 그 상황이나 장면을 즐기기보다 의미 등을 찾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난쟁이 집>에서 동생 맥도널드가 형 제임스를 찾아온다. 형은 난쟁이다. 엄마가 요청해 간 것이다. 그런데 형도 이런 방문이 반갑지 않다. 이들의 관계가 간결하게 나온다. 형이 자신보다 작은 여자와 결혼한다. 이 결혼식 풍경이 낯설다. 표제작 <온전한 나로 살지 않은 상처>는 사소한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앨런의 마음이 잘 드러난다. 똑같은 괴짜지만 한 명은 자신의 수고에 감사하고 선물을 주는 반면 다른 한 명은 그냥 누릴 뿐이다. 그리고 이것은 어느 순간 선입견처럼 고정된다. <도시의 저주>는 마리화나 중독자의 일상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이 일상이 산만하다. 뭔가를 찾으려고 하면 자꾸 다른 엇나간다. 전 아내가 내뱉은 꿈 이야기는 관계의 균열이 어디에서 비롯한 것인지 잘 알려준다.

 

<늑대 꿈>은 세 번째 결혼을 앞둔 신시아 이야기다. 다이어트 이후 결혼을 원하는 신시아와 현재의 그녀를 사랑하는 찰리의 모습이 불안하게 보인다. 짧은 이야기 속에 신시아의 삶이 단편적으로 나오고, 현실의 그녀를 만든 삶의 장면들을 살짝 엿볼 수 있다. 세 번째 결혼에 대한 부모의 반대와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불안감이 예상하지 못한 결말로 이어진다. <콜로라도>는 낯설다. 낯익은 지명이지만 잘 모르는 환경이 나오고, 이곳을 가고자 하는 페넬로페의 바람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냥 이들에게 일어난 일들을 볼 뿐이다. <먼 음악 소리> 속 샤론과 잭의 관계는 엇나가 있다. 헤어지는 연인들의 모습과 그들의 추억 속에 살아 있는 뉴욕 시절이 음악으로 흘러나올 때 느끼는 감정이 따뜻하다. 쿨하다.

 

<아내가 사는 집>은 관계가 약간 복잡하다. 꼬였다기보다 서로가 보는 관점이 달라 오해의 소지가 있다. 전 남편에게 열쇠를 줬지만 그것이 일상 속으로 불쑥 들어오길 바란 것은 아니다. 이네스와 톰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궁금하다. <당신은 나를 모른다>는 다른 사람이 몰랐던 나의 이야기가 나온다. 단순하게 보는 것만으로는 듣지 못한 누군가의 삶을 알 수는 없는 것이다. <낱말 바꾸기>는 비교적 최근 작품이다. 다큐 속 등장인물들은 과연 이름만 바꾸면 모를까? 아버지의 죽음 이후 마당발 엄마를 찾아온 딸의 방문은 깊은 애정이 담겨 있다고 보기 힘들다. 자신의 마음이 편한 곳으로 가고자 하는데 이것이 형식적인 관심으로 표출된다. 마음과 실제 행동의 괴리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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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링 : 이미테이션 게임
앤드루 호지스 지음, 박정일 옮김 / 해나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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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때문인지 앨런 튜링에 관한 책이 많이 나온다. 비슷한 제목으로 몇 권이 나왔다. 이 책은 그 중에서 앨런 튜링의 생애와 업적을 다룬 짧은 전기라는 소개가 시선을 끌었다. 실제 분량도 150쪽이 되지 않는다. 원서의 분량은 80쪽 정도인 모양이다. 일반적인 전기를 생각하고 가볍게 달려들었다. 그러다 정말 큰코다쳤다. 한 시간이면 충분히 다 읽을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은 몇 쪽을 읽지 않아 그냥 날아갔다. 전기보다 오히려 튜링의 이론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요약 논문집에 더 가깝다. 거기에 번역도 기계적이다보니 몇 번을 읽어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나의 이해력이 부족해서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문장이 너무 딱딱하다. 아니 내용을 이해하고 번역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였다. 그런데 옮긴이의 이력과 옮긴이의 말을 읽으니 이 분야의 전문가다. 그런데 왜 이런 번역이 나온 것일까? 의문이다. 단순히 이름만 빌려준 것인지 아니면 교정을 제대로 보지 않은 것인지.

 

컴퓨터의 아버지이자 인공지능의 선구자라는 글은 이 분야에 관심이 없다 해도 솔깃해진다. 물론 나의 관심을 끈 것은 이것이 아니다.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암호기 에니그마를 해독했다는 사실이다. 이 책에서 기대한 것도 바로 이런 흥미로운 사실을 다루는 것이었다. 그의 성장기에 있었던 에피소드와 동성애자였던 그의 삶 일부도 함께.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그냥 살짝 지나가는 정도에 머물 뿐이다.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튜링 철학의 핵심을 짧은 분량으로 집필한 것이다. 실제 앨런 튜닝의 전기는 다른 제목으로 같은 저자가 이미 내놓았다. <앨런 튜링의 이미테이션 게임>이다. 실제 영화의 원작 역할을 한 것도 바로 이 책이다. 표지와 소개 글에 완전히 속았다. 옮긴이의 말에 나오는 내용이 간략해서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뭐 그렇다고 다 이해하는 것은 아니고 아주 조금 더 일뿐이지만.

 

만약 독자가 수학과 컴퓨터에 관심이 많고, 지식도 어느 정도 쌓았다면 이 책은 훨씬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번역은 제외하고. 하지만 일반 독자가 읽기에는 너무 어렵다. 하나의 철학을 일관되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의 철학을 다른 철학자와 대립, 논쟁, 발전의 방식으로 잘 표현하기 때문이다. 튜링 철학의 기본 개념을 이해한 후 논쟁거리를 하나씩 비교하면서 읽는다면 배우는 기쁨이 가득할지 모르지만 솔직히 기본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용어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지다 보니 더 힘들다. 파편적으로 이해하는 부분이 있지만 전체는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난해하다. 튜링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저자의 아주 두꺼운 전기 <앨런 튜링의 이미테이션 게임>을 읽는 것이 더 쉽고 빠를 듯하다. 최근에 읽은 책 중 가장 어렵고 가장 큰 착각을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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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블 아이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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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작가가 바로 조이스 캐럴 오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단 한 번도 그녀의 소설을 읽은 적이 없다.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몇 권을 사놓았지만 어딘가 책장에 꽃혀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 작가들과 달리 굉장히 많은 소설을 내놓았다. 최근에 나온 것만 해도 상당한 숫자다.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는 것에 비해 한국에 출간된 책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뭐 나 자신이 많이 읽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르지만.

 

모두 네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각 단편이 각각 다른 분위기를 품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비슷하다. 그것은 심리묘사와 상황을 만들어가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일상인데 그 이면에 숨겨진 사실은 섬뜩함 그 자체다. 평온한 일상으로 생각했던 것 뒤에 있는 뒤틀리고 일그러지고 섬뜩하고 왜곡된 감정들은 현실의 화사한 그림을 찢어내고 민낯을 그대로 드러나게 만든다. 그래서 상당히 불편하다. 완결된 것이 아니라 여운이 남겨져 있을 경우 그 감정은 더 찝찝하다.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더 스산하고 무서워진다.

 

표제작 <이블 아이>는 나이 차이가 30살이 넘는 부부의 이야기다. 실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은 아내인 마리아나다. 이 둘이 결혼하게 된 데는 마리아나 부모의 죽음이 큰 영향을 미쳤다. 부모가 죽은 후 마리아나는 심신이 약해진 상태였다. 이때 오스틴이 그 공허한 마음을 채워주었다. 나이 많은 남편의 친절과 관심이 그녀를 사로잡은 것이다. 그런데 결혼 후 오스틴이 보여준 말과 행동은 그녀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그의 첫 아내가 자신들의 집을 방문하고, 그녀가 이상한 말을 한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감정은 이미 사라졌다. 첫 번째 아내가 마리아나에게 뿜어낸 독설은 그녀의 영혼을 잠식한다. 마지막에 그녀가 짓던 희미한 미소의 의미가 섬뜩하다.

 

<아주 가까이 아무때나 언제나>는 여고생을 사랑했고, 그녀에게 집착했다가 파멸에 다다른 한 남자 데즈먼드 이야기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인공은 여고생 리즈베스다. 이 둘은 도서관에서 만났다. 데즈먼드는 유식하고 여자에게 예의가 바르다. 빠져든다. 그녀의 엄마도 빠져든다. 그런데 이 소녀의 마음 한 곳에 돌을 던지는 언니가 나타난다. 이 작은 돌은 상당히 큰 파문을 일으킨다. 어느 순간 리즈베스는 그를 멀리하고, 데즈먼드는 그녀를 스토킹한다. 이 단편의 제목인 ‘아주 가까이 마무때나 언제나’란 글이 적힌 사진도 보낸다. 이 일은 어린 시절의 삶을 뿌리째 뽑는다.

 

<처단>은 가장 잔혹한 단편이다. 스무 살 대학생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부모를 죽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이 존속살인은 어머니가 발견될 때 한 말 때문에 바트를 살인자로 지목한다. 바트는 알리바이를 만들어 놓았지만 완벽하지 않다. 어머니의 증언도 있다. 살인죄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머니의 마음이 변한다. 그런데 이 변화가 처음에는 모성애의 발로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야기가 끝으로 오면서 어머니의 다른 모습이 살짝 드러난다. 평범한 모자의 모습이 아니다. 섬뜩하고 스산한 기운이 흐른다.

 

<플랫베드>는 어릴 때 성폭행 때문에 트라우마를 가진 한 여자 이야기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면서 그녀의 삶을 보여준다. 현재는 남자 친구도 있지만 과거는 아픈 기억이 남아 있다. 그런데 묘한 것은 이 성폭행의 나쁘고 아픈 것 너머에 왠지 모를 감정을 내품고 있는 것이다. 읽으면서 가장 이상했던 부분이다. 그녀의 애인은 과거의 나쁜 기억을 되살리고, 그녀의 복수를 하려고 한다. 이 복수가 예상할 수 있는 멋진 장면이 아니다. 추악하다. 폭력을 가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상관없이 말이다. 하지만 이 복수 뒤에 그녀가 느끼는 감정은 굉장히 강렬하다. 오르가슴을 느낀다. 이제 새로운 둘만의 비밀이 생긴다. 잔혹한 관계에 대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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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럼 다이어리
에마 치체스터 클락 지음, 이정지 옮김 / 비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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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싫어하지 않지만 집안에서 키운 적이 딱 한 번 있다. 어머니가 치와와를 며칠 동안 키운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 외는 항상 밖에서 키웠다. 진돗개, 풍산개, 잡종개 등 다양했다. 몇 마리는 가출을 했고, 몇 마리는 병으로 죽었다. 지금도 3마리를 키우고 있다. 어느 한동안을 제외하면 고향집에는 늘 개가 있었다. 한 번은 새끼를 여러 마리 낳아서 그 귀여운 강아지들이 집안을 뛰어다니는 것을 지켜본 적도 있다. 그때의 귀여움이란 정말!!! 반려동물에 관한 책을 읽을 때면 늘 이 기억들이 먼저 불쑥 튀어 오른다.

 

플럼은 후셀 종이고 잭러셀과 푸들이 섞인 휘핏의 잡종이다. 이 문장 속에 나온 품종 중 내가 아는 것은 푸들 밖에 없다. 그러나 어떤 모습일까 걱정할 필요 없다. 작가는 그림으로 플럼의 모습을 보여준다. 상당히 귀엽게 생긴 개다. 이 책은 작가가 블로그에 1년 동안 플럼의 이름으로 연재한 것을 책으로 낸 것이다. 그 시작은 1월 1일이고, 끝은 당연히 12월 31일이다. 실제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은 에마이겠지만 구성 상 플럼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런데 일반적인 만화처럼 컷을 구분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아니다. 한 컷 속에 하나의 상황을 그려낸 후 플럼을 의인화해서 그 감상을 나타낸 것도 적지 않다. 일반적인 만화의 구성과 완전히 다르다. 일기라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구성일 텐데 말이다.

 

어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그리고 말하고 싶은 것을 블로그에 올린 것이다보니 날짜가 들쑥날쑥한다. 처음에는 이 날짜에서 어떤 규칙을 찾아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보통 3~4일 간격이 많다 보니 더 그랬다. 하지만 플럼이 보여주는 다양한 활동과 모험과 친구 관계를 읽다가 놓쳐버렸다. 여기에 작가가 감정이입을 상당히 잘 해서인지 작가의 의견일 줄 빤히 알면서 플럼의 생각인 것처럼 착각하는 부분도 많았다. 플럼이 좋아하는 놀이 중 하나인 물놀이는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개들이 목욕을 싫어하고, 물도 싫어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나의 상식을 깨트리는 행동이었다. 실수로 물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는 작가의 관찰이 나올 때는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책은 정말 플럼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일상에 대한 정밀한 관찰과 애정이 없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이야기다. 가끔 애견인이나 애묘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상상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단순히 귀엽고 예쁘다는 평가를 뛰어넘어 함께 살고 같이 호흡해야만 알 수 있는 것들 말이다. 이럴 때면 늘 한 마리 키워볼까 하는 마음이 생긴다. 물론 금방 이성이 ‘정신차려!’라고 외쳐 그 마음이 사그라들지만.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왜인지 모르지만 플럼을 계속 수컷으로 생각했다. 나중에 암컷인 것을 알았을 때 이전까지 보여준 몇 가지 반응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특히 로켓과의 몇몇 장면은 더욱더!

 

간결한 선이지만 등장인물과 개들의 특징을 잘 잡아낸 그림은 수채화로 그렸고 전체적으로 화사하다. 반복되는 일상과 다양한 이벤트가 교차하는데 상당히 재밌다. 수컷으로 착각한 것처럼 처음에는 배경 지역이 뉴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국이다. 작가의 직업이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보니 일반적인 직장인과 다른 시간대를 나온다. 이것이 이 일상을 낯설게 만들지만 플럼에게는 상당히 좋은 듯하다. 플럼의 행동에서 그 행복이 가끔 보이기 때문이다. 처음 몇 장을 아무 곳이나 펼쳐 읽었을 때는 낯설고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차분히 첫 장부터 읽으면서 그 낯섦은 반갑고 즐겁고 유쾌한 것으로 바뀌었다. 단숨에 읽을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실제 플럼의 모습이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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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타이완에 가는 사람이 가장 알고 싶은 것들 - 2015~2016년 전면개정판 First Go 첫 여행 길잡이
정해경 지음 / 원앤원스타일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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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몇 년 전에 타이베이를 한 번 다녀왔다. 3박 4일 일정으로 급하게 크리스마스 시즌에 갔다 왔다. 날씨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 비도 오고, 생각보다 싸늘한 날씨였다. 급하게 가다 보니 숙소도 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역까지 택시를 타고 나왔다. 그 후에 이동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었다. 택시비도 그렇게 비싸지 않았고, 역 이름만 말하면 택시 기사가 잘 데려다 주었다. 하지만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떠난 탓에, 느긋한 일정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탓에 많은 곳을 보지 못했다. 대표적인 것이 예류에 너무 오래 머물다가 지펀을 놓친 것이다. 만약에 그때 이 책이 내 손에 있었다면 밤에 숙소에서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일정을 짜는 일이 상당히 줄었을 것이다.

 

첫 타이완 여행 이후 몇 번 정도 다시 가려고 일정을 짰다. 그때마다 비행기 값이 너무 비싸거나 호텔 등이 없어 포기했다. 꽃보다 할배 대만 편이 나온 후는 더 힘들었다. 출장가는 직원들의 좌석이 없을 정도였으니 뭐 말할 필요도 없다. 추위에 약한 아내를 생각하면 겨울은 피하고 싶다. 그런데 이 동네 태풍도 자주 온다. 작년에 대만을 다녀온 직원 중 한 명은 비를 3일 동안 맞았다고 한다. 뭐 우리도 겨울에 부슬비를 맞고 다니기는 했지만. 이런 저런 날짜를 빼면 사실 갈만한 날은 많지 않다. 그 유명한 망고빙수를 먹기 위해서는 10월 전에는 가야 한다. 점점 시간 짜기가 힘들어진다. 하지만 대만 여행 서적을 보면서 먹고 싶은 것과 가고 싶은 곳이 늘어났다.

 

이 책은 정말 첫 타이완 여행을 가려고 하는 사람에게 맞추었다. 얼마 전에 본 <오사카 편>과 도입부는 비슷하다. 일정은 기본적으로 5박 6일인데 일반 직장인이 타이완을 이렇게 다녀오기는 쉽지 않다. 저자도 일정에 맞춰 이 책에 나온 여행지를 조정하면 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부지런 사람들이라면 하루에 한두 곳 정도를 더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고, 나처럼 느긋한 사람은 늦게 움직이면서 하루에 한두 곳 정도 그냥 놓칠 것이다. 자유여행의 묘미가 바로 여기에 있으니 큰 불만은 없다. 늘 말하는 것이지만 다음에 다시 오면 된다. 뭐 몇 년째 다시 오면 된다고 말해 놓고 못가고 있는 현실이기는 하지만.

 

갑자기 떠난 타이완 여행이었던 지난 여행은 몰라도 너무 몰랐다. 이 책에 나오는 몇 곳을 돌아다녔지만 빡빡한 일정은 아니었다. 인터넷 검색으로 첫 목적지와 다음 목적지를 연결했는데 실수를 하면서 걷다가 유명한 곳을 방문하게 되기도 했다. 101빌딩은 전철이 개통되지 않았을 때라 전철역에서 걸어갔다. 걸어가는 동안 본 것은 수많은 백화점과 럭셔리 브랜드 매장들이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때라 그런지 젊음의 열기가 가득했다. 솔직히 101빌딩은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빌딩 안에 있다는 거대한 추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보기는 했는지. 생각나는 것은 101빌딩 딘다이펑에서 1시간 이상 기다려 밥을 먹었다는 것 정도다.

 

사실 최근에 읽은 책이나 꽃할배를 통해 본 대만의 음식은 너무 맛나 보였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중국 음식 특유의 향이 너무 강해 스린 야시장에서 산 지파이도 사실 먹다가 버렸다. 화덕에 구운 빵은 맛있게 먹었지만 야시장을 감싸 도는 향기가 너무 강해 쉽게 적응할 수 없었다. 준비없이 간 곳이다 보니 음식을 제대로 선택할 수도 없었다. 지파이 정도가 유명했고 다른 음식은 잘 몰랐다. 예류에서 그냥 들어간 식당의 음식이 예상 외로 잘 맞았지만 수세미 조각이 나오면서 기분을 버렸다. 시먼딩을 돌면서 주전부리를 몇 개 사먹었지만 역시 잘 모르다보니 책 등에서 본 맛나 보이는 음식들을 그냥 지나갔다. 솔직히 이 책을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바로 이 음식들이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다시 타이완을 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때 놓친 장소와 음식을 이번에는 한 번 경험해보기 위해서다. 생각보다 세밀한 정보가 있어 책을 기본으로 하고, 인터넷 검색을 한다면 더 좋은 여행이 될 것 같다. 물론 간 곳 중 좋았던 곳은 다시 가고 싶고, 그때 가지 못한 곳은 이번에는 시간을 내서 꼭 가고 싶다. 몇몇 식당 정보를 자세히 조사해서 그 음식들을 맛보고 싶다. 처음 타이완에 가려는 사람에게는 기본 안내서가 될 것이고, 나처럼 한 번 이상 갔다 온 사람은 추억과 함께 아쉬움을 남긴 장소와 음식을 찾아가는 계기가 되는 책이다. 아! 빨리, 다시, 조금 더 길게, 그곳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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