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히나타 식당
우오노메 산타 지음, 한나리 옮김 / 애니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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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시울을 붉게 만드는 만화다. 큰 기대 없이 늦은 밤 우연히 펼쳤다가 단숨에 다 읽었다. 그렇게 두툼하지 않은 분량 속에 너무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 단순한 요리 만화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각각의 메뉴 속에 하나의 짧은 에피소드를 정말 잘 녹여 내었다. 일본식 가정요리법까지 담고 있어 음식 만들기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씩 따라해도 될 정도다. 물론 나처럼 먹기만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다만 일본에 여행가서 이런 음식점이 있다면 꼭 한 번 먹어보고 싶다. 맛의 추억과 감성이 달라 작품 속 인물들처럼 감동할 가능성은 낮겠지만 정성 가득한 음식이 주는 맛은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에피소드 하나에 메뉴 하나의 구성이다. 카레라이스, 오코노미야키, 샌드위치 등은 예외다. 카레라이스는 일본의 국민 가정식이다. 얼마나 많은 일본 드라마나 만화 등에서 카레라이스가 나왔던가. 이 만화 속에서도 카레라이스는 엄마의 요리다. 아버지와 딸의 추억이 겹치고, 엇갈리고, 합쳐지는 부분이다. 오코노미야키와 샌드위치의 경우는 히나타 식당의 주인 데루코 씨의 개인 가정사와 엮여 있다. 살던 오사카를 떠나 도쿄로 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그 이후 일어나는 몇 가지 문제들을 같이 다룬다. 부모의 마음, 엄마와 자식의 용기 등이 잘 녹아 있다. 잘못이 오해로 이어지는 과정과 그 잘못을 수용하는 모습은 예상한 것과 다른 모습이다. 가족이 함께 하는 식사의 소중함을 보여주는 장면은 뭉클하다.

 

히나타 식당은 하루 하나의 정식 메뉴만 판매한다. 매일 바뀌는 듯한데 처음 며칠은 손님이 없었다. 아들 간타가 첫 손님처럼 먹는다. 하지만 이 식당에 한 번 찾아온 손님들은 조금씩 단골이 된다. 아이를 데리고 왔다가 그 맛과 정성에 반해 단골이 된 엄마도 있다. 같은 반 친구 엄마와 함께 온 에피소드에서는 맛보다 칼로리와 영양소에 집중한 엄마가 아이가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표정을 처음 발견한다. 영양도 중요하지만 맛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지 못한 것이다. 반면에 당근 같은 야채를 먹이기 위한 작은 에피소드도 있다. 맛있는 빵과 함께.

 

이야기 속에 기본적으로 깔린 감성은 엄마가 만든 가정 음식이다. 요리에 자신 없는 한 엄마는 데루코 씨에게 맛있는 된장국 만드는 법을 배운다. 그런데 딸은 엄마의 된장국이 아니라고 운다. 맛 그 너머 있는 추억과 사랑이 더 우선이다. 사실 각 가정은 그 집만의 요리 방법이 있다. 그런데 최근 쿡방이 유행하면서 이것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만능소스가 간편하게 음식을 만드는데 도움을 줄지 모르지만 그 집만의 특색을 사라지게 한다. 물론 이것은 단순히 쿡방만의 문제는 아니다. 공장에서 생산된 된장, 고추장, 간장, 조미료 등을 사서 요리하면서 맛이 비슷해진다. 하지만 이런 재료를 가지고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 히나타 식당을 보면 그것이 보인다.

 

이 만화에서 가장 자주 보게 되는 장면 중 하나가 맛있다는 감탄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늦은 밤 정성을 다해 다음날 정식에 사용할 재료를 손질하고 요리하는 데루코 씨다. 이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처음 이 식당에 온 남자 손님이 매일 오고 싶다고 했을 때 데루코 씨는 미안하다고 말한다. 아들 간타가 성인 남자를 두려워한다는 이유다. 이것은 데루코 씨가 어린 아들과 딸을 데리고 도쿄로 도망친 원인인 가정 폭력 때문이다. 이때 말하는 법도 잊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간타는 조금씩 말을 하게 된다. 이 장면들 또한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그리고 스카이트리가 보이는 동네를 보면서 혹시 몇 년 전 스카이트리까지 걸었던 그 길에 있는 식당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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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7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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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티나 데이터>의 새로운 번역본이다. 같은 번역자가 출판사를 달리해서 개정판을 내는 것을 자주 보지만 이처럼 다른 번역자가 새롭게 번역하는 것은 흔치 않다. 물론 고전으로 넘어가면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이 소설이 출간된 것이 몇 년 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아주 낯설다. 인터넷 서점 미리보기로 첫 쪽을 비교해보니 두 번역가의 문장이 다른 곳들이 눈에 들어온다. 원문과 비교해서 읽는다고 해도 잘 모르니 어느 쪽이 더 나은 번역인가 하는 것은 넘어가자. 이 부분은 원서 능력자들에게 맡기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목의 경우는 이전 출간본이 원서를 따랐다면 이번에는 책 내용을 따라했다. 이것도 개인의 호불호에 따라 갈릴 것이다. 다만 이전 제목을 아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이번 책 제목이 조금 낯설다.

 

가까운 미래의 일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이번에는 DNA수사가 소재다. 현재 많은 국가에서 과학 수사의 한 방법으로 DNA수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DNA정보를 한 곳으로 모으지는 않는다. 정보가 한 곳으로 모이면 이 정보를 이용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 행정 관료들이 원하는 일이다. 한국 같이 지문을 등록하는 나라가 거의 없음을 감안하고, 지문보다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DNA를 한 곳에 모은다면 어떻게 될까? 소설 속에서는 범죄 예방을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은 행정 편의주의다. 이 때문에 범죄가 사라지지도 않는다. 그리고 개인의 정보가 한곳에 모이면 그만큼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작가는 이런 부분의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지는 않는다. 늘 이 부분은 아쉽다.

 

DNA를 통해 범인의 몽타주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면 경찰의 일을 더 쉬워진다.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이런 DNA 수사 시스템을 반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정보들을 한 곳으로 모은다면 어떨까? 한국 지문 등록처럼. 그리고 이 정보를 특정한 세력이 자신들 마음대로 만질 수 있다면? 완벽하게 모든 국민의 DNA가 등록되지 않았다면? 시스템의 해킹 가능성은? 간단해 보이는 시스템의 이면에는 많은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당연히 이런 문제점들을 차분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로 빠지면 장광설로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너무 간단하다면 이야기 전체의 힘이 많이 부족해진다. 이 소설의 약점이다.

 

DNA 프로파일링이란 이름을 사용했는데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범인이 DNA검사를 할 수 있는 증거를 남겨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발적인 범죄들의 검거율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스릴러 등에 나오는 연쇄살인범들은 이런 증거를 남겨두지 않는다. 혹시 남겨두었다고 해도 등록이 되어 있지 않으면 소용없다. 작가는 유전자의 유사성을 통해 등록된 가족들로 범위를 축소하고, 프로파일링된 몽타주로 범인을 잡는다는 설정을 보여준다. 아마 이렇게 된다면 많은 범죄들이 초기에 해결될 것이다. 아사마 형사가 경찰이 심부름꾼처럼 느낀 것도 이 때문이다. 발로 뛰는 형사가 거의 사라지고, 프로파일링된 정보에 따라 잡기만 할 것이다.

 

DNA검사란 설정에 한 가지를 더했다. 바로 이중인격이다. 주인공 가구라 연구원은 이중인격자다. 그의 또 다른 인격은 류다. 대단한 도예가였던 아버지가 자신의 작품과 프로그램으로 만든 작품을 구분하지 못하고 자살한 순간 다른 인격이 생겼다. 여기서 작가는 과학과 인간의 대립구도를 만든다. 가구라가 유전자에 의해 인간의 성격 등이 결정된다고 믿는 반면 류는 화가처럼 그림을 그린다. 이런 경우 가구라와 류의 인격이 번갈아 등장해서 상황을 꼬고, 내적 갈등이 깊어지는 설정으로 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뻔한 길 대신 더 간결하고 속도감 있는 진행으로 이어간다. 류의 존재를 오랫동안 숨겨놓는 방식이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DNA프로파일링 시스템을 만든 천재소녀와 그 오빠가 죽고, 그들이 만든 프로그램이 있을 것이란 설정에서 시작한다. 가구라의 모발 하나가 현장에 떨어져 있어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그를 발견한다. 가구라는 무죄를 말하면서 다테시나 남매가 남긴 단서를 쫓고, 이런 그를 경찰들이 뒤쫓는다. 일본계 미국인 리사의 도움으로 극적 순간에 탈출한다. 이 남매가 작업한 숨겨진 별장으로 가지만 단서는 보이지 않고, 경찰의 수사망만 좁혀진다. 일본 경찰청과 경시청의 대립 속에 아사마 형사는 단서를 잡으려고 한다. 여기에 가구라의 환영이 분명한 스즈란이 같이 동행한다. 도망치고, 쫓는 과정 속에서 그 어떤 정보도 발견하지 못한 연쇄살인범의 흔적이 눈에 들어온다. NF13이 의미하는 바가 드러난다. 세부적인 아쉬움 속에서도 속도감과 재미는 어느 정도 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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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기생충 - Novel Engine POP
미아키 스가루 지음, 시온 그림, 현정수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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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유효기간에 대한 수많은 연구 결과들이 있다. 이 연구들은 사랑을 하는 남녀가 내품는 호르몬에 대해 말한다. 이 물질이 효력을 발생하는 기간은 겨우 몇 개월이다. 언론에서 설레발을 친 것을 감안하면 우리의 시간이 왜 몇 개월 혹은 몇 년에 머무는지 설명이 가능하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한 연구는 더 많이, 더 깊이 진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을 기생충으로 바꾸면 어떨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오른 질문 중 하나가 이것이다. 신경전달물질이 현대인의 수많은 질병들을 고치는 것을 생각하면 작가의 이 상상력이 그렇게 황당하게만 다가오지 않는다. 뭐 실제 그렇다면 ‘나’에 대한 또 다른 철학적 문제가 생기겠지만.

 

코사카 켄고는 아주 심한 결벽증을 가지고 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인데 이 증상 때문에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과의 접촉도 힘들어 하고, 사람들이 많은 곳은 가지도 못한다. 작은 집안은 병원처럼 소독제 냄새가 가득하다. 회사를 그만 둔 후 유일한 취미는 컴퓨터 바이러스를 만드는 것이다. 이 일에는 꽤 좋은 솜씨를 발휘한다. 하나의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든 후 이즈미라는 한 남자가 찾아온다. 그가 바이러스를 만든 것을 알고 있다. 그가 바란 것은 한 소년을 만나 친해지라는 것이다. 성공하면 적은 돈도 주겠다고 한다. 심한 결벽증 환자 코사카는 이렇게 대인기피증이 있는 소녀 사나기 히지리를 만난다.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두 남녀가 처음 만났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 이들도 마찬가지다. 사나기는 코사카가 받기로 한 돈의 반을 받기로 약속하고 친해진 것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사나기는 코사카의 깨끗한 방에 침입한다. 친해진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제 내용은 그녀의 병도 한몫한다. 둘의 첫 만남에서 서로의 문제점을 말하지 않지만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사나기의 병 문제가 터졌을 때 둘은 조금 더 서로를 알게 된다. 이렇게 조금씩 관계가 쌓이면서 둘은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이 사랑은 기생충에 의한 것이다.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설정이 바로 여기서 등장한다.

 

코사카의 결백증도, 사나기의 대인기피증도 이 기생충이 만들었다. 약을 먹으면 이 증상은 사라진다. 작가는 여기서 끝내지 않고, 이 두 사람처럼 기생충에 감염된 사람들의 임상 사례를 보여준다. 이 기생충 때문에 자살한 사람들 이야기도 같이. 이 둘이 서로를 알면서 세상 밖으로 조금씩 나간 것은 어느새 조금씩 잊혀지고, 이 강렬한 기생충 이야기가 전면에 나선다. 앞에서 말한 사랑의 호르몬 이야기를 떠올린 것도 바로 이 순간이다. 인간의 의지를 뛰어넘는 기생충의 의지는 커플을 죽음으로 이끌기도 한다. 인간의 감정을 머릿속에 자리잡은 기생충이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하나의 반전 장치를 남겨둔다.

 

가볍게 읽을 생각으로 선택했는데 생각보다 묵직하다. 소재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기생충의 힘을 새롭게 극대화한 상태에서 인간의 의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무겁게 철학적 문제를 다루기보다 이 상황에 빠진 사람들의 선택과 감정을 조심스럽게 풀어낸다. 그리고 몇 가지 앞부분에 깔아놓은 몇 가지 설정들은 뒤로 가면서 힘을 얻는다. 스산한 분위기 속에서 느린 속도로 진행되는 이 이야기에서 밝은 느낌은 잠시 나올 뿐이다. 하지만 그 잠깐의 밝음과 새로운 가능성의 희망이 여운을 남긴다. 사랑이란 추상적 감정을 다른 시각에서 보는 시간이다. 이런 기생충이라면 몸속에 키우고 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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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
무레 요코 지음, 스기타 히로미 그림, 김현화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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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레 요코의 소설을 좋아한다. 많지 않은 분량인데도 그 여백들이 많은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적고 보면 작가의 책을 많이 읽은 것 같지만 기억나는 작품은 두 권이 전부다. 나를 완전히 사로잡은 <카모메 식당>과 <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뿐이다. <연꽃 빌라>의 경우 후속작이 나왔지만 왠지 쉽게 손이 나가지 않는다. 그 후 이야기에 대한 궁금함도 있지만 그 당시 읽고 내가 상상한 것과 달라지는 부분이 살짝 두렵기 때문이다. 아마도 읽게 되면 만족할 가능성이 더 많을 것이다. 읽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한 작은 핑계다.

 

이번에는 작가의 에세이를 처음 읽었다. 기대한 이상의 재미가 솔직히 나에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일상의 소소한 관찰이 주는 재미를 던져주었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냐고 하면 아니다. 동물 애호가의 모습을 곳곳에서 보여주는 것을 보고, 그 모습을 담담하게 풀어낼 때 고개를 끄덕인다. 애정 어린 관찰과 작은 행동들이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고양이뿐만 아니라 새에게까지 시선을 주고, 작은 돌봄을 실천하는 모습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아저씨 고양이의 이름은 시마짱이다. 작가가 붙였다. 길고양이다. 이 고양이는 대담하게 돌아와서 작가가 주는 사료를 먹는다. 애교 따위는 부리지 않는다. 살쪘고 단춧구멍같이 작은 눈을 가졌다. 무뚝뚝하고 밖에서 보면 아는 척도 하지 않는다. 작가가 주는 사료를 먹고도 옆집에서 또 먹는 대식가이기도 하다. 시마짱 덕분에 작가는 사료회사로부터 등업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을 정도다. 이렇게 앞부분에 시마짱 이야기를 많이 늘어놓았기에 고양이 에세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거듭되면서 그녀가 좋아했던 설치류와 주변에 있는 개와 새와 혐오 곤충 모기 등으로 범위가 넓어진다. 어떻게 보면 작가의 동물 및 곤충 관찰기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에세이를 쓴 기간이 결코 짧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추측을 하는 이유는 시마짱이 왔을 때 있던 옆집의 고양이가 죽은지 몇 년의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반대로 시마짱과의 추억을 불러와 이야기를 시작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몇 년 동안 틈틈이 연재한 것을 책으로 내었다면 그 정보가 궁금하다. 이런 사소한 호기심을 불러오는 것은 역시 시마짱 때문이다. 길고양이 시마짱이 일상에 들어왔다가 사라지는 과정과 그 사이를 채우는 다양한 동물들 이야기는 역시 작가의 애정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녀가 키우는 고양이가 그녀가 잠시 모니터를 통해 쳐다보는 다른 고양이 사진에 반응하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글 속에 남자의 마음을 잘 표현해주었기 때문이다. 정말이다.

 

방사능과 모기를 연결한 이야기는 두려움을 담고 있는 반면에 동일본대지진으로 불안감을 느끼는 동물들 이야기는 분위기도 이미지도 사뭇 다르다. 모기와 고질라의 연결은 억지지만 코믹하고, 지진을 경험한 동물들은 인간의 불안감을 반영한다. 하지만 이 둘은 현실에서 견뎌야 하는 것들이다. 관찰과 경험을 통해 고양이들 이야기를 풀어낸 부분이 많은데 한 번도 제대로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는 나에게 낯선 경험이다. 몇몇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낯선 것도 많았다. 아마 고양이의 특성에 따라 다른 부분도 있을 것이다. 길고양이 시마짱에 대한 애정으로 글을 마무리하는데 어리고 순수했던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작가는 그때의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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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여행을 떠났으면 해 - 그저 함께이고 싶어 떠난 여행의 기록
이지나 지음, 김현철 사진 / 북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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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여행을 왜 떠날까? 실제 지루한 여행의 기록이라면 누가 읽을까? 이런 물음 뒤에는 아이와 함께 한 여행이 있다. 애를 키우는 부부라면 누구나 함께 가고 싶어하지만 두려워하는 여행이 바로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다. 멀리 가는 여행이라면 애가 비행기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고, 현지에서 탈이 났을 때 걱정도 하게 된다. 물론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 떠나지만 여행의 반경은 좁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점점 넓어진다. 그런데 이 부부의 여행은 미국이 시작이다. 대단하다. 아이가 비행기 안에서 12시간 정도를 잘 보냈을까 하는 물음이 먼저 떠오른다.

 

솔직히 이 에세이에서 기대한 것은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에서 겪게 되는 즐거움도 있지만 어려움들과 그것을 어떻게 이겨내었는가 하는 의문이었다. 그런데 작가는 나의 바람을 그냥 지나간다. 그녀가 보여주고 있는 이야기는 가족, 사랑, 아이, 여행의 감상 등이다. 뭔가 실질적인 여행의 방법으로 들어가면 간결한 짐에 머물 뿐이다. 누구나 하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짐싸기다. 현지 음식을 먹인다고 하지만 일반적인 아이들에게 이것이 늘 통하는 것은 아니다. 스리랑카의 기차 이동 이야기는 아이의 적응력과 현지인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용기와 열정에는 감탄할 수밖에 없다. 부러운 것은 당연하다.

 

생각한 바와 다르지만 공감하는 문장과 감상들이 자주 나온다. 가장 먼저 “어쩌면 집은 건물이 아닌 사람이 아닐까.” 같은 문장이다. 이것이 그녀만의 생각은 아니지만 우리는 잘 잊고 지낸다. 부동산의 가격이 높아질수록 이것은 더 심해진다. 로스엔젤레스에서 별로 볼 것 없다는 동생에 말에 거짓말이라고 말한다. 나와 주변 사람들이 서울을 평가할 때 흔히 하는 말과 같다. “우리는 낯섦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설레기 위해.”라는 말은 여행자들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작가도 말했듯이 같은 도시를 여러 번 가는 것은 갈 때마다 새로운 장소와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이다.

 

도시를 말할 때 늘 빠지지 않는 것은 사람 이야기다. 이 가족이 간 곳에서 그들에게 따뜻한 시선과 작은 친절을 베푼다. 샌프란시스코의 버스와 스리랑카 기차 이야기는 순간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한국의 속도와 사람들의 반응을 생각하면 쉽게 볼 수 없는 장면들이다. 물론 버스나 기차에 타면 이들과 같은 애정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속도란 부분으로 들어가면 조금씩 바뀔 수밖에 없다. 이런 작은 배려와 행동들은 그 나라의 인상을 결정짓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나의 행동들을 돌아보게 된다.

 

이 책에 실린 수많은 사진들 대부분은 작가와 남편과 아이를 향해 있다. 풍경도 나오지만 그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 특히 남편 자랑은 아주 심하다. 친구에서 부부로 이어진 이들의 여행에 아들 얼이 나중에 동반했고, 지금까지 이어진다. 임신과 출산과 육아라는 그 힘든 과정 속에서 어쩌면 지루할 수도 있는 여행을 이들은 떠났다. 그녀의 곁에는 남편이 있다. 여행에서 함께하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 것도 남편이라고 말한다. 남편과 아이와 함께 한 여행에서 그녀는 자신이 입고 싶은 옷과 액세서리를 단다. 잘 정돈되고 깔끔한 옷은 작은 감탄을 자아냈는데 이 비결도 바로 남편이다. 같은 남자 입장에서 불쌍(?)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감탄해야 하나.

 

아이와 함께 한 여행은 언제나 아이가 중심에 놓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여행지를 결정하는 것은 부모다. 부모가 가고 싶은 곳을 간다. 물론 아이의 상태도 감안의 대상이다. “어차피 기억하지 못할 텐데”라는 말을 우리는 흔히 한다. 이 부분을 작가는 현대 과학의 일부를 통해, 경험을 통해 반론한다. 이 여행의 경험은 다른 방식을 통해 몸에 기억된다. 작가의 이 말에 공감한다. 현실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면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다르다. 이 부부처럼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곳을 여행했다면 다를지 모르겠다. 5년 15개국 30도시라니 대단하다. 월급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더. 실용적인 부분에서 많은 아쉬움이 있지만 이런 여행을 하는 부부가 있다는 사실은 심리적으로 많은 도움을 준다. 떠나고 싶다. 가족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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