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의 길
마일리스 드 케랑갈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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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를 재미있게 읽었다. 예상하지 못한 재미와 묵직한 이야기가 아주 좋았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전작과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압축된 시간이 아닌 한 청년의 요리사 성장기를 다루다 보니 조금 느슨하다. 시간을 가볍게 뛰어넘고,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이야기가 풀려나온다. 그 사이에 요리와 요리사에 대한 이야기가 같이 흘러나온다.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지만 프랑스라는 나라의 이미지와 왠지 어울리지 않는 분야다. 저임금과 수많은 폭력 등은 작가도 지적했듯이 나쁜 악습이다. 이런 악습이 너무 많은 한국을 생각하면 별로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모로. 그의 성장기를 보면 어릴 때부터 대단하다. 정크 푸드를 먹지 않고, 패스트푸드점에 가지도 않는다. 한창 성장기의 소년들은 모로가 만들어주는 음식으로 자란다. 그들이 낸 돈으로 모로가 음식을 만든다. 푸짐하고 맛있다. 이런 이야기는 그가 바로 요리사의 길로 들어갈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지만 그는 경제학 공부를 계속한다. 석사를 마치고, 여행을 하고, 음식점에서 알바를 하고, 박사 과정까지 마친다. 그 사이에 자신의 식당도 운영한다. 우리가 흔히 보는 요리사로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야기가 진행될 때 어떤 결말에 도달할지 예측할 수 없다.

 

미식의 세계에서 프랑스 요리는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 만나는 것을 요리가 아니라 제과, 제빵이다. 와인이다. 작가는 요리를 뺀 부분은 그냥 스쳐지나간다. 읽으면서 느끼는 고역이 하나 있다. 바로 프랑스어로 된 음식이나 재료 등이다. 주석이 달렸다고 해도 본 적도, 먹은 적도 없으니 알 수 없다. 상상력으로 이것을 해결하기에는 무리다. 그냥 대충 지나갈 수밖에 없다. 아쉽다. 다시 파리로 가게 된다면 모로가 말한 음식들 중 몇 가지는 먹어보고 싶다. 그 정도 가격이라면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 물론 미슐랭 별을 받은 식당은 다르겠지만 별로 그 식당들은 관심이 없다.

 

모로의 경험과 성장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요리사란 직업이 얼마나 힘든지 느낀다. 재료를 사서 돌아와 손질하고 눈코 뜰 새 없이 음식을 만든다. 그가 식당을 열었을 때 주방이라는 협소한 공간에서 엄청난 강도의 즉흥적 행위와 아주 높은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감각의 실험을 매일 한다. 재료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재료에 집중해요. 재료를 드러내고, 재료에 포커스를 맞추는 편이에요. 가끔 서로 결이 다른 재료들이 어우러질 때 그것들은 입안으로 들어가서 자신을 드러내죠.” 이때만 해도 성공한 요리사가 어떻게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리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진행될 줄 알았다. 그가 연 식당이 엄청난 호평을 받은 것을 생각하면 확장이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힘든 노동과 생활과 분리되지 않는 일이 그를 극도로 피로하게 만든다.

 

식당을 접었다고 요리사의 길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이제 새로운 요리를 찾아 세계를 돌아다닌다. 방콕과 미얀마를 돌면서 식재료를 더 배우고, 유명 식당에서 요리사를 한다. 아직 자신만의 식탁을 찾아내지 못했다. 이런 수행은 그로 하여금 마지막에 놀라운 기획을 하게 만든다. 이런 과정은 요리의 세계가 얼마나 넓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유명 요리사의 화려한 세계가 아니라 세계 곳곳을 채우는 수많은 생계형 요리사들이 더 눈길을 끈다. 작가는 이 과정을 친구 혹은 관찰자의 시선으로 표현한다. 간결한 문장과 섬세한 표현은 순간순간 집중하게 만든다. 아직 출간되지 않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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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주말
시바사키 토모카 지음, 김미형 옮김 / 엘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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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소재로 여덟 이야기를 풀어낸 단편집이다. 처음 책을 신청했을 때는 단편이란 사실을 알았는데 받아놓고 시간이 지나니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래서 첫 단편 <여기서 먼 곳>을 읽고 난 후 이상함을 느꼈다. 혹시 연작 소설인가 하고 다음 이야기를 읽었지만 독립된 단편이었다. 요즘 책을 쌓아두는 경우가 많다 보니 가끔 이런 현상이 생긴다. 표지 때문인지, 이 책 앞에 읽었던 에세이 때문인지 주말을 소재로 한 에세이로 착각한 순간도 있다. 읽기 전에 그 작가를 잘 아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런 일이 생긴다. 뭐 유명 작가의 경우에도 단편집을 장편으로 착각하는 날이 빈번하니 어쩌면 나에게 당연한 일이다.

 

주말. 이전과 달리 요즘에는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쉰다. 이전에는 토요일은 오전에 일했고, 그 다음은 격주로 쉬었다. 이런 변화를 기억하다보니 가끔은 주말이 길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런 주말의 변화는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주말이 더 바쁜 곳도 있다. 모든 사람들이 주말에 쉬는 것은 아니다. 이 단편집 속에서 주말에 일하는 집안에서 자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의 이야기에 쉽게 공감하는 것은 평생 부모님과 한 번도 여름휴가를 간 적이 없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계절 장사란 특성 때문이다. 소설 속 식당이나 다른 직업 등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덟 편의 단편을 읽으면서 각 소설의 마무리가 아주 낯설었다. 삶과 시간의 계속성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인데 소설이란 특성 때문에 뭔가 끝나지 않은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이런 단편을 읽을 때면 언제나 이 낯섦 때문에 뭔가 찜찜함을 느낀다. 예전 읽었던 단편들이 어느 정도 이야기의 완결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이 소설들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 그 완결성을 찾아내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성격 탓도 있을까? 삶이 언제나 내가 바라는 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지금 생각한 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순간은 아주 강렬하게 다가온다.

 

<하르툼에 나는 없다>란 단편을 읽으면서 나의 선입견이 여러 곳에서 깨졌다. 2차, 3차로 이어지는 모임과 그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관계와 미래를 잘못 예상한 것이다. 소소한 일상의 풍경에 낯섦이 끼어들었는데 이 낯선 상황을 일상적인 관계로 해석한 것이다. <여기서 먼 곳>은 좋아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의 차이와 낯선 이의 인사가 던지는 의혹 등이 재밌게 풀린다. <해피하고, 뉴, 하지만은 않지만>은 현대인의 불안과 생각지도 못한 전화 한 통이 만들어내는 에피소드가 재밌다. 연말, 연초에 아파 꼼짝도 못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순간 나의 기억도 같이 떠올랐다. 아마 그때 이후 체질이 조금 바뀐 것 같다.

 

<개구리 왕자와 할리우드>는 서점이란 배경이 기억에 남는다. 편의점에서 산 음료수를 둘러싼 작은 에피소드는 보통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제비의 날>은 운전자라면 누구나 느낄 차 고장 이야기가 먼저 다가온다. 나의 기억은 작가가 보여주려고 한 이야기보다 지엽적인 상황에 더 눈길이 간다. <나뮤기마의 날>은 앞에서 말한 주말에 일하는 부모를 둔 수험생 이야기다. 그녀에게 주말은 다른 사람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해안도로>는 소음성난청으로 시작하여 과거의 기억으로 끝난다. 분량만 놓고 보면 현재가 많은데 머릿속은 그 작은 에피소드가 더 남는다. <지상의 파티>는 계획이 깨어진 차선의 선택에서 발생한 일들을 다룬다. 마지막 문장의 의미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놓친 것이 있는 것일까? 평범한 사람들의 주말 풍경은 그 평범과 각자의 개성으로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을 연출한다. 좀더 차분하게 읽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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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렉터스 컷 - 살인을 생중계합니다
우타노 쇼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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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는 우타노 쇼고의 소설이다. 서술트릭으로 나에게 다가왔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 마음에 썩 들지는 않았다. 다른 소설을 읽고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은 했지만 아직 그 마음은 변함없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 바뀌겠지만. 이번 소설은 트릭보다는 이야기의 흐름에 더 신경을 썼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전 작품과 다른 시도를 했다고 하는데 이때까지 읽은 작품과는 다른 방식이다. 첫 장을 읽을 때는 책소개와 다른 분위기라 뭐지? 하는 마음이 더 많았다. 두 번째 장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 느낌은 사라졌다.

 

젊은이들의 폭주가 한때의 유흥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연출을 위한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돈을 벌기 위해 연출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모든 것이 의도된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다. 처음 빨래방의 모습과 식당의 진상 고객 행동은 폭주라기보다 악의 가득한 행동이다. 이런 일행 중 한 명에게 누군가가 가위로 공격했을 때는 당연히 그가 죽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그리고 이 공격자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만 실력이 되지 않는 미용사 이야기다. 팔로우가 한 명도 없는 트위터를 하면서 자기 속에 쌓인 감정을 토해낸다. 그러다 우발적인 사건 하나가 발생한다. 한 이방인의 죽음이다. 이 죽음이 그에게 새로운 살인의 길을 열어준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 보통 주인공은 경찰이나 살인범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경찰과 살인범은 아주 약한 조연이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인물은 MET방송국 하청업체의 PD 하세미다. 그는 성공하고 싶은 마음에 고타로 등에게 사건 사고를 만들고, 그것을 찍어라고 말한다. 이 영상을 편집해 방송에 내보내 크게 성공한다. 첫 장에서 젊은이들의 폭주는 바로 하세미의 요구에 의한 것들이다. 하지만 이 연출이 언제나 PD의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돌발적으로 고타로에 대한 연쇄살인범의 공격이 벌어지기도 하니까. 다행이라면 고타로는 어깨를 다친 정도로 그친다. 문제는 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하세미가 보여준 행동들이다.

 

시청률에 목을 매는 방송국 특성 상 특종은 어쩔 수 없다. 고타로에 대한 공격과 그가 발견한 명함 등을 경찰에 바로 보내지 않고 방송에 내보낼 생각부터 먼저 한다. 미용사 가와시마 모토키의 전 직장을 찾아가고, 그의 집을 방문한다. 이때만 해도 그가 연쇄살인범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곳에서 그의 어머니와 한 남자의 시체를 발견했을 때도 그는 신고보다 방송이 먼저다. 특종은 달콤했지만 경찰 등이 밝혀낸 사실은 오히려 방송국을 질타하게 되고. 하세미는 정직된다. 이 과정에서 정직원과의 차별이 일어난다. 이것이 또 다른 사건을 연출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악순환의 고리에 걸려들었다.

 

작가는 각 장의 분위기를 다르게 표현하면서 빠르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재밌는 것은 하세미가 생각한 것을 다른 사람들이 이미 시작하고 있고, 경찰은 조직의 힘으로 더 많은 정보를 밝혀낸다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모토키의 트위터 계정이 밝혀진 후 집단지성의 힘이 발휘되어 많은 것이 알려지는 과정은 너무나도 낯익은 모습이다. 어느 순간 그 모습을 감춘 모토키를 찾아내어 떨어진 자신의 위신을 세우려는 하세미의 노력은 아주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진다. 이 시도와 다른 시도의 실패가 한 개인과 조직의 힘을 느끼게 만들었다. 중요한 지점에서 SNS를 활용한 설정과 시청률 경쟁 등은 방송 등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 방송인의 욕망이 만들어낸 다양한 사건들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작은 문제일 수 있지만 당사자들에게는 다른 문제다. 이것이 반복되다 보면 실수도 일어난다. 같은 포맷으로 진행하다보면 시청자들은 식상해한다.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되고, 이것이 문제를 일으킨다. 이 과정을 아주 잘 보여준다. 서술 트릭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준 작가답게 이야기 중간 중간 어색한 부분을 집어넣고, 마지막에 강한 반전을 한 방 터트린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전통 미스터리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도 또한 하나의 장치일 뿐이다. 다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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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 몸도 마음도 내 맘 같지 않은 어른들을 위한 본격 운동 장려 에세이
가쿠타 미츠요 지음, 이지수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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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나의 나이가 떠올랐고, 작가 이름을 보고 선택하게 되었다. 운동할 나이가 지난 지 한참 되었지만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운동을 하지 않고 있다. 누구처럼 술을 마시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술이나 다른 이유 때문을 운동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단지 운동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고, 이 운동할 시간에 책을 읽자는 주의 때문이다. 뭐 한때 너무 튀어나온 뱃살과 저질 체력 때문에 걷기 운동을 몇 개월 한 적이 있지만 비가 오고, 바람 불고, 술 한 잔 했다는 이유로 중단하게 되었다. 그 다음은 작가가 말한 것처럼 게을러져도 될 것 같은 마음이 점점 자라면서 나를 삼키고 말았다. 그 결과는 근육량 감소, 내장지방 증가, 대사증후군 등이다.

 

이 책을 선택할 때 기대한 것은 작가가 운동할 나이가 되었으니 어떤 식으로 운동을 배워나가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얼마 전에 읽은 헌책방을 돌면서 배우고 감탄했던 것처럼 이런 저런 운동을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는 것 정도였다. 그런데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달렸고, 첫 장부터 마라톤 완주 이야기가 나온다. 뭐지? 하는 당혹감이 찾아온다. 예상한 것과 너무 다른 이야기라 조금 놀랐다. 그리고 자신이 경험한 완주를 조금씩 풀어내었는데 솔직히 대단했다. 하프 마라톤도 쉽지 않고, 10KM 마라톤조차 힘겨운 사람들이 태반인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 중년 아줌마 뭐야? 하는 놀람과 감탄이 절로 나온다. 물론 이렇게 완주하기 전 매주 10킬로미터 이상을 달렸다는 이력이 있지만.

 

2011년 2월부터 2015년 가을까지 자신이 경험한 마라톤과 요가와 트레일 러닝과 등산 등을 기록했다. 등산을 빼면 하나도 해 본 적이 없다. 트레일 러닝이 군대의 산악구보와 비슷해 보이지만 산에서 뛰어본 적이 없다. 등산하면서 잠시 달린 적은 있지만. 작가는 매년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 가장 꾸준히 참가하는 마라톤은 오키나와 나하 마라톤이다. 뛰는 것보다 그곳에서 만날 사람과 술자리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지만 마라톤이 아니라도 그곳을 방문하는 것은 가능하다. 어쩌면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한 핑계가 술자리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나하 마라톤의 인기가 점점 높아져 선착순이었을 때나 추첨에 당첨되었을 때 기뻐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 의심은 확신으로 변한다.

 

헬스클럽 런닝머신을 한두 번 달린 적이 있다. 모니터로 드라마 등을 보면서 달렸지만 똑같은 속도와 변함없는 모습 등이 너무 지겨웠다. 힘도 들었다. 그래서 작원 공원을 빠르게 걷는 운동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결론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몇 개월 하다 중단되었다. 작가는 스포츠센터에 등록하고, 복싱도 배운다. 이런 꾸준함이 대단하다. 작가의 말처럼 복근을 꾸준히 단련하여 멋진 복근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변함없는 체형을 유지한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달리기를 한 후 다리의 근육량이 늘어났다는 사실은 나처럼 하체가 무너지고 있는 사람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무직의 나태함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같은 곳을 달리고, 새로운 운동을 배우는 그녀의 모습은 멋지다. 달리면서 걷고 싶다는 유혹을 뿌리치는 과정은 심히 공감하게 되고, 마지막 단계에서 맥주를 외칠 때 고개를 끄덕인다. 등산하면서 힘듦을 경험하지만 정상에서 느낀 즐거움이 다시 힘든 등산으로 이끄는 과정은 아련한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베어풋 러닝에서는 맨발로 등산하면 몸에 좋다고 하면서 산을 올라갔다는 아는 사람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리고 즐겁게 다녀온 등산 이후 잘 쓰지 않던 근육을 사용하면서 근육통에 시달렸다는 간결한 말에 ‘나도’라는 공감을 드러낸다. 나이트 하이킹의 한 부분에서는 어린 시절 산 길에서 경험했던 일들이 떠올랐고, 보르도에서 펼쳐진 메독 마라톤의 기발한 운영은 ‘이런 이벤트도 있구나!’하고 감탄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다양한 공감과 감탄을 자아내게 된 데는 당연히 작가의 노력과 솔직한 감상이 곁들여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당장 운동할 것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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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Zero - 나의 모든 것이 감시 당하고 있다
마크 엘스베르크 지음, 백종유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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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정보화 사회, 빅데이터, 인공지능, CCTV, 스마트폰 등은 현대 사회를 대변하는 용어들이다. 손에서 잠시만 스마트폰을 놓아두어도 불안감에 휩싸이는 현대인들에게 이 용어들은 너무나도 친숙하다. 인터넷이 대중화된 것이 겨우 이십 몇 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언제나 있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나 자신도 스마트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으면 순간적으로 분노하고 감정이 격해진다. 이런 사회에서 자신이 가진 정보가 거래의 대상이 되고, 자본으로 바뀐다는 생각은 잘 하지 않는다. 알지만 무시하거나 너무나도 많이 털린 개인정보 탓에 무감각해졌다. 가끔은 이런 정보를 팔아 돈으로 바꾸기도 한다. 이런 현실 세계를 바탕으로 작가는 하나의 상황을 극단으로 몰아 우리에게 긴장감과 경고의 메시지를 던져준다.

 

CCTV를 보는 입장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예전 CSI 드라마를 볼 때 이 정보를 통해 범인을 추적하는 것을 보고 멋지다고 생각했다. 좋은 일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나를 누군가가 감시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불쾌하다. 흔히 다루어지는 소재처럼 악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언제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나의 상황에 따라 도구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 신시아가 스마트 안경을 착용하고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개인정보가 바로 떠올랐다. 개인의 익명성이 사라졌는데 이 과정 속에는 개인들이 자신의 정보를 팔거나 업데이트한 것과 관계있다. 누군가에게는 이것이 신기한 일이겠지만 이런 정보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나 이 정보가 알려지기 원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아주 기분 나쁠 것이다. 이 장면 하나로 작가는 미래에 벌어질 수 있는 극단적 상황 하나를 경고한다.

 

제로라는 단체는 감시 사회에 대한 경고를 꾸준히 올렸다. 그러다 휴가 중인 미 대통령을 드론으로 촬영한다. 순간적으로 대통령 경호에 구멍이 생겼고, 이 장면들이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 하나의 이벤트가 그들로 하여금 세계인의 시선을 끈다. 동시에 미국에서는 테러 단체로 불린다. 보통의 소설이라면 이 단체를 쫓는 미국 정보조직을 활약을 그렸겠지만 작가는 제로가 알렸던 감시 사회에 더 초점을 맞춘다. 그 시작 중 하나로 신시아가 회사에서 받은 스마트안경을 빌린 딸의 친구 중 한 명이 수배자를 쫓다가 죽게 되는 사건이다. 이 사건을 통해 프로미라는 프로그램이 전면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하나씩 보여준다.

 

회사에서 제로에 대한 기사를 쓰려고 했던 신시아가 딸의 친구가 죽은 사건을 겪으면서 딸 비올라의 바뀐 생활의 원인을 알게 된다. 앱을 통해 자신의 정보를 팔고, 앱의 코치를 받아 자신의 가치를 조금씩 높인다. 정보가 돈이란 단순히 사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선량한 방향으로만 앱이 작용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앱의 지시를 따른다는 설정은 다른 문제를 나을 수밖에 없다. 거의 2억 명이 사용하는 앱이니 개개인에게 어떤 특정한 역할을 지시할 수 없겠지만 알고리즘을 바꾸면 프로그래머의 의도가 앱 사용자에게 작용한다. 물론 그 사용자는 그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아주 세련된 세뇌작업이다. 이 사건 때문에 제로를 뒤쫓는 신시아의 기획은 무산될 위기에 처한다. 해고 통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때 신시아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조건으로 광고가 들어온다. 

 

현재의 복잡한 인터넷 세계에서 익명성은 점점 사라진다. 내가 올린 글이나 정보가 광대한 인터넷 상에서 누군가에 의해 저장되고 가공된다. 이미 십대들이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사용한 사진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언론 기사가 나왔다. CCTV로 교통정보를 보는 정도에 머무는 나와 달리 이미 정보는 어딘가에 축적되고 있다. CCTV가 없는 사각지대만을 골라 다닌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외부와 연결만 되어 있다면 특정한 인물을 뒤따르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고화질영상이란 조건이 붙지만 말이다. 이것 외에 개인들이 자신의 장비를 가지고 특정한 인물을 쫓는 것도 가능하다. 1인 방송 시대에 이런 영상도 돈이 된다. 해시태그가 붙은 사진과 영상들이 SNS 등을 타고 범람하는 현상은 이제 일상적이다.

 

이런 광대한 정보 사회 속에서 개인들은 배후 세력에 의해 휘둘린다. 더 많은 감시와 조작을 원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소설 속에서 <1984>를 인용한 것보다 더한 세상이 왔다. 처음에 악처럼 보였던 제로가 어느 순간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회사의 가치를 더 높이려는 개인 혹은 조직은 자신들의 방해물을 없애는데 주저함이 없다. 제로의 정체를 파헤치는 사람들과 프로미의 정체를 둘러싼 갈등 등은 긴장감을 불어넣고 속도감을 높인다. 음모는 권력과 정보를 가진 자들이 펼치고, 신시아와 제로 등은 이것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 모든 것이 감시 가능한 사회에서 인간이 벗어날 수 있는 곳은 편리함이 사라진 곳이다. 인터넷이 없는 공간이다. 인공위성조차 조사할 수 없는 곳이다. 과연 이런 곳이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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